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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5

딸과 함께 본, 천장지구

"영웅본색"에 이어 딸과 함께 본 오래된 홍콩 영화입니다. 이번에는 아내의 선택이었지요. 1990년 작품이니, 이것도 벌써 35년 전 영화입니다.

저에게는 순진무구하고 청순가련한 이미지를 대표하는 배우로 오천련이 기억에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보아도 그 느낌은 여전하더군요. 영화 속 철없고 순수한 부잣집 아가씨 죠죠 역에 너무도 잘 어울렸습니다. 한편 유덕화는 폭주와 싸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거리의 건달로 등장하는데, 전성기의 매력이 그대로 녹아 있어 보는 내내 몰입감이 높았고요.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영화가 생각보다 훨씬 잘 만들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푸른 빛이 감도는 세련된 화면, 홍콩의 전설적인 록 밴드 Beyond의 음악, 그리고 1시간 30분 남짓한 러닝타임 안에 완벽한 기승전결을 갖춘 각본까지, 지금 봐도 수준 높은 상업 영화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전에 함께 봤던 "영웅본색"은 여러모로 완성도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크게 흠잡을 데가 없더군요. 딱 한 가지, 갑자기 아화가 다쳐서 마카오로 간 뒤 둘이 잠깐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장면은 좀 뜬금없었지만 문제될 정도는 아닙니다.

딸 아이의 반응도 흥미로웠습니다. 몰입해서 재미있게 봤는데, 21세기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자기파괴적인 결말을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하더라고요. 왜 아화가 죽어야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화가 나요.”라는 말로 표현했는데, 그걸 보고 확실히 ‘80년대의 정서는 이제 정말로 유통기한이 지났구나’ 싶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비극이 낭만이었고, 희생이 미덕처럼 받아들여졌지만, 지금 세대에게는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감성이 변했고 시대가 바뀌었더라도, 좋은 영화는 여전히 마음을 움직인다는걸 딸 아이가 알려주네요. 영화의 결말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영화 자체는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으니까요(아래는 딸 아이의 지금 핸드폰 바탕화면입니다). 홍콩 영화 특유의 낭만과 감성, 오천련과 유덕화, 그리고 Beyond의 음악이 함께 만들어낸 정서가 지금 봐도 빛나는 덕분입니다.

다음 번에는 무슨 영화를 함께 보면 좋을지,벌써부터 고민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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