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 고갈된 지구. 주인공 죠는 우연히 앤과 앨리스라는 증기외연기관 로봇 자매를 만나 같이 여행을 하게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별날 정도로 인기도 없고 지명도도 없는, 에바의 사도 디자이너로 더 잘 알려져있는 일본 만화가 아사리 요시토오의 근작입니다. 인기가 없는 이유야 작품이 제대로 번역되지 않은 탓이 큰 것 같은데 사실 좀 의아합니다. 고전 작품들도 꽤 많이 계약되어 정식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는 마당에 나름 인기 있는 대표작 "우주가족 갈빈손" 은 번역될만도 한데 말이죠.
어쨌건 이 작품은 국내에 정식 번역되어 완결된 유일한 작품 "와하맨" ("루쿠루쿠"는 아직 미완이죠?) 과 스타일을 같이하는, 이른바 아사리 요시토오 특유의 "개그 잔혹동화" 입니다.
그러나 잔혹도는 "와하맨"보다 심합니다... 와하맨은 불사의 존재이지만 결국 외롭지 않다는 결말에 레미는 최소한 귀여운 외모라도 갖추고 있는 등 주요 캐릭터들에 대한 배려는 존재했었는데 이 작품의 앨리스는 자기 자신이 사실은 귀여운 소녀라는 망상에 빠져사는, 심각한 정신병을 앓고 있는 "거대한 양철 증기 깡통"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현실과 망상의 갭이 너무 크고 망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방법조차 전무하죠.
지금 미쳐있긴 하지만 차라리 더 행복하다는 거. 진짜 삶은 엿같다는 것은 매트릭스로 대표되듯 영화 등에서도 많이 나오는 설정인데 대부분 결말이 안 좋죠. 정신을 차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현실을 깨닫는 그 순간 앨리스는 아마 제대로 미쳐버릴 겁니다. 그나마 망상이 지속된다는 급작스러운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현실은 시궁창이더라" 라는 결말이었더라면 정말 상상하기도 끔찍하네요.
이러한 잔혹동화적 설정을 제외한다면 작품 자체는 그냥저냥 평작이라 생각됩니다. 눈에 보이는 모습과 그 뒤에 숨겨진 실체를 가지고 노는 작가 특유의 개그센스는 여전하지만 동일 주제가 계속 반복되는 것도 좀 지루하고 결말이 부실한 것도 여전해서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는 좀 어렵네요. 차라리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했더라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말이죠. 어렵게 구해볼 필요는 없었달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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