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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1

거침없이 한 획! - 카와이 카츠토시 : 별점 4점

거침없이 한 획! 5 - 8점
카와이 카츠토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몽키턴>의 카와이 카츠토시가 그린 청춘 학원물. 원제는 <とめはねっ! 鈴里高校書道部>

추가 부원이 없으면 폐부된다는 설정에서 시작하는 학원물은 널리고 널렸죠. 겨우 입부한 생초보 신입부원의 활약으로 전국에! 라는 내용과 해당 부 내에서 사랑이 싹튼다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뻔한 설정이고요,

그러나 이 작품은 주제가 "서도"라는 것에서 크게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단순한 차별화 요소가 아니라 "서도"에 대해 진지하게, 알기쉽게 설명해주면서도 나름대로 재미를 살릴 수 있게 표현한다는게 놀라운 점이었어요. "서예"와는 비슷한 듯, 다른 듯 디테일이 재미있는데 전통적인 임서 (명필의 글씨를 따라 쓰는 것)에서 부터 서도로 사잔의 노래를 써낸다거나 하는 파격, 창작 서도에 이르는 과정이 치밀하면서도 재미있게 짜여져 있습니다.
갑자원, 혹은 전국대회 결승 같은 레벨의 "서도 갑자원"이라는 전국구 목표라던가 경쟁 상대 (심지어 처음에는 상대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닌 강적!)인 이웃 학교, 신입부원 2명이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 남-녀 관계라는 식으로 묘하게 열혈 청춘 스포츠 학원물 설정을 녹였으면서도 그게 그럴듯하게 맞아 떨어지는게 신기했고요.
두명의 주인공인 오오에와 모치즈키가 성별과 반대되는 성격의 천연계 커플이라는 것도 차별화되는 요소입니다. 특히 여주인공 모치즈키가 전국 레벨의 유도 천재라는 것이 드라마와 잘 결합되어 있다는 것도 상당한 재미요소죠. 유도 덕분에 "대자서"를 잘 쓰게 되었다는 서도적인 설정은 물론이고, 유도에 매진하기 위해 서도부를 탈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내용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지고 있기도 하니까요.
그 외의 캐릭터인 부장이자 성실녀 히노, 장난치기 좋아하는 트러블 메이커 미와, 카모는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이긴 합니다만 문화부답게 여자 선배들이라는 점, 그리고 세명의 과거나 히노가 쌍동이라는 디테일로 역시나 재미있던 부분입니다. 등장인물들의 미래를 살짝 보여주면서 여운을 남기는 결말도 인상적이며, 끝맺음을 잘 못해 망치는 장기 연재작이 많은데 적절한 타이밍에 마무리지었다는 것도 높은 점수를 줄 만 합니다.

허나 "서도"의 특성 상 일본의 문화적인 배경을 깔고 진행하기에 국내 독자에게는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은 약간 단점입니다. 헤이안 시대 가나 서도에 대한 내용이 대표적인데, 뭐 어쩔 수 없긴 하죠.

그래도 재미와 신선함 모두를 충족시키는 좋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4점! 모든 면에서 뻔한데 색다른 소재, 그리고 약간의 변주로 이만큼의 재미와 성공을 가져왔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개인적으로 <몽키턴>보다 좋았습니다. 잠뿌리님의 글을 보니 판권 문제로 보이는데 국내 출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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