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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3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 키르케의 마녀(2026) - 무라세 슈코: 별점 2점

전작에 이은 "섬광의 하사웨이"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넷플릭스로 감상하였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3D와 2D의 조화입니다. 예전에 "원더풀 데이즈"에서 느꼈던 묘한 결합이 훨씬 완성도 높은 형태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특히 케네스 대령이 기지 내부를 이동할 때 카메라가 복도를 따라 함께 움직이는 장면은 핸드헬드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따라가는 실제 영화 촬영과 다를 바 없더군요. 이런 방식이 애니메이션의 미래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용도 별다른 드라마는 없지만 꽤 재미있습니다. 평범한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연출 솜씨가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하사웨이가 캐리아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장면은 멜로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어요. 이런 연출에는 적절한 음악 사용도 한 몫 단단히 합니다. 특히 엔딩의 "Sweet child O'mine"은 감동적이기까지 했습니다. 건담에서 건즈 노래를 듣게 되다니!
"역습의 샤아"를 새로운 작화로 그려내어 하사웨이의 붕괴된 정신 상태를 드러내는 후반부 연출도 볼거리고요.

하지만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굉장히 많은 사전 학습이 필요한 탓입니다. 저만해도 우주세기를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역습의 샤아"도 보았지만, 하사웨이가 왜 마프티에 가담했고 어떻게 조직의 리더이자 에이스가 되었는지는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 영화에서 제대로 설명되지도 않고요. 심지어 이야기의 핵심 설정조차도 설명이 불친절합니다. 애들레이드에서 무슨 회의가 열리는지, 마프티가 왜 목숨을 걸고 이를 막으려 하는지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거든요.

인물 설정과 묘사도 아쉽습니다. 주인공 하사웨이 노아가 대표적입니다. 테러리스트 조직의 리더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나약하고 여자에게 휘둘리는 모습이 많습니다. 카리스마도 부족하고 파일럿으로서의 실력이 특별히 부각되지도 않고요. 물론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아무로, 카미유도 미성숙한 인물들이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자의로 전쟁에 뛰어들었다고 보기 힘든 어린이들이었습니다. 이미 성인이고, 스스로 책임을 지고 테러에 뛰어든 하사웨이와는 입장이 전혀 다르지요. 솔직히 왜 하사웨이가 주인공인지 의문입니다. 

기기 안달루시아와의 관계 역시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아무래도 운에 기대고 싶은 군대 지휘관 케네스가 그녀의 신묘한 능력에 매료되는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사웨이가 캐리아와의 관계까지 끝내가면서 그녀에게 빠져드는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너무 어리다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1년 전쟁에서 이미 오랜 시간이 흐른 시대인데도 최첨단 병기를 여전히 소년들이 맡고 있다는 설정은 말도 안되지요. 일본 거대 로봇 애니메이션의 고질적인 문제인데, 이제 시대가 변한 만큼 어른들이 등장할 때가 되었습니다.

앞서의 단점은 설정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시한 액션입니다. 크시 건담의 거대한 체급을 생각하면 미사일과 빔 위주의 원거리 전투가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거대 로봇 애니메이션에서 기대하는 육중한 격투전의 재미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영상, 연출은 마음에 들고 건담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겠지만, 대부분의 일반 관객에게는 애매함이 더 큰 작품입니다. 건담 팬에게만 추천드립니다.

2026/09/20

쉘터(2026) - 릭 로만 워: 별점 1.5점

마이클 메이슨은 외딴 섬 등대에서 10년 동안 숨어살았다. MI6 요원 시절,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한 생명을 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물자를 보급해주던 옛 전우가 갑작스러운 태풍으로 죽고, 함께 있던 전우의 조카 딸 제시는 구했지만 부상이 심했다. 메이슨은 제시를 위해 약을 사러 나섰지만, 국가 감시 시스템에 의해 위치와 정체가 드러나고 마는데...

제이슨 스타뎀이 주연을 맡은 장편 액션 영화입니다. 넷플릭스에서 잠깐이나마 순위에 올랐길래 감상하였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시간 낭비였습니다. 설정부터 전개까지 지나치게 뻔한 탓이 큽니다. 어린 소녀를 지키는 전직 특수 요원이라는 수없이 반복된 공식을 답습할 뿐이거든요. 새로운 요소는 거의 없어요. 게다가 10년 동안 정체를 숨기며 살아온 인물이 도시로 나가면서 얼굴조차 제대로 가리지 않는 등 설정도 허술합니다. 결말 역시 소녀를 안전한 곳으로 보낸 뒤 계속 지켜본다는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마무리되고요.

MI6 국장이 자기 명령을 듣지 않고 사라진 요원에게 10년 넘게 앙심을 품고 있다는 설정도 유치하기 짝이 없으며, 그나마 기대할 만했던 액션도 실망스럽습니다. 제이슨 스타뎀 특유의 격투는 많지 않고 상대하는 적들도 대부분 조무래기에 가깝습니다. 규모도 작아 1급 액션 영화라기보다는 소규모 독립 영화 같은 인상까지 줍니다. 몇몇 포스터에서 강조된 쇠사슬 역시 마지막 격투에서 잠깐 등장할 뿐이라 과대 포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뻔한 이야기와 허술한 설정, 느린 전개에 기대 이하의 액션까지 겹친 망작입니다. 구태여 찾아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26/09/06

캐리온(Carry-On)(2024) - 자움 콜렛 세라: 별점 2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찰이 되려던 꿈을 포기하고 공항 보안검색요원으로 일하던 이던은 정체불명의 이어폰을 전달받았다. 이어폰 속 남자는 특정 가방을 검사하지 말고 통과시키라며, 거부하면 공항에 있는 여자친구 노라를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이던은 어쩔 수 없이 지시를 따르면서도 이를 막기 위해 발버둥쳤지만, 공항 경찰 라이오넬과 상사 필까지 살해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가방 안에 있던 러시아제 독가스를 이용한 테러를 막기 위해 이던은 비행기 화물칸에 몰래 탑승하는데...

넷플릭스 제작 영화로 2년 전 작품입니다. 전개가 긴장감이 넘쳐서 나름대로 흥미롭게 볼 수 있습니다. 이던에게 쉴 틈 없이 위기가 닥치고, 하나를 해결하는가 싶으면 곧바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덕분입니다. 이던을 협박하고 조롱하는 테러범과 어떻게든 그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이던의 두뇌싸움, 밀땅도 잘 그려져 있고요.

액션 연출에서도 신선함이 눈에 띕니다. 대표적인 장면은 경찰 엘레나가 CIA 요원으로 위장한 테러범 일당과 자동차 안에서 격투를 벌이는 부분입니다. 좁은 차량 안의 싸움을 독특한 촬영과 카메라 워크로 보여줘 인상적이었습니다.

폐쇄된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공항'을 무대로, 일반 승객들은 잘 모르는 여러 장소를 보여주는 부분들도 좋습니다. 화물을 분류하고 이동하는 지하 공간처럼요. 마지막 화물칸에서의 승부에서, 일종의 '냉장고'를 이용하여 테러범과 세금을 그 안에 집어 넣고 밀봉한다는 장면도 괜찮았습니다. 이 역시 일반 승객들은 잘 모르는 부분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이야기가 너무 헛점이 믾아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범인들의 동기부터 말이 되지 않습니다. 테러범은 특정 국회의원을 러시아 독가스로 살해해서 테러 배후가 러시아인 것처럼 꾸미고, 이를 계기로 군비 증강을 유도해 군수 산업이 이익을 얻도록 만드는게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면 애초에 이런 비행기 밀반입은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공항 안에서 독가스를 퍼트려도 되니까요.

보안요원 한 명을 협박해서 독가스를 밀반입한다는 계획도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이던이 처음부터 농담이나 단순 협박으로 생각하고 경찰에 신고했다면 계획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공항에서 노라를 언제든 저격할 수 있다는 협박을 그대로 믿는다는걸 납득하기도 어렵고요.

이 정도 규모의 테러를 준비하면서 핵심 가담자가 사실상 두 명 뿐이라는 설정도 빈약합니다. 공항 내부를 파악하고 보안요원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면서 독가스까지 반입하는 계획에 비하면 조직의 규모가 지나치게 작습니다.

캐스팅도 아쉽습니다. 가족과 직장생활에 치여 열정을 잃어버린 30대 남성을 연기하기에 태런 에저튼은 너무 어려 보였습니다. 액션을 펼치기에도 다소 왜소한 체격이 개인적으로는 거슬렸어요.

그나 제이슨 베이트먼이 연기한 테러범은 괜찮았습니다. 이어폰 너머에서 차분하게 이던을 협박하고 조롱하는 모습이 효과적이었고, 두 사람의 심리전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테러범의 연기와 역할 만으로는 평범한 할리우드 액션 스릴러를 넘어서기는 역부족인 결과물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특별히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2026/08/22

스파이더 맨 브랜드 뉴 데이(2026) - 데스틴 대니얼 크레턴: 별점 4점

지금 최고 흥행작이죠. 마블 영화에 대한 관심은 최근 많이 식었지만, 그래도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OTT를 통해 빼놓지 않고 챙겨봤는데(왜 리뷰가 없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이번 작품은 오랫만에 극장에서 관람했습니다.

가장 돋보인 건 액션입니다. 화끈하고 속도감 넘칩니다. 특히 초반의 1인칭 시점 질주, 활강 장면은 이전 "스파이더맨"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연출이라 신선했습니다. 드라마와 액션의 조화도 적절해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아이디어도 좋습니다. 진 그레이가 점프하듯 다른 사람의 육체를 강탈하는 시퀀스가 대표적입니다. CG가 필요없는 아날로그적인 촬영으로 슈퍼 히어로의 능력을 구현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탄탄한 이야기도 마음에 듭니다. 진 그레이가 벌이는 일종의 테러에는 V-Max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등장하지요. 이는 나중에 진이 갇혀 있던 연구소 천장에 설치된 에어컨 브랜드에서 유래되었다는게 밝혀지면서, 진의 언니 세라가 연구소에 감금되어 생체 실험을 당했다는 과거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별 의미 없어 보였던 단서가 진상을 밝히는 열쇠가 되고, 동시에 진 그레이의 행동에 설득력을 더해 주는 구성인데 아주 훌륭해요. 복선을 제시하고 회수하는 과정도 깔끔하고요.

중반에 진이 MJ의 육체를 강탈했지만, MJ인 척 피터 파커를 속이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지극히 뻔하고 유치한 설정인줄 알았는데, 이 역시 진의 농간이었다는게 드러나면서 그녀의 가공할 능력을 관객에게 제대로 각인시켜 주거든요. 

블랙 위도우와 헐크 등 다른 마블 히어로들의 등장도 반갑습니다. 여러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도 이야기가 산만해지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퍼니셔와 스파이더맨의 조합이 의외로 재미있더군요. 액션 스타일만 놓고 보면 잘 어울리는 콤비는 아니지만, 상극인 두 사람의 티키타카가 의외로 잘 맞습니다. 피터 파커가 필요한 장비를 이야기할 때마다 퍼니셔가 모두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 등 개그 장면들이 아주 발군이에요.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피터 파커가 MJ를 잊지 못한 채 4년이나 홀로 지내며 괴로워한다는 설정은 별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21세기 MZ 세대의 젊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MJ 역의 젠데이야가 그 정도로 설득력 있는 외모를 갖췄는지도 개인적으로는 의문이고요.

마지막 절정부도 조금 아쉽습니다. 영화의 중심이 강력한 슈퍼 빌런과의 대결보다는 피터 파커 내면의 사투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마지막을 장식할 만한 화려한 액션 대결이 없습니다. 핸즈와의 대결이 있기는 하지만 애초에 스파이더맨이 질 것 같지 않은 상대라 긴장감은 떨어집니다.

그리고 단점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마블 영화와 세계관을 잘 알고 있지 않으면 100% 즐기는데는 무리가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화끈한 액션과 신선한 아이디어, 적절한 유머에 잘 짜인 이야기를 갖춘 좋은 작품입니다. 

2026/08/16

채권추심원(2026) - 수라퐁 플런상: 별점 2점

눔은 과거 피도 눈물도 없는 사채업자의 채권 추심원으로 악명을 떨쳤다. 그러나 채권 추심 중 벌어진 살인 사건으로 10년 동안 복역했고, 출소 후 뇌종양으로 시한부 선고까지 받았다. 그러나 조용히 살아가던 눔이 알고 지내던 노점상인 할머니와 손녀가 사채업자 포에게 잔혹하게 당한 뒤 눔은 포를 죽일 결심을 하는데...

넷플릭스로 감상한 태국산 액션 영화입니다.

이야기는 뻔합니다. "아저씨"를 비롯한 여러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잘 알지도 못했던 소녀를 위해 남자가 목숨을 걸고 복수한다는 이야기의 변주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물론 익숙한 이야기를 사용했다는걸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뻔한 이야기라도 복수의 과정과 액션을 얼마나 멋지고 처절하게 보여주느냐가 더 중요하니까요.

문제는 정작 그 액션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좋게 보면 실제 싸움에 가까운 실전 액션이지만, 나쁘게 보면 동네 막싸움처럼 보여서 영 폼이 나지 않습니다. 눔이 전문 킬러나 특수부대 출신이 아니라 전직 채권 추심원인 만큼 엄청난 전투 능력을 보여줄 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복수극의 핵심 볼거리라고 할 만한 장면은 필요했습니다. 아무리 현실적인 액션을 추구했다고 해도 영화적인 쾌감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었어요.

악당 포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눔과 마지막까지 맞서야 하는 인물인데 무력이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고, 비주얼에서도 위압감이 부족합니다. 주인공의 복수가 강렬하게 느껴지려면 그만큼 상대하는 악당도 강력해야 하는데, 최종 보스라고 하기에는 기생 오래비 느낌이라서 여러모로 격이 떨어집니다. 눔의 액션과 포의 존재감이 모두 약하다 보니 절정부의 액션도 시시하고요.

불필요한 설정도 많습니다. 눔이 뇌종양 때문에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설정이 대표적입니다. 눔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경찰인 콩이 빚더미에 올라앉았다는 설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콩은 그냥 정의로운 경찰로 설정하고, 상관의 비밀 지령을 받아 수사하다가 그 상관이 실제로는 악당 포의 끄나풀이라는 사실을 알아내는 정도로 이야기를 끌고 갔어도 충분했을 것입니다. 여러 사정을 추가하다 보니 인물은 복잡해졌지만 그만큼 이야기가 풍성해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처음 접해 본 태국 영화인데 생각보다 굉장히 만듦새가 좋다는 점에는 크게 놀랐습니다. 연출은 물론 촬영과 편집, 음악까지 어느 하나 크게 빠지는 부분이 없는 웰메이드 영화더라고요.

하지만 여러모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전체적인 만듦새는 좋지만 액션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까지 뻔한데 액션의 쾌감도 부족하다 보니 추천하기는 어렵네요.

2026/08/09

와일드 씽 (2026) - 손재곤: 별점 3점

20년 전,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가 불가리아 국민 가요 표절 의혹으로 몰락했던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의 리더 황현우는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이 거의 끝난 상태였다. 하지만 엑스포 유치 기념 콘서트에 재결성 라이브 공연을 제안 받은 뒤, 재기를 위해 옛 멤버들을 모아 공연에 나섰다. 하지만 공연장으로 향하다가 20년 전, 정산도 하지 않고 도주했던 전 소속사 사장 박용구를 우연히 만난 뒤 모든게 꼬여만 가는데...

"달콤, 살벌한 연인"으로 좋은 인상을 잠겼던 손재곤 감독의 최신작 코미디 영화입니다.

가장 큰 장점은 깔끔한 이야기 전개입니다. 러닝타임은 길지 않지만 사건이 계속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마지막에 변도미가 다시 합류하지 않고 최성곤이 새로운 멤버가 되는 결말도 합리적이고요.

등장인물 모두의 목적과 동기도 분명하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공연에 대한 트라이앵글 멤버들과 최성곤의 집념, 이들을 살인범으로 오해한 경찰들의 추격, 죽은 척하며 상황을 이용하는 박용구, 소심한 복수를 꿈꾸는 나태풍까지 모두 황당한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손재곤 감독 영화답게 신파에 기대지 않는 점도 마음에 드네요.

극 중 '트라이앵글'의 전성기 무대와 음악 역시 1990년대와 2000년대 가요를 기억하는 저에게는 아주 반가왔던 점입니다. 최성곤의 활약도 눈부셔요. 등장할 때마다 분위기를 살리는 최고의 신 스틸러로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고, CF까지 찍은게 당연하다 싶을 정도에요.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변도미가 공연에 합류하는 과정이 조금 매끄럽지 못한 점, 그리고 공연에서 PD가 멤버들 합류가 늦어지자 대타를 고민하며 전전긍긍하는 장면 정도입니다. 앞 순서 가수들이 한 곡씩만 더 불렀어도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었을텐데 말이지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오락 영화로서는 아주 만족스러웠어요.웃음과 추격, 대 소동과 음악이 적절히 어우러져 끝까지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더운 여름, 가볍게 즐기기에 문제없는 추천작입니다.

2026/07/26

비키퍼(2024) - 데이비드 에이어 : 별점 2점

양봉꾼 애덤 클레이는 친절했던 이웃 엘로이즈가 보이스 피싱 조직에게 전재산을 잃고 자살하자 복수에 나섰다. 그는 원래 초법적인 해결사 집단 '비키퍼'의 에이전트였기에,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여 피싱 조직을 분쇄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피싱 조직의 우두머리 데릭 댄포스는 미국 대통령의 아들이었고, 데릭은 어머니의 경호 조직을 최대한 활용하여 숨어버리는데...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 제이슨 스타뎀이 주연을 맡은, 요새는 너무 흔해진 '은퇴한 중노년 전문 요원의 복수극'입니다. 

하지만 다른 유사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액션을 선보이는게 차이점입니다. 제이슨 스타뎀이 50대 후반이기는 하지만, 중년을 넘어 이제는 노년에 가까운 키아누 리브스, 리암 리슨, 덴젤 워싱턴보다는 훨씬 쌩쌩한 덕분입니다. 

물론 전성기처럼 날아다니는 모습은 없지만 보스턴 나인스타 빌딩에서 FBI SWAT 팀이 지키고 있는 입구를 아무런 장비 없이 홀로 돌파하는 장면, 용병들을 엘리베이터 안으로 몰아넣은 뒤 한꺼번에 처치하는 장면처럼 지형 지물과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는 신선하면서도 시원한 액션을 선보입니다.

빌런인 댄포스가 개발했다는 자금 흐름 추적 알고리즘도 흥미로운 설정입니다. '유산을 상속할 대상이 없는 고인의 자금'을 빼돌린다는 아이디어는 한 편이 범죄 스릴러로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어 보였습니다. 살짝 지나치기는 아쉬웠어요.

그러나 아무리 액션 중심 영화라 하더라도 이야기의 설득력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애덤 클레이가 복수에 나서는 계기는 서사가 충분하지 않아 공감할 수 없었고, 아무리 비키퍼가 법 위에서 움직이는 초법적 조직이라고 해도 대통령 별장에 암살을 목적으로 침입한 인물을 그대로 방관한다는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대통령 별장에 쳐들어와서 경호원들을 학살하고 대통령 아들까지 죽인 인물을 그냥 놔 둘리가 있겠습니까?

마지막 절정부의 대통령 별장에서의 액션은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미국 대통령 경호 조직이 수수깡에 지나지 않는 탓입니다. 애덤이 아무리 초월적인 존재라 하더라도, 상황이 너무 비현실적이에요. 도가 지나쳤어요.

댄포스의 알고리즘과 그 뒤에 숨은 음모 역시 거창한 설정을 끝까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 마무리되는데, 차라리 단순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배후 정도로 그리는게 더 깔끔했을 겁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완성도가 높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아무 생각 없이 1시간 30분 정도를 흘려보내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합니다.

2026/06/28

트리플 프런티어 (2019) - J.C. 챈더 : 별점 2.5점

포프는 자신이 노리던 마약왕 로레아의 현금 은닉처를 알아낸 뒤, 이를 털기 위해 과거의 전우들을 불러 모았다. 작전은 성공했지만 지나치게 많은 돈으로 헬기가 추락해 버렸고, 이들은 육로로 돈을 옮겨야 했다. 이 과정에서 리더였던 톰이 전사하고 마는데...

넷플릭스로 감상한 영화입니다. 액션 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돈 앞에서 인간이 어디까지 흔들리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 성격이 더 강하더군요. 처음에는 나름대로 명분과 원칙이 있었지만 점점 살인 강도와 같은 범죄로 변해 가는 과정이 잘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손을 댄 덕분이겠지요? 전장을 떠나 평범하게 살던 인물들이 다시 위험한 작전에 뛰어드는 과정의 빌드업도 좋고, 제목처럼 여러 '경계'(예를 들어 돈이냐, 인간성을 지키느냐)를 사이에 둔 딜레마도 설득력있게 표현되고요.

액션도 이런 드라마적인 성격에 맞춰 현실적인 편입니다. 작전은 계속 틀어지고, 예상하지 못한 변수도 계속 생기거든요. 톰을 죽인 인물이 로레아의 부하가 아니라, 톰이 죽였던 마을 주민의 가족이었다는 점도 이 영화의 방향과 잘 맞아 떨어졌어요. 마지막에 현금을 다시 찾으러 갈지도 모른다는 여운을 남기는 것도 괜찮았어요.

하지만 재미 측면에서는 영 아쉽습니다. 액션부터 장르적인 쾌감을 느끼기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범죄 작전물로의 재미도 별로입니다. 작전도 부실한데다가 주인공들의 전문가답지 않은 판단도 많이 거슬리는 탓입니다. 예를 들어 헬기에서 옮길 수 있는 무게가 문제였다면, 돈을 일부 숨겨 두고 옮길 수 있는 만큼만 가져가면 되었겠지요.
마지막 보트 탈출 장면에서 상대가 죽이려 드는데도 갑자기 총을 쏘지 않겠다는 태도 역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단순히 돈을 옮기려는게 목적이었다면, 사람을 죽이는건 살인 강도와 다름이 없다는건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마지막 탈출은 톰의 시신을 가족에게 전해주어야 한다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공격해 오는 적은 해치워도 문제가 없지 않았을까요?

그 외에도 톰이 초반에는 안전과 작전을 중시하다가, 돈 앞에서 갑자기 무너지는 변화가 너무 급작스러운 등 거슬리는 부분이 제법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그냥저냥한 평작 정도였습니다. 액션이나 드라마 둘 중 하나에 좀 더 집중했더라면 좋았을 겁니다.

2026/06/20

케이트 (2021) - 세드릭 니콜라스-트로얀 : 별점 1.5점

어린 시절부터 킬러로 키워진 케이트는 일본 야쿠자 두목 키지마 암살에 실패한 뒤, 치명적인 독을 먹었다. 딱 하루의 생명이 남은 상황에서, 케이트는 자신에게 독을 먹인 사람을 찾아 복수하기 위해 나섰다. 알고보니 이는 키지마의 자리를 노리는 렌지의 음모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액션 영화입니다. 요새 운동할 때 액션 영화만 찾아 본 탓인지,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작으로 표시되었길래 보게 되었네요.

케이트가 키지마의 행방을 쫓는 초, 중반부에서 펼쳐지는 액션들은 볼 만합니다. 도쿄가 무대이기 때문인지 총기 액션보다는 몸과 몸이 부딪히고, 칼부림이 난무하는 날것 액션이 중심인데 여성 주연 액션물치고는 속도감과 타격감이 괜찮은 편입니다. 타격, 단검, 총기, 자동차 추격전 등 액션의 종류도 다양하고요. 이를 처절하게 펼쳐내는 케이트 역의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캐스팅도 괜찮습니다. 비교적 큰 체구가 묵직함을 살려주거든요. 덕분에 중반부까지는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아 소녀를 데려다가 킬러로 키운 스승과 소녀 킬러라는 설정, 스승이 결국 제자를 배신했다는 전개, 냉혹한 킬러가 어린 소녀와 우정을 나누며 변한다는 흐름 등 의외성이라고 찾아보기 힘든 지극히 뻔한 설정 투성이인데다가 케이트와 애니의 교감은 진부하고 설득력도 부족합니다. 애니 입장에서 케이트는 처음부터 자신을 위협한 인물입니다. 그런 상대와 한두 시간 함께 있었다고 해서 깊은 감정의 교류가 생긴다?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애니가 케이트에게 동경심 정도를 품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영화가 보여주려는 감정적 유대감을 느끼는 단계까지 나아가기에는 과정이 너무 빈약합니다.

음모의 구조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베릭이 렌지와 손을 잡고 키지마를 제거하려 했다고 해도, 키지마 암살이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렌지가 케이트를 독살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베릭 역시 렌지와 손을 잡고 무엇을 얻으려 했는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는 어린 시절부터 키운 귀한 킬러만 잃은 셈이에요. 만약 베릭이 렌지의 독살 계획을 알았다면 렌지를 제거하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고, 몰랐다면 케이트의 복수 대상이 베릭으로 향하는 것도 애매해집니다. 적어도 베릭이 직접 독살을 지시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이는 복수극에서 가장 중요한 복수의 대상을 불명확하게 만듭니다. 케이트가 렌지를 증오하는건 이해할 수 있지만, 베릭이 최종적으로 단죄해야 할 대상이라는건 설명이 빈약하니까요. 

제일 큰 문제는 절정부입니다. 키지마와 손을 잡고 렌지의 본거지로 쳐들어가는 후반부는 앞서 보여준 장점마저 제대로 이어받지 못합니다. 초중반의 화려하고 거친 액션은 찾아보기 어렵고, 긴장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키지마와 렌지의 검술 대결은 뜬금없고, 케이트와 베릭의 일기토 역시 기대에 비해 허무합니다. 특히 케이트에게 총 한 발 맞고 죽어버리는 베릭의 최후는 최악에 가깝습니다. 우디 해럴슨이라는 배우를 기용해 놓고 이렇게 소모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액션 장면만 놓고 보면 어느 정도 볼거리는 있지만 한 편의 영화로 성립하는 이야기를 갖추지 못한 망작입니다. 굳이 본다면 액션 장면만 모아보는 쪽을 추천드립니다.

2026/06/06

리스타트 (Boss Level) (2021) - 조 캐너한 : 별점 2점

전직 특수부대원 로이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정체불명의 암살자들에게 쫓기고, 죽은 뒤 다시 같은 날 아침으로 돌아오는 현상에 직면했다. 전처 젬마가 개발한 장치 때문이라는걸 알아낸 로이는, 젬마를 상관 벤터로부터 구하고 루프와 지구 파멸을 끝내기 위해 노력하는데...

하루가 반복된다는 루프물 영화는 많습니다. 얼마 전에도 "소스 코드"를 보았었지요. 

뻔한 설정이지만 이 영화만의 큰 특징은 있습니다. 반복되는 하루를 끊임없는 액션의 무대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도 비슷하지만, 이 영화는 현재 시점을 무대로 복선과 음모는 거의 없이 시종일관 액션으로만 밀어붙인다는게 차이점이에요. 맨손 격투와 총격전은 물론이고, 맨몸 스턴트, 자동차 추격, 검술 액션까지 그야말로 생각할 수 있는 액션은 다  등장합니다. 주인공 로이가 자신을 노리는 암살자들과 악당들을 해치우기 위해 죽어가면서 공략법을 익히고 결국 그들을 극복해 나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선보이는 프랭크 그릴로의 외모는 그야말로 완벽합니다. 촬영도 화끈하며 적절한 유머와 합도 좋고요.

일종의 게임같은 '공략' 세계관은 전체 전개에서도 일관되게 선보입니다. 루프가 계속되면 세계가 붕괴하기 때문에, 로이는 살아남거나 악당들을 없애는 대신 잠시 다른 선택을 합니다.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던 아들과 마지막 하루를 보내기로요. 그런데 로이는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자신이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던 전처 젬마가 그날 아침까지는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깨달은 로이는 다시 하루를 공략하는데, 이번에는 단순히 적들을 처리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젬마를 최대한 빠르게 구해내야 한다는 조건이 붙거든요. 이렇게 단계별로 공략이 진행되며 단서와 조건이 추가된다는 점에서 원제 "Boss Level"은 그야말로 딱 들어맞습니다.

또 아예 복선과 음모가 없지도 않습니다. 로이가 암살자들에게 쉽게 추격당한 이유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전날 치위생사를 만났는데, 그때 치료받은 이빨에 추적 장치가 부착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대단히 놀라운 반전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액션 중심 영화에서 제법 흥미로운 요소로는 괜찮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아주 잘 만든 영화라고 하기는 좀 부족합니다. 우선 앞서 액션으로 밀어붙인다고 했는데, 암살자들 개개인과의 대결이 대부분이라서 규모가 많이 작습니다. 루프물답게 반복되는 장면도 많고요. 

또 중반부에서 아들 조와의 관계를 드러내는 부분은 조금 거슬립니다. 영화 전체가 쉴 새 없이 액션을 몰아치다가 갑자기 멈추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장면이 후반부 선택과 연결되기는 하지만, 화끈하게 달리던 액션 영화로서의 기세를 잡아먹는건 사실이에요.

배우들의 활용도 아쉽습니다. 프랭크 그릴로를 제외한 다른 배우들은 이름값에 비해 크게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특히 멜 깁슨은 악역으로 등장하지만 별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합니다. 왕년의 대배우가 이렇게 몰락했나 싶은 안타까운 마음만 들 정도였어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설정의 신선함보다는 액션의 물량과 속도로 밀어붙이는 킬링타임용 루프물입니다. 저는 운동할 때 감상했는데 적당했어요.

2026/05/09

정점 APEX (2026) - 발타사르 코르마우퀴르 : 별점 2점

사샤는 파트너를 잃고 깊은 상심에 빠졌다. 그녀가 무리하게 암벽 등반을 진행했던 탓이었다. 사샤는 슬픔을 잊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오지를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인마 벤을 만나 쫓기게 되는데...

샤를리즈 테론과 태런 에저튼이 주연을 맡았고, 호주의 거친 오지를 배경으로 인간 사냥의 표적이 된 주인공과 사냥꾼의 추격전을 그린 최신 서바이벌 액션 영화입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했습니다.

샤를리즈 테론과 태런 에저튼의 연기가 돋보입니다. 두 배우 모두 뻔한 캐릭터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노력하거든요. 덕분에 사냥감과 사냥꾼이라는 단순한 관계가 그런대로 볼 만해집니다. 추격전도 나름대로 두뇌를 쓰는 부분은 괜찮습니다. 초반부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샤를 낚는 장면처럼요.

호주 오지의 풍광을 활용한 장면들도 나쁘지 않습니다. 인간의 체력과 판단력이 한계까지 시험받는데, 워낙 대자연이 압도적으로 묘사되어 화면상으로 제법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중반부까지는 어느 정도 긴장감을 느끼며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오지에 사람을 사냥하는 미치광이 살인마가 있고, 주인공이 그에게 쫓기며 살아남아야 한다는 설정이 지나치게 뻔한 탓이 큽니다. 사샤가 등산과 서바이벌에 능한 전문가라는 설정도 훨씬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야 했는데, 영화는 그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단순한 도주와 추격으로 채울 뿐입니다. 사샤가 지형과 등반 기술을 이용해 벤과 치열하게 맞서는 장면이 더 많았어야 했습니다.

뒤로 갈수록 긴장감과 재미도 떨어집니다. 초반에는 압도적인 자연환경과 인간 사냥이라는 설정이 결합하면서 어느 정도 몰입하게 만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해지며 액션도 별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결정적 도주 장면의 설득력이 너무 부족해요. 귀를 물어뜯어 위기를 벗어난다는 것은 기대에 비해 너무 시시했습니다.

게다가 이어지는 결말은 아쉬움의 '정점'을 찍습니다. 다리를 다친 벤이 자기 목숨을 순순히 사샤에게 거는 듯한 선택을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지금까지 사람을 사냥해온 인물이라면 더 집요하고 교활한 방식으로 마지막 승부를 걸었어야 했습니다. 마지막 장면 때문에 이도 저도 아닌 찌질한 악당으로 전락해버리고 맙니다.

여기에는 살인마 벤에게서 미친 사냥꾼의 압도적 카리스마를 느끼기 힘들다는 이유도 한몫 단단히 합니다. 벤 역을 맡은 태런 에저튼의 연기가 아무리 좋아도, 어린아이 같은 인상과 왜소해 보이는 체격을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이 역으로 마동석이 할리우드 데뷔를 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좋고, 시작 부분의 등반 장면과 호주 오지의 풍광을 살린 서바이벌 장면들은 중반부까지 볼 만합니다. 하지만 설정이 뻔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지며, 사샤의 전문가적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단점 때문에 감점합니다. 비슷한 장르를 많이 본 관객에게는 새롭거나 강렬한 인상을 주기 어려운 그냥저냥한 킬링타임용 액션 영화예요. 굳이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2026/05/02

귀공자 (2023) - 박훈정 : 별점 2.5점

코피노 마르코는 아버지가 자신을 찾는다는 말을 듣고 한국으로 향했다. 그런 마르코를 뒤쫓는 의문의 남자, 자칭 "친구"에 의해 아버지의 부하들은 모두 죽었다. 마르코는 우여곡절 끝에 의붓형을 만났지만, 의붓형 한이사는 마르코가 아버지에게 심장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곧바로 수술이 시작되었지만 수술실에 '친구'가 나타나 마르코를 구해주는데...

박훈정 감독의 액션 영화입니다. 최근에는 미중년 액션물을 많이 보았는데, 생생한 젊은 남자가 펼치는 무쌍 액션물은 오랫만이네요. 그런데 이 젊은 남자, '친구'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마르코에게 자기는 "친구!"라며 살갑게 굴다가도 순식간에 사람을 죽이는, 엄청난 실력을 가진 프로 해결사라는 모순적인 인물을 잘 그려낸 덕분입니다. 명품 정장을 걸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혹한 살육을 벌인다는 모순도 그럴듯하게 표현됩니다. 여기에는 '친구'역을 맡은 김선호의 연기와 매력이 한 몫 단단히 하고요. 그야말로 혼자서 영화를 끌고 갑니다.

김강우가 연기한 한이사도 빌런으로는 나쁘지 않습니다. 돈과 상속이 전부인 잔혹한 속물 재벌 2세라는 인물상을 설득력 있게 연기하고 있거든요. 그리 깊이 있는 악역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뻔하지만, 장르 영화 속 빌런으로는 충분한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액션도 괜찮습니다. 합도 잘 맞고, 장면의 동선도 지루하지 않게 짜여 있기 때문입니다. 박훈정 감독 특유의 잔혹한 분위기도 잘 살아 있어서 총격전, 맨손 격투, 자동차 추격 등 종류도 다양한데 뭐 하나 처지지 않습니다.
이 중에서 '친구'가 마르코를 쫓는 추격전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죽이려는 사람과 도망치는 사람의 관계가 아니라, 장난이 많이 포함된 애매함이 독특했어요. 이 과정에서 '친구'의 엄청난 신체 능력도 튀지 않게 선보여서 마음에 듭니다.

각본이 중요한 영화는 아니지만 여러 설정을 적절히 잘 써먹는 것도 눈에 띕니다. '친구' 역시 코피노 출신이라는 설정이 대표적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필리핀어로 정보를 주는 장면으로 잘 이어지는 식으로요. 덕분에 마르코를 이용해 돈 벌 생각만 있어 보였던 '친구'가 사실은 마르코의 편이었다는 결말도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핵심 설정이 너무 말이 안 된다는 문제는 큽니다. 아버지가 죽으면 상속에서 지기 때문에 심장 이식 수술을 시켜야 한다는 상황은 그럴듯합니다. 문제는 그 심장 제공자가 반드시 사생아인 마르코여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에요. 이 일을 위해 쓴 돈만 당장 천만 달러 규모이고, 그 과정에서 죽은 사람도 수십 명입니다. 그 정도 비용과 희생을 감수할 수 있다면, 마르코 한 명에게 매달리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충분히 심장을 구할 수 있었을 겁니다. 최소한 유전적인 조건이나 특수한 의학적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 필요했어요.

액션은 앞서 말했듯 좋지만, 김선호가 연기한 '친구'의 무력이 너무 압도적이라서 조금 시시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악당들은 수수깡과 다름이 없으니까요. 그에게 맞설 수 있는 빌런이 한 명 정도는 나와주었어야 했습니다. '친구'가 나타나면 만사형통이라, 강한 캐릭터를 보는 재미는 있지만 위기감은 약합니다.
여기서 마르코의 활용도 아쉽습니다. 초반에 꽤 괜찮은 실력을 가진 복서로 등장해서 당연히 그의 복싱 실력이 후반부 어떤 식으로든 쓰일 것이라 기대하게 만드는데, 이야기 내내 마르코는 쫓기고, 얻어맞고, 도망치는 역할에 머뭅니다. 이럴 거라면 왜 굳이 복서라는 설정을 길게 보여주었는지 모르겠네요.

마지막 장면에서 한이사가 '친구'를 그냥 보내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도 남습니다. '친구'가 거래를 깨고 그들을 죽인 뒤 마르코를 구해주었을까요?

그래도 흥행에 실패할 정도의 망작은 아닙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이야기의 짜임새를 중요하게 보는 관객이라면 아쉬움이 크겠지만, 최소한 김선호의 연기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액션도 좋고요. 속편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2026/04/26

존 윅 4 (2023) - 채드 스타헬스키 : 별점 3점

최고 회의의 그라몽 후작이 직접 존 윅을 처단하기 위해 나섰다. 존 윅의 친구 케인이 후작의 하수인으로 직접 나섰고, 그는 존 윅을 보호하던 또 다른 친구 코지마저 죽였다. 존 윅은 살아남아 자유를 얻기 위해 후작에게 결투를 신청하는데...

존 윅 시리즈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입니다. 넷플릭스로 감상했습니다. 

시리즈 장편답게 독립적인 에피소드라기보다는 앞선 세 편에서 쌓아 온 존 윅에 대한 설정과 서사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종결부 성격이 강합니다.

그래서 당연하겠지만 액션은 정말 최고입니다. 더 기대할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을 보여주네요. 몇몇 장면이 특히 인상적인데, 첫 번째는 베를린 시퀀스에서 존과 독일 지부 수장 킬라 하르칸의 격돌 장면입니다. 현란한 네온 조명에서 춤추는 군중 사이로 처절한 격투가 어우러지는 몽환적인 연출이 돋보입니다. "발레리나"의 첫 액션 시퀀스가 노렸던게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싶군요. 

결투 직전 파리에서 펼쳐지는 '사냥' 장면은 더욱 대단합니다. 존은 결투에 참가하기 위해 자신을 노리는 킬러들을 상대로 개선문 로터리의 자동차 지옥을 통과하고,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가 다시 기어오르며 끝없이 몰려드는 적들을 상대하는데 그 쾌감이 장난이 아니에요. 무엇보다도 이 장면에서 등장하는, 건물 내부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길게 이어지는 총격전은 역대급입니다. 카메라가 인물 위를 부유하듯 이동하면서도 동선이 흐트러지지 않고, 각 방을 돌파하는 리듬과 총기 화력의 변화가 롱 테이크를 통해 합을 맞추며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게임과 홍콩식 총격 액션, 현대 스턴트 설계가 한 장면 안에서 결합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어요.

등장 인물들도 좋습니다. 케인은 견자단의 존재감만으로도 강함에 대한 충분한 설득력을 보여줍니다. 젊은 킬러 노바디도 애견인 킬러라는 설정과 가방을 활용한 독특한 액션이 시선을 사로잡고요. 빌런 킬라 하르칸의 거구, 그라몽 후작의 뺀질거리면서도 잔혹한 모습도 잘 어울립니다.

그러나 시리즈가 길어지면서 생겨난, 설정 놀이가 지나치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결국 결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면, 존이 그토록 긴 시간 동안 싸운 이유가 무엇인지 하는 의문이 남네요. 후작이 윈스턴의 호텔을 파괴하고 샤롱을 죽이는 선택 역시 이유도 알 수 없는 비효율적인 행동이었고요.
마지막 결투도 여러모로 석연치 않습니다. 승패가 후작이나 존 윅이 죽어야 갈리는 거라면, 처음에 후작을 쏴 버리고 끝내면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초반 오사카 파트는 완전히 억지였습니다. 존이 일본에 가서 서사적으로 얻는게 전무한 탓입니다. 오히려 결과적으로는 친구 코지만 죽게 만들었을 뿐이지요.
코지도 의리는 멋지지만 액션이 영 별로라 실망스러웠습니다. 총격전 중심 세계관에 활과 수리검을 들고 나오는 행동도 영문을 모르겠고요. 감독이 와패니즈일 거라는 강한 의심만 듭니다. 

그래도 어차피 이야기가 중요한 영화는 아니지요. 중요한건 압도적인 액션인데, 액션만큼은 충분히 기대에 값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26/04/11

더 하드웨이 (2019) - 키오니 왁스먼 : 별점 1점

넷플릭스를 통해 찾아 감상한 B급 액션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딱 한 가지였습니다. 런닝머신을 뛰면서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아드레날린을 분출하게 만드는 영화일 것이라 생각하고 골랐습니다. 그런데 제 예상보다도 훨씬 엉망인 한심한 망작이더군요. 아드레날린이 아니라 분노가 분출될 지경이었습니다.

B급 영화에서 각본까지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테니, 각본에 대해서는 굳이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액션은 처참함을 넘어서 황당할 지경입니다. 가장 볼 만한 액션이 초반에 존이 자신의 가게에 쳐들어온 양아치들을 참교육하는 장면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지요.
악당 토로의 조직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절정부 역시 문제입니다. 맨몸 액션을 기대했는데 총질만 해 댈 뿐이고, 중화기로 무장한 조직원들이 권총 하나만 든 존에게 쓸려 나가는 모습은 어이가 없었습니다.

토로의 정체가 옛 전우 브리그스였다는 반전도 대단치 않습니다. 브리그스 역을 맡은 배우가 옛 UFC 챔피언 랜디 커투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배우를 캐스팅해 비중 있게 출연시키면서 제대로 된 액션 신을 하나도 보여주지 않을 리가 없으니,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토로의 정체는 너무나 뻔했습니다.
존과 브리그스의 마지막 일기토에서는 맨몸 격투가 나오기는 합니다. 하지만 정작 영화에 등장한 맨몸 격투 중에서는 가장 별로였습니다. 랜디 커투어가 나이가 든 탓인지 움직임이 상당히 느리고, 그렇다고 화려한 기술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어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이런 영화가 수백만 달러를 들여 제작되었다는게 신기하네요. 최근 본 그 어떤 컨텐츠도 비교될 수 없을 정도의 망작입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2026/04/04

리미트리스 (2011) - 닐 버거 : 별점 3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디 모라는 한물간 작가이자 삶이 완전히 무너진 남자로 소설 계약은 사실상 진전이 없고, 연인 린디와의 관계도 파탄 직전이며, 생활은 무기력과 자기혐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에디에게 우연히 만난 전처의 남동생 버논이 NZT라는 정체불명의 약을 건네 주었다. 약을 복용한 에디는 마치 잠들어 있던 뇌의 모든 영역이 깨어난 것처럼 엄청난 집중력과 기억력, 사고력, 판단력을 발휘하여 책 한 권을 몇 시간 만에 흡수하고, 과거에 스쳐 지나가듯 듣거나 본 정보들까지 완벽하게 재구성하며, 사람의 표정과 말투, 공간의 분위기까지 계산해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에디는 이 능력을 이용해 며칠 만에 원고를 완성하고, 외모와 말투까지 완전히 달라진 채 새로운 인간으로 변신했다. 약효는 떨어졌지만, 살해당한 버논의 집에서 찾아낸 대량의 약을 계속 복용하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한 그는, 결국 재계의 거물 칼 밴 룬의 눈에 들어 거대한 합병을 주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 누군가 약을 빼돌렸고, 이전에 약을 건네주었던 사채업자 겐나디의 습격으로 위험에 빠지게 되는데..

2011년, 무려 15년이나 전에 발표되었던 스릴러 영화입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했습니다. 

무능하고 무기력한 인물이 우연한 계기로 특별한 힘을 얻고, 그 힘을 발판으로 성공의 정점까지 치솟는 구조는 이미 여러 작품에서 반복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에디 모라가 약물의 힘으로 얻은 정보 습득력과 판단력, 자기 연출 능력, 대화 기술, 순발력 같은 요소들을 성공 과정에서 적절하게 묘사하여 상당히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는 점이 차이점입니다.
브래들리 쿠퍼의 캐스팅도 정말 적절합니다. 초반의 방구석 폐인 같은 초라함에서, 중반 이후 모든 상황을 장악하는 매혹적인 성공가의 모습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매우 자연스럽고도 강렬합니다. 영화 대부분을 사실상 혼자 끌고 가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여기에 로버트 드 니로가 칼 밴 룬 역으로 등장해 영화의 무게 중심을 잡아 주는데, 묵직함 덕분에 영화 전체의 신뢰도가 높아지고요.

NZT가 만능이 아니라는게 드러나면서 시작되는 위기에 대한 설정도 아주 좋습니다. 약효가 떨어질 때마다 극심한 공백과 금단 현상이 찾아오고, 같은 약을 복용한 사람들 상당수가 심각한 후유증을 겪거나 죽음에 이르렀다는 설정인데, 이 설정이 없었다면 이세계 전생물과 다름없는 뻔한 치트 능력물에 지나지 않았을 겁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장면들 - 에디가 엄청난 속도로 질주한 후 기억 단절이 발생하는 장면, 약 없이는 무능했던 자신으로 돌아가는 공포를 그려낸 장면 - 도 좋습니다.

이런 장면들을 위한 촬영과 편집도 빼어납니다. 에디가 NZT를 복용했을 때 세상이 전혀 다른 질감으로 보이는 효과, 화면이 급격히 확장되거나 도시의 거리가 빨려 들어가듯 이어지는 연출, 빛과 색감이 강조되며 감각이 극대화되는 장면들이 대표적입니다.
액션 장면도 많지 않지만 속도감이 있고 긴장감도 충분합니다. 여기에 점프컷과 리듬감 있는 편집이 더해져, 많은 정보를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 안에 효율적으로 전달해 줍니다. 이야기를 설명하는 방식 역시 제법 교묘해서, 전형적이지만 경쾌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교훈극으로 끝나지 않는 결말도 인상적입니다. 보통 이런 류의 영화에서는 약물의 힘으로 성공한 주인공이 결국 대가를 치르고 모든 것을 잃거나,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오면서 겸손한 교훈을 얻는 식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이 작품은 전혀 달라요. 에디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오히려 모든 것을 손에 넣게 되거든요. 그는 사업가로 성공하고, 정치의 영역에까지 발을 들이며, 마지막에는 칼 밴 룬조차 자신보다 아래에 놓인 인물처럼 다룹니다. 심지어 NZT의 능력을 약 없이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이세계 전생물과 다름없는 결말인 셈인데, 이런 류의 장르물에서는 정말이지 처음 봤네요.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특히 약까지 복용했던 겐나디가 궁지에 몰린 에디에게 허무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은 실망스러워요. 긴장감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위협에 비해 마무리가 너무 쉽게 풀려 버린 탓입니다. 약으로 인지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우연이나 기묘한 행운을 이용해 간신히 살아남았더라면 더 강렬했을 텐데 말이지요.
그리고 애초에 에디가 겐나디와 얽히는 과정은 작위적이며, 그 뒤 겐나디 일당을 모두 처리하고도 별다른 뒷문제 없이 빠져나가는 부분도 설명이 부족합니다. NZT를 복용한 사람이 에디만이 아닌데, 왜 유독 그만 후유증을 통제하고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요. 러닝타임이 길지 않은 탓에, 이런 구멍들은 그 외에도 제법 눈에 띕니다. 

하지만 단점은 사소합니다. 영화 전체의 속도감도 좋고, 전개와 시각적 완성도가 높은 덕분입니다. 발표 당시 호평이 충분히 이해가 되네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웰 메이드 스릴러 영화를 찾는다면 추천드립니다.

2026/03/22

관상 (2012) - 한재림 : 별점 2점

계유정난에 관상이라는 소재를 결합한 2012년 영화입니다. 당시에는 미처 보지 못했었는데,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유명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답게 배우들의 연기가 가장 눈에 띕니다. 특히 김종서 역의 백윤식과 수양대군 역의 이정재가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두 배우 모두 캐릭터에 완벽하게 어울리며, 등장하는 장면마다 집중도를 끌어올리는 호연을 보여줍니다. 그 외 배우들도 전반적으로 연기와 외모 모두 역할에 잘 맞는 캐스팅이라 어색함 없이 볼 수 있습니다.

전개도 중반까지는 꽤 괜찮습니다. 관상가의 활약을 그린 전반부는 적절한 유머가 더해져 유쾌하고, 김종서 측과 수양대군 측의 지략 대결로 넘어가는 중반부 이후는 잘 만들어진 정치 드라마로 몰입해서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수양대군의 얼굴을 숨기고 관상을 보게 만든 장면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또 10년도 더 전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적인 완성도도 흠잡을 데 없습니다. 촬영이나 미술, 의상, 음악, 소품 등 전반적인 퀄리티가 높아 화면 자체가 안정적으로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관상가 김내경의 아들 진형이 수양대군 측의 계략에 당하고, 이를 계기로 팽헌이 김종서의 계획을 넘겨버리는 시점 이후부터 전개가 급격히 지루해진다는 점입니다. 슬로우모션이 과하게 사용되고, 여러 인물들의 최후를 계속 이어서 보여주는 탓에 극적인 효과가 점점 떨어집니다.
게다가 계유정난의 성공과 김종서의 최후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이를 새롭게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애초에 쉽지 않았을 텐데, 결과적으로는 길게 늘어지면서 지루함만 남는 느낌입니다. 차라리 이 부분을 짧고 강하게 정리하고, 김내경 중심으로 마무리했으면 훨씬 나았을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후반부는 길고 힘이 빠집니다.
영화 설정도 다소 아쉽습니다. 김내경은 자신의 상을 보지 않았던 걸까요? 높은 관직과 부귀영화를 노리다가 아들까지 잃는 운명을 조선 최고의 관상가가 알지 못했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김내경의 아들 진형 역의 이종석은 이 영화에서 거의 유일한 미스캐스팅이라고 느껴집니다. 설정상으로는 연민을 자아내는 어린 소년 같은 이미지가 필요했는데, 배우의 외형이나 분위기가 잘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코믹한 장면에서만 소비된 연홍의 캐릭터도 다소 낭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배우들의 연기와 영화적인 완성도는 뛰어나지만, 후반부 전개는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2026/03/21

발레리나 (2025) - 렌 와이즈먼 : 별점 1.5점

"존 윅" 시리즈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스핀 오프 액션 영화입니다. 

그러나 세계관을 잘 살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컨티넨탈 호텔이나 루스카 로마 같은 익숙한 설정들이 등장하지만, 이미 알려진 장치를 배경처럼 끌어다 쓰는 데 그칠 뿐입니다. 시리즈의 개성을 만들어 주던 설정들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킬러로 길러진 여성이 복수에 나선다는 흔한 설정을 포장하는 장식에 불과해요. 사실 "존 윅" 세계관도 서양 관객들에게는 새로왔을지 모르지만, 일본 만화에서는 흔히 볼 수 있던 설정들일 뿐이기도 하고요.

이야기도 뻔합니다. 강한 조직의 후계자로 죽음에 맞닿아 있는 운명의 소녀가 아버지와 함께 도망치지만 결국 아버지를 잃은 뒤, 다른 조직에 들어가서 실력을 키운 뒤 복수한다는 내용으로 전형적인 무협지 서사인 탓입니다. 마지막 복수의 대상이 할아버지라는 설정조차도요.
이에 대한 이야기 전개도 엉망입니다. 어린 시절 헤어졌던 언니가 갑자기 주인공을 도와주거나, 세력 간 협상을 위해 등장한 존 윅이 어느 순간 그녀의 편에서 싸운다는건 지나치게 편의적인 장치였으니까요.

액션도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원래 "존 윅" 시리즈 역시 액션이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각 작품마다 적어도 하나쯤은 관객에게 강하게 남는 시퀀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발레리나"는 그런 인상적인 장면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가볍고 작은 여성의 액션이라서 타격감도 부족하고, 대체로 밀리는 액션이 많아서 시원한 느낌을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목의 "발레리나"에 걸맞게, 발레 동작을 액션에 녹여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후반부 화염 방사기를 이용한 대결은 눈꼴 사나운 수준입니다. 화면은 요란하지만, 열린 공간에서 총도 충분히 있는 상황에 굳이 화염 방사기를 사용해야 할 이유는 설명이 안되지요. 현실감이나 개연성 보다는,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을 선사하기 위한 욕심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네요. 

이렇게 "존 윅"의 명성에 기댄 졸작이지만 장점이 아주 없지만은 않습니다.무엇보다 아나 데 아르마스는 이 역할에 잘 어울립니다. 다소 가련해 보이지만 치명적인 소녀 역할을 잘 소화해 내고 있습니다. 팬이라면 '존 윅'의 등장과 활약은 이야기의 개연성과는 별개로 즐길만한 부분이었고요.
전직 킬러들이 모여 산다는 마을 '할슈타트'의 설정 만큼은 아주 괜찮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장점은 너무 사소합니다. 평균 이하의 킬링타임용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 불과해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26/03/08

왕과 사는 남자 (2026) - 장항준 : 별점 4점

장항준 감독의 천만 관객 영화 "왕과 사는 남자"입니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감상하였습니다.

계유정난 이후 세조를 다루는 사극은 왕위 찬탈 과정이나 권력 다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은데, 폐위되어 귀양을 간 단종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독특한 시점이 가장 돋보입니다. 단종의 삶을 중심에 두며 세조는 나오지도 않고, 한명회가 빌런 우두머리인 사극은 처음 봤는데 굉장히 신선했어요.

역사적 사실을 크게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사료를 토대로 실제로 있었을 법하게 자연스럽게 구성한 이야기도 꽤 흥미롭습니다. 폐위된 뒤 나약한 모습으로 살아가며 죽을 기회만 찾던 단종이 점차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지는 덕분이에요. 동시에 단종의 싹을 완전히 잘라버리려는 한명회의 계략, 금성대군의 역모가 함께 펼쳐지며 발생하는 긴장감도 제법입니다. 여기에 단종과 민초들을 대표하는 인물인 엄홍도의 인연과 에피소드들도 큰 재미를 전해 줍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굉장합니다. 단종을 연기한 박지훈과 한명회 역의 유지태의 경우 외모, 발성 등 모든 면에서 두 인물의 대비가 분명하게 드러나서 긴장감이 배가되는 느낌이에요. 특히 거대한 체구부터 위압감을 전해주는 한명회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유배지 영월과 음식들 연출도 발군이에요. 이런 디테일이 이 영화의 큰 힘 중 하나라 생각됩니다.

물론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가장 크게 느껴진건 유해진의 연기입니다. 엄홍도라는 인물이 아니라, 익히 알고 있던 '유해진'이라는 인물 모습 그대로였던 탓입니다. 엄홍도라는 인물에 잘 어울리기는 했지만, 이게 좋은 연기였는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그리고 호랑이의 등장도 조금 아쉬웠어요. 단종이 왕으로 각성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삽입된 장면이라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CG가 어색하게 느껴졌고 현실성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부분의 신파적인 연출도 약간 과한 느낌이 있습니다. “강을 건너가셔야 합니다”, “다시 태어나도 누이가 됩시다”, “차가우셨지요?”로 이어지는 3연타는, '이래도 안 울꺼야?'라는 감독의 의도가 너무 강했어요. 차라리 여운을 좀 더 길게 남겨주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래도 상당히 재미있고 완성도도 안정적인 작품입니다. 천만 관객을 기록할 정도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크게 빠지는 부분 없이 잘 만들어진 사극 영화라는 점은 분명해요. 제 별점은 4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옆 자리에 앉은 딸아이가 거의 오열하면서 보던데 과연 엄홍도가 죽었어도 저렇게 울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는 했습니다.

2026/03/07

워 머신 : 전쟁 기계 (2026) - 패트릭 휴즈 : 별점 2점

미육군 최강 부대 레인저 부대원이 되기 위한 8주간 훈련에 도전한 81번 훈련병은 우여곡절 끝에 최후의 시험인 '죽음의 행진'까지 살아남았다. 그러나 훈련병들은 예정된 훈련 대신 외계에서 온 전투 기계를 만나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는데...

넷플릭스 최신 영화입니다. 주말 맞이로 감상했습니다.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초반부의 지루했던 배경 설명이 끝난 뒤, 핵심 이야기인 레인저 훈련생들이 벌이는 외계에서 온 로봇 상대 생존기는 어마어마한 몰입감을 선사해 줍니다.

미약한 희생자들이 도주하면서 생존하려 노력하는, 거대 크리처 호러물 장르물로의 가장 중요한 재미 요소인 '긴장감'을 잘 살린 덕입니다. 나침반 등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등으로 로봇 등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식으로요. 망가진 무전기, 움직일 수 없는 부상자, 고장난 장갑차 등의 여러 제약 사항들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도 긴장감과 재미를 더해주고요.

크리처 호러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인 크리처의 강력함 역시 훈련병들을 압도하며 무자비하게 죽이는 장면들로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우리 편이 다 죽는 영화는 정말 오랫만에 봅니다. 최소한 여군은 살릴 줄 알았는데 말이지요.

'레인저 훈련병'이라는 미 육군 최강 군인들이 희생양 역으로 설정된 점도 좋습니다. 절벽에서의 레펠 기동을 비롯한 생존을 위해 벌이는 인간 이상의 활약이 꽤 설득력있게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활약의 핵심인 주인공이 '잭 리처' 앨런 리치슨이라는 캐스팅도 딱 맞아 떨어지는 점입니다. 캐스팅이라면, 추억의 배우 데니스 퀘이드의 노병 연기도 반가왔어요.
아울러 주인공이 공병 출신이라서 로봇의 약점을 눈치채고 해치운다는 마지막 장면의 설득력도 꽤 높은 편입니다. 맨 앞의 차량 정비 장면과 이어지기도 하니까요.

이렇게 군인들이 강력한 외계 크리쳐와 싸워 극히 일부만 겨우 살아남는다는건 "에일리언(2)"과 비슷하고, 이 마지막 장면 전까지는 엇비슷한 재미를 주지만 마지막 10여분이 영화를 완전히 망쳐버려서 아쉽습니다. 외계 로봇의 습격이라는 전 지구적인 재앙이 닥쳤는데 레인저가 되는 결승 라인에 도달하는게 지상 목표라는 주인공의 모습부터 황당했는데(최소한 부상자는 의무병에게 바로 인계했어야지요), 이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미국식 영웅 만들기는 도대체 이게 뭔가 싶더라고요. 게다가 막 복귀해서 만신창이가 되었는데도 다시 전우들과 출동한다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 어이를 상실케 합니다.
비유하자면 "에일리언"의 리플리가 살아서 귀환한 뒤, 군인들 앞에서 일장 연설하고 선봉에 서서 에일리언을 박살낸다는 에필로그가 이어지는 셈입니다. 

이 마지막 10여분 때문에 감점해서 별점은 2점입니다. 이거만 없었어도 별점 3점 이상도 충분한데 아깝네요.
그래도 앨런 리치슨이라는 배우의 액션은 믿을만하다는 확신이 생기기는 합니다. 다른 작품도 찾아보고 싶군요.

2026/02/15

더 립 (2026) - 조 캐너핸 : 별점 2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팀장 재키가 살해된 뒤, 팀장 대행 데인이 이끄는 팀은 밀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서 2천만 달러라는 거액의 현금을 발견했다. 돈을 빼돌리려는 데인에 맞서 제이디와 마이크 로는 각자 어떻게든 이를 저지하려 했지만, 조직의 습격 후 데인과 제이디의 대립은 격화되고 말았다. 결국 현장에 지인인 DEA 요원 마테오 팀이 출동하여 대립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압수 현금을 이송하던 중 놀라운 사실이 밝혀지는데...

 넷플릭스의 최신 장편 범죄 스릴러 액션 영화입니다. 연휴를 맞아 감상하였습니다. 2천만 달러의 현금을 둘러싸고 출동한 경찰 팀 내부의 갈등과 배신을 그린 작품으로, 거액의 돈, 부패한 경찰, 내부 밀고자라는 익숙한 재료를 활용하지만 반전이 포함되어 있다는게 다른 유사 헐리우드 액션 스릴러와 다른 점입니다.

이야기는 거액의 현금이 숨겨진 집에 경찰 다섯 명이 출동하면서 시작됩니다. 팀 리더 데인과 제이디, 마이크 로, 누마, 롤로 형사가 현장을 통제하고 집주인 데시와 대치하는 가운데, 단순한 압수 작전처럼 보이던 상황은 점점 미묘한 긴장감으로 변해 갑니다. 데인이 돈을 빼돌릴 의도를 드러내고, 제이디는 이에 의심을 품으며 같은 경찰이지만 서로 대립하게 되는데 이 전개가 아주 일품이에요. 절정부 직전까지 영화는 대부분 이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진행되며, 인물 수도 많지 않고 무대 역시 크지 않지만 흥미진진한 전개 덕분에 지루함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전개의 핵심은 부패 경찰과 그에 맞서는 경찰의 대립인데 데인 역의 맷 데이먼, 제이디 역의 벤 애플렉, 마이크 로 역의 스티브 연 등 화려한 이름값의 배우들이 호연을 펼쳐 설득력을 더해 주고요.

반전도 인상적입니다. 데인이 돈을 빼돌리려 했던 것은 실제 횡령이 아니라 내부 밀고자를 찾아내기 위한 연극이었고, 진짜 밀고자는 마이크 로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거든요. 데인은 팀원들에게 각각 다른 액수의 돈을 찾으러 간다고 말해 두었고, 그 정보가 외부로 흘러나간 경로를 추적함으로써 배신자를 특정해 내었던 겁니다. 영화 "밀정"에서 사용된 트릭과 동일한데, 특별하지는 않아도 효과적이며 현실적이라서 마음에 드네요. 앞서 무심히 지나갔던 대사가 반전의 단서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정교하다는 느낌도 전해주고요.

이렇게 밀고자 마이크와 그와 연결된 협력자 마테오의 정체가 드러난 뒤에는 카 체이스와 총격전이 이어지는데,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꽤 화끈합니다. 문제의 가방 안에는 현금이 아니라 전화번호부 등이 들어 있었고, 실제 현금은 한 푼도 빼돌려지지 않은 채 모두 압수되며 정의로운 경찰들이 승리하는 해피엔딩도 깔끔했어요. 

그러나 이야기의 설득력은 많이 부족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흑막인 마테오의 행동입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현장에 출동한 시점에서 데인 일행을 모두 제거하고 현금을 탈취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습니다. 카르텔의 습격으로 위장해 상부에 보고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보이는데 말이지요. 게다가 누마와 롤로 형사를 현장에 남겨둔 채 데인과 제이디만 차에 태워 이동한다? 이건 정말 납득하기 어려워요. 데인을 포섭해 제이디를 제거하고 돈을 나눌 생각이었다면 다른 형사들 역시 정리하거나 끌어들였어야 했고, 둘 다 제거할 생각이었다면 그 장면을 목격한 인물들을 그대로 둘 이유가 없으니까요. 

데인의 연극 또한 집주인 데시가 마이크만을 정의로운 형사로 오해한 뒤, 마이크에게 데인이 펼친 연극을 밀고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 연극은 사실상 불필요했습니다. 대놓고 마이크에게 돈을 빼돌릴 계획을 설명해 주더라도 결과는 다를게 없는 탓입니다. 데인과 제이디가 마이크의 비밀 휴대전화를 확보한 상황에서 굳이 마테오를 기다려야 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악당들의 행동도 어설프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데인 일행에게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주고, 30만 달러만 가져가라는 식의 경고를 하는 장면은 긴장감을 위한 장치로 보이지만 현실성은 떨어집니다. 돈을 노리는 범죄자라면 전부를 노렸어야 자연스럽습니다. 

촬영도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넷플릭스 영화인 탓일까요? 전반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느낌이 들어서 영 별로였어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정교한 범죄 스릴러라기보다는 킬링 타임용 헐리우드 액션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그냥 시간 때우기 용으로 적당한 수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