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의 심판 - 엘모어 레오나드 지음, 김명렬 옮김/고려원(고려원미디어) |
법정에서 자기 마음대로 범죄자들에게 형을 구형하는 판사 보브 기브스는 60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자를 무척 밝히는 노인.
그는 송사리 범죄자 데일 크로 주니어를 담당하는 보호 관찰관 캐시 베이커에게 눈독을 들여 수작을 걸기 시작한 뒤, 자신이 완다라는 노예소녀에 빙의되어있다고 생각하는 아내 레이느를 귀찮게 여기고 쫓아낼 것을 계획한다. 계획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악어에 대한 트라우마를 이용하는 것으로 밀렵꾼 디키 캠포에게 악어를 자기의 집에 몰래 갔다 놓아줄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디키 캠포가 가져다 놓은 악어가 너무 거대하고 사나운 나머지, 오히려 그가 형을 선고한 악당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 오게 된다.
한편 보브 기브스에게 중형을 선고받은 악덕 마약중독자이자 변태인 의사 토미는 데일 크로 주니어의 삼촌인 앨빈에게 개인적 복수를 위해 보브 기브스를 죽이면 5만달러를 줄 것을 제의하고, 앨빈은 제의를 받아들여 토미의 차와 권총, 돈을 이용하면서 서서히 폭주하기 시작한다....
저에게는 지루함으로밖에는 기억되지 않는 작가 엘모어 레오나드의 장편. 아주 예전에 구입했지만 작가가 취향이 아닌지라 그동안 미루어 오다가 읽게 되었는데... 역시나 생각대로더군요. 예전에 읽었던 "마지막 모험"은 그나마 꼬아놓은 이야기구조나 캐릭터 설정이 흥미진진해서 나름 수확도 있었지만 이 작품은 정말 별로였습니다.
초반은 원제이기까지 한, 최고형량을 집행하는 호색한 판사 맥시멈 밥 - 보브 기브스와 그가 찜한 미인 보호 관찰관 캐시 베이커와의 이야기가 중심인데, 중반 이후부터는 편집광적인 살인범 엘빈 크로가 주인공으로 바뀝니다. 내용도 크로의 심리 묘사와 무차별적인 비인간적 연쇄살인 행각 중심이고요. 이렇게 앞-뒤가 달라 무척 혼란스러울 뿐 아니라, 등장인물도 비중있는 캐릭터가 너무 많아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조금씩 연관되는 인물들과 사건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 몇개를 뒤섞어 하나의 소설이 나온 듯 한데 영화라면 꽤나 흥미로운 구성이었을것 같으며 작가 자신도 "펄프픽션" 같은 비슷한 영화에서 모티브를 많이 얻은 듯 하지만 불행히도 소설로 잘 구현된 것 같지는 않네요.
한마디로 추리물이라고 하기에는 이야기 자체가 빈약하고 사건도 별다를 것이 없으며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이야기가 너무 혼란스러운 어정쩡한 작품이에요.
그래도 아주 건질게 없는건 아닙니다. 특유의 뒷골목 짜투리 범죄자들의 디테일과 숨이 막힐것 같은 갑갑한 소도시의 분위기는 잘 살아 있는 편입니다. 무엇보다도 본능으로만 움직이는 즉흥적인 범죄자 앨빈 크로 캐릭터가 아주 흥미롭고 압도적이에요. 작가가 뒷골목 생활 경험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범죄자들과 범죄에 관한 묘사도 대단한 수준이고요.
허나 이 정도로 점수를 주기는 어렵군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너무 많은 인물들을 동원해서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한 욕심이 지나쳐서 오히려 많은 것을 놓쳐버린 작품인데 과유불급이라는 격언을 되새겨 다음 작품에서는 보다 밀도있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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