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ang.egloos.com 의 이사한 곳입니다. 2021년 1월, 추리소설 리뷰 1000편 돌파했습니다. 이제 2000편에 도전해 봅니다. 언제쯤 가능할지....
2015/04/09
완전범죄 - 오구리 무시타로 / 신정원 : 별점 2점
1930년대 중국 호남 팔선채에 위치한 영국식 저택 이인관. 옥스퍼드의 인류학자 휴 로렐 교수의 연구 설비로 현재는 외동딸 로렐 부인이 거주하는 곳. 진격해 온 묘족 군대의 지휘관 자로프는 이곳을 사령부로 정하고 머무르게 된다.
하지만 저택 안에서 남자들을 상대하던 집시 헤더가 완벽한 밀실에서 죽은 시체로 발견되는데....
<흑사관 살인사건>으로 유명한 오구리 무시타로의 중편. 데뷰작이라고 하네요. 국내 최고의 미스터리 동호회 "하우미스터리"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자리를 빌어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작품은 전형적인 밀실 살인사건, 그리고 핵심 사건과는 별개로 약간 독특한 암호 트릭이 등장하는 정통 본격물입니다. 피해자 헤더가 미친듯 웃었고 그 와중에 남자 웃음소리가 들렸다는 것, 경비를 서던 정이 목격한 파란옷의 인물, 이상한 곳에 떨어진 비누거품, 방에서 풍기는 꽃향기, 헤더 몸에서 발견된 모기에게 물린 자국이라는 몇개의 단서를 바탕으로 자로프의 추리가 연달아 펼쳐지는 전개를 갖추고 있는데, 추리쇼의 결합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흑사관 살인사건>의 원형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단서와 상황을 잘 결합한 추리들도 꽤 볼만한데 특히 "소리"를 통해 색깔을 착각한 것이라는 이론이 가장 기발했어요. 정말 가능했을까 싶기는 한데 과학적 근거를 들어서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인상적이기도 했고요. 작가가 눈이 인식하는 색깔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 듯 싶더군요. 여튼 여러가지 연달아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자로프의 상상력에는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허나 아이디어, 트릭이 난무한다고 좋은 작품은 아니죠. 아니, 이 작품은 짤막하지만 오히려 단점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읽기 어렵고 지루하다는 점입니다. <흑사관 살인사건> 때에도 마찬가지였는데 번역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고 원래 이런 식의, 장황하면서도 드라마는 딱히 두드러지지 않고 읽는 사람 머리만 아프게 하는 것이 작가의 스타일이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추리적으로도 추리 자체에 비하면 사건의 동기가 어이가 없어서 와닿지 않는 것도 문제에요. 우생학 이론에 바탕을 둔 동기인데 특정 성씨를 멸족시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다니 말도 안되죠. 그 성씨 사람들을 볼 때마다 죽일 것도 아니고....
트릭 역시 장황하게 설명되는 것에 비하면 진상이 너무 별로입니다. 일종의 장치 트릭으로 부인이 치던 오르간 소리가 엉망이었다는 상황과 잘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은 좋았지만, 그 외에는 전부 수준이하였거든요. 오르간 특정 키와 헤더의 방이 연결되어 웃음 가스와 독가스를 내보냈다는 것인데 거창하고 복잡할 뿐더러 애초에 이렇게까지 기이하게 사건을 만들 이유도 설명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자로프를 말로 꼬드겨 헤더를 죽이게 만드는게 더 쉬웠겠죠. 암호 트릭 역시 마찬가지. 과연 한자를 사용한 트릭을 영국인이 만들 수 있었을까 같은 사소한 의문은 차치하고라도 뭐 그리 대단한 비밀이라고 암호로 만들었을까 싶더군요. 흔하게 보는 "사실 너의 어머니는..." 류의 비밀인데 어차피 본인은 죽을 거, 그냥 말로 하는게 당연하잖아요?
마지막으로 1930년대, 묘족 군대, 중국 호남 팔선채의 이인관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작품에 잘 녹아들었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밀실 살인사건이 일어난 이후에는 사건 당시 바로 옆방에 있었던 간부 4인방을 대상으로 추리쇼가 연이어 벌어지는 것이 전부라서 일본 어딘가에 위치한 독특한 건축물 안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다를바가 없거든요. 그렇다고 중국적인 배경이 묘사되는 여정 미스터리 스타일로 쓰여진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설정을 가져갔는지 전혀 모르겠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추리는 볼만하나 소설로서의 기본이 되어 있지 않는 느낌입니다. 추리 퀴즈 해답을 이어놓은 느낌이랄까요. 독특하다는 점과 역사적인 가치를 빼고는 점수를 줄 부분이 많지 않아요.
그래도 적절한 가격, 분량은 매력적이므로 초창기 일본 추리소설에 대해 관심 있으시다면 한번 읽어보셔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덧 : 항상 알라딘을 이용하다가 이벤트가 yes24 e-book으로 증정하는 것이라 별 수 없이 yes24 e-book으로 읽었는데 e-book 뷰어 자체가 너무 별로네요. 화면이 자동으로 꺼지는 설정을 어디서 끄는지도 모르겠고 TTS로 읽어주는 기능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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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 추리 / 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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