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5/12/31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사다난했던 2005년도 이제 저물어 가네요.

이젠 저도 한살 더 먹는 것이 짜증나는 나이가 되어 버렸네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많은 일이 있었지만 이제 마음을 다잡고 새롭게 한해를 시작해 봐야죠.

다가오는 새해에는 모두 복 많이 받으시고 앞으로도 좋은 일만 있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아울러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의 선전도 기원합니다.


굿바이 2005 웰컴 2006!

2005/12/29

SF 대장 - 도리 미키 : 별점 4점


이번 일본 여행에서 발견한 작가인 도리 미키의 작품 중 한권입니다. 이시카와 쥰의 <만화의 시간>에서 <먼 곳으로 가고파>를 추천한 글을 읽고 관심이 가던 차에 읽어본 몇몇 작품이 마음에 들어 눈에 띄는 대로 사 모으다 건진 책이죠. 단편 옴니버스 작품집으로 고전 SF의 명작을 차례로 독특한 개그 센스로 어레인지하여 패러디하고 있습니다.

수록 작품은 목차 순서대로

  • "알쟈논을 위한 꽃다발 (Flowers for Algernon)"
  • "해저2만리그"
  • "솔라리스"
  • "타임머신"
  • "모나리자 오버드라이브"
  • "사랑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Time enough for Love)"
  • "타이거 타이거"
  • "지구의 긴 오후 (Hothouse)"
  • "스타트랙"
  • "접속된 소녀 (The Girl who was plugged in)"
  • "쥐와 용의 게임 (The game of Rat & Dragon)"
  • "뱀주인자리 핫라인 (The Ophiuchi Hotline)"
  • "날개의 제니 (The girl who fell into the sky)"
  • "블러드 뮤직"
  • "스타쉽과 하이쿠"
  • "차가운 방정식 (The Cold equation)"
  • "문신의 남자 (The illustrated man)"
  • "링 월드"
  • "타임 패트롤"
  • "스타타이드 라이징"
  • "듄"
  • "닥터 애더"
  • "이 사람을 보라 (Behold the man)"
  • "타임스케이프"
  •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 "텔레파시스트"
  • "강철도시"
  • "중력의 사명"
  • "레벨 3"
  • "익사한 거인 (The Drowned Giant)"
  • "어둠의 왼손"
  • "구백명의 할머니 (Nine hundred grandmothers)"
  • "유년기의 끝"
  • "우주선 비글호의 모험"
  • "시간은 준보석의 궤적과 같이"
  • "강철의 꿈"
  • "화성인 고 홈"
  • "카에안의 성의"
  • "송 마스터"

입니다.(팔이 아파서 이해 가능할 듯한 작품은 원제를 뺐습니다...) 이외에 2편의 오리지널 단편과 권말의 원작 해설이 첨부되어 있는 구성입니다. (원작 해설을 보니 저 작품들이 다 번역된 일본 현실이 부럽더군요)

꽤 방대하지만 고전 "걸작"들만 소재로 했기 때문인지 그다지 SF 쪽 작품은 접하지 않은 저도 읽어본 원작이 많은 편이어서 더욱 반가왔고, 또한 작품 하나하나가 원작의 내용을 확실히 이해하고 그 본질을 꿰뚫는 패러디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어서 정말 놀랍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네요.

예를 들면 <차가운 방정식 (The Cold Equation)>의 경우, 원작은 톰 고드윈의 고전 SF 걸작 단편으로 한명의 조종사를 목적장소까지 편도로 보내기 위해 극단적으로 제한된 연료와 장비만을 싣고 있는 연락선에 한 소녀가 밀항하게 되어 발생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소녀는 너무나 순진무구한 소녀로 단지 오빠를 만나기 위해 밀항했는데 법으로는 밀항자를 우주선 밖으로 추방해야만 하는 상황... 하지만 만화에서는 우주선의 정원이 100명(!) 이라는 설정으로 그들이 밀항자를 찾지 못하여 시간제한 내에 오버한 중량을 줄이기 위해 벌이는 악전고투를 너무나 개그스럽게 패러디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모나리자 오버드라이브"나 "접속된 소녀" 같은 사이버 펑크 물에 대한 작가 나름의 고찰도 재미나고 "뱀주인자리 핫라인"이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같은 원작의 틀을 유지하면서 기발한 발상을 덧붙인 패러디 등 볼만한 작품이 많습니다.

물론 모든 작품이 대단한 발상이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지는 않고 쉽게쉽게 그린 것도 있고 내용의 비약이 심한 작품도 있으며 오리지널 에피소드는 유치하고 그림도 취향을 탈 듯한 스타일이라 생각되어 사람마다 편차가 있으리라 생각되긴 합니다.

그래도 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다지 글자도 많지 않고 각 작품이 거의 다 4페이지 이내로 짤막하게 마무리되어 쉽게 읽을 수 있는 점도 좋고요. 무엇보다도 SF 팬이라면 꼭 한번 볼만한 개그 만화집이 아닐까 싶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2005/12/28

자학의 시 (自虐の詩) - 고다 요시이에 : 별점 5점

자학의 시 2 - 10점
고다 요시이에 지음, 송치민 옮김/세미콜론

"이 세상에는 행복이나 불행이라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얻으려면 반드시 무언가를 잃어야 하니까요. 무언가를 버리면 또 다른 무언가를 반드시 얻게 되죠." - 유키에

역시 이번 일본 여행에서 구입한 책입니다. 이시카와 쥰의 "만화의 시간"에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글을 읽고 꼭 보고 싶었는데 하라주쿠 북 오프에서 발견하고 반값에 구입하게 되었죠.

별다른 직업도 없고 경마와 빠칭코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마음에 들지않는 점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식탁 뒤집기는 예사인 조폭 출신의 건달 이사오, 그런 이사오의 아내로 하루하루를 괴롭고 고단하게 살아가지만 진심으로 행복해 하는 유키에의 이야기로 문고본 상, 하권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상권은 주로 유키에와 이사오의 결혼생활, 특히 이사오의 막나가는 모습과 고단하면서도 행복해 하는 유키에의 일상에 촛점을 맞추고 있고 하권은 유키에의 성장과정, 그리고 결혼까지의 일대기 - 어머니가 어릴적 도망나가 정말로 어렵게 하루하루를 연명하다가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도망치듯 도쿄로 상경하여 술집에서 일하다가 조직원 이사오와 만나 결혼하게 되는 - 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읽어본 감상은...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네요. 소재와 캐릭터가 개그 만화의 소재로 쓰이기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개그만화이기에 일단은 확실히 웃겨주면서도 행복이라는 것이 얼마나 마음먹기에 달린 것인지, 그리고 사는데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를 웅변하는 정말로 찐한 감동과 재미가 넘치는 진정한 걸작입니다.

또한 이 대하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전부 4컷 만화로 진행된다는 것도 놀라운 점이에요. "보노보노"나 "아즈망가대왕"과 같은 스토리성 4컷 만화도 많이 보아 왔지만 이 작품이야말로 4컷 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저에게 열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해설을 보니 이 작품은 동명 타이틀로 여러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각각 연재되었던 모양인데 이 문고본은 유키에와 이사오의 이야기만 모아서 출간되었다고 나와 있군요. 다른 이야기도 정말이지 궁금해 집니다.

여튼, 2005년도의 만화 베스트로 뽑습니다. 별점은 5점.
이름없는 작가이고 사실 거의 팔리지 않을 것 같아 국내에 출간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국내에도 꼭 소개되어 유키에와 이사오의 멋지고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주위 분들이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2015.07.21 업데이트하며 국내 출간 정보 링크 추가합니다.

PS 1 : 이시카와 쥰이 극찬한 만화는 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본인 자신의 만화는 일본에서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이지만 말이죠...
PS 2 : 대표적 꼴통 만화가 고바야시 요시노리의 작품 해설이 권말에 있는 것이 너무나 불만이긴 합니다. 찢어버려야 하나....

리플리스 게임 (Ripley's Game, 2002) - 릴리아나 카바니 : 별점 3점


악마와 같은 범죄자 리플리는 크게 한탕한 뒤 모은 돈으로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전원주택에서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우아한 귀족적 생활을 즐기던 중, 호의로 참석한 화구틀 제조업자 조나단의 파티에서 조나단이 그를 '돈은 많지만 예술은 모르는 미국인'이라고 비난하는 말을 듣고 그에게 들어온 옛 동료 리브스의 살인 의뢰를 조나단에게 시키는 계획을 떠올린다.
백혈병 말기였던 조나단은 너무나 평범하고 착실한 가장이었지만 거금의 유혹에 넘어가 결국 살인을 저지르고, 리플리는 그런 조나단을 바라보며 즐거워 하지만 리브스가 조나단에게 두 번째 살인을 제의하면서부터 리플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사건이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유명한 리플리 시리즈의 하나.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원작 시리즈를 읽지는 못했지만 영화로라도 보고 싶은 욕심에 찾아 본 작품입니다. 존 말코비치의 팬이라는 것도 꽤 크게 작용했고요. 존 말코비치의 "위험한 관계"라는 영화를 보고나서 부터는 주~욱 팬이었거든요. 과거의 알랭 들롱, 멧 데이먼에 비한다면 마스크 면에서 더욱 사악함이 묻어나는, 그래서 악역 전문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어느정도 품격을 지니고 있는 듯한 존 말코비치이기에 이 영화의 태어나면서부터 악마인, 또한 잔혹한 살인마이지만 유머러스하면서도 세련된 매너와 교양을 갖추고 있는 톰 리플리 역에 정말로 적역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존 말코비치와 리플리가 완벽하게 하나로 통합되며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이 넘친달까요?

허나 내용은 지루하고 평범하게 흘러가는 측면이 강하긴 합니다. 순진하고 평범한 남자가 변모해가는 모습과 그것을 조종하는 사악한 힘인 리플리라는 인물의 인간 드라마에 가까운 작품으로 리플리의 치밀한 계획이 그다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탁월한 범죄 스릴러를 기대한 저에게는 기대에 못 미치는 감이 있었고요. 또 전혀 모르는 이탈리아인 여성 릴리아나 카바니가 감독을 맡았는데, 연출도 너무나 평이한 편이라 순간순간 심심함을 해소해 주는 어떤 아이디어도 없어서 더 지루했습니다.

그래도 존 말코비치의 연기를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도 좋았고요. 치밀한 맛은 없지만 고급 범죄 영화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며 희대의 악인 리플리의 진가를 잘 느끼게 하는 영화입니다. 이 정도면 별 3개는 충분하죠. 리플리의 팬이라면, 존 말코비치의 팬이라면 놓치지 마시길.

2005/12/27

니카이도 레이토가 선정한 데즈카 오사무 미스테리 걸작집 - 데즈카 오사무 : 별점 3점

이번 일본여행에서 획득한 책으로 제가 추리 매니아이기도 하고 만화도 좋아하며, 데즈카 오사무도 좋아하는 지라 보자마자 주저없이 구입하게 되었네요.

제목 그대로 신본격 추리작가이자 데즈카 팬인 (대학시절 데즈카 오사무 팬 클럽 2대 회장 역임!) 니카이도 레이토가 데즈카 오사무의 방대한 작품들 중에서 미스터리 관련 작품만 모아 놓은 책입니다. 물론 문고본 한권에 담기에는 너무나 방대한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 세계이기 때문에 주로 단편 위주로 모아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크게는
  • file 1 - 본격 추리
  • file 2 - 명탐정 등장
  • file 3 - 수수께끼 컬렉션
  • file 4 - 5개의 사건부
로 단락을 구분되어 있죠. 수록작품은 전부 22편 (에세이 한편 포함), 그리고 권말에 니카이도 레이토의 칼럼과 작품 소개가 짤막하게 실려 있습니다.

하지만 제목이나 작가 해설만큼의 대단한 추리적 내용이 실려있는 작품은 드문 편이에요. 아무래도 추리적인 부분은 부가적으로 쓰인 작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SF나 슈퍼 능력자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은 정통 추리물과 아무래도 거리가 멀 수 밖에 없고,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추리적인 요소와 트릭이 억지성이 심한것이 많기도 하고요.

그래도 추리적으로도 괜찮은 작품이 없지만은 않아요. 특정 위치와 장소에서만 가능하지만 상당히 효과적인 트릭을 보여주는 [빌딩 속의 눈]이라던가, 데즈카 오사무 단편 중에서도 유명한 걸작으로 다양한 실험적 화풍이 인상적인, 그리고 여러 증언들을 토대로 진실을 보여주는 전개가 일품인 [낙반], 데즈카 오사무의 성인향 만화 실험의 하나라는 떠돌이 무사의 복수담이자 반전이 놀라웠던 기발한 작품 [일족 참상], 동일 제목에 의한 다양한 작가들의 연작이라고 하는데 대사 하나 없는 짤막한 전개에서 긴박함이 묻어나오는 [...라는 편지가 왔다], 마지막으로 "시간이여 멈춰라!"라는 말로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브탄 군이 나오는 시리즈 "이상한 소년"의 한편이자 사이드 캐릭터인 FBI 수사관 록 홈까지 등장하는 괜찮은 밀수 트릭물 [인간의 피부를 입은 인간] 등이 그러합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추리적으로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나 재미만큼은 손색이 없고 아톰과 블랙잭 등 인기 시리즈를 비롯, 초기작에서부터 비교적 최근작까지. 그리고 상당히 구하기 어려운 희귀 작품까지 실려있어서 데즈카 오사무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짧게나마 일람할 수 있는 좋은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무엇보다도 헌책방에서 반값에 산 책이라... 저는 무척 마음에 드네요.

2005/12/26

2005년도 총 결산~!

아... 그동안 서울을 비웠던 탓에 못 만났던 친구들과의 모임, 그리고 크리스마스다 뭐다 해서 술에 쩔어서 사느라고 통 포스팅이 없었네요. 작년에도 했었던 총 결산 보고 올립니다. 올해 금년에 읽고 보아왔던 컨텐츠들을 기준으로 이 블로그의 포스트와 카테고리 위주로 작성하였습니다. 그럼 결산 보고 올라갑니다.

2005년 결산 - 독서: 포스트 총 123개 / 영화 감상 : 포스트 총 30개 / 만화 감상 : 포스트 총 10개 / 애니메이션 감상 : 포스트 총 5개 / TV Show 감상 : 포스트 총 2개

2005년 베스트 추리 소설 : 이언 피어스 - 핑거포스트 1663

2005년 워스트 추리 소설 : 유우제 - 불새의 미로

2005년 베스트 기타 쟝르 문학 : 커트 보네거트 - 제 5 도살장, 혹은 아이들의 십자군 전쟁, 죽음과 추는 의무적인 춤

2005년 워스트 기타 쟝르 문학 : 필립 K 딕 - 높은 성의 사나이

2005년 베스트 역사관련 독서 : 고고학자 조유전의 한국사 미스터리

2005년 워스트 역사관련 독서 : 이재범 - 슬픈 궁예

2005년 베스트 전쟁 관련 도서 : 마이클 매클리어 - 베트남 10000일의 전쟁

2005년 워스트 전쟁 관련 독서 : 없음.

2005년 베스트 기타 독서 : 존 퍼킨스 - 경제 저격수의 고백

2005년 워스트 기타 독서 : 권윤주 - to Cats 고양이에게

2005년 최고의 작가 : 미네트 월터스

2005년 최악의 작가 : 일단은 헤닝 만켈 (문체나 글을 쓰는 능력은 보통이 아닌 작가이지만 2권 이상의 독서를 한 작가 중에서 선정해야하는 기준 상 다른 여러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평가기준을 통과했기에 선정합니다)

2005년 베스트 영화 : 알란 파커 - 데이비드 게일

2005년 워스트 영화 : 연애의 목적 / 광식이 동생 광태 (공동 수상!)

2005/12/05

광식이 동생 광태 - 김현석 : 별점 1.5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 김주혁이 나오기 때문에 보게 된 영화입니다. 요새 꽤 팔리는 듯 하네요.

줄거리는 생략합니다. 뻔하기도 하지만 별로 요약할게 없어서... 순진과 노골을 대표하는 두 형제의 버디무비랄까요?
일단 초반의 광식이 부분은 나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중반부터! 중반부터는 짜증때문에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봉태규의 광태 파트로 영화가 넘어간 이후에는 정말 보기 힘들 정도로 불쾌했기 때문이에요.
광태라는 녀석은 만화나 인터넷 연재 소설에나 등장함직한 황당무계한, 비현실적인 캐릭터인 데다가 이후 전개도 현실성이나 타당성을 전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리비도로 뭉쳐있다는 점에서는 이전에 보았던 "연애의 목적"의 박해일과 비슷한 캐릭터이기도 하고요. 한마디로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고 공감할 수도 없는 캐릭터라 행동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에 짜증이 엄청나게 몰려오더군요. 여자를 단순히 성적 대상으로 보는 사고방식과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저를 열받게 했습니다. 매달리는 행동은 스토커나 성 추행범에 진배없는데 이후 떡치는 과정까지는 너무나 일사천리, 이거 여성부에서 항의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차라리 노골적으로 웃기기나 하던가.... 제가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그렇게 보수적인 것도 아니지만 이건 아니라 생각되는, 도저히 즐길 수 없었던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순진한 사랑을 키워온 광식이보다 원나잇 스탠드를 추구하는 광태쪽이 더 해피한(?) 엔딩을 맞는 영화의 결말 역시 끝까지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게 하더군요. 이게 감독이 추구하는 현실이라는 건가? 결국 마지막에 가서 동화도 아니고 어른들을 위한 코미디도 아닌 어정쩡한 소속 불명의 영화가 되어 버리는데 이게 뭔가 싶네요.

혹시 좋아하는 여자가 있으면 무조건 대쉬하고 원나잇 스탠드를 적극적으로 하라는 계몽영화일지도? 여자가 싫다고 하는건 결국은 다 좋다는 표현이니 물고 늘어지라는 뜻? 이런 60년대 마쵸식 사고방식을 가지고 영화를 만드니 영화가 마음에 들 턱이 있겠습니까...

여튼 개인적으로는 간만에 선택한 영화치고는 실패라 생각되네요. 이렇게 영화를 만들것이었다면 과장없이 솔직 담백하게 접근하는게 훨씬 쿨 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싱글즈" 처럼 말이죠. 초반 광식이의 순진한 에피소드들과 마지막 결혼식장에서 영웅본색 "마크의 테마"와 함께 등장하는 광식이의 모습 등 몇몇 장면은 볼 만 하지만 이 정도야 아무리 후진 영화에서도 다 건질 수 있는 수준이겠죠. 제 생각에는 TV에서 봐도 충분한 영화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1점을 주어도 시원치 않지만 광식이 파트 때문에 점수를 약간 더 얹습니다.

PS : 배우들의 연기는 괜찮은 편입니다. 김아중이 예상외로 몸바쳐(?) 연기하더군요. 봉태규의 현실감을 완전히 상실한 연기만 제외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