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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4

묵공 (墨攻: Battle Of Wits, 2006) - 장지량

 


2007년도 들어 처음 본 영화같군요. 어둠의 경로를 통해 구해 보았습니다. 자랑할 건 아니지만 영 땡기지가 않아서... 원작 만화를 보긴 했지만 만화도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누구나 이야기하는 아스트랄(?)한 결말은 둘째치고라도 양성 사수 이후의 이야기는 너무 사족이 심하다고 보여져서요. 그래서 가장 완성도 있던 에피소드인 양성 사수 이야기를 가지고 영화를 만든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그 결과물 역시 생각만큼의 스케일, 생각만큼의 이야기 구조를 지닌채 완결되었다고 보여지는군요. 묵가의 혁리와 조나라 장수 항엄중의 대결 구조가 이 스토리의 핵심인 만큼 그런대로 이야기 줄기는 잘 잡아서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화는 만화이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겠지만, 영화는 만화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는 못했습니다. 평민출신 자단을 장군으로 발탁하는 이야기는 원작의 평범한 백성이 양성 사수의 핵심이 되는 이야기보다 설득력도 떨어질 뿐더러 평범한 백성이 전쟁과 평화에 대해 자각을 갖게 된다는 주제를 전혀 표현하지 못하거든요. 그리고 억지로 끼워 맞춘 여성 캐릭터 일열은 만화에서의 혁리 캐릭터와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존재라 빼는 것이 나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불필요한 캐릭터들을 배치시키는 것 보다는 차라리 원작처럼 정말로 쪼끄만 성에서 백성들과 똘똘뭉쳐 사수전을 진행하는 것이 훨~씬 좋았을 것 같아요. 더 리얼할 것 같기도 하고요.

또한 만화를 보신 분들이 기대하셨을 혁리와 항엄중의 두뇌싸움이라던가 수성 방법의 논리적인 부분 같은 것 역시 거의 건너뛰고 있고, 특히 주인공이자 가장 핵심적인 캐릭터인 혁리의 영웅성만 강조될 뿐 민초들을 규합하는 부분이나 묵가의 사상을 전파하는 것에 대한 설득력이 무지하게 떨어져서 영화 내내 전쟁을 부정하지만 결국 전쟁영웅에 머무르는 평면적인 캐릭터로 전락해 버린 것이 제일 아쉽더군요. 마지막 부분에서 모략이 오가는 것은 좋았지만 외려 영화의 주제의식을 떨어트릴 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실망했던 것은 영화의 스케일이었습니다. 조나라의 십만 대군이 쳐들어 오는 거대한 스케일은 한 5분 나오고 결국 조나라 결사대 천명만 남는 것이 주요 전개가 된다는 것, 한마디로 말해 스케일이 100분의 1로 주는 전개가 만화와는 다르게 너무 급작스럽게 이루어 지기 때문에 뭔가 좀 스펙터클한것을 기대했지만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군요. 정말 예고편에 나온 것이 스펙터클의 전부인거 같아요.

어차피 어둠의 경로로 본 것이라 군말하기 어렵지만 솔직히 극장에서 보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할 수 있는 영화라고 밖에는 말 못하겠네요. 두뇌싸움이나, 깊이있는 주제의식이나, 아니면 스케일이던가 하나의 꼭지만 확실히 보여 주었어도 더 완성도 높은 영화가 되었을텐데 말이죠.

아울러 합작 영화답게 국내 배우들의 얼굴을 보는 것도 관심거리였는데 안성기씨의 항엄중 역할은 실미도의 연기를 그대로 보여주긴 하지만 (특히 마지막 장면은 "날 쏘고 가라" 그대로더군요) 그런대로 무난했다 보여집니다. 그리고 슈퍼 주니어라던가? 최시원이라는 친구가 연기한 양왕 아들 양적은 스티븐 시걸의 연기, 즉 표정이 어떤 장면에서도 절대 바뀌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지만 성우 더빙 덕인지 그런대로 볼만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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