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작가 아사미는 개인 블로그에 불치병에 걸려 자살할 생각이니 자신의 시체를 찾아달라는 글을 올리고 사라졌다. 뒤이어 블로그에 예약 갱신으로 시어머니의 치부와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벌였던 동반 자살극에 대한 진상을 그린 소설을 차례로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아사미의 남편 마사타카와 아사미의 편집자 사오리는 자신들의 불륜이 드러나지 않을까, 그리고 아사미가 다른 무언가를 고백할까 두려워하며 필사적으로 블로그 패스워드를 찾았지만 실패했고, 결국 마지막 갱신글로 동반 자살극의 진상과 사오리의 치부가 드러났다. 모든걸 잃은 사오리는 마지막 글에서 이상한 점을 눈치채고 마사타카가 은거하는 별장으로 향하는데...
유명 작가의 자살과 자신의 시체를 찾아달라는 블로그 글로 시작되는 구성이 인상적인 장편 범죄 복수 스릴러입니다.
블로그 글, 마사타카, 아사미 시점을 오가면서 아사미가 정말로 자살한 것인지? 시체는 어디에 있는지? 라는 의문과 아사미 고교 시절 동반 자살극에 대한 진상이 서서히 드러나는 전개는 흡입력이 뛰어납니다.
편집자 사오리가 마지막 블로그 글의 용어 선택이 평소와 다르다는 점을 알아채고 진상을 눈치챈 장면은 '편집자'라는 직업의 전문 지식을 활용한 추리라는 점에서 괜찮았고요.
그러나 전체적인 완성도는 낮습니다. 우선 주요 인물들의 설정부터 비현실적이에요. 모리바야시 아사미는 극단적인 학대를 겪은 뒤 고아로 자라 정상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로 묘사되고, 남편 마사타카는 데이트 강간을 일삼고 아사미에게 질투심을 품은 채 얹혀 사는 인간 말종입니다. 사오리 역시 아사미에게 집착한 나머지 마사타카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설정이고요. 이렇게 주요 등장인물 대부분이 과장되거나 극단적인 상태에 놓여 있어 현실감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핵심은 복수극으로 '아사미는 자살한게 아니라, 복수를 위해서 마사타카를 일부러 자극해 살인에 이르게 만들었다'인데, 복수로 보기에는 애매하고 부족합니다. 마사타카가 살인을 저지른 후의 계획이 전무한 탓입니다. 살인범으로 만든 뒤 파멸시키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범행을 덮어주기 위해 자살로 가장한 블로그 글을 올리기까지 하니까요. 이렇게 되면 마사타카는 뻔뻔하게 아사미 증쇄본 수익, 그리고 실종 신고 7년 후에는 남은 유산으로 떳떳이 살아갈 수 있는데 이걸 복수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결국 ‘살해당하는 것만 목표였고 그 뒤는 상관없다’고 유서에 쓰여있는 걸로 퉁치고 끝내는데, 허무하기 짝이 없네요. 이보다는 정교하거나 복잡한 추가적인 이야기가 필요했습니다. 아사미가 불러낸 사기꾼에게 속아 전 재산을 날린 마사타카의 어머니가 유산을 노리고 아들을 죽였다는 식으로 말이지요. 하지만 아사미가 실종 중에는 마사타카에게 유산이 상속될 수 없으니, 아들을 죽여봤자 헛짓거리였다!는게 밝혀지면 괜찮지 않았을까요?
물론 마사타카가 자살하기는 했지만, 이는 계획된게 아니라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 아사미가 사라진 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책은 큰 화제를 얻었고, 그에 따라 인세 수입도 늘어날 상황에서 마사타카같은 쓰레기가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것도 영 와닿지 않고요. 앞서 그의 내면을 묘사할 때 죄책감이 큰 인물로 그려지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작중 마사타카가 아사미를 살해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그의 작품 혹평에 대한 분노와 증오인데, 그게 사람을 죽일 정도의 결정적인 트리거라는 것 역시 잘 설명되지 못했습니다.
또한 소설 속 소설인 "하얀 새장 이야기"도 중반까지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흥미를 이끌지만, 결말은 결국 동반 자살로 귀결될 뿐이라 추리적 가치는 없고, 아사미의 성격이나 내면을 깊이 있게 드러내지도 못해서 왜 삽입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들 이야기 설정도 새로운게 없어서 시시하니까요.
그 외에도, 마사타카가 블로그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알아챈 방법도 대충이고, 사오리가 멍청하게 혼자 마사타카를 찾아가 살해당한 것도 비현실적이며, 아사미야 그렇다 쳐도 사오리 실종 이후에 경찰 수사가 시작되지 않은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등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눈에 많이 띕니다. 사체 은닉도 그냥 잘게 나누어(?) 버렸다 정도로 넘어가는건 아니다 싶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흡입력 있는 출발과 일부 매력적인 장치는 있지만, 여러모로 비현실적이고 복수극으로도 미흡하여 완성도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구태여 찾아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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