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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5

프레스티지(Prestige) - 크리스토퍼 놀란 (2006) : 별점 4점

19세기 말 영국 런던의 두 마법사, "그레이트 단톤" 앤지어와 "교수" 보든은 과거 수행시절 보든의 실수로 인해 앤지어의 아내가 죽은 뒤 원수 사이가 되었다. 서로의 마술쇼를 훼방놓으며 대결하던 중, 앤지어는 보든이 새로 개발한 "순간 이동" 마술의 비법을 파헤치지 못하자 마술 장치 개발자 커터의 도움으로 보다 화려한 순간이동 마술을 선보였다.

그러나 보든의 계략으로 쇼가 실패한 뒤, 보든을 협박하여 그의 비법의 단서를 찾은 앤지어는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 콜로라도에서 천재 과학자 테슬라를 만나 보든의 마술 장치를 재현해 줄 것을 부탁한 앤지어.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보든의 계략이었다는걸 알게된 앤지어는 좌절하고 마는데.... 

두 마술사의 잔혹하며 처절한, 어떻게 본다면 유치하기까지한 대결을 그리고 있는 영화입니다. 대결의 핵심은 서로의 "마술"의 트릭(여기서는 비법)을 밝혀 나가는 것이고요. 그런데 이 트릭을 밝히려는 대결이 워낙 흥미진진했고, 짜임새 있는 복선으로 전개되어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좀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메멘토"의 감독답게 시간축을 교묘하게 흔들어서 관객을 몰입시킵니다. 아울러 마술사들이 각각 서로에게 한방 먹는 장면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그래서 뻔한 이야기를 복잡하면서도 색다르게 만드는 편집도 탁월했습니다. 상영시간도 제법 긴데 이렇게 편집의 묘를 잘 살린 덕분에 호흡이 딱딱 맞아 떨어지며, 긴장을 조이고 푸는 맛도 빼어납니다.

둘 사이의 두뇌게임도 치밀했고, 마술의 트릭을 밝히는 과정 역시 뒷부분에서 관객이 거진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이면서 제대로 단서를 전달해줄 정도로 추리의 묘가 잘 살아있습니다. 그래서 트릭은 좀 허황되지만, 추리 스릴러 물로서의 가치도 높은 편이에요. 반전의 맛도 살아있고요. 물론 정통파는 아니라 약간 사도에 가까와서 취향을 좀 탈 수는 있겠습니다만...

시각적으로도 당시의 고풍스러운 시대상황을 잘 살리면서도 마술쇼의 화려함을 여과없이 보여주도록 촬영되어서 풍성합니다. 마술 소도구와 여러 "비법" 들에 대한 묘사 역시 재미가 넘치고요. 캐스팅도 완벽해서 보든 역의 크리스챤 베일은 예의 사악하면서도 냉정한 연기를 잘 보여주며, 마이클 케인의 묵직한 연기도 좋습니다. 단 휴 잭맨의 앤지어 연기는 좋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울버린 느낌이 지워지지 않아서 약간 아쉽더군요. 아울러 스칼렛 요한슨은 정말 조연 2 정도의 비중이라 왜 포스터 한 가운데에 떡하니 나와 있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습니다. 요한슨 팬이라면 실망하실수도....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수조들을 불빛이 관통해서 안에 들어있는 엔지어의 시체를 전부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쿵 들긴 했습니다. 

그래도 나머지 부분은 제가 보기에는 그다지 흠 잡을데 없는, 전체적으로 크게 무리없는, 잘 만든 영화입니다. 원작 소설을 한번 읽어보고 싶어질 정도로요. 책을 사기는 좀 부담되니 집에 있는 니콜라 테슬라 전기나 일단 다시 읽어봐야 겠네요. 제 별점은 4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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