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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3

최근 읽은 추리만화 짤막한 감상

 

Q.E.D 큐이디 33 - 8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1. Q.E.D 33

장수 시리즈의 33권째입니다. 수록 작품은 두편. 8개월 동안 행방불명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자신의 방 옷장서랍에서 미이라처럼 변한 시체로 발견된 미네야마 타츠오라는 인물의 정체에 대해 지인 3명 (전처, 친구, 불륜녀) 가 너무나 상반된 증언을 한다는 "패러독스의 방"과 추리소설가 히가시나카 카즈오가 자신의 맨션 욕실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처음에는 자살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살인사건으로 발전하는 "추리소설가 살인사건"이 실려 있습니다.

"패러독스의 방"은 대단한 트릭이 등장한다던가 실제로 패러독스가 잘 짜여져 있어서 무릎을 칠만한 내용은 아니라서 조금은 지루했지만 Q.E.D 특유의 학습만화와 같은 전개 때문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몇가지 예를 통해서 "패러독스"라는 이론을 쉽게 전달하는 과정은 정말 대단하다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약간 간략하게, 임팩트있게 압축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 정도도 상당한 수준이죠.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은 추리만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인데 앞으로는 "추리 성향의 정교한 이론 학습 만화"로 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반면에 "추리소설가 살인사건"은 별다른 곁가지 이야기없이 상당히 괜찮은 트릭을 처음부터 선보이는 정통 추리물로 "욕실 타일과 같은 물체로 가격한 뒤 기절한 사람을 욕조에 담가 익사시키는 트릭"은 작중에 등장하는 또다른 밀실트릭과 더불어 상당히 쓸만했기 때문에 추리애호가로서 무척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정도 작품이라면 좀 더 욕심내서 길게 끌어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적당한 수준에서 잘 마무리한 것 같고요. 물론 용의자가 너무 한정되어 있다는 것과 범행 후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설득력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이 정도 단편 분량이면 어쩔 수 없었겠죠?

어쨌건 두 작품 모두 일정 수준이상의 재미를 전해주고 있기 때문에 별점은 4점입니다. 30권이 넘어가는 장수시리즈임에도 이정도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진행해 주는 것은 정말 놀라울 정도에요. 앞으로도 계속 기대가 됩니다.


탐정이 되는 893가지방법 3 - 2점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사카모토 아키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2. 탐정이 되는 893가지방법 3

2권에서 아무래도 위험한걸? 하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3권 완결로 끝나버렸네요. 2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두 사건 모두 미쿠리야의 조직과 관련된 이야기라서 애시당초의 탐정사무소라는 설정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고 미쿠리야 혼자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탓에 화자이자 주인공인 나카지마는 존재감이 희미해진 개그캐릭터로 전락하는 등 설정조차 팽개치고 서둘러 마무리한 느낌이 강합니다

인기를 끌지 못하고 끝나버린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신본격 추리작가 아비코 다케마루 원작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추리적인 요소가 부실한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추리 매니아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추리만화로 보기에는 부실한 이야기들이었으니까요. 때문에 그런대로 괜찮았던 몇가지 설정들 (야쿠자 조직의 후계자인 변호사 탐정 미쿠리야 등) 조차 묻혀버린 듯 합니다. 뭐 썩 대단한 설정도 아니었지만.

아니나다를까 마지막 권 역시 추리적으로 크게 눈여겨 볼 내용은 없습니다. 첫번째 이야기의 나름 설득력 있던 다이잉 메시지 트릭은 괜찮았지만 이야기 하나를 끌고나가기에는 좀 약한 트릭이 아닌가 싶고 두번째 이야기는 그야말로 미쿠리야의 가족 이야기 등 배경 설정을 설명해 주기 위한 이야기의 성격이 강한 단순한 드라마일 뿐이라 언급할 건덕지가 전혀 없고요.

결론 내리자면 별점은 1점. 이 짧게 단명한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건질만 했던 이야기는 1권의 첫번째 사건 뿐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하리라" 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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