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5/04/29

Daredevil (2014) - 별점 2.5점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13부작 TV 시리즈. 정말 간만에 한 시즌을 완청(?) 하였습니다. 원작은 <본 어게인> 한편만 읽어보았지만 상당히 마음에 들었더랬죠.

벤 에플렉 주연의 영화버젼과 비교해 본다면 영화는 훨씬 만화 원작 설정에 충실한 반면, TV 시리즈는 보다 현실적인 느낌으로 변주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크 나이트>의 영향일까요? 여튼, MCU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세계관 아래에 존재하지만 기존 마블 슈퍼 히어로 무비와는 확실히 컨셉을 달리한 것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예를 들면 데어 데블 맷 머독의 (마지막편을 제외하고는) 검은 츄리닝(!)에 비니 비스무레한 것을 뒤집어 쓴 복장부터 현실적이죠. 액션도 와이어 등을 최소화한 실전 액션 스타일의 맨손 타격기만 선보이고 있는데, 슈퍼 히어로물이 아니라 과거 유행했던 스티븐 시걸 류의 액션물이 연상될 정도에요. 그것보다는 훨씬 잔인합니다만.
아울러 맷 머독의 자경단 활동의 목적 역시도 세계를 구하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헬스 키친"이라는 동네를 조금 더 살기 좋게 만드는 것에 불과합니다. 한마디로 정의감 넘치는 동네형 정도의 인물이랄까요? 여기에 더해 작중 내내 슈퍼히어로가 아닌 자경단원 "마스크맨"으로 불리우는 식으로 기존 만화 캐릭터와 확실히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 외의 설정, 스토리라인과 다른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에요. 별다른 슈퍼 빌런이 등장하지 않는 점, 악당의 힘은 슈퍼 파워가 아니라 공권력과 미디어 모두를 장악한 권력이라는 점이 그러하죠. 악역 킹핀이 "킹핀"이라고 불리우지 않고 윌슨 피스크라는 본명으로 불리우는 것도 같은 맥락일테고요. 덧붙이자면 윌슨 피스크 역을 맡은 빈센트 도노프리오의 걸출한 연기 덕분에 더 실감나게 다가오고 있기도 합니다. 강렬한 악의의 발산과 한 여자에게 사로잡힌 남자라는 이중적 매력을 원작과 비슷한 외모와 함께 아주 그럴듯하게 표현하고 있거든요. 확실히 악역이 명배우에게 적합한 것 같아요. 잭 니콜슨부터 히스 레저, 게리 올드만 등등등.

그러나 이러한 현실감이 마냥 좋게 작용한 것은 아닙니다. 눈에 띄는 시각 효과도 배제된 탓에 슈퍼 히어로 무비치고는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맷 머독이 어린 시절 당한 사고 탓에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들이 놀라울 정도로 발달했다는 원작 설정은, 작중에서도 거짓말 탐지나 추적 등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맷 머독의 대사와 음향 효과로만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블 히어로의 오랜 팬으로서 슈퍼 히어로다운 매력을 한가지만이라도 어필해 주었으면 했는데... 이 점 하나만큼은 영화버젼이 훨씬 낫더군요. 마지막에 맷 머독이 데어 데블 코스츔을 걸치고 등장하는데 이 역시 영화버젼의 승리입니다. TV 시리즈 버젼은 강해보이지도 않고 영 폼도 안나더라고요.

스토리라인이 깔끔하지 않은 것도 단점입니다. 핵심 줄거리는 "헬스 치킨을 지배하려고 하는 윌슨 피스크를 맷 머독이 응징한다" 인데 쓸데없는 잔가지들이 너무 많아요. 러시아 마피아를 쓸어버리는 부분까지는 괜찮지만 그 뒤 일본 야쿠자와 삼합회는 초기 포스와는 다르게 하는 것도 없이 퇴장해버리고, 리렌드 아울슬리의 배신 등은 딱히 와 닿지 않거든요. 바네사를 죽인다고 딱히 이득볼게 있어 보이지도 않는데 구태여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일을 벌일 필요가 있었을까...
디테일도 문제가 많아요. 두 변호사가 도대체 뭘 먹고 사는지에서 시작해서 카렌 페이지가 웨슬리를 사살한 트라우마를 너무 쉽게 극복한다던지, 벤 유릭의 기사를 편집장이 승인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왜 요양원 접수처에 누가 찾아왔는지를 물어보지 않았는지, 부패 경찰의 증언만으로 막강 권력의 피스크가 그렇게 쉽게 무너질 수가 있는건지 등등 세세한 부분의 배려가 아쉬웠습니다. 카렌 페이지가 이유없는 정의감으로 사건을 벌려서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민폐 캐릭터라는 점에서는 심히 짜증나기도 했고요.이봐 카렌! 벤은 너때문에 죽었어!
마지막으로 <어벤져스>의 뉴욕 사건이 상당히 비중있게 언급되고 있는 것과 슈퍼 히어로들이 간간히 언급되는 것은 동일한 세계관이라는 것을 효과적으로 느끼게 해 주지만, 세계관을 지나치게 신경쓴 듯한 복선인 옛 스승 스틱의 등장, 가오 부인이 사라지는 곳에 대한 언급, 급작스러운 닌자의 등장 등은 본편과는 어울리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생각됩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현실적인 슈퍼 히어로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는 성공했고 <데어 데블>의 핵심 컨셉은 잘 살려내었지만 시각적인 즐거움과 내용 면에서는 부족함이 많아 감점합니다.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께서는 전통적인 마블 히어로 무비와 확실히 방향성이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덧 : 넷플릭스 자체제작 전용 컨텐츠로 기존 TV 드라마와는 속성이 다르기는 하나 TV 시리즈라고는 하는 만큼 방송 & 연예 카테고리로 보냅니다.

2015/04/27

2015.04.21 ~ 04.26 한주간 두산베어스 단상

2015.4.14 ~ 4.19 한주간 두산베어스 단상

좋았던 점 :
1. 깡패곰 각목질의 파워!
2. 상대 필승조 연파!
3. 얼마만에 보는지 기억도 나지않는 1지명 선수의 1군 호투!

나빴던 점 :
1. 중간계투진의 혹사
2. 부상 의심되는 마야 선수....

기타 감상 :
넥센 ~ 기아와의 6연전. 모두 위닝 시리즈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지난주부터 이어진 4연속 위닝 시리즈네요. 2위 자리는 유지하면서1위 삼성이 롯데에 스윕패를 당한 덕에 경기차가 반경기로 좁혀진 것은 덤이고요.

넥센전은 마야 - 유희관 - 니퍼트 선수가 선발 등판했는데 목동 탁구장(?)의 명성 그대로 화려한 대포쇼가 펼쳐졌습니다. 마야 선수의 3이닝 11실점을 비롯해서 유희관, 니퍼트 선수 모두 5실점 이상 기록했죠. 그래도 두산의 대포도 빵빵 터져 화력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호구잡힌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던 조상우, 손승락 선수를 제대로 털었다는 것으로 앞으로도 좋게 작용하지 않을까 싶네요. 정말 몇년만에 목동 구장에서 위닝 시리즈를 기록한 것도 마음에 들고요.

잠실로 장소를 옮겨 펼쳐진 기아전은 반대로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습니다.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이긴 장원준 선수 선발 경기를 제외한 진야곱 - 마야 선수 경기는 역전과 재역전이 반복된 굉장히 팽팽한 승부였죠. 그 중 "버리는" 경기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팽팽하게 펼쳐져 필숭 계투조를 모두 집어넣었는데도 역전패 한, 진야곱 선수가 선발등판한 두번째 경기가 뼈아팠습니다. 진야곱 선수가 5이닝 넘게 버텨주는 등 기대 이상의 호투를 하고 팀도 한점차로 이기고 있었기에 욕심을 부린건데, 개인적으로는 원래 구상대로 남경호 - 이현호 선수에 필요하면 오현택 선수 투입 정도로 마무리하는게 나았을 것으로 판단되네요. 지더라도 깔끔했을테고요.
다행히 마야 선수 등판 경기를 기적같이 연장 접전 끝에 역전승해서 분위기를 추스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양의지 선수에게 휴식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오랫만에 선발출장한 최재훈 선수의 활약, 깜짝스타 남경호 선수의 호투가 빛났으며, 상대 마무리 윤석민 선수에 대해 자신감이 생긴 것도 좋았어요.

결론내리자면, 투수진보다는 타선이 하드캐리한 한주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역전을 거듭하는 끈질긴 모습은 두주 연속으로 과거 두산 베어스를 떠오르게 하는 멋진 모습이었어요. 물론 팬들은 X줄이 타들어가기도 했지만...

히어로로는 투수는 비싼게 좋은거라는 진리를 되새기게 만든 장원준 선수를, 타자로는 워낙 수훈선수가 많지만 꾸준하게 잘하며 모든 득점 및 찬스에 관여한 4할타자 민병헌 선수를 꼽습니다.

이번 주 예상 :
이번 주는 KT - 삼성과의 각 3연전이 펼쳐집니다. 예상 선발은 유희관 - 니퍼트 - 장원준 - 진야곱 - 마야 - 유희관 선수 순입니다. 이 중 KT전은 1~3선발이 총 출동하는 만큼 반드시(!) 3연승을 달성해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필승조가 지난주 굉장히 무리한 것이 부담인 만큼 되도록 점수차를 벌려 그나마 오래 쉰 오현택 선수를 축으로 남경호, 이현호 선수를 추격조로 잘 활용했으면 합니다. 김강률, 이재우 선수는 정말이지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야수진 역시 최재훈, 허경민, 박건우 선수 등을 활용해 주전에게 휴식을 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할 것입니다. 주말 3연전이 1위 삼성을 상대하는 대구 원정이니까요.

주말 원정은 마야 선수의 몸상태가 변수가 될 것 같네요. 기아전에서 발 어딘가가 좋지 않은 모습이었는데 여태 관련된 소식이 없어 걱정입니다. 컨디션에 만전을 기해서 100% 전력으로 화끈하게 제대로 붙는 모습이 되면 좋겠는데 말이죠. 

5승 1패의 한주가 되기를 바라며, 이현승 선수와 노경은 선수가 화려하게 복귀하여 왕의 귀환을 알려준다면 두말할 나위 없겠습니다.

여튼, 화이팅 허슬 두!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2 - 제프리 스타인가튼 / 이용재 : 별점 2.5점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2 - 6점
제프리 스타인가튼 지음, 이용재 옮김/북캐슬


보그의 음식 컬럼니스트 제프리 스타인가튼의 연재 컬럼을 모은 두번째 책. 최고 수준의 잡지 <보그>지에서 20여년간 음식 컬럼을 써 왔다는 것 만으로도 한번 읽어볼만한 글이라 생각하여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1권은 절판이라 2권 밖에는 구할 수 없었지만요.

음식이라는 큰 주제 아래 다양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는데 여러가지 요리와 재료들에 대해 직접 실험해 본다던가, 특정 음식과 그에 관련된 건강 상식에 대해 재고해 본다던가, 미식 기행을 떠난다던가, 최고의 레시피를 소개하는 등 많은 글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연재 컬럼을 모음집이라서 베스트 셀렉션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90년대 후반이라는 시기에 쓰여진 컬럼들만 수록되어 있다는 것은 의외였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최신 트렌드와 정보를 반영한 컬럼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물론 "미식 기행"이나 "레시피 소개"는 베스트를 엄선하는게 더 나았을 것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요.

특징이라면 법대 출신으로 미식가, 음식평론가이기는 하나 전문 요리사는 아닌 사람의 시각이 반영된 글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요리에 대한 철저한 과학적 접근과 초보자다운 시행착오가 넘쳐나거든요.
식생활을 위한 하루 최저 비용 4.5달러 (글이 쓰여진 당시겠죠)로 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접 실험하는 이야기가 대표적이에요. 무한도전의 한 에피소드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저자는 다양한 시도를 끝없이 한다는 점? 여튼, 뉴욕에서 싸다는 음식점 10군데를 돌아다녀 시식한 뒤, 4.5달러로 끼니를 떼우려면 집에서 조리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여러가지 알려진 식단을 실험해보는 식이죠. 그럴듯한 해결책 - 본인의 이론 및 관련된 대표적인 레시피 - 을 제시하며 마무리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서른세병의 케첩과 직접 만든 케첩 두종을 더해 총 35종을 직접 테이스팅(?)하여 최고의 케첩을 고르는 자신만의 축제를 연다는 컬럼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고요. 평은 제각각이나 우리나라에서도 별 어려움 없이 구할 수 있는 "하인즈"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것 중 하나이니 참고하세요.
저지방 조리법에 대해 다양한 레시피,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설명하다가 새롭게 발견된 몸에 흡수되지 않는 가짜 지방 "올레스트라"를 소개하는 글도 이야기의 맥락이 잘 이어져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올레스트라는 저자의 실험으로 볼 때,아직 진짜 기름을 대체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아 보이긴 하더군요.

그 외에도 독특한 시각과 체험이 반영된 재미난 글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웨이터 학교에 입학하여 관련된 교육을 받는 에피소드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그간 여러 일본 구루메 만화에서 본 상식을 여지없이 깨버리거든요. 웨이터 학교 교육의 핵심은 "팁을 많이 받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손님에 대한 정성어린 접객, 손님을 기억해서 뭘 어쩌구 한다는 다 필요없습니다. 심지어 물까지 팔아야 한다니 - 병물인 "에비앙", "페리에"의 판매 이익이 높다네요 - 말 다했죠. 이 글을 읽은 이상 다음에는 레스토랑에 가서 호구잡히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또 미국식 시니컬한 유머와 과장이 가득하여 재미있게 읽힌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에요. 글만 읽어도 인생을 참 유쾌하게 사는 사람이구나 싶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돈까지 번다니 유쾌할 수 밖에 없겠지만. 이러한 재미요소 덕분에 20년이 넘는 동안 컬럼니스트로 장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러나 식도락 기행과 저자가 직접 조리해본 레시피를 소개하는 뒷부분의 두 챕터는 국내 현실에 잘 맞지 않고 다른 책들과도 유사한 부분이 많아 재미가 좀 떨어지는 편입니다. 물론 튀니지 요리 소개만큼은 처음 접해본 내용이며 "포장 상자 뒷면에 있는 조리법" 으로만 조리한 경험을 소개하는 부분 등의 아이디어는 재치 넘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부족했어요.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딱딱한 편이라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저자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군데군데 오역도 간혹 눈에 띄는 것으로 보아서는 번역 문제가 더 클 것 같긴 합니다만, 뭐 어쩔 수 없죠. 제가 그렇다고 원서를 읽을 실력이 되는건 아니니까...

그래도 "재미있는" 음식 컬럼이라는 색다름이 좋았던 책입니다. 단순히 미식 기행, 레시피 소개로 끝나는게 아니라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아이디어가 돋보이기도 하고요. 우리나라 정서 및 환경에 잘 맞지 않고 번역도 문제가 있는 듯 하여 감점하여 별점은 2.5점입니다만 음식 관련 글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읽어볼만 합니다. 1권도 구해보고 싶네요.

2015/04/23

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 -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 별점 2.5점

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 - 6점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엮음/채륜서

근대 조선 풍속에 대한 미시사 서적. 저자가 "단국대학교 동양학 연구원"으로 되어 있고 각 항목별로 저자 이름이 명기되어 있는데, "근대 조선의 풍속"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연구원들이 작성한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크게 세개의 단락으로 구분되는 단락별로 조금 자세하게 살펴본다면,
첫번째 "조선 풍속기, 하나_ 욕망의 늪에 빠진 근대"
기생, 패션, 화장, 성병 등을 다루는 단락이죠. 납이 포함되어 있어 몰락한 박가분 이야기, 근대 조선에 만연했던 성병에 대한 이야기 등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주제이기는 하나 다른 책에서 이미 접해보았기에 새롭다고 할 만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아울러 글을 작성한 연구원들이 당시 근대 조선의 여성들을 주로 "피해자"라는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긴 했습니다만 도가 지나친 느낌이에요. 성병약 광고에 여성 환자 사진을 실은 것 등을 예로 들면서 설명하고 있는데, 무엇을 말하려는지는 알겠지만 "남존여비" 사상이 팽배했던 시대상황을 좀 더 고려하고 주장을 펼쳤어야 했을 것 같네요.

두번째 "조선 풍속기, 둘_ 놀이의 이중성"
신식 장난감이 언제, 어떻게 도입되었고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에 대한 것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접한 적 없어서 신선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마지막의 미두 관련 이야기는 단락 주제와 잘 어울려 보이지 않았으며, 미두왕 "반복창 (반지로)"이야기는 식상할 정도로 많이 읽은 내용이라 실망스러웠어요.

세번째 "조선 풍속기, 셋_ 신풍속의 탄생"
제목 그대로 조선에는 없었던 새로운 풍속이 어떻게 도입되었는지를 설명해주는 단락
여러모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새롭기도 할 뿐더러 평소에 궁금했던 내용들이 가득해서 읽는 재미가 컸기 때문이에요. 언제부터, 그리고 왜 신식 결혼식이 도입되었나?라던가 벛꽃이 경성에 심어지게 된 이유, 어린이날의 유래와 의미, 크리스마스가 조선에 정착하게 되는 과정 등 모든 이야기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어린이날이 독립 운동과 연계되었다는 이유로 일본으로부터 금지되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된 내용이네요.

이렇듯 재미있는 내용이 제법 많고, 연구원들이 작성했지만 논문 형식이 아니라 독자를 고려하여 쉽게 쓴 글들이라 읽는데 부담스럽지 않았다는 것은 마음에 듭니다. 연구원들이 쓴 덕에 자료들의 출처가 완벽하다는 것도 좋았고요.

그러나 근대 조선에 대한 미시사는 제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라 그간 꽤나 많은 책을 읽어왔기에 비교해본다면, 다른 책들 대비 뛰어나거나 새로운 점을 찾아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중복되는 이야기들도 많고, 도판이 딱히 뛰어난 것도 아니니까요.
또 "풍속"이라는 주제로 묶어 놓은 책이라고 하는데 주제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 것도 감점 요소입니다. 대표적인 것은 두번째 단락, 그 중에서도 미두 이야기겠죠. 첫번째 단락도 다른 책에서 많이 나왔던 내용이니 만큼 세번째 이야기, 즉 조선에 없었던 신식 문화가 풍속화된 것들에 집중해서 책을 꾸몄더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때문에 별점은 2.5점. 저같이 조선 근대사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한번 재미삼아 읽어볼만 합니다만, 유사 도서들에 비하면 뚜렷한 장점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2015/04/21

꿈의 화석 - 콘 사토시 : 별점 2.5점

꿈의 화석 - 6점
콘 사토시 지음/미우(대원씨아이)


2010년 사망한,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콘 사토시가 발표했던 단편 만화들을 모아놓은 작품집. 작가가 20대 초, 중반 대학생 시절의 80년대 중반~후반 발표된 작품들입니다. 모두 15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부제가 "콘 사토시 단편전집" 인 것을 보면 단편은 이 15편이 전부인 듯 싶군요.

일단은 오토모 가즈히로 스타일의 화풍이 눈에 뜨입니다. 사실적인 극화체에 디테일한 펜선으로 그려진 인물들과 배경들은 오토모 가즈히로 작품이라고 해도 될 정도에요. 오토모 가즈히로의 어시스턴트 경력을 볼 때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죠.
그러나 내용 만큼은 오토모 가즈히로와는 사뭇 다릅니다. 오토모 가즈히로 작품 중 읽어본 것은 딱 두작품, <아키라>와 <동몽> 밖에는 없기에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없습니다만, 디스토피아 SF로 대표되는 오토모 가즈히로와는 달리 굉장히 밝은 분위기의 작품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거든요. 디스토피아 SF도 <카브>와 <감옥 전/후편> 의 두편이 수록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외의 작품은 코믹한 느낌의 소품 등으로 큰 차이를 보입니다.
분위기만 다른 것이 아니라 폭넓은 장르를 손대고 있는 것도 특이한데, 청춘 열혈 스포츠 코미디 <얼빠진 대소동>, 열혈 청춘 드라마 <한여름 밤의 긴장>, <날 다 밝았네>, 일상계 탐정물(?) <포커스>, 유괴 코미디 <KIDNAPPERS>, 코믹한 폭주 추적물 <태양의 저편>, 따뜻한 홈 멜로 드라마 소품인 <JOYFUL BELL>에 전국시대 크리쳐 호러물인 <와이라>까지 실려있다는 것에는 조금 놀랬습니다. 수준도 괜찮은 편이고요.

그러나 콘 사토시라는 이름에서 기대했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꿈과 현실이 오묘하게 조화되는 작품이 별로 없다는 점, 그리고 작가 인생 초기작이라 그렇겠지만 아무래도 "만화적"으로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주인공 캐릭터들의 구분이 어렵다던가, 컷 구성이나 전개가 부족한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한 작품이 제법 되는 편이거든요. 작화 자체의 기본기는 뛰어난데 그걸 만화로 잘 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이케가미 료이치의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그래도 뒤로 갈 수록 확실히 좋아지는 것이 역시나, 훗날의 거장 답기는 합니다. 그야말로 무서운 성장세랄까요. 이후 만화가로서 커리어가 이어지지 않았는데 만화가로 계속 활동했더라면 아주 좋은 작품을 발표했으리라 생각될 정도에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지금 읽기에는 낡았으며 기대했던 완성도에 미치지 못한 작품이 있어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19,000원이라는 가격도 부담스럽고요. 그래도 몇몇 작품은 지금 읽어도 충분한 재미를 가져다 주는 것은 분명하며, 무엇보다도 애니메이션으로만 접했던 콘 사토시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독 "콘 사토시"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덧 : 단편집 작품 발표 시기와 <아오이 호노오>의 시기가 딱 맞아 떨어지는데 여러모로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카브>
발표 연대로 볼 때 (1985년) 초기작인데, 오토모 가즈히로 작품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흡사한 디스토피아 SF물입니다. 무려 30년 전 작품이지만 크게 낡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탄탄한 기본기가 돋보이네요. X-men 비슷한 설정을 일본 스타일로 변주한 내용도 나쁘지 않았고요. 단, 케이가 기계인간?이 되었다는 반전과 결말은 지금 읽기에는 조금 낡은 내용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대단원을 장식하기에는 나쁘지 않았던 결말이고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작품임은 분명해요. 초기작다운 풋풋함과 젊음,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도 좋았고 말이죠. 별점은 3점입니다.

<얼빠진 대소동>
상대팀의 사퇴로 고시엔에 출전하게 된 고교 야구부의 주포인 고로는 사실 난봉꾼이자 불량아. 고시엔을 앞두고 금욕 생활로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진 상태에서 모든 관심이 야구부에 쏠린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축구부 주장 야마자키의 장난으로 화가 폭발하고, 둘의 다툼으로 인해 전교생이 폭주한다는 내용.
오토모 가즈히로 화풍으로 열혈 청춘 코미디를 그려내었다는 점이 독특한 작품. 사소한 장난이 거대 스케일로 커져가는 과정의 묘사가 설득력 넘칩니다. 화장실에서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등의 지금보면 순진한 행동이 불량한 행동으로 등장하는 것도 인상적이네요. 시대가 느껴졌달까요. 

문제는 딱히 웃기지도 않고, 전개도 별로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만화가로서 좀 더 공부가 필요했던 시기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죠. 별점은 2.5점입니다.

<한여름밤의 긴장>
친구와 자전거 여행을 떠난 요시유키가 우연히 만난 예쁜 누나를 구해준 뒤, 여름날 잊을 수 없는 추격전과 싸움에 휩쓸리게 된다는 내용의 청춘 드라마.
뜨거운 여름날, 1박 2일에 걸친 화끈한 청춘을 역시나 오토모 가즈히로 화풍으로 그려낸 작품. 요시유키, 케이와 케이 전남친 일당이 벌이는 추격전의 화끈한 맛이 좋았습니다. 요시유키와 케이와의 만남과 관계가 전형적인 80년대풍 드라마라는 것도 재미있는 점이었고요. 개인적으로는 <바츠 & 테리>의 한장면이 떠오르더군요.
한마디로, 80년대 청춘 드라마의 교과서적인 작품입니다. 장, 단점이 그만큼 확실하지만 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저에게는 추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장점이 더욱 강하게 와 닿네요. 별점은 3.5점입니다.

<포커스>
아르바이트로 과외를 하는 대학생 마루야마는 지도 학생인 마시히코 모친에게 별난 의뢰를 받는다. 그것은 바로 마사히코를 미행해 달라는 것. 이유는 요사이 흐트러진 생활 태도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함인데....

마사히코가 여자친구를 임신시킨 것이라는 중반까지의 흐름은 일반적이라 조금 지루한데, 마사히코의 모친과 학교 담임선생이 불륜 관계였다는 결말의 반전이 인상적이었던 작품. 당대 유행했던 패션을 걸치고, 동네 노는 형 같이 묘사된 마루야마가 이전 작품들과는 다르게 생생하게 다가와 "주인공" 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좋았습니다. 이 작품부터 제대로 캐릭터를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해도 좋겠죠. 마루야마의 여자친구나 마사히코 등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도 괜찮았고요.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 확실한 캐릭터라는 기본적인 요소가 제대로 드러난 첫번째 작품으로 별점은 4점입니다.

<태양의 저편>
노인 요양병원에 있는 할머니 침대가 간호사의 부주의로 폭주한다는 내용으로, 콘 사토시가 제작 스탭으로 참여했던 애니메이션 <노인 Z>가 연상되는 작품입니다. 폭주와 그 추격전이 내용의 전부로 이야기는 별게 없지만 이러한 폭주만큼은 잘 그려내고 있기에 만족스럽습니다. 별점은 3점.

그나저나 이 전에 수록된 <KIDNAPPER>도 그렇고, <한여름밤의 긴장>도 그렇고, 당시 콘 사토시가 추격전과 폭주에 상당히 집착했었던 것이 아닌가 싶네요. 

<JOYFUL BELL>
빵집 직원(으로 추측되는) 타카다는 크리스마스에 산타 복장으로 배달을 다니다가 자신을 산타로 믿는 소녀 마이코를 만난다. 그녀의 소원은 아빠를 만나는 것. 그녀와 함께 겨울밤 소소한 에피소드를 겪다가 헤어지기로 했던 아내를 다시 만나게 되는데....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작은 기적을 따뜻하게 그린 로맨틱한 소품. 스케일은 굉장히 작지만 설정과 분위기는 <도쿄 갓파더>의 원형이라고 보아도 무방하겠죠. 
SF보다는 이러한 일상계 소품에 더 큰 재능을 지녔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에요. 이런 류의 작품이 더욱 많이 수록되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기까지 합니다.

별점은 5점!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감옥>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극도로 통제되어 모두가 ID 카드로 관리되는 근미래. 유우이치는 담배를 구입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센터 근신" 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센터 근신을 마친 친구들이 흡사 세뇌라도 당한 것 같이 변했다는 것을 알아버린 유우이치는 "마더 컴퓨터"를 파괴하기 위한 테러를 결심한다.


작가 나이 21살 때인 1984년에 발표한 실질적인 초기작으로 치바 데츠야상 수상작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뎃생력으로 지칭할 수 있는 기본기는 탄탄하나 컷 구성, 전개, 캐릭터 묘사 등 만화적으로는 부족함이 많이 느껴지더군요. 아마츄어 티가 다분했달까요? 내용과 분위기 모두 오토모 가즈히로 등의 디스토피아 SF물 그대로라 독특함을 찾아보기도 어려웠고요. 설정이 딱히 신선한 것도 아니고...

그래도 현실과 환상이 오가는 전개는 작가의 감독 시절 대표작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습니다. 거장의 첫 작품으로 감독 작품의 특징이 드러나는, 그야말로 "꿈의 화석"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생각되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만, 별점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운 그런 작품입니다.

2015/04/20

2015.4.14 ~ 4.19 한주간 두산베어스 단상

2015.4.7 ~ 4.12 한주간 두산베어스 단상

좋았던 점 :
1. 선발, 계투, 타선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잘 메꾼 점
2. 9회말 투아웃에서 끝내기 홈런! 아싸 조쿠나!

나빴던 점 :
1. KT 상대로 (KT 팬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엄청난 소모전
2. 1루수 자리의 모든 선수들 부진
3. 롯데만 만나면 부진한 장원준 선수. 징크스?

기타 감상 :
KT ~ 롯데와의 6연전. 비로 4경기만 진행되었는데 모든 경기를 잡은 아주 행복한 한주였습니다. 일단 KT 상대로는 진야곱, 이현호 선수라는 임시 선발을 동원하였죠. 바로 전 주에 많이 던진 마야 선수를 한타임 쉬게 해 준 것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문제는 엄청난 점수차임에도 볼넷을 남발하여 4이닝을 버티지 못한 진야곱 선수. 덕분에 오현택 선수 등 중간계투의 엄청난 소모가 있었습니다.
그나마 첫번째 경기는 타선 대폭발 덕에 일방적으로 이겼지만 두번째 경기는 연장 12회까지 가는 아주 어려운 경기를 했죠. 수많은 위기를 잘 버틴 중간계투진 덕에 이길 수 있었습니다. 타선은 이기기는 했지만 무사 만루에서 한점도 못내는 등 삽질의 연속이었으니까요.

그래도 롯데전에서 여러모로 추스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1차전은 1회부터 송승준 선수를 강판시키는 엄청난 공격력, 거기에 더해 컨디션 최고는 아니지만 6이닝을 1실점으로 버텨준 니퍼트 선수 덕분에 별 위기없이 쉽게 잡을 수 있었고, 2차전은 롯데만 만나면 유독 부진한 장원준 선수가 5이닝 5실점하고 상대팀 투수 린드블럼 선수에게 타선은 8회까지 1득점으로 꽁꽁 틀어막혔음에도 불구하고 이현호 - 이재우 - 함덕주 - 김강률 선수로 이어지는 계투가 상대의 추가 득점을 봉쇄한 덕에 9회말에 드라마같은 역전극을 벌일 수 있었습니다. 잭 루츠 선수가 복귀해도 3루수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최주환 선수의 스리런이 화룡정점!

결론내리자면, 타선이 살아나고 중간계투가 슬슬 틀이 잡힌 한주라 할 수 있겠습니다. 과거 두산 베어스를 보는 듯한 끈질김도 좋았고 말이죠. 이제서야 제법 팀다운 팀 느낌이네요.
홍성흔 선수가 사구로 조금 쉬었지만 바로 복귀가 가능하고, 잭 루츠 선수도 1루수로 올라올 예정이라고 하니 타선도 더 기대가 됩니다. 허경민 선수가 올라오고 고영민 - 오재일 선수가 내려간 것도 호재라 생각되요. 선수들은 분하겠지만 지켜보는 팬 입장에서는 1%도 기대가 안되는 타격이라 더 봐 줄 수가 없었거든요. 차라리 배팅볼 투수라도 투수를 올리는게 맞겠죠.

이번 주 히어로로 투수는 중간에서 듬직하게 버텨준 이재우 선수를, 타자로는 임팩트의 최주환 선수를 꼽습니다.

아울러 변진수 선수 사구로 인한 김사연 선수의 부상은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번 주 예상 :
이번 주는 넥센 -기아와의 각 3연전이 펼쳐집니다. 선발진은 마야 - 유희관 - 니퍼트 - 장원준 - 진야곱 - 마야 순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목동 원정에 상대팀도 상위권 선발이 총 출동하는 넥센전이 관건인데 2경기만 잡아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도 마야 - 벤 헤켄 선수가 재격돌하는 첫번째 경기가 가장 중요해 보입니다. 기아전은 양현종 선수경기가 관건일테고요. 비 덕분에 계투진 휴식시간도 벌은 만큼 4승 2패로 마무리하는 한주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주만 버티면 노경은 선수도 곧 돌아올테니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겠죠!

야수 1,2 - 우에하시 나호코 / 이규원 : 별점 3점

야수 특별 세트- 전2권 - 6점
우에하시 나호코 지음, 이규원 옮김/노블마인

야료라 불리우며 터부시되는 종족 출신인 어머니 소욘과 함께 살아가던 에린은 투사지기인 어머니가 사형을 당하자 마을을 떠나 꿀벌지기 조운의 양녀가 된다. 

이후 조운의 도움으로 카자룸의 수의사 학교에 입학한 에린은 학교에서 키우던 어린 왕수 리란을 돌보면서, 왕국 역사상 처음으로 왕수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하나 지상전의 최강자 "투사"로 이루어진 부대를 유일하게 압도할 수 있는 왕수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왕국이 커다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로 고민하게 되는데....

2015년 서점 대상 목록을 보다가 급 관심이 생겨 읽게 된 작품.

조금 조사해보니 원제는 <야수조율사>(獣の奏者)애니메이션까지 만들어질 정도이니 당시 꽤 인기가 있었으리라 짐작됩니다. 읽어보니 역시나, 확실히 인기를 끌만하다 싶은 부분이 제법 있었어요.

일단 일본 판타지 특유의 흔해빠진 설정에서 탈피했다는 점이 가장 돋보였습니다. 거대 세력의 싸움, 왕위를 둘러싼 암투 등이 이야기의 핵심이 아니라 주인공 에린이 "동물 애호가"로 역경을 딛고 성장하며 왕수 리란과 교감하는 과정에 촛점을 맞추고 있거든요.
거대 위험 동물과의 교감을 다루었다는 점에서는 "나우시카"와 비슷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주인공 에린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특유의 호기심, 그리고 절대음감을 가진 덕분에 왕수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깨우칠 수 있다는 과정의 묘사가 그만큼 돋보입니다. 자신과는 다른 종족과의 커뮤니케이션 묘사 부분만큼은 작가 우에하시 나오코가 문화 인류학 박사학위를 가진 현직 교수라는 자신만의 강점을 잘 발휘한 듯 싶어요. 그만큼 독보적인 무언가가 느껴졌습니다.
그 외의 전반적인 이야기가 소소한 일상계 스타일로 에린의 생활 중심으로 그리고 있는 것도 좋더군요. 이런 점들로 보면 약간 "소녀풍 판타지"로 보이기도 합니다.

허나 이야기의 스케일이 작은 것은 아니에요. 신권을 지닌 왕 요제와 병권을 총괄하는 대공 아루한 세력의 암투가 함께 펼쳐지고 있으며 요제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가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서 복잡하면서도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으니까요. 마지막에 대공령의 투사부대가 몰려오는 장면은 기존 판타지 애호가도 마음에 들어할만큼 멋진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줍니다.
마지막으로 요제가 어떻게 이 땅에 내려왔는지, 왕수규범이 생긴 이유와 아료 (아오로우) 족의 과거가 밝혀지는 장면도 높은 설득력을 지닌 명장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곳곳에 이상한 부분이 있다는 점은 옥의 티네요. 특히나 이야기의 핵심인, 누간과 손을 잡고 하르미야를 죽인 뒤 세미야와 결혼하려는 다미야의 음모는 이해할 수 없는 점 투성이에요. 하르미야가 살아있으면 결혼하기가 힘들었으리라는 묘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누간 역시 반란을 일으켜서 얻을게 별로 없으니까 말이죠. 기껏해야 아르한의 지위 정도? 왕이 되려는 야심도 없이 이 정도만 가지고 반란을 일으키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또 다미야가 에린을 뜻대로 조종하여 왕수를 다룰 수 없다면 투사부대를 이끄는 아르한이야말로 큰 위협이 되었을테니 장기적으로는 세력이 약화되었게 뻔하다는 점에서 참 바보같은 계획이 아니었나 싶어요. 신성을 강화해도 병권은 말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중세시대에 교황이 이미 증명한 사실이잖아요. (물론 다미야야 알 수 없는 역사지만...)
무엇보다도 마지막에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고, 위기에 처한 에린을 왕수가 구해 날아오르는 장면으로 끝나는 것이 가장 아쉬운 점입니다. 분명 멋진 장면이고 왕수와 에린이 진짜 교감을 나누는데 성공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뭐 하나 제대로 마무리 된게 없어요. 결국 요제는 어떻게 된건지, 다미야를 비롯한 반역자들은 어떻게 됐는지 등이 전혀 나오지 않으니 답답하기까지 했습니다. 첫 발표 당시에는 1,2권으로 완결되는 작품이었는데 몇년 뒤 3,4권이 후속으로 나온 것은, 저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많았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네요.
아울러 요제의 경호원을 뜻하는 "세잔" 번개 이알은 남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데, 캐릭터를 드러내는데 실패했다는 것도 옥의 티네요. 원래 가구목공의 자식이었다는 설정 등 상당한 분량으로 자세하게 묘사해주고는 있지만 지나치게 스테레오 타입일 뿐더러 별다른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별점은 3점. 단점이 없지는 않지만 전형적인 일본풍 판타지와는 궤를 좀 달리하는 독특함, 작가 특유의 묘사는 마음에 들었으며 쉽게 읽을 수 있게 만드는 흡입력도 제법이었기에 추천하는 바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 읽고 싶어지네요.

덧 1 : 참고로 이 작품은 절판 상태라 중고도서로 구입하여 읽었습니다. 관심있으시다면 중고 물량은 많은 편이니 구하시기 어렵지는 않을겁니다.
덧 2 : 애니메이션 화면도 찾아봤는데 왕수는 날개달린 늑대개, 투사는 뿔, 다리달린 용 비스무레한 뱀 정도로만 묘사되어 실망스럽더군요. 좀 더 상상력을 자극할만한 구석이 많았는데 너무 뻔했달까요... 그래도 마지막 클라이막스는 영상으로 보고 싶긴 합니다.

2015/04/15

아마기 브릴리언트 파크 甘城ブリリアントパーク (2014) - 타케모토 야스히로 : 별점 2점



거품경제 시절, 마법의 나라 메이플 랜드에서 인간의 즐거운 마음을 결정화한 아니무스를 수집하기 위해 테마파크 아마기 브릴리언트 파크를 세운다. 아니무스가 마법의 나라 주민 생존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파크는 쇠퇴하고 연간 입장객 수 50만 이하가 5년 지속될 경우 경영권이 넘어가 파크가 없어지는 계약으로 위기에 봉착한다.
이에 신탁을 받은 메이플 랜드의 공주이자 파크의 지배인 라티파는 카니에 세이야를 지배인으로 위촉하고, 여러가지 이유로 의뢰를 받아들인 세이야는 지배인 대행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에 도전한다!


정말 오랫만에 한 시즌을 전부 감상한 재패니메이션. 아동용을 제외하고 한 시즌 감상은 <un-go>이후 3년만이네요.
일종의 판타지 코미디로 테마 파크의 인형옷 (?) 캐릭터들이 인형이 아니라 실재 그렇게 생긴 요정들이라는 것처럼 브릴리언트 파크를 중심으로 현실과 판타지를 아우르는 설정이 재미요소입니다. 그 중에서도 생긴건 요정이지만 정체는 중년 아저씨라는 파격같은 코믹 요소가 인상적이고요. 오래전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에 등장했던 "베이비 허먼"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물론 여기 등장하는 3인방 (모플, 마카롱, 티라미)의 엽기적이고 변태적인 상상력과 행각은 베이비 허먼을 몇단계 뛰어넘기는 합니다만.

그러나 3년만에 본 작품 치고는 좋은 작품이라고 하기 어렵긴 합니다. 세세한 설정, 떡밥이 회수되지 않고 이야기도 뜬금없이 전개되는 것이 많기 때문이에요. 일단 주인공 카니에 세이야에 대한 설정부터 문제가 많습니다. 오래전 아역 스타였다는 과거나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마력을 가지게 된다는 설정은 작품과 별 상관이 없거든요. 한마디로 조금 치밀하고 똑똑한 정도인 고교생인데 이래서야 파크 관계자들의 생존(?)을 건 몇개월을 전적으로 일임하여 맡기기에는 설득력이 많이 부족하죠. 고금동서의 모든 미연시를 공략해 온 "함락신"이라는 <신만이 아는 세계>의 케이마처럼 테마마크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세계 챔피언이다! 정도는 되어야 이야기 전개에 부합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러고보니 케이마의 설정은 확실히 빼어난데가 있긴 했습니다)
그 외의 전개, 설정도 뜬금없는 것이 많은 것은 마찬가지로, 센토 이스즈의 총알 중 기억을 잊게 한다는 총알이 몇개 없으니 잘 써야 한다는 설정은 왜 나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생존이 걸려있는 위기에 봉착해 있으면서도 보물 찾기를 나선다던가, 세이야가 앓아 누운 사이 학교를 책임진다던가, 수영장에서의 한판 활극이나 팀 워크를 다지기 위한 미션을 수행 하는 식으로 이런저런 사고를 치는게 이야기의 대부분이라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역전에 나가 호객행위라도 했어야죠! 손님을 동원하기 위한 전략도 파격적인 할인 (입장료 30엔) 등 큰 출혈을 감수하면서 벌이는 것들이라 별로 와 닿지 않았어요.

이러한 점을 본다면 중간 부분을 대폭 편집하고 한 3~4부작 정도의 OVA로 제작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1화 내용을 유지하고 중반부는 손님을 모으기 위한 행동들 중심으로 편집, 그리고 마지막의 축구시합과 연계하여 한번에 대 역전을 노리는 결말 정도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게 완성도는 더 높일 수 있었을 것 같거든요.

그래도 각 에피소드 별로 피식할만한 요소가 넘치고, 돋보이는 설정 덕에 끝까지 보는게 어렵지 않긴 했습니다. 50만명을 채우기 위한 시간제한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의 긴장감은 제법이었고 이야기 내용에 계속 등장하던 (심지어 오프닝까지!) 악마 유딩 3인방이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등의 복선도 깔끔했고 말이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에는 충분했달까요. 별점은 2점입니다.

덧붙이자면,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의 13화는 그냥 캐릭터 개그로 밀고가는데 이런 방향도 나쁘지는 않아 보이네요.

2015/04/14

SF 명예의 전당 2 : 화성의 오디세이 - 로버트 A. 하인라인 외 지음, 로버트 실버버그 엮음 / 이정 외 : 별점 2.5점

SF 명예의 전당 2 : 화성의 오디세이 - 6점
로버트 A. 하인라인 외 지음, 로버트 실버버그 엮음, 이정 외 옮김/오멜라스(웅진)

이전에 읽은 1권에 이어지는 2권. 마찬가지로 e-book으로 읽었습니다. 수록작품은 모두 13편으로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화성의 오디세이 A Martian Odyssey - 스탠리 와인봄 Stanley G. Weinbaum
헬렌 올로이 Helen O' Loy - 레스터 델 레이 Lester del Rey
길은 움직여야 한다 The Roads Must Roll - 로버트 하인라인 Robert A. Heinlein
소우주의 신 Microcosmic God - 테오도어 스터전 Theodore Sturgeon
보로고브들은 밈지했네 Mimsy Were the Borogoves - 루이스 패짓 Lewis Padgett
오로지 엄마만이 That Only a Mothe - 주디스 메릴 Judith Merril
스캐너의 허무한 삶 Scanners Live in Vain - 코드웨이너 스미스 Cordwainer Smith
화성은 천국! Mars is Heaven! - 레이 브래드버리 Ray Bradbury
즐거운 인생 It's a Good Life - 제롬 빅스비 Jerome Bixby
즐거운 기온 Fondly Fahrenheit - 앨프리드 베스터 Alfred Bester
친절한 이들의 나라 The Country of the Kind - 데이머너 나이트 Damon Knight
앨저넌에게 꽃다발을 Flowers for Algernon - 대니얼 키스 Daniel Keyes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A Rose for Ecclesiastes - 로저 젤라즈니 Roger Zelazny


SF계의 어마무시한 거장, 큰형님들의 대표 걸작이 수록되어 있는 것은 같습니다. 국내 소개 기준으로는 1편보다 이름값은 조금 떨어지지 않나 싶기도한데 로버트 하인라인레이 브래드버리로저 젤라즈니가 묵직하니 중심을 잘 잡아주네요.

그런데 SF 작가들의 투표로 선정된 리스트이기 때문일까요? "최고작"을 모았다기 보다는 역사적 의미까지 고려하여 선정된 느낌에요. 로저 젤라즈니의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가 대표적이죠. 좋은 작품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동명 단편집 기준으로 <프로스트와 베타>를 꼽고 싶은데 말이죠. 아무래도 디테일한 과학적인 설정, 냉전시대의 세계관 등 현실이 잔뜩 투영된 그간의 공상과학 소설과는 다른 서정적이고도 종교적인 주제를 미려한 문체로 그려낸, 순문학에 가까운 새로운 SF의 "효시"라는 의미가 더욱 커서 선정된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마찬가지로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 에서도 <화성은 천국!>이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위에서 예를 든 작품들을 비롯하여 제 All time best이기도 한 <앨저넌에게 꽃다발을>과 같이 다른 앤솔로지 등에 수록된 작품이 많다는 것, 지금 읽기에는 낡은 듯한 작품들이 제법 되는데 이건 걸작선이라는 특징 및 작품 발표 시기를 볼 때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상할 정도로 읽기 힘들었는데 원작 자체가 어렵게 쓰이기는 했겠지만 번역하면서 조금 쉽게 풀어서 쓰는 배려는 아쉽군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개인적으로는 이런저런 감점요소가 제법 있는데 <앨저넌에게 꽃다발을>을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는 강력 추천드립니다.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작품들만 짤막하게 리뷰 남기면서 글을 마칩니다.


<화성의 오딧세이>
열흘간 소식이 두절되었던 화성 탐사대원 자비스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하는 내용.
마크 트웨인이 화성을 무대로 한 SF를 쓴게 아닌가 싶은 작품. 유머러스한 분위기, 허풍가득하지만 박진감 넘치는 모험, 거기에 지구인의 탐욕이 모든 문제를 일으킨다는 결말에서의 풍자(?)가 그러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단순히 스타일만 모방한 파스티쉬는 아닙니다. 함께 생사를 넘나드는 동안 친구가 된 타조 외계인 "트윌"에 대한 묘사같은 설정의 디테일도 뛰어나거든요. 별점은 3점입니다.

<길은 움직여야 한다>
모든 도로를 움직이게 만들어 나라 전체를 발전시켰지만, 일단의 기술자들이 파업을 일으켜 대형 사고가 일어납니다. 이를 막기 위해 총감독관 게인스가 활약한다는 내용이죠.
하드보일드 범죄물 스타일로 그려진 작품인데 게인스의 활약이 별다른게 없다는 점, 너무 뻔한 전개, 허무한 결말까지 내용면에서는 그닥 언급할만한 부분이 없습니다.
그러나 도로가 움직인다는 황당한 내용을 그럴듯하게 그려낸 점이 아주 놀랍습니다. 세밀한 설정과 배경 묘사에서 거장의 힘이 느껴져요. 매력적인 설정을 잘 살리지 못한 이야기가 아쉽기는 하나, 읽을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소우주의 신>
대단한 천재 과학자가 있고 그를 이용해 먹는 은행가가 있습니다. 은행가는 과학자에게 색다른 동력 전송기를 만들게 한뒤, 그것을 이용해 국가를 협박하고 과학자를 죽이려 하죠.
문제는 과학자에게는 그가 만든 새로운 생명체 네오테릭스들이 있었고, 네오테릭스들이 더 뛰어난 발명을 해서 과학자를 구한다는 내용입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기발한 상상력이 가득한 작품. 매드 사이언티스트와 악덕 기업가는 물론 기이한 피조물까지 생생한 캐릭터 묘사가 아주 일품이었어요. 거기에 더해 흡입력도 대단해서 네오테릭스가 과학자가 요청한 "방어막"을 만든다는 결말까지 손을 떼기 힘들었습니다. 재미만 놓고 따지자면 1권의 <투기장>과 비교될만큼 최고였어요. 제 별점은 5점!

<오로지 엄마만이>
냉전시대 핵공포가 만연했을 때 쓰여진 듯한 작품. 방사능으로 돌연변이들이 태어난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이가 팔, 다리가 없이 태어난 돌연변이인데 엄마만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반전은 충격적이긴 합니다. 그런데 작가가 뭘 이야기하고 싶어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스캐너의 허무한 삶>
우주 (작중에서 "위와 밖") 여행 시 느끼는 거대한 고통을 잊고 우주를 정복하기 위해 등장한 전문 직업인 "스캐너". 그들은 스스로 몸의 감각을 없애고 "하버맨" 상태가 되어 우주를 여행할 수 있습니다. "크랜치"라고 불리우는 행위를 통해 잠깐이나마 감각을 회복할 수 있고요. 그런데 이들은 고통 없이 우주를 여행하는 방법을 알아낸 애덤 스톤을 죽이려고 합니다. 자신들 직업의 위대함이 흔들리게 되니까요. 그러나 스캐너 중 한명인 마텔이 인류를 위해 그를 구한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내용은 굉장히 간단한데 스캐너, 크랜치 등 작중 나오는 디테일한 관련 설정이 아주 설득력있게 묘사되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마텔의 활약이 이러한 설정 묘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것, 그리고 결말이 허무할 정도로 시시하고 간단한 해피엔딩이라는 것은 단점이지만 압도적인 설득력에는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네요. <길은 움직여야 한다>와 비슷하달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즐거운 인생>
조물주급의 초능력을 지닌 아이 앤서니를 중심으로 가족, 마을사람들이 마을 통째로 이세계를 방황한다는 내용의 작품.
SF로 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신이 "아이"로 태어난다면 그것은 재앙일 것이라는 주제를 풀어낸 작품입니다. 앤서니에게 속마음을 들키지 않고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전전긍긍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신 앞에 비굴한 현대인을 풍자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어떻게보면 굉장히 무서운 작품이기도 하죠. 별점은 3점입니다.

<즐거운 기온>
인간에 가까운 다기능 안드로이드가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를 추리적인 전개로 풀어낸 작품. 일종의 서술트릭이 도입된 것도 이채롭습니다.
하지만 그냥 추리극 형태로만 풀어내는게 깔끔했을 것 같아요. 구태여 밴덜루어와 안드로이드가 누가 누군지 서로를 구분할 수 없게 되는 일종의 "투영"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까지 이야기에 넣을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이거든요.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혼란스러워지는 문제가 더 큰 것 같아요. 좀더 짧고 깔끔하게 전개했더라면 보기드문 SF 추리물의 걸작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15/04/13

2015.4.7 ~ 4.12 한주간 두산베어스 단상

좋았던 점 :
1. 마야, 아니 마왕의 노히트노런! 그것도 넥센 상대로!
2. 백만년만에 보는 것 같은 탄탄한 1~4선발 (에 더해 5선발까지!)

나빴던 점 :
1. 한점차를 지키기는 불가능한 중간계투, 마무리
2. 끝없는 타선 응집력 실종
3. 고영민 선수는 이제 놔 주어야 할 때인가?

기타 감상 :
넥센~LG와의 6연전이 이어진 한주. 유희관 선수가 5이닝 5실점한 (무너졌다고 표현하기는 어렵죠) 첫 경기를 제외하고는 선발진이 모두 퀄리티스타트급으로 버텨준 한주였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진야곱 선수의 5이닝 3실점 호투를 시작으로 마야, 장원준, 유희관 선수는 퀄리티 스타트+로 던져줬고 니퍼트 선수도 복귀해서 괜찮은 흐름을 이어갔죠.

그러나 문제는 중간계투진. 첫 경기는 버리는 경기였다 치더라도 LG전 두경기는 모두 마지막에 한점차를 지키지 못하고 패한 것이 아쉽습니다. 최근 국내 야구 흐름이 한두점차는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는 점수차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역전승이 없는데 눈 앞에서 두경기나 놓치니 입맛이 아주 쓰네요.
그래도 중간계투, 마무리만 비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만큼 잦은 등판이 있었기도 했으며, 수차례 찬스에도 득점에 실패한 타자들 잘못도 분명히 있습니다. 장원준 선수 경기처럼 찬스에서 득점에 성공만 했어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을테니까요. 어차피 봉중근, 임창용 선수도 무너지고 있는데 윤명준 선수가 100% 깔끔하게 성공해 주길 바라는 것 자체가 요행이기도 하고요.

다행인 것은 홍성흔 선수는 잠실이라 손해본 타구가 제가 중계에서 본것만 세개이며 (그중 한개는 이진영 선수의 슈퍼캐치였죠) 김현수 선수는 회복세를 보여주는 등 다음주에는 조금 더 나은 경기력을 기대해 볼만 하다는 것입니다. 민병헌 선수도 부상으로 선발 출장을 못하고 잭 루츠 선수도 2군에 내려가 있으며 오재원 선수도 전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는 등 전력이 100% 가동되지 못한 탓도 분명 있을테니 핵심 전력이 복귀하면 타선도 훨씬 나아지겠죠. 허경민 선수도 부상 회복된다면 백업으로 충분하고요. 완벽한 주전 라인업에 백업으로 정진호, 허경민, 최재훈, 김재환 선수가 버텨준다면 상당히 괜찮은 라인업이 될 수 있겠죠.
최주환 선수의 3루 가능성이 확신으로 바뀐 만큼 루츠 선수가 복귀하면 1루, 3루쪽 선수 기용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이상 고영민 선수의 수비는 못봐주겠습니다... 서건창 선수의 쾌유를 빕니다.)

이번 주 히어로로 투수는 노히트노런의 주인공 마야 선수를, 타자로는 이러니저러니해도 김현수 선수!를 꼽습니다.

이번 주 예상 :
이번 주는 KT -롯데와의 각 3연전이 펼쳐집니다. 마야 선수의 등판 일정이 하루 정도 조정될 것 같으니 진야곱 - 니퍼트 - 마야 - 장원준 - 유희관 - 진야곱 선수 순으로 예상되네요. 진야곱 선수가 두번 등판하는 것과 니퍼트 선수의 한계 투구수가 변수인데 일단 KT경기는 전승을 목표로, 롯데 경기는 최소 반타작 생각으로 전력을 운영했으면 하네요. 목표는 4승 2패!
우리의 필승조는 이재우 - 김강률 - 윤명준 선수인데 최소 이닝당 한점씩은 준다고 생각하고 잘 활용했으면 합니다. 노경은, 이현승 선수가 돌아오면 3이닝 2점 정도는 지켜줄 수 있겠죠. 아 눈물난다.

덧 :
어제 롯데 - 한화 경기에서 볼성사나운 장면이 연출되었더군요. 원인이 뭐든 앞으로는 동업자 정신이 발휘되어 이런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7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7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6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아즈테카의 나이프>
컬렉션을 정리하여 자선활동 기금을 마련하려던 자산가가 살해당한 사건이 등장합니다.

유산 때문에 자선기금을 반대한 사업가의 후처가 범인인 것 처럼 묘사되지만, 한없이 착해보였던 전처가 범인이라는 의외의 진상이 돋보인 작품. 암요, 자기 자식을 위해서 나선 어머니가 가장 강한 법이기는 하겠죠.

하지만 나이프를 쳐다보는 자세에서 이어지는 살해방법이 트릭의 핵심인데 과연 그만큼 잘 되었을까?라는 의문이 들며 녹음기 등을 이용한 범인의 공작역시 유치하기 짝이 없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경찰이 이 정도의 공작을 파악하지도 못한 것은 문제로 밖에 보이지 않는군요.

때문에 추리적으로는 별로 건질게 없습니다. 별점은 2점.

<폭파예고>
세계적 가전 메이커인 블루블루사 60주년 기념 전시회장이 폭파예고를 받는다는 이야기.

미국에 상장되었다는 블루블루사의 주식 특성을 이용한 범죄라는 점에서는 나름 기발하며 거대한 공룡이 어떻게 걸었을까?라는 것에 대한 답을 전해주는 C.M.B 특유의 박물학적인 전개는 괜찮았던 작품.

그러나 이 에피소드 역시 진상은 경찰 조사를 통해 충분히 밝힐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되고, 공룡 화석이 작품과 잘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이지도 않네요. 그냥 저냥한 범작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행운>
잘나가는 게임회사 사장이 경리부장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이야기.

인간관계를 집중적으로 묘사하면서 그가 얼마나 속물인지, 자기만 아는 인물인지를 알려주다가, 결말에 이르러서는 그가 혹독하게 대했던 지인들의 실제 마음가짐을 알려주는 반전이 인상적이었던 작품.

문제는 트릭이 너무나 별로라는 것입니다. 닫힌 문 뒤에 살짝 숨어있는다는 숨바꼭질 수준의 트릭이거든요. 이런 정도의 범행도 밝혀내지 못한다니 대체 경찰은 뭐하는지 모르겠어요. 이 정도면 무능력이 아니라 거의 직무 유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말이죠....
인간 드라마로서는 제법 볼만했지만 추리적으로는 너무나 별로라 별점은 2점입니다.


결론적으로 전체 평균 별점은 약 2점. 재미가 없지는 않은데 추리적으로는 영 기대 이하라 감점폭이 크네요. CMB에서는 경찰의 무능함이 너무 두드러지는게 아닌가 싶어요. 특유의 박물학적인 정보가 딱히 제공되지 않는 것도 아쉬운 점이고요. 이전 권 리뷰에서는 추리는 그냥저냥이었지만 박물학적인 정보 제공은 그래도 괜찮았었죠.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겠지만 한마리라도 제대로 잡아주면 좋겠는데.. 다음 권에서의 분발을 기대해봅니다.

2015/04/11

거침없이 한 획! - 카와이 카츠토시 : 별점 4점

거침없이 한 획! 5 - 8점
카와이 카츠토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몽키턴>의 카와이 카츠토시가 그린 청춘 학원물. 원제는 <とめはねっ! 鈴里高校書道部>

추가 부원이 없으면 폐부된다는 설정에서 시작하는 학원물은 널리고 널렸죠. 겨우 입부한 생초보 신입부원의 활약으로 전국에! 라는 내용과 해당 부 내에서 사랑이 싹튼다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뻔한 설정이고요,

그러나 이 작품은 주제가 "서도"라는 것에서 크게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단순한 차별화 요소가 아니라 "서도"에 대해 진지하게, 알기쉽게 설명해주면서도 나름대로 재미를 살릴 수 있게 표현한다는게 놀라운 점이었어요. "서예"와는 비슷한 듯, 다른 듯 디테일이 재미있는데 전통적인 임서 (명필의 글씨를 따라 쓰는 것)에서 부터 서도로 사잔의 노래를 써낸다거나 하는 파격, 창작 서도에 이르는 과정이 치밀하면서도 재미있게 짜여져 있습니다.
갑자원, 혹은 전국대회 결승 같은 레벨의 "서도 갑자원"이라는 전국구 목표라던가 경쟁 상대 (심지어 처음에는 상대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닌 강적!)인 이웃 학교, 신입부원 2명이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 남-녀 관계라는 식으로 묘하게 열혈 청춘 스포츠 학원물 설정을 녹였으면서도 그게 그럴듯하게 맞아 떨어지는게 신기했고요.
두명의 주인공인 오오에와 모치즈키가 성별과 반대되는 성격의 천연계 커플이라는 것도 차별화되는 요소입니다. 특히 여주인공 모치즈키가 전국 레벨의 유도 천재라는 것이 드라마와 잘 결합되어 있다는 것도 상당한 재미요소죠. 유도 덕분에 "대자서"를 잘 쓰게 되었다는 서도적인 설정은 물론이고, 유도에 매진하기 위해 서도부를 탈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내용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지고 있기도 하니까요.
그 외의 캐릭터인 부장이자 성실녀 히노, 장난치기 좋아하는 트러블 메이커 미와, 카모는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이긴 합니다만 문화부답게 여자 선배들이라는 점, 그리고 세명의 과거나 히노가 쌍동이라는 디테일로 역시나 재미있던 부분입니다. 등장인물들의 미래를 살짝 보여주면서 여운을 남기는 결말도 인상적이며, 끝맺음을 잘 못해 망치는 장기 연재작이 많은데 적절한 타이밍에 마무리지었다는 것도 높은 점수를 줄 만 합니다.

허나 "서도"의 특성 상 일본의 문화적인 배경을 깔고 진행하기에 국내 독자에게는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은 약간 단점입니다. 헤이안 시대 가나 서도에 대한 내용이 대표적인데, 뭐 어쩔 수 없긴 하죠.

그래도 재미와 신선함 모두를 충족시키는 좋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4점! 모든 면에서 뻔한데 색다른 소재, 그리고 약간의 변주로 이만큼의 재미와 성공을 가져왔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개인적으로 <몽키턴>보다 좋았습니다. 잠뿌리님의 글을 보니 판권 문제로 보이는데 국내 출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아쉽기만 합니다.

2015/04/09

완전범죄 - 오구리 무시타로 / 신정원 : 별점 2점



1930년대 중국 호남 팔선채에 위치한 영국식 저택 이인관. 옥스퍼드의 인류학자 휴 로렐 교수의 연구 설비로 현재는 외동딸 로렐 부인이 거주하는 곳. 진격해 온 묘족 군대의 지휘관 자로프는 이곳을 사령부로 정하고 머무르게 된다.
하지만 저택 안에서 남자들을 상대하던 집시 헤더가 완벽한 밀실에서 죽은 시체로 발견되는데....

<흑사관 살인사건>으로 유명한 오구리 무시타로의 중편. 데뷰작이라고 하네요. 국내 최고의 미스터리 동호회 "하우미스터리"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자리를 빌어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작품은 전형적인 밀실 살인사건, 그리고 핵심 사건과는 별개로 약간 독특한 암호 트릭이 등장하는 정통 본격물입니다. 피해자 헤더가 미친듯 웃었고 그 와중에 남자 웃음소리가 들렸다는 것, 경비를 서던 정이 목격한 파란옷의 인물, 이상한 곳에 떨어진 비누거품, 방에서 풍기는 꽃향기, 헤더 몸에서 발견된 모기에게 물린 자국이라는 몇개의 단서를 바탕으로 자로프의 추리가 연달아 펼쳐지는 전개를 갖추고 있는데, 추리쇼의 결합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흑사관 살인사건>의 원형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단서와 상황을 잘 결합한 추리들도 꽤 볼만한데 특히 "소리"를 통해 색깔을 착각한 것이라는 이론이 가장 기발했어요. 정말 가능했을까 싶기는 한데 과학적 근거를 들어서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인상적이기도 했고요. 작가가 눈이 인식하는 색깔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 듯 싶더군요. 여튼 여러가지 연달아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자로프의 상상력에는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허나 아이디어, 트릭이 난무한다고 좋은 작품은 아니죠. 아니, 이 작품은 짤막하지만 오히려 단점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읽기 어렵고 지루하다는 점입니다. <흑사관 살인사건> 때에도 마찬가지였는데 번역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고 원래 이런 식의, 장황하면서도 드라마는 딱히 두드러지지 않고 읽는 사람 머리만 아프게 하는 것이 작가의 스타일이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추리적으로도 추리 자체에 비하면 사건의 동기가 어이가 없어서 와닿지 않는 것도 문제에요. 우생학 이론에 바탕을 둔 동기인데 특정 성씨를 멸족시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다니 말도 안되죠. 그 성씨 사람들을 볼 때마다 죽일 것도 아니고....
트릭 역시 장황하게 설명되는 것에 비하면 진상이 너무 별로입니다. 일종의 장치 트릭으로 부인이 치던 오르간 소리가 엉망이었다는 상황과 잘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은 좋았지만, 그 외에는 전부 수준이하였거든요. 오르간 특정 키와 헤더의 방이 연결되어 웃음 가스와 독가스를 내보냈다는 것인데 거창하고 복잡할 뿐더러 애초에 이렇게까지 기이하게 사건을 만들 이유도 설명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자로프를 말로 꼬드겨 헤더를 죽이게 만드는게 더 쉬웠겠죠. 암호 트릭 역시 마찬가지. 과연 한자를 사용한 트릭을 영국인이 만들 수 있었을까 같은 사소한 의문은 차치하고라도 뭐 그리 대단한 비밀이라고 암호로 만들었을까 싶더군요. 흔하게 보는 "사실 너의 어머니는..." 류의 비밀인데 어차피 본인은 죽을 거, 그냥 말로 하는게 당연하잖아요?

마지막으로 1930년대, 묘족 군대, 중국 호남 팔선채의 이인관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작품에 잘 녹아들었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밀실 살인사건이 일어난 이후에는 사건 당시 바로 옆방에 있었던 간부 4인방을 대상으로 추리쇼가 연이어 벌어지는 것이 전부라서 일본 어딘가에 위치한 독특한 건축물 안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다를바가 없거든요. 그렇다고 중국적인 배경이 묘사되는 여정 미스터리 스타일로 쓰여진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설정을 가져갔는지 전혀 모르겠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추리는 볼만하나 소설로서의 기본이 되어 있지 않는 느낌입니다. 추리 퀴즈 해답을 이어놓은 느낌이랄까요. 독특하다는 점과 역사적인 가치를 빼고는 점수를 줄 부분이 많지 않아요.
그래도 적절한 가격, 분량은 매력적이므로 초창기 일본 추리소설에 대해 관심 있으시다면 한번 읽어보셔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덧 : 항상 알라딘을 이용하다가 이벤트가 yes24 e-book으로 증정하는 것이라 별 수 없이 yes24 e-book으로 읽었는데 e-book 뷰어 자체가 너무 별로네요. 화면이 자동으로 꺼지는 설정을 어디서 끄는지도 모르겠고 TTS로 읽어주는 기능도 없고....

2015/04/06

사상학 탐정 1 - 미쓰다 신조 / 이연승 : 별점 3점

사상학 탐정 1 - 6점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레드박스
<하기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타인에게 나타난 사상 (死相)을 보는 특수한 능력이 있는 쓰루야 슌이치로가 탐정 사무소를 개업한 날, 사야카라는 여인이 찾아온다. 그녀는 청년 IT 재벌 아키라와 약혼하지만 약혼자가 급작스럽게 급성심부전으로 사망한 후, 자신의 주변에 떠도는 죽음에 이유가 있는지를 알아보려 한 것. 그러나 그녀에게서 아무런 사상을 보지 못한 쓰루야는 의뢰를 거절한다.

그러나 그녀가 약혼자의 본가인 이리야가에 함께 살게 된 후 기이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자 다시 쓰루야를 찾는다. 쓰루야는 그녀를 뒤덮은 섬뜩한 사상을 확인한 뒤 사건의 조사를 위해 이리야가를 방문한다. 그러나 기이한 사건은 중단되지 않고, 아키라의 이복형 나쓰키부터 한명씩 가족이 죽어나가기 시작하는데....


타인에게 나타난 사상 (死相)을 볼 수 있다는 특수능력의 소유자가 주인공인 작품.

주인공 쓰루야 슌이치로는 탐정이라는 직함을 걸고 있지만 별다른 추리력이 있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특수능력과 일본 최고의 무녀라 할 수 있는 할머니 아이젠에게서 배운 지식, 경험에 기대고 있죠. 사건도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영역이 아니라 "주술"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것이고요. 때문에 정통 추리적 요소보다는 일본식 퇴마 판타지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하지만 만화 등에서 흔히 보는 뻔한 퇴마 배틀물은 아닙니다. 쓰루야부터가 사상을 볼 수 있을 뿐 다른 능력이 없기 때문이죠. 구태여 비교하자면 <백귀야행>의 리쓰가 탐정사무소를 열었다고나 할까요? 능력치도 거의 동일합니다. 실제 스물스물 움직이는 저주의 실체를 보고도 도망치는게 고작이니까요. 주술, 저주가 정말 일상 생활 속에 있음직한 것으로 그럴듯하게 그려져 있는 것 역시 백귀야행스러운데, 과연 민속 탐정 시리즈를 써왔던 미쓰다 신조답다 싶더군요. 백귀야행과는 다른 섬짓한 묘사들도 볼거리고요.

이러한 분위기에 더해 작가의 이름, "탐정"이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추리적인 부분도 제법입니다. 비과학적인 영역이기는 하지만 주술과 저주에 적용된 일종의 법칙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이야기의 핵심으로 부제 그대로 "13"에 관련된 법칙인데, 정교하게 짜여진 복선과 함께 쓰루야의 메모를 중심으로 독자에게도 공정하게 정보를 제공하여 두뇌싸움을 벌이게끔 만드는 솜씨가 돋보였어요. 이리야가 전 당주 및 가족들의 취미와 엮은 자잘한 설정들도 괜찮았고요.

무엇보다도 마음에 든 점은 굉장히 스피디하고 빠르게 전개되는 현대적인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지루할 틈 없이 사람이 계속 죽어나가면서 책을 손에서 떼기 힘들게 만들거든요. 사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은, 고작 두권 읽은게 전부지만 도조 겐야 시리즈에서처럼 어렵고 복잡한 일본 민속 관련 지식을 고풍스럽고 무거운 묘사로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더랬죠. 그런데 이 작품은 읽고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일반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흡사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으니까요. 나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젊은 작품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미쓰다 신조의 나이는 잘 모르겠지만 프랑스에서 젊은 감독들이 새로운 영화 운운하며 까이에 뒤 시네마 운동 (장 뤽 고다르로 대표되는) 이 일어났을때 거장 르네 끌레망이 정말 새로운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태양은 가득히>를 발표한 일화가 떠오릅니다.

이렇듯 독특함과 재미를 모두 갖춘 좋은 작품이기는 한데, 단점도 있습니다. 일단 "13"에 관련된 법칙이 재미는 있지만 합리적인 부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설정에 가져다 맞춘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숫자만 들어가면 무엇이든 되기 때문에 단서들의 비약이 심하고 억지스러운 것도 제법 되는 편이에요. 작중에서도 등장하듯 나이든 사람들만, 그것도 일본이라는 환경 내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것도 문제고요.
사야카가 쓰루야에게 단서를 전해주려 애쓴다는 설정도 쓰루야의 무능함만 돋보일 뿐이며 혹 쓰루야가 정말로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어떻게 했을지 설명되지 않는 것도 단점입니다.

동기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아요. 작품에서처럼 사야카가 모든 저주의 흑막이라면, 그녀는 아키라 재산의 60%로 왜 만족하지 못했을까요? 설령 아키라의 배다른 형제를 모두 죽였다 치더라도 60%가 80%가 될 뿐 - 20%는 죽이고 싶지 않았던 아키라의 어머니 도시코의 몫이기에 - , 예를 들어 유산이 한 40억이라고 한다면 24억이 32억이된다... 본인까지 저주를 걸 정도로 의미가 있는 금액이었을지 의문이에요.
설령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방법적으로 무리수가 많죠. 저 같으면 그냥 형제들에게 저주를 걸고 어디 외국이라도 가 있었을겁니다. 사인이야 어차피 급성 심부전이니 수상하기는 해도 아무런 증거도 뭐도 없었을테니까요. 구태여 같이 저주에 걸려가며 상종하고 싶지 않은 인간들과 동거할 이유는 없죠.
쓰루야에게 사건을 의뢰한 이유도 사건이 언젠가 쓰루야나 아이젠 귀에 들어갈까봐 의뢰했다는 것인데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은 마찬가지니까요. 설령 귀에 들어갔다손 치더라도, 주인공이나 주인공 할머니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마지막으로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한 이리야 가문의 설정, 판에 박은 의붓형제 캐릭터인 나쓰키, 하루미 등은 고민이 부족해 보여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이자 미쓰다 시존의 새로운 모습을 알리는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무엇보다도 몰입해서 읽는, 재미라는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에스프레소라면 달달한 카푸치노같은, 아주 무섭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은 작품이니만큼 미쓰다 신조의 작품이 궁금하신 입문자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2015/04/04

위험한 책 -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 조원규 : 별점 2점

위험한 책 - 4점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들녘

케임브리지 대학의 여교수 블루마 레논은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을 읽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나"는 과거 블루마의 연인으로 그녀 앞으로 온 조셉 콘래드의 <섀도 라인>을 받게 된다. 책은 시멘트가 앞, 뒤로 발라져 먼지가 끝없이 떨어지는 상태. "나"는 책을 보내온 남자 카를로스 브라우어를 찾기 시작하게 되는데...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우루과이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 정말 오랫만에 읽는 3세계 문학으로 100여 페이지를 조금 넘는 정도의 중편 소설입니다.

작품은 수집광의 광기를 드라마틱하게 그리고 있는데 특정 수집광(?)의 변태적인 행위를 그린 작품은 많이 있습니다. 대표작은 <나폴레옹 광>을 들 수 있겠죠.
도서 수집광을 소재로 다룬 작품도 당연히 많습니다. 특정 도서의 희귀본을 수집하기 위해 범죄까지 불사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 책 수집광의 아내가 살해당한다는 <시미가의 붕괴>, 조금 방향성은 다르지만 레베르테의 <뒤마클럽>은 책 사냥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요.

이러한 작품들은 보통 수집광의 수집에 대한 욕구를 그리고 있는데 반해 이 작품은 책 수집광이 책과 함께 살기 위해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지를 중심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카를로스 브라우어가 책과 함께 살기 위해 "책으로 된 집을 짓는다"는 것이 새로운 착안이라고 하기 어렵긴 합니다. 수집광들이 수집품을 모아서 뭔가를 만든다는 설정은 전에 없던 것은 아니니까요. 책이라는 소재와 잘 맞았으며 블루마의 요청으로 집을 다시 때려부순다는 결말과 핵심만 딱딱 전개하는 압축된 전개는 괜찮았지만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웠어요. 무언가의 진상을 찾는다는 점은 추리소설 스타일이고 책 소개에서도 미스터리 형식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추리적으로는 별볼일 없다는 것도 감점요소고 말이죠.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했지만 정작 내용은 별로 건질게 없었던 작품입니다. 구태여 구해보실 필요는 없겠네요. 이미 절판되었으니 구해보시기도 어렵겠지만요.

2015/04/02

이토록 아찔한 경성 - 김병희 외 / 한성환 외 엮음 : 별점 2점

이토록 아찔한 경성 - 4점
김병희 외 지음, 한성환 외 엮음/꿈결


OBS의 특별기획 프로그램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라는 특강 프로그램에서 전문가들이 강의한 내용을 선별하여 글로 옮긴 책입니다. 여섯개의 주제를 가지고 근대 경성의 삶과 그것이 현재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설명해 주고 있죠. 개인적으로 근대 경성, 일제 강점기 시기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기에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제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내용들 대부분이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주제들 각각이 한권의 책으로 엮여도 충분할 정도의 내용으로 이미 많이 출간된 탓이 크겠죠. 제가 읽은 것만도 광고는 <꼿 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 , 대중 음악은 <오빠는 풍각쟁이야>, 문화재는 <명품의 탄생>으로 이미 접했던 내용이니까요. 
또 원래가 TV 방송이라 내용들 대부분이 에피소드 중심으로 쉽게 접근한다는 점과 각 챕터를 담당한 전문가가 다른 탓에 전체 챕터 내용, 구성 방향, 문체 등 모든 면에서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네요.

물론 쉽게 쓰여졌다는 것을 단점이라고 부르기 어렵기는 하겠죠. 몇몇 새롭게 알게 된 사실, 그리고 아이디어를 얻은 부분이 없지는 않고요. 풀 컬러로 이루어진 책의 구성과 도판, 디자인도 좋은 편이긴 합니다. 하지만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이 정도의 내용이라면 방송으로 보는게 훨씬 빠르고 유익했을 것 같고, 어차피 깊이있는 내용을 얻으려면 결국은 제가 언급한 다른 책을 찾아봐야 할 터라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군요.
챕터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1부 광고로 본 근대의 풍경>
근대 광고는 다른 책으로도 익히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태동 정착기 - 성숙기 - 쇠퇴기로 3분하여 설명하고 있는 점, 천연당 사진관의 90도로 돌려놓은 기묘한 광고같이 시기별 대표 광고에 대해 "광고 전문가"의 시각으로 설명해 주는 것들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식민지 시기 광고에 대해 타자적 욕망 운운하는 결론은 무리수로 보입니다. 시기가 어찌 되었건 광고의 본질은 다 똑같을텐데 식민지 시기라고 다르게 설명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2부 대중음악으로 본 근대의 풍경>
역시나 다른 책에서 본 내용으로 특기할 부분은 많지 않습니다. 트로트와 신파를 엮는 것이 핵심 내용인데 딱히 새롭지 않았거든요. 또 라시도미파의 5음계를 가지고 트로트의 음계가 어떤 것이며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아무래도 TV같은 매체가 아니면 와닿기 어렵다는 점에서 아쉬웠습니다.

<3부 사법제도로 본 근대의 풍경>
일제시대 때 순사로 대표되는 경찰조직이 강력한 권한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해 주고 있는데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순사"가 공포의 대명사처럼 쓰였는지 알게 되기도 했고 말이죠. 결국 비용 문제로 판사와 검사의 수가 적기에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있었는데 '범죄즉결례'라는 것으로 3개월 이내의 형은 경찰이 내릴 수도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에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소설가 김동인의 단편소설 <태형>이라던가 특정 재판의 모습을 예로 들어 설명해 주어서 머리에 쏙쏙 들어오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러한 후진적인 당시 체제를 해방 이후 상황까지 이어서 설명해 주는 것은 그닥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제 관심 밖 영역인 탓도 있지만 저자인 김인회 씨의 정치적 배경이 글에 개입된 느낌도 강했기 때문이에요.

<4부 문화재로 본 근대의 풍경>
간송 전형필 선생의 문화재 수집 활동 이야기 외에는 우리나라의 반출된 문화재를 어떻게 하면 잘 회수할 수 있을지가 결론인 내용으로,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 비슷했습니다. 생각해볼만한 주제이기는 한데 제가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라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5부 미디어로 본 근대의 풍경>
근대 미디어, 그 중에서도 신문과 라디오를 중심으로 설명해주는 챕터. 신문의 역사야 국사책에도 나올법한 내용이 전부라 대단한 것은 없습니다.
그래도 선조 때 있었다는 "조보"라는 매체가 민간 신문이었다, 라는 저자의 이론은 재미있더군요. 경성방송국 직원이 "미국의 소리" 방송을 몰래 들은 "밀청 사건"도 제 공부가 부족한 탓에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기억에 남고요. 

<6부 철도로 본 근대의 풍경>
이수광씨의 다른 근대 관련 서적은 한권 읽어보았었는데 문체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더랬죠. 여기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나치게 소설적인, 그리고 과장된 문체로 일관하고 있거든요. 덕분에 다른 챕터와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는 것도 불만스러웠으며, 본인 스스로의 해석이 많이 가미된 것도 영 별로였습니다. 곡산군이 폐허가 된 이유라는 철도 공사 역부 차출에 관련된 민중 봉기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