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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26

유령 신사 - 시바타 렌자부로 / 정태원 : 별점 2.5점

유령 신사 - 6점 시바타 렌자부로 지음, 정태원 옮김/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인 시바타 렌자부로의 이색 단편집. 작가 소개를 봤더니 역사소설로 유명한 작가더군요. 대표작은 '네무리쿄시로무뢰공'이라고 합니다. 저도 잘 알고있는 만화인 명탐정 코난의 '잠자는 코고로 (네무리 코고로)'의 별명으로 까지 쓰이는, 일본에서는 상당히 알려진 책인것 같습니다.

어쨌건 이 작품을 소개하자면, 모두 12개의 연작으로 되어있는데 '올요미모노'라는 잡지의 연재물로 전편의 주인공과 바로 다음편의 주인공이 어느정도 연관되어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특이한 구성을 보여줍니다. 각 한편만 따로 읽으면 약간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단점이 있을 수 있으나 정기연재물이고 작가가 어느정도 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작법이었다 생각되네요. 덕분에 한권의 단편집으로 묶이니 12편 전부가 일종의 연작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작가의 명성과 12편이나 되는 볼륨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판단하고 결정한 일이 결국에 가서는 난데없이 나타나는 회색의 사나이 -유령신사- 에 의해 새롭게 밝혀지는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전체적인 완성도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또 특이한 주인공 탐정, 유령탐정의 등장에 대해서도 기대가 컸는데 역시나 실망스러웠어요. 사건해결보다는 그야말로 사건 그 자체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고 있을 뿐더러 주인공이 유령신사가 아니고 유령신사는 일종의 전지전능한 해설자역할로 단순히 사건을 다시 정리해줄 뿐이거든요. 때문에 사건의 트릭과 범인을 밝히는 추리적인 요소도 기대 이하였고요.

그래도 쉽게 읽히고 각 단편이 거의 모두 나름의 반전의 묘미도 상당히 있다는 장점은 분명 있습니다. 작품의 편차가 조금 있고 사건의 종류나 내용 서술도 여러가지이지만 <동반자살>과 <애인은 살아있다>, <날카로운 고양이 발톱>은 추리적으로 볼만한 부분이 있으며 <가버린 부정한 아내>나 <장미를 무서워 하는 유부녀> 같은 기묘한 발상의 역전이 들어간 이야기들도 마음에 들었어요.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조금 다른, 범죄를 모티브로 한 단편선이라고 보는게 맞을것 같네요. 아토다 다카시의 작품집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색다른 읽을거리를 찾으신다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03/05/16

시간의 침묵 - 제임스 패터슨 : 별점 1점

시간의 침묵 - 2점
제임스 패터슨/우리시대사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제임스 패터슨의 '알렉스 크로스'형사 시리즈 1작. 심리학 학위를 가지고 있는 지적이고도 근사한 흑인경찰 알렉스와 영화배우의 딸을 유괴하고 몸값을 가로챈 천재 유괴범과의 한판 승부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설이라기 보다는 전형적인 한편의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흑인이라는 것을 빼면 주인공 알렉스 크로스 형사는 우리가 헐리우드 영화에서 익히 보아온 캐릭터에 다름 아니고 완전범죄를 꿈꾸는 정신이상범죄자 역시 영화에서 친숙한 인물이죠. 덕분에 꽤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부담없이 쉽게 읽을 수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흥행요소들을 차용하긴 했지만 작가가 그다지 뛰어난 스토리텔러로 보이진 않더군요. 범인은 억지스럽고 너무나 평면적인 캐릭터로 진부하기 그지없고 무엇보다도 꽤 공들인듯한 극적 반전이 너무 터무니 없어서 도저히 점수를 줄래야 줄 수가 없거든요. 한마디로 추리소설로는 많이 부족한 싸구려 형사물이었어요. 영화로 만들면 더 효과적일것 같은 묘사도 더러 나오고 그래서인지 영화화가 되긴 했는데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대체 어떻게 베스트셀러가 된건지 이해하기 어렵네요.

덧붙이자면 딱 한가지, 알렉스 크로스 형사가 책에서는 건장한 중년 흑인으로 나름대로 섹시한 인물로 묘사되는데 영화에서는 모건 프리먼이 주연이라서 여주인공과의 로맨스를 어떻게 표현했을지가 약간 궁금하긴 합니다. 덴젤 워싱턴이 적역으로 보이는데 말이죠. 어차피 안볼거지만...

죽음과 즐거운 여자 - 엘리스 피터스 / 최운권 : 별점 4점

죽음과 즐거운 여자 - 8점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운권 옮김/해문출판사
캐드펠 시리즈로 유명한, 지금은 고인이 되신 엘리스 피터스 여사의 장편소설입니다. 간단히 줄거리를 살펴본다면 이제 막 사춘기로 접어드는 주인공 도미니크가 어느날 귀가길에 우연히 본 재벌 상속녀 키티에게 마음을 빼앗기는데 그 후 지역 유지이자 거물인 아마이저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고 키티가 유력한 용의자로 수감되면서 도미니크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스스로 수사를 시작한다는 내용입니다.

여사의 명성에 걸맞게 등장인물들의 얽히고 섥힌 관계에서 진상에 이르는 과정이 정말 흥미진진하고 논리적인 전개 부분도 아주 좋았습니다. 다만 캐릭터의 설정이 전형적이라는 점, 그리고 마지막의 범인을 밝혀내는 '깜짝쇼'부분은 조금 억지스러웠다는 점에서 약간 아쉽긴 했습니다. 극적으로 하려고 애쓴것 같은데 그닥 와 닿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이 정도면 완벽한 고전 추리소설일 뿐 아니라 소년이 청년이 되어가는 성장물로서도 읽힐 수 있는, 거기에 작가의 품격높은 글 때문에 상당히 고급문학을 접한듯한 느낌까지 전해주는 1급 소설이라 생각됩니다. 추리소설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일독을 권해드릴만한 작품이에요. 별점은 4점입니다.

그녀에게 키스를 - 제임스 패터슨 : 별점 1점

그녀에게 키스를 - 2점
제임스 패터슨/우리문학사
자신을 '카사노바', "'젠틀맨'이라고 자칭하는 두명의 변태 성범죄자들과 납치당한 자신의 조카를 찾기위해 사건에 뛰어든 크로스형사와의 대결이 주요 줄거리인 작품.
작가의 전작 '시간의 침묵'에 이어 흑인 경찰 앨릭스 크로스를 주인공으로 한 전형적인 스릴러 형사물입니다. 영화화가 되어서 꽤 흥행하였기 때문에 나름 재미있나보다..하는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야기가 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습니다. 범죄묘사만 제외하고는 사건의 수사과정은 볼만한 내용이 하나도 없고 사건 해결 또한 모조리 우연에 의지하고 있어서 추리물로서의 가치는 제로에 가까워요. 반전이랍시고 준비해 놓은 범인의 정체도 너무 난데없어서 화가 나기까지 합니다. 실망이 너무 큰 나머지 '키스더걸'이라는 모건프리먼 주연의 영화 역시 보기가 싫어지는군요.

싸구려 헐리우드 오락물에 불과한 펄프픽션, 그것이 이 책에 딱 맞는 수식어입니다. 이런 추리/스릴러 쟝르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그 시장환경은 놀랍고 부럽지만 책의 수준이 너무 낮아 한심할 뿐이네요. 우리나라 출판사도 '베스트셀러''영화화!'라는 수식어에만 목숨걸어 쓰레기같은 대중소설이나 출판하지 말고 과거의 명작들을 꾸준히 찾아 복간하고 출간하는 노력을 해 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