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자의 거울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광용 옮김/해문출판사 |
전에 여사님의 모든 단편집을 다 구했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이 작품이 중단편 모음집인줄은 몰랐네요. 늦게서나마 알게되어 구해 읽게 되었습니다만... 옛날에 읽었던 것이군요. 그래도 소장겸 해서 구입하니 뿌듯합니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130여페이지짜리 중편 하나, 100여페이지짜리 중편 하나, 그리고 40여페이지의 단편 하나로 구성되었다는 점입니다. 조금 긴 호흡에서 짤막한 이야기까지 다채롭게 펼쳐져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어요. 이런 구성은 그야말로 입문자 용으로 적당하다 싶네요. 작품이 전부 일정수준 이상이라는 전제가 따르겠지만...
어쨌건 3편의 중단편이 실려있는데 작품별로 평하자면, "죽은자의 거울"은 포와로가 등장하여 약간 맛이 간 귀족 집안 내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해결한다는 전형적인 포와로식 정통 추리물입니다.
자살을 위장한 밀실 트릭의 일종이 사용되는데 밀실 자체는 공간의 특성을 이용한 약간은 반칙적인 트릭이며 완성도도 조금 떨어지는 편이라 그다지 와 닿지 않더군요. 그러나 "소리"를 이용하여 상황을 꿰뚫어보는 전개가 괜찮았습니다. 거울조각을 단서로 하는 추리의 과정도 좋았고요. 그 외 사소하지만 중요한 요소들이 결합되어 이야기가 진행되는 작품 자체는 재미있는 요소가 많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장편으로는 트릭이 조금 맥이 빠질 수 있었을텐데 중편으로 완성되었기 때문에 작품의 질이 한층 높아진 것 같네요. 예전 "패배한 개"는 내용에 비하면 너무 길어서 실망스러웠는데 이 작품은 제 마음에 딱 드는 정도로 간결하면서도 잘 압축된 분량이라 생각됩니다. 적당한 분량을 잘 활용하여 피해자나 주변인물들의 성격과 인간관계를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그려내고 있으며 등장인물도 제법 많고 그 묘사 역시 디테일한 편이고요.
그러나... 트릭의 문제와 마지막의 통속 멜로물같은 전개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범작이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두번째 작품인 "뮤스가의 살인"도 포와로 시리즈입니다. 제프 경감과의 컴비 플레이가 펼쳐지네요. 자살로 위장한 살인사건이라 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이 작품은 위 작품보다 짧은 길이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인지 주요 등장인물은 포와로와 제프 경감을 제외하고는 단 두명입니다. 사실 한명이라고 할 수도 있죠.
그다지 대단한 사건이나 트릭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포와로와 두뇌게임을 펼치는 재미가 대단한 작품으로 이 작품집의 베스트로 꼽고 싶습니다. 포와로 등장 작품 중에서도 상위권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어요. 별점은 3.5점입니다.
마지막 작품 "로도스 섬의 삼각형"은 포와로가 로도스 섬으로 여행가서 겪는 살인사건으로 인간관계의 복잡한 측면 이외의 별다른 점은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40여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의 작품에서 거의 40페이지 되어서야 살인사건이 발생하니 별다른 게 있을래야 있을 수 없죠. 인간관계의 복잡함을 트릭으로 끌고온 기발함은 높이 평가하지만 그 외에는 그닥 건질게 없는 소품이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결론적으로 평균 별점은 2.5점 정도. 이게 정말 마지막 단편집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속이 다 후련합니다. 그나저나... 요새 새로 나오는 최신의 다른 작품들도 빨리 읽어봐야 할텐데 제 취향이 너무 50년대 이전의 복고풍(?) 고전 추리물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큰일이네요. 그래도 좋은 작품을 읽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니까 계속 읽어 나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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