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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출입통제구역 - 리 차일드 / 정세윤 : 별점 2점

출입통제구역 - 6점
리 차일드 지음, 정세윤 옮김/오픈하우스

<<아래 리뷰에는 진상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바니아, 우크라이나 조직이 양분하고 있는 이름모를 도시를 지나던 잭 리처는 강도를 당할 뻔한 노인 셰빅을 구해주었다. 셰빅은 알바니아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을 갚으러 가던 중이었다. 하지만 사채업은 우크라이나 조직으로 넘어가버렸고, 잭 리처의 기지로 노인의 빚은 탕감되었다. 하지만 셰빅에게는 딸 메그의 치료비로 거액이 더 필요했다. 리처는 셰빅을 대신하여 셰빅인 척 우크라이나 조직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렸다. 그리고 집을 알아내려던 조직원들을 없애버렸다.
그런데 조직원들을 없앤게 알바니아 조직이라고 오해한 우크라이나 조직의 보스 그레고리는 복수를 명령했고, 두 조직은 서서히 전쟁에 돌입하게 되었다.
이 와중에 리처는 메그의 보스 트롤렌코의 거처를 찾아 나섰다. 그에게 메그의 치료비 손해 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트롤렌코는 우크라이나 조직이 가짜 뉴스 배포를 위해 보호하고 있었다. 결국 리처는 두 조직 모두를 몰살시켜 버리고 말았다.


잭 리처 시리즈 24번째 작품. 원제는 "Blue Moon"입니다.
이전 "악의 사슬"에서 "피의 수확"이 떠오른다고 언급했었는데, 이 작품이야말로 잭 리처 버전의 "피의 수확"입니다. 한 도시를 두 세력(우크라이나 - 알바니아)이 양분하고 있는데. 초반에 잭 리처가 저지른 살인을 서로 상대 조직에서 저지른 일이라 여겨 서로를 공격하고, 서로 잭 리처를 잡으려다가 각개격파당하고 내분까지 일으켜 자멸한다는 점에서 아주 흡사했습니다.
또 제가 보았던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잭 리처 본인의 무력이 가장 엄청납니다. 맨손은 물론 다양한 총기를 활용하여 수십 명의 악당 조직원 상대로 무쌍을 찍습니다. 조직원들 모두가 죽어 마땅한 놈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손속에 자비란 없습니다. 그냥 전부 죽입니다. 전체 킬 수로는 아마 시리즈에서도 탑일거에요. 아래처럼 딱 한 번 자비를 베풀긴(?) 했지만, 거의 죽은 상태의 상대에게 그냥 손을 더 대지 않았을 뿐이지요.
"숨을 쉬고 있을 가능성은 있지. 그게 나에게는 승자의 관용이오. 보통은 놈들을 죽이고, 가족들을 죽이고, 조상의 무덤에 오줌을 싸지."

리처가 '외로운 늑대'가 아니라 전 해병대, 기갑부대원들과 한팀이 되어 행동을 펼치는 전개도 독특합니다. 약간 "1030"과 비슷한데, "1030"보다 팀원의 활약이 오히려 많습니다. 상식적으로는 공격이 불가능했던 트롤렌코의 은신처 입구를 돌파하기 위해 조직원들과 체형이 비슷했던 반트레스카가 사로잡힌 조직원으로 변장하여 적들을 끌어내는게 핵심이거든요. 이외의 활약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요.
잭 리처의 말주변도 확실히 선보여 줍니다. 본편의 히로인 애비에게 "함께 가자"는 권유를 할 정도 상당히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 덕분입니다.

그러나 잭 리처 시리즈의 매력 중 하나인 추리적인 요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잭 리처가 일부러 두 조직을 와해하려 했던게 아니라,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점에서 치밀한 작전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게다가 악당들이 제발로 찾아와 죽어주니 작전이 필요할 이유도 없고요.
우크라이나인의 보스 그레고리가 사무실에 탈출구를 마련해두었다는 추리는 급작스러웠어요. 아무런 단서도 없었고요. 이치에 맞게끔 나름 설명해주고는 있지만, 솔직히 비현실적이었습니다. 좀 더 탄탄한 복선, 단서를 제공해주었어야 했습니다. 

트롤렌코의 위치 파악은 그나마 추리와 조사가 결합되어 있다는 점에서 조금 낫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난공불락의 19층에 있던 경비원들이 케이지를 열고 나온다는 설정은 전혀 와 닿지 않았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통해 누가 들어와도 버틸 수 있는데 왜 밖의 일을 신경쓰겠습니까? 그레고리 조직이 괴멸해서 외부와의 연락이 끊어졌다 한들, 그들이 머무는 곳은 조직의 가짜 뉴스 관리 업무의 핵심입니다. 당연히 온갖 통신망이 연결되어 있고, 당연히 밖의 뉴스는 바로 알 수 있어요. 밖에서 별로 대단한 뉴스가 펼쳐지지 않는 한, 공격은 비공식적이며 빠르게 해결될거란건 짐작 가능합니다. 트롤렌코가 당장 움직일 수 있는 돈도 천만 달러가 넘으니 다른 조직이나 인력을 고용할 수도 있고요.
설득력없는 설정은 그 외에도 많습니다. 애비는 물론 반코, 호건과 반트레스카처럼 만난지 며칠 되지도 않는 지인들이 목숨을 걸고 리처를 도와 총격전에 뛰어든다는 것 처럼요.
러시아 정부가 가짜 뉴스를 뿌리기 위해 트롤렌코를 이용하고 있다는 설정도 과했습니다. 트롤렌코 이야기는 아예 빼고, 두 조직간의 암투를 조금 더 극적으로 그리는게 좋았을겁니다. 지금은 마지막 결전에서 악당들이 무모한 돌진을 감행하다가 차례대로 총에 맞아 죽으며 마무리되는데, 이보다는 더 박진감있게 풀어냈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역시나 1.5점에 더 가까운 2점입니다. 재미가 없지는 않지만, 잘 짜여졌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킬링 타임용으로 적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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