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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5

18세기의 맛 - 안대회 외 : 별점 2.5점

18세기의 맛 - 6점
안대회.이용철.정병설 외 지음/문학동네

18세기의 문화를 음식과 함께 잘 소개해주는 인문학미시사 서적. 모두 23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네이버 캐스트에 연재된 글을 묶어 출간한 책으로 연재 당시 몇몇 글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구입해 읽어보게 되었네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 대해 연관된 음식과 함께 소개해준다는 아이디어도 좋고 결과물들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전문가다운 독특하면서도 새로운 시각이 특히 인상적으로 버터의 확산이 카톨릭에서 이탈한 나라와 일치한다던가, 감자가 확산이 늦어진 이유는 당대의 오해와 의혹인데 이를 감자를 소재로 해서 작품을 남긴 유명 화가는 민중 화가인 밀레와 고호밖에 없다는 사실과 연결시킨다던가, 파스타는 18세기에 부유층만 소비하는 고급 음식으로 이를 "그건 마카로니야"라는 당시 속어로 드러내는 등의 방법이 그러합니다. 커피는 남성적 담론을, 홍차는 여성적 담론을 상징했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고요. 

진은 사회적 폐혜를 불러일으켰지만 맥주는 활력과 번영의 상징이었다는 것을 호가스의 그림으로 드러내는 이야기와 같이 도판이 중요한 이야기가 많은데 이를 위한 도판은 물론, 그 외의 각종 참고 자료 역시 최고 수준입니다.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모두를 아우르는 폭 넓은 범위도 인상적이고요. 복어와 식용 국화, 삼해주와 조선의 술 문화 등을 통해 음식 그 자체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많습니다. 이 중에서는 항상 궁금했던 "솔잎"을 먹는 방법에 대한 상세한 소개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신선들이나 무림 고수들이 먹는 나름 괜찮은 음식으로 알았는데 심한 변비를 일으킨다는 건 처음 알았거든요. 하긴, 몸에도 좋고 맛있었다면 지금도 많이 먹고 있을테니.... 변비를 극복하고 맛을 좋게 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도 상세하게 소개되어 무척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지엽적인 이야기 소개에 그치는 내용도 적지 않고, 어떤 이야기는 너무 좁은 분야에 매몰되어 소개되는 등 전체적인 수준이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나는 전문가다" 라는 인식을 지나치게 드러내는 너무 어렵게 쓴 글들이 적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네이버 캐스트 연재물이라면 독자를 고려해서 조금 더 쉽고 일상적으로 써 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책의 주제라 할 수 있는, "18세기에 대한 인문학"을 "음식"으로 잘 드러내는 글들이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도 감점 요소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전문가들의 식견이 느껴지는 좋은 글들도 많지만 전체적인 글들의 편차가 일정하지 않은 등의 단점도 많아 감점합니다. 그래도 몇몇 특정 주제만큼은 다른 책에서 찾아보기 힘든 전문성이 느껴지는 만큼, 이런 류의 글을 좋아하시는 분들께서는 한번 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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