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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3

나이트 스쿨 - 리 차일드 / 정경호 : 별점 2점

나이트 스쿨 - 4점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오픈하우스
<<아래 리뷰에는 진상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96년 어느날, 잭 리처는 미 육군 수훈장을 받은 날 '학교'로 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학교'에서 리처는 FBI의 케이시 워터맨, CIA의 존 화이트와 만났고, 그들 모두 조직 최고의 요원으로 특별한 작전을 위해 소집되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불법무장단체가 '1억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어떤 미국인으로부터 무언가를 사려고 한다는 정보가 입수되었기 때문이었다. 세 명은 그 미국인이 누구이며, 팔려는 물건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작전에 돌입했다.
거래가 있던 독일 함부르크로 향한 리처는 목격자 설명에 따른 몽타쥬를 통해 미군 탈영병 윌레이가 범인이라는걸 밝혀냈다. 윌레이의 은신처는 그가 사용했던 가명을 통해서, 그리고 윌레이의 주변 사람들 증언을 통해 그가 팔아넘긴게 '소형 핵폭탄'이라는 것까지 알아냈지만 윌레이는 시체로 발견되고 마는데.....

잭 리처 시리즈 21번째 작품. 원제는 동일합니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의 정체와 그가 팔려는 물건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전개는 일종의 첩보물을 연상케합니다. 첩보물에서 "숨어있는 적 정보원, 그리고 그가 확보한 중요 단서"를 찾으려는 설정, 과정과 거의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수사물의 기본 얼개와도 비슷하기에 잭 리처의 추리도 많이 선보이고요.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이미 드러난 윌레이의 가명들을 통해 그가 현재 쓰고 있는 가명을 추리해내는 장면이었습니다. 윌레이가 먼저 사용했던 가명은 '에른스트'와 '겝하르트'였습니다. 리처는 마지막 남은 이름은 '아이작 H. 켐프너'라고 추리합니다. 윌레이는 텍사스 슈거 랜드에서 나고 자라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텍사스 최초의 독일 정착촌을 설립한 에른스트, 텍사스 출신의 유명한 핫소스 창업자 겝하르트의 뒤를 이을 이름은 슈거 랜드를 이룩한 슈거 랜드의 아버지 아이작 H. 켐프너 뿐인 것이지요. 실제로 윌레이가 쓴 가명도 아이작 헤르베르트 켐프너였습니다. 우리나라로 번안하자면 LG 트윈스 팬인 범인이 첫 가명을 "김용수", 두 번째 가명을 "이병규"라고 했다면 마지막 가명은 "박용택"이다!라고 하는 느낌이겠지요? 텍사스와 독일계 미국인에 대해 엄청나게 자세하게 알아야 풀 수 있는 추리이기는 하지만, 재미있었어요.
현장을 분석하여, 윌레이는 물건을 배로 실어 나를 생각이었다, 그래서 트럭을 항구 근처 창고에 숨겼을 것이다, 그 창고는 트럭 2대가 들어갈 양문형에 추가 잠금 장치가 되어 있을 것이다는 추리도 좋았고요.

윌레이가 팔려고 했던 물건이 그가 입대 동기로 이야기했던 "데비 크로켓 때문에 군인이 되고 싶었다."는 말이라던가, 유년 시절 함께 살았던 엄마의 정부 "삼촌"의 경력 등이 토대가 되어 천천히 정체가 드러나는 과정도 합리적이며,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었어요. 미군이 냉전시절 개발했던 소형 핵폭탄이 착오로 버려진걸 윌레이가 확보했다는 정체도 괜찮았고요. 유럽과 미국이 '1'을 쓰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에 착안하여 현재 위치를 찾아내었다는 아이디어도 그럴싸 했습니다.

"1030"의 니글리, 오로스코의 등장도 반가왔습니다. 만나는 모든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리처가 가장 신뢰하며 오래되었을 부하 니글리와는 관계를 맺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그 이유가 밝혀지기도 하고요. (접촉 기피증)

하지만 이야기를 지나치게 길게 늘린 느낌이 듭니다. 앞서 대단한 듯 했던 '학교'에서의 멤버들 중 FBI와 CIA는 별 쓸모가 없습니다. 실제 독일에서의 활약은 니글리와 오로스크라는 리쳐의 인맥과 독일 경찰 그리즈만이 활용되었으니까요.
윌레이가 거래가 마무리 되기 전까지 몸을 사리지 않고 매춘부와 즐기다가 살인을 저지른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범행은 전개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고, 윌레이의 정체가 드러나는데 별 도움도 주지 못합니다.
독일 경찰 그리즈만은 리처를 돕지만, 뮬러는 배신해서 극우 조직의 리더인 드레믈러에게 정보를 팔아넘긴다는 설정도 똑같아요. 극우 조직이 이 사건에 개입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범죄 조직과 극우 조직이 비록 종이 한 장 차이일 수는 있어도, 비교적 성공한 사업가인 드레믈러가 돈 때문에 물건을 빼았앗을리는 없어서 개연성도 부족합니다.
이런 불필요한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고, 윌레이를 보다 신중한 인물로 그린 뒤 그와의 대결에 집중했어야 했습니다. 지금의 여러가지 설정들은 이야기만 길게 만들었을 뿐으로 지루하기까지 했습니다. 윌레이와 드레믈러의 최후는 시시하기까지 하고요.

타국에서 일종의 비밀 작전을 벌이는 것이라 액션이 별볼일 없다는 단점도 큽니다. 리처가 드레믈러를 제외한 악당을 아무도 죽이지 않아서, 다른 작품들만큼의 파괴에 대한 쾌감은 부족하거든요. 당연히 펼치는 액션과 무기에 대한 설명도 부실한 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 리처의 군 시절 활약이 펼쳐진다는 특이함은 팬으로서 기뻤지만, 전체적으로는 평작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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