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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3

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 -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 별점 2.5점

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 - 6점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엮음/채륜서

근대 조선 풍속에 대한 미시사 서적. 저자가 "단국대학교 동양학 연구원"으로 되어 있고 각 항목별로 저자 이름이 명기되어 있는데, "근대 조선의 풍속"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연구원들이 작성한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크게 세개의 단락으로 구분되는 단락별로 조금 자세하게 살펴본다면,
첫번째 "조선 풍속기, 하나_ 욕망의 늪에 빠진 근대"
기생, 패션, 화장, 성병 등을 다루는 단락이죠. 납이 포함되어 있어 몰락한 박가분 이야기, 근대 조선에 만연했던 성병에 대한 이야기 등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주제이기는 하나 다른 책에서 이미 접해보았기에 새롭다고 할 만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아울러 글을 작성한 연구원들이 당시 근대 조선의 여성들을 주로 "피해자"라는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긴 했습니다만 도가 지나친 느낌이에요. 성병약 광고에 여성 환자 사진을 실은 것 등을 예로 들면서 설명하고 있는데, 무엇을 말하려는지는 알겠지만 "남존여비" 사상이 팽배했던 시대상황을 좀 더 고려하고 주장을 펼쳤어야 했을 것 같네요.

두번째 "조선 풍속기, 둘_ 놀이의 이중성"
신식 장난감이 언제, 어떻게 도입되었고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에 대한 것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접한 적 없어서 신선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마지막의 미두 관련 이야기는 단락 주제와 잘 어울려 보이지 않았으며, 미두왕 "반복창 (반지로)"이야기는 식상할 정도로 많이 읽은 내용이라 실망스러웠어요.

세번째 "조선 풍속기, 셋_ 신풍속의 탄생"
제목 그대로 조선에는 없었던 새로운 풍속이 어떻게 도입되었는지를 설명해주는 단락
여러모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새롭기도 할 뿐더러 평소에 궁금했던 내용들이 가득해서 읽는 재미가 컸기 때문이에요. 언제부터, 그리고 왜 신식 결혼식이 도입되었나?라던가 벛꽃이 경성에 심어지게 된 이유, 어린이날의 유래와 의미, 크리스마스가 조선에 정착하게 되는 과정 등 모든 이야기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어린이날이 독립 운동과 연계되었다는 이유로 일본으로부터 금지되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된 내용이네요.

이렇듯 재미있는 내용이 제법 많고, 연구원들이 작성했지만 논문 형식이 아니라 독자를 고려하여 쉽게 쓴 글들이라 읽는데 부담스럽지 않았다는 것은 마음에 듭니다. 연구원들이 쓴 덕에 자료들의 출처가 완벽하다는 것도 좋았고요.

그러나 근대 조선에 대한 미시사는 제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라 그간 꽤나 많은 책을 읽어왔기에 비교해본다면, 다른 책들 대비 뛰어나거나 새로운 점을 찾아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중복되는 이야기들도 많고, 도판이 딱히 뛰어난 것도 아니니까요.
또 "풍속"이라는 주제로 묶어 놓은 책이라고 하는데 주제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 것도 감점 요소입니다. 대표적인 것은 두번째 단락, 그 중에서도 미두 이야기겠죠. 첫번째 단락도 다른 책에서 많이 나왔던 내용이니 만큼 세번째 이야기, 즉 조선에 없었던 신식 문화가 풍속화된 것들에 집중해서 책을 꾸몄더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때문에 별점은 2.5점. 저같이 조선 근대사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한번 재미삼아 읽어볼만 합니다만, 유사 도서들에 비하면 뚜렷한 장점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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