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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9

루미놀 - 최상규

 

루미놀
최상규 지음/청림출판

예전 "지상아" 등으로 법의학 관련 서적을 내 놓았던 청림출판에서 내 놓은 비슷한 기획의 법의학 서적입니다. 지금도 발간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월간 수사 연구"라는 잡지에 연재되었던 칼럼을 묶은 것으로 국과수에 근무하신 최상규님의 법의학 수사 이야기를 담은 책이죠.

하지만 책 내용은 기대와는 좀 거리가 있더군요. 90%이상이 루미놀과 기타 방법을 이용한 혈흔 확인 및 혈액형 분석, 그리고 친자확인 검사 이야기뿐이며 약 20여년전의 이야기라서 "DNA"분석이 도입되기 이전이기에, 그리고 혈액형 분석 이외의 보다 자세한 분석방법이 등장하지 않아서 답답한 부분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미흡한 조사 결과 때문에 대부분의 사건들에서 법의학적인 이야기는 수사의 보조수단으로만 기능하고 있거든요. "혈흔" 만 가지고 증거를 삼기에는 아무래도 많이 부족하니까요. 아울러 지나치게 설명적이고 상투적인 문체도 흥미를 많이 떨어트리는데 한 몫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몇몇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 예를 들자면 혈흔에서의 혈액형 분석은 "땀"의 존재로 잘못 판단될 수 있다던가, 타액으로 혈액형 분비가 되지 않는 비분비형 사람이 인구의 15%정도 된다던가 하는 재미난 이야기들과, 사건 대부분이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강력사건들이기도 해서 나름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딱 한건을 제외하고는 범인이 모두 잡혔다는 것도 뭔가 안심이 되는 부분이었고요. "C.S.I"를 기대한다면 당연히 실망스러울 수 있겠지만 법의학의 한계를 그만큼 명확히 한 "실화집" 이라는 측면에서는 높이 살 만 하겠죠. "C.S.I"도 사실 구라가 대부분이기에...

개인적으로는 추리소설 창작에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해서 구입한 측면도 있는데 도움되는 요소가 몇가지 있었기에 만족합니다. 다름 작품에서는 뭔가 써먹야 봐야 겠네요.^^

2007/03/28

기묘한 신부 - E.S 가드너 / 장백일 : 별점 2점

 

기묘한 신부
얼 스탠리 가드너 지음, 장백일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변호사 페리 메이슨에게 한 여성이 찾아와 자신의 친구의 이야기라며 실종된 남자와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페리 메이슨은 그 이야기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그녀를 설득하여 진실을 털어놓게 유도한다.
그러나 그녀는 거절하고 사무실을 떠나고, 그녀가 이미 선금을 지급한 것을 알게 된 페리 메이슨은 독자적인 조사를 통해 사건에 대해 대략 파악하게 되나 그녀의 전 남편 그레고리가 피살된 후 그녀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게 되는데...


페리 메이슨 시리즈. 리뷰는 "관리인의 고양이"와 "말더듬이 주교" 이후 세번째네요. 그런데 이 작품은 여러모로 다른 작품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다른걸 다 떠나서 "실제로 의뢰인이 사건을 저질렀다" 라는 황당한 진상 탓이 크죠. 때문에 페리 메이슨이 법정에서 사건을 뒤집는 결정적 장면도 "꼼수" 일 뿐이며 그 속에 담긴 진상을 파악해서 역전하는 것이 아니기에 실망스러웠어요. 진상 역시 희박한 근거를 통해 드러내는 것이라 추리적으로 보기에 상당한 무리가 있었으며, 그녀가 범행을 저질렀고, 그것은 정당방위였다라는 당연한 이론을 도입하지 못하는 과정의 설득력도 빈약했고 말이죠.

또한 굉장히 간단할 수 있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결혼"이라는 설정을 도입해서 불필요하게 질질 끈 티가 나는 것도 별로였습니다. 별거 없는 사건인데 왜 이리 등장인물은 많은지... 게다가 등장하는 대부호와 그 아들 캐릭터는 너무 스테레오 타입이라 짜증이 날 정도였어요. 꼭 무슨 붕어빵 기계에서 찍어놓은거 같은 전형적인 미국식 대부호 캐릭터더라고요.

물론 흥행 대마왕이자 탁월한 스토리텔러인 가드너의 작품답게 아주 건질게 없는건 아니에요. 이런저런 재미만 놓고 본다면 꽤 괜찮은 편이긴 하거든요. 또 제가 읽은 페리 메이슨 시리즈 중에서는 법정씬이 제일 길고 유쾌하며 활약도 엄청나서 페리 메이슨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고요. 후대 미국의 대중 소설에 큰 영향을 준 듯한 요소가 많이 보여서 나름 흥미로우며 재미만 놓고 본다면 그런대로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드네요.

그러나 앞서 말했듯 추리적으로 헛점이 많아서 잘 된 추리소설이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중소설"과 "추리소설"의 줄타기를 잘 실천한 작품이긴 하지만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07/03/26

두산 베어스 07년 전망

1군 엔트리 (26명 기준)

투수 (12명)
선발
: 리오스, 랜들, 김명제, 금민철
불펜
: 김덕윤, 정성훈, 이경필, 구자운, 김승회, 원용묵, 노경은
마무리
: 정재훈

포수 (3명)
: 홍성흔, 김진수, 양의지


내야수 (6명)
: 장원진, 안경현, 안상준, 나주환, 고영민, 윤석민


외야수 (4명)
: 강동우, 이종욱, 민병헌, 윤재국

지명 (1명)
: 최준석

- 이상 26명 -

나름대로 뽑아 본 리스트입니다. 시범경기를 통해 본 결과로 신인들은 아직까지는 좀 미지수라 판단하여 기존 선수와 군제대 선수 위주로 짜 보았지만, 투수 쪽은 변동이 많을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서동환 선수도 올해는 괜찮은 것 같고 신인을 키운다면 임태훈, 이원재 선수도 가능성이 있을 것 같거든요. 일단 간단하게 자체 평가해 보자면,

경쟁력, 혹은 작년보다 나아진 점 :
1. 리그 최고 수준의 2명의 용병투수의 건재
2. 양적, 질적으로 엄청나게 향상된 불펜. 특히 김덕윤-정재훈 라인으로 굳혀졌던 06시즌 승리조에 사이드암 정성훈- 과거 마무리 구자운 선수가 추가됨으로서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생각되며 투수 엔트리가 포화 상태에 이를 정도로 자원이 풍부해 져서 추후 운영에 큰 도움이 되리라 판단됨.
3. 김동주, 홍성흔 선수가 건강하게 가세하는 타선은 2006시즌과 질적으로 완전히 다름.
4. 상무 홈런왕 출신의 유재웅 선수의 가세 역시 큰 힘이 되어줄 것으로 생각됨.

위험요소 :
1. 뭐니뭐니 해도 팀에 있어서 10승 플러스였다는 유격수 손시헌 선수의 공백 메꾸기. 안상준-나주환 선수의 투 플래툰 시스템으로 운영될 여지가 많지만 여러가지로 불안함. 또한 이 경우 김동주 선수의 3루 백업을 윤석민 선수가 잘 해 주어야 한다는 것도 불안요소. 이래저래 전체적으로 내-외야 엔트리 부족.
2. 지난 수년간 어마어마한 이닝을 소화한 리오스 선수의 건재 여부. 06시즌 막판에도 좋지 못하였고, 리오스 선수가 부진할 경우 1선발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됨.
3. 불펜에 거의 없는 왼손투수. 원용묵 선수 1인으로는 원 포인트 활용도가 떨어짐. 노경은 선수는 시범경기로만 본다면 썩 좋지는 못했지만 팀 사정상 엔트리 진입이 예상됨. 마조니 주니어 신재웅 선수의 재활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4. 군 제대 선수들의 적응 및 체력 여부.
5. 시범경기때 발생한 유재웅 선수의 부상으로 외야 엔트리 구성 자체가 어려우며, 장원진 선수의 외야수로서의 선전을 기대해야 함.
6. 홍성흔 선수의 백업을 과연 누가 잘 수행할 것일지? 김진수-양의지 선수의 경쟁구도에서 현재까지는 김진수 선수가 앞서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포지션 특성상 3명의 엔트리를 기본으로 가져간다면 두 선수 모두 1군 진입 예상. 단, 2007 신인인 이두환 선수가 변수가 되리라 생각됨.

로또 :
1. 유재웅 선수. 과연 두산의 좌타 거포 갈증을 드디어 해소해 줄 것인지?
2. 민병헌 선수. 외야 세대 교체의 선봉장이 되어 줄 것인지?

기타 궁금증 :
1. 전상렬 선수는 어디 간겁니까?

2007/03/25

살육에 이르는 병 - 아비코 다케마루 / 권일영 : 별점 3점

살육에 이르는 병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시공사

가모우 미노루는 우연히 한 여대생을 교살하고 그녀를 범하는 것의 쾌감을 깨닫게 된 이후 폭주해 나가는데 그런 그의 마수에 은퇴한 경부 히구치를 사모하던 간호사 도시코가 걸려든다. 도시코의 죽음에 책임을 느낀 히구치와 도시코의 동생 가오루는 힘을 합쳐 범인을 잡으려 하는데...

-주의 : 약간의 스포일러 포함입니다-

일본 신본격 대표 작가중 하나라는 아비코 다케마루의 대표작. 지인이신 decca님이 고맙게도 도움을 주셔서 받게 된 책입니다.

여러모로 전에 읽었던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하고 유사합니다.
일단 두 작품 모두 사회 비판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벚꽃지는..."은 악덕 판매 조직을 파헤치고 이 작품은 "아버지 부재"의 일본 사회를 비판하고 있죠. 또한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작중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입시킴으로서 소재와 이야기를 완벽하게 조화시키는 맛이 뛰어나다는 점도 동일합니다.
아울러 주요 캐릭터의 시점으로 단락이 진행되고, 각 단락을 짜맞추어 나가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의 진행 방식도 유사합니다. "벚꽃지는..."이 2명이라면 이 작품은 살인범 가모우와 어머니 마사코, 은퇴한 형사 히구치 3인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것 정도가 차이점이긴 하지만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두 작품이 닮아보이는 이유는 반전의 존재입니다. 두 작품 모두 그야말로 "반전에 죽고 반전에 사는" 작품이죠. 반전의 성격도 유사해서 "벚꽃지는.."은 주인공 나루세와 사쿠라의 정체가 밝혀지는 반전이라면 이 작품은 범인인 가모우 미노루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이 반전인데 정말로 뜻밖이며 큰 놀라움을 안겨다 줍니다. 사실 살인범의 정체에 대한 반전은 고전 "싸이코"부터 이어져온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이 작품의 마지막 한페이지로 모든 것이 밝혀지는 반전은 다른 비교대상과의 논쟁이 무의미할만큼 워낙 뛰어난 탓에 일본 아마존 서평대로 저도 앞에서부터 다시한번 읽어가며 작가의 장치를 다시금 점검하는 절차를 거쳤을 정도로 잘 짜여져 있고 복선과 설정이 완벽한 것이 정말 대단하다 생각됩니다. 아울러 두 작품 모두 반전이 묵직하게 작품의 기본적 사회파적인 설정을 웅변하고 있고요.

하지만 단점 역시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반전을 의식한 탓에, 즉 주인공이자 살인범인 가모우 미노루의 정체를 감춰놓았다가 드러내는 것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장치이기에 이것을 설명해 나가는 부분에 있어서 작위성이 드러나며, 또한 전적으로 소설적 장치 (해설에 따르면 "텍스트 트릭") 에 의존하고 있어서 본격 추리적인 요소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은 추리 매니아로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점은 큰 단점은 아닙니다. 정작 문제는 잔인한 묘사에요. 네크로필리아 가모우의 범행에 대한 묘사는 이 책이 "19세 미만 구독 불가" 판정을 받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디테일하고 잔인합니다. 못지않게 잔인한 책도 많이 있다지만 이 책만이 이쪽 쟝르에서 현재까지 유일무이한 공식적 19금 금서지요. 솔직히 저는 읽으면서 굉장히 역겹기까지 했고, 이러한 파괴적인 범행에 대한 반복된 묘사 때문에 마지막 반전의 충격이 강하게 다가오지 못했습니다. 감각이 좀 둔해졌다고나 할까요?
다른 예를 들자면 제가 이른바 천재라는 클라이브 바커의 책을 싫어하는 이유가 그의 상상속의 지옥을 간접체험하기가 싫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며 이토 준지의 책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 책은 그들 못지않은 만만찮은 아우라를 뽐내고 있어서 다시 잡기가 많이 꺼려집니다.
번역자조차 이 책의 목적이 "끔찍한 장면묘사"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고 다시금 강조하고 있지만 저는 유감스럽게도 끔찍한 장면묘사가 더욱 기억에 강하게 남네요. 최소한 이렇게 적나라하게 묘사했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전혀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검은집" 정도의 수준이라면 이해되지만 말이죠.

이러한 잔인성 때문에 재미는 있지만 추천하기도 난감하고, 외려 널리 알려지면 알려질 수록 추리문학이라는 쟝르에 악영향을 끼치지나 않을까 우려됩니다. 신본격 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책을 내고 싶었다면 보다 착하고 안전한 작품을 선정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이 책을 선정하여 발간한 시공사와 decca님의 용기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별점은 3점 이상 주기 어렵네요.

PS : 번역과 주석은 완벽한 수준이라 책의 재미를 더합니다.

2007/03/23

긴다이치 코스케 - 여왕벌


이즈반도의 시모다에서 남쪽으로 떨어진 바다 70리상에 위치한 월금도에 미나모토 요리토모의 직계 후손이라는 다이토우지가가 살고 있었다. 19년전, 그곳을 찾은 도쿄의 두 학생 긴죠와 쿠사카베는 가문의 외동딸인 미모의 아가씨 다이토우지 고토에를 만났다.
고토에와 쿠사카베는 사랑에 빠졌고 고토에가 임신을 했지만, 고토에가 쿠사카베를 밀실에서 살해한 뒤, 긴죠가 대신 데릴사위로 다이토우지가에 들어가 가문을 잇는다.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19년 뒤, 고토에의 딸 다이토우지 토모코는 19세가 되자 어머니의 유언을 받들기 위해 도쿄로 나와 3명의 신랑 후보를 만났다다. 어머니 고토에는 같은 미나모토 요리토모의 후손으로 핏줄을 잇기를 바랬던 것.
그러나 신랑 후보 유사, 고마이, 츠쿠모가 연달아 살해되고, 이는 고토에가 남편인 쿠사카베를 살해했던 19년 전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지며, 유력한 용의자로 토모코와의 결혼을 욕심내던 타몬 렌타로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떠오른다.
긴다이치는 요코미조 선생과 같이 휴양 여행을 간 호텔 소라이장에서 처음 토모코를 본 인연으로 사건에 뛰어들어 명컴비인 다치바나 서장과 함께 진상을 파헤치게 되는데...

전에 보았던 "팔묘촌"과 같은, 이나가키 고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한마디로 말해서 너무나도 재미가 없었습니다... 보고나니 힘이 다 빠지네요. 추리물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공정한 정보의 제공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그나마 기대했던 긴다이치의 추리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이 작품에서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마지막 범인(?)의 유서(?)에서 진상을 드러내는 등 추리물로 도저히 봐 줄 수 없는 수준이었거든요.
각 사건들의 표현 비중도 애매해서 현재의 세개의 사건보다 19년전 사건을 더욱 디테일하게 끌고가는 편집도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사건의 발단이 되는 중요한 사건이라지만 각 사건들을 보다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을까요?
추리적으로도 "박쥐"라는 말을 이용한 트릭은 제법 재치있었지만 그 외의 트릭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네요. 19년전의 사건을 설명하는 "발작" 부분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황당할 정도였고 3건의 사건 모두 우연과 재수(?)에 기인한 것들이 많아서 정교함이 한없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보다보면 유력한 용의자가 딱 한명밖에 떠오르지 않기에 공정한 정보의 제공이나 설명이 그만큼 어려웠으리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에서 실망감만 안겨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원작은 읽지 못했지만 이 정도 수준이라면 전혀 기대되지 않는군요.

이 작품에서 볼만했던 것은 아래의 쿠리야마 치아키가 맡은 고토에- 토모코 뿐이었습니다. 제목은 왠지 팜므파탈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데 실제로는 청순가련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이 좀 특이하죠. 잘 어울렸습니다. 정말이지 그 외에는 건질만한게 단 한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2007/03/22

죽은 사람은 스키를 타지 않는다 - 패트리샤 모이즈 / 진용우: 별점 3점

 

죽은 사람은 스키를 타지 않는다
패트리샤 모이스 지음, 진용우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런던 경시청의 주임 경감 헨리 티베트는 아내 에미와 함께 이탈리아의 산타 키아라로 스키 휴가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이 여행의 이면에는 산타 키아라가 중심이 된 국제적 마약 조직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한 밀명이 있었다.
그는 정체를 숨긴채 스키를 타기 위해 찾아온 여러 국적의 스키어들과 친분을 나누며 스키를 즐기나 마약 밀매의 중심인물로 의심되는 프리츠 하우저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 뒤, 이탈리아 경찰 스페치 경감과 함께 사건 수사에 뛰어든다. 하지만 프리츠 하우저가 살해된 당시 가능성이 있던 용의자들은 모두 제각기 동기가 있던 상태여서 수사는 답보상태에 빠진다.

어느정도 범인을 확신한 헨리에게 중요한 단서를 쥐고 있던 리프트 관리인 마리오 영감이 무언가를 고백하기로 한 날, 마리오 영감마저 프리츠 하우저와 동일한 모습으로 살해당하고 헨리는 이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지 못해 고민하게 되는데..


패트리샤 모이즈의 처녀작 장편으로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사실 초반은 굉장히 지루했습니다. 본격적인 사건인 프리츠 하우저 살인 사건이 벌어질 때 까지의 100페이지에 이르는 너무나도 길고 긴 스키어들과 스키장의 묘사는 참기 힘들정도로 따분했거든요.

그러나 그 이후 부터는 정말이지 정신없이 읽게 되더군요. 사건이 벌어진 뒤의 이야기가 워낙에 흡입력이 넘치기도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정통파에 기반을 둔 본격 트릭물이기에 저같은 본격 애호가에게는 딱 들어맞는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요새 기준으로 본다면 소박하게 느껴지는 단(!) 두건의 살인 사건만 등장할 뿐이나 두 사건 모두 상세한 시간표까지 등장시킨다던가 하는 식으로 공정하고 정교하게 잘 짜여진 트릭들이었어요. 특히 마지막에 헨리 티베트가 결정적 힌트를 얻는 장면은 공평하게 정보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독자에의 도전" 같은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였고 말이죠.
덧붙이자면 현대 추리소설에서 많이 간과되는 부분인, 제가 좋아하는 "동기" 부분까지 모든 용의자에게 고르게 혐의가 갈 수 있도록 상세하게 설정하고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든 점이었습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첫번째 사건에 비해 두번째 사건은 억지스러웠어요. 예를 들면 "발자국" 문제는 차라리 눈이 오는걸 기대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고 활강 자체는 너무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기 때문이지요.
아울러 두 사건 모두 "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구현하는데에는 성공했지만 "범인이 될 수 있는 인물"을 만드는데에는 실패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범죄로 보기에는 아쉬운점이 있어 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는 영어, 이탈리어어, 독일어가 각각 쓰이는 상황을 가지고 보다 더 재미있게 구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성탐정록 첫번째 이야기 같은 트릭이 나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덧붙이자면 작품의 재미와는 별개로 여류 작가 특유의 귀족적 취향과 로맨스적인 설정이 좀 과도한 것은 옥의 티였습니다. 애거서 여사님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2차대전 이후 비교적 현대로 넘어온 시대의 소설 치고는 너무 낭만적이랄까요? 특히 맨 마지막의 남작의 액션씬(?) 은 정말 아니올시다 였거든요. 뭐 재미를 해칠 정도는 아니지만 거슬리긴 하네요.

그래도 최소한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만족할만한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걸작"이라고 칭하기에는 좀 부족하더라도 말이죠. 헨리 티베트 경감도 시리즈 캐릭터인 모양인데 후속작도 보고 싶어지게 만들더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눈 쌓인 산장+스키장과 거기 묵는 악인을 중심으로 모인 많은 사람들" 이라는 주제가 이 작품에서 제일 처음 등장했는지는 좀 궁금하네요. 본격물이 등장하기 딱 좋은 무대잖아요. 최소한 김전일의 "타로 산장" 에피소드가 이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것은 분명합니다. 리프트가 굉장히 적절하게 쓰인 점만 보더라도 말이죠. 솔직히 이 소설처럼 관광명소가 된 스키장이라면 모를까 김전일의 타로 산장같은 펜션이 리프트 같은 거대 시설을 유지한다는 것은 너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이유를 이제서야 좀 알겠네요. 야마기 세이마루 씨가 이 작품을 읽고 "나도 써먹어야겠다!" 라고 두 손을 불끈 쥐는 모습이 눈 앞에 선합니다.

2007/03/21

새로운 취미의 세계로 - 1/144 아톨

전에 포스팅한 엘가임 글에서 쓴 바로 그 프라모델, 반다이 HG 1/144 아톨을 질렀습니다. 아울러 싼 맛에 재발간된 구판 그룬도 같이요. 프라모델은 거의 만들어 보지 않았지만 회사일 등등으로 골치가 아픈데 만지작 거리면 시간은 잘 가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배송되어 왔길래 확인해 보니 아톨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그룬은 정말 싼티가 확 나는 물건이더군요. 이거 만지작 거리면서 이거저거 개조하면 스트레스가 더 쌓일지도? 그래도 워낙 싼 맛에 지른 물건이니 뭐 부담은 안되네요.

새로운 취미가 될지, 단발성 취미로 끝날지는 좀 지나봐야 겠지만 한번 잡은 거 끝은 봐야죠. 부담없이 쪼개도 보고 붙여도 보고 해 봐야 겠습니다. 인터넷 뒤져서 정보나 좀 찾아봐야겠네요.

2007/03/18

금색의 상장 (삼중당 미스테리 명작 36) - 사노 요 / 김정우 : 별점 3점

S대학 법의학과 조교수 기하라는 은사의 해외 출장 환송을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오다가 낯선 중국인 여성인 명방의 유혹을 받고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그러나 후일 차 트렁크 안에서 명방의 시체가 발견되고 피해자 사망 추정 시간에 관계를 가졌을 뿐 아니라 자동차 트렁크를 열 수 있는 열쇠까지 소지하고 있는 기하라가 유력한 용의자로 몰려 거짓말 탐지기 조사까지 받게된다.

다행히 결백이 입증되어 풀려난 기하라는 아내와 별거하게 된 원인인 자신의 몽유병과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고민하는데...

사노 요의 작품으로 국내에 제대로 출간된 저자의 작품 두편 중 한편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완전범죄 연구") 이런 저런 조사 결과로는 이 작품들이 저자의 대표작은 아닌데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어 번역되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어쨌건 읽으면서 들은 생각은 일본의 시드니 셀던.. 이라는 것?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소재를 다루는 데 능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 기하라의 혼외정사(?)가 2건이나 나오는 것이 그러하죠. 그래도 이야기 자체는 매끄럽게 전개되기에 기본적인 글 솜씨는 인정할 만 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 기하라의 혼외정사는 자연스러운 행위처럼 묘사하면서도 별거중인 아내 마사꼬의 부정은 바보같은 짓으로 결론 내리는 것은 굉장히 남성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쓰여졌구나 싶었으며 추리적으로는 그냥저냥한 작품이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혼외정사 자체가 사건의 주요 소재이자 트릭의 하나로 쓰이는 것은 꽤 교묘한 발상이었고 초반부터 "시체 바꿔치기" 트릭에 대한 복선을 계속 설명하는 점 같은 것은 괜찮았지만 전체적으로는 헛점이 많았거든요. 주인공 기하라는 좌충우돌 뛰어다니기만 할 뿐, 실제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 인물은 아주 잠깐 등장하는 여류 평론가 고나미세 구리코라는 점, 그리고 기하라라는 인물이 명방과 마지막 밤을 보내야 하는 타당성이 없다는 점, 어차피 경찰 수사에 의해 해롤드 운노의 범행이 서서히 밝혀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점 등 약점이 많아요. 또 시대가 다른 탓에 가장 결정적 단서이기도 한 "자동차 키"의 존재가 지금 읽기에는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고요.

결론내리자면 평작. 그래도 국내에 출간될 가능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 희귀본을 읽게 된 기쁨은 무척 컸습니다. 책 뒤의 해설도 귀중한 자료였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이런 저런 요소를 다 빼버리고 단편으로 가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이 책 역시 이영진님이 제공해 주신 책인데 귀한 책을 너무 많이 주셔서 황송할 뿐이네요.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2007/03/16

죽음의 유역 (삼중당 미스테리 명작 20) - 미나까미 쓰도무 / 김성일 : 별점 3.5점


석탄 채굴이 주 산업이었으나 지금은 거의 폐광이 되어 몰락해가는 광산도시 시노에서 어느날 59명이라는 광부가 지하에 매몰되는 사고가 일어난다. 사고와는 별개로 손가락 한개, 그리고 정체불명의 사나이가 강둑에서 타살당한 시체로 발견되고 피해자가 손가락의 주인임이 밝혀진다. 후쿠오카에서 파견나온 경위 이와다는 탄광 사고의 격심한 혼란 와중에서도 사건 수사에 집중하며 특히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새 조롱과 카나리아를 추적하여 하나씩 단서를 포착해 나간 뒤 결국 놀라운 사건의 진상을 알아낸다.

전후 사회파의 대표 작가인 미나카미 츠도무 (책에는 미나까미 쓰도무 라고 나와 있긴 하지만요)의 작품.

사회파 대표작가답게 광산과 광부들의 처참하고 위험한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인간의 치졸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설득력 넘치게 그리고 있는 정통적인 사회파 추리 소설인데, 원래 순문학 작가 출신으로 나오키 상을 수상한 이력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문학적 정취가 넘치며 세밀하면서도 세련된 묘사를 통해 손에 잡힐 듯한 현장감을 전해 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작품 안에서 벌어지는 2개의 큰 사건, 즉 광산 매몰 사건과 살인 사건을 교묘하게 연결하여 완성도 높은 이야기로 구성한 솜씨가 놀랍네요. 작가가 드러내고 싶은 사회파적인 테마는 광산 매몰 사건으로 다루면서도 추리적인 얼개는 살인사건으로 진행시키다가 결국 하나로 이어지는 결말인데 억지스럽지도 않고 굉장히 매끄럽게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추리적으로도 이와다 경위의 우직한 수사로 하나씩 단서가 밝혀지며 결국 범인이 드러나는 전형적인 사회파식 전개로 처음 단서, 즉 카나리아가 너무 결정적이라는 것과 중반 이후 용의자가 특정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이와다 경위의 추리로 밝혀내는 진상이 놀라운 수준이라 꽤 만족할 만 합니다. 용의자들에 자백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결말, 그리고 불필요한 수상한 인물의 묘사 같은 것은 약간 아쉬우나 아무래도 좀 오래된 작품이니 납득할만 해 보이고요.

결론내리자면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 사회파 추리소설로도 완성도 높은, 그야말로 한 시기를 대표할 만한 작품이었다 생각됩니다. 동시기의 사회파 거장인 마츠모토 세이초 작품과 비교해 본다면, 마츠모토 세이초 작품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 이슈를 드러내면서도 굉장히 치밀한 묘사로 대표되는 문학적 서정성을 지니고 있기에 충분한 경쟁력과 가치가 있다 생각됩니다. 다른 작가들에 비해 국내에 소개가 많이 되지 않은 것이 이해가 안되는데 이 참에 작가의 대표작이라는 나오키 상을 탄 "기러기의 절"이나 이 작품과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기아해협"이 국내 출간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아울러 이 작품 역시 번역이 많이 부실해서 제대로 작품의 "맛"을 드러내지 못했는데 더더욱 제대로 된 출판물로 다시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생기네요. 별점은 3.5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래된 작품이라 구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책인데 귀중한 책을 선뜻 제공해 주신 이영진님께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07/03/15

중전기 엘가임 (1~54)

 

2개의 태양이 비추는, 5개의 행성으로 구성된 펜타고나 월드. 원래 각각의 왕조가 있었고 서로간의 전쟁이 있었지만 모든 세력을 제압한 올드나 포세이달이 영원의 젊음으로 독재를 계속해 오고 있던 중, 혹성 코암의 시골뜨기 타바는 친구 캬오와 함께 아버지가 물려준 헤비메탈 엘가임을 가지고 출세를 위해 도시로 나온다. 그들은 도적단 출신 판네리아 암과 합류하여 우연찮게 휩쓸린 도적단과의 전투에서 100만긴이라는 거액의 수표를 손에 넣고 수표의 주인인 무기상인 아만다라 카만다라에게 수표를 전해주기 위해 모험을 벌이며 미즌 행성까지 이동하고, 여기서 포세이달의 독재에 반대하는 반란군에 합류하게 된다...

84년 방영한, 무려 23년이나 지난 이 작품을 이제서야 다 보게 되었습니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보면 세월을 반영하듯 미숙함과 부족함 투성이입니다. 작화는 세월을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형편없고, 주인공들이 어디 사로잡히기만 하면 탈출을 너무 쉽게 한다던가, 불필요한 사이드 스토리가 너무 많다던가 하는 부차적인 문제를 제외하고라도 그 외의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부분과 설정을 두루뭉실하게 넘기고 있는 각본도 대충 쓴 티가 물씬 납니다. 또한 작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헤비메탈의 능력치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보였습니다. 예를 들자면 지상의 허접한 지원 차량의 빔포, 심지어는 인간이 직접 쏘는 화기에도 박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대체 이 거대하고 복잡한, 비싼 기계를 왜 타고 다니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거든요.

하지만, 54편이나 되는 분량을 몰아쳐 볼 정도로 저에게는 큰 재미를 가져다 준 작품이었습니다. 왜냐면 어렸을 적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의 대백과를 통해 접한 뒤 항상 동경해 오던 작품이기에 정말 오래된 숙제 하나를 끝낸 느낌이 들었거든요. 또 천하를 손에 넣으려는 세력들의 암투가 펼쳐지는 군웅전같은 기본 스토리 자체도 재미있었고, 작중 세계의 패왕인 올드나 포세이달에 얽힌 배경 설정과 이야기가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과거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 대백과로 이미 반전(?)을 알고 있었지만 모르고 보았더라면 정말 대단하다 생각될 정도로 몰입도가 있는 스토리였다 생각되네요. 포세이달의 복수가 결국은 성공한다는(?) 여운을 남기는 엔딩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요.

아울러 군웅전 성격의 작품이기에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캐릭터들의 성격이 확실하게 살아있더군요. 요사이의 복잡한 설정과 항상 고민에 휩싸여 있는 성격의 주인공들보다는 저는 이러한 올드타입 주인공들, 확고한 캐릭터성을 가지고 일관된 행동을 하는 주인공들이 훨씬 좋더라고요. 타바야 전형적인 복수의 왕자 캐릭터이긴 하지만 다른 캐릭터들의 성격이 확실합니다. 특히 주인공 타바의 라이벌인 "불타는 눈의 사나이" 갸브렛드 갸브레는 과거 열혈 주인공을 계승하는 멋진 라이벌 캐릭터였습니다. 이 친구 때문에라도 프라모델 아톨 1/144는 사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리고 헤비메탈들의 모습을 보는 것 역시 즐거움 중 하나였죠. 많은 숫자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당시 유행하던 선라이즈 리얼 로봇의 계보를 충실히 이으면서도 마모루 나가노 특유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헤비메탈들의 디자인은 눈여겨 볼 만한 가치가 확실히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너무 오래된 작품이며 작화도 지금 시각으로 보면 졸렬하기 그지 없으며 문제점도 많아서 선뜻 추천하기는 어려우나 옛 향수를 떠올리는 것 이상의 재미를 안겨다 주는 멋진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초반부의 지루함만 넘길 수 있다면 기대 이상의 소득을 얻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덧붙여, FSS와의 연관점을 많이 이야기 하는데 제가 보기에도 굉장히 비슷하네요. 감독은 토미노고 원작은 야타테 하지메로 되어 있지만 스토리에도 마모루 나가노가 깊숙이 개입한 듯 보일 정도거든요. FSS 시리즈의 팬이라면 또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10만 hit

 

저도 이제서야 돌파했네요. 메이저 블로거 분들에 비한다면야 미약한 숫자지만 찾아주신 여러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원래 오늘쯤 돌파하리라 생각했는데 어제 "정인숙 사건"으로 검색해서 찾아주신 분들이 많아서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기에 숫자가 좀 많이 오바했군요.

그래도 무척 기쁘고 감격스럽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뭐 이러니 무슨 당선소감 같기도 한데, 어쨌건 기쁘다는 이야기죠.^^

2007/03/14

마라코트 심해 - 코난 도일 : 별점 2.5점

 

마라코트 심해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이수현 옮김/행복한책읽기

옥스퍼드 대학 연구원 사이얼레스 해들리는 괴짜 박사 마라코트 박사의 연구를 위한 모험에 동참하게 된다. 그것은 다름아닌 일종의 잠수장치를 이용하여 대서양 바다 밑 해구를 조사하는 것. 미국인 기계공 빌 스캔런까지 포함한 3인은 잠수에 성공하지만 곧바로 심해 생물의 공격을 받아 구명줄이 끊겨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만다. 그러나 바다 밑에서 그들은 만여년전 가라앉은 아틀란티스 인들의 후예들에게 구조되고 그들의 신비로운 심해 세계와 조우하게 된다...

코난 도일 경의 SF작품. 경의 마지막 장편이기도 합니다. 행복한 책 읽기 SF 총서로 새로 번역되어 나오기도 했지만 제가 읽은 것은 "하우미스테리"를 통해 입수하게 된 구 동서문화사 판본이라서 책 구성이 조금 다르군요. 도일 경의 SF는 "잃어버린 세계"를 통해 이미 접해 보았고, 그 엄청난 상상력과 기발함, 그리고 재미에 깜빡 뒤집어진 적이 있기에 이 작품 역시 무척이나 기대가 컸습니다. 최소한 "잃어버린 세계" 만큼은 80여년의 시공을 뛰어넘는 재미를 가져다 주었거든요.

그러나 이 작품은 사실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제일 큰 원인은 "잃어버린 세계"의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던 주인공 챌린져 교수가 등장하지 않는 것 때문이었죠.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원조이면서도 독특한 정신세계 때문에 독자를 매료시키던 교수 대신에 "마라코트 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챌린져 교수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괴퍅한 인물로 묘사되기는 하지만 그만큼의 압도적인 캐릭터성을 지니지 못하고 있어서 많이 실망스러웠어요.
또 총 4부로 구성된 이 작품의 구성 역시 재미를 떨어트리는데 한 몫 하고 있습니다. 1부는 해들리의 편지를 중심으로 탐험의 시작과 탐험 내용을 설명하는 도입부이며 2부는 해들리가 아틀란티스에서 띄워 보낸 수기, 3부는 3인조가 다시 지상 세계로 탈출하는 부분, 4부는 2부에서 부족했던 바닷속 생활을 더욱 자세하게 설명하는 부분인데 각 부분마다의 연결고리가 매끄럽지 않아서 읽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4부는 왜 들어갔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사족이라는 느낌이 강했고요. 특히나 악마 "바알시이파"와의 대결은 읽기가 괴로울 정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80여년전의 에테르 과학관에 기반한 코난 도일 경의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마라코트 심해에서의 생활 이야기는 독보적이기는 합니다. 지금 상식에서 보면 어처구니 없고 황당한 부분이 많지만 순전히 머릿속으로만 창조한 공간치고는 나름 설득력이 넘치거든요. 잠수정의 설정은 지금 읽어도 납득이 갈 정도로 잘 만들어 놓았고요. 그 외에도 아틀란티스의 문명 묘사나 심해 풍경 같은 부분에서도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한 멋드러진 장면이 많이 등장합니다.
뭐니뭐니해도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수없이 인용되는 "침몰한 아틀란티스 제국의 생존자들" 이라는 테마를 전면에 부각시킨 첫번째 작품이라는 점이겠죠.
덧붙여 뒷부분에 실려있는 챌린져 교수 시리즈 단편인 "지구의 부르짖음"이 꽤 물건이더군요. 챌린져 교수의 매력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주고 있으며 황당한 과학 세계관을 특유의 묘사와 설명으로 정말 있음직하지 않나 싶을정도로 재미나게 꾸며주고 있어서 저는 본편보다 이 작품이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 읽으면 낡았다라는 느낌이 앞서 들 정도로 오래된 작품이지만 고전은 고전 특유의 매력이 있는 만큼 한번정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아울러 귀중한 책을 선뜻 제공해 주신 이영진님께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07/03/08

파우스트 Vol.3 -2007 겨울 : 별점 2점

 

파우스트 2007.겨울
학산문화사 편집부 엮음/학산문화사(잡지)

경성탐정록으로 인연을 맺은 계간지입니다. 두께에 놀라 쉽게 손대지 못하고 있다가 3일에 걸쳐 겨우 완독하였습니다.

읽고나서 가장 먼저 들은 생각은 "과연 이 잡지가 팔리는가?" 라는 의문입니다. 왜냐하면 잡지 전체의 작풍을 한마디로 정의내리기가 모호했거든요. 호러와 판타지, 추리, SF가 뒤섞여 있는 쟝르문학 잡지이기는 한데 각 작품이 목표로 하는 독자의 타겟과 작풍이 너무나도 달라서 이 두꺼운 분량의, 가격도 만만치 않은 잡지를 소구하는 독자들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맛은 별로고, 취향에 따른 일부 재료만 맛있는 잡탕찌게랄까요?

아울러 작품들의 문체나 설정만 놓고 보면 대상 연령층이 상당히 낮아 보이는데 작품들 대부분이 잔혹한 폭력과 섹스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를 보인다는 것도 아이러니했습니다. 솔직히 대부분의 작품들이 "젊은 감성" 이라는 카피를 달고 나오긴 했지만 예전의 기쿠치 히데유키류의 엽기 에로 폭력물(?)의 문체만 약간 바꾼 것에 불과하지 않나 싶기도 했고요. 기본적인 설정이야 약간 차이는 있지만 제가 보기에 결과물 그 자체로는 결국 똑같아 보였거든요. 작가의 의도와 내용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론적인 부분에서의 고민이 아쉽더군요.

결론내리자면 제 취향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별점은 2점. 경성탐정록을 제외하고 베스트를 꼽자면, 강병융의 "킬킬킬"과 세이로인 류스이의 "성공학 캬라 교수"입니다. 그 외에도 한국 작품들은 그런대로 괜찮은 수준의 작품인데 일본 작품들은 정말로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장르 문학이라 하더라도 범위가 어마어마하게 넓은 만큼 추리면 추리, 판타지면 판타지, 호러면 호러 식으로 특성을 보다 명확히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네요. 거기에 더해 페이지도 좀 줄이고, 가격도 좀 더 줄인다면 지금보다 더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싶고요. 미스터리 관련 대담을 미루어 볼때 향후의 잡지의 발전 방향이 그쪽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내심 개인적으로 기대해 봅니다.


1. 신본격 마법소녀 리스카 - 니시오 이신
마법소녀가 등장해서 다른 마법사와 싸움을 벌이는 격투 액션물.. 로 보입니다. 재미있긴 한데 왜 소설로 쓰여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캐릭터들도 일러스트로 묘사하고 내용의 대부분이 액션 장면인데 만화 등으로 구현하는 것이 더 임팩트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거든요. 아주 약간의 두뇌싸움이 등장하지만 비쥬얼이 중요한 요소로 쓰이는 두뇌 게임이라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2. 제로자키 키시시키의 인간 노크 - 니시오 이신
이것 역시 니시오 이신 작품입니다. "제로자키 일족"이라는 살인 집단과 그들에 대항하는 조직의 짤막한 사투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 역시 재미는 있습니다만 "리스카"의 경우 처럼 이 작품도 만화쪽이 훨씬 어울렸을리라 생각합니다.

3. 그녀 집으로 오세요 - 이종호
한국 호러 소설의 중견 작가인 이종호씨의 신작입니다. "분신사바"를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어서 나름 기대했는데 이 작품은 솔직히 기대 이하였습니다. 주요 설정을 "펫 세메터리"에서 가져온 것은 그렇다쳐도 주인공 캐릭터의 설정과 묘사가 진부하기 이를데 없었거든요. 쑥쑥 읽히는 맛은 있기 때문에 다음편에서 좀 더 나아진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4. 킬킬킬 - 강병융
취업난을 가지고 기발하게 써 내려간 단편입니다. 주인공 이름이 "철수"와 "영희"라는 것 부터 기발하고, 여러가지 설정 등이 읽으면서도 참 재치있게 쓴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외모에 대한 반전은 좀 더 복선을 깔아주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으며, 마지막 엔딩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건데? 라는 의문밖에는 생기지가 않더라고요.

5. 무지개빛 다이어트 코카콜라 레몬 - 사토 유야
여러가지 설정을 가져다 붙이면서 뭐 그럴듯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정신병자입니다.... 내용도 왠지 모르게 뻔했고요. 이외의 평은 생략합니다.

6. ECCO - 타키모토 타츠히코
다중인격 (일지도 모르는) 소녀의 다른 인격 (일지도 모르는) 존재와 교감을 나누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로 소외감이나 외로움 같은 것이 잘 묘사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잔잔하면서도 전해 줄 이야기는 다 전해줘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무슨 이야기인지는 당쵀 잘 모르겠다는 문제가 있긴 하네요.

7. 이상한 사람들 - 와타나베 코지
짤막한 콩트. 한편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완성도는 높지만 어디선가 많이 보아왔던 이야기라는 것이 아쉽군요.

8. W*rld meets W*rld - 모토나가 마사키
설정, 묘사, 스토리 모든 것이 한편의 만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심어준 작품입니다. 그런대로 재미는 있지만 만화쪽으로 가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9. 호질 - 이선웅
파우스트 소설상 우수상 당선작입니다. 하나의 작품으로서 충분히 깔끔하고 재미 있습니다. 하지만 심사평처럼 너무 서둘러 끝낸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결말부가 매끄럽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주요 등장인물이었던 심령 수사관이 하는 일이 사실상 거의 없다는 것도 좀 황당했고요. 그래도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하고, 재미나게 읽었기에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봅니다.

10. 성공학 캬라 교수 - 세이로인 류스이
젊은 감각이라면 이정도는 되야죠.^^ 그야말로 파격적인 전개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만화가 내용과 밀결합되어 있는 것도 특이했고요. 하지만 이게 과연 소설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11. 코마츠키 마키코 - 마이조 오타로
한 천재(?) 가 등장하는 소설로 다중인격(?) 같은 무언가를 밀도있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담담하면서도 치밀한 이야기와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발상이 재미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저는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흠...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 기타 칼럼 / 대담 / 만화

2007/03/07

이글루스펫 경성탐정록 버젼

 

<이글루스펫> 테스트머신

이름을 뭘로 할까 생각하다가 5글자가 한계이길래 그냥 소설 제목을 붙여 보았습니다.

결과물은 제 예상과는 사뭇 다르네요. 뭔가 악마스러운 것이 말이죠^^ 악마의 아들 경성탐정록?

진화와 2세 등 포케몬 스러운 방법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 같으니 앞으로를 기대해 봐야 겠습니다.

개발하신 모든 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2007/03/06

살의 - 프랜시스 아일즈 / 유영 : 별점 2점

 

살의
플랜시스 아일즈 지음, 유영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시골 마을 와이번즈 클로스의 의사 비클리는 나이 많고 권위적인 아내 줄리아 때문에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새롭게 이사온 마들레인을 사랑하게 되고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하나 거절당하자 결국 비클리는 완전범죄를 꿈꾸며 아내를 죽인다. 그러나 마들레인과의 관계는 결국 깨져버리고 오히려 전 애인 아이비의 남편이자 변호사인 채트포오드의 끈질긴 노력으로 결국 체포되어 버리는데...

세계 3대 도서 추리 소설이라고 불리우는 작품. 다른 두 작품은 "클로이든발 12시 30분"과 "백모 살인사건"이죠. 이렇게 거창한 수식어가 붙은 시리즈는 그렇게 신뢰하지 않기에 이제서야 읽게 되었네요. 전형적인 도서 추리 소설, 즉 범인의 범행 계획과 실행까지의 과정이 자세하게 보여진 뒤 사건이 파헤쳐진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특징이라면 범인의 1인칭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으로 이야기의 각 단계 모두가 범인의 급격한 심리 묘사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스릴과 서스펜스가 굉장히 강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좋았어요. 작가의 필력도 잘 느낄 수 있었고요.

그러나 명성에 비한다면 실망이 더 컸습니다. 일단 이 작품은 쓰여진 시기를 감안하더라도 너무나도 지루해요. "그는 사사건건 잔소리를 해 가며 그를 지배하려던 아내에게 시달림을 당하다가 새로 이사온 마들레인과 사랑에 빠지게 된 뒤, 아내 줄리아를 살해하게 된다" 라는 이야기가 문고본 190여 페이지 정도로 서술되어 있거든요. 등장인물도 몇 없는데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물론 살의라는 감정을 품게되는 것이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는 있겠죠. 허나 보다 짧고 스피디하게 전개하였더라면 훨씬 좋았을거에요.
또한 추리적으로 별볼일 없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탐정이 등장하거나 수사과정이 체계적으로 보여지는 것도 아니고 추리의 과정 역시도 별로 등장하지 않는데 이야기의 핵심인 비클리 박사의 완전 살인 계획도 순진함 그 자체이기에 추리소설로 봐야할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도서 추리 소설을 읽을 때 보통 기대하는 완전 범죄와 그것에 따르는 헛점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하고 정신이상에 가까운 비클리 박사의 심리 묘사만 주구장창 나열되어 있을 뿐이에요.
무엇보다도 살인계획은 정말이지 어이가 없을 정도로 허술합니다. 괴롭히던 아내 살해까지야 그렇다쳐도, 자기를 배신한 애인, 그리고 자기의 뒤를 캐고 다니던 전 애인의 남편을 자기 집에 초대해서 독이 든 음식을 먹이고는 완벽한 완전 범죄라고 스스로 자화자찬하다니 이건 정말 뭐 병신도 아니고... 증거가 없다고 떠들고 있지만 이래서야 설득력이 너무 떨어지잖아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프랜시스 아일즈 (앤소니 버클리 콕스)의 작품은 몇작품 읽어보진 않았지만 읽어본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지루하고 재미없었습니다. 세계 3대 도서 추리 소설은 이로써 완독하긴 했지만 이 목록도 이제 21세기도 되었으니 새롭게 선정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그나마 아일즈의 거장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강렬한 마지막 반전이 있었기에 다행이지 그마저도 없었으면 정말 화가 났을지도 모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07/03/05

비밀의 문 - 김래성 : 별점 2.5점

 

비밀의 문
김래성 지음/명지사

정말 오랫만에 올리는 추리소설 리뷰네요. 그간 NDSL에 빠져 살다가 회사에 기계를 반납한 뒤 겨우 원래의 생활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무섭다 NDSL!)

"쌍무지개 뜨는 언덕"과 "실락원의 별", "청춘산맥"으로 유명하지만 원래 추리문학으로 등단한, 우리나라 추리소설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김래성 선생님의 단편집. 이전에 읽었었고 집에도 계속 있었지만 최근 "설홍주" 관련 이야기를 쓰다가 참고할까 해서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9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말미에는 김래성 선생의 추리문학소론이라는 30년대의 강연자료까지 수록되어 있어서 자료적 가치는 무척 높습니다. 작품들도 20~30년대 분위기가 가득하고요.
아울러 긴장감을 이끌어 내는 솜씨와 극적 반전, 공포 등은 시대가 훨~씬 지난 지금 읽어도 낡았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 과연! 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선생님의 작가적 명성에 비하면 정통 추리 단편집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에도가와 란포"와 굉장히 유사한 변격물이 대부분으로 추리물다운 트릭이 등장하는 작품은 거의 없거든요. 그나마 정통 추리에 가까운 작품은 "비밀의 문"과 "벌처기", 그리고 국내 최초의 추리 소설이라 할 수 있는 "타원형 거울" 정도네요.
게다가 두 남자와 한 여자라는 상투적인 소재가 난무하고 등장인물들도 화가, 작가 등이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 등장하고 있다는 점 등은 좀 쉽게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뻔했습니다. 지나친 통속성도 거슬리는 부분이었고요. 이러한 부분에서는 국내 후대 작가에게 안 좋은 쪽으로만 영향을 끼친 느낌이 물씬나더군요.

결론내리자면 자료 측면에서야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고 재평가받아 마땅한 작품들임에는 분명하나 추리문학의 효시라는 칭호에서 기대한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 진정한 고전이 되기에는 2% 정도 모자라 보이네요.

저의 베스트는 "타원형 거울" 입니다. 변격물 취향이라면 "이단자의 사랑"과 "악마파"도 아주 괜찮은 발상의 작품이긴 한데 제 취향은 아니라서...

1. 비밀의 문 :
살인광선을 개발한 강박사에게 괴도 그림자로부터 그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훔쳐가겠다는 편지가 배달된다. 강박사는 예고 시간까지 조수들과 함께 광선 설계도를 철통같이 지키지만 그림자가 정작 훔쳐간 것은 박사의 외동딸 영채였다.
범죄 예고, 유괴라는 흥미진진한 소재가 등장하고 있으며 원래 방송극용 대본이었던 탓인지 김래성 선생 작품답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범죄(?) 이야기로 쓰여져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트릭은 별게 없지만 꽤 괜찮은 편이고요. 깔끔한 평작입니다.

2. 이단자의 사랑 :
병원 원장 김철하는 간호사로 일하던 애련과 결혼한 사이지만 애련의 전 애인인 시인 추강에게 그녀를 내어주고 대신 1년에 한번만 그녀를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청을 하여 허락받게 된다.
전형적 변격물로 두 남자와 한 여자라는 이 단편집 전체를 관통하는 설정을 극단적으로까지 묘사한 작품입니다. 내용은 지루하고 뻔하지만 마지막의 반전인 "고래고기" 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저희 아버지도 약 40여년전에 이 작품을 읽었는데 반전을 아직도 기억하시고 계시더군요. 그만큼 당시에는 충격을 안겨다 준 획기적 발상이라 할 수 있겠죠. 물론 지금 읽기에는 좀 낡긴 했지만 당시 이런 생각을 했다는 점에서는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3. 악마파 :
내가 여동생 루리와 함께 동경에 유학하던 시절 만났던 두명의 미대생 노단과 백추 두명은 루리를 사랑하게 된다. 부자집 아들이며 건장한 체구의 노단과 가난뱅이에 불구자이지만 천재적 화가인 백추의 사이에서 갈등하던 중 백추가 "제전"에 그림이 입상한 기념 파티에서 벌어진 소동 이후에 행방을 감추게 되자 노단과 루리의 결혼을 허락한다.
역시 전형적 변격물로 화가로서의 창작 욕구를 위해 다른 것의 희생을 강요하는,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냥저냥한 드라마가 될 수 있는 소재인데 "악마파"라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화풍을 굉장히 잘 묘사하고 있어서 꽤나 실감나면서도 엽기스러운 이야기로 완성되었습니다. 김래성 소설의 전형이라고나 할까... 그런 작품입니다.

4. 백사도 :
백사도를 그린 동추라는 화가를 찾아온 나는 그에게서 그림을 그리게 된 처절한 과거사를 듣게 된다.
역시 화가가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일종의 밀실 살인 트릭이 등장하긴 하는데 트릭 자체가 주인공의 "꿈"에서 풀린다는 내용이라 추리물로 보기는 조금 힘들었습니다. 작품도 기본 이야기 뼈대는 좋은데 괴기함과 엽기성을 지나치게 강조해서 썩 마음에 들진 않네요.

5. 벌처기 :
나는 여류 화가로 행세하며 수많은 남자들과 어울리고 다니는 아내를 용서할 수 없어서 완전 범죄를 결심한다. 이미 한번 본 영화를 보러 간다고 속이고 집으로 되돌아간 나는 재빨리 아내를 살해하고 극장으로 돌아가지만 곧바로 경찰에 체포되는데...
도서 추리 소설로 볼 수 있는 특이한 작품입니다. 주인공의 고백에서 시작한 뒤, 변호사의 변론, 그리고 사건이 밝혀지게 된 결정적 증인의 증언이라는 세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도 특이하고요. 완전 범죄 계획 자체는 너무 조잡하고 유치하며 단서 역시 굉장히 뻔하지만 소설적인 구성이 기발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잘 묘사된 당시 시대 풍경을 읽는 것 역시 재미있었고요.

6. 광상시인 :
나는 아내를 잃은 뒤 정처없이 방랑하다가 그림 그리기 적당한 풍경을 찾아 잠시 머물게 된다. 그런데 그곳에서 시인 추암과 그의 아내 나나를 만나게 된 뒤 둘의 광기 가득한 요구와 사랑에 휘말리게 되며 추암이 나나를 살해한 뒤 시체를 안고 춤을 추는 모습을 목격한 뒤 그곳을 떠난다. 그리고 3년뒤, 나는 서울역 대합실에서 추암과 재회하는데...
이 작품역시 전형적인 변격물인데 멜로적인 성향이 많이 가미되어 있다는 점이 특이하네요. 반전이 약간 충격적이긴 한데 전체적으로 좀 지루하고 심심해서 그냥저냥 평이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7. 타원형 거울 :
추리잡지 "괴인"의 발간인 백상몽은 잡지가 성공하게 되자 현상 공모를 하게 된다. 그것은 다름아닌 10년전 평양에서 벌어진 유명한 살인사건의 해결. 거금 300원의 상금을 내걸고 당시의 자세한 사건 현장과 개요를 잡지에 실은 뒤 독자들의 추리를 요청하는데, 10년전 사건의 용의자였던 유시영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자 추리를 써 내어 당당하게 당선한다. 그러나 유시영은 현상 공모 뒤에 숨겨진 또다른 무엇인가를 눈치채고 백상몽에게 서신을 보낸다.
김래성 선생님이 일본 유학 중 추리전문지에 발표한 국내 최초의 추리 소설. 이야기의 시작부터 상당히 독특해서 인상적이며, 트릭 역시 당시 기준으로 볼 때에는 독창적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유시영의 추리 이후 벌어지는 사건과 진범의 정체는 트릭이 공정하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보다 교묘하게 잘 꾸밀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도 자료적 가치는 충분하고 내용도 추리적 요소로만 놓고 본다면 괜찮은 작품입니다. 무엇보다도 재미보다는 의미를 찾아야 하는 작품이겠죠.

8. 복수귀 :
박도순과 이철수는 의학 박사와 간호사 숙채를 놓고 경쟁하는 사이. 이철수가 박도순의 논문을 훔친 뒤 도용하여 먼저 박사가 되고 숙채와 결혼하자 도순은 복수를 꿈꾼다.
역시나 남자 둘, 여자 한명이라는 지루한 설정의 반복. 또 여자의 심리 변화가 굉장히 급격하여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반전이 기발하긴 한데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9. 무마 :
나는 정통파 추리 작품으로 이름이 알려진 추리 작가로 평소에 알고 지내던 한량 허군을 통해 라이벌이기도 한 변경 소설작가 백웅이 관련된 엽기적인 살인사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엽기적인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결말도 나름대로 깔끔합니다. 하지만 결말까지의 이야기 전개가 너무 쉽게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이한 것이 단점이네요. 비교적 평이한 수준의 소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07/03/03

추억속의 애니메이션 명곡들 : 순서는 무순

 1. 변덕쟁이 오렌지로드 2기 Op : Orange Mystery : 나카시마 히데유키



제 추억에 항상 남아 있을 곡입니다. 한때 제 학창시절을 지배했던... 지금은 영화 음악으로 더욱 유명한 사가스 시로의 곡들로 모든 곡들이 다 좋았던 오렌지로드 OST 계열에서도 특히나 마음에 드는 곡으로 추천합니다.

2. City Hunter ED "Get Wild" - TM Network


프로듀서로 더욱 유명해진 코무로 데츠야의 곡으로 한때를 풍미했던 명곡이죠. 노래 가사와 분위기가 정말 시티헌터스러운 느낌이 물씬 묻어나기도 했지만 엔딩의 절제된 흑백톤 화면과 무척이나 잘 어울렸었습니다.

3. 북두신권 극장판 : Heart Of Madness by kotomo band


아.. 이렇게 화면과 스토리, 음악이 완벽하게 삼위일체를 이루는 곡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왔던 곡입니다. 한마디로 최고죠.

4. SPT 레이즈너 1기 Op : 메로스처럼 by Airmail From Nagasaki


오프닝 화면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신나는 곡으로 제가 특히 좋아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당시 리얼로봇 붐 시기의 오프닝 곡 중에서도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여성 보컬 노래는 개인적으로 취향이 아니라서....

5. 후르츠 바스켓 Op


원작 만화보다 애니메이션이 7만배는 더욱 좋았죠. DVD 박스셋이 있는 몇안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담담한 분위기가 오프닝에도 잘 어울리지만 중간중간 쓰이는 부분에 있어서도 효과적으로 잘 쓰인 부드럽고 조용한 멜로디가 너무 마음에 드는 곡입니다. 추억이 되긴 너무 이르긴 하지만 좋은 건 좋은거니까요.

6. 초인록크 OVA 로드레온 Op


사실 곡 보다는 오프닝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록크 팬이라면 누구나 반할 수 밖에 없는 멋진 오프닝이었죠. 곡도 분위기가 잘 어울려서 좋아합니다.

7. 메종일각 1st Op


러브코메디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걸작이죠. 오프닝 역시 깜찍발랄상큼하면서도 가사가 내용과 잘 어울리는 좋은 곡이었습니다.

8. 천년여왕 (Millenium Queen) movie - Angel Queen by Dara sedaka


천년여왕 극장판 오프닝으로 이 곡은 정말 추억이 깊은 것이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국내 라디오 영화음악 프로에서 매년 연말 영화음악 베스트 100을 꼽아서 방송해 주었었는데 이 곡이 당당하게 순위에 포함된 적이 있어서 무척이나 반갑고 기뻤었습니다. 저같은 애니메이션 팬에게는 정말 일대 사건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기도 했고요. 때맞춰 테이프에 녹음한 이 곡을 테이프가 늘어날때까지 듣던 그때 기억이 새롭네요. 곡도 일본의 유명 음악가 키타로가 작곡한 멜로디가 동양적이면서도 참 좋은 곡이죠. 물론 작품 자체는 갓뎀이었지만....

9. Transformer The Movie


80년대 극장판으로 등장하는 곡들이 다 좋았죠. 너무 마음에 들어서 DVD까지 아마존에서 구매하게 만들 정도로요. 작품은 좀 애매한 부분이 많이 있긴 했지만 어쨌건 좋은 곡,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10. 마크로스 -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


애니메이션과 음악을 이야기한다면 이 곡이 빠질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음악 그 자체가 스토리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쓰이면서도 80년대의 극한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화면과 잘 어우러진 명곡이죠. 다른 곡들도 좋은 곡들이 많은 마크로스이지만 역시 이곡이 최고가 아닐까....

2007/03/02

이젠 제발 끝나줬으면 하는 만화들

1. 맛의 달인 :

맛의 달인 96
카리야 테츠 글, 하나사키 아키라 그림/대원씨아이(만화)

드디어 국내에도 100권을 돌파하는 만화가 나오겠네요. 이제 96권이니.... 하지만 지로와 유우코의 결혼, 우미하라의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모드 돌입 이후에는 애시당초 이 만화가 왜 계속되어야 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지루함의 연속이었습니다. 좋은 음식으로 인간관계, 사업, 결혼 등 모든 것을 해결해 나간다는 억지스러운 설정의 설득력 역시 제로가 된지 오래이며 이젠 일본 맛기행이라고 해서 우리나라 "6시 내고향" 같은 음식소개 가이드북으로 전락해 버렸을 뿐입니다.

96권까지 관성에 의해 사기는 했지만 이젠 한계인 것 같네요. 제발 끝내주는 것이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2. 오 나의 여신님

오! 나의 여신님 34
후지시마 코스케 지음/대원씨아이(만화)
베르단디의 매력은 여전하지만 재미는 갈수록 떨어지는, 캐릭터에만 의지하는 알맹이 없는 만화가 되어 버린지도 이젠 꽤 된 것 같군요. 인기가 떨어질 만 하면 새캐릭터가 등장하는 구태의연한 연출도 짜증나고요. 이 작가 역시 끝내야 할 때 끝내는 미덕을 제발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체포하겠어" 연재나 재개하면 좋으련만.

3. 강식장갑 가이버

철인전사 가이버 24
타카와 요시키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이 만화는 다른 만화들처럼 권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만큼 나오는데 거의 20년 가까이 걸렸을 정도로 굴곡 많은 작품이죠. 아무래도 연재가 이상하게 꼬이다보니 작가가 스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까먹은 듯 어처구니 없는 전개를 보여주는 요즈음인데 연재가 계속되는 의미를 찾을 수 없어져 버렸습니다. 12신장들은 왜 이다지도 약해 빠져서 픽픽 죽어나가는지도 모르겠고.... 이러느니 솔직히 크로노스가 지구를 정복하는것으로 끝내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네요. 어쨌건 대전액션격투만화로 전락해 버린지 오래된 만큼 슬슬 기억에서 지워야 할 때로 보이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