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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8

라디오 스타 (2006) - 이준익

 작년에 개봉해서 조용히 화제를 모았던 영화죠. 어제 DVD를 빌려 보고 좀 늦었지만 몇자 적습니다. 줄거리야 다 아실테니 생략하고요.


한물간 스타의 재기관련 스토리는 스포츠물이건 연예물이건 굉장히 흔한 이야기죠. 스포츠물에 좀 많긴 하지만, 어쨌건 이 작품은 왕년의 인기스타 롹 가수가 길고긴 침체를 끝내고 우여곡절끝에 다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 "쯤" 되겠습니다. 왜 "쯤" 이냐 하면 결국 대박을 치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성공한 것도 아니고 "노래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다시 드는 것으로 묘사되지도 않고 단지 인간적으로 아주 약간 성장한다... 정도로 이야기가 마무리되거든요. 하긴 요사이의 음반시장 불황, 거기에 심신이나 이범학같은 가수가 재기한다고 발버둥쳐도 가볍게 무시되는 상황에서 뭐 소박하게 지방 방송 DJ를 하다가 전국 방송을 탄다는 이야기 정도라면야 현실적이고 리얼하긴 하지만, 그만큼 극의 극적 긴장감도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겠죠.

그래서 뭔가 화려하거나 큰 흐름을 지니지 못하는 대신 영화는 소박하고 조용하게 전개되는데 외려 이게 최선의 선택! 저는 취향이 이렇게 잔잔한 쪽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지만 인간미 넘치는 소도시 강원도 영월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그리고 완전히 영월에 포커스가 맞춰진 로컬 베이스 방송이라는 설정이 영화와 기막하게 맞아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죠. 물론 등장하는 꽃집 총각이나 고스톱 치는 할머니들 에피소드같이 작위적인 부분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극에서 그렇게 튀지 않고 무리없이 흘러가고 있으며 영화의 유일한 돌출요소인 영월 유일의 롹 밴드 이스트리버 (노브레인)의 과장된 설정도 잘 융합되어 재미를 주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본 분들 누구나 지적하는 배우의 앙상블이 상당히 좋아서 영화를 한층 업그레이드 해 줍니다. 투캅스 이후 환상의 컴비를 다시 보여주는 안성기-박중훈 조합이 바로 그것인데요. 박중훈의 최곤 연기는 그 스스로도 한때 흥행 정상의 배우에서 실패를 많이 맛본지라 88년 가수왕 출신이지만 지금은 몰락한 롹가수 최곤에 잘 몰입하여 연기를 이끌어 내고 있다고 생각되며, 안성기의 매니저 연기는 사실 오버가 심했지만 극이 흘러가면서 그러한 오버가 설정과 잘 맞아 떨어집니다. 누구나 지적하는 김밥 먹는 장면에서의 연기는 정말 최고였고요. 다른 배우들이라면 클로즈업으로 펑펑 우는 장면을 보여주었을텐데 관록과 캐릭터 몰입으로 하염없이 김밥만 우물거리는 연기는 대단했습니다. 이 영화로 공동 주연상도 수상한 것으로 아는데 충분히 탈 만 하더군요. 앞서 말한 노브레인의 오버와 임팩트 있는 연기를 보여주던 가수 김장훈씨도 괜찮았고요.

하지만 이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것 처럼 뭔가 대단한 성공이나 극적 긴장감을 이끌어 내는 무언가가 필요했을텐데 그러한 요소가 거의 없고, 그래서 영화는 괜찮지만 너무 평이하고 담백한 느낌을 줍니다. 거의 야오이 커플과 맞먹는 가수와 매니저의 관계 때문에 로맨스 한건 없는 것 역시 흥행에 감점 요소였고요. 뭔가 한건 해줄것 같았던 여성 PD 캐릭터가 극중 등장 분량과 몇몇 에피소드에 비해 결국 하는게 하나도 없는 것은 솔직히 저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차라리 영월 지역 에피소드를 더 보여주는 것이 나았을텐데 말이죠.

영화는 크게 대박이 나진 못하고 배우들을 제외한다면 전체적으로 소박하고 소품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지만 저는 재미나게 본 영화입니다. 몇가지 아쉬움은 있지만 요새 영화 트렌드와 다른 잔잔함이 좋았거든요. 취향이 저와 비슷하시다면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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