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며,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젊음이 약동하는 계절입니다. 이런 점에서 '죽음'이 가득한 미스터리 작품과 잘 어울리지는 않습니다. "벚꽃피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라던가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 "삼월은 붉은 구렁을" 같이 제목에서부터 봄이 떠오르는 작품들도 많지만 보통 봄은 단순히 무대 배경으로만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요.
그래도 '봄'이라는 계절 자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품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런 작품을 몇 편 찾아서 소개해드립니다.
첫 번째는 기타모리 고의 "꽃 아래 봄에 죽기를"입니다. 하이쿠 동호회 회원 가타오카 소교가 세상을 떠난 뒤, 그가 무연고자라는게 밝혀집니다. 회원 중 한 명이었던 나나오는 생전의 인연으로 왜 소교가 고향을 버리고 살게 되었는지?를 뒤쫓게 됩니다. 소교가 "원하건대 꽃 아래 봄에 죽기를, 그 추운 음력 이월의 보름에"라는 싯구처럼 죽어갔기도 했지만, 소교의 사체가 발견된 방에 놓여있었던, 계절보다 빨리 벚꽃이 피어있었던 벚나무 가지가 다른 살인 사건의 증요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 봄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벚꽃은 일본에서도 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소재이기에 봄을 무대로 한 다른 작품에서도 주요한 소재로 사용됩니다. 사보에 매월 연재되는 단편이라는 주제로 묶인 단편집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의 첫 번째 이야기 "벛꽃이 싫어"에서 처럼요. 오래된 아파트에서 일어난 방화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는 내용으로 봄 벚꽃놀이와 벛꽃잎이 중요한 단서로 등장합니다. 아파트 이름마저도 '사쿠라기장(桜木荘)'이니, 이 역시 봄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보아도 무방하겠지요.
이 두 편은 살인 사건, 방화 등의 강력 사건이 등장하지만 무겁다기보다는 잔잔하면서도 가벼운 일상계 느낌의 단편들입니다. 봄이 소재이자 배경이라면 앞서 말씀드렸듯 미스터리를 잘 결합시키는건 쉽지 않았을테니까요.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물인 '미시마야' 시리즈 6번째 작품 "눈물점" 수록작인 시어머니의 무덤"은 "벛꽃이 싫어"와 똑같이 봄의 벚꽃놀이를 소재로 삼았지만, 섬찟한 괴담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같은 소재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게 흥미롭습니다.
이러한 괴담, 공포물로는 스티븐 킹의 "딸기봄"도 빼놓기 힘듭니다. 8~10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시기로는 봄이지만 아직도 추운 비정상적인 시기에 연쇄 살인이 일어난다는 내용이거든요. 봄이 봄답지 않게 춥다면, 확실히 미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봄을 주요 소재로 삼은 미스터리 작품 중 제가 떠올린건 이 네 편입니다. 다른 분들의 추천과 생각도 궁금해집니다.
마지막으로,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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