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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9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친 책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친 책은 이것!

포스팅꺼리가 없어서 요새 블로깅이 좀 시들했는데 밸리에서 괜찮은 주제를 보고 몇자 적게 되네요.

제 인생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했던 책은 사실 없지만, 만약 있다면 성문 종합영어와 수학의 정석이겠지만 (^^;) 그래도 아직도 기억에 남고 생각날때마다 인용하는 책은

1. 김용 - 영웅문, 소오강호
2. 무라카미 하루키 - 노르웨이의 숲
3. 코넌 도일 - 홈즈 시리즈

입니다.

김용은 웅대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하루키는 달콤하고 말랑말랑하면서 허무적인 무언가를, 마지막으로 도일의 홈즈는 추리라는 세계를 저에게 전해 준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것만은 아닌게 김용 덕분에 지구가 나를 중심으로 도는게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져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 신경쓰지 않고 살게 되었고, 하루키 덕분에 대학 시절은 대충대충 술로 나날을 보내고 비슷한 일본 문학에 빠져 살았었고, 도일 덕분에 추리 소설 사는 취미가 생겨 버리더군요. 뭐 작가들이 전해주고 싶은건 이런건 아니었겠지만.

다른 분들은 어떤 책들에 영향을 받았을지 궁금하네요.

2007/01/28

라디오 스타 (2006) - 이준익

 작년에 개봉해서 조용히 화제를 모았던 영화죠. 어제 DVD를 빌려 보고 좀 늦었지만 몇자 적습니다. 줄거리야 다 아실테니 생략하고요.


한물간 스타의 재기관련 스토리는 스포츠물이건 연예물이건 굉장히 흔한 이야기죠. 스포츠물에 좀 많긴 하지만, 어쨌건 이 작품은 왕년의 인기스타 롹 가수가 길고긴 침체를 끝내고 우여곡절끝에 다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 "쯤" 되겠습니다. 왜 "쯤" 이냐 하면 결국 대박을 치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성공한 것도 아니고 "노래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다시 드는 것으로 묘사되지도 않고 단지 인간적으로 아주 약간 성장한다... 정도로 이야기가 마무리되거든요. 하긴 요사이의 음반시장 불황, 거기에 심신이나 이범학같은 가수가 재기한다고 발버둥쳐도 가볍게 무시되는 상황에서 뭐 소박하게 지방 방송 DJ를 하다가 전국 방송을 탄다는 이야기 정도라면야 현실적이고 리얼하긴 하지만, 그만큼 극의 극적 긴장감도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겠죠.

그래서 뭔가 화려하거나 큰 흐름을 지니지 못하는 대신 영화는 소박하고 조용하게 전개되는데 외려 이게 최선의 선택! 저는 취향이 이렇게 잔잔한 쪽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지만 인간미 넘치는 소도시 강원도 영월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그리고 완전히 영월에 포커스가 맞춰진 로컬 베이스 방송이라는 설정이 영화와 기막하게 맞아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죠. 물론 등장하는 꽃집 총각이나 고스톱 치는 할머니들 에피소드같이 작위적인 부분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극에서 그렇게 튀지 않고 무리없이 흘러가고 있으며 영화의 유일한 돌출요소인 영월 유일의 롹 밴드 이스트리버 (노브레인)의 과장된 설정도 잘 융합되어 재미를 주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본 분들 누구나 지적하는 배우의 앙상블이 상당히 좋아서 영화를 한층 업그레이드 해 줍니다. 투캅스 이후 환상의 컴비를 다시 보여주는 안성기-박중훈 조합이 바로 그것인데요. 박중훈의 최곤 연기는 그 스스로도 한때 흥행 정상의 배우에서 실패를 많이 맛본지라 88년 가수왕 출신이지만 지금은 몰락한 롹가수 최곤에 잘 몰입하여 연기를 이끌어 내고 있다고 생각되며, 안성기의 매니저 연기는 사실 오버가 심했지만 극이 흘러가면서 그러한 오버가 설정과 잘 맞아 떨어집니다. 누구나 지적하는 김밥 먹는 장면에서의 연기는 정말 최고였고요. 다른 배우들이라면 클로즈업으로 펑펑 우는 장면을 보여주었을텐데 관록과 캐릭터 몰입으로 하염없이 김밥만 우물거리는 연기는 대단했습니다. 이 영화로 공동 주연상도 수상한 것으로 아는데 충분히 탈 만 하더군요. 앞서 말한 노브레인의 오버와 임팩트 있는 연기를 보여주던 가수 김장훈씨도 괜찮았고요.

하지만 이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것 처럼 뭔가 대단한 성공이나 극적 긴장감을 이끌어 내는 무언가가 필요했을텐데 그러한 요소가 거의 없고, 그래서 영화는 괜찮지만 너무 평이하고 담백한 느낌을 줍니다. 거의 야오이 커플과 맞먹는 가수와 매니저의 관계 때문에 로맨스 한건 없는 것 역시 흥행에 감점 요소였고요. 뭔가 한건 해줄것 같았던 여성 PD 캐릭터가 극중 등장 분량과 몇몇 에피소드에 비해 결국 하는게 하나도 없는 것은 솔직히 저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차라리 영월 지역 에피소드를 더 보여주는 것이 나았을텐데 말이죠.

영화는 크게 대박이 나진 못하고 배우들을 제외한다면 전체적으로 소박하고 소품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지만 저는 재미나게 본 영화입니다. 몇가지 아쉬움은 있지만 요새 영화 트렌드와 다른 잔잔함이 좋았거든요. 취향이 저와 비슷하시다면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007/01/26

카나리아 살인사건 상/하 - 반 다인 / 전윤경 : 자유 추리 문고 24~25 : 별점 2.5점

 

카나리아 살인사건
S.S. 반 다인 지음, 안동민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카나리아라는 별명으로 더욱 잘 알려진 브로드웨이의 무희 마거리트 오델이 교살된 시체로 발견된다. 지방검사 매컴의 요청으로 사건 수사에 협력하기로 한 파일로 번스는 친구인 변호사 반 다인과 함께 사건 현장으로 출발하여 사건 현장과 여러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를 확인한다. 사건 현장에 남겨진 보석 상자의 흔적으로 전문 절도범인 "멋장이" 토니 스킬의 절도가 의심되나 그의 알리바이를 경찰은 깨트리지 못하고, 오히려 그마저도 살해당한 뒤 사건은 교착상태에 빠진다. 그러나 파일로 번스는 애초부터 다른 인물에 혐의를 두고 스스로의 직감과 심리학적 분석으로 진범을 파악한 뒤 알리바이를 벗겨내는데 성공한다.


반 다인의 파일로 번스 시리즈 두번째 작품입니다. 원체 제가 잘난척 하는 탐정을 좋아하지 않아 그동안 읽지 않은 장편이기도 하죠. 저번 자유 추리 문고 구입 Rush에 편승하여 구입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읽고난 감상은 역시 파일로 번스는 제 취향이 아니라는 것. 그래도 제가 읽은 시리즈, "벤슨" "승정" "가든" 중에서는 "승정 살인사건" 다음으로 꼽을 만한 괜찮은 요소가 많이 있어서 나름 재미나게 읽긴 했습니다.

특징은 파일로 번스의 이른바 "심리학적 분석"이 굉장히 중요하게 쓰인다는 점입니다. 특히 포커 승부를 통해 그 사람의 본질을 파악한다는 것이 꽤 참신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사실 그다지 와 닿지는 않았지만 카이지나 타짜 느낌이 약간 묻어나는, 나름 원조격 느낌을 전해주더군요.

그러나 가장 중요한 트릭인 알리바이 트릭은 솔직히 기대 이하였습니다. 경찰의 현장 수사 부족으로 성립되는 트릭이라 무척이나 실망스러워요. 또한 당시 상황에서는 그런대로 과학적인, 이치에 합당한 트릭으로 쓰일 수 있었을지 모르나 지금 읽기에는 상황이 너무 부실하고 증거가 너무 결정적이라는 단점 때문에 더더욱 수긍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트릭이 성립하기 위한 복선이 지나치게 묘사되는 탓에 범인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역시 단점이고요.
그리고 이 작품에서의 가장 획기적 설정인 "살인 사건 현장에 있던 두사람" 이라는 설정에서 둘 중 한사람이 범인이라고 할 때 둘 중 누가 범인인지를 특정한다는 사실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큰 맹점입니다. 한명이 살해당한다 하더라도 죄값을 받은 것인지, 증거 인멸 차원에서의 범죄인지가 결국은 추리에 의해서만 증명될 뿐이거든요.
이러한 점들 때문에 퍼즐 트릭물로는 많이 부족해 보였어요. 설정은 획기적인데 트릭과 이후 전개가 그에 따르지 못했다 할 수 있겠네요.

아울러 파일로 번스의 장황한 현학적 지식의 나열이나 그에 못지 않는 작가 주석은 그렇지 않아도 긴 작품을 더더욱 짜증나게 합니다. 잘난척도 정도가 있어야지... 화가 날 정도에요. 다양하고 방대한 인용구와 단어들 때문에 번역은 힘들었겠지만 그러한 어려움이 재미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고전 추리물의 걸작이기도 하고 추리사에 나름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걸작 반열에 올리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심리적 분석"이라는 참신한 요소는 굉장히 높이 살 만 하고 몇몇 설정이 돋보이며 재미 역시 그런대로 있는 편이라 고전 추리물 애호가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 하지 않나 싶습니다만... 제가 읽은 바로는 파일로 번스 물은 "승정 살인사건" 만 읽고 넘어가도 될 것 같습니다.

근황 및 파우스트 3호 일부 감상

음.. 요새 너무 바빠서 그런지 책 읽을 시간도 없고 포스팅 할 시간도 별루 없네요. 하루에 한개씩은 해야 할텐데...

그래도 어제 집에 가니 파우스트 3호가 와 있어서 무척이나 반가왔습니다. 기쁜 마음에 "경성 탐정록" 부터 일단 읽어 보게 되었죠.

그런데... 폰트! 가 너무 마음에 안 듭니다. 제대로 읽기 쉽도록 일반 활자체, 명조체를 써 주었으면 하는데 이상한 목각 파임같은 폰트를 써서 영 분위기가 안 살더라고요. 또 1, 2편 두편을 보냈는데 한편만 실린 것은 이해가 안되고요. 그럼 원고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래도 우려했던 이유정씨의 일러스트는 만족스러워서 다행입니다. 만화로만 접했던 이유정씨의 그림은 저희 소설과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았는데 분위기와 톤을 신경써 주셔서인지 작품과도 잘 맞고 느낌도 좋았습니다. 설홍주와 왕도손 캐릭터 묘사가 없어서 아쉽긴 했지만...

그리고 추리 마니아들의 대담, 좌담회 코너를 읽어 보았는데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웹 상에서 익히 보았던 분들 이시더군요. 국내 추리 애호가라면 손에 꼽히실 분들이기에 좌담회 내용도 무척이나 알찬 것 같았습니다. 너무 일본 작품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은 의외였지만요. 예를 들자면 니시오 이신의 "잘린머리 싸이클"이라는 작품이 굉장히 많이 언급되는데 최근 추세와 동향이 그렇다 할 지라도 그렇게나 언급될 작품이었는지는 모르겠네요. 덕분에 별루 관심이 없던 저 조차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이 좌담회를 통해 결국 "설홍주"가 지면으로 나가게 되었으니 참석해서 추천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설홍주가 반응이 좋아서 다음 호에도 나가길 기원하겠습니다. 모두들 좋은 주말 보내시길~^^

2007/01/23

파우스트 3호 발간

파우스트 3호 발간!

아시는 분은 이제 다 아실, 이 블로그와 연관이 깊은 파우스트 코리아 3호가 드디어 발간된다네요. 목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한권 사 볼까 했더니 보내 준다는... 쌩유!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응원(?) 부탁드리며...

2007/01/22

다이혼야 - 도리 미키

 

아키하바라 코미케 폭파 사건 뒤의 근미래, 작은 서점들은 모두 사라지고 거대 서점만 살아남아 거대 조직에서 책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도입된 서기 20XX년, 거대서점중 하나인 문조당에서 개최되는 "세계 잡지전"을 테러리스트들이 노린다는 정보 때문에 서점관리국의 특수 요원인 관리관 시미즈가 파견되고, 그는 서점의 관리 머신 HAL코와 함께 테러리스트들에 맞서 싸운다.

도리미키의 근미래 SF 개그만화입니다. 수백층이라는 과장은 섞여 있지만 폐쇄된 건물 안에서 테러리스트들과 싸운다는 기본 설정은 "다이 하드"의 패러디라고 할 수 있고 거기에 도리 미키가 창작한 근미래관을 접목해서 좀 괴이한 만화가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표지의 조금 Retro 틱한 느낌이 좋아서 구입했는데 실제 내용물은 표지보다는 도리 미키 특유의 굵은 펜선으로 이루어진 거친 그림이라 약간 실망했고 개그도 작가만의 캐릭터 개그가 대부분이라 즐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무슨 상도 탄 도리 미키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는데 제 관점으로는 재미나 개그, SF적인 발상 모두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서점과 테러리스트들의 음모와 반전은 나름 맛이 잘 살아 있으며 도리 미키의 특기이기도 한 패러디는 곳곳에서 빛을 발합니다. 또한 광대한 네트워크의 발달과 지구 산림 자원의 부족으로 서점법이 생겨 출판사와 서점을 관리한다는 설정이 제법 괜찮더군요. 지금 봐도 먹힌다 싶을 정도로 아이디어 하나는 정말 기발했습니다.

스토리도 장황한 패러디와 개그의 연속때문에 계속 옆길로 새면서도 기어이 끝을 내기는 해서 그럭저럭 볼만하다고는 할 수 있겠네요. 속편이 있긴 하다는데 보게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저는 그런대로 재미나게 읽은 작품입니다.

2007/01/20

NDSL Get!

정확하게는 회사 물품이지만.. 어쨌건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소프트는 단 하나 "매일 매일 두뇌 트레이닝"

하루 플레이 해 본 소감은 역시 대단한 아이디어의 기기라는 생각입니다. UI 기획자로서 많은 자극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단, 새롭게 알아낸 사실은 제 뇌 연령이 40세라는 것....

2007/01/19

이 미스테리가 굉장해! 2007년판 - 독자 투표를 통한 진정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 순위

2005년 판에 이어 1년 건너뛰고 포스팅합니다.

국내판, 즉 일본 창작물 1위는 생전 처음 보는 호러 전문 작가의 단편집인 "독백하는 유니버셜 가로 멜가톨"이고, 해외 1위는 로리 린 드라몬드라는 여성 작가의 "당신에게 불리한 증거로 한다"라는 중단편집으로 이번 시즌에는 단편집이 많네요. 작년 부터의 유행이었다는데 단편 팬인 저같은 독자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기도 합니다.

일단 국내판 목록을 살펴보면 오랫만에 돌아온 신쥬쿠 상어가 눈에 띄고 오츠 이치와 노리즈키 린타로의 쥬브나일 쟝르라 하는 아동용 "미스터리 랜드"라는 브랜드를 달고 나온 책 두권,  "총과 쵸콜렛"과 "괴도 그리핀 절체 절명"이라는 책이 관심이 가네요. 아동용 괴도물이라고 하는데 쉽고 유쾌하게 읽을 거리가 요새 땡기기에 한번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판매 순위로는 교코쿠 나츠히코, 이사카 고타로, 오사와 아리마사,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모리 히로시의 이름이 올라와 있지만 교코쿠와 이사카, 미야베, 모리 히로시는 작품 자체는 별로인지 언급이 별로 없군요.

해외판에서는 2위를 차지한 제프리 디버의 첫 단편집 "크리스마스 프레젠트"와 아담 파우어라는 작가의 스릴러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하다라는 장편이 굉장히 기대가 되며 신쥬쿠 상어처럼 간만에 보는 해리 보슈 시리즈 신작 "천사와 죄의 거리"도 반갑네요. 또 데이비드 알렉산더라는 단편집 붐에 힘입어 새롭게 발굴된 작가의 단편집 "교수인 1다스"라는 책 역시 구해보고 싶고요.

기존 시즌과 같이 작가들 인터뷰 역시 풍성한데 이번에는 신쥬쿠 상어의 오사와 아리마사 인터뷰가 인상적입니다. 전체적인 평이 이번에 발표한 신쥬쿠 상어 시리즈 "랑화"를 굉장히 높이 쳐 주고 있는데 확실히 괜찮긴 한가 보더군요. 신쥬쿠 상어 자체는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만...

또 다른 시즌과는 달리 내년의 20주년 기념을 위한 복면 좌담회, 과거 18년 동안의 베스트를 뽑는 게스트들의 좌담회가 특히 좋았습니다. 해당 목록은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내년의 20주년 기념호는 꼭 사봐야 겠더군요. 독자 투표를 통해 20주년 기념호에서 독자가 선정한 진정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뽑는다니 말입니다.

마지막의 "바가미스 (바보미스)" 베스트는 역시나 폭소! 얼마전 읽었던 황당 개그만화 아사리 요시토오의 "소녀탐정 가네다 하지메의 사건부"가 만화부분 베스트로 당당히 선정되어 있기에 다른 책들도 얼마나 황당한지 읽어보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하여간 역시 추리 강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 만큼 풍성하고 알찬 기획서라 생각됩니다. "국내판"이라는 챕터가 따로 존재하며 그 안에 포함되는 작품의 수가 어마어마 하다는 것이 가장 부러운 일이고요. 우리나라도 빨리 추리 강국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사항이 다시금 생깁니다.

국내판 :

1. 신쥬쿠 상어 - 오사와 아리마사
2. 화차 - 미야베 미유키
3. 망량의 상자 - 교코쿠 나츠히코
4. 백야행 - 히가시노 게이코
5. 하늘을 나는 말 - 기타무라 카오루
6. 마크스의 산 - 다카무라 카오루
7.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 야마구치 마사야
8. 동기 - 요코야마 히데오
9. 베를린 비행지령 - 사사키 조 (국내 미출간)
10. 쌍두의 악마 - 아리스가와 아리스 / 화이트 아웃 - 신보 유이치

해외판 :

1. 양들의 침묵 - 토마스 해리스
2. 장미의 이름 - 움베르토 에코
3. 본 콜렉터 - 제프리 디버
4. 무죄추정 - 스콧 터로우
5. 밤의 기억 - 토머스 H 쿡
6. A Dance at the Slaughterhouse - 로렌스 블록 (국내 미출간)
7. A Cool Breeze on the Underground - 돈 윈슬로우 (국내 미출간)
8. 블랙 아이스 - 마이클 코넬리
9. 블랙 달리아 - 제임스 엘로이
10. 소년시대 - 로버트 매캐먼 / eleven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국내 미출간)

2007/01/16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A Brighter Summer Day, 1991) - 양덕창

60년대 대만의 한 남녀공학 중학교, 학생들 중 몇몇은 불량 써클을 만들어서 밤이면 패싸움을 하면서 깡패처럼 영역 다툼도 하고 팝가수가 되는 꿈도 꾸면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아이스크림 집에서 부르기도 한다. 14살 된 소년 샤우스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낙천주의자. 하지만 주간학교에 떨어져서 야간학교에 다니게 된 샤우스는 그 곳에서 소공원파의 일원인 친구들도 사귀고 양호실에서 닝이라는 여학생도 만나 애틋한 감정을 키워나가나 닝은 얼마 전에 상대 두목을 죽이고 남부로 도망친 소공원파 두목 하니의 연인이었다.

한편 샤우스는 살인을 하고 전학온 장군의 아들 샤우 마와 친하게 된다. 그러다가 같은 반의 슬라이가 소공원파를 배신하고 다른 패에 붙게 되는데 하니가 돌아와서 그들을 응징하려다 술수에 말려 그만 트럭에 치며 죽고 만다. 소공원파는 하니의 복수를 위해서 피의 응징을 감행한다. 그러나 샤우스는 닝과 사랑을 하게 되지만 그것때문에 학교에서 퇴학처분을 받게 된다. 닝은 마의 집에서 같이 살게돼 둘이 데이트를 한다는 소문이 들리게 되자 샤우스는 칼을 차고 가서 마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그러나 마가 결투를 거절하자 샤우스는 닝을 기다리고 두사람은 얘기를 나누다가 세상의 무엇도 나를 바꾸게 할 수 없다고 울먹이면서 닝을 찌르고 만다. 닝을 끌어안고 우는 샤우스.

얼마 후 가수 켓이 자기가 녹음한 테잎을 감옥에 있는 샤우스에게 주도록 간수에게 부탁하나 간수는 테잎을 쓰레기 통에 버린다. 샤우스의 아버지 장준은 공산당 간첩혐의로 비밀경찰에 체포가 되고 온갖 고초를 겪은 뒤 풀려난다. 하지만 고문 후유증으로 심한 신경증에 시달린다. (출처 네이버)

1992년, 제가 대학 1학년일때 신촌에 있는 녹색극장에서 시사회로 보았던 영화입니다.

국내에는 장첸의 데뷰작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거장 양덕창의 대표작으로 보는 것이 맞겠죠.

15년이나 전에 본 영화라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네이버에서 찾아서 스토리를 읽어보니 확실히 저런 이야기였던 것 같네요. 어떻게 보면 너무 뻔하고, 길고 복잡해 보이기만 하지만 영화에서는 등장인물들의 당시 생각과 정서에 공감할 수 있게끔 효과적으로 표현해서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상영시간도 무척 길었었는데 정말 몰입해서 봤었습니다.

그리고 화면에 드러나는 장면들이 정말 기막혔습니다. 지금 기억에도 조명과 촬영이 너무나 빼어났었다고 생각되네요. 영화를 볼 당시에도 "빛"을 너무나 효과적으로 이용한 화면에 감탄하면서 보았었죠. 1960년대를 배경으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가 전편에 흐르는데 음악 역시 너무나 좋았었고요. 영화에도 직접 등장하던 대만 소년의 가성이 돋보이는 "Why"가 그중 백미였죠. 엘비스 노래는 아니었지만.

국내에 정식 개봉도, 소개된 적 없고 O.S.T와 소설로만 잠깐 발매되고 말았지만 제 기억에 너무나 선명하게 남아있는 영화입니다.

같이 시사회를 보러갔던 친구는 결혼해서 아들도 있을 정도로 시간이 많이 흘렀기에 지금보면 어떨지 모르지만, 메텔의 말대로 "청춘의 환영"일지도 모르지만 오늘 우연히 "Why"라는 곡을 듣고 꼭 한번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몇자 적습니다. DVD로 출시되면 좋을텐데...

2007/01/15

미라이의 따뜻"한컵" - 마시마 에츠야

 みらいのあったかカップ


미라이는 9세. 엄마는 하늘나라에, 하지만 미라이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빠와 함께 지내기에 매일매일이 항상 따뜻합니다.

전에 적었던 "내 여친은 고양이"의 작가 마시마 에츠야의 작품입니다. 저희 형이 이번에 일본 출장 갔다오면서 사 가지고 온 책이죠. 거두절미하고 4컷 스토리 개그 만화와 착한 만화, 귀여운 만화를 좋아한다면 꼭 봐야할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전작 "치토세 겟츄!"와 같이 4컷 스토리 개그만화의 포맷, 그리고 마찬가지로 초등학생이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차이점이라면 천방지축 말괄량이 치토세와는 달리 미라이양은 너무나 얌전하고 현모양처같은 아가씨라는 것이죠. 또 비교적 최근 작품이라 그런지 그림과 스타일이 안정되어 있습니다. 아즈망가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한 그림체이지만 너무 귀여워요!

개그만화이기에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커피를 못 끓인다던가, 동물옷 입기를 좋아한다던가 하는 약간 비현실적인 설정을 도입하고 있지만, 비슷한 설정의 "PaPa Told Me"처럼 슈퍼 초등학생이 등장하는 등의 오버 없이 부드럽고 따뜻하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이 너무나 마음에 듭니다. 물론 개그적인 요소도 충분해서 보는 내내 즐겁게 읽을 수 있었고요.

그동안 여러 만화를 보아 왔지만 이러한 "착한 만화"가 요새는 제일 좋더군요. 거기에 귀엽기까지 하니 더할 나위 없습니다. 책도 굉장히 이쁘게 나왔고요. 우리나라에 번역될 정도로 인기있는 작가 같지는 않지만 이 작품만큼은 번역되었으면 하네요. 한권 완결이라 부담도 없거든요.

2007/01/14

묵공 (墨攻: Battle Of Wits, 2006) - 장지량

 


2007년도 들어 처음 본 영화같군요. 어둠의 경로를 통해 구해 보았습니다. 자랑할 건 아니지만 영 땡기지가 않아서... 원작 만화를 보긴 했지만 만화도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누구나 이야기하는 아스트랄(?)한 결말은 둘째치고라도 양성 사수 이후의 이야기는 너무 사족이 심하다고 보여져서요. 그래서 가장 완성도 있던 에피소드인 양성 사수 이야기를 가지고 영화를 만든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그 결과물 역시 생각만큼의 스케일, 생각만큼의 이야기 구조를 지닌채 완결되었다고 보여지는군요. 묵가의 혁리와 조나라 장수 항엄중의 대결 구조가 이 스토리의 핵심인 만큼 그런대로 이야기 줄기는 잘 잡아서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화는 만화이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겠지만, 영화는 만화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는 못했습니다. 평민출신 자단을 장군으로 발탁하는 이야기는 원작의 평범한 백성이 양성 사수의 핵심이 되는 이야기보다 설득력도 떨어질 뿐더러 평범한 백성이 전쟁과 평화에 대해 자각을 갖게 된다는 주제를 전혀 표현하지 못하거든요. 그리고 억지로 끼워 맞춘 여성 캐릭터 일열은 만화에서의 혁리 캐릭터와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존재라 빼는 것이 나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불필요한 캐릭터들을 배치시키는 것 보다는 차라리 원작처럼 정말로 쪼끄만 성에서 백성들과 똘똘뭉쳐 사수전을 진행하는 것이 훨~씬 좋았을 것 같아요. 더 리얼할 것 같기도 하고요.

또한 만화를 보신 분들이 기대하셨을 혁리와 항엄중의 두뇌싸움이라던가 수성 방법의 논리적인 부분 같은 것 역시 거의 건너뛰고 있고, 특히 주인공이자 가장 핵심적인 캐릭터인 혁리의 영웅성만 강조될 뿐 민초들을 규합하는 부분이나 묵가의 사상을 전파하는 것에 대한 설득력이 무지하게 떨어져서 영화 내내 전쟁을 부정하지만 결국 전쟁영웅에 머무르는 평면적인 캐릭터로 전락해 버린 것이 제일 아쉽더군요. 마지막 부분에서 모략이 오가는 것은 좋았지만 외려 영화의 주제의식을 떨어트릴 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실망했던 것은 영화의 스케일이었습니다. 조나라의 십만 대군이 쳐들어 오는 거대한 스케일은 한 5분 나오고 결국 조나라 결사대 천명만 남는 것이 주요 전개가 된다는 것, 한마디로 말해 스케일이 100분의 1로 주는 전개가 만화와는 다르게 너무 급작스럽게 이루어 지기 때문에 뭔가 좀 스펙터클한것을 기대했지만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군요. 정말 예고편에 나온 것이 스펙터클의 전부인거 같아요.

어차피 어둠의 경로로 본 것이라 군말하기 어렵지만 솔직히 극장에서 보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할 수 있는 영화라고 밖에는 말 못하겠네요. 두뇌싸움이나, 깊이있는 주제의식이나, 아니면 스케일이던가 하나의 꼭지만 확실히 보여 주었어도 더 완성도 높은 영화가 되었을텐데 말이죠.

아울러 합작 영화답게 국내 배우들의 얼굴을 보는 것도 관심거리였는데 안성기씨의 항엄중 역할은 실미도의 연기를 그대로 보여주긴 하지만 (특히 마지막 장면은 "날 쏘고 가라" 그대로더군요) 그런대로 무난했다 보여집니다. 그리고 슈퍼 주니어라던가? 최시원이라는 친구가 연기한 양왕 아들 양적은 스티븐 시걸의 연기, 즉 표정이 어떤 장면에서도 절대 바뀌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지만 성우 더빙 덕인지 그런대로 볼만 했었습니다.

2007/01/13

미노타우로스의 접시 - 후지코 F 후지오

 ミノタウロスの皿


도라에몽의 작가 후지코 F 후지오의 단편집입니다. 단편집의 제명이기도 한 단편이 특히 유명하지요. 작년, 아니 재작년 일본 여행에서 우연찮게 구입한 문고본인데 늦게나마 짤막하게 포스팅 합니다.

전반적으로 SF 성향이 강한 단편집으로 특유의 코믹한 성향의 작품은 물론이고 특기라 할 수 있는 타임 패러독스물, 그리고 진지한 의문을 던지는 작품들도 실려 있는 등 작품들이 워낙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어서 작가의 새로운 면모를 본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물론 그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작품의 수준이 높습니다. 단편에서도 거장의 풍모를 보여준달까요? 깔끔한 그림체는 역시나 마음에 들고요. 가끔 진지한 6등신 캐릭터가 나오는 작풍도 인물들이 6등신이고 조금 얼굴묘사가 디테일하긴 하지만 그림체는 그대로인 조금 깨는 스타일인데 그런대로 좋더군요.

코믹 계열로는 현대인의 황폐한 마음을 달래는 이색 상품과 타임 패러독스를 이용한 판매법이 등장하는 경쾌한 작품인 "오야지 록", 국내에도 뉴스로 알려졌던 "달 분양"같은 가쉽성 소재를 가지고 작금의 주택난을 연상케 하는 상황에 대입하여 코믹하게 표현한 "3만3천평" 진지한 계열로는 인구증가때문에 식량배급제가 실시되는 80년대를 무대로 하여 비정한 사회를 비꼬듯 표현한 "솎아내기", 식문화의 차이라는 작은 설정을 가지고 우리들이 문화의 차이로 인해 저지르는 각종 오류를 통렬하게 풍자하는 "미노타우로스의 접시"가 무척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고, 이색작으로는 독선적인 작가와 그에게 복종하듯 길들여진 아내가 등장하여 추리적 성향을 가지고 진행되는 블랙 코미디 "쓰러진 나무뿌리", 그리고 히트작 오바Q를 극화형식으로 주인공들이 청년이 된 시대를 그린 "극화 오바Q"가 있습니다. 물론 그밖의 작품들도 괜찮은 수준입니다.

국내에도 번역된다면 좋겠지만 너무 마이너 취향이라 아마 힘들겠죠? 하지만 이 단편집 같은 대중적 히트작이 아니더라도 예전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 시절에 접했던 히트작이라도 제대로 된 번역으로 다시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살짝 생기네요. 개인적으로 재간되었으면 하는 것은 "기테레쓰 대백과"와 "에스퍼 마미" 입니다. 특유의 귀엽고 둥글둥글한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이야기들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으니까요. (빠-망. 21에몽도 좋아합니다만)

핑거스미스 (Finger Smith) - 세라 워터스 / 최용준 : 별점 2점

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열린책들

장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입스씨와 석스비 부인에 의해 양육된 사영수의 딸 수전 트린더는 입스씨와 친분이 있는 건달 "젠틀먼" 리버스의 계획, 즉 부유하지만 삼촌에게 얽매여 사는 세상 물정 모르는 처녀를 꼬셔 결혼한 뒤 유산을 가로챈다는 계획에 협조하기 위해 모드라는 처녀의 하녀로 임시 고용되어 "브라이어"라는 저택으로 향한다.

음란서생 삼촌에게 기계처럼 양육되며 고독한 생활을 보내던 모드와 친분을 쌓으며 연민의 정을 키워나가던 수전은 그녀를 사랑하는 감정까지 들 정도로 깊이 빠지지만 3천파운드라는 거금 때문에 모드와 결혼한 뒤 그녀를 정신병원에 집어 넣는다는 리버스의 계획에 협력하여 그녀가 리버스와 결혼하는 것을 돕게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빅토리아 시대를 무대로 한 레즈비언 소설" 정도로만 알려져 있는 것 같은데 2005년판 "이 미스터리가 굉장해!"의 해외판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추리계에서 유명한 작품이죠.

읽고나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정말로 두꺼운 책이라는 것. 즉 대 장편이라는 것이 제일 인상적이었습니다. 판형은 작지만 페이지는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거든요. 이렇게 긴 이유는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과 브라이어, 정신병원 등의 배경은 물론 등장인물들의 옷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묘사한 것에 더하여 주인공들의 심리묘사가 엄청나게 장황한 탓이 큽니다. 여성 작가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심리묘사가 책의 반을 차지한다 싶을 정도로 디테일하더군요. 디테일이 지나쳐서 나오는 인물들이 다 미친것 처럼 보일 정도니까요. 뭐 실제로 미친 애들도 있고.
읽기가 쉽지는 않은 분량이라 3개로 나누어진 - 수전 트리더, 즉 수의 1인칭 시점으로 쓰여지는 1부, 그리고 모드의 시점으로 쓰여지는 2부, 다시 수의 1인칭으로 돌아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3부 - 이야기를 각각 3권의 책으로 분책하여 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무겁고 길기에 들고 다니면서 읽은 제 자신이 대견스럽기까지 하네요.

그러나 길이에 비한다면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고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재미는 물론이고 빅토리아 시대의 하층 계급들과 음란서생(?)등 성적인 요소를 등장시키면서도 싸구려스럽지 않고 나름의 품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시기에 대해 방대한 묘사를 통한 자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칠 정도로 추리물의 궤도에서는 꽤 많이 빗나가 있다는 것이 좀 아쉽더군요. 물론 뻔한 사기극으로 전개되다가 충격적으로 터지는 1부 마지막의 반전은 정말 효과적이었고, 2부에서 밝혀지는 1부와의 연관성도 굉장히 흥미로운 설정이기는 해요. 그러나 추리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앞서 말한 핑거포스트와는 달리 별다른 단서도, 복선도 없고 "고백"에 의존하는 전개이기 때문이며 진상 그 자체도 그리 복잡하거나 뒤틀린 구조는 아니었거든요. 또한 진상 자체가 워낙 고전적 설정이기에 1부 이후에는 크게 충격적이지도 않았고요.
그나마 1부와 2부는 나름 추리물의 구조를 지니지만 3부는 소설의 마무리를 위해서만 존재하기에 전혀 추리물스럽지 않습니다. 아울러 나름 해피엔딩을 좋아하긴 하나 이 작품의 대단원은 별로 작품에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됩니다.

결론내리자면 꽤 재미있고 가치도 있지만 제 취향은 절대 아닌 작품이었어요. 레즈비언 코드는 제껴놓더라도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작품은 추리물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나름의 가치는 충분하나 자료 조사 목적이 아니라면 두번 읽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토대로 제작했다는 TV 시리즈는 꽤 관심이 가는군요. 영상으로라면 무척 화려하리라 생각됩니다. 

2007/01/10

칼 립켄 주니어, 명예의 전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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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켄 선수가 은퇴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세월 참 빠르네요. 벌써 5년이 지났나요?

어쨌건 MLB에 별 관심없는 분들도 박찬호 선수의 올스타전 등판 경기에서 박찬호 선수에게서 홈런을 쳐내고 올스타전 MVP까지 획득하는 칼 립켄 주니어 선수의 모습은 기억하시리라 생각됩니다.

한 팀에서만 야구 인생을 보내며 다른 FA들 보다는 적은 돈을 받았지만 그 누구 못지 않았던 멋진 은퇴식 (아직도 기억나는 관객들과의 악수와 하이파이브!)과 명예, 그리고 향후 그 누구도 깨트리기 힘들 불멸의 대 기록을 세웠으니 정말로 화려한 야구인생을 보낸 선수가 아니었나 싶네요.

정말이지 이 선수를 보면서 느끼는 것 두가지가 있다면 하나는 자기 자신이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의리를 지킬줄 알아야 한다는 것인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철인" 최태원 선수의 연속 출장 기록은 상당부분 감독의 배려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본다면 더욱 그러하지요.(물론 최태원 선수도 대단한 선수이고 존경하는 선수입니다만)

하여간 칼 립켄 주니어 선수의 HOF 입성을 축하하며! 몇자 적어 봅니다. 뭔가 제가 알고 있던 한 시대가 저무는 것 같아 섭섭하기도 하지만,  You're my Hero!

2007/01/09

구보씨와 더불어 경성을 가다 - 조이담 | 박태원

 

구보씨와 더불어 경성을 가다
조이담.박태원 지음/바람구두

1, 2부로 나뉘어져 있는 책으로 구보씨로 유명한 박태원의 1934년까지의 일대기를 당시 시각으로 묘사하여 조이담씨가 저술한 것이 1부고, 2부는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을 싣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구보씨가 씨네 21에 영화 칼럼을 연재하는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기에 소설로 원래 존재하던 인물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렇게 무식할 수가...

그러나 씨네 21에 영화 칼럼을 연재했던 사람보다도 궁금하지 않던 인물인 박태원씨의 1934년까지의 일대기는 예상대로 크게 재미있지도, 드라마틱하지도 않더군요. 어딘가 드라마나 소설에서 많이 보아왔던 이야기 같았거든요. 구보씨 이야기 역시 지금 읽기에는 너무 오래되었고 말이죠. 즉 1, 2부 모두 소설로만 본다면 크게 추천할 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재미만 놓고 본다면 "소설가 구보씨의 영화구경" 이라는 예전 씨네 21 칼럼 모음집이 훨~씬 재미있었죠.

하지만 이책의 장점은 박태원의 일대기도 아니고 구보씨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 책은 어마어마한 사전 조사와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일제 강점기 당시의 경성을 손에 닿을 듯 묘사하고 있는 것이 최대의 강점이죠. 당시 경성의 지도는 물론 유명 건물의 상세한 자료, 신문기사, 도판과 사진 등을 충실하게 같이 실어주고 있거든요. 책 소개에서 "소설 원본보다 각주의 분량이 더 많은 파격적인 형식이다."라는 것이 결코 빈말이 아닙니다. 이러한 자료 반, 소설 반 형식은 몇번 보아 왔지만 이 책은 그러한 소설적 파격을 잘 소화하고 있어서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30년대 경성을 무대로 추리소설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소장해야만 하는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만큼 자료적 가치가 뛰어나거든요. 단, 자료적 가치 이외의 가치를 찾기가 조금 어렵다는 것이 아쉽네요.

저같은 독자를 위해서라도 자료 부분만 따로 떼어서 반값에 팔았으면... 하는 얄팍한 생각도 조금 드는 책이었습니다.

2007/01/07

말더듬이 주교 - E.S 가드너 / 정계춘 (자유추리문고 17) : 별점 1.5점

 

말더듬이 주교 - 4점
얼 스탠리 가드너 지음, 장백일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페리 메이슨 사무실로 멜로리 주교가 찾아와 더듬는 말투로 한 과실치사 사건에 대한 변호를 의뢰하며 억만장자 렌월드 C 블래운리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 상세한 내용은 추후 관련인물들을 통해 알려주겠다고 전한 후 사라진다. 페리 메이슨은 사립탐정 폴 드레이크를 통해 주교에 대한 모든 정보와 과실치사 사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나 곧바로 주교가 폭행당한 뒤 사라지고 주교에게 고용되었던 간호사 아가씨마저 종적을 감춘다.

페리 메이슨은 주교가 말한 과실치사 사건의 당사자이자 블래운리 가문에서 내쳐진 며느리인 줄리아 블래너와의 만남을 가진뒤 정확한 사건의 개요를 파악하게 되나 곧바로 렌월드 C 블래운리가 살해당하며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줄리아 블래너가 체포되고 페리 메이슨은 증거를 얻기 위한 활동 덕에 오히려 궁지에 몰리게 되는데...


미국 추리소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드보일드 쪽이야 걸작도 많고 이래저래 접한 작품이 많지만 그외의 작품들은 뭔가 흥행을 굉장히 의식한 듯한, 시드니 셀던 류의 작품이 너무 많다고 여겨졌거든요. 때문에 진정한 흥행 대마왕인 페리 메이슨 시리즈 역시 선뜻 손이 가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자유추리문고 구입에 포함되어 있어 모처럼 주말에 진득하게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위의 그림은 동서문화사 판이지만 뭐 어차피 같은 작품이니까...)

"관리인의 고양이"라는 작품을 포스팅 하는 등 이전에도 페리 메이슨 시리즈는 몇편 읽어보았는데 이 작품은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조금 다른 분위기였어요. 정통 추리적인 부분이 부족하고 외려 하드보일드적인 성격이 상당히 강하기 때문입니다.
페리 메이슨과 하드보일드는 잘 어울릴 듯한 소재는 아니지만 이 작품은 페리 메이슨이 혼자 쳐들어가서 악당을 두들겨 패는 장면이나 악당과의 담판 등 세세한 분위기 및 범행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뚜렷하게 하드보일드적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전개 역시도 여러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씨줄과 날줄처럼 얽힌 사건의 본질을 추적해 나간다는 하드보일드의 기본 원칙에 충실하더라고요.
그래서 정통 추리물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밖에 없어요. 무엇보다도 사건은 단 한건의 살인 사건만 벌어질 뿐이며 그 동기가 너무 뚜렷하고 악당 캐릭터가 눈에 보일 정도로 도드라져서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물론 어차피 페리 메이슨 시리즈에서 사실 기대하는 것은 정통파적인 요소보다는 법정쇼겠죠.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페리 메이슨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법정쇼" 대신 일종의 속임수로 범인의 자백을 이끌어 내는 결말이기에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물론 법정쇼는 등장하긴 하지만 사건의 해결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시간을 벌기 위한" 자리였기에 긴장감이 떨어지거든요.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다양한 증언과 증거 수집,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법정쇼라는 최대의 매력이 없는 앙꼬없는 찐빵같은 작품이었습니다.

페리 메이슨, 델라 스트리트, 탐정 폴 드레이크라는 고정 캐릭터 3인의 협력 관계 등 시리즈의 팬이라면 즐길 만한 요소가 많고 위에서 이야기한 하드보일드적인 부분때문에 색다른 느낌도 전해주며 페리 메이슨 시리즈의 최대 장점인 "쭉쭉 읽히는" 재미는 여전하지만 단지 추리소설로만 놓고 본다면 높은 수준의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번역도 좀 애매한 편이고요. 제목에서 유래되는 주교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초반부가 외려 저는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그런데, "주교는 말을 더듬지 않는다"라는 일종의 통설이 구미권에서는 속담처럼 널리 쓰이는 말인가보죠? 제목이 저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았는데 작품 안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의 하나로 쓰이고 있어서 궁금해지긴 하네요.

2007/01/05

베이커가의 살인 - 코난 도일 외 / 정태원 : 별점 2.5점

 

베이커가의 살인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정태원 옮김/자음과모음

홈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다양한 후대 작가들이 쓴 단편 소설들을 모아놓은 앤솔러지. 홈즈의 팬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에 서슴없이 구입했습니다. 후배 작가들이 존경을 나타내기 위한 책의 컨셉은 앨리스 피터스 추모 단편 앤솔러지 "독살에의 초대"와 유사하나 이 책은 전 작품이 모두 "홈즈"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 차이점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컨셉뿐인 팬 서비스용 기획 도서가 아니라 내용도 풍성합니다. 일단 앞부분에는 유명한 셜로키언이라는 대니얼 스타샤워의 서문과 홈즈의 아버지인 코난 도일이 직접 쓴 "셜록 홈즈에 대해 말하다"라는 에세이가 실려있고 추리 단편도 11편이나 실려있습니다. 책의 뒷부분에는 셜록 홈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두개의 짤막한 에세이가 이어지고요.

일단 서문과 코난 도일의 에세이, 기타 에세이들은 재미도 재미지만 자료적 가치가 꽤 높은 글들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단편은 작품들이 너무 천차만별이라 수준이 좀 고르지 못합니다. 물론 좋은 작품은 상당한 수준이라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만 솔직히 기대 이하인 작품도 몇개 있더군요. 단편을 쓴 11명의 작가들 중에서 제가 아는 작가는 에드워드 D 호크밖에는 없지만, 작가 소개를 보니 다들 한가닥 하는 작가들이라 나름 기대를 갖게 했는데 좀 예상외였어요.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홈즈 시리즈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작품이 많지 않다는 점인데 현대 작가들이 그러한 분위기를 살리는 것은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라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아쉽더군요. 캐릭터들은 원본 그대로를 거의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데 전개나 분위기가 별로 유사하지 않아서 왠지 이질감이 조금 느껴졌거든요.
그래도 역시 명불허전이랄까... 추리물로서는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트릭이나 전개는 깔끔한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홈즈 시리즈 원작이 추리적으로는 좀 실망스러운 작품이 많은데 이 단편들은 대체로 만족스럽네요. 저의 베스트는 "주 경계의 민들레 사건"과 "놀라운 벌레" 였는데 나머지 작품들도 대부분 추리물로서는 완성도는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정태원 선생님의 번역도 이번에는 뭔가 좀 이상하고 작품들 수준 편차도 있는 편이라 선뜻 권하기가 망설여지긴 하지만 홈즈 팬인 저는 즐겁게 읽은 편이며, 홈즈 팬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재미있을만한 좋은 작품들이긴 합니다. 자료적 가치도 있고요. 뭐니뭐니해도 등장한지 한세기를 넘기는 늙은 명탐정이 후대 작가들에게도 계속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놀랍기만 할 따름입니다. 다음 번에는 설홍주도 이러한 작품집의 말석이나마 차지한다면 참 좋겠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케이프타운에서 온 남자 : 스튜어트 M. 카밍스키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에서 앨프레드 도나베리라는 인물이 홈즈를 찾아오기로 한 날은 태풍이 몰아치던 날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그의 이혼한 전처가 찾아와 자기의 새 남편 존과 그가 마주치지 않게 해 달라는 부탁을 홈즈에게 하고, 도나베리와의 만남이 끝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존이 도나베리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저자는 일찌기 에드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작가네요. 그러나 이 작품은 홈즈의 추리법을 흉내만 내었을 뿐, 그다지 좋은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홈즈 시리즈의 특징도 잘 잡아내지 못했을 뿐더러 추리적 요소들도 적절히 사용되지 못한 범작입니다.

주 경계의 민들레 사건 : 하워드 엥겔
왓슨은 홈즈의 요청으로 같이 슈르즈버리행 기차를 탄다. 이유는 곧 교수형 당할 운명인 전 육군원수 윌리엄 경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한 것. 사건은 윌리엄 경이 아내를 독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것으로 홈즈는 슈르즈버리에 도착하자마자 왕성한 활동을 벌여 진상을 밝혀내게 된다.
홈즈와 왓슨의 여행, 당시의 판결제도와 교수형 집행인의 등장 등 볼거리가 풍부한 작품으로 사건 전개도 깔끔하고 트릭도 괜찮았습니다. 결말과 범인이 코난 도일스럽지 않다는 것과 홈즈가 범인을 밝혀내는 마지막 장면이 "깜짝쇼"에 의존하고 있다는 단점은 있지만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제목과 사건과의 연관성이 참 마음에 드네요.

세넨 코브의 사이렌 : 피터 트레메인
요양차 콘월 반도의 폴두 베이 근처의 오두막에 왓슨과 머물던 홈즈는 고대 콘월어 연구를 취미삼아 논문을 집필하던 중 젤바트 트레보소 경이라는 인물의 방문을 받게 된다. 그는 근처 암초에서 사이렌에 이끌려 3척의 배가 좌초한 사건의 해결을 의뢰하며 홈즈는 곧바로 왓슨과 함께 트리벤스로 향한다.
정말 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묘사한 작품으로 상당히 진기한 트릭이 등장하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작가가 켈트 역사학자이기 때문인지 쓰잘데 없는 묘사가 너무 많은 것이 단점이네요. 코난 도일 경이었다면 똑같은 이야기를 보다 깔끔하고 함축적으로 썼을 것 같거든요. 그래도 트릭 덕에 기본 이상은 해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피 묻지 않은 양말 : 앤 페리
왓슨은 친구 헌트의 초대를 받는다. 그러나 도착한 직후 헌트의 딸 제니가 유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유괴의 뒤에 모리어티 교수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자 왓슨은 홈즈를 부르게 된다.
모리어티 교수가 등장한다는 것 이외에는 큰 사건은 없는 작품입니다. 트릭도 괜찮긴 한데 현실성이 좀 떨어져 보이고요. 제목대로 피묻은 양말 자체는 그런데로 괜찮았지만 단지 그 정도일 뿐이었습니다. 너무 긴듯한 느낌에 내용 전개도 깔끔하지 않은 것이 전통적인 홈즈 스타일에서 약간 빗겨난 듯해서 그냥저냥한 범작이라 생각되네요.

익명 작가 : 에드워드 D 호크
어느날 스트랜드 매거진의 편집인이 한 익명작가를 찾아줄 것을 의뢰하러 찾아온다. 홈즈는 곧바로 그 작가를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나 그 뒤 그 작가의 집 근처에서 타살된 시체가 발견된 것을 알게된다.
단편의 명수라 할 수 있는 에드워드 D 호크의 작품입니다. 이 작가의 홈즈물은 아주 짧은 꽁트를 한편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 작품은 제대로 된 단편이네요. 전통적 홈즈물의 분위기를 초중반에는 물씬 풍기는 것이 제대로 된 홈즈팬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끔 하는데 후반부에 약간 어설퍼져서 아쉽습니다. 제대로 멜로드라마를 구성했다면 정말 전통에 가까운 작품이 되었을 텐데 흐지부지, 너무 서둘러 끝나는 경향이 있다 보여지거든요. 덕분에 애매한 결과물이 되어 버려 조금 아쉽습니다.

흡혈귀에 물린 자국 : 빌 크라이더
연극계의 거물 헨리 어빙경의 비서로 일하는 스토커라는 인물이 홈즈에게 무서운 사건을 의뢰한다. 여배우 릴리의 아들 로빈이 흡혈귀에 물린 것 같다는 것. 홈즈는 왓슨과 함께 서리주의 별장으로 찾아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
브램 스토커가 사건 의뢰인으로 등장하는 이색작입니다. 또한 서두의 홈즈의 추리쇼에서 시작해서 영국의 전원풍경, 괴상한 사건, 기발한 트릭이 어우러진 전형적 홈즈물의 적자라 할 수 있는 재미난 작품이기도 하고요. 트릭은 억지성이 있고 어딘가에서 본 듯한 기억이 있는게 단점이긴 한데 워낙 작품이 재미나고 전통적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홈즈를 태운 마차 : 길리언 린스콧
홈즈를 우연히 태우고 셀러딘 스퀘어로 향한 마부는 사실 악당 조직에게서 런던 제일의 쥐잡는 개를 도박을 위해 훔쳐서 가지고 가고 있던 중으로 셀러딘 스퀘어에서 벌어진 대 소동의 한가운데에 말려 들어가게 되는데...
홈즈나 왓슨이 아닌 한 마부를 주인공으로 한 색다른 작품입니다. 마부의 성격 묘사나 심리 묘사가 디테일하고 대사들이 톡톡 튀는 재미를 전해주기는 하는데 덕분에 홈즈물이 아닌 전혀 다른 패러디 작품으로 보이더군요. 추리적으로도 크게 눈여겨 볼 점은 없었습니다. 주인공 마부 캐릭터 덕에 보는 내내 즐겁게 읽을 수 있었지만 그다지 알맹이는 없네요.

아라비아 기사의 모험 : 로렌 D 에슬먼
유명한 탐험가 리쳐드경이 찾아와 투탄카멘의 묘에 대해 적혀있는 중요한 양피지 사본을 찾아줄 것을 의뢰한다. 범인은 패터슨이라는 조수일 것이라는 심증이 강하지만 증거가 없는 상태.
"천일야화"를 쓴 리쳐드 프랜시스 버튼경이 사건의 의뢰인이고 투탄카멘의 묘에 대한 사본이 등장하는 등 역사 미스터리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작품입니다. 뭐 역사적인 사건이야 이 작품에서 그다지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재미는 있더군요. 초반부 리쳐드 경의 변장이 좀 뜬금없어서 억지스러운 것이 좀 거슬리고 트릭 역시 별로 대단치는 않을 뿐더러 솔직히 헛점이 너무 많지만 당시 시대상황을 잘 묘사하여 그럴듯한 역사 미스터리물로 창조해 내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네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체셔 치즈 사건 : 존 L 브린
체셔 치즈라는 런던의 전통적인 술집. 한 미국인이 죽어가는 영국인 친구가 남긴 헌시를 가지고 체셔 치즈 안에서 모이는 "포틴 클럽" 에 찾아갔다가 봉변을 당한 뒤 홈즈를 찾아와 이유를 묻게 되는데....
순전히 죽어가는 영국인이 남긴 "헌시" 자체를 가지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작품입니다. 각 행마다 숨겨져 있는 단서와 정보를 모으고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은 무척 재미있고 흥미진진하지만 아쉽게도 가장 중요한 트릭이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함으로 인해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쉽더군요. 그래도 상당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암흑의 황금 : L.B 그린우드
셜록 홈즈는 황금을 놓고 악한 탐험가 바커가 노리고 있는 피그미 족의 보호를 위해 애슐리 경의 콩고 여행에 보디가드로 동참하기로 결정하고 왓슨에게 그 사실을 알려준다. 왓슨은 자신도 변장을 하고 뒤따라갈 결심을 하게 되는데...
단연코 이 앤솔러지 최악의 작품입니다! 홈즈 시리즈의 특징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캐릭터만 잠시 빌어온 아프리카 여행기 수준의 글입니다. 기껏 아프리카까지 갔는데도 불구하고 모험이라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고 페미니즘 성격이 강한 이상한 내용으로 전개됩니다. 게다가 추리적 요소도 전무하고 이야기도 맥락이 없어요. 솔직히 이 책에서 아예 빼 버리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놀라운 벌레 : 캐럴라인 휘트
마담 타소 밀랍인형 전시관에서 홈즈 인형을 만들고 싶다는 의뢰가 들어온다. 왓슨과 방문한 그 전시관에서 웨스트오버라는 인물의 인형을 보고 잠깐 대화를 나누는데, 그 뒤 신문에서 웨스트오버의 돌연사를 접하게 된다. 그러나 살인혐의는 없어 잊고 살던 중 웨스트오버 가문의 한 하녀가 찾아오는데...
시골 부자의 독살사건에 더불어 마담 타소 밀랍인형관에 실제로 전시된 홈즈와 왓슨 인형에 대한 진짜같은 이야기가 잘 조합된 수작입니다. 동기가 확실한 살인이라는 측면에서 정통 추리물의 궤도를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사건의 전개와 해결 모두 깔끔하고 홈즈스러움이 팍팍 느껴지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독약 분석 같은 것은 너무 현대적이라 조금 이질감이 느껴지긴 하더군요. 그래도 충분한 재미는 안겨다 줍니다.

2007/01/03

내 속이 다 시원한 글

여자를 때리는 남자는 최저다

어차피 두명 다 뉴스 나오기 전에는 얼굴도 모르는 연예인들이었고 그나마 연말을 요란하게 장식하다가 결국은 너무 저질스러운 폭로전으로 넘어가버려서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kyoko님이 명쾌하게 정리해 주셨네요.

뭐가 어찌되었건간 여자를 때리는 남자는 최저죠. 아, 물론 어쩌다보면 때릴 수도 있겠지만 저 뉴스에 나온 상처와 유산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이미 그냥 때리는.. 수준은 넘어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찬이란넘 형사고발되어서 진실이 낱!낱!이 밝혀졌으면 합니다.

참고로, 제가 제 여자친구를 때리기라도 하면, 아니 슬쩍 건드리기만 하더라도 여친의 동생인 키가 190이 넘는 인간흉기가 저를 박살낼 것이기 때문에 저는 감히 엄두도 못냅니다....

2007/01/02

최근 읽은 담담한 개그만화 2편

 

내 여친은 고양이 1
마시마 에츠야 지음/학산문화사(만화)


내 여친은 고양이 1 ~ 2 : 마시마 에츠야

원제는 "코이네코". 귀여움이 넘치는 그림에 혹해서 보게 된 작품으로 최근 보기드문 스토리 개그만화입니다. 여자친구가 고양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데 고양이인 여자친구 나오가 냉정한 얼굴인데 반해 화끈한 모습을 자주 보여줌으로서 전체적으로 피식하는 즐거움을 한껏 선사해 주고 있습니다. 뒤집어 지게 재미있다라고 표현하기는 어렵고 횟수가 늘어나면서 억지스러운 부분과 전형적인 캐릭터들의 등장때문에 지루해 지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담담하면서도 조금 깨는 개그를 즐기는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생각되네요. 나오의 설정에 대해서는 조금 진지한 부분도 포함되어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처음 접해보는 작가이지만 아사리 요시토오 스타일의 부드러우면서도 자연스러운 그림도 마음에 드네요.

여담이지만 사실 이 작가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위니를 뒤져 "치토세 겟츄!"라는 단행본도 다운받아 읽었는데 아즈망가의 영향이 강하게 보이는 스토리성 4컷 개그 만화더군요. 우리나라 영화 "여선생과 여제자"가 생각나기도 하는 설정인데 역시나 멋진 센스를 보여줘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도 번역되어 출판되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어쨌거나 저쨌거나 재미난 만화.
명대사는 "신타는 나한테 미쳐야돼! 그리고 우리 둘은 영원히 모닥불을 지피며 사는거지!"


미나미가 1
사쿠라바 코하루 지음/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미나미가 1 ~ 2 : 사쿠라바 코하루
일상속 개그를 잘 보여주는 만화랄까요? 미나미가 3자매의 조금은 깨는, 그러나 너무나 일상적인 담담한 묘사가 무척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제가 좀 담담한 만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제 마음에 쏙 들더군요. "개그"라고 보기에는 그렇게 웃기지는 않지만 흐뭇하고 넉넉한 웃음 짓기에는 부족함이 전혀 없어 추천하고 싶네요. 제 베스트 캐릭터는 후지오카 (곰말고)

작가의 그림은 조금 정리가 되지 않은 듯 하고 캐릭터 구분이 거의 되지 않는 단점은 있지만 꼼꼼하게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여서 앞으로도 계속 응원해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리얼컷(?)은 좀 더 노력해 주던가 아니면 아예 빼 주는 것이 바람직 할 것 같네요.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