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24/03/31

이웃 사냥 - 해리슨 쿼리, 매트 쿼리 / 심연희 : 별점 1.5점

이웃 사냥 - 4점
해리슨 쿼리.매트 쿼리 지음, 심연희 옮김/다산책방

<<아래 리뷰에는 내용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리와 사샤는 대학 동창으로 결혼 후 산에 살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아이다호주 티틴 산맥에 위치한 농장을 구입하였다. 꿈을 이룬 기쁨도 잠시, 이웃 농장주 부부인 댄과 루시로부터 봄, 여름, 가을에 나타나는 악령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듣고 해리는 격하게 화를 내었다. 전 해병대원이자 파병용사로 전투에 익숙했고, 비과학적인건 싫어하는 기질 탓이었다.
그러나 악령을 의미하는 이상 현상은 진짜로 일어났고, 해리와 사샤도 노부부가 알려준 퇴치법을 이용하며 점차 악령에 익숙해져 갔다. 농장에서의 삶은 안정을 찾았지만 간혹 나타나는 악령은 봄, 여름, 가을을 지나며 점점 끔찍해졌고, 해리와 사샤는 이 농장 땅의 주인이 된 사람들은 이사를 갈 수 없다는 저주까지 알게 되었다. 심란해진 해리는 참지 못하고 노부부의 방침과 다르게 악령에게 싸움을 걸었고, 그 결과 댄이 죽음을 맞게 되었다....


2019년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괴담 게시판 연재작을 소설로 개작했다는 호러 소설. 게시판에서 인기를 끌었다면 최소한의 재미는 보장될거라 생각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10억을 들여 판권 계약을 해서 영상화를 추진 중이라는 광고에도 혹했고요.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완전 별로였습니다. 일단 무섭지가 않아요. 여름의 악령인 곰에게 쫓기는 나체의 남자, 가을의 악령인 허수아비들, 겨울의 악령인 해리가 전장에서 죽였던 적들 모두 이미지만 떠올리면 나름 섬뜩할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퇴치하는 방법이 명확해서 공포심을 느끼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정해진 규칙대로만 처리하면 되는데 무서울게 뭐가 있겠습니까. 인디언 조 가족은 물론 댄과 루시 부부도 그렇게 수십년을 살아왔다고도 하고요. 농장에 출몰하는 곰이나 늑대보다도 위협적이지 않은 셈입니다.
악령이 하는 것도 별게 없습니다. 개울의 빛은 그냥 빛날 뿐이고, 곰에게 쫓기는 나체의 남자는 곰에게 잡아먹히는게 전부거든요. 해리가 죽였던 적병의 모습을 한 악령들은 그냥 전형적인 악령이라 식상했고요. 그나마 허수아비들의 기묘한 모습과 발버둥칠 때의 행동은 해리의 마음을 뒤흔들기는 했지만, 글로는 잘 와 닿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악령의 정체, 기원이라도 공포스럽게 풀어나갔다면 좋았을텐데 그런 설명도 전무합니다.

이야기도 작가 편의에 따라서 흘러가는게 훤히 보입니다. 처음에 했던 이야기에서 계속 부풀려지고, 새로운 설정이 덧붙여지는 식이거든요. 애초에 댄은 봄, 여름, 가을에만 악령이 나타나며 정해진 방법대로 물리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땅을 떠나면 죽는다는 설명이 추가됩니다. 해리가 악령에게 이 땅은 자기 것이라는 말을 하며 도발했다가 댄이 죽게 되고요. 왜 처음부터 악령에게 말을 걸면 안된다던가 하는 등의 조건을 자세히 알려주지 않은걸까요? 댄이 죽은 다음에서야 악령에 대해 잘 아는 인디언 조가 나타나서 겨울에는 해리가 죽인 적들이 악령으로 나온다는 말을 해 주는 것도 황당했습니다.
해리와 사샤가 악령을 받아들인 뒤 (?) 악령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이어지는 결말은 그야말로 최악었습니다. 앞서 아무런 설명도, 복선도 없었던 뜬금없는 결말이었기 때문입니다. 뒤로 가면 갈 수록 별로인데, 결말까지 이 지경이니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몇 안되는 등장 인물들도 모두 전형적이며 식상합니다. 해리가 아프간 전쟁 참전 용사였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게 없어요. 게다가 해리는 쓸데없이 악령에게 도발을 하는 발암 캐릭터라 짜증을 불러 일으키고요.
댄과 루시도 굉장히 좋은 사람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 그런지 의심스럽습니다. 첫 만남 때 해리와 사샤에게 악령이 나온다고 설명은 해 주었지만 면박을 당했다고 방관한건, 첫 봄에 해리와 사샤가 충고를 따르지 않아서 죽어도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 않았을거라는 이야기인데 이래서야 좋은 사람들이라고 보기는 어렵잖아요? 처음부터 악령 이야기를 믿을 사람은 없을텐데 말이지요. 스티븐 킹의 "장마" 속의, 피해자들을 산제물로 여기며 방관하는 마을 사람들과 별다를게 없어 보였어요.

결론적으로, 권해드리기 어려운 망작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미국 시골 대농장의 한적한 분위기 묘사는 여정 미스터리 느낌을 주며, 조금 독특한 악령들 - 곰에게 쫓기는 남자와 허수아비 - 은 영상화에 어울리겠다 싶기는 한데, 그 외 건질건 없습니다

덧붙여 레딧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를 생각해보았는데, 게시판에 실제 상황처럼 글을 썼던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꿈꾸던 외딴 농장을 구입해서 이사왔는데, 옆집 노부부가 봄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며 그걸 피하는 방법을 알려주었어요! 어떻하죠?" 뭐 이런 식으로 시작해서, "진짜 불빛이 나타났어요!" 등등으로 글이 업데이트되었을테고, 이용자들이 각자 댓글을 달고 하는 식으로 흥미를 끌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픽션으로 가공해버리니 '뭔지 모르지만 무서운게 진짜로 나타났다!'는 핵심 공포가 사라져버리고 말았네요. 우케쓰의 "이상한 집"의 실패 이유와 거의 비슷한 셈이지요. 이런걸 보면 괴담은 그냥 괴담처럼 써내려가는 미쓰다 신조 방식이 차라리 낫지 싶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