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 도미타 쇼지 지음, 유재연 옮김/논형 |
근대 일본에서 호텔이 형성되는 과정을 당시 분위기와 함께 소개하고 있는 미시사 서적. 이 책을 통해 근대 일본 호텔의 역사에서는 크게 3개의 키워드가 도출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 그건 바로 외국인과 서구화, 그리고 철도죠.
우선 외국인은 호텔의 역사에서 떼놓고 생각하기 힘듭니다. 최초에 호텔이 생긴 이유도 외국인들 대상의 숙박 업소가 필요했기 때문이니까요. 우리나라만 해도 최초의 호텔로 유명한건 "손탁 호텔" 이죠.
이후 요리가 유명한 작은 호텔들이 한, 두 개씩 생기다가 정부 주도의 영빈관 호텔이 들어서면서부터 "서구화"가 추진됩니다. 일본이 굴욕적인 불평등 조약을 맺은 이후라서 외교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서구화"를 강하게 추진한게 그 이유로 당시 도쿄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던 독일인 의사 베르츠는 일본인들이 고유 문화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할 정도였다고 하네요.
이렇게 서구화가 국가의 핵심 과제인 상황에서 외국인 손님들, 특히 영국 황태자같은 외국 왕실 일가가 방문을 하게 되면서 서양식 호텔을 서둘러 건축하고, 이는 각 지방으로 널리 퍼져나가게 됩니다. 천황 일가의 방문도 겹쳐서 더욱 영빈관스러운 분위기를 추구하게 된 것이고요. 아울러 서구화는 단지 건축 양식 뿐 아니라 식사 및 호텔의 각종 운영 방식 모두가 포함되어 서비스됨으로써 전통 "료칸"과 더욱 차별화되게 됩니다.
결과야 어쨌건 결국 이를 통해 서구 문화를 접하게 되었기에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비싼 가격으로 "고급" 이미지가 함께 형성된 건 덤이라 할 수 있겠죠.
이후 각 지역 관광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관광지와 함께 생겨난 호텔이 소개됩니다. 이러한 관광지는 교통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일본을 대표하는 관광 휴양지 중 하나인 가루이자도 요코가와와 가루이자와 간 아프트식 철도 개통으로 피서객이 급증한게 발전의 가장 큰 이유니까요. 이렇게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숙소가 필요해져 호텔이 속속 도입되게 되었고요. 비슷한 내용은 <<에키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철도 회사가 호텔을 운영하기도 하였으며, 심지어 식민지 만주에서는 주요 철도역마다 "만철"이 운영하는 거대 호텔이 들어섭니다. 이는 서구화 단계를 지나선 일본이 식민지 사람들이 외경심을 갖게끔 거대하고 웅장한 호텔을 짓기 위함이었다고 하는데 참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심지어 부산과 경성에 세웠던 호텔마저 소개되니 더더욱 말이죠. 다행히 이 책의 저자는 식민지에서의 호텔 산업은 식민지 주민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고 쓰고는 있습니다만, 씁쓸하더군요.
이 세 개의 큰 키워드를 중심으로 실제로 세워졌던 다양한 호텔들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는게 주요 내용인데 지금은 사진으로 밖에 남아있지 않은 호텔이 대부분이며, 호텔 건설 및 운영에 참여한 인물들 소개는 딱히 관심이 가지 않는 등 조금은 불필요한 내용이 많은건 아쉽네요. 특히나 여러 인물 소개는 영 별로입니다. 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탓으로 실제로 뭘 했는지 잘 모르겠거든요. 단순히 호텔을 세우거나 운영한 사람들이 많아서 뭐 이렇게까지 소개했어야 하나 싶기도 했고요. 또 아쿠다카와 류노스케 등 유명 인사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재미있기는 했지만 분량에 비하면 소개되는 호텔과 인물이 과한 편이라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에요.
이럴 바에야 이전에 읽었던 <<우아함과 탁월함의 역사>> 처럼 주요 호텔에 보다 촛점을 맞추어 소개하는게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근대 일본의 분위기, 시대상을 호텔이라는 소재로 잘 드러낸 내용은 마음에 들고 당대 문화 (특히 숙박업과 관광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사료적 가치 크지만 단점도 명확합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래도 나름의 가치는 충분한 만큼 근대 일본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한번 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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