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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9

당신의 블로그 예절 지수는? - 블로그 예절 캠페인

당신의 블로그 예절 지수는
86.67점 입니다.

☞ 블로그 예절 캠페인
 
너무 문항이 간략하긴 하지만... 저도 한번 해 봤습니다.
 
예절은 중요한 것이죠.

2006/11/28

즐거운 살인 - 에드먼드 크리스핀 / 박현미 (자유추리문고 21) : 별점 3.5점


옥스퍼드 대학 영문학 교수인 저버스 펜은 다른 일에 손대고 싶은 충동에 시골마을인 샌포드의 하원의원에 입후보하고 그곳에 장기 체류하게 된다. 그리고 선거 운동의 광풍에 휘말리는데 우연히 여관에서 옛 동창생이자 런던 경시청 경감인 붓시를 만나고 그에게서 공갈-독살 사건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그러나 붓시마저 살해되고 범인으로 그 마을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병자 엘핀스턴이 지목된다.

런던 경시청에서 파견된 경감 험블비와 마을 경찰서장 울프와 힘을 합쳐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사건의 수사를 도우면서 그는 점차 정치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급기야 마지막 연설회에서 유권자들을 아둔하다고 외치며 투표도 하지 말라는 충격적 연설을 하여 당당히 탈락할 결심을 하지만 그의 색다른(?) 연설에 매료된 유권자들에 의해 당당히 당선되고 펜은 절망한다. 그래도 그는 선거 직후 진범을 추리하여 그를 체포하게 되는데...


한동안 눈씻고 찾아봐도 없던 자유 추리문고가 최근에 이상하게 잘 구해지네요. 이번에 읽은 책은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즐거운 살인" (Buried for pleasure) 입니다. 전에 포스팅한 "동서 미스터리 100"이라는 리스트에도 94위로 당당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 제목이 "즐거운 장례식"이라 이 작품이 같은 작품이라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구하게 되어 무척 반갑기도 하네요. 작가의 작품은 킬러물인 단편 "샤프 펜슬"만 읽어보았으나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이 작품은 어렵게 구한 노력만큼이나 재미있었습니다.

일단 P.D 제임스 여사의 "어떤 살의"가 떠오르더군요. 시골 마을 정신병원이 소재로 쓰이고 있다는 점 이외에 왠지 모르게 영국적이고 시골스러운 전개가 상당히 비슷하거든요. 뭐 이러한 부분은 시골마을과 그 마을의 다양한 계층으로 이루어진 인간 군상들, 그리고 이들을 관조하듯 바라보는 것이 정통 영국 고전 추리물의 맥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겠지만요.

하지만 결정적 차이점이자 이 작품만이 가진 매력은 왠지 모르게 작품에서 풍기는 "유쾌함" 입니다.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환자, 이어지는 연쇄살인,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과 흉폭한 범죄라는 굉장히 공포스럽고 무서운 상황이 연발하는데 정작 작품에서는 굉장히 유머스럽게 포장되어 있어요.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환자가 한니발 렉터가 아니라 자신이 미국 대통령 우드로우 월슨이라고 믿는 노출증 환자라는 설정부터 시작해서 모든 사건이 시끌벅적한 선거극과 하나같이 유머스러운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제목처럼 정말 즐겁습니다. 지루하지 않게 사건과 에피소드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읽는 동안 계속 흥미를 붙잡아 놓을 수 있게끔 하고 있는 것도 매력적인 부분이고요.
또한 명성에 걸맞게 추리적인 부분도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등장인물이 굉장히 적어서 범인이 한정된다는 약점이 있긴 하지만 범인이 정말로 의외의 인물이며,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요소를 가지고 범인을 추리해 내는 장면은 정말이지 무릎을 칠 정도였어요. 범인이 유력한 용의자로 내세운 인물이 사실은 범행을 저지를 수 없다는 단서가 너무 일찍 나오기는 하지만 진범의 정체는 마지막까지 오리무중이라서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드는 것도 대단했고요. 한마디로 모든 증거와 단서, 맥락이 딱 맞아 떨어지는 고전적이면서도 무척이나 깔끔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아울러 주인공 탐정역의 옥스퍼드 영문학교수 저버스 펜이라는 캐릭터는 이상하게도 이러한 시끌벅적한 분위기 한 가운데에 있으면서도 제일 웃기지 않는 캐릭터라 처음에는 호감이 별로 가지 않았는데 읽어 나갈 수록 독특한 매력이 풍겨져 나와 역시 시리즈 캐릭터로서의 존재감을 어필합니다. 마지막 선거 연설 장면에서의 명연설 ("유권자는 우둔한 인물이고 정치가들은 모두 미쳤다")은 그 장면만 따로 읽어도 될만큼 압권이에요. 작품의 스타일을 볼때 약간 모스경감스러운 주인공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긴 하지만 상당히 마음에 드는 캐릭터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세계 추리 소설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라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지만 정통 영국 추리물의 충실한 적자로서 작가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절묘한 솜씨가 빛나는 좋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3.5점. 저같은 고전 팬은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으로 자유 추리문고치고는 번역도 괜찮은 편이니 구하실 수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저자의 다른 대표작인 "사라진 완구점"도 무척 읽어보고 싶네요.

한가지 궁금한 것은... 목사관의 요정의 정체인데... 누구 알고 계신 분 안계신가요?

2006/11/26

삼국전투기 1 - 최훈

삼국전투기 1
최훈 지음/길찾기

최훈은 굉장히 좋아했던, 현재도 애정이 유지되고 있는 몇 안되는 국내작가 중 한명입니다. (처절하게 배신당한 기분을 느끼는 작가는 수도 없죠. 형민우, 양경일, 권가야 등등등) 데뷰작에 가까운 "하대리"가 워낙 충격적이고 재미있었기 때문에 좋아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하대리 1부"는 "아즈망가"에 뒤지지 않는 단편-장편의 경계를 허무는 수작 개그 만화라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긴 스토리가 일관되게 흐르지만 각각 한편 한편이 한페이지로 마무리 되는 이야기의 응집력과 특유의 개그 센스가 빛나기 때문이죠. 무엇보다도 두만전자의 에이스 하대리의 매력이 넘치며 최훈만의 화풍이 내용과 너무 잘 어울렸던 작품이었죠.

그러나 하대리 1부 이후 2부부터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하더니 이후 작품은 지나치게 성적인 부분에서의 희화화와 너무 매니아적인 부분이 많아져서 쉽게 즐기기도 힘들고 공감가기도 힘든 작품을 발표하더군요. 그나마 하대리 시리즈는 나았지만 최근 스포츠 서울에 연재하는 "구보씨"는 그야말로 한창 인기인 "샐러리맨 시트콤 쟝르물" 일 뿐입니다.

그러나 특유의 매니아적인 요소를 극한으로 부각시켜 하나의 쟝르로 만들어 성공한 작품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네이버의 "MLB카툰"이고 또 하나가 이 "삼국 전투기" 라 할 수 있습니다.

"MLB카툰"은 정말이지 굉장히 매니아적이면서도 특유의 개그센스가 빛나는 스포츠 만화로 너무 동양적인, 특히 한국적인 개그만 제외한다면 본토에 수출해도 먹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메이저리그와 선수에 대해 적나라하면서도 특유의 시각으로 제대로 패러디하고 있어서 무척이나 마음에 듭니다. (단 요새는 개그 센스의 농도가 옅어지고 소개에 그치는 부분이 점점 많아지는 듯 합니다)

소개가 좀 길었는데 또 다른 매니아적인, 전문용어로 "오덕후적인" 시각으로 성공한 작품이 바로 이 "삼국전투기" 입니다. 이 작품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삼국지"를 특유의 시각으로 파헤치고 있는 작품으로 무엇보다도 매니아적인 패러디가 적재적소에 쓰이고 있는 이색작입니다. 화타는 블랙잭으로, 원소와 조조는 가르마와 샤아로 설정하면 정말 단순히 그림만으로도 확 와닿지 않습니까? 이러한 절묘한 패러디 이외에도 당시의 지도와 세력 분포, 전투시의 진영까지 간략하게 설명하는 부분은 그 어떤 삼국지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친절하면서도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또한 정사와 나관중의 연의를 비교 분석하여 스스로 원하는 부분만 취하여 전개하면서도 관련된 설명을 빼 놓지 않는 것 역시 마음에 들고요.

그러나 이런 패러디 표현이 과하고 (개인적으로 유비에 대한 묘사는 지나치다 못해 짜증날 지경이었습니다)  그 패러디가 건담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 애니메이션, 만화 쪽에 치우쳐져 있다는 것, 또한 스토리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개그를 위해 쓰이는 여러 장면과 대사들은 이 작품을 애시당초 정정당당하게 평가받기가 좀 애매하고 어려운 위치로 자리매김 하게 합니다. 이러한 패러디들이 대부분 역사와 시대를 뛰어넘기 힘들다는 것 역시 본질적인 한계라 보여지고요. DC인사이드의 뚫흙이나 아시아프린스같은 패러디가 대체 몇년동안 먹힐수 있을까요?

특유의 화법으로 적절한 유머와 패러디를 섞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삼국지를 꾸민다는 것, 그리고 그 작품이 반응이 있다는 것은 작가로서 굉장히 축복받은 일이지만 위의 이유로 인해 이 작품이 높이 평가되거나 그 인기가 지속되리라는 생각은 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니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삼국지 인물군의 캐릭터 이미지를 거의 최초로 제시한 고우영 화백의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새삼 실감케 하네요. 고우영 화백만의 특유의 유머와 패러디, 심지어 시사적인 비평까지 곁들여져 다양한 요소가 넘치지만 고우영 화백의 작품은 확실히 시대를 뛰어넘었거든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오덕후적인 시각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최훈씨의 취향이 저와 비슷하기도 합니다. 일본 만화와 프로레슬링은 확실히 제 취향이거든요. 또한 적절한 패러디는 확실히 재미나고 이해를 돕는 요소가 강하니까요. 이야기도 확실히 쉽게쉽게 다이제스트 되어 있기도 하고요. 삼국지 자체가 재미난 작품이기도 하니 기본만 해 주어도 원체 재미는 보장하는 작품이기도 하잖아요? 작가의 시각이 거의 연의와 정사에 한정되어 있는 만큼 새롭거나 신선한 요소는 없지만 또 그러한 진부함이 매력이기도 합니다. 나와 같은 시각인데 어떻게 표현했을까? 라는 생각으로 다음 등장인물들의 묘사와 패러디가 기대가 되거든요.

외려 위의 문제점들은 일본에 수출하면 장점으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살짝 드는군요. 삼국지를 가지고 미소녀 게임을 만드는 나라니 뭐가 안 먹히겠습니까만...

PS : 장단점을 떠나 제가 이 책을 구입한 가장 큰 이유는 개인적으로 약간 알고 있는 원종우 대표님이 계시는, 한국 만화만 전문적으로 출간하는 "도서출판 길찾기"에서 출간된 책이기에 꼭 성공하였으면 하는 바램으로 구입한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신문에서 보셨더라도 한국만화 발전을 위해 관심있으시면 한두권 구입해 주시길... 책에는 부록 형식으로 패러디에 대한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세 내용이 실려 있으니 많은 도움 되실겁니다.

2006/11/25

미궁과(迷宮課) 사건부 - 로이 비커즈 / 이종수 (자유 추리문고 19) : 별점 2.5점

자유 추리문고로만 접할 수 있는 희귀본이죠. 국내 굴지의 추리 동호회 사이트인 Howmystery.com 회원분의 도움으로 입수하게 되었습니다.

원제는 "The Department of Dead ends". 미궁과는 경시청의 한 부서로 여러가지 미해결 사건이나 증거, 정보들이 모이게 되어 결국 해결하게 된다는 부서로 이러한 설정은 일본 드라마 "케이조쿠"를 생각나게 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특이한 점은 단편이지만 전 작품이 모두 범인과 범행과정을 치밀하게 묘사, 서술하고 그 사건이 미궁에 빠진 뒤에 미궁과에서 남겨진 몇몇 단서를 가지고 추리하여 사건을 해결한다는 도서 추리 소설 형태로 쓰여져 있다는 점입니다. 도서 추리 단편집은 처음 접해 보았네요. 그래서인지 범행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라 실제 미궁과의 활약, 특히 미궁과의 수장격인 레이슨 경감의 비중은 굉장히 낮다는 것도 이색적이고요.

또다른 특징은 도서 추리물이기 때문에 범행의 치밀함, 특히 완전범죄를 이루려는 범인의 노력이 주가 되어야 이야기 전개가 매끄러울텐데 이 작품집의 거의 모든 범죄는 "우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역시 독특한 부분이었습니다. 전부 10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웃은 부인"과 "보트의 푸른 수염", "장님의 망집" 3편이 그나마 범인의 치밀한 범행 계획을 담고 있으며 다른 작품들은 범행 자체가 우발적으로, 즉흥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전체적으로 작품들의 수준이 딱히 우수하진 않더군요. 기대에는 많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추리"라는 요소가 많이 결여된 느낌이에요. 도서 추리물이기에 범인과 탐정의 두뇌싸움이 보다 치밀하게 그려질 수도 있을텐데 우발적 범행이 주를 이룬다는 특징 때문인지 우연찮게 얻어진 증거로 범행이 드러나게 된다는 구성이 많습니다. 또한 작품마다 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는 것도 실망스러운 부분이었어요.

결론내리자면 엘러리 퀸 마저도 높이 평가한 미궁과의 제 1작 "고무나팔"은 무척이나 신선하고 새로운, 단편으로서 완성도도 높으면서도 이후 시리즈에 기대를 갖게 하는 수작임에는 분명하나 다른 작품들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기에 전체 별점은 2.5점입니다. 아직 읽지 못하신 분들도 나중에 "고무나팔" 한편만 읽어보셔도 될 것 같네요.

1. 고무나팔
어머니의 과보호 하에서 성장한 유약한 청년 조지는 에셀이라는 아가씨와 마음에 없는 결혼을 한 뒤 노처녀 콜래미어와의 관계 때문에 그녀를 살해한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에셀과 교제했기에 경찰은 그를 찾지 못하고 사건은 미궁과로 넘겨진다.
기념비적인 "미궁과" 시리즈 1작. 추후 시리즈화된 것이 당연할 정도로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수작입니다. 우발적이지만 완벽한 완전범죄, 그리고 그 범죄가 파헤쳐지는 극히 사소한 단서라는 요소가 교묘하게 결합되어 있거든요. 미궁과의 특징인 "상상력"이 가장 잘 발휘된 작품이기도 하죠. 마지막 문장까지 인상적인 좋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2. 웃은 부인
유명한 광대 스펜글레이브는 자신의 아내가 자신을 남자로 인식하지 않고 "광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그녀에게 살의를 품게된다.
전작과는 달리 범인이 범행에 대한 상세한 계획을 세워 실행한다는 것이 차이점인 작품인데 미궁과가 등장할 필요가 없는 강력한 단서가 존재하기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경찰이 그 차이점을 먼저 깨달았어야 하지 않을까요? 별점은 2점입니다.

3. 보트의 푸른 수염
조지 매커트니는 알고 지내던 하녀와 보트를 타다가 우연히 일어난 사고 덕에 "완전범죄"의 방식을 깨닫게 된 후 아내에게 보험을 가입하게 하고 그녀를 보트사고로 위장시켜 살해하는 수법으로 재산을 늘려나간다. 경찰은 그의 범행을 확신하지만 증거가 없어 체포하지 못하고 사건은 미궁과로 넘어간다.
이 작품도 범인 이름이 조지네요. 작가가 조지라는 친구한테 사기라도 당했었나? 어쨌건 이번에는 연쇄살인극이네요. 그러나 범행 사실을 입증하기 힘들다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범행 수법이 너무나 뻔하고 얄팍한데다가 사건의 해결이 지극히 우연에 기반하고 있기에 좋은 평을 주기 힘들군요. 별점은 1.5점입니다.

4. 없어진 두개의 다이아몬드
블렌든 집안의 11대째 백작인 헨리 어시웬 경은 희극 여배우 넬리 해이드와 깊은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그녀가 결혼을 요구한 직후 살해되고 보석을 훔쳐간 건달 짐이 살인 혐의로 교수형을 받는다. 그러나 2년여의 세월이 흐른 뒤 도둑맞은 보석이 새롭게 발견되고 미궁과는 사건 해결을 위해 헨리경을 다시 찾게 된다.
원제는 "속물의 살인", 우발적 범행을 다룬 작품으로 사건 해결 역시 우연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범행 관련 당시의 물품을 그대로 소지하고 있던 범인의 사고 방식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사건의 결정적 단서 역시도 납득하기 어려운,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5. 옥스퍼드 거리의 카우보이
앤드류 애머셤은 자그마한 체구의 소심한 사나이로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묵인하고 살다가 어느날 분노가 폭발한다...
제목과 설정에서 뭔가 정교한 트릭이 한번쯤 등장해 봄직한 느낌을 전해주는데 트릭이 너무 간단해서 좀 맥이 빠지네요. 사건 해결의 단초가 되는 시계의 묘사와 설정 만큼은 마음에 들었기에 별점은 2.5점. 문제는 이 설정을 이후 계속 작가가 써먹는다는 것이죠...

6. 빨간 카네이션
변호사 웨이컬링은 한때 자신이 사랑했지만 캐스버트라는 인물과 결혼을 약속한 여성 지니를 10여년 뒤 그녀가 출소하는 교도소 앞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병으로 사망한 후 그는 그동안 만나지 않았던 캐스버트를 찾아가 살해하는데...
역시 우발적 살인을 다룬 작품으로 멜로드라마의 전형같은 범행 동기와 과정이 그려진 것은 특이했습니다. 카네이션과 포장지를 단서화 시키는 식으로 범행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물건을 찾는 이야기도 설득력 있었고요. 그러나 너무 많은 곳에서 범인이 얼굴을 드러냈기 때문에 구태여 미궁과가 출동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좀 의심스러웠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7. 노랑 잠바
여자 기숙 학교의 선생인 루스 워틀링턴은 같은 학교의 교사 허버트와 이성으로서가 아닌 우정을 오래 지속하던 중 그가 리타 스티븐즈라는 새로 부임한 선생과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진심으로 축하를 전하지만 결혼 선물과 관련하여 리타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그녀가 자신과 맞지 않는 가치관을 털어놓자 순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데...
역시 순간적 충동에 의한 범죄, 그러나 그 범죄가 완전 범죄에 가깝게 흘러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동기나 범행 과정에 대해 합리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정말 사소하고 작은 단서에 의해 사건이 해결된다는 점은 마음에 듭니다. 단, 범인이 빠져나가려고 노력했다면 빠져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긴 하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8. 사교계의 야심가
대부호 은행가 스텐틀러는 해디넘경과 어린 시절 기숙 학교에서부터 친분을 유지했던 관계로 서로의 아들 딸이 곧 결혼을 앞둔 사이이기도 하다. 또한 사교계의 정점에 선 인물들만 가입할 수 있는 클럽 가입에 20여년의 세월을 바쳐 결국 딸의 결혼과 클럽 입성이 눈 앞에 보이는, 행복의 정점에 다다랐다고 믿는다. 그러나 해디넘경과의 식사 자리에서 자신의 클럽 가입이 거부되었다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원제는 "신분 상승자의 사건" 정도 될까요? 이 작품에서 귀족들 이야기가 많이 나오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최고위층 인물이라는 것이 독특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너무 뻔해서 조금 실망스러웠어요. "극히 사소한 단서" 라는 전제가 있지만 범인의 아주아주 작은 실수를 통해 드러나는 구조는 이 시리즈 전체에서 너무 많이 반복되는 방식이라 생각되거든요. 별점은 2점입니다.

9. 공처가의 살인
커머튼은 아내 거트루드에게 꽉 잡혀 사는 공처가로 아내와 전혀 다른 타입의 비서 이자벨과 은밀한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그 사실이 들통나고 이자벨에게도 많은 돈을 요구받게 되자 그녀를 살해한 뒤 그 사실을 아내에게 털어놓는다.
이 작품은 그간 보아왔던 "미궁과" 시리즈의 전형을 답습하고 있는 작품으로 그다지 좋은 평을 내리기는 어렵네요.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 단서가 너무 뻔할 뿐더러 기존 트릭의 반복일 뿐이었습니다. 평균 이하의 아류작이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10. 장님의 망집
유망한 변호사 로버트는 자신의 변호에 앙심을 품은 여인의 테러로 장님이 되지만 곧바로 성공한 작가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자신의 아내에게 호감을 가진 웨인이라는 인물때문에 자신의 장애를 깨닫게 된 뒤 그를 살해할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역시 비슷한 주제로 비슷하게 써 내려간 전형적 작품. 설정은 두번째 단편 "웃은 부인"의 판박이, 범행 계획 및 실행은 "옥스퍼드 거리의 카우보이", 그리고 해결되는 과정은 "옥스퍼드 거리의 카우보이"와 "사교계의 야심가" 등과 동일합니다. 솔직히 다른 작품으로 보기 힘들 정도에요. 별점은 1.5점입니다.

2006/11/24

퍼니셔 (2004) - 조나단 헨스라이 : 별점 1점


FBI 비밀요원 프랭크 캐슬은 무기 거래상 위장근무 임무를 마지막으로 사랑스런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평범한 삶을 살기로 결심하지만 임무 수행 도중 처치한 범인이 무기 밀매, 검은 돈 세탁에 연루된 조직의 두목 하워드 세인트의 막내아들이었다. 이에 격노한 하워드는 상상을 초월하는 무자비한 방법으로 프랭크와 그의 아내, 아들 등 가족 모두를 몰살시킨다. 그러나 운 좋게도 가까스로 혼자 살아남은 프랭크는 5개월이 지나도록 법과 정의 조차도 돈과 권력을 방패로 삼은 하워드를 처벌할 수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복수를 하기 위해 나서는데...


"퍼니셔"는 마블 코믹스의 장수 캐릭터로 잘 알려진 다크 히어로죠. 미국 만화를 잘 모르는 분들도 옛날 돌프 룬드그렌 주연의 영화로 접해 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나저나 2004년이라는 비교적 최근에 영화가 나왔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케이블 TV에서 방영해 주더군요. 제가 전혀 모를 정도라면 완전히 무시당한, 잊혀진 케이스라 영화가 얼마나 처절하게 망했는지 짐작케 합니다.

뭐 흥행이야 어쨌건 저쨌건, 저는 마블 히어로스 중에서도 퍼니셔는 가장 영화화하기 쉬운 캐릭터라 생각해 왔었습니다. 특수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 보통 사람이라는 점이 일단 그러하고 배트맨처럼 돈으로 처바른 특수장비를 쓰지도 않는, 순전히 자신의 전투 기술만 가지고 싸워 나가는 캐릭터이기 때문이죠. 때문에 어느정도 화려한 액션,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자연스럽게 하게끔 하는 전형적인 권선징악 스토리, 그리고 비교적 잘 알려진 명성 덕분에라도 영화가 기본만 해 주면 이정도로 망하진 않았겠지만, 이 영화는 철저하게 망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누가 봐도 뻔합니다. 한마디로 그 옛날 돌프가 나왔던 영화 보다도 재미가 없고 설득력이 전무하다는 것이죠.

재미없는 이유야 쎄고 쎘지만, 일단 너무나도 잘 알려지고 뻔하디 뻔한 퍼니셔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는데 너무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야기 전개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더라고요. 예를 들면 퍼니셔 프랭크 캐슬이 복수를 위해 자신의 거처에 무기를 장치하고 전투용 자동차를 개조하는 것에 제법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극중에서 프랭크가 1주일을 꼬박 밤새워 제작했다는 전투용 자동차는 영화 안에서 몰고 나간지 두번째 만에 거의 자폭하듯이 아작나고 집안에 숨겨둔 무기는 악당 세인트가 보낸 킬러 "러시아놈" 의 맨 몸 액션에 허무하게 쓸려버립니다. 특히 러시아놈과의 액션씬은 감독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평화롭고 단란한 이웃 친구들의 모습과 병행 편집하는 코미디까지 도입해서 정말 어처구니를 상실케 합니다. 퍼니셔가 몸이 아니라 머리를 쓰는 각본은 솔직히 팬으로서 전혀 이해 되지도 않고 마지막에 단신으로 세인트의 거처를 찾아가 악당들을 쓸어버리는 장면은 통쾌하고 재미나긴 하지만 이렇게 쉽게 쓸어버릴 수 있다면 진작 찾아가지.. 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더군요.
때문에 별점은 1점. 점수를 주는 것은 힘들 정도로 못만든 영화에요.

그래도 저는 옛날 "만화 원작 영화" 비디오 테이프를 수집한 적이 있던 만큼 관심가는 쟝르라 그런대로 재미나게 볼 수 있었습니다. 퍼니셔 역을 맡은 토마스 제인은 크리스토퍼 램버트의 전성기 시절 몸짱 버젼을 보는 듯한 카리스마가 비쥬얼 적으로 뿜어져 나와 꽤 적역이라 생각되었고요. 해골 마크의 현대적 해석도 아주 좋았습니다. 또한 존 트라볼타가 맡은 세인트라는 악당의 묘사도 탁월했고 최강의 적으로 묘사되는 "러시아놈" 역의 프로 레슬러 케빈 내쉬의 모습을 보는 재미 역시 쏠쏠했어요. 왜 망했는지는 수긍이 가지만 최소한 웃고 즐길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돈내고 봤다면 또 모르지만...

PS : 속편을 암시하듯 마지막 장면이 보여지지만 아마... 힘들겠죠?

2006/11/23

A 사이즈 살인사건 - 아토다 다카시 : 별점 3점

북오프에서 구입한 책. 저자 아토다 다카시는 "기묘한 맛" 류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작가죠. 약간 로얄드 달 분위기도 나서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추리물로도 상당히 유명하나 국내에 소개된 것은 없어서 아쉽던 차였는데 우연찮게 북오프에서 발견하여 서슴없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정통 추리 단편집이라는 표지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일어 원서다 보니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네요. 잡은지 1주일만에 겨우 대충이나마 다 읽게 되어 포스팅합니다.

일단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탐정역의 캐릭터로 탐정이 "묘법사"라는 절의 주지승입니다. 즉, 스님 탐정이죠.(만화 "잇큐"도 있지만 워낙 허접한 만화라...) 작중 스님의 말을 빌리자면 "시체 때문에 먹고 사는 직업"이라는 것은 형사- 스님이 똑같다라는 점이 와닿기도 하네요. 어쩐지 "브라운 신부"하고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고요.
하지만 단지 직업이 독특한 것에 그치지않고 작품이 진행되어 나가면서 하나씩 성격과 매력이 드러나는데 세속의 여러 풍습과 문화에 굉장히 밝고 술과 고기도 즐기는 괴승으로 주인공 형사와 바둑을 두며 선문답 형식으로 추리를 전개해 나간다는 설정이 이색적이고 새로왔습니다. 장황하지 않으면서도 작가 특유의 감수성이 잘 살아있는, 유머러스하게 묘사된 성격 역시 딱 제 스타일이더군요. 한마디로 이런 독특한 탐정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아주 매력적이었어요.

이 스님이 바둑친구이자 형사인 사사무라가 미해결 사건을 들고오면 사건 이야기를 듣고 추리하며 바둑을 둔다는,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 스타일 추리물로 추리가 잘 풀리면 바둑이 강해진다는 디테일도 좋고 연재 당시의 계절과 세월의 흐름까지 잘 표현되어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든 부분이고요. 또한 트릭들 역시 본격에 가까운 정통적인 퍼즐 미스터리라 딱 제 취향이었습니다. 트릭에 큰 무리가 없으며 인간 심리를 이용하여 범행이 이루어지는 과정의 재구성도 꽤나 합리적이었고요.

물론 스님이 던지는 질문과 그것을 통해 추리를 이어나가는 과정의 설득력이 약간 떨어진다는 점은 약간 아쉽습니다. 그리고 책 소개에도 나와 있는 선문답으로 추리를 진행한다는 설정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억지스럽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용의자 중 이과대학 출신의 인물은?" 이라는 질문을 "용의자 중 가장 수학을 잘 하는 사람은?" 이라고 물어보는 식이니까요. 너무 추리물에 어울리게 빙빙 꼬아 놓았다라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그래도 대체로 작품 모두가 단편으로는 상당한 수준의 추리적, 이야기적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결론내리자면 아토다 다카시라는 작가의 재발견이랄까요? 기존에 많이 접했던 섬뜩한 느낌의, 또는 기발한 상상력의 중단편보다 저는 이 추리 단편들이 훨씬 마1음에 들었습니다. 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제 허접스러운 일본어 실력으로도 독해가 가능할 정도로 짤막짤막한 대사들로 구성된, 짤막하게 압축된 작품들이라는 것도 좋았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저의 베스트는 트릭이 절묘한 표제작 "A 사이즈 살인사건", 그리고 기묘한 상황과 설득력 있는 트릭이 잘 부합하는 "2LDK 개미지옥" 입니다. 시간이 된다면 한번 번역해보고 싶네요.

그런데 문예춘추사 문고본인데 한자에 독음이 달려 있지 않아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나 지명을 잘 알아보기 힘들더군요. 아쉽...

PS : 무려 24년전에 발간된 책이긴 하지만 단돈 2천원으로 구할 수 있었다는 것이 사실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북오프 만세!)


1. A 사이즈 살인사건 :
호텔 뒷편 저수조에서 젊은 여자의 사체가 발견된다. 인적이 뜸한 곳이며 동기 등을 본다면 여자가 속해 있던 학생 오케스트라 멤버에 의한 살인으로 보이나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는 철벽과도 같은 상태.
표제작으로 사사무라가 묘법사에 바둑을 빙자한 사건 의뢰를 하는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관련된 설명이 조금 길게 실려 있긴 하나 무리없이 깔끔하게 흘러갑니다. 무엇보다도 트릭이 상당한 수준이며 정통적인 방법으로 전개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단, 제목이 내용에 완벽하게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트릭과 별 상관없는 것이라 약간 맥이 빠지긴 합니다. 단편집을 출간하면서 제목을 바꾼 모양인데 원제였던 "A 컵 살인사건" 쪽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어차피 그게 그거지만. 어쨌건 좋은 작품. 별점은 3.5점입니다.

2. 2LDK 개미지옥
신혼부부가 신혼여행에 돌아오는데 모르는 남자가 알몸으로 욕조 안에서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남자는 신혼부부와 일면식도 없는 인물. 대체 왜? 그리고 어떻게 살해 되었는가?
모르는 남자가 집 욕조 안에서 죽어 있다... 기발한 발상으로 시작하나 사건 자체는 합리적으로 풀어나간다는 점이 매력적인 작품. 트릭도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이 남자를 살해하는 과정의 재구성이 정말 딱딱 들어맞거든요. 딱 한가지 문제점이라면 경찰 수사로도 충분한 내용이었다는 것인데 사사무라가 너무 스님에 의존하는 것 같더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3. 구두와 미약과 3인의 여자
한 남자가 독살된 시체로 발견된다. 그는 결혼했지만 3명의 여성과 관계를 맺고 있는 플레이보이. 3명의 여성을 조사하지만 알리바이도 확실하고 동기도 명확하지 않다. 스님은 그 남자의 넥타이와 구두에 주목하는데...
독살 이야기인데 깔끔하게 전개되고 스님의 선문답도 이 작품에서는 그런대로 설득력있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완성도도 높지만 무엇보다도 진상이 정말 의표를 찌르는 것이라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좀 시시한 편이라 약간 소품같은 느낌이 들긴 하더군요. 별점은 2.5점입니다.

4. 이중 인격의 죽음
한 기업 기숙사의 가장파티에 손님으로 참석했던 남자가 창고에서 목을 매단 시체로 발견된다. 자살로 보이지만 사사무라 형사는 자살의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타살이 아닐까 생각하나 유력한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는 철벽. 그는 스님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묘법사로 찾아온다.
자살을 가장한 타살은 살인의 가장 편한 방법이지만 추리소설에서 이러한 방법을 설득력 있게 묘사한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었죠. 이 작품은 그러한 맹점을 잘 파고들은 괜찮은 단편입니다. "가장파티"라는 특정 상황을 이용한 효과적인 트릭으로 보이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5. 맨발로 천국에
한 남자가 맨션에서 투신 자살한다. 그러나 사사무라는 죽은 남자가 구두를 정돈하지 않고 엉망으로 해 놓은 점이 계속 신경이 쓰이는데...
투신 자살할 때 왜 신발을 벗어서 가지런히 해 놓는가? 라는 것을 주제로 쓰여진 작품입니다. 이 명제 자체가 흥미로와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단 트릭이 약간 비현실적이고 스님의 선문답 물음의 하나인 "비와호" 관련 질문은 너무 비약이 심한 것 같아 아쉽더군요. 너무 문답을 어렵게 만들려는 속셈이 빤히 들여다 보인달까요? 그래도 작품은 하나의 단편으로 충분한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6. 고물취향의 사체
골동품 수집이 취미인 한량 대학원생이 자기 방에서 화약으로 머리 반쪽이 날아간 시체로 발견된다. 그러나 폭발을 일으킨 흉기는 없는 상태. 용의자도 애매한 상황에서 사사무라는 다시 묘법사로 찾아가 주지스님에게 사건을 문의하게 된다.
이 단편은 일종의 장치를 이용한 트릭이 등장하는데 장치의 조잡함은 둘째치고서라도 우연(?)에 의지하는 부분이 많아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흉기를 숨기는 방법에 대한 디테일은 좋았지만 사소한 부분으로 추리적으로 다른 작품들에 비한다면 많이 처져 보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7. 벛꽃잎의 미로
황실과 친척관계인 명문집안에 협박장이 날아온다. 대단한 내용은 아니지만 긴장한 경찰은 사사무라를 비롯한 형사들을 수사에 투입한다. 그러나 협박 자체 부터가 애매할 뿐더러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자 사사무라는 주지스님에게 사건을 털어놓고 추리를 부탁한다.
소품입니다. 몇통의 협박장만 가지고 이야기가 이루어지거든요. 그렇지만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봄직한 소재이기에 공감이 많이 가더군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8. 하프-문 살인사건
초등학교 교사가 살해당한다. 그녀는 너무나 형편없는 실력으로 학부모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독신 여성. 사사무라는 결정적 단서가 포착되지 않자 다시 묘법사로 찾아간다.
이 작품은 잘 알려진 트릭이 쓰이고 있는 작품입니다. 때문에 새로운 느낌을 별로 전해주진 않고 오히려 주지스님이 본사로 영전하게 되어 작품이 마무리 되는 시리즈의 최종장적인 설명이 더 중심인 듯 싶네요. 그래도 제목과 내용이 잘 어울리고 전개와 추리의 과정이 깔끔하며 합리적인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06/11/21

죽은자의 거울 - 애거서 크리스티 / 이광용 : 별점 2.5점

죽은자의 거울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광용 옮김/해문출판사


전에 여사님의 모든 단편집을 다 구했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이 작품이 중단편 모음집인줄은 몰랐네요. 늦게서나마 알게되어 구해 읽게 되었습니다만... 옛날에 읽었던 것이군요. 그래도 소장겸 해서 구입하니 뿌듯합니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130여페이지짜리 중편 하나, 100여페이지짜리 중편 하나, 그리고 40여페이지의 단편 하나로 구성되었다는 점입니다. 조금 긴 호흡에서 짤막한 이야기까지 다채롭게 펼쳐져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어요. 이런 구성은 그야말로 입문자 용으로 적당하다 싶네요. 작품이 전부 일정수준 이상이라는 전제가 따르겠지만...

어쨌건 3편의 중단편이 실려있는데 작품별로 평하자면, "죽은자의 거울"은 포와로가 등장하여 약간 맛이 간 귀족 집안 내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해결한다는 전형적인 포와로식 정통 추리물입니다.
자살을 위장한 밀실 트릭의 일종이 사용되는데 밀실 자체는 공간의 특성을 이용한 약간은 반칙적인 트릭이며 완성도도 조금 떨어지는 편이라 그다지 와 닿지 않더군요. 그러나 "소리"를 이용하여 상황을 꿰뚫어보는 전개가 괜찮았습니다. 거울조각을 단서로 하는 추리의 과정도 좋았고요. 그 외 사소하지만 중요한 요소들이 결합되어 이야기가 진행되는 작품 자체는 재미있는 요소가 많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장편으로는 트릭이 조금 맥이 빠질 수 있었을텐데 중편으로 완성되었기 때문에 작품의 질이 한층 높아진 것 같네요. 예전 "패배한 개"는 내용에 비하면 너무 길어서 실망스러웠는데 이 작품은 제 마음에 딱 드는 정도로 간결하면서도 잘 압축된 분량이라 생각됩니다. 적당한 분량을 잘 활용하여 피해자나 주변인물들의 성격과 인간관계를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그려내고 있으며 등장인물도 제법 많고 그 묘사 역시 디테일한 편이고요.
그러나... 트릭의 문제와 마지막의 통속 멜로물같은 전개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범작이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두번째 작품인 "뮤스가의 살인"도 포와로 시리즈입니다. 제프 경감과의 컴비 플레이가 펼쳐지네요. 자살로 위장한 살인사건이라 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이 작품은 위 작품보다 짧은 길이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인지 주요 등장인물은 포와로와 제프 경감을 제외하고는 단 두명입니다. 사실 한명이라고 할 수도 있죠.
그다지 대단한 사건이나 트릭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포와로와 두뇌게임을 펼치는 재미가 대단한 작품으로 이 작품집의 베스트로 꼽고 싶습니다. 포와로 등장 작품 중에서도 상위권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어요. 별점은 3.5점입니다.

마지막 작품 "로도스 섬의 삼각형"은 포와로가 로도스 섬으로 여행가서 겪는 살인사건으로 인간관계의 복잡한 측면 이외의 별다른 점은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40여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의 작품에서 거의 40페이지 되어서야 살인사건이 발생하니 별다른 게 있을래야 있을 수 없죠. 인간관계의 복잡함을 트릭으로 끌고온 기발함은 높이 평가하지만 그 외에는 그닥 건질게 없는 소품이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결론적으로 평균 별점은 2.5점 정도. 이게 정말 마지막 단편집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속이 다 후련합니다. 그나저나... 요새 새로 나오는 최신의 다른 작품들도 빨리 읽어봐야 할텐데 제 취향이 너무 50년대 이전의 복고풍(?) 고전 추리물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큰일이네요. 그래도 좋은 작품을 읽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니까 계속 읽어 나가야죠.

2006/11/19

사랑따윈 필요없어 (2006) - 이철하


귀찮아서 줄거리는 생략하겠습니다. 일본 드라마의 명성도 높고, 문근영양의 영화는 좋아하기에 보게 된 영화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제 기대를 무참하게 짓밟아 버리는군요. 솔직히 영화의 개연성이 너무 떨어질 뿐더러 초중반의 지루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깜빡 졸기까지 했습니다. 과거 "뽕네프의 연인들" 이후 이렇게 오래 졸은 영화는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그거도 그거 나름대로 굉장한 일이지만.

또한 아도니스 클럽의 넘버원 호스트 줄리앙 역의 "김주혁"은 영화의 몰입 자체를 방해할 정도로 미스캐스팅이였고요. 연기 잘하는 배우로 생각해 본적은 없지만 이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캐릭터와 따로 놀아도 되는 겁니까? 제가 보기에는 "프라하의 연인"의 경찰관 캐릭터와 다른 점을 눈꼽만치도 찾기 어렵더군요.

그나마의 흥행 포인트라 할 수 있는 문근영의 성인연기, 특히 "안녕 UFO"의 장님 같지도 않은 고 이은주씨의 연기에 비하면 탁월한 눈뜬 장님 연기는 괜찮았지만 소녀티가 너무 강해서 영화에 몰입하게끔 하는 캐릭터로는 보이지 않아서 역시 미스캐스팅이었다 생각됩니다. 비쥬얼 자체로도 김주혁과 근영양은 삼촌과 조카뻘로 보이는데 이 둘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담아낸다는 것 자체가 무리죠. 무리...

애시당초 콧수염이 28억이나 되는 돈을 한달의 시간 여유를 주고 받아내어야 하는 기본 설정의 설득력 자체가 제로이니 다른 이야기야 무얼 하겠냐만은, 개인적으로는 28억이나 되는 빚을 갚지도 않고 튈려고 한 줄리앙이라는 놈은 죽어도 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가 주는 교훈은 "사람은 빚지고는 두다리 뻗고 못잔다" 정도? 아, 호스트가 인간 쓰레기라는 교훈도 전해주긴 하군요. 그 외의 부분은 정말 너무나도 설득력이 떨어져 황당할 지경이었습니다. 요새 TV 시트콤도 차라리 이거보다는 이야기 전개가 납득이 가는 수준이라 생각될 정도로요.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이라는 신인 감독의 화면 구성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화면이 예쁘다고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죠. 무엇보다도 원작이 있는데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이렇게 나온 점에 있어서는 감독이 반성해야죠. 관객은 봉이 아니거든요. 뭐 이변이 없다면 두번째 작품을 대형 제작사의 대형 작품을 찍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일정도로 흥행에 참패하고 있는 듯 하지만요. 토요일 저녁에 반도 차지 않는 극장은 정말 오랫만이었습니다.

원작 드라마는 보지 못했지만 최소한 호흡이 더 긴 만큼 보다 설득력있게 전개되었을 것 같아서 차라리 원작을 다시 구해볼까 생각중입니다. 너무 실망이 커서 과연 구해보게 될지는 미지수네요.

하여간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후진 영화라 감히 평할 수 있겠습니다. "일본 침몰"은 특촬이라도 볼만했지 이건 뭐...

PS 1 : 근영양 팬이 아니라면 볼 이유가 전혀, 단 하나도 없는 영화입니다. 근영양 팬이라도 아마 화가 나실 테고요.
PS 2 : 주인공의 저택 셋트와 도지원의 연기는 그나마 건질만 한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2006/11/12

북오프 방문기

한국 1호점이 생긴지는 꽤 되었지만 못 가보다가 오늘 일요일이기도 하고, 할인행사 이야기도 들어서 가보게 되었습니다.

첫 인상은 일본 직영점이 맞구나 하는 생각. 점원도 일본인이지만 손님도 일본인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안에만 있으면 흡사 도쿄 시내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더군요.

책들은 구색을 그런대로 갖추어는 놓았지만 그다지 특별히 땡기거나 괜찮아 보이는 책은 많지 않았습니다. 만화는 정말 너무 뻔한 작품들만 있어서 실망스럽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문고판이 더 많았으면 했는데 문고판 보다는 일반 코믹스가 훨씬 많아서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솔직히 만화만 사러 간다면 구태여 여기 북오프에 올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래도 어쨌건 호시사토 모치루의 "오무라이스" 4권을 일단 1000원에 겟! 한국판으로 1~3권은 구했는데 4권을 못구했던 차에 눈에 띄여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소설로 넘어갔는데 하야카와 미스테리 문고같은 문고본은 거의 없고 거의 일본 작가 추리물로 가득해서 그다지 눈에 띄는 작품은 없었습니다. 아카가와 지로와 니시무라 교타로 책이 2/3는 되는 듯 하더군요. 장편을 고르고 싶기도 하지만 일어 실력이 너무 딸려서 장편은 선뜻 손대기가 어려워 포기하고 주로 단편집 위주로만 찾아 보아서 더더욱 손이 가는 책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고르고 골라 몇권 샀는데 제일 먼저 고른 것은 "와트슨 박사의 미발표 수기"라는 거창한 부제를 달고 있는 셜록 홈즈 모작 "셜록 홈즈의 굉장한 모험"이라는 니콜라스 메이야의 단편집입니다. 원제는 "7퍼센트 용액" 이군요. 홈즈 관련 모작을 저도 요새 쓰고 있기도 하고 뒷표지 작품 소개를 보니 실존인물인 지그문트 프로이드까지 등장하는 등 왠지 재미있어 보였거든요.

그리고 고른 것은 아토다 다카시의 정통 추리 단편집인 "A 사이즈 살인사건" 입니다. 그동안 아토다 다카시는 "Y의 거리"에서와 같이 섬뜩한 느낌을 주는 단편을 많이 접해 보았지만 정통 추리물까지 썼는지는 몰랐는데 의외더군요. 좋아하는 작가라 무지 반갑기도 했고요. 맨 앞의 표제작만 우선 읽어 보았는데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물로 꽤 괜찮은 수준의 트릭과 내용을 보여주어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탐정역이 "스님" 이라는 것이 독특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제목이 왜 "A 사이즈 살인사건" 인지는 그다지 명쾌하지는 않습니다만...

마지막으로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페르시야 고양이의 수수께끼"라는 이른바 "국명 시리즈" 단편집 한권을 집어들었습니다. 전에 읽었던 "러시아 홍차의 비밀" 과 같은 국명 시리즈의 하나인데 그런데로 읽을 만 했었거든요. 이 책은 충동구매한 느낌이 강하지만요.

그 외에 구입할까 말까 망설였던 것은 헨리 슬레셔의 "괴도 루비의 모험"이라는 단편집인데 뒤의 요약을 보니 정통 추리물은 아닌 듯 해서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꽤 호기심이 가는 작품이라 다음에 혹 방문할 기회가 되면 다시 고민해 봐야겠네요.

전체적으로 일본 북오프 왠만한 매장보다 작은 규모에 책들도 그닥 땡기는 작품들이 없어서 좀 실망하기는 했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렇게 구입해도 전부 만원이 안되니 상당히 기분이 좋더군요. 원서를 읽으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그 덕에 당분간 책 살 일은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어차피 헌책방 나들이를 즐기는 제 취향에 딱 맞는 서점이긴 합니다. 가끔 간다면 오늘처럼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가끔 시간날때 들려 봐야 겠습니다.

2006/11/11

G Star 2006 참관기

회사 업무 관련해서 어제 G Star에 가 보았습니다.

정말 여러 레이싱걸들이 총 출동한 듯한 현장 자체는 일단 볼만하더군요. 사진은 워낙 전문적으로 찍으시는 분들이 많았으니 패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게임은 뒷전이고 사진 촬영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그다지 좋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대체 무엇을 위한 쇼인지 잘 모를 정도로 모델들과 촬영하는 분들의 압박이 심했달까요? 모델들은 좋았었지만요.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래도 게임 이야기를 한다면, 인상적이었거나 기억에 남는 작품만 써 보겠습니다.

나름 대작이라는 엔씨의 아이온부터. 완전 WOW의 표절같은 비쥬얼과 UI 등으로 무장해서 저에게 실망만 안겨주었습니다. 등에 날개달린 캐릭터로 차별화를 주려고 했다면 대 실수죠. 제 생각에 엔씨가 미래를 걸만한 게임성은 전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한빛의 "헬게이트-런던" 은 꽤 재미있어 보이더군요. 분위기있는 비쥬얼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임을 해 보진 않아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독특한 느낌을 주는 것이 그런대로 성공 가능성을 예감케 했습니다.
웹젠의 "헉슬리"는 FPS와 MMORPG를 합쳤다는데 나름 괜찮더군요. 완성된 버젼을 플레이 해 보고 싶어질 정도였거든요. 그러나 "일기당천"은 전혀 제 취향이 아닌듯 했습니다. (출품된 모든 삼국지 게임이 마찬가지였습니다)
JCE의 "에어로너츠"는 아케이드성이 강한 게임 플레이 화면이 신선해서 좋았고요. 역시 게임을 해보진 않아서 게임성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기 힘들지만...
넥슨은 정말 엄청난 크기의 부스를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재미있게 즐기거나 지켜볼만한 게임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쿵파"도 그냥 그랬고 "킥 오프" 역시 그다지 와 닿지 않더군요. 다른 게임 역시 다 비슷비슷한 게임들이어서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먹히지 않을까 싶었던 게임은 "SD 건담 캡슐 파이터". 캡슐 시스템도 좋았지만 게임도 빨리 빨리 진행되면서 상성이나 무기 등에 대한 표현이 재미있고 비쥬얼도 괜찮아서 충분히 본전은 하리라 예상되더군요. 그리고 굉장히 독특한, 야마카시를 소재로 한 "Free Jack" 이던가? 하여간 이 게임도 제법 괜찮아 보였습니다.

한바퀴 돌고 나니 부스걸이 게임보다 더 튀는 이상한 모양새라 아쉬움이 많지만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WOW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은 대부분의 MMORPG는 안습일 뿐이었습니다. 대체 개발비를 어디다 쓰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거든요. 내년 행사에서는 보다 혁신적이고 새로운 게임이 많이 등장하기를 바라겠습니다.

2006/11/09

니콜라 테슬라 - 신과학 총서 4 - 마가렛 체니 / 이경복

니콜라 테슬라
마가렛 체니 지음, 이경복 옮김/양문


"프레스티지"를 보고 다시 필이 와서 잡게 된 니콜라 테슬라의 전기입니다.

유고슬라비아에서 성직자의 아들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간 뒤 교류 발전기를 개발하고 이후 여러가지 프로젝트의 실패로 좌절을 겪다가 쓸쓸한 만년을 보내는 그의 출생에서부터 사망때까지의 일대기를 3자의 시선으로 여러가지 자료를 모아서 디테일하게 서술한 책으로, 한 천재 과학자의 일생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가져다 줍니다.

그러나 이 책의 매력 포인트는 뭐니뭐니 해도 테슬라라는 천재이기도 하고 광인이기도 한 독특한 캐릭터가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 있는 점과 그가 고안하고 발명했던 여러가지 발명품들에 대한 서술이겠죠. 그가 예견한, 혹은 거의 "개발이 완료" 되었다라고 한 것 중에서 시대를 거의 100여년 앞서간 것은 로봇, 휴대전화, 해수차 발전소, VTOL-비행체, 인터넷 등 한두개가 아니기에 놀랄 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자면 그가 새롭게 설계한, 기존 모든 동력기관의 단점을 해소한 "테슬라 터빈" 같은 경우에는 출력과 효율이 놀라운 기기였지만 당시의 야금술로 엔진의 열을 견디는 재질을 구현할 수 없어서 얼마 전에야 다시 개발이 진행되어 대단한 성과를 보여준다고 하니 정말 기가 막힌 일이죠.

또 다른 포인트의 하나인 그의 광기에 대한 묘사 역시 자세합니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동그란 물체"에 대한 공포심과 유명한 결벽증 같은 것은 제가 보기에는 분명 정신분열증에 가까운 모습이었고 당대 사람들에게 보여진 이미지 역시 그러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신문등을 통해 실감나게, 때론 과장되게 그려진 그의 모습이 현대 여러 컨텐츠에서 접할 수 있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전형을 제시하고 많은 영감을 준 것은 분명하겠죠.

그 외에도 다른 천재인 에디슨, 그리고 테슬라 스스로 "멍청이"라고 이야기했던 마르코니와의 분쟁같은 소소한 이야기들도 흥미진진합니다.

여러가지 발명품은 당시 시대를 너무나 초월했기에 당대의 인정을 받기 힘들었다는 천재의 불우한 삶이야 워낙 많은 인물들에게서 보여지는 부분이지만 테슬라는 천재성의 결과물이 누가 보아도 확연한, 현재까지도 테슬라가 보여준 그 현상을 규명하지 못한 것이 있다고 할 정도로 대단한 업적이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지 않고 잊혀졌다는 것이 놀랍더군요. 물론 테슬라 본인이 특허 관리를 좀 애매하게 했고 투자를 위해 사기(?)도 좀 치긴 했지만 납득되기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아마 말년에 점점 더 정신분열증(?)이 심해졌기 때문이겠지만요.

어쨌건 무척 재미있는 독서였습니다. 한 광기어린 천재의 일대기일 뿐만 아니라 당시 시대를 반영하는 디테일이 잘 살아있는, 전기문학이지만 읽는 재미 하나는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나저나... 이 책 역시나 재미, 그 외 여러가지 부분에 있어서 정말로 탁월한 책인데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왠지 테슬라 본인과 비슷하네요

2006/11/05

프레스티지(Prestige) - 크리스토퍼 놀란 (2006)

19세기 말 영국 런던의 두 마법사, "그레이트 단톤" 앤지어와 "교수" 보든은 과거 수행시절 보든의 실수로 인해 앤지어의 아내가 사망한 사고 이후 서로 원수가 된다. 서로의 마술쇼를 훼방놓으며 대결하던 중 보든이 새로 개발한 "순간 이동" 마술의 비법을 파헤치지 못한 앤지어는 마술 장치 개발자 커터의 도움으로 다른 방식으로 보다 화려한 순간이동 마술을 선보이지만 보든의 계략으로 쇼가 실패한 뒤 보든을 협박하여 그의 비법의 단서를 찾게 되어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 콜로라도에서 천재 과학자 테슬라를 만나 보든의 마술 장치를 재현해 줄 것을 요청한 앤지어.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보든에게 농락당한 것을 알게된 앤지어는 좌절하게 되는데....

두 마술사의 잔혹하며 처절한, 어떻게 본다면 유치하기까지한 대결을 그리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 대결의 핵심이 서로의 "마술"의 트릭(여기서는 비법)을 밝혀 나가는 과정인데 이 과정이 워낙 흥미진진하면서도 나름 짜임새 있는 복선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상당히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좀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메멘토"의 감독답게 시간축을 교묘하게 흔들어서 관객을 몰입시키고, 마술사들이 각각 서로에게 한방 먹는 장면을 임팩트 있게 보여주는, 그래서 뻔한 이야기를 복잡하면서도 색다르게 만드는 편집이 탁월했습니다. 둘 사이의 두뇌게임 역시 치밀하고요.

상영시간도 제법 긴 편이지만 편집의 묘를 잘 살린 덕분에 호흡이 딱딱 맞아 떨어지고 긴장을 조이고 푸는 맛이 뛰어났습니다. 비쥬얼 적으로도 당시의 고풍스러운 시대상황을 잘 살리면서도 마술쇼의 화려함을 여과없이 보여주도록 촬영되어서 시각적으로 풍성한 느낌을 전해 주고요. 마술 소도구와 여러 "비법" 들에 대한 묘사 역시 재미가 넘칩니다.

캐스팅도 완벽해서 보든 역의 크리스챤 베일은 예의 사악하면서도 냉정한 연기를 잘 보여주고 있고 마이클 케인의 묵직한 연기도 좋습니다. 단 휴 잭맨의 앤지어 연기는 좋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울버린 느낌이 지워지지 않아서 약간 아쉽더군요. 아울러 스칼렛 요한슨은 정말 조연 2 정도의 비중이라 왜 포스터 한 가운데에 떡하니 나와 있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습니다. 요한슨 팬이라면 실망하실수도....

마술의 트릭을 밝히는 과정 역시 뒷부분에서 관객이 거진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이면서 제대로 단서를 전해주는 추리의 묘가 잘 살아있어서 트릭 자체는 좀 허황되긴 하지만 추리 스릴러 물로서의 가치 역시 높은 편입니다. 반전의 맛도 약간 있고요. 물론 정통파는 아니라 약간 사도에 가까와서 취향을 좀 탈 수는 있겠지만요.

마지막 장면에서 수조들을 불빛이 관통해서 안에 들어있는 엔지어의 시체를 전부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쿵 들긴 했지만 나머지 부분은 제가 보기에는 그다지 흠 잡을데 없는, 전체적으로 크게 무리없는, 잘 만든 영화라 생각됩니다. 원작 소설을 한번 읽어보고 싶어질 정도로요. 책을 사기는 좀 부담되니 집에 있는 니콜라 테슬라 전기나 일단 다시 읽어봐야 겠네요.

2006/11/03

한달에 나는 책을 몇권 정도 읽나...

금주의 테마라는 것은 적어본 적이 한번도 없는데 이번에는 저도 호기심이 가는 주제군요.

10월에는 14권을 읽었지만 블로그를 기준으로 평균을 내어본다면, 블로그를 이글루스에 오픈한지 거의 3년 정도 되었는데 포스팅 한 책이 추리물 221권 + 기타 쟝르 38권 + 역사관련 19권 + 전쟁관련 8권 + 전공 관련 17 + 기타 독서 34권 이니 337권. 읽었지만 귀찮거나 별로 쓸만한 내용이 없어 포스팅 하지 않는 비율이 30% 정도였다고 한다면 대충 100여권이니 437권.

같은 기간동안 더 많이 구입하고, 더 많이 읽은 것이 분명한 만화를 제외한 순수 책만을 가지고 산출한 숫자인데 3일에 한권 정도 수준이니 한달에 10여권 정도 읽는 것 같네요. 이 정도면 나름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 치고는 제법 많이 읽는 편이라 생각됩니다만... 어디가서 당당하게 취미가 "독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보다 자세하게 포스팅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빼먹은게 많아 자세한 파악이 어려운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테마, 읽은 책은 어디서 구했느냐는 당연히 대부분은 제가 사거나 형이 사서 집에 있는 책으로 2/3 이상이 새 책을 구입한 것입니다. 3년여를 통한 기간동안 구입한 책이니 금전적 부담이 크지는 않지만 대부분 쌓아놓고 있는 형편이라 점점 책이 증식해 나가는 것이 단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 몇번의 이사 와중에 많이 버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역시 저희집에서는 이삿짐 중에서 상당히 비중이 큰 것이 바로 책입니다.

이렇게 많이 사고, 쌓아두어 집에서 한소리 듣기도 하지만 저는 책이 무척 좋습니다. 내용을 떠나서 책꽃이에 가지런히 꽃혀있는 것만 보아도 흐뭇해 질 정도로요.

언젠가 결혼해서 애를 낳으면 저희 아버지가 했던 것 처럼 서점에 데리고 가서 책을 골라주고 싶습니다.

한달에 책을 몇 권 정도 읽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