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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30

한국 미스터리 컬렉션 : 불새의 미로 - 유우제 : 별점 1.5점

불새의 미로 1 - 4점
유우제/고려원(고려원미디어)
불새의 미로 2 - 4점
유우제/고려원(고려원미디어)

태평양 전쟁의 끝이 보이던 1944년 겨울. 일본은 남방에 은닉했던 중요 군수물자를 본토로 옮기는 작전 "불새"를 시행한다. 하지만 물자와 난민을 실은 화물선 "압록강"호는 돌연 사라지고 다음해 1월 텅텅빈 배로 발견된다.
1993년, 북파 공작원 출신 트럭 운전수 동하는 갓 출소한 장기수 노인을 납치하려는 의문의 조직에게서 노인을 구해준 뒤 그에게서 막대한 보물에 대한 정보를 듣는데 노인이 살해당하자 범인으로 몰린다. 어쩔 수 없이 동하는 스스로 노인에게 들은 정보를 가지고 보물을 찾고 의문의 조직과 맞상대할 결심을 한 뒤, 수차례의 위험을 겪은 끝에 노인이 남긴 정보의 진상을 알아낸다. 이 모든것이 일본이 종전 직전에 숨긴 막대한 양의 금괴 때문이라는 것을 ....

한편 경찰청 장세호 경감은 죽은 노인 이춘규에 대한 수사를 통해 노인이 숨기고 있던 과거와 보물에 대한 정보를 하나씩 수집하게 된다. 그 와중에 국내에 잠입한 킬러 제임스 리에 대한 수사를 FBI 특별 수사관 채수현과 함께 진행하는데...

2차대전때 패망 직전 일본이 숨긴 금괴를 둘러싸고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인물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양대 조직의 암투속에 휘말린 한 트럭 운전수의 이야기.

문제는 아주 예전에 읽었었던 니시무라 쥬코의 "낯선 시간 속으로"와 설정이 너무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함부로 이야기 하기 어려운 소재임에는 분명하고 확신은 없습니다만 표절의 의심까지 들 정도거든요. (참고로, "낯선 시간 속으로"는 1975년 발표되었고 이 작품은 1991년에 연재가 시작되었군요)
가장 중요한 테마인 "구 일본군이 숨긴 금괴"라는 것에서 부터 주인공이 살인범으로 몰려 도주하는 과정, 금괴를 둘러싸고 일본 야쿠자와 미국 정부가 충돌한다는 기둥 줄거리에서부터 하드한 액션장면의 묘사, 그리고 산에서 만나는 조력자 등 세세한 부분까지 유사합니다. 제임스 리라는 킬러의 출생 비밀 또한 "낯선 시간 속으로"의 주인공 니시나 소오스케처럼 전쟁때 강간당한 어머니가 있고 혼란 와중에 자라게 되었다는 점까지 똑같아요.

물론 "낯선 시간 속으로"에서는 금괴 수송에 수송기가 사용되었고 은닉한 금괴가 눈사태에 매몰되지만 이 작품에서는 수송에 화물선이 사용되었다는 점, 은닉 금괴가 수장되는 등의 차이점은 있습니다. 나름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 그리고 그 직후의 국내 상황을 적절히 이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는 국내 특화된 부분도 있고요. 그러나 워낙 기둥 줄거리가 유사해서 의구심이 자꾸 생기네요.

게다가 각 인물들의 과거에 대한 설정이 장황해서 쓸데없이 길고 혼란스럽기까지 합니다. 이야기에서도 불필요한 인물이 너무 많이 등장해서 짜증나고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트럭 운전수 동하지만 장세호 경감과 FBI 요원 채수현의 비중도 적지 않은 편인데 채수현은 왜 등장하는지 알 수도 없고 그녀가 중심이 되는 킬러 제임스 리 수사 역시 이야기를 흐리기만 할 뿐입니다. 그나마도 등장 횟수와 비중에 비한다면 너무나 쉽게, 허무하게 끝나버려서 황당할 정도죠.

결말도 배드 엔딩에다가 별다른 극적 해결을 제시하지 못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구태여 비교한다면 "낯선 시간 속으로"는 별다른 주변 이야기 없이 우직하게 주인공 니시나 소오스께의 행동과 활약에만 촛점을 맞추고 있어서 이야기 자체는 무척 깔끔한 편인데 전 깔끔한게 훨씬 좋았습니다.

분명 재미있을 것 같은 소재이고 우리의 역사의 한토막을 접목시켜 뭔가 이야기를 만들어보려 한 노력은 평가할만 합니다. 작품 자체도 재미만 따진다면 일정 수준은 되고요. 그러나 앞서 말한대로 표절에 대한 의구심이 강하게 들어 도저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전에 소개했던 "추리소설 필독서 16선"에 실려있던 탓에 사 보았는데 전혀 이해가 좀 안되네요. 보다 뛰어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 많은데 왜 이 작품이 당당하게 실려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고려원 한국 미스터리 컬렉션에 있는 작품 중에서도 "저린 손끝"이나 "돛배를 찾아서"가 한단계 높은 작품입니다.

PS : 제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니 만큼 표절에 대한 어떤 논란도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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