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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31

2018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2017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15차, 열 다섯번째!를 맞는 블로그 결산.
숫자부터 정리해보면, 2018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 / 호러 장르문학 40 (52)권, 기타 장르문학 3 (3)권, 역사서 9 (15)권,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18 (9)권, 기타 도서 21 (20)권으로 모두 91 (101)권입니다 (괄호는 작년).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아 작년보다는 독서에 소홀했지만 그래도 한달에 7~8권 수준이면 뭐 나쁘지는 않네요.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18년 베스트 추리소설 :
<<살인범은 그곳에 있다>>
올해 추리 분야 도서 중 유일한 별점 4점짜리 책. 소설이 아니라는게 유일한 단점입니다. 재미 뿐 아니라 생각해 볼만 한 메시지를 함께 전해주는 좋은 작품이에요.

2018년 워스트 추리소설 :
<<유령탑>>
사실 모리 히로시의 사이카와 모에 시리즈 중 한 권인 <<지금은 더 이상 없다>>도 올해 별점 1점을 받은 망작이기는 합니다만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과 그림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고 팔아먹었다는 점에서 죄질이 더 나빠 단독 워스트로 선정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과 설명을 제외하면 건질만한 부분이 아무것도 없거든요. 부디 다른 분들은 속지 마시길 바랍니다.

2018년 베스트 /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올해 기타 장르문학은 딱 3권, 그 중에서도 두 권만이 정식 출간된 책이라 따로 선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고양이 발 살인사건>>과 <<마음의 지배자>> 모두 좋았어요. 두 작품 모두 단편집인데 별점 4점, 5점짜리 작품도 수록되어 있을 정도로 말이죠. 장르 문학에 관심있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2018년 베스트 역사 도서 :
<<원더랜드>>
역사 관련 서적을 10권 이하로 읽은건 오랫만이지만 별점 4점짜리 책은 언제나처럼 존재합니다. 유희와 놀거리에 대해 심도깊게 고찰한 이 책이 바로 그러하죠. 제 리뷰로는 이 책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데, 취미와 오락, 유희 관련 문화에 대해 관심있으시다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18년 워스트 역사 도서 :
<<만물의 유래사>>
미시사 서적과 백과 사전류를 좋아해서 충동 구매한 책인데 프랑스인이 프랑스를 위해 만든 시대 착오적인 결과물입니다. 확실히 백과 사전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네요.

2018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늑대를 요리하는 법>>
올 한해 제법 많이 읽었는데 별점 4점짜리 책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도판과 번역만 충실했더라도 별점 4점은 충분했을터라 베스트 도서로 선정합니다. 재미도 있고 여러모로 참고가 될 내용도 많은 좋은 책이에요.

2018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소주 이야기>>
미시사 서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두서가 없고, 소주 자체에 대한 고찰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저자 스스로 석달 간 자료조사를 거쳐 열흘 만에 쓴 책이라고 하는 말 만큼이나 내용이 두서없는 졸작. 저렴한 가격만이 장점인 책입니다.

2018년 베스트 기타 도서 :
<<범죄 과학, 그날의 진실을 밝혀라>>
이번 해에 기타 도서의 베스트는 별점 4.5점에 빛나는 이 책입니다. <<깃털>><<클래식 음반세계의 끝>><<아주 오래된 서점>>의 별점 4점 트리오는 조금 안타깝군요.

2018년 워스트 기타 도서 :
올해 기타 도서는 별점 2점 아래가 없어서 워스트는 딱히 꼽지 않겠습니다. 별점 2점으로 워스트가 되는 것도 괴로운 일이니까요.

결산평 :
15년 째라니... 강산이 변해도 이제 한번 반이 변했네요. 올 한 해 무탈하게 보냈다는게 너무나 기쁩니다.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 원하시는 일 다들 이루시는 그런 한해 되시기를 바랍니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라면 남들이 관심갖지 않는 사소하고 디테일한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정말로 세심한 분임이 분명할테니 내년에는 더욱 잘 되실거에요. 사랑합니다~!

2018/12/30

10년 만의 인사이트 밀 - 요네자와 호노부 / 최고은 : 별점 2.5점

The Incite mill 인사이트 밀 - 6점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학산문화사(단행본)

2008년 발표된 작품으로 저 스스로는 "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라고 부르는 장르물의 대표작이자 요네자와 호노부의 출세작 중 하나로 2010년에는 영화까지 제작되어 개봉되었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끈 작품입니다. 연말을 맞아 책 정리를 하다가 10년만에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서 그런지,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아서 처음 읽는 것처럼 읽을 수 있었네요.

재미는 있지만 비현실적인 설정은 조금 거슬린다는 개략적인 느낌은 10년 전과 별로 다르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이후 읽었던 다른 장르물에서는 "일단의 무리를 폐쇄 공간에 모으는 이유"를 설득력은 떨어지지만 복수라던가 살육극의 중계 등으로 최소한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비해 이런 내용을 전부 무시하고 "암귀관" 에서의 이야기만 묘사되는건 선택과 집중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더라도 완성도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또 유사 장르물에 비하면 "암귀관" 에서의 게임 조건(?) 도 그다지 잘 짜여져 있지 않아요. 작중에서는 니코틴을 가장한 "약살" 이 파워 밸런스를 붕괴시킨다며 문제삼지만 사실 전체적인 흉기의 파워 밸런스 자체가 문제니까요. 멋을 부리면서 유명 추리소설에 등장한 흉기를 배치하고, 이를 트릭으로 삼은건 그렇다쳐도 공기 피스톨과 보우건, 슬링샷같은 원거리 무기를 확보한 사람이 유리한건 당연하죠. 밧줄이나 자살용 칼은 정말이지 이게 뭔가 싶거든요.
그리고 10년 전에는 무심히 넘겼지만 모든 식사가 포크나 나이프와 같은 흉기가 될 도구가 불필요한 샌드위치나 도시락으로 준비되었다는 이야기도 역시나 문제에요. "젓가락"도 충분히 흉기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 역시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마지막 에필로그는 솔직히 불필요했고 말이죠. 

그래서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10년의 세월 동안 0.5점이 감점되었는데, 이는 보다 나은 다른 유사 장르물이 많이 발표된 탓으로
인기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 작품의 원형 중 하나로 다시 읽어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하지만 동일 장르물에서 손에 꼽을 걸작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18/12/29

술 취한 식물학자 - 에이미 스튜어트/ 구계원 : 별점 3점

술 취한 식물학자 - 6점
에이미 스튜어트 지음, 구계원 옮김/문학동네

부제 "위대한 술을 탄생시킨 식물들의 이야기" 그대로 을 만들때 사용되는 다양한 식물들에 대해 소개하는 책입니다. 친숙한 사과나 보리, 포도, 쌀 등 고전적인 술의 원료에서 시작하여 바나나와 카사바와 같은 이색적이고 독특한 재료들, 다양한 허브와 향신료, 꽃과 나무, 열매들, 견과류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재료가 망라되고 있습니다. 이 재료로 만들어진 술들에 대한 소개도 충실하며 관련된 칵테일 레시피도 50여가지 수록되어 있고, 심지어는 집에서 재배할 수 있는 재료인 경우 그 재배법까지 실려있을 정도입니다.

분량도 400여 페이지를 훌쩍 넘어서 볼거리가 아주 많은데 그 중에서도 인상적으로 읽었던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마시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든 술에 대한 소개에요. 켄터키 버번이 첫번째인데 켄터키가 지금과 같은 버번의 땅이 된 이유가 아주 매력적으로 설명되고 있거든요. 옥수수가 재배하기 쉬웠고 초기 이민자들이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 출신이라 증류기 다루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맑고 시원한 샘물이 솟아나는 풍부한 석회암 매장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석회수는 지하에서 솟아 나올 때 10도 정도의 온도를 유지하는데 이 온도는 냉각과 응결 과정에 꼭 맞는 완벽한 온도라네요. 석회수의 높은 알칼리성과 풍부한 칼슘, 마그네슘, 인산 함유도 맛을 더해주는 요소고요. 기회가 되면 다음에 꼭 한 번 구입해야겠어요.
담배로 만든 술인 프랑스의 "페리크 리쾨르 드 타박"도 맛보고 싶더군요. 니코틴을 완벽하게 제거했다는데 과연 어떤 맛일지... 참고로 담배로는 고급 술집에서 수제로 "시가 비터즈"를 만들어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는 담배와 향신료를 알코올 도수 높은 증류주에 우려내는 것으로 지나치게 많은 니코틴이 함유될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는군요. 
포틀랜드 증류업자 스티븐 매카시의 갖은 노력으로 완성된 미송 증류주도 탐납니다. DOUGLAS FIR BRANDY 라는 술인듯 한데 1년에 250상자만 제조하는 술 치고는 가격도 5만원대로 저렴하군요. 우리나라에서 구하려면 그 배를 주어도 구하기 어렵겠지만요...

갖가지 토막 상식도 재미를 더합니다. 금주법 시행 당시 캘리포니아의 포도 재배 업자들은 "과일 벽돌"을 팔았다고 합니다. 포토를 말려서 압축한 뒤 와인 제조용 효모와 묶은 상품으로 물을 더하면 양조가 시작되는 물건이었다는군요. 아이디어가 정말 빼어나죠?
또 프랑스 포도나무는 19세기 포도나무뿌리진디에 의해 초토화 된 후 미국 포도나무와 접목하여 살아남은 것이며, 현재의 칠레 와인이 포도나무뿌리진디 이전의 포도나무로 만들어진 와인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이유 외에도 칠레 와인을 사랑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은 느낌입니다. 호밀이 맥각균에 감염되면 LSD 성분이 생기고, 이 맥각중독이 중세의 무도병의 원인이라는것도 마찬가지로 처음 알았고요. 마약 중독자라면 호밀 재배를 시도해봄직 하겠네요.
"그로그"는 영국에서 선원들에게 럼을 배급할 때 홀랑 마셔버리지 않게 물과 라임 주스, 설탕을 섞어 배급한 음료입니다. 그런데 럼이 많이 희석되었다는 선원들의 의심이 커지자 비중을 증명하기 위해 럼과 화약을 섞어 불을 붙이는 테스트를 했다는군요. 대략 57% 정도의 알코올이 함유되어야 불이 붙었다는데, 이 테스트 결과를 "프루프 Proof" 로 제시한 것에서 현재의 프루프 단위가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즉 57%의 알코올이 함유된 병은 100 프루프인 것이죠. 미국에서는 더 간략화해서 50%의 알코올이 100 프루프고요. 
그 외에도 중국 요리에 많이 사용하는 "팔각"은 허브 리큐어에도 사용되지만 독감약 "타미플루"의 원료라는 것, 스위트 우드러프라는 여러해살이 풀을 소개하며 "달콤한 풀내음"은 잠재적 독성 성분인 쿠마린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표시라고 설명하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풀내음에 대한 설명은 정말 맞는 말인지 궁금하네요. 달콤한 풀내음을 가진 풀은 많은데... 의외로 우리나라 들판에도 독초가 가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록된 칵테일 레시피도 볼게 많은데, 감자로 만든 보드카인 스웨덴의 칼손스 골드 보드카로 만든 "블랙 골드"는 심플함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칼올드패션드 글래스에 얼음을 채운 후 그 위에 칼손스 골드 보드카 1과 1/2온스를 붓고 후추를 갈아 뿌리는게 전부거든요. 상당히 터프한 느낌인데 맛이 궁금하네요.
사케 칵테일은 니코리 사케 4, 망고 복숭아 주스 2, 보드카 1, 도멘 드 캉통 진저 리큐어 소량을 잘 섞은 뒤 칵테일 잔에 따르고 셀러리 비터즈 한 방울을 떨어트려 만듭니다. 대충 느낌은 복숭아맛 호로요이 느낌이 아닐까 싶군요.

이렇게 많은 정보가 수록된, 술과 관련된 식물의 백과사전이라 해도 무방한 책으로 술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소장가치는 충분합니다. 하지만 사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단순 정보의 나열 뿐이라 읽는 재미가 덜한 점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재미있게 읽었지만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2018/12/23

그린치 (2018) - 스콧 모지어, 야로우 체니 : 별점 2.5점

크리스마스를 맞아 딸아이와 함께 감상한 신작 애니메이션. 저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보고 싶었습니다만... 딸아이의 강력한 요청을 이길 수 없었네요.

유명 동화가 원작인데다가 이미 십여년 전, 짐 캐리 주연의 영화까지 개봉되어 내용은 딱히 새롭지 않지만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덕분에 영화 버젼보다는 더 아이들 취향에 잘 맞게끔 제작된 건 괜찮더군요. 화려한 색상을 자랑하는 각종 아트웍도 굉장한 볼거리이고요.
무엇보다도 마음에 든 건 그린치의 충견 맥스에 대한 묘사입니다. 과거 영화버젼을 능가하는, 충견 캐릭터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그로밋과 쌍벽을 이룰만큼의 충직함, 똑똑함에 귀여움까지 갖춘 캐릭터로 그야말로 작품을 하드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아동 취향인 탓에 그린치 캐릭터의 사악함이 잘 묘사되지 않은건 아쉽더군요. 너무 개그로 소비되는 묘사가 많기도 해서 악당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그냥 조금 심성 삐뚤어진 어른 정도로 보여서 극적 긴장감을 잘 불러 일으키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심리 묘사도 썩 잘 되어 있지 않아 크리스마스를 훔치는 작전에 감정 이입하기도 힘들었고요. 차라리 대단한 천재 발명가이지만 외톨이로 동굴에서 홀로 살아간다는 설정을 잘 살려서 "배트맨" 느낌으로 풀었더라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를 노린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는 충분한 수준이에요. 별점은 2.5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맥스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 오프가 나와주면 더 나을 것 같은데, 주인공보다 조연이 인기를 얻는 <<미니언즈>>처럼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의 전통으로 자리잡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조금 생기네요.

2018/12/22

취미의 탄생 - 진노 유키 / 문경연 : 별점 2점

취미의 탄생 - 4점
진노 유키 지음, 문경연 옮김/소명출판

확실히 연말은 연말이네요. 블로그 운영은 물론 기본적으로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합니다... 이 책은 일본에서 "취미"라는 말이 어떻게 탄생하였고, 취미의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소개하고 있는 인문학, 미시사, 문화사 서적입니다.

책에 따르면 "취미" 라는 말이 돌연 널리 사용된 시기는 메이지 40년 전후이며, 처음에는 문학 방면에서 사용되었지만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며 의미도 굉장히 다양한 의미로 확장된 이유는 일본이 근대적 소비 사회로 성숙해 나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상식적으로 당연한 일이겠죠. 취미는 다양한 상품, 유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 책은 미쓰코시 백화점의 발전상을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백화점에서 유행을 연구하고 유행을 만들어내기까지 한 "유행회"를 조직해 운영하였으며, 다양한 전람회 등을 개최하고 잡지까지 발간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유행을 선도했다는 점에서 결국 백화점이 취미와 연결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백화점의 활동, 상품을 통해 일본이 단순하게 서양 문물과 문화를 받아들인게 아니라 일본의 느낌을 유지하여 융합시킬지를 고민해 왔다는 점에 눈에 띄입니다. 파리의 일본 대사관 인테리어에 적용된, 양풍과 화풍을 결합한 이른바 "화양절충"이자 "미쓰코시 취미"라고 불리우는 테이스트가 대표적인 예죠. 그외에도 서양 문물을 들여와 자국화 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는데 확실히 디자인 강국 일본의 명성은 그냥 얻어진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를 선명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도판을 함께 수록하여 이해를 돕는 것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논문에 가까운 글로 그다지 재미가 있지는 않으며, 지나치게 지엽적인 부분만을 다루고 있어서 많은 분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책은 아닙니다. 저도 몇몇 포인트 외에는 딱히 소장하거나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더군요. 300페이지도 안되는데 양장본으로 제작되어 가격이 제법 나간다는 것도 단점이고요. 일본의 19세기 후반 ~ 20세기 초반 백화점 중심 문화사에 관심이 없으시다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2018/12/16

"이 미스터리가 굉장해!" 30주년 기념 킹 오브 킹 순위

1년에 한 번씩 그해 출간된 작품 기준으로 국내 (일본) / 해외 작품 순위를 발표하는 <<이 미스터리가 굉장해!>> (고노미스) 가 3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리스트를 총 망라하여 베스트 10을 선정하여 발표하였네요. 국내 최고의 추리애호가 커뮤니티 하우미스터리에서 보고 퍼 옵니다. (원문)

그런데 잘 이해가 되는 순위는 아니에요. 제 개인 기준으로는 도저히 순위에 오를 수 없는 작품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거든요. 단지 작품의 완성도 뿐 아니라 인기와 영향력을 감안해서 순위를 정한게 아닌가 싶기는 합니다. 예를 들어 <<신주쿠 상어>>는 추리적으로 완성도는 그닥이지만 일본식 하드보일드의 전형으로 수많은 아류작과 이종 컨텐츠를 낳은 공을 높이 산 것이겠죠. 하지만 아무리 이렇게 생각해보아도 <<유니버셜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고백>>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하여튼, 순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해외 작품은 저도 많이 읽지 못했는데 부지런히 찾아 읽어봐야겠네요.
* 2020.11.29 <<골든 슬럼버>>, <<개의 힘>> 리뷰 링크 추가

(국내편)
#1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2 64, 요코야마 히데오
#3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4 화차, 미야베 미유키
#5 신주쿠 상어, 오사와 아리마사
#6 내가 죽인 소녀, 하라 료
#7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8 골든 슬럼버, 이사카 고타로
#9 奇術探偵曾我佳城全集 기술탐정 소가 가조 전집, 아와사카 쓰마오
#10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로 지도의 독백, 히라야마 유메아키

(해외편)
#1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2 개의 힘, 돈 윈슬로
#3 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4 A Touch of Frost, R. D. Wingfield
#5 Pop. 1280, 짐 톰슨
#6 심플 플랜, 스콧 스미스
#6 The Crime Machine, 잭 리치
#6 콜드 문, 제프리 디버
#6 Flicker, Theodore Roszak
#10 탄착점, 스티븐 헌터

흔적 없이 사라지는 법 - 프랭크 에이헌 / 최세희 : 별점 2점

흔적 없이 사라지는 법 - 4점
프랭크 에이헌 지음, 최세희 옮김/씨네21북스

오랫동안 스킵 트레이서, 즉 의뢰인이 요청한 누군가의 그 어떤 정보도 찾아서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했던 사람이 쓴 흔적 없이 사라지는 방법에 대한 책.

하지만 책은 기대에 전혀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일단 저자의 직업부터가 사기꾼 같아서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잘 모르겠을 뿐더러 FBI 운운하면서 잠적을 원하는 사람의 어설픈 행동을 우연히 본 게 계기였다는 책을 낸 동기 등 전체적으로 허세가 가득해 보여 별로 와 닿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반 이상의 분량이 미국에서의 삶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게 큰 문제입니다. 대표적인게 여러차례 언급되는 선불카드와 선불폰 사용인데 이건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기 쉽지 않잖아요? 여러개의 사서함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우편물을 받는 거창한 방법에 대한 소개 역시 마찬가지로 이렇게 해서 우편물을 직접 받을 이유가 우리나라에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더군요. 
즉 이 책에 수록된 흔적없이 사라지는 방법 중 우리나라에서 사용 가능한 방법만 추린다면, 모든 소셜 네트워크를 탈퇴하고 계정을 삭제하라, 온라인에 올려 놓은 개인에 대한 정보도 모두 삭제하라, 새 컴퓨터를 사고 인터넷은 공공망에서만 이용하라 정도입니다. 솔직히 이 뿐이라면 너무 단순해서 책을 살 필요도 없겠죠...

인터넷 시대를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내용들도 문제로 대표적인게 스킵트레이스가 소셜엔지니어링을 통해 잠입을 원하는 사람의 예전 주소를 손에 넣은 후, 근처 서점에 전화를 걸어서 거기서 어떤 책을 샀는지를 보고 도피하려는 나라에 대한 정보를 얻어낸다는 내용입니다. 인터넷으로 책을 구입하는 현재 트렌드를 무시한 것은 물론이고, 책 구입 목적이 도피하려는 지역에 대한 정보라면 인터넷 검색을 하는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이런걸 대단한 사례인 것 처럼 내세운다는 점에서 영 신뢰가 가지 않더라고요. 이 책 보다는 찬호께이의 <<망내인>> 쪽이 소설이기는 하지만 현재 시점의 개인 정보 획득 측면에서는 더 설득력이 높아 보입니다.

물론 잠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실효성 있는 정보가 없는건 아닙니다. 실제 저자가 경험했던 다양한 정보 획득 사례와 경험에서 비롯된 각종 팁들도 인상적으로 그 중에서도 특히 채무 관련 팁은 눈여겨 볼 만 했어요. 가는 곳이 어디 건 갚아야 할 빚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갚아야 하며, 이유는 잠적은 채무를 없애주지 못하며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라는데 '빚투' 라는 말로 최근 불거진 요새 분위기에 정말로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싶더군요.

하지만 장점보다는 국내에서는 써먹기 어려운 과장된 이야기가 대부분이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별점은 2점. 잠적에 관한 컨텐츠를 기획하는 분이라면 실제 사례 참고 차 한번 쯤 읽어볼만 하지만 그 외에는 딱히 권해드리기 어렵네요.

2018/12/15

18세기의 맛 - 안대회 외 : 별점 2.5점

18세기의 맛 - 6점
안대회.이용철.정병설 외 지음/문학동네

18세기의 문화를 음식과 함께 잘 소개해주는 인문학미시사 서적. 모두 23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네이버 캐스트에 연재된 글을 묶어 출간한 책으로 연재 당시 몇몇 글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구입해 읽어보게 되었네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 대해 연관된 음식과 함께 소개해준다는 아이디어도 좋고 결과물들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전문가다운 독특하면서도 새로운 시각이 특히 인상적으로 버터의 확산이 카톨릭에서 이탈한 나라와 일치한다던가, 감자가 확산이 늦어진 이유는 당대의 오해와 의혹인데 이를 감자를 소재로 해서 작품을 남긴 유명 화가는 민중 화가인 밀레와 고호밖에 없다는 사실과 연결시킨다던가, 파스타는 18세기에 부유층만 소비하는 고급 음식으로 이를 "그건 마카로니야"라는 당시 속어로 드러내는 등의 방법이 그러합니다. 커피는 남성적 담론을, 홍차는 여성적 담론을 상징했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고요. 

진은 사회적 폐혜를 불러일으켰지만 맥주는 활력과 번영의 상징이었다는 것을 호가스의 그림으로 드러내는 이야기와 같이 도판이 중요한 이야기가 많은데 이를 위한 도판은 물론, 그 외의 각종 참고 자료 역시 최고 수준입니다.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모두를 아우르는 폭 넓은 범위도 인상적이고요. 복어와 식용 국화, 삼해주와 조선의 술 문화 등을 통해 음식 그 자체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많습니다. 이 중에서는 항상 궁금했던 "솔잎"을 먹는 방법에 대한 상세한 소개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신선들이나 무림 고수들이 먹는 나름 괜찮은 음식으로 알았는데 심한 변비를 일으킨다는 건 처음 알았거든요. 하긴, 몸에도 좋고 맛있었다면 지금도 많이 먹고 있을테니.... 변비를 극복하고 맛을 좋게 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도 상세하게 소개되어 무척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지엽적인 이야기 소개에 그치는 내용도 적지 않고, 어떤 이야기는 너무 좁은 분야에 매몰되어 소개되는 등 전체적인 수준이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나는 전문가다" 라는 인식을 지나치게 드러내는 너무 어렵게 쓴 글들이 적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네이버 캐스트 연재물이라면 독자를 고려해서 조금 더 쉽고 일상적으로 써 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책의 주제라 할 수 있는, "18세기에 대한 인문학"을 "음식"으로 잘 드러내는 글들이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도 감점 요소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전문가들의 식견이 느껴지는 좋은 글들도 많지만 전체적인 글들의 편차가 일정하지 않은 등의 단점도 많아 감점합니다. 그래도 몇몇 특정 주제만큼은 다른 책에서 찾아보기 힘든 전문성이 느껴지는 만큼, 이런 류의 글을 좋아하시는 분들께서는 한번 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8/12/09

호텔 - 도미타 쇼지 / 유재연 : 별점 2.5점

호텔 - 6점
도미타 쇼지 지음, 유재연 옮김/논형

근대 일본에서 호텔이 형성되는 과정을 당시 분위기와 함께 소개하고 있는 미시사 서적. 이 책을 통해 근대 일본 호텔의 역사에서는 크게 3개의 키워드가 도출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 그건 바로 외국인과 서구화, 그리고 철도죠.

우선 외국인은 호텔의 역사에서 떼놓고 생각하기 힘듭니다. 최초에 호텔이 생긴 이유도 외국인들 대상의 숙박 업소가 필요했기 때문이니까요. 우리나라만 해도 최초의 호텔로 유명한건 "손탁 호텔" 이죠.
이후 요리가 유명한 작은 호텔들이 한, 두 개씩 생기다가 정부 주도의 영빈관 호텔이 들어서면서부터 "서구화"가 추진됩니다. 일본이 굴욕적인 불평등 조약을 맺은 이후라서 외교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서구화"를 강하게 추진한게 그 이유로 당시 도쿄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던 독일인 의사 베르츠는 일본인들이 고유 문화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할 정도였다고 하네요.
이렇게 서구화가 국가의 핵심 과제인 상황에서 외국인 손님들, 특히 영국 황태자같은 외국 왕실 일가가 방문을 하게 되면서 서양식 호텔을 서둘러 건축하고, 이는 각 지방으로 널리 퍼져나가게 됩니다. 천황 일가의 방문도 겹쳐서 더욱 영빈관스러운 분위기를 추구하게 된 것이고요. 아울러 서구화는 단지 건축 양식 뿐 아니라 식사 및 호텔의 각종 운영 방식 모두가 포함되어 서비스됨으로써 전통 "료칸"과 더욱 차별화되게 됩니다. 
결과야 어쨌건 결국 이를 통해 서구 문화를 접하게 되었기에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비싼 가격으로 "고급" 이미지가 함께 형성된 건 덤이라 할 수 있겠죠.

이후 각 지역 관광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관광지와 함께 생겨난 호텔이 소개됩니다. 이러한 관광지는 교통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일본을 대표하는 관광 휴양지 중 하나인 가루이자도 요코가와와 가루이자와 간 아프트식 철도 개통으로 피서객이 급증한게 발전의 가장 큰 이유니까요. 이렇게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숙소가 필요해져 호텔이 속속 도입되게 되었고요. 비슷한 내용은 <<에키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철도 회사가 호텔을 운영하기도 하였으며, 심지어 식민지 만주에서는 주요 철도역마다 "만철"이 운영하는 거대 호텔이 들어섭니다. 이는 서구화 단계를 지나선 일본이 식민지 사람들이 외경심을 갖게끔 거대하고 웅장한 호텔을 짓기 위함이었다고 하는데 참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심지어 부산과 경성에 세웠던 호텔마저 소개되니 더더욱 말이죠. 다행히 이 책의 저자는 식민지에서의 호텔 산업은 식민지 주민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고 쓰고는 있습니다만, 씁쓸하더군요.

이 세 개의 큰 키워드를 중심으로 실제로 세워졌던 다양한 호텔들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는게 주요 내용인데 지금은 사진으로 밖에 남아있지 않은 호텔이 대부분이며, 호텔 건설 및 운영에 참여한 인물들 소개는 딱히 관심이 가지 않는 등 조금은 불필요한 내용이 많은건 아쉽네요. 특히나 여러 인물 소개는 영 별로입니다. 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탓으로 실제로 뭘 했는지 잘 모르겠거든요. 단순히 호텔을 세우거나 운영한 사람들이 많아서 뭐 이렇게까지 소개했어야 하나 싶기도 했고요. 또 아쿠다카와 류노스케 등 유명 인사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재미있기는 했지만 분량에 비하면 소개되는 호텔과 인물이 과한 편이라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에요.
이럴 바에야 이전에 읽었던 <<우아함과 탁월함의 역사>> 처럼 주요 호텔에 보다 촛점을 맞추어 소개하는게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근대 일본의 분위기, 시대상을 호텔이라는 소재로 잘 드러낸 내용은 마음에 들고 당대 문화 (특히 숙박업과 관광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사료적 가치 크지만 단점도 명확합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래도 나름의 가치는 충분한 만큼 근대 일본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한번 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2018/12/08

블로그 개설 15주년

블로그 개설 15주년

블로그 이웃이신 est님 포스팅을 보다가 우연찮게 확인해보니 저도 15주년이더군요. (15주년 +1일) 총 포스트는 3,046개이며 총 1,187,749명께서 다녀가셨습니다.

15년이라니 제가 생각해도 대단한거 같네요. 저도 est님처럼 이글루스 서비스가 유지되는 한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별 인기도 없고 방문자 수도 격감하고 있지만 그래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원더랜드 - 스티븐 존슨 / 홍지수 : 별점 4점

원더랜드 - 8점
스티븐 존슨 지음, 홍지수 옮김/프런티어

"재미와 놀이가 어떻게 세상을 창조했을까" 라는 부제로, 여러가지 대중 오락에 얽힌 역사를 풀어나가는 미시사 서적. 무언가 의미있는 활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결과물이 아닌, 단순한 재미와 유희, 놀이를 통해 만들어진 무언가가 세상을 변화시킨 갖가지 사례를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재미 외에 특별한 목적이 수반된 경우는 있습니다. 자주색 염료를 만들 수 있는 뮤렉스 달팽이를 찾아 페니키아인들이 지중해를 벗어나 대서양으로 나아갔다는 활동은 명백히 "돈"을 위함이니까요. 이 역시 자줏빛 의상이 그것을 걸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즐거움을 주는 물건들은 가치가 있어서, 사람들이 이를 상업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신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한다는 논리인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니죠? 이렇게 즐거움을 주는, "유희"가 가장 중요한 동기 부여 요인이며, 이를 통해 발전된 무언가가 궁극적으로 무엇에 이르렀는지를 콕 짚어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첫번째 단락은 상점을 무대처럼 장식하여 고객을 사로잡고, 구매 행위를 일종의 오락처럼 만드는 과정과 면직물의 유행을 통해 산업 혁명이 촉발된 후 "유행"이 "소비"를 창출하여 "백화점" 이 등장하는 과정, "쇼핑몰"이 도시 계획과 맞물린 후 미래 도시의 비젼을 제시하는 이야기입니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로 즐거움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이는 각종 악기의 발전과 오르골 등을 거쳐 로봇 공학과 자동 방직기로 이어지게 됩니다. 방직기는 프로그래밍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요. 악기의 발전은 전문적인 공학의 발전과 맞물려야 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와 이러한 음악 관련 기술의 발전이 현대의 디지털 시대에 이르는 과정 모두 굉장히 설득력있게 다가왔습니다.

유희, 즐거움이라면 미식이 빠질 수 없죠. 향신료 교역이 불러온 갖가지 이야기도 소개되는데, 로마 제국이 후추에 너무나 열광해서 아피키우스의 요리책 조리법의 80%가 후추를 사용한다는 이야기 같은 잡학이 가득해서 마음에 듭니다. 프랑스인 푸아브르가 네덜란드가 독점하다시피 한 정향을 빼돌려 재배에 성공한다는 일종의 산업 스파이 이야기 등이 그러하죠. 
무엇보다도 향신료 중 가장 마지막까지 사치품 지위를 유지한게 바닐라라는건 처음 알게 된 사실이네요. 토머스 제퍼슨이 바닐라 아이스크림 조리법을 미국에 도입했다던가, 가루받이가 어려워 퍼지기 어려웠지만 한 노예 소년의 아이디어로 양산(?)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고요. 특히 이 노예 소년 이야기가 향신료 교역을 상징합니다. "스페인이 지배하는 멕시코에 자생하는 식물을 인도양에 있는 한 섬에서 프랑스인이 재배했고, 프랑스 노예상인들이 그 섬에 데려온 아프리카인의 후손인 한 소년이 그 꽃을 최초로 가루받이 했다" 는 이야기니까요. 

다음에는 만들어진 "환영" 에 대한 소개가 이어집니다. 영화의 전신인 특수 효과 공연과 이 중 가장 유명했던 유령 쇼 "팬태즈머고리아", 풍경을 실제처럼 느끼게 해 주는 파노라마 전시, 활동 사진과 월트 디즈니의 혁신, 이윽고 등장하게 된 "유명인들" 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가 다양한 도판과 함께 설명되죠. 이러한 시각 효과를 활용한 오락거리가 문화적으로 어떻게 침투했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고찰이 함께 진행되는데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더군요.
게임 또한 빠지지 않습니다. 여기 소개된 단락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인데 체스 게임은 "비유"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 주었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도입부부터 신선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인공 지능이 발전되는 과정, 그리고 진보주의자들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게임이 된 보드 게임 (모노폴리) 등 모든 소개되는 내용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콜롬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한 "공 놀이"가 고무라는 혁신적인 물질의 역사로 이어지는 과정, 마지막 비디오 게임의 등장과 이것이 컴퓨터를 재미로 쓸 수 있다는 혁신적인 발상의 시작이었으며, 덕분에 컴퓨터가 일상 생활 속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는 설명 역시 흥미로왔어요.
그리고 마지막은 다양한 놀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인데 선술집에서 시작해서 커피 하우스, 박물관, 동물원, 공원 등의 역사가 실려 있습니다.

이렇게 즐거움, 놀라움을 추구하는 인간이 얼마나 새로운 걸 많이 만들어내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혁신을 하고자 하면 무슨 일이든 재미있게 즐기는 마음가짐이 필수일 듯 합니다. "즐기는 사람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옛 말은 과연 허언이 아닌거죠. 또 단지 혁신에 대해 되새겨 보는 측면 외에도 다양한 놀거리와 즐길거리에 대한 미시사 서적으로도 탁월해서 만족스럽네요. 
글의 내용이 통사적 구분이라기 보다는 주제별로 좀 널뛰는 감이 없잖아 있다는건 단점이지만 장점에 비하면 극히 사소합니다. 도판도 충실한 편이고요. 이렇게 취미에 가까운 놀거리, 즐길거리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최소한 엉망인 제 리뷰보다 훨씬 좋은 책이에요. 별점은 4점입니다.

참고로 책 뒤 "감사의 말씀"을 보니 방송 프로그램을 책으로 만든 듯 싶더군요. 책보다는 방송으로 보는 게 훨씬 나은 내용일 거라는 생각은 듭니다. 방송으로 보면 4점 이상도 가능했을 것 같네요.

2018/12/02

세계 탐정 사전?

텀블벅이라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가 있습니다. 창작자가 컨텐츠를 기획하여 올린 후 후원을 받아 목표를 달성하면 후원자들에게 컨텐츠를 제작하여 배송하는 시스템이죠. 색다른 컨텐츠가 소개되곤 해서 가끔 들여다보곤 합니다. 참고로 <<슈뢰딩거의 고양희>><<중국집>> 등이 텀블벅 후원을 통해 손에 넣은 책입니다.
이번에 들어가보니 "52인의 탐정들을 만나다. <<세계 탐정 사전>>" 이라는 책이 올라와 있더군요.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라 후원을 해 볼까 하고 내용을 좀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굉장히 실망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서네요. 무엇보다도 이들이 소개하는 52인의 탐정 명단이 아주 가관이에요. 만화 <<명탐정 코난>> 의 책 앞날개에 소개되는 "코난이 찾은 명탐정" 을 그대로 베꼈거든요. 아니, 제대로 베끼지도 못했습니다. 자기들 멋대로 명단을 삭제했는데 대표적인 예는 아르센 뤼팽과 쥘 메그레의 명단 삭제입니다. 그 외에도 룰타비유까지 삭제된걸 보면 프랑스인을 싫어하나 싶은 의심마저 생기는군요. 이렇게 영미권과 일본 탐정만 소개할거면 "세계" 라는 제목은 가당치도 않죠.
그나마 국내에 소개된 탐정들은 (심지어 뤼뺑은 전작이 소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들 멋대로 빼고 국내에 제대로 소개도 되지 않은 아사부키 리야코, 사시치, 다카기 요시부미, 브롱크스의 어머니, 코코, 칸헤 다이스케, 제니가타 코이치, 센바 아코주로, 이바라키 칸키, 타라오 반나이 등이 명단에 있는 이유는 도무지 모르겠어요. 이들보다 국내에 더 많이 소개되고 더 유명한 탐정은 일본 한정으로 해도 여러 명 될 겁니다. 가가 교이치로, 미타라이 키요시, 아사미 미츠히코, 사와자키, 에노모토 케이, 엔시씨, 아 아이이치로, 삼색묘 홈즈, 사이카와 - 모에, 류몬 다쿠, 스스키노 탐정, 우라조메 덴마등등등....

결론적으로, 만드는 사람들도 "세계 탐정" 에 대한 기준이 없으며, 원작을 읽어본 후 탐정을 선정해서 소개하는 사전은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때문에 저는 후원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전 <<탐정 사전>> 이라는 책 리뷰에서도 언급했듯, 이럴 바에야 <<세계의 명탐정 50인>> 시리즈나 재간행하는게 훨씬 나을겁니다.

2018/12/01

오래된 책들 (5) - 매거크 소년 탐정단 3 : 사라진 신문배달 소년

딱히 포스팅꺼리가 없을 때 업로드하려고 모아놓은 오래된 책들 이야기 다섯번째. 아동용 추리, 모험물인 매거크 탐정단 시리즈 중 한 권으로 1984년도 출간된 책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굉장히 좋아해서 전 시리즈를 구입했었는데 본가에서 오랫만에 확인해보니 두 권 밖에 남아있지 않네요.

지금은 <<맥거크 탐정단>> 이라는 이름으로 몇 권이 새로 출간되었기 때문에 소장 가치가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이번에 바뀐 컬러풀한 삽화보다는 옛날 버젼 삽화가 저는 더 친숙해서 마음에 듭니다. 캐릭터들도 옛 버젼이 특징을 더 잘 살린듯 싶고 말이죠.

그래도 좋은 책임에는 분명하기에 재출간은 환영할합니다. 요새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고 추리 문학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