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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30

최근 읽은 추리 / 호러만화 짤막한 감상

 

시귀 屍鬼 1 - 4점
오노 후유미 지음, 후지사키 류 그림/학산문화사(만화)

오노 후유미의 "시귀"의 만화판입니다. 원작을 꽤 재미있게 읽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제 생각과는 다르더군요. 무엇보다도 그림이 생각했던 "시귀"와 전혀 어울리지 못합니다. 후지사키 류는 과거의 히트작 "봉신연의" 작가인데 당시에도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집어들지도 않았더랬죠. 작가가 이 친구라는걸 미리 알았더라면 절대 구입하지 않았을겁니다. 전개도 난잡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그나마 원작의 후광덕에 별점은 2점입니다만, 다음권은 안살겁니다. 빌려보던가 해야지...

소름 4 - 4점
키지츠 카츠히사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중고서적 파는 행사장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무려 6년만에 완독한 일종의 퇴마물(?)입니다.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심잠안"을 타고난 요코와 대학에서 민속학을 연구하는 쿄이치가 여러 이상 현상을 해결해 나간다는 이야기죠. 견귀와 같은 설정도 괜찮지만 실질적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없이 머리를 쥐어짜서 유령과 맞서고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가 좋았어요. 그러나 묘할 정도로 전개가 맥이 빠지고 지루해서 별로 인기는 끌지 못한 듯 싶네요. 조금 더 자극적으로 구성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별점은 2점입니다.

덧붙이자면, 개구리-뱀-달팽이의 이른바 "3자견제"가 중요한 포인트로 쓰이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 3자견제의 구성에 대해 등장인물들이 전혀 모르고 있더라는 것이 의외였습니다. 일본에서는 널리 알려진 것이 아닌가요? 알려진건 결국 나루토 때문인건가?


그래스 호퍼 1 - 4점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다 히로토 그림/대원씨아이(만화)

요사이 뜨고 있는 소설가 이사카 고타로의 원작을 만화화한 작품입니다. 이사카 고타로 작품은 "사신 치바" 밖에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그 기묘한 상상력이 마음에 들어 덥석 집어들게 되었는데... 너무 생각과 달라 실망했습니다. 기발한 상상력 대신 흔해빠진 이(異)능력 킬러들의 이야기일 뿐이었거든요. 뭐 능력들도 다 거기서 거기고... 그림도 이야기를 뒷받침해주기에는 이상하게 밋밋해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역시나 다음권은 전혀 기대가 안되기에 패스합니다. 별점은 2점.

2009/09/27

주작의 활 1~12 - 이노우에 준야 : 별점 2점

 

주작의 활 12 - 4점
이노우에 준야 지음/삼양출판사(만화)

주작의 활


요새 통 바쁘기도 하고 여유가 없어 책 읽기가 힘드네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만화를 좀 더 많이 보는 편인데 그 와중에 완독하게 된 작품입니다. 무려 5년전에 1,2권을 읽고 포스팅을 남겼으니 뭔가 숙제를 끝낸 기분마저 드는군요. 완결이 작년 12월이었으니 무지하게 늦게 끝내긴 했지만요.

사실 이 작품은 주작 - 청룡 - 백호 - 현무의 4대 신기가 모여 요괴들을 물리친다는 이야기로 흔해빠진 퇴마물의 하나입니다. 각 신기마다 특성과 제약이 있다는 것, 점점 강해지는 요괴에 대항하여 4대 신기의 능력도 하나씩 업그레이드 된다는 것, 그 외의 다양한 조력자들의 등장 등 이런 류의 만화의 전형에 굉장히 충실하기도 해서 진행되면 될수록 높은 점수를 주기는 좀 힘들기는 합니다. 전개도 막판에는 너무 급작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마무리도 썩 좋다고 말하기 어렵고요.

그러나 나름의 독특한 점, "주작"이 주인공이라는 점도 독특하지만 무엇보다도 주인공 일행과 무고한 시민, 경찰, 군인들이 굉장히 혹사당하는다는 조금은 유별난 특징 때문에 기억에는 좀 오래남을 것 같긴 하네요. 포스팅을 작성한 이유이기도 한데, 정말 수도없이 민간인들이 죽어나가기 때문에 당황스러울 정도였어요. 착해보이는 어른, 친구들이 싹 다 죽어나가는 이런 설정은 뭔가 불문율을 깬 느낌이랄까요? 이러한 색다른 점이 제게는 신선하게 다가왔고, 그림도 괜찮은 편이라 심심풀이용으로는 적당한 수준이었다 생각됩니다.

하지만... 인기, 재미와 연결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죠. 요스케와 요모기들의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좀 더 많이 나와주었더라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너무 진지한 것도 감점 요인이었고요. 추천작 수준은 아닌 그냥저냥한 작품이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2009/09/24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 이시모치 아사미 / 김주영 : 별점 1점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 2점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씨네21

원죄 피해자 지원단체에서 만난 피해자 3명 -기시다 마리에, 구스노키 유키, 야타베 히토미- 를 죽이기로 결심한 나미키 나오토시. 이유는 그녀들이 "각성"을 할 것을 염려한 때문이었다.

상당한 분량의 장편이지만 딱 하룻밤, 그것도 단지 몇시간 동안 벌어지는 주인공의 거침없는 연쇄살인 행각을 그린 범죄 스릴러입니다. 호러물에 대한 다양한 포스트로 유명한 블로그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 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죠. 당첨시켜 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그럴듯한 제목의 이 책이 이렇게나 재미가 없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정말이지 최근 읽은 작품 중에서는 최악이었어요.

일단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각성"이라는 동기가 너무나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저는 뭐 대단한 설정이나 반전이라도 있는줄 알았어요. 하지만 뭔가 있어보이게 쓰려고 노력은 했지만 너무나 알맹이없는 내용이라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동기를 가지고 하룻밤 사이에 6명이나 죽이는 연쇄 살인 행각을 저지른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돼죠. 작가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던지 택도 없는 알라우네 전설을 끌어다가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라는 제목과 결합시켜 주인공 나미키의 폭주를 합리화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설정의 작위적이고 만화적인 면만 더 돋보일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초반에는 완전범죄로 꾸미기위하여 여러가지 설정을 곁들여가며 공들인 범죄 행각 역시도 반 이상은 즉흥적인 발상인데다가 많은 부분을 운에 의지하고 있는 등 디테일에 비하면 별로 정교하지 못하기에 범죄소설로도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건질만한 것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진범의 정체와 약간의 반전 정도? 하지만 많이 부족해요...

그 외에도 추리물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니고 호러도 아닌 애매모호함, 제가 싫어하는 잔인한 고어적 묘사 등 좋은 면을 도저히 찾아보기 어렵더군요. 애시당초 현실과는 10만광년 떨어진 이러한 작품을 "사회파 미스터리"라고 홍보하는 출판사의 담대함만이 돋보일 뿐이었습니다. 아니면 혹시 사회파에 대한 정의가 내가 모르던 사이에 바뀐건가?

하여간 저도 선물받은 책이니 만큼 좋은 평만 적고 싶은데 어쩌겠습니까. 그만큼 제게는 별로였는걸요. 저에게 책을 선사해 주신 관계자 분께는 정말이지 죄송할 따름이네요. 별점은 1점입니다...

2009/09/22

황야의 증기소녀 1~4 - 아사리 요시토오 : 별점 3점

 


"석유가 고갈된 지구. 주인공 죠는 우연히 앤과 앨리스라는 증기외연기관 로봇 자매를 만나 같이 여행을 하게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별날 정도로 인기도 없고 지명도도 없는, 에바의 사도 디자이너로 더 잘 알려져있는 일본 만화가 아사리 요시토오의 근작입니다. 인기가 없는 이유야 작품이 제대로 번역되지 않은 탓이 큰 것 같은데 사실 좀 의아합니다. 고전 작품들도 꽤 많이 계약되어 정식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는 마당에 나름 인기 있는 대표작 "우주가족 갈빈손" 은 번역될만도 한데 말이죠.

어쨌건 이 작품은 국내에 정식 번역되어 완결된 유일한 작품 "와하맨" ("루쿠루쿠"는 아직 미완이죠?) 과 스타일을 같이하는, 이른바 아사리 요시토오 특유의 "개그 잔혹동화" 입니다.

그러나 잔혹도는 "와하맨"보다 심합니다... 와하맨은 불사의 존재이지만 결국 외롭지 않다는 결말에 레미는 최소한 귀여운 외모라도 갖추고 있는 등 주요 캐릭터들에 대한 배려는 존재했었는데 이 작품의 앨리스는 자기 자신이 사실은 귀여운 소녀라는 망상에 빠져사는, 심각한 정신병을 앓고 있는 "거대한 양철 증기 깡통"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현실과 망상의 갭이 너무 크고 망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방법조차 전무하죠.

지금 미쳐있긴 하지만 차라리 더 행복하다는 거. 진짜 삶은 엿같다는 것은 매트릭스로 대표되듯 영화 등에서도 많이 나오는 설정인데 대부분 결말이 안 좋죠. 정신을 차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현실을 깨닫는 그 순간 앨리스는 아마 제대로 미쳐버릴 겁니다. 그나마 망상이 지속된다는 급작스러운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현실은 시궁창이더라" 라는 결말이었더라면 정말 상상하기도 끔찍하네요.

이러한 잔혹동화적 설정을 제외한다면 작품 자체는 그냥저냥 평작이라 생각됩니다. 눈에 보이는 모습과 그 뒤에 숨겨진 실체를 가지고 노는 작가 특유의 개그센스는 여전하지만 동일 주제가 계속 반복되는 것도 좀 지루하고 결말이 부실한 것도 여전해서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는 좀 어렵네요. 차라리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했더라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말이죠. 어렵게 구해볼 필요는 없었달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09/09/21

올시즌 LG는 1위 도우미

 의도는 무슨 의도를 가지고 씁니까?


꼬깔님 블로그 글을 읽고 트랙백 남깁니다.

아쉽게도 올 시즌 LG는 기아 1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1등 도우미 맞습니다....

상대전적은 꼬깔님이 남겨주셨듯이 2승 1무 16패입니다. 1위 경쟁자였던 두산 상대전적은 13승 6패로 압도했고, SK 상대전적 역시 6승 11패 2무로 준수한 편인데 너무 차이가 많이 나죠... 특히 얼마전 SK 상대로 한 무승부도 굉장히 컸고요. 두산의 경우 기아 상대로 12승 7패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만큼 LG가 더더욱 야속할 겁니다. 이러한 상대전적은 아무래도 에이스 봉중근 선수의 대 기아전 성적이 1승 3패로 부진했다는 것이 큰 이유로 보이네요. 그중에 두번은 7실점, 한번은 5실점으로 완패했다는 것은 정말 뭔가 상성이라는게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봉선수가 기아 상대로 3승 1패만 해 줬더라도 올시즌 1위는 바뀌었겠죠.
저야 두산전만 봤기 때문에 LG의 모습을 타력이 굉장한 강팀으로 생각해 왔었는데 이렇게까지 대 기아전 상대전적이 안 좋을 줄은 저도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이러한 상대전적과 더불어 "김상현" 이라는 선수를 기아에 트레이드해서 보내주었다는 것은 정말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였죠. 사실 김상현 선수의 경우는 LG에 남아있을 경우 정성훈 선수 때문에 위치가 굉장히 애매했는데 (백업을 하기에는 수비가 조금 모자랐죠) 기아에 가서 완전 대폭발해 버리는 바람에 완전히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버렸습니다. 이것은 그냥 팬으로서도 굉장히 안타까운데, 김상현 선수 때문에 앞으로 당분간은 국내 구단간 선수를 위하는 트레이드는 당분간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우리 구단에서는 "잉여"라도 타 구단가서 폭발해 버리면 그 후폭풍이 너무나 엄청나니까요. 당장 두산 팬 입장에서도 강봉규 선수가 아까운판인데 LG 팬 분들이야 눈물이 앞을 가리겠죠 ㅠ.ㅠ

어쨌건 타격 1위 / 최다안타 1위의 타자와 최고의 용병타자, 도루 1위의 선두타자, 국가대표 에이스로 짜여진 팀이 이렇게까지 안좋아질 줄은 정말이지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FA타자들 2명 모두 제 몫은 잘 해준 편인데도 말이죠. LG팬들로서는 참으로 아쉬운 시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여러가지 구단 내 내홍도 겹쳐서 부진했는데 여러모로 잘 추스려 2010 시즌에 도약하는 것을 기대해야 될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덧붙이자면, LG가 비상하기 위해서는 "페타지니 퇴출"은 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용병 투수 2명이 모두 제몫을 하기를 바라는 것은 사실 무리죠. 과거 LG는 "텔레마코"와 "아이바"라는 최악의 용병 투수 2명을 뽑았던 전례도 있잖아요? 로또를 긁는 심정일지는 모르겠지만 검증된 4번타자를 버리고 다른 선수를 수급하려는 것은 너무 모험적인 선택이 아닐까 보여지네요. 페타지니가 없다면 당장 내년도 LG의 4번 타자는 누가 될까요? 검증되지 않은 거포 유망주 박병호 선수? 풀시즌을 치루기에는 힘이 부족해 보였던 최동수 선수? 물론 페타지니 선수 나이와 여름이후 떨어지는 스탯은 불안감을 갖게 하지만 최소한의 대안은 준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 수정합니다. 이병규 선수의 복귀 또는 올해 FA "김태균" 선수를 영입하는데 성공한다면 용병 투수 2명으로 갈지도 모르겠네요....

2009/09/17

무협소설 주인공 및 별호, 무공이름을 만들어보자 Ver0.01

 요새 갑자기 떠오른 무협소설 아이디어가 있어서 창작의 주체인 형한테 보여주기 전에 시놉이라도 몇개 끄적여보려 했는데 이름과 별호, 무공이름이라는 벽에 부딪쳐 버렸습니다.


때문에 주인공과 등장인물들, 화려한 별호와 무공이름을 생성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끔 DB를 구축해보는게 어떨까 하는 뻘생각이 들더군요.

예를 들어 별호라 한다면

공통 Rule :
1) 중간 or 처음에 무공관련 글자가 들어감
ex) 검, 장, 도, 창, 곤, 권, 각, 독, 흡, 필......

2) 뛰어나다라던가 어디어디의 누구, 또는 직업(?) 등의 칭호가 앞 or 끝부분에 들어감
ex) 선, 영, 귀, 마, 웅, 재, 용, 주, 객, 살, 공, 미.....

3) 기타 중간중간에 들어가면 좋은 단어들 (조합 가능)
ex) 협, 혈, 철, 강, 옥, 면, 수, 겁, 금....

4) 중간 or 끝부분에 신체나 특징적 외모가 들어감
ex) 두, 면, 수, 족, 독안, 일안, 안, 염, 백발....

Option :
1) 중간 or 처음에 지명이 들어감
ex) 북해, 사천, 강남, 경기, 강원, 제주, 안양....

이를 토대로 랜덤하게 뒤섞어서 몇가지 만들어보자면
"금강옥면", "철장귀마", "안양검협" 등등등이 만들어 지겠네요.

DB의 수준이 유치한 관계로 지금 당장은 별볼일 없지만 제대로 추가한다면 꽤 그럴싸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의 제보 및 제안 부탁드립니다^^

2009/09/16

권투암흑전 세스타스 1부 완결

권투암흑전 세스타스 15 - 6점
시즈야 와자라이 지음/대원씨아이(만화)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권노 세스타스를 주인공으로 하여 격투기에 대해 실감나게 그린 만화로 2000년 1월에 1권이 국내 출간된 이후 2004년 이후부터는 1년에 한권 나오는 속도로 출간된 작품이죠. 잊고 지낸지 오래였는데 지난달에 출간된 15권이 나름 1부 완결이라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읽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재미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성장기 격투만화로서의 완성도도 높고 무술들과 격투 방법 등에 대한 내용은 로마시대 고증과는 다르게 굉장히 충실해서 설득력이 넘치거든요. 초반기를 벗어나 중반기 이후부터는 작화도 안정적이라 완성도는 높으니까요.

그러나 성장 + 실전형 격투만화라는 측면에서 나름 시작도 빨랐고 주목도 충분히 받았지만 전개가 느려진 탓에 독자들의 흥미도 떠나고 작품도 애매해져 버린 것 같습니다. 만화는 독자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라도 연재는 항상 계속되어야 할텐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이 작품은 좋은 기회를 놓쳤다 생각되네요. 연재가 꾸준하지 못한 만화의 말로를 잘 보여준달까요? 실전적이면서도 수련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다룬 작품이라면야 "홀리랜드"가 이미 한 전형을 보여주면서 마무리했죠. 홀리랜드는 드라마까지 나왔단 말이지!

그나저나 1부 완결이라지만 결과적으로는 이야기적으로는 완결된게 하나도 없는 상태. 이래서야 작가가 대놓고 "1부 끝냈으니 더 쉴래!"라고 선언한게 한게 아닌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과연 2부를 연재하면서 잘 마무리할 수 있을련지, 입식타격전문가 세스타스와 종합격투가 루스카가 서로의 세계에서 탑으로 우뚝 서서 최종 결전을 벌일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제 생전에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더욱 앞섭니다. 어쨌건 파이팅 세스타스!

PS : 왜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했는지 잘 모르겠네요. 단지 "격투계의 왕자"와 "밑바닥 하류 인생"이라는 전형적 설정을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거든요. 고증을 쌩까고 있는 점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고요. 뭐 네로라는 인물에 대한 약간은 차별화된 시각이 보이기는 하지만 아주 새로운 발상도 아니잖아요. 이래서야 그냥 판타지와 별로 다를것도 없어보이는데...

2009/09/14

전쟁 전 한잔 - 데니스 루헤인 / 조영학 : 별점 3점

전쟁 전 한 잔 - 6점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사립탐정 켄지는 상원의원 스털링 멀컨의 의뢰를 받는다. 의뢰내용은 동료인 브라이언 폴슨 상원의원 사무실에서 일하던 제나 안젤린이라는 여성을 찾아서 그녀가 훔쳐간 중요 서류를 돌려받게끔 도와달라는 것. 켄지는 파트너 엔지와 함께 그녀를 찾는데 성공하지만 그녀는 켄지에게 사진 한장을 전해준채 눈 앞에서 사살당하고 켄지는 사건뒤에 얽힌 흑막과 함께 지역 암흑가 조직의 암투에 휘말리게 되는데....


지금은 초유명한 초베스트셀러작가인 데니스 루헤인의 데뷰작입니다. 유명 시리즈라는 "사립탐정 켄지 & 제나로 시리즈"의 첫 작품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처음 완독하고나서 들은 생각은 "데뷰작스럽다"는 겁니다. 무슨말이냐 하면 내용 자체가 굉장히 전형적이라는 것이죠. 사립탐정이 등장하는 국식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가장 뻔한 전개, "뭔가 미심쩍지만 간단해보이는 의뢰를 받아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다보니 의뢰의 배후에 어마어마한 흑막이 존재해서 거기에 휩쓸려 들어간다" 는 전개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형성은 작가의 전작들과는 많이 다른데 (읽어본 작품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만) 이런 전형적 전개를 지니는 작품이 아무래도 출간에, 데뷰에 유리했을테니 데뷰작스럽다...는 느낌이 든 것이죠.

하지만 뻔하긴 해도 이 작품이 재미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바쿠만"이라는 요사이 즐겨보는 만화에서 두 신인만화가가 "점프 만화"의 "왕도"라는 것에 대해 언급하며 전형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힘겹게 분투하는 과정이 등장하는데 이 작품이야말로 히트치기는 쉽겠지만 사실 구현하기는 어려운 "전형적이지만 재미있다!"라는 명제에 굉장히 충실한 작품이거든요. 이러한 재미는 데니스 루헤인의 글솜씨가 데뷰작에서부터 작렬한 탓이 크겠죠. 하여간 이 작가는 재미의 포인트를 잘 아는것 같아요. 별거 없어보이는 단순한 사건 뒤에 감추어진 흑막을 더듬어나가는 과정도 흥미진진하지만 지루해질려고 하면 어김없이 엄청난 액션이 지면을 가득 채워서 한숨 돌릴 순간이 없을 정도입니다. 데뷰작임에도 불구하고 아동 성폭행같은 충격적인 이슈를 이야기 전면에 부각시키는 것도 대단하고요. 350여페이지나 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하룻만에 뚝딱 읽어버릴 정도로 흡입력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데뷰작의 한계랄까? 하는 부분도 눈에 띄입니다. 애시당초 추리소설로 보기에는 약간 부족한, 헐리우드 범죄-스릴러물이라는 점은 어쩔 수 없겠죠. 전형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구조를 위해서 복잡하게 머리를 써야 하는 부분은 대폭 줄이고 대신 화끈한 액션으로 작품을 채워넣고 있으니까요.

단 아무리 전형적이라도 그렇지 주인공인 켄지라는 캐릭터는 너무나도, 생각하던 그대로의 스테레오 타입이라 별로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더군요. 20세기 후반~21세기 미국 하드보일드 탐정의 전형인 "뭔가 고민거리를 하나이상 안고 살아가는, 차가운 도시남자지만 자기 여자에게는 따뜻한(응?) 탐정" 그 자체거든요. 조금은 다르게 보이려는 의도였는지 어렸을 적 주변사람들은 영웅으로 알고 있는 권위주의자이자 가정폭력범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사는 인물이라는 설정을 덧붙이긴 했는데 이 설정 역시 구태여 이렇게 복잡스럽게 만들어 갈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단순무식했더라면 (부바처럼?) 외려 더 독특했을거 같아요. 작품에서 소시아 - 롤랜드라는 두 암흑가 보스의 싸움과 중첩시켜 복잡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려는 작가의 의도라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별로 효과적으로 쓰인 것 같지도 않거든요.

또 전개에 있어 납득하기 어려운 점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브라이언 폴슨이 애시당초 사진의 "원본"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전혀 설명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죠. 상식적으로도 "복사본"을 소지하고 있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은데... 더군다나 이 중요한 사진에 대한 관리 허술은 설명되고 있지는 않지만 역시나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기에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고요. 그 외에도 고문의 달인 소시아가 애시당초 왜 켄지와 신사적으로 협상을 하려 했는지 등등 대충대충 넘어가지만 되짚어 생각해보면 상식 밖의 전개가 꽤 있습니다.

그래도 어쨌건 이 정도면 충분히 성공적인 데뷰작이겠죠? 전형적인 헐리우드 범죄 스릴러물이긴 하지만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을 수 있는 재미 하나는 확실한 작품이니까요. 조금만 추리적인 부분이 많았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 정도로도 몇몇 묘사에 있어서는 데니스 루헤인스러운 면모도 보이고 있는 등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운 독서였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09/09/13

최근 읽은 추리만화 짤막한 감상

 

Q.E.D 큐이디 33 - 8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1. Q.E.D 33

장수 시리즈의 33권째입니다. 수록 작품은 두편. 8개월 동안 행방불명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자신의 방 옷장서랍에서 미이라처럼 변한 시체로 발견된 미네야마 타츠오라는 인물의 정체에 대해 지인 3명 (전처, 친구, 불륜녀) 가 너무나 상반된 증언을 한다는 "패러독스의 방"과 추리소설가 히가시나카 카즈오가 자신의 맨션 욕실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처음에는 자살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살인사건으로 발전하는 "추리소설가 살인사건"이 실려 있습니다.

"패러독스의 방"은 대단한 트릭이 등장한다던가 실제로 패러독스가 잘 짜여져 있어서 무릎을 칠만한 내용은 아니라서 조금은 지루했지만 Q.E.D 특유의 학습만화와 같은 전개 때문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몇가지 예를 통해서 "패러독스"라는 이론을 쉽게 전달하는 과정은 정말 대단하다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약간 간략하게, 임팩트있게 압축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 정도도 상당한 수준이죠.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은 추리만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인데 앞으로는 "추리 성향의 정교한 이론 학습 만화"로 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반면에 "추리소설가 살인사건"은 별다른 곁가지 이야기없이 상당히 괜찮은 트릭을 처음부터 선보이는 정통 추리물로 "욕실 타일과 같은 물체로 가격한 뒤 기절한 사람을 욕조에 담가 익사시키는 트릭"은 작중에 등장하는 또다른 밀실트릭과 더불어 상당히 쓸만했기 때문에 추리애호가로서 무척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정도 작품이라면 좀 더 욕심내서 길게 끌어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적당한 수준에서 잘 마무리한 것 같고요. 물론 용의자가 너무 한정되어 있다는 것과 범행 후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설득력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이 정도 단편 분량이면 어쩔 수 없었겠죠?

어쨌건 두 작품 모두 일정 수준이상의 재미를 전해주고 있기 때문에 별점은 4점입니다. 30권이 넘어가는 장수시리즈임에도 이정도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진행해 주는 것은 정말 놀라울 정도에요. 앞으로도 계속 기대가 됩니다.


탐정이 되는 893가지방법 3 - 2점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사카모토 아키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2. 탐정이 되는 893가지방법 3

2권에서 아무래도 위험한걸? 하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3권 완결로 끝나버렸네요. 2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두 사건 모두 미쿠리야의 조직과 관련된 이야기라서 애시당초의 탐정사무소라는 설정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고 미쿠리야 혼자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탓에 화자이자 주인공인 나카지마는 존재감이 희미해진 개그캐릭터로 전락하는 등 설정조차 팽개치고 서둘러 마무리한 느낌이 강합니다

인기를 끌지 못하고 끝나버린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신본격 추리작가 아비코 다케마루 원작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추리적인 요소가 부실한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추리 매니아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추리만화로 보기에는 부실한 이야기들이었으니까요. 때문에 그런대로 괜찮았던 몇가지 설정들 (야쿠자 조직의 후계자인 변호사 탐정 미쿠리야 등) 조차 묻혀버린 듯 합니다. 뭐 썩 대단한 설정도 아니었지만.

아니나다를까 마지막 권 역시 추리적으로 크게 눈여겨 볼 내용은 없습니다. 첫번째 이야기의 나름 설득력 있던 다이잉 메시지 트릭은 괜찮았지만 이야기 하나를 끌고나가기에는 좀 약한 트릭이 아닌가 싶고 두번째 이야기는 그야말로 미쿠리야의 가족 이야기 등 배경 설정을 설명해 주기 위한 이야기의 성격이 강한 단순한 드라마일 뿐이라 언급할 건덕지가 전혀 없고요.

결론 내리자면 별점은 1점. 이 짧게 단명한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건질만 했던 이야기는 1권의 첫번째 사건 뿐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하리라" 라고 할 수 있겠네요.

2009/09/11

절벽 - 현재훈 : 별점 3.5점

거의 백만년만의 추리소설 포스팅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새 너무 독서가 뜸했네요. 개인적으로도 바쁘고 여유가 없다보니 책을 지긋이 읽는 것 자체가 좀 무리더군요.

그래서 기분전환도 할 겸 이번에는 단편집에 손을 대 보았습니다. 이 책은 저도 잘 몰랐던 한국 작가 현재훈님의 단편집입니다. 우연찮게 검색을 통해 알게된 작가와 작품인데 제가 아는 한국 추리작가 몇분 안 계시기도 하지만 이렇게 새로운 작가분들을 알게될 때 마다 정말이지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지금도 척박한 국내 추리문단에서 어떻게 이런 분들이 작품을 발표할 수 있었는지, 정말 존경스럽기까지 하거든요.

어쨌건 책 소개를 하자면 이 책에는
"절벽", "곰팡이", "낙화", "검은 반점", "기만자", "부녀", "모래성", "흑무", "복제인간", "잠꼬대", "목소리", "족적"
이라는 총 12편의 작품이 실려있습니다. 몇몇 작품은 20여페이지 내외의 꽁트 분량이기는 하지만 양적으로는 일단 풍성한 편이죠.

대체로는 사회파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작품들로 암울했던 독재시대인 80년대 당시의 분위기를 작품과 캐릭터, 설정에 드러내면서 이야기와 연관시키는 본격적인 사회파 작품은 별로 없지만 ("검은 반점"에서 노동운동이 약간 표현되는 정도입니다) 황금만능주의를 주요 테마로 하여 범행의 동기와 수사의 과정을 치밀하게 보여준다던가 하는 부분은 정통 사회파 작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입니다. "낙화"나 "검은 반점"의 트릭은 작품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해 주고 있기도 하고 "부녀"나 "모래성"에서의 경찰 수사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은 한국 추리문학에 이런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잘 짜여져 있고요.

또한 대부분의 내용을 심리묘사 중심으로 끌고나가는 문장력 하나는 순수문학가 출신다운 내공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적인 특색을 살린 몇몇 묘사들도 굉장히 반가웠고요. 그야말로 숨겨졌던 한국 추리문학의 재발견에 가까운 작품이랄까요.

그러나 단점 역시 분명합니다.
무엇보다도 "추리소설"로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 작품집의 단편 대부분은 "A"가 저지른 사건에는 "B"과 관련되어 있고 "A"와 "B"가 티격태격하다가 전혀 엉뚱한 "C"에 의해 사건이 밝혀진다는 반전도 아닌 깜짝쇼에 의존한다던가, 결국 범인이 자백하는 것으로 끝나는 작품이 너무 많거든요. 이렇게 된다면 사실상 독자가 추리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죠.

또한 마츠모토 세이초 작품들과 설정 등에서 지나칠 정도로 유사성을 보이는 점도 지금 읽기에는 살짝 거슬렸습니다. 대표적으로 표제작인 "절벽"의 예를 들 수 있겠죠. 이 작품은 마츠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상권에 수록된 "수사권외의 조건"의 설정을 많이 인용하고 있거든요. 사실 백영호라는 인물이 복수를 위해 "8년"의 세월을 기다리며 자신을 감추는 과정과 범행에 대한 디테일 (상상이지만)은 거의 똑같습니다. 작품 내에서도 "소설"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할 정도니까요. 또한 "잠꼬대"라는 작품에서 마츠모토 세이초의 작품과 주요 트릭을 언급하고 있으며, "곰팡이"는 "제로의 촛점"과 캐릭터 면에서 유사한 등 많은 부분이 겹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작품마다 작중에 여러 고전과 명대사, 명언등이 언급되고 철학적 주제를 논하기까지 하는데 이러한 것들은 사실 순문학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작가주의적 묘사를 들어내면 작품이 더 깔끔해지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추리소설"이 그다지 문단에서 인정받지 못하던 70~80년대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니 씁쓸하기도 하네요.

그래도 아주 색다른 작품들이었고 좋은 독서였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한국 추리문학을 논할때 빼놓으면 안되는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85년도에 출간된 책인데 이미 절판되어 정보조차 찾을 수 없는 현실이 야속하기까지 하군요. 모든 작품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인 의미도 크기에 별점은 3.5점입니다. 구하실 수 있다면 한번 찾아서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절벽
이승준은 과거 가난했지만 사장의 딸 홍정아와 결혼하여 출세하지만 과거의 첫사랑과 우연히 조우하여 불륜을 저지르는 인물로 과거 부하 백영호의 아내와도 불륜관계였다가 그 아내를 사망케하고 도주한 과거가 있기도 하다. 이 사건으로 복수심에 불타던 백영호는 때를 기다린다...
살인을 저지르면서까지 출세하고 싶었던 가난뱅이 청년과 황금만능주의. "아메리카의 비극" 등 많은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테마죠. 하지만 이 작품이 특이한 것은 출세를 위해 과거 교제했거나 임신한 여인을 살해한다는 것이 아니라 출세하고 난 뒤에 불륜이 시작된다는, 어떻게 보면 지극히 한국적인 전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지나치게 통속적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공범자가 있다는 트릭과 주인공들의 심리묘사가 잘 어우러져서 상당한 수준의 사회파 추리물로 창조된 것 같습니다.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은 "백영호"라는 인물의 설정을 앞서 말했듯 마츠모토 세이초 작품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따왔다는 점입니다. 좀 무리한 설정이 아니었나 싶어요.

"곰팡이"
지금은 부유한 저명인사인 허진영은 그녀의 과거가 양공주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김학수라는 인물에게 협박을 당하게 되는데....
6.25 동란때의 숨겨야 하는 과거와 현재가 밀결합되고 있는 점, 그리고 과거에서 파생된 범죄가 범죄를 낳는 점 등 전형적 사회파 추리소설의 틀을 따르고 있는 작품입니다. 나름의 트릭과 사건 전개, 그리고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도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고요.

그러나 이 작품 역시 마츠모토 세이초의 "제로의 촛점"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과 협박자와 내연의 관계에 있어 같이 살해당한 여인을 쫓아다녔다(?)는 이유만으로 사건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탐정역의 박상호라는 인물이 별로 와닿지 않는 다는 것은 아쉽습니다.

"낙화"
화가인 내가 작품활동차 머무는 산장에 친구 박희주 부부가 찾아와 머물게된다. 박군은 아내 문영과의 사이가 멀어진 뒤 처제 난영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던 상황. 그러던 중 문영이 산장 베란다 밑 절벽으로 떨어진 시체로 발견된다. 방은 밀실상태였고 문영의 손에는 박희주의 양복단추가 쥐어져 있던 상태.
밀실 + 심리 트릭이 돋보이는 잘 짜여진 정통 추리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나칠정도로 치정극으로 치우쳐져서 통속적으로 흐를 수 밖에 없는 인물 설정과 상황묘사들로 추리적인 매력이 많이 희석되어있기는 하지만 나름대로의 동기와 트릭, 범행방법 모두 납득할만한,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습니다. 한가지 단점이라면 결말부분에서 너무 "끝"을 내려는 작가의 의도가 너무 튀었다는 것인데 그래도 작품에 흠집을 낼 정도는 아니라 생각되네요.

"검은 반점"
한 신혼부부의 신혼여행 중 신부 한미숙이 바닷가에서 실종된 후, 위도라는 섬에서 청산가리를 음독한 시체로 발견된다. 시체가 입고있던 실내의가 바닷물에 오염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바닷물로 흘러간 상태는 아니었지만 구역내의 어떠한 배도 위도로 여자를 실어다 준 배는 단 한척도 없는 상황.
시체가 어떻게 그 섬에 있을 수 있었을까? 라는 순간이동 트릭을 테마로 한 작품입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바꿔치기 트릭도 등장하는 등 추리적으로는 즐길거리가 많습니다. 해당 지역에 대한 상세한 조사가 바탕이 된 듯한 디테일도 마음에 들었고요.

하지만 범인이 시체를 은닉하거나 자연스럽게 유기하지 않고 부자연스러운 상태로 만든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과 좀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맥없이 범인의 자백으로 작품을 마무리 지은 것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좀 힘드네요.

"기만자"
주인공의 독백만으로 이루어지는 기묘한 작품입니다. 과연 아내 희숙을 죽인것은 또는 죽게 만든 것은 누구인지, 경선을 죽게 만든 것은 누구인지, C군은 어떻게 된 것인지가 뒤엉켜서 흘러가는 복잡한 작품이기는 한데 썩 재미는 없더군요. 참신한 시도는 눈여겨 볼 만 하지만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부녀"
진아물산 사장 김인호의 큰딸이 밀실에서 청산가리에 의한 변사체로 발견된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그녀가 자살할 이유는 전혀 없던 상황. 형사 김익수는 치밀한 수사 끝에 여러 정황증거를 토대로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게 되는데...
과거의 사건에 의한 범죄라는 테마는 사회파 추리소설에 흔히 나오는 것이죠. 이 작품은 과거의 죄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현재에 다시 범행을 저지른다는 줄거리와 더불어 현재 벌어진 사건에 대한 경찰의 치밀한 수사가 디테일하게 그려진 전형적 사회파 추리소설입니다.

작중에 경찰 스스로의 입으로 밝히듯 결정적 증거가 없다!라는 추리소설로서는 사실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고, 결말도 범인의 자백으로 끝나는 등 "추리" 적인 요소로만 본다면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전개는 지금 읽어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수작입니다. 디테일한 수사와 여러 단서를 통해 유추해내는 추리가 무척이나 설득력이 넘치기 때문이죠.

"모래성"
H부동산의 회장 신병호가 자신의 저택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수사관 한정수는 제한된 단서와 증언을 토대로 서서히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데...
여러 용의자, 복잡하게 꼬인 단서들과 서로 다른 증언들이 교차되며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수사 추리물입니다. 수록된 작품들 중 가장 긴 작품 중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범행을 하기 전 똥을 누면 운이 좋다"와 같은 속설까지 작품에 끌어들일 정도로 세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하여 소설속의 불가능범죄가 아닌 현실의 실제 있는 강도사건을 보는 듯한 자세한 상황 및 배경묘사와 더불어 발자국이나 침투경로, 새벽에 들은 소리, 왜 비상벨을 누르지 않았는지 등의 다양한 단서들을 필요할 때 마다 하나씩 던져주는 등 전개도 흥미진진하거든요.

하지만 신병호의 과거와 현재, 강남 복부인들과의 관계라던가 실제 사건에서의 몇몇 미심쩍은 단서 등 벌려놓은 소재를 미처 수습하지 못하고 서둘러 끝맺은 것 같아 마무리 부분이 너무나 아쉽네요. 보다 긴 중편 이상 길이의 본격 사회파 추리소설로 전개하였더라면 우리나라 추리문학의 고전으로 길이 남지 않았을까 싶은데 결말이 매끄럽지 못해서 평작에 머무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시 읽어봄직한 수작임에는 분명합니다.

"흑무"
문학교수 김용석은 학문에서 좌절하고 부인 이지영과의 관계도 원만치 못하여 술로 고독을 삼키던 중, 단골 술집에서 접근한 한 여인에게 끌려 그녀의 집으로 가게 된다.
복수극이긴 한데 치밀한 맛이 떨어지는 소품입니다. 주인공의 단골 술집에서 접근한 여인, 그에게 원한이 있는 범인 등 한번 수사를 한다고 치면 걸려들 내용들이 너무 많아서 완전범죄로 가장하기에는 너무 미흡하지 않나 싶더군요. 작가의 순문학에 대한 강박관념이 느껴질정도로 토스토예프스키에 대한 문학적인 이론과 평가가 난무하는 것은 내용에 혼란만 더하고요. 그냥저냥한 평작이었습니다.

복제인간
2015년 서울 교외의 아파트촌에서 주미리여사가 살해된다. 사건과 더불어 복제인간 유아 성추행 살인사건이 벌어지는데...
근미래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흉기가 총이라는 것과 복제인간 아이라는 설정을 제외하고는 SF적인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 특이한 작품입니다. 사실상 복제인간 아이라는 것도 "쌍둥이"라는 설정을 위해 가져온 것이니 만큼 별다른 것이 없기에 왜 근미래를 무대로 묘사하였는지가 더욱 궁금해지더군요. 이야기 자체는 평이하고 예상대로 전개되기에 딱히 두드러지는 부분은 없습니다. 소품 수준의 평작이라 생각되네요.

"잠꼬대"
최건호는 아내 은영의 불륜을 의심하여 여러가지로 그녀를 시험해본다. 그러던 중 은영이 극독물에 중독되어 숨지고, 사건은 자살로 판명되는 듯 하지만....
한마디로 "의처증"을 극단적으로 묘사한 작품입니다. 집요하고 수법이 잔인한 편이라 좀 놀랍더군요. 시대를 앞서간 듯한 강박증에 대한 심리묘사도 대단하고요.

하지만 이러한 의처증 이외의 사건 전개는 너무 막 나가기에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려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사건이 주요 전개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부분에서 끝나버리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의처증 증세의 진상이 폭로되는, 즉 최건호는 의처증으로 의심받아 정신병원에 수용되지만 앞부분에서는 결백한 듯 했던 은영이 실제로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식의 전개가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말이죠...

"목소리"
박찬식은 사업과 연애의 라이벌이었던 정진호를 제거하고 그의 아내 미경과 관계를 맺게 된다. 그러나 미경이 살해되고 모든 정황이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게 되는 상황에 빠지자 박찬식은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자가 누구인지 밝혀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도청과 가명에 대한 다양한 이론이 피력되는 복수극입니다. 하지만 "도청" 방법 이외의 추리적인 요소를 찾아보기 힘들기에 정통 추리물로 보기엔 무리가 있네요. 경찰의 수사로 인해 끝나는 결말 역시 많이 허무한 편입니다.

"족적"
조숙경이 살해된다. 제1용의자는 불륜관계였던 화가 김기오. 그러나 김기오는 스스로 누명에 빠졌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데...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이 연상되는 이색단편입니다. 화자이기도 한 주인공이 스스로의 진술을 사기친다는 설정이 동일하거든요. 하지만 이야기가 정교하지 않으며 별로 공평하게 전개되고 있지 않아서 굉장히 무리가 많다고 여겨지네요. 그 외에도 경찰이 확실한 정황증거가 있음에도 기소하지 않는 황당한 모습을 보이는 등 평균 이하의 범작이라 생각됩니다.

2009/09/10

판타지 추리소설 출간에 더불어 든 단상

 새책 소식


과거에 같은 장르문학인 첫 장편을 형과 함께 완료했다는 포스팅을 올린적이 있지만 여러 국내 출판사에서 모조리 거절당했는데 파우스트 코리아에서 "판타지 추리소설"을 지향한다는 작품이 출간된다니 열이 뻗쳐서관심이 갔습니다. 과연 우리 형제 소설과 얼마나 다른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소개된 <살룡사건> 이라는 소설의 간략한 줄거리를 보니 그야말로 "용의 살해사건", 전능한 일곱마리의 용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용이 살해된 사건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고 해서 조금은 실망했습니다. 좀 더 정교한 무언가가 있을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판타지 쪽에 치우쳐진 사건이 아닌가 싶거든요. 그래도 저라면 어떻게 썼을까 궁금해서 이래저래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는데 추리적으로 풀어나간다면 "드래곤 슬레이어"를 다룰 수 있는 체질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전개가 어떨까 싶습니다. 아님 말고...
어쨌건 이런 내용보다는 차라리 우리 작품의 주요 사건인 "어떠한 물리적 공격이나 마법 공격도 막을 수 있는 불사의 방어마법을 갖춘 기사가 물 속에서 불에 탄 시채로 발견된다!" 는 이야기가 더 흥미롭지 않나 싶어요.^^ (그냥 내 생각인건가?)

하지만 부디 이쪽 쟝르가 활성화되고 잘 팔려주었으면 하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렇다면 잊혀진 우리 형제 장편도 출간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더불어 판타지에 많이 치우친 국내 쟝르문학이 "추리"로 이동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할나위 없겠습니다. 파이팅 장르문학!

2009/09/09

박찬욱 감독 차기작 소식보다는 그 작품이 "도끼" 라는거!

 박찬욱 감독, 차기작은 해외에서


sabbath님 블로그에서 소식보고 글 올립니다.

사실 박찬욱 감독 영화를 그렇게 아주 좋아하는 팬은 아닙니다. 뭔가 "스물스물"하는 그 감수성이 참 받아들이기 힘든 작가라 생각되거든요. 그러한 묘한 감수성이 매력의 하나겠지만 제 취향과는 거리가 좀 있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차기작에 크게 관심이 가던 것은 아니었는데 그 차기작이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도끼" 라면 이야기가 다르죠. 국내에서는 이미 절판된 책이지만 정말 좋은 작품이거든요. 몇년 전에도 박찬욱 감독이 영화화한다고 하다가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먼저 영화를 만드는 바람에 좌절되었다라는 뉴스를 어디서 본 기억이 나는데 정말 이 영화 찍고 싶었나봐요. 참 근성있는 분이셔.^^  어쨌건 이번 기회에 책도 다시 출간되어 많은 분들에게 소개되었으면 하네요. 그만큼 정말 좋은 작품이니까요. 사실 전에 박찬욱 감독이 영화 만들고 싶다고 언급했을때 다시 출간될 줄 알았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아쉬웠었거든요.

이제 가상 캐스팅 놀이나 한번 해 봐야 겠습니다. 중년남자이며 건실한 직장인이지만 삶에 좀 찌든, 그러면서도 집요하고 약간은 잔인한 캐릭터인데 과연 누가 캐스팅되려나요? 개인적으로는 "리암 리슨" 에게 한표!

2009/09/05

최근 읽은 추리만화 짤막하지 않은 감상

 

CMB 박물관 사건목록 11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1. CMB 박물관 사건목록 11권

이번 권에는 3편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1편은 그리스의 해양왕이 나오는 국제적인 살인사건 이야기이고 나머지 2편은 그런대로 소박한 일상계 작품입니다.

첫번째 이야기부터 살펴보자면, 일단 에게해를 무대로 한 스케일 큰 작품으로 고정 캐릭터 암거래상 마우의 등장도 반갑고 유로폴 경위 비어라는 신캐릭터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파이스토스의 원반" 이라는 유물이 등장해서 C.M.B 특유의 박물학적 재미를 아주아주 풍부하게 전해주고 있고요. 그러나 이야기의 핵심인 그리스 해양왕 아내 살인사건은 그다지 잘 만들어졌다고 보이기 어려웠어요. 결국은 경찰 수사로도 충분히 밝혀낼 수 있었던 내용일 뿐 아니라 지나칠 정도로 "낭만적" 인 분위기로 흘러갔달까요. 박물학적인 재미 이외에 트릭이나 이야기 전개에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는 "파이스토스의 원반" 역시 불필요한 설정이었고 말이죠. 과히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두번째 이야기는 토마와 가나가 잠깐 등장해서 팬에게 재미를 더해주는 작품으로, 타츠키의 할아버지 초대로 신라와 타츠키가 다도회에 참석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고가의 "차완" 이 사라진 일종의 장난을 다룬 소품이죠. 박물학적 재미로는 연, 팽이, 나무채같은 일본 전통 정월 소품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는데 소품과 트릭이 연결된다는 점에서 특기할만 합니다. 물론 트릭이 과연 실행가능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조금 아쉽더군요. 설명 자체는 말이 되는데 아무리봐도 시간적으로도 실현이 어려울 뿐 아니라 상자를 드는 각도문제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상자안에서 "소리" 가 들릴게 뻔할 것 같아서 설득력이 약했어요. 뭐 그래도 설정과 이야기, 그리고 주요 트릭이 잘 연결되는 전개는 좋았고 팬으로서도 충분히 즐길만은 했습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복을 부르는 고양이인형, 즉 "마루지메네코" 인형과 인형의 주인인 할아버지에게 연달아 닥치는 불행에 대한 일상계 소품으로 이번 권에서의 베스트로 꼽고 싶은 작품입니다. 연달아 할아버지에게 벌어지는 불행한 사건이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낸다는 추리적인 과정도 좋지만 먼저 떠난 할머니가 저승으로 부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할아버지의 고민을 보여주는 전개와 사건의 동기 및 결론 모두가 설득력이 넘쳤거든요.

이번권에서는 신라의 너무나 허구적인 캐릭터가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었어요. 이제 전개와 설정에서 어느정도 안정을 찾는 느낌인데 다음권도 기대가 됩니다. 풍성하기도 했고 재미도 있어서 별점은 3점입니다.


비밀 6 - 6점
시미즈 레이코 지음/서울문화사(만화)

2. 비밀 6권

이번에는 한개의 완결된 이야기와 하나의 미완성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첫번째 완결된 이야기는 3년전 마키 경시정과 오카베 경부보가 처음 만났던 당시의 사건을 다루는 내용으로 추리적으로 대단한 뭔가가 있다기 보다는 "제 9"의 뇌 스캔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전해주는 드라마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려 4명이나 죽은 사건 자체가 "선의에서 비롯된 불행" 이라는 측면이 두드러지는 이색적이고도 독특한 전개가 인상적이더군요. 기존의 분위기와는 다른 섬세한 엔딩도 괜찮았고요. 마키 - 오카베 커플링을 지지하는 동인녀들에게 왠지 더욱 평가받을 것 같은 이야기로 생각되기도 합니다만...^^;;

두번째 이야기는 미완이라 아직 평가하기는 좀 이를 것 같네요. 본격 살인사건을 다루는 추리물로 보여 흥미진진하기는 합니다. 5년전의 비디오와 동일한 수법의 연쇄살인이라는 설정과 이후의 진행과정도 재미있어 보이고요. 다음권이 기대되는데 두고봐야죠.

전체적인 총평은 어쨌건 5권에서의 감상과 동일합니다. 시리즈 초반의 과학과 추리가 상상력과 잘 결합되었던 독특한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전권보다는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고 몰입할 수 있는 전개였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점점더 심해지는 아오키의 방황은 이제는 지겹기만 하네요. 아오키가 등장하지 않은 첫번째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기도 했고요. 작가가 뭔가 특단의 조치를 좀 내려주었으면 합니다.


탐정이 되는 893가지방법 2 - 4점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사카모토 아키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3. 탐정이 되는 893가지방법 2

새로운 탐정만화 시리즈의 2권입니다. 두편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그렇지만 첫번째 이야기는 이전 1권에서 이어지는 스토커 이야기로 결말이 너무 허무하고 추리적으로 눈여겨 볼 점이 하나도 없는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기에 설명을 생략합니다. 정말이지 지루하고 유치한 이야기였어요....

하지만 두번째 이야기는 재미있었습니다. 특정 지하철 역에서 연달아 자살사건이 벌어지는 것에 대한 추리적 해석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트릭의 장치 자체는 허술해서 정교하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설정이 굉장히 좋더군요. "지박령" 소문과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살에 대한 연결이 잘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물론 가장 중요한 트릭이 역시나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다는 약점은 있습니다. 원거리 장치 트릭인데 작중에서의 설명과는 달리 현실적으로는 무리라고 생각되거든요. 조금만 더 손을 보았더라면 훨씬 설득력있게 마무리할 수 있었을것 같은데 약간 아쉽긴 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합격점 수준은 돼죠.

별점은 2점입니다. 두번째 이야기가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두번째 이야기 자체도 분명 부족한 부분이 있었으니까요. 어쨌건 전체적으로 재미가 떨어지는 느낌이 강한데 다음권에서 뭔가 보여주지 않으면 안될 듯 싶습니다.

2009/09/04

두산 베어스 앞으로의 전망 : 3위만 유지하자

 


<두산베어스의 여신 한채영! 파울볼 유저 Epilogue님의 사진>

또 졌네요. 어제 경기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졸전이었습니다. 괜히 게임 시간만 늘어졌지 이거 뭐 위기를 해결하라고 투수 교체를 하면 퐈이아! 결정적 점수는 에러! 이런 형국이니 맥이 탁 풀려버리더군요. 결정적 패인은 트랙백을 건 꼬깔님 글 그대로 고창성 선수를 홍삼 선수로 교체한 것입니다. 참 홍상삼 선수도 아홉수에서 안 풀리네요.... 홈런을 너무 많이 맞아요. 이거 남은 기간동안에는 홍상삼 선수도 선발진에서 탈락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어쨌건 진건 진거고, 이제 두산의 2위 추격은 거의 물건너 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어느정도 순위가 확정된 듯 하네요.

일단 현재 두산 전력을 점검해본다면, 일단 계투진은 그렇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고창성 - 아스정 - 이재우 - 임태훈 선수의 "까임(응?)" 라인은 어느정도 견적이 나오는 계투진이죠. 좌완 스페셜리스트 및 롱미들로 괜찮은 지승민 선수까지 가세하기도 했고요. 이 선수들을 모두 가동시키면 4 이닝 정도는 충분히 막아주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김상현 선수의 롤러코스터 피칭과 이용찬 선수의 급작스러운 부진은 아쉽지만 뭐 다 좋을 수는 없으니까요. 타선은 두목곰이 빠진 상태에서도 잘 치고 있으니 불만은 없습니다. 간만에 복귀한 정수빈 선수가 제 몫을 해 주고 있고 2번 이종욱 - 3번 고영민 라인도 탄탄하더군요. 5번 최준석 선수도 살아나는 것 같아 공격력은 믿음직 해 보입니다. 6번 타순이 조금 아쉬운데 이원석 선수를 기대해 봐야죠. 손시헌 선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7~8번이 어울리는 것 같아요.

3위를 목표로 두고 앞으로는 무리하지 말고 다양한 옵션을 테스트 해 보는 남은 시즌이 되었으면 합니다. 
잔여 경기를 볼 때 5선발 체제는 아닐테고, 선발진은 그나마 후반기는 잘 막아주고 있는 김선우 선수와 초반 몸이 너무 늦게 풀려 도저히 중간으로 쓸 수 없을 뿐 아니라 어쨌건 최근 퀄리티 스타트는 해 주고 있는 니코스키, 선발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금철민 선수 정도로 운영하고, 중간은 앞서 말한 견적나오는 까임(응?) 라인을 중심으로 가서 확실히 이기는 경기는 잡는 운영으로 그냥 5할 승률 정도만 유지하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되도록이면 필승 중간계투조를 쉬게 해 주고 특히 크게 지는 경기라면 신인들을 중용해서 꼭 가을잔치가 아니더라도 내년을 대비하는 전략으로 갔는 것이 좋겠죠, 개인적으로도 박건우 선수나 유희관 선수, 조승수 선수 등 보고싶은 신인이 많아요. 또 모르죠. 이러다 가을 잔치의 영웅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하아.. 요새는 정말 통 바빠서 블로깅할 시간이 없네요.


그래도 웹서핑은 하는지라 간만에 타국에서 일하는 사촌형 블로그에 갔다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글이 있어서 몇자 적습니다. (이 블로그는 트랙백을 어떻게 거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걍 링크) 사실은 사촌형이 쓴 글이 아니라 다른 글을 읽고 사촌형이 생각한걸 다시 제가 적는거긴 한데, 어쨌건 제 생각하고는 좀 달라요.

일단 저는 프로그래머도 아니고 원래 디자이너 출신의 기획자라 이쪽 잡에는 좀 많이 무관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쪽 바닥에서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지는 잘 몰라요. 그래서 원본 글에 있는, 굉장히 간단한 프로그래밍조차 게시판에 올려서 물어보는 팀원은 싫다... 라는 게 어떤건지 사실 와닿지가 않죠. 하지만 그게 얼마나 간단한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혼자서 고민고민하고 머리 싸매고 하는 것 보다 게시판에서 조언을 구해서 빨리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왜 잘못된 것일까요? 물론 굉장히 극단적인 예일 뿐이겠지만 문제점 하나를 게시판, 커뮤니티에서 조언을 구하고 자기 자신은 그동안 다른 문제를 해결하면 업무 능력이 더욱 향상되는거 아닌가요? 질문을 보니 글을 올리고 10시간 뒤 답이 올라왔는데 이 정도면 꽤 괜찮은 효율인것 같습니다만.

* 분명히 덧붙이는데 원글을 작성하신 minjang님의 의도는 이게 아니라는 것은 분명 알고 있습니다. 전 단지 시간적인 효율과 방법론만 이야기한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좋은 방법은 아니죠.

그리고 "영어를 잘해야 한다" 라는 문제 역시 생각해볼만 합니다. 물론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영어도 잘한다면 굉장히 좋겠죠. 그 프로그래머 개인의 "몸값"을 높이는데에도 충분히 일조할테고 말이죠. 제 세대 (30대~40대) 의 경우 굉장히 큰 경쟁력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회사에서 특정 프로젝트를 외국과 진행한다면, 영어를 잘하는 프로그래머는 한명만 있으면 됩니다. 그 사람이 창구역할을 해서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배포해주면 되거든요. 다른 직원보다 연봉이야 좀 세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도 이렇게 팀을 꾸리는 것이 현실적이고요.

또한 단지 "영어를 잘한다" 라는 측면에서 볼때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보아왔지만 "영어"만" 잘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업무에 있어서 창조적이거나 건설적이지 못하고 단지 영어 하나만으로 입사해서 실제 프로젝트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 말예요. 무엇보다도 이른바 네이티브스피커들은 "한국어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능력이 떨어지더군요.... 이래서야 차라리 외국인, 인도인 엔지니어를 뽑지 뭐하러 한국 사람을 뽑겠습니까. 일을 더 잘하는 것도 아닌데. 영어 잘하면 좋지만 일단 한국어로 대화를 하고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요?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한다면야 얘기가 다르겠지만.
 
요새 애들은 한글보다 영어를 먼저 배운다더군요. 사실 영어가 앞으로 굉장히 필요한 시대가 될 것이라는 것은 공감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대화는 통하는 교육을 시켜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강남아줌마들이 똑똑하긴 하겠지만 더이상 영어하나 잘한다고 먹고사는 시대는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이렇게 흘러간다면 차라리 "한국어"를 잘 하는게 경쟁력있는 시대가 오지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 봄직 합니다.^^

* 덧붙이자면, 전 영어 못합니다만 일은 열심히 합니다. 직원 한명이 영어 - 중국어를 잘해서 커뮤니케이션을 맡겼거든요.

2009/09/01

▶◀ 謹弔

고 장진영. 출연 작품은 딱 세작품밖에 보지 않아 팬이라고 하기는 좀 민망하지만 좋아했던 배운데 아쉽습니다.

"소름"에서의 연기는 정말 좋았었는데 젊은 나이에 참 안타깝군요.

유작이 "로비스트" 라는 망작이었다는 것이 제일 가슴이 아프네요. 조금 더 괜찮은, 조금 더 인상적인 다른 작품으로 마지막을 추억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더이상 아프지 말고 편히 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