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의 태양이 비추는, 5개의 행성으로 구성된 펜타고나 월드. 원래 각각의 왕조가 있었고 서로간의 전쟁이 있었지만 모든 세력을 제압한 올드나 포세이달이 영원의 젊음으로 독재를 계속해 오고 있던 중, 혹성 코암의 시골뜨기 타바는 친구 캬오와 함께 아버지가 물려준 헤비메탈 엘가임을 가지고 출세를 위해 도시로 나온다. 그들은 도적단 출신 판네리아 암과 합류하여 우연찮게 휩쓸린 도적단과의 전투에서 100만긴이라는 거액의 수표를 손에 넣고 수표의 주인인 무기상인 아만다라 카만다라에게 수표를 전해주기 위해 모험을 벌이며 미즌 행성까지 이동하고, 여기서 포세이달의 독재에 반대하는 반란군에 합류하게 된다...
84년 방영한, 무려 23년이나 지난 이 작품을 이제서야 다 보게 되었습니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보면 세월을 반영하듯 미숙함과 부족함 투성이입니다. 작화는 세월을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형편없고, 주인공들이 어디 사로잡히기만 하면 탈출을 너무 쉽게 한다던가, 불필요한 사이드 스토리가 너무 많다던가 하는 부차적인 문제를 제외하고라도 그 외의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부분과 설정을 두루뭉실하게 넘기고 있는 각본도 대충 쓴 티가 물씬 납니다. 또한 작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헤비메탈의 능력치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보였습니다. 예를 들자면 지상의 허접한 지원 차량의 빔포, 심지어는 인간이 직접 쏘는 화기에도 박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대체 이 거대하고 복잡한, 비싼 기계를 왜 타고 다니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거든요.
하지만, 54편이나 되는 분량을 몰아쳐 볼 정도로 저에게는 큰 재미를 가져다 준 작품이었습니다. 왜냐면 어렸을 적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의 대백과를 통해 접한 뒤 항상 동경해 오던 작품이기에 정말 오래된 숙제 하나를 끝낸 느낌이 들었거든요. 또 천하를 손에 넣으려는 세력들의 암투가 펼쳐지는 군웅전같은 기본 스토리 자체도 재미있었고, 작중 세계의 패왕인 올드나 포세이달에 얽힌 배경 설정과 이야기가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과거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 대백과로 이미 반전(?)을 알고 있었지만 모르고 보았더라면 정말 대단하다 생각될 정도로 몰입도가 있는 스토리였다 생각되네요. 포세이달의 복수가 결국은 성공한다는(?) 여운을 남기는 엔딩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요.
아울러 군웅전 성격의 작품이기에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캐릭터들의 성격이 확실하게 살아있더군요. 요사이의 복잡한 설정과 항상 고민에 휩싸여 있는 성격의 주인공들보다는 저는 이러한 올드타입 주인공들, 확고한 캐릭터성을 가지고 일관된 행동을 하는 주인공들이 훨씬 좋더라고요. 타바야 전형적인 복수의 왕자 캐릭터이긴 하지만 다른 캐릭터들의 성격이 확실합니다. 특히 주인공 타바의 라이벌인 "불타는 눈의 사나이" 갸브렛드 갸브레는 과거 열혈 주인공을 계승하는 멋진 라이벌 캐릭터였습니다. 이 친구 때문에라도 프라모델 아톨 1/144는 사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리고 헤비메탈들의 모습을 보는 것 역시 즐거움 중 하나였죠. 많은 숫자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당시 유행하던 선라이즈 리얼 로봇의 계보를 충실히 이으면서도 마모루 나가노 특유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헤비메탈들의 디자인은 눈여겨 볼 만한 가치가 확실히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너무 오래된 작품이며 작화도 지금 시각으로 보면 졸렬하기 그지 없으며 문제점도 많아서 선뜻 추천하기는 어려우나 옛 향수를 떠올리는 것 이상의 재미를 안겨다 주는 멋진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초반부의 지루함만 넘길 수 있다면 기대 이상의 소득을 얻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덧붙여, FSS와의 연관점을 많이 이야기 하는데 제가 보기에도 굉장히 비슷하네요. 감독은 토미노고 원작은 야타테 하지메로 되어 있지만 스토리에도 마모루 나가노가 깊숙이 개입한 듯 보일 정도거든요. FSS 시리즈의 팬이라면 또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