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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8

금색의 상장 (삼중당 미스테리 명작 36) - 사노 요 / 김정우 : 별점 3점

S대학 법의학과 조교수 기하라는 은사의 해외 출장 환송을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오다가 낯선 중국인 여성인 명방의 유혹을 받고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그러나 후일 차 트렁크 안에서 명방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피해자 사망 추정 시간에 관계를 가졌고, 자동차 트렁크를 열 수 있는 열쇠까지 소지하고 있는 기하라는 유력한 용의자로 거짓말 탐지기 조사까지 받았다.

다행히 기하라는 결백이 입증되어 풀려났다. 그러나 아내와 별거하게 된 원인인 자신의 몽유병과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고민하게 되는데...


사노 요의 작품으로 국내에 제대로 출간된 저자의 작품 두편 중 한편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완전범죄 연구") 이런 저런 조사 결과로는 이 작품들이 저자의 대표작은 아닌데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어 번역되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어쨌건 읽으면서 들은 생각은 일본의 시드니 셀던.. 이라는 것?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소재를 다루는 데 능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 기하라의 혼외정사(?)가 2건이나 나오는 것이 그러하죠. 그래도 이야기 자체는 매끄럽게 전개되기에 기본적인 글 솜씨는 인정할 만 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 기하라의 혼외정사는 자연스러운 행위처럼 묘사하면서도 별거중인 아내 마사꼬의 부정은 바보같은 짓으로 결론 내리는 것은 굉장히 남성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쓰여졌구나 싶었으며, 추리적으로도 별볼일없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혼외정사 자체가 사건의 주요 소재이자 트릭의 하나로 쓰이는 것은 꽤 교묘했고, 초반부터 "시체 바꿔치기" 트릭에 대한 복선을 계속 설명하는 점은 괜찮았지만 전체적으로는 헛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기하라는 좌충우돌 뛰어다니기만 할 뿐, 실제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 인물은 아주 잠깐 등장하는 여류 평론가 고나미세 구리코라는 점, 그리고 기하라라는 인물이 명방과 마지막 밤을 보내야 하는 타당성이 없다는 점, 어차피 경찰 수사에 의해 해롤드 운노의 범행이 서서히 밝혀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점 등 약점도 많고요. 
또 시대가 다른 탓에, 가장 결정적 단서이기도 한 "자동차 키"의 존재가 지금 읽기에는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그래도 국내에 출간될 가능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 희귀본을 읽게 된 기쁨은 무척 컸습니다. 책 뒤의 해설도 귀중한 자료였고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이런 저런 요소를 다 빼버리고 단편으로 가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이 책 역시 이영진님이 제공해 주신 책인데 귀한 책을 너무 많이 주셔서 황송할 뿐이네요.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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