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5/12/31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사다난했던 2005년도 이제 저물어 가네요.

이젠 저도 한살 더 먹는 것이 짜증나는 나이가 되어 버렸네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많은 일이 있었지만 이제 마음을 다잡고 새롭게 한해를 시작해 봐야죠.

다가오는 새해에는 모두 복 많이 받으시고 앞으로도 좋은 일만 있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아울러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의 선전도 기원합니다.


굿바이 2005 웰컴 2006!

2005/12/29

SF 대장 - 도리 미키 : 별점 4점


이번 일본 여행에서 발견한 작가인 도리 미키의 작품 중 한권입니다. 이시카와 쥰의 <만화의 시간>에서 <먼 곳으로 가고파>를 추천한 글을 읽고 관심이 가던 차에 읽어본 몇몇 작품이 마음에 들어 눈에 띄는 대로 사 모으다 건진 책이죠. 단편 옴니버스 작품집으로 고전 SF의 명작을 차례로 독특한 개그 센스로 어레인지하여 패러디하고 있습니다.

수록 작품은 목차 순서대로

  • "알쟈논을 위한 꽃다발 (Flowers for Algernon)"
  • "해저2만리그"
  • "솔라리스"
  • "타임머신"
  • "모나리자 오버드라이브"
  • "사랑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Time enough for Love)"
  • "타이거 타이거"
  • "지구의 긴 오후 (Hothouse)"
  • "스타트랙"
  • "접속된 소녀 (The Girl who was plugged in)"
  • "쥐와 용의 게임 (The game of Rat & Dragon)"
  • "뱀주인자리 핫라인 (The Ophiuchi Hotline)"
  • "날개의 제니 (The girl who fell into the sky)"
  • "블러드 뮤직"
  • "스타쉽과 하이쿠"
  • "차가운 방정식 (The Cold equation)"
  • "문신의 남자 (The illustrated man)"
  • "링 월드"
  • "타임 패트롤"
  • "스타타이드 라이징"
  • "듄"
  • "닥터 애더"
  • "이 사람을 보라 (Behold the man)"
  • "타임스케이프"
  •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 "텔레파시스트"
  • "강철도시"
  • "중력의 사명"
  • "레벨 3"
  • "익사한 거인 (The Drowned Giant)"
  • "어둠의 왼손"
  • "구백명의 할머니 (Nine hundred grandmothers)"
  • "유년기의 끝"
  • "우주선 비글호의 모험"
  • "시간은 준보석의 궤적과 같이"
  • "강철의 꿈"
  • "화성인 고 홈"
  • "카에안의 성의"
  • "송 마스터"

입니다.(팔이 아파서 이해 가능할 듯한 작품은 원제를 뺐습니다...) 이외에 2편의 오리지널 단편과 권말의 원작 해설이 첨부되어 있는 구성입니다. (원작 해설을 보니 저 작품들이 다 번역된 일본 현실이 부럽더군요)

꽤 방대하지만 고전 "걸작"들만 소재로 했기 때문인지 그다지 SF 쪽 작품은 접하지 않은 저도 읽어본 원작이 많은 편이어서 더욱 반가왔고, 또한 작품 하나하나가 원작의 내용을 확실히 이해하고 그 본질을 꿰뚫는 패러디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어서 정말 놀랍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네요.

예를 들면 <차가운 방정식 (The Cold Equation)>의 경우, 원작은 톰 고드윈의 고전 SF 걸작 단편으로 한명의 조종사를 목적장소까지 편도로 보내기 위해 극단적으로 제한된 연료와 장비만을 싣고 있는 연락선에 한 소녀가 밀항하게 되어 발생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소녀는 너무나 순진무구한 소녀로 단지 오빠를 만나기 위해 밀항했는데 법으로는 밀항자를 우주선 밖으로 추방해야만 하는 상황... 하지만 만화에서는 우주선의 정원이 100명(!) 이라는 설정으로 그들이 밀항자를 찾지 못하여 시간제한 내에 오버한 중량을 줄이기 위해 벌이는 악전고투를 너무나 개그스럽게 패러디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모나리자 오버드라이브"나 "접속된 소녀" 같은 사이버 펑크 물에 대한 작가 나름의 고찰도 재미나고 "뱀주인자리 핫라인"이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같은 원작의 틀을 유지하면서 기발한 발상을 덧붙인 패러디 등 볼만한 작품이 많습니다.

물론 모든 작품이 대단한 발상이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지는 않고 쉽게쉽게 그린 것도 있고 내용의 비약이 심한 작품도 있으며 오리지널 에피소드는 유치하고 그림도 취향을 탈 듯한 스타일이라 생각되어 사람마다 편차가 있으리라 생각되긴 합니다.

그래도 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다지 글자도 많지 않고 각 작품이 거의 다 4페이지 이내로 짤막하게 마무리되어 쉽게 읽을 수 있는 점도 좋고요. 무엇보다도 SF 팬이라면 꼭 한번 볼만한 개그 만화집이 아닐까 싶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2005/12/28

자학의 시 (自虐の詩) - 고다 요시이에 : 별점 5점

자학의 시 2 - 10점
고다 요시이에 지음, 송치민 옮김/세미콜론

"이 세상에는 행복이나 불행이라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얻으려면 반드시 무언가를 잃어야 하니까요. 무언가를 버리면 또 다른 무언가를 반드시 얻게 되죠." - 유키에

역시 이번 일본 여행에서 구입한 책입니다. 이시카와 쥰의 "만화의 시간"에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글을 읽고 꼭 보고 싶었는데 하라주쿠 북 오프에서 발견하고 반값에 구입하게 되었죠.

별다른 직업도 없고 경마와 빠칭코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마음에 들지않는 점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식탁 뒤집기는 예사인 조폭 출신의 건달 이사오, 그런 이사오의 아내로 하루하루를 괴롭고 고단하게 살아가지만 진심으로 행복해 하는 유키에의 이야기로 문고본 상, 하권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상권은 주로 유키에와 이사오의 결혼생활, 특히 이사오의 막나가는 모습과 고단하면서도 행복해 하는 유키에의 일상에 촛점을 맞추고 있고 하권은 유키에의 성장과정, 그리고 결혼까지의 일대기 - 어머니가 어릴적 도망나가 정말로 어렵게 하루하루를 연명하다가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도망치듯 도쿄로 상경하여 술집에서 일하다가 조직원 이사오와 만나 결혼하게 되는 - 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읽어본 감상은...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네요. 소재와 캐릭터가 개그 만화의 소재로 쓰이기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개그만화이기에 일단은 확실히 웃겨주면서도 행복이라는 것이 얼마나 마음먹기에 달린 것인지, 그리고 사는데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를 웅변하는 정말로 찐한 감동과 재미가 넘치는 진정한 걸작입니다.

또한 이 대하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전부 4컷 만화로 진행된다는 것도 놀라운 점이에요. "보노보노"나 "아즈망가대왕"과 같은 스토리성 4컷 만화도 많이 보아 왔지만 이 작품이야말로 4컷 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저에게 열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해설을 보니 이 작품은 동명 타이틀로 여러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각각 연재되었던 모양인데 이 문고본은 유키에와 이사오의 이야기만 모아서 출간되었다고 나와 있군요. 다른 이야기도 정말이지 궁금해 집니다.

여튼, 2005년도의 만화 베스트로 뽑습니다. 별점은 5점.
이름없는 작가이고 사실 거의 팔리지 않을 것 같아 국내에 출간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국내에도 꼭 소개되어 유키에와 이사오의 멋지고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주위 분들이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2015.07.21 업데이트하며 국내 출간 정보 링크 추가합니다.

PS 1 : 이시카와 쥰이 극찬한 만화는 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본인 자신의 만화는 일본에서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이지만 말이죠...
PS 2 : 대표적 꼴통 만화가 고바야시 요시노리의 작품 해설이 권말에 있는 것이 너무나 불만이긴 합니다. 찢어버려야 하나....

리플리스 게임 (Ripley's Game, 2002) - 릴리아나 카바니 : 별점 3점


악마와 같은 범죄자 리플리는 크게 한탕한 뒤 모은 돈으로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전원주택에서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우아한 귀족적 생활을 즐기던 중, 호의로 참석한 화구틀 제조업자 조나단의 파티에서 조나단이 그를 '돈은 많지만 예술은 모르는 미국인'이라고 비난하는 말을 듣고 그에게 들어온 옛 동료 리브스의 살인 의뢰를 조나단에게 시키는 계획을 떠올린다.
백혈병 말기였던 조나단은 너무나 평범하고 착실한 가장이었지만 거금의 유혹에 넘어가 결국 살인을 저지르고, 리플리는 그런 조나단을 바라보며 즐거워 하지만 리브스가 조나단에게 두 번째 살인을 제의하면서부터 리플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사건이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유명한 리플리 시리즈의 하나.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원작 시리즈를 읽지는 못했지만 영화로라도 보고 싶은 욕심에 찾아 본 작품입니다. 존 말코비치의 팬이라는 것도 꽤 크게 작용했고요. 존 말코비치의 "위험한 관계"라는 영화를 보고나서 부터는 주~욱 팬이었거든요. 과거의 알랭 들롱, 멧 데이먼에 비한다면 마스크 면에서 더욱 사악함이 묻어나는, 그래서 악역 전문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어느정도 품격을 지니고 있는 듯한 존 말코비치이기에 이 영화의 태어나면서부터 악마인, 또한 잔혹한 살인마이지만 유머러스하면서도 세련된 매너와 교양을 갖추고 있는 톰 리플리 역에 정말로 적역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존 말코비치와 리플리가 완벽하게 하나로 통합되며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이 넘친달까요?

허나 내용은 지루하고 평범하게 흘러가는 측면이 강하긴 합니다. 순진하고 평범한 남자가 변모해가는 모습과 그것을 조종하는 사악한 힘인 리플리라는 인물의 인간 드라마에 가까운 작품으로 리플리의 치밀한 계획이 그다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탁월한 범죄 스릴러를 기대한 저에게는 기대에 못 미치는 감이 있었고요. 또 전혀 모르는 이탈리아인 여성 릴리아나 카바니가 감독을 맡았는데, 연출도 너무나 평이한 편이라 순간순간 심심함을 해소해 주는 어떤 아이디어도 없어서 더 지루했습니다.

그래도 존 말코비치의 연기를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도 좋았고요. 치밀한 맛은 없지만 고급 범죄 영화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며 희대의 악인 리플리의 진가를 잘 느끼게 하는 영화입니다. 이 정도면 별 3개는 충분하죠. 리플리의 팬이라면, 존 말코비치의 팬이라면 놓치지 마시길.

2005/12/27

니카이도 레이토가 선정한 데즈카 오사무 미스테리 걸작집 - 데즈카 오사무 : 별점 3점

이번 일본여행에서 획득한 책으로 제가 추리 매니아이기도 하고 만화도 좋아하며, 데즈카 오사무도 좋아하는 지라 보자마자 주저없이 구입하게 되었네요.

제목 그대로 신본격 추리작가이자 데즈카 팬인 (대학시절 데즈카 오사무 팬 클럽 2대 회장 역임!) 니카이도 레이토가 데즈카 오사무의 방대한 작품들 중에서 미스터리 관련 작품만 모아 놓은 책입니다. 물론 문고본 한권에 담기에는 너무나 방대한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 세계이기 때문에 주로 단편 위주로 모아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크게는
  • file 1 - 본격 추리
  • file 2 - 명탐정 등장
  • file 3 - 수수께끼 컬렉션
  • file 4 - 5개의 사건부
로 단락을 구분되어 있죠. 수록작품은 전부 22편 (에세이 한편 포함), 그리고 권말에 니카이도 레이토의 칼럼과 작품 소개가 짤막하게 실려 있습니다.

하지만 제목이나 작가 해설만큼의 대단한 추리적 내용이 실려있는 작품은 드문 편이에요. 아무래도 추리적인 부분은 부가적으로 쓰인 작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SF나 슈퍼 능력자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은 정통 추리물과 아무래도 거리가 멀 수 밖에 없고,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추리적인 요소와 트릭이 억지성이 심한것이 많기도 하고요.

그래도 추리적으로도 괜찮은 작품이 없지만은 않아요. 특정 위치와 장소에서만 가능하지만 상당히 효과적인 트릭을 보여주는 [빌딩 속의 눈]이라던가, 데즈카 오사무 단편 중에서도 유명한 걸작으로 다양한 실험적 화풍이 인상적인, 그리고 여러 증언들을 토대로 진실을 보여주는 전개가 일품인 [낙반], 데즈카 오사무의 성인향 만화 실험의 하나라는 떠돌이 무사의 복수담이자 반전이 놀라웠던 기발한 작품 [일족 참상], 동일 제목에 의한 다양한 작가들의 연작이라고 하는데 대사 하나 없는 짤막한 전개에서 긴박함이 묻어나오는 [...라는 편지가 왔다], 마지막으로 "시간이여 멈춰라!"라는 말로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브탄 군이 나오는 시리즈 "이상한 소년"의 한편이자 사이드 캐릭터인 FBI 수사관 록 홈까지 등장하는 괜찮은 밀수 트릭물 [인간의 피부를 입은 인간] 등이 그러합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추리적으로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나 재미만큼은 손색이 없고 아톰과 블랙잭 등 인기 시리즈를 비롯, 초기작에서부터 비교적 최근작까지. 그리고 상당히 구하기 어려운 희귀 작품까지 실려있어서 데즈카 오사무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짧게나마 일람할 수 있는 좋은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무엇보다도 헌책방에서 반값에 산 책이라... 저는 무척 마음에 드네요.

2005/12/26

2005년도 총 결산~!

아... 그동안 서울을 비웠던 탓에 못 만났던 친구들과의 모임, 그리고 크리스마스다 뭐다 해서 술에 쩔어서 사느라고 통 포스팅이 없었네요. 작년에도 했었던 총 결산 보고 올립니다. 올해 금년에 읽고 보아왔던 컨텐츠들을 기준으로 이 블로그의 포스트와 카테고리 위주로 작성하였습니다. 그럼 결산 보고 올라갑니다.

2005년 결산 - 독서: 포스트 총 123개 / 영화 감상 : 포스트 총 30개 / 만화 감상 : 포스트 총 10개 / 애니메이션 감상 : 포스트 총 5개 / TV Show 감상 : 포스트 총 2개

2005년 베스트 추리 소설 : 이언 피어스 - 핑거포스트 1663

2005년 워스트 추리 소설 : 유우제 - 불새의 미로

2005년 베스트 기타 쟝르 문학 : 커트 보네거트 - 제 5 도살장, 혹은 아이들의 십자군 전쟁, 죽음과 추는 의무적인 춤

2005년 워스트 기타 쟝르 문학 : 필립 K 딕 - 높은 성의 사나이

2005년 베스트 역사관련 독서 : 고고학자 조유전의 한국사 미스터리

2005년 워스트 역사관련 독서 : 이재범 - 슬픈 궁예

2005년 베스트 전쟁 관련 도서 : 마이클 매클리어 - 베트남 10000일의 전쟁

2005년 워스트 전쟁 관련 독서 : 없음.

2005년 베스트 기타 독서 : 존 퍼킨스 - 경제 저격수의 고백

2005년 워스트 기타 독서 : 권윤주 - to Cats 고양이에게

2005년 최고의 작가 : 미네트 월터스

2005년 최악의 작가 : 일단은 헤닝 만켈 (문체나 글을 쓰는 능력은 보통이 아닌 작가이지만 2권 이상의 독서를 한 작가 중에서 선정해야하는 기준 상 다른 여러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평가기준을 통과했기에 선정합니다)

2005년 베스트 영화 : 알란 파커 - 데이비드 게일

2005년 워스트 영화 : 연애의 목적 / 광식이 동생 광태 (공동 수상!)

2005/12/05

광식이 동생 광태 - 김현석 : 별점 1.5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 김주혁이 나오기 때문에 보게 된 영화입니다. 요새 꽤 팔리는 듯 하네요.

줄거리는 생략합니다. 뻔하기도 하지만 별로 요약할게 없어서... 순진과 노골을 대표하는 두 형제의 버디무비랄까요?
일단 초반의 광식이 부분은 나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중반부터! 중반부터는 짜증때문에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봉태규의 광태 파트로 영화가 넘어간 이후에는 정말 보기 힘들 정도로 불쾌했기 때문이에요.
광태라는 녀석은 만화나 인터넷 연재 소설에나 등장함직한 황당무계한, 비현실적인 캐릭터인 데다가 이후 전개도 현실성이나 타당성을 전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리비도로 뭉쳐있다는 점에서는 이전에 보았던 "연애의 목적"의 박해일과 비슷한 캐릭터이기도 하고요. 한마디로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고 공감할 수도 없는 캐릭터라 행동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에 짜증이 엄청나게 몰려오더군요. 여자를 단순히 성적 대상으로 보는 사고방식과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저를 열받게 했습니다. 매달리는 행동은 스토커나 성 추행범에 진배없는데 이후 떡치는 과정까지는 너무나 일사천리, 이거 여성부에서 항의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차라리 노골적으로 웃기기나 하던가.... 제가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그렇게 보수적인 것도 아니지만 이건 아니라 생각되는, 도저히 즐길 수 없었던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순진한 사랑을 키워온 광식이보다 원나잇 스탠드를 추구하는 광태쪽이 더 해피한(?) 엔딩을 맞는 영화의 결말 역시 끝까지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게 하더군요. 이게 감독이 추구하는 현실이라는 건가? 결국 마지막에 가서 동화도 아니고 어른들을 위한 코미디도 아닌 어정쩡한 소속 불명의 영화가 되어 버리는데 이게 뭔가 싶네요.

혹시 좋아하는 여자가 있으면 무조건 대쉬하고 원나잇 스탠드를 적극적으로 하라는 계몽영화일지도? 여자가 싫다고 하는건 결국은 다 좋다는 표현이니 물고 늘어지라는 뜻? 이런 60년대 마쵸식 사고방식을 가지고 영화를 만드니 영화가 마음에 들 턱이 있겠습니까...

여튼 개인적으로는 간만에 선택한 영화치고는 실패라 생각되네요. 이렇게 영화를 만들것이었다면 과장없이 솔직 담백하게 접근하는게 훨씬 쿨 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싱글즈" 처럼 말이죠. 초반 광식이의 순진한 에피소드들과 마지막 결혼식장에서 영웅본색 "마크의 테마"와 함께 등장하는 광식이의 모습 등 몇몇 장면은 볼 만 하지만 이 정도야 아무리 후진 영화에서도 다 건질 수 있는 수준이겠죠. 제 생각에는 TV에서 봐도 충분한 영화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1점을 주어도 시원치 않지만 광식이 파트 때문에 점수를 약간 더 얹습니다.

PS : 배우들의 연기는 괜찮은 편입니다. 김아중이 예상외로 몸바쳐(?) 연기하더군요. 봉태규의 현실감을 완전히 상실한 연기만 제외한다면....

2005/11/28

에디 게레로 추모 기념 Raw

지금 구해 봤습니다.

모든 소속 레슬러들과 빈스 회장이 나와 추도하는 첫 장면은 wwe.com에서 미리 접하긴 했지만 역시 슬프네요. 추모 동영상이 끝나고 팬들이 입을 모아 "Thank You Eddie"를 외치는 부분은 정말 안타까왔습니다. 팬들은 물론 레슬러들도 역시나 눈물짓더군요. 제리코가 자리에 없는게 아쉬웠지만 절대 눈물 흘릴 것 같지 않은 헌터나 빅 쇼까지 눈물 짓는 것은 그만큼 에디라는 인물이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느끼게 해 줬습니다. 화면속의 "Legend"라는 글귀대로 그는 전설이 되겠죠...

이제 그는 갔지만 수많은 명경기는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한번, R.I.P Eddie.

PS 1 : 많은 레슬러들이 추도의 의미로 "I'm Your PaPi" 셔츠를 입고 나왔는데 이 대립은 개인적으로 정말 쓰레기였다고 생각됩니다. 예전의 "Latino Heat" 셔츠를 입는게 더욱 좋지 않을까요?
PS 2: 그리고 추모 기념 경기치고는 경기의 매치업이 생각외로 부실했습니다. 볼만한 경기라고는 앵글 대 벤자민, HBK 대 레이 미스테리오의 경기 정도였습니다. 일단 케인과 빅쇼 대 MNM의 태그팀 타이틀 전은 빅쇼가 에디가 대립을 가졌던 만큼 싱글 경기로 주선해 주는게 좋지 않았나 싶었거든요. 사이먼 딘과 유진의 경기는 왜 들어갔는지 모를 매치업이었고 디바들의 경기 역시 수준 이하, 마지막 존 시나와 오튼의 경기 역시 수준은 그다지... 하지만 시나의 에디를 기리는 마지막 모션만은 길이 남을 것 같군요...

2005/11/25

에드가상 수상 작품집 4 - 정태원 / 신재원 편역 : 별점 2점

에드가상 수상작품집 4 정태원 옮김/명지사

1,2,3권은 이런저런 경로로 예전에 구입했었지만 4권만 이빨이 빠져있던 에드가상 수상 작품집을 드디어 완비하게 되었습니다. 우연찮게 반디앤루니스에 들렸는데 이 시리즈가 재간되어 있더군요! 덕분에 구입하게 되었네요.

가격이 무려 15,000원이나 했지만 목차만 봤을 때에는 괜찮다 싶었습니다. 1985년도부터 1993년 까지의 수상작품을 싣고 있는데 작가들이 "빌 크렌쇼"나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로렌스 블럭" 등 유명작가라 화려하고 다양해 보였기 때문이죠.

그러나 3권에서부터 느꼈지만, 정통 추리물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작품들이 많이 실려있어서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제 취향과 기대와는 많이 달랐어요. 단편만의 맛을 잘 살리면서도 추리적으로도 뛰어난 작품을 기대했는데 이상하게 꼬아놓았다던가, 내용이 애매모호한 것이 많았거든요.

읽고 나니 15,000원이라는 가격에 조금 화가 날 정도였는데 에드가상 수상 목록이 쫙 실려있는 부록이 좋고 어차피 수집하던 것이니 만큼 자기 만족 차원에서 납득해 버리기로 했습니다...만 별점은 2점입니다. 아무래도 현대적인 소재와 내용의 단편들은 정통 추리물과는 안 맞는 것 같네요.

그래도 개인적인 베스트를 꼽아보자면,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인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도둑들"과 단편의 맛이 살아있는 웬디 혼스비의 "아홉명의 아들", 나름대로 논리 정연하며 전개가 명쾌한 벤 슐츠의 "메리, 메리, 문을 닫아라" 입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존 러츠 "번개를 타라"
살인강도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애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한 여인의 의뢰라는 내용.
뻔한 설정에다가 주인공 탐정의 캐릭터도 너무나 뻔하고 진부했던 작품. 하지만 전개와 결말은 깔끔하며 반전도 나름 괜찮더군요.

로버트 샘프슨 "핀톤군의 비"
그야말로 고전적인 범죄소설을 현대화 시켰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하나의 사건에서 계속 죽음이 파생되는 전개와 정의로운 인물이 한명도 등장하지 않는 설정은 정말 고전 하드보일드의 풍모가 엿보이거든요. 하지만 하나의 단편에 담기에는 좀 무리한 내용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할란 엘리슨 "소프트 몽키"
흑인 여자 거지가 목격한 갱들의 살인사건때문에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을 여자 시점에서, 그리고 "소프트 몽키"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서술한 독특한 작품입니다. 묘사는 독창적이고 전개도 꽤 박진감 있기는 하지만 왜 "소프트 몽키"라는 소재를 이용했는지는 모르겠고, 정말이지 결말이 너무 싱거워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빌 크렌쇼 "공포영화"
심야 공포 영화관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는 단서를 쫓는 것이 아니고 잠복만 할 뿐이며, 범행 역시 단순한 싸이코 연쇄 살인이라 동기조차 없기에 추리적으로는 별볼일 없더군요.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 "도둑들"
땅굴을 파고 잠입한 은행강도가 은행이 이미 무장강도들에게 점령된 사실을 알게 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코믹 범죄물. 추리적 요소는 크지 않지만 전개가 시원시원, 유쾌하고 범행에 대한 타당성이 설득력있게 제시되고 있어서 베스트로 꼽을만 합니다. 결말도 멋져요!

린 배러트 "엘비스는 살아있다"
엘비스 재현 쇼단의 일원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 드라마성이 무척 강합니다. 단 한번 벌어지는 범죄 역시 우발적이고 순간적인 행동일 뿐이고요. 한마디로 글은 꽤 잘 쓴 편이에요. 제 취향은 아니지만요. 문제는 왜  에드가상을 탔는지는 잘 모르겠다는거....

웬디 혼스비 "아홉명의 아들"
북부지방 초원에서 교사 생활을 했던 추억을 회상하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단편.
앞부분은 장황한 서술과 묘사로 이루어져 있지만 마지막에 반전의 맛이 잘 살아있는 딱 한 문장으로 짤막하게 정리되기 때문에 추천할 만 합니다. 그야말로 단편의 교과서같달까요? 왠지 우리네 과거와 그닥 다르지 않은 설정이 더 와 닿았던 것 같기도 하네요.

벤자민 M 슈츠 "메리, 메리, 문을 닫아라"
거액의 상속녀와 결혼하려는 남자를 조사하는 사립탐정의 이야기입니다. 설정은 수없이 반복된 바로 그것이지만 전개가 무척 독특하고 결국 뒤에 이루어지는 범죄를 막지 못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결말도 마음에 들었고요.
하지만 이 작품 역시 탐정이 등장하고 거액의 상속녀가 등장하는 정통파적인 설정에 비해 추리적 요소는 거의 없는 편이라 아쉬웠습니다.

로렌스 블럭 "켈러의 요법"
한 킬러가 정신과 의사와 치료를 거듭하는 와중에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것을 알게되는 내용인데, 괜찮은 수준의 작품입니다.
그런데 정신과 치료를 하며 나누는 대화가 재미있긴한데 내용에 비해 지나치게 장황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길이에 비한다면 알맹이가 너무 없었어요.

2005/11/24

해롤드와 쿠마 (Harold & Kumar Go To White Castle, 2004) - 대니 레이너 : 별점 2.5점


투자회사에서 일하는 해롤드 리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백인 동료들이 일을 떠넘겨도 싫은 소리 못하는 소심한 친구로 일을 떠맡은 날 인도계 미국인 친구 쿠마와 같이 마리화나를 피우고 TV에서 광고하는 "화이트캐슬"이라는 버거에 필받아 화이트캐슬 버거를 먹기 위해 밤길을 나선다. 하지만 버거를 먹으러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한 길, 그들은 대학에서 마리화나를 사다가 경비에게 쫓기고 차는 두기 하우저의 인기배우 닐 패트릭 해리스에게 도난당하며 무단횡단 등으로 유치장 신세가 되었다가 탈옥하여 치타를 타고 버거를 먹으러 가는 등 우여곡절을 겪는데....

요새는 영화만 보고 사는 것 같네요. 어쨌건 한번 웃고 즐기자는 측면에서 선택한 예전에 보았던 무뇌계 코미디물 "내차 봤냐?"의 감독 대니 레이너의 작품입니다. 스토리만 놓고 본다면 "내차 봤냐?" 못지 않게 황당무계하고 내용도 똑같은 버디무비 형식의 코미디입니다. 전개 역시 중간중간에 여러 사건들이 차례로 벌어지고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마지막에 어쨌건 깔끔하게 해결되며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 역시 같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유색인종으로 미국에서 살아가는 것에 코미디의 촛점을 맞추고 있어서 나름 진지한 구석도 있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물론 백인들에게 괄시받는 동양인이라는 설정은 진부할 수도 있지만, 이 작품에서 백인들은 하나같이 주인공들을 무시하는데 그 과정은 정말 와 닿더군요. 주인공들이 추구하는 오직 하나의 목표가 "White Castle" 이라는 것 역시 진부하지만 핵심적인 설정일테고요.

무엇보다도 두 주인공 중 한명이 한국계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단순한 코미디물만이 아니라 한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계가 각본에 많은 입김을 불어 넣었을 것 같은데 주인공 해롤드의 성격이나 설정이 정말로 전형적인 한국인 같아 보입니다! 야채가게 주인이 아니라 투자회사에서 근무하는 수재로 모든일에 깔끔 및 정확성을 요구하고 일에 매달리는 모습, 소심한 모습 등이 굉장히 리얼합니다. 물론 진짜배기 한국인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고 과장된 측면도 분명 있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라 생각되네요. 하지만 그에 비해 인도계인 쿠마는 강한 캐릭터 성을 지니는 해롤드에 대비되는 인물이기 때문에 관습적으로 캐릭터화 되어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 중에서도 의학의 천재지만 마리화나에 환장한 인물이라는 설정은 좀 지나치지 않았나 싶고요.

미국에서야 이국적이면서도 색다른 소재로 인기를 끌었을 작품이지만 그래도 단순히 웃고 즐기는 코미디로서가 아니라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영화를 보고나니 여러가지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계실 이민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차별이란 없어져야 될 것인데 유머의 소재로까지 쓰일 정도라는 것이 씁쓸하긴 합니다만.... 별점은 2.5점입니다.

PS : 천재소년 두기 하우저로 나왔던 배우 닐 패트릭 해리스의 연기변신(?)도 볼거리입니다.

2005/11/23

삼성가의 딸

이오공감에 올라온 글을 읽고 몇 자 적어봅니다.

너무 젊은 나이에, 그것도 타지에서 일어난 불의의 사고였기 때문에 정말 안됐습니다. 저 사고가 국내에서 일어났다면, 최소한 죽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제 착각일까요?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나저나... "삼성가의 딸" 이라는 이유로 이 사고 자체가 뉴스가 된다는 것이 고인에게는 누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댓글들도 그렇고. 삼성의 경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젊은 아가씨의 죽음에 흙탕물을 튀기는 행위는 없었으면 합니다.

2005/11/22

스카이 하이 (Sky High, 2005) - 마이클 밋첼 : 별점 2.5점


지구 최고의 영웅인 무한한 파워의 캡틴 코맨더와 하늘을 나는 무술의 달인 제트스트림 부부의 아들인 윌 스트롱홀드는 슈퍼 히어로들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 "Sky High"에 입학하게 되지만 정작 자신의 능력은 가지고 있지 못한 상태. 때문에 그는 반 편성에서 히어로반에 탈락하고 "조수반 (Side Kick)"에 편성된다.
그는 소꼽친구 레일라와 더불어 조수반 친구들과 우정을 쌓지만 히어로반의 괴롭힘에 시달리게 되며, 자신의 아버지가 감옥에 쳐 넣은 악당의 아들 워렌과 학교식당에서 싸움을 벌이다가 자신의 엄청난 힘을 각성하게 된다.

능력이 개발된 윌은 히어로반으로 반을 옮기며 학교 최고의 여학생 그웬과 사귀게 되면서 점차 레일라를 비롯한 조수반 친구들과 멀어지는데 이 모든 것은 그웬의 음모였던 것... 그웬은 홈커밍파티에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어 모든 히어로들을 "아기"로 만드는데, 윌은 이 음모를 막기위해 그웬과 맞서 싸운다.

"인크레더블즈" 처럼 슈퍼 히어로 가족을 소재로 한 실사 영화입니다. 가족영화의 명가 디즈니 답게 적당한 유머와 재미, 액션을 갖춘 괜찮은 가족 영화에요. 슈퍼 히어로의 팬인 저는 무척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히어로물의 팬에게 선물과도 같달까요? 히어로반과 조수반의 여러가지 기발하고 재미있는 능력 및 설정들이 볼만하며 조수반의 활약으로 이루어지는 마지막의 해피엔딩까지 제 취향에 꼭 맞는 작품이었습니다.

또한 가족영화답게 능력을 깨닫지 못한 윌과 부모와의 갈등 등 시시콜콜한 요소들 역시 재미난데 캡틴 코맨더 역의 커트 러셀은 근래 본 것중에서 최고의 적역을 아주 잘 소화해내고 있더군요. 각성한 윌의 정신적인 성장을 다루는 영화의 전개 역시 가족 영화에 걸맞는 구성이라 생각되고 마지막의 아주 약간의 반전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출연진도 꽤 화려한 편이라 학생들 역은 다들 잘 모르는 배우들이긴 하지만 커트 러셀을 비롯하여 제트 스트림은 여러 영화의 조역연기가 기억나는 켈리 프레스톤입니다. 원조 원더우먼 린다 카터와 샘 레이미 감독의 페르소나인 부르스 캠벨의 체육선생인 "소닉 붐"도 기억에 남네요.

그다지 큰 제작비를 들이지 않은 어떻게 보면 소품같은 영화이고 때문에 액션 장면의 박력은 대작 히어로물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긴 합니다. 좀 아동 취향에 가깝기도 하고요. 그래도 슈퍼 히어로물의 팬이라면 꼭 봐야할 기발하면서도 재미난 영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이 영화를 잊혀진 Side Kick들에게 바치며, 나름대로 히트 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발 속편이 나와주었으면 합니다.

2005/11/17

새벽의 황당한 저주 (Shaun Of The Dead, 2004) - 에드가 라이트 : 별점 2.5점


자그마한 전자제품 가게에서 근무하는 숀은 너무나도 평범한 소시민. 평범하고 변화없는 일상 때문에 애인 리즈와 헤어진 날 그는 절친한 친구 에드와 폭음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다음날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도시가 좀비 천하가 되고 숀은 사랑하는 가족과 애인,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생애 처음으로 적극적인 노력을 하게 되는데...!

좀비물의 정통성을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상황을 포복절도의 코미디로 바꾼 영국산 좀비 호러 로맨틱 코미디(?) 영화입니다.

사실 공포영화를 패러디한 코미디영화는 수도 없이 많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장면 장면을 패러디해서 찰나적인 웃음만 주는 패러디 영화가 아니라 "좀비물"의 코드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급작스럽게 사람들이 좀비가 되는 상황,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싸움 등 좀비물에 충실한 전개에서 장면장면이 돌발적이고 예상을 뛰어넘는 웃음을 주는 것이 차이점이에요. 이런 부분에서는 과장이 덜하고 보다 순화되어 있지만 피터 잭슨의 영화를 생각나게 하는 일면을 보입니다. 주인공이 좀 바보같은 부분이 특히 비슷하군요.

여튼, 평범하고 별볼일 없는 주인공이 좀비와 맞부닥쳤을때의 상황이 정말 리얼하고 코믹합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초반의 평범한 일상과 대비되어 처음 좀비를 접하고 술집으로 탈출할때까지는 진짜 제대로 웃겨주더군요. 그것도 작위적인 패러디로 웃기는게 아니라 실제 상황과 잘 조합하여 웃겨줌으로써 웃음의 질이 한층 높은 것 같습니다. 음악의 절묘한 사용도 재미에 한 몫 단단히 하고요. (Queen의 노래를 사용한 장면은 정말이지 끝내줍니다!)

다만 중반까지는 확실히 웃겨줄때 웃겨주는 코미디의 정석을 따르는데 후반부에는 그냥 평범한 정통 좀비물로 끝나서 맥이 끊기네요. 처절함과 비장함으로 무장한 결말은 왠지 이 영화와 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거든요. 마지막의 이후 이야기는 그야말로 사족일 뿐이었고요. 그리고 주인공 숀과 절친한 친구 에드 및 기타 멤버의 설정은 너무 진부하고 식상한 설정이라 아쉽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충분히 더욱 재미있게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색다름 없이 너무 공식대로 갔다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영국인들의 유머감각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정통 호러 영화 팬들은 거부감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호러의 궁극은 코미디와 통하달까요? 머리를 비우고 가볍게 즐길만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05/11/16

호숫가 살인사건 (Lakeside Murder Case, 2003) - 아오야마 신지 : 별점 2.5점


나미키 순스케는 명문 수문관 중학교에 진학하기를 원하는 의붓딸 때문에 별거중인 아내와 함께 수문관 중학교 입시 대책 합숙에 참가한다. 합숙 첫날 순스케와 불륜관계인 에리코가 찾아오고 순스케가 자리를 비운 사이, 에리코는 시체로 발견되며 아내 미나코가 살해했다고 자백한다.
자식들의 합격을 위해 은밀히 시체를 처리하기로 결심한 다른 학부모들에 휩쓸려 순스케도 시체 은닉 작업을 돕게 되고 그 와중에 에리코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서서히 깨닫게 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몇번 포스트에 썼지만 저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의 책을 구입할 생각은 없지만 이 작품은 워낙 평이 좋길래 어둠의 경로를 통해 영화를 구해보게 되었네요.

보통 추리소설을 영화화하면 원작을 읽지 않은 경우 이해하기 힘든 영화가 되어버리거나 아니면 복선이나 행간을 놓치는 썰렁한 작품이 되기 십상이고, 실제로 그러한 작품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원작을 읽지 않고 영화만 보더라도 이야기의 맥락과 주제의식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지나친 교육열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 한데, 소설을 읽지 않았지만 내용과 그 주제, 메시지를 영화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리고 한 폐쇄적인 집단 안의 구성원 모두가 피해자이고 공범인 상황에서의 딜레마를 잘 다루고 있는 점 역시 좋습니다. 초중반에는 원사이드한 전개, 즉 주인공 나미키 순스케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이 부가되는 상황으로 몰아가지만 반전을 통해 이 딜레마를 잘 드러내고 있으며, 이러한 딜레마가 설정과 작품의 주제의식에 더없이 잘 부합되고 있어서 영화의 힘이 쭉 유지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기대보다는 추리적으로 그다지 특기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 2시간짜리 영화에서 살인사건은 30분이 지난다음에나 발생하고 처음에는 단순한 도서추리 방식으로 전개되어 어떻게 하면 시체를 확실하게 인멸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촛점이 맞춰지거든요. (이 부분은 대니 보일 감독의 "Shallow Grave"와 굉장히 유사합니다)
또한 인멸 작업은 그런대로 재미있게 다루기는 했지만 허술한 부분도 많고요. 얼굴을 훼손하는 장면의 정도가 미흡하다던가, 호텔 체크 아웃때 호텔 주차장에 차를 주차 시켜 놓는 실수 등이 눈에 띄네요.
그나마 후반부에서 몇가지 단서를 통해 주인공 나미키 순스케가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약간이나마 추리소설같은 반전이 등장하긴 하지만 무거운 주제의식에 함몰되어 반전으로서가 아니라 영화 자체의 메시지로 보이기 때문에 그 충격이나 추리적인 쾌감은 많이 떨어집니다.

아울러 마지막의 엔딩 크레딧 직전의 장면은 섬찟하면서도 또다른 복선이긴 한데 너무 공포영화 스타일로 영화를 몰아가는 것은 별로였어요. 이 장면때문에 영화의 성격이 애매모호해지거든요. 미나코의 일종의 "예지력" 역시 영화의 성격을 불분명하게 하는 불필요한 묘사였다 생각되고요.

그래도 영화보다 원작 소설의 평이 좋은 만큼 이번에는 편견없이 원작 소설을 한번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뭐 영화도 평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2시간의 상영시간이 지루하지는 않았던 만큼 한번 볼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추리" 영화를 기대한다면 약간 실망할 지도 모르지만 저는 꽤 괜찮았어요. 별점은 2.5점입니다.

O.헨리 미스터리 걸작선 꼭두각시 인형 - O.헨리 / 서계인 : 별점 3점

꼭두각시 인형 - 6점
0. 헨리 지음/지문사
이 책을 추리 관련 쟝르로 구분해야 할려나... 단편의 제왕 O.헨리의 미스터리 성향의 단편만 모아놓은 단편집입니다.

흔하게 접하는 "마지막 잎새"류의 작품이 아니라 제가 접해 보지 않은 작품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목차는 크게 3개로 구분되는데 이것저것 다양한 이야기가 섞여있는 "사형수의 꿈" 챕터, "사기꾼 제프 피터스" 시리즈 챕터, 그리고 "명탐정 샘록 죤스" 시리즈 챕터입니다. 이 중 처음 접한 "사기꾼 제프 피터스" 시리즈는 전체적으로 사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짤막하게 담고 있는데 유머와 위트, 반전이 제법 괜찮은 시리즈더군요. "샘록 죤스" 시리즈도 인터넷 상의 번역으로 접해보긴 했었지만 정식 책으로 읽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홈즈를 제대로 패러디하고 있어서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일어 중역본인지 영문 직역본인지는 모르겠지만 번역이 깔끔합다는 것도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캐롤웨이의 암호"는 "암호 미스터리 걸작선"에 실려있기는 하지만 번역이 당쵀 이해 불가능한 수준이었던데 반해, 이 책은 최소한 내용전달은 확실하게 해 주고 있거든요.

개인적인 베스트는 추리적인 요소로 따진다면 간단한 보물 찾기 트릭이 등장하는 "숨겨진 보물", 특이한 인물 바꿔치기 트릭이라 할 수 있는 "X양의 고백", 여태 본것중 가장 기발하며 미국적이기 까지 한 암호 미스터리 트릭인 "캐롤웨이의 암호", 자신의 범죄를 증명하려는 범인이 등장하는 "허영과 모피", 그리고 괜찮은 착상의 보석 절도 트릭물인 "부정의 증명"을 꼽고 싶으며 사기꾼 제프 피터스 시리즈 중에서 "사기꾼의 양심"과 "외딴섬의 사업가", 제일 기발한 사기극인 "돼지의 윤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홈즈의 귀납법 추리방식을 여지없이 비꼬면서도 핵심을 잘 파악하고 있는 샘록 죤스 시리즈는 다 괜찮았어요. O.헨리 특유의 반전이 잘 살아있는 작품으로는 "추수감사제의 두 신사"와 "평화의 옷"을 꼽고 싶네요.

결론내지라면, 전체적으로 O.헨리 특유의 유머와 조크가 넘치면서도 나름 반전과 추리적 요소가 번뜩이는 작품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집이었습니다. 제가 워낙 단편이라는 분야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20세기 초반의 미국을 잘 대변하는 O.헨리 특유의 짤막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작품이 가득하니 누가 읽어도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005) - 가스 제닝스 : 별점 2.5점


평범한 영국인 아서 덴트는 그의 집을 철거하는 날 닥친 지구의 멸망 순간에 그의 친구 포드 프리펙트에 의해 구조된다. 포드 프리펙트는 사실은 외계인으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책의 조사원인 히치하이커였던 것. 그들은 히치하이킹을 통해  은하계 대통령 출신인 포드의 사촌 자포드 비블브락스, 그리고 또다른 지구인 트릴리언과 동행하여 우주, 생명, 그리고 그 모든것에 대한 위대한 질문을 밝혀내기 위한 여행에 착수한다....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영화판으로 개봉한지는 꽤 되었지만 이제서야 보게 되었습니다.
소설은 전에 읽어 보았지만, 소설 자체의 분량이 한권 한권을 따져도 제법 되는 만큼 어떻게 영화적으로 잘 각색했을지가 제일 관건이었을것 같은데 각색을 담당한 사람이 이 시리즈를 무척 잘 이해하고 있는 듯 세계관을 잘 계승하면서도 영화 한편으로 깔끔하게 끝날 수 있게끔 잘 마무리 해 놓았네요. (속편을 암시하는 결말이 있긴 하지만 두고 봐야죠) 특히 뭔가 있는 것 같지만 유머와 개그일 뿐인 이 작품의 특징을 잘 살려 놓은 것 같아 마음에 듭니다. 물론 원작팬이라면 싫어할 수도 있는 트릴리언과 아서의 사랑 이야기가 많이 부각되긴 했지만 이 정도야 흥행을 위해 어쩔 수 없었겠죠.
거기에 더해서 원작에 구현된 상상력을 비쥬얼적으로 잘 옮겨 놓은 것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재미입니다. 유명한 "안내서"의 비쥬얼은 제일 마음에 들더군요. 디자인적으로나 시스템적으로나 애니메이션 자체의 재미로서나 뭐 하나 빼 놓을게 없는 좋은 화면을 보여주거든요. 그 외에도 "행성공장"의 스케일과 비쥬얼, 우주선 "순수한 마음"호의 차원 이동에 따른 독특한 상상력 역시 너무나 잘 구현해 놓아서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울한 로봇 마빈! 우울함이라는 컨셉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디자인이라 이질감은 느껴지지만 (카이홀맨 같더군요) 피규어가 나오면 사고 싶을 정도로 깜찍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각색이 뛰어나더라도 원작 시리즈를 이해하지 못하면 재미를 느끼기에 좀 힘든 작품임에는 분명하고,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유머감각 역시 취향에 맞지 않으면 상당히 지루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라 국내에서는 제대로 개봉하지 못한것 같네요. 제 생각에도 개봉했어도 큰 재미를 보기에는 힘들었을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소설을 읽었다면 충분히 볼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하며, 아마 원작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 같은 뛰어난 비쥬얼을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상영시간은 충분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 외의 요소는 덤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니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럼 여러분도 "Don't Panic!"

2005/11/15

포기하기 힘든 유혹 - 제프리 아처 / 유진화 : 별점 3점

포기하기 힘든 유혹 - 6점
제프리 아처 지음/하늘출판사
"카인과 아벨"로 알려진 영국 작가 제프리 아처의 단편집으로 전부 12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작가의 단편집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는데 헌책방에서 발견하고 바로 구입해서 읽어보았습니다. 

수록 작품들 대부분이 반전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인데 이러한 반전에서 오는 재치와 유머, 나름대로 깔끔하게 정리되는 이야기 구성은 단편의 교과서를 보는 듯 하더군요. 작품들마다 탁월한 묘사와 설정으로 캐릭터들을 돋보이게 하는 점도 좋았고요.
또 주로 상류 사회를 다루고 있으며, 이야기가 반전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는 오 헨리의 작품을 연상케 하지만 그야말로 미국적인 오 헨리와 비교해 보았을 때 확실히 "영국적"임을 느낄 수 있는 소재와 설정들로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그 외의 작품들도 역사물이나 이국적인 곳을 무대로 한 단편들이라 확실히 소재면에서는 보다 깊이가 느껴지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오 헨리 최고의 작품 들과 충분히 비교될 만한 작품들이라 생각되네요.

대부분의 단편이 반전의 맛과 여운이 느껴지는 괜찮은 작품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른바 "내가 산 쿠키를 먹는 낯선 인물에게 대항하기 위해 쿠키를 더 빠른 속도로 가루까지 털어먹고 일어섰는데 알고보니 내 쿠키는 내 주머니에 있더라..."라는 유명한 이야기의 원조격 작품인 "깨진 습관" 과 그야말로 "영국적"임을 잘 알려주며 또한 신사의 조건을 웅변하는 "완전한 신사", 독특한 역사물로 괜찮은 상상력을 발휘한 "기적 체험", 예전에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꽤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으로 반전이 멋졌던 "중국 조각상" 이 괜찮았습니다. 

작가가 영국 명문교 출신으로 본인 스스로 하이 클래스 계층이었던 탓인지 작품들 전체의 소재와 설정이 지나칠 정도로 부르조아 취향이라 좀 거슬렸으며 너무 영국적이라는 점도 감점 요인이기는 하나 독특함, 재미 모두 빼놓을 수 없는 좋은 단편집이었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제목대로 "포기하기 힘든 유혹"같은 책이니 주위에서 구하실 수 있다면 꼭 한번 읽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05/11/14

Good Bye Eddie

Good Bye Eddie, Rest In Peace... and Thank You from us all

"Latino Heat" 에디 게레로는 현역중에서 가장 좋아하던 레슬러 중 한명이었습니다. 래디컬즈로 활약할 때의 모습, "더 락" 과의 대립 중의 세그먼트, 차보와 같이 "lie, cheat and steal"이라는 기믹으로 활약할 때의 모습, 무엇보다도 크리스 벤와가 WWE 챔피언을 획득했을때 먼저 타이틀을 딴 에디가 링에서 축하해 주며 같이 포옹하고 있던 장면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그 외에도 수많았던 명경기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지난주에 Taboo Tuesday 에서도 건재한 모습을 봤는데 어떻게 이럴수가...

레이와의 허접한 대립 이후 이제 다시 부상하는 것 같아 기대했는데 갑작스런 부음을 접하니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Viva! La Raza!"라고 외치는 그의 함성도, 그 멋진 경기력도 이제는 더 이상 접할 수가 없게 되었네요.

슬픈 소식이고 정말 당황스럽지만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그동안 주었던 즐거움들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이제 편히 쉬시길...

2005/11/12

터치다운 (The Longest Yard) - 피터 시걸 : 별점 2.5점


NFL MVP출신의 슈퍼스타 쿼터백 '폴 크루'(아담 샌들러)는 승부조작혐의로 풋볼계에서 쫓겨난 상태, 급기야 음주운전으로 3년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가게 된다. 교도소장 '워덴 하젠'(제임스 크롬웰)은 교도소 교도관으로 이루어진 세미프로팀을 자신의 홍보에 이용하고자 폴 크루에게 죄수들을 대상으로 미식축구팀을 구성해 4주뒤에 시합을 갖자고 제안한다. 어쩔 수 없이 제안을 받아들인 폴 크루는 전(前) 대학 미식축구 선수이며 코치였던 네이트 스카보로(버트 레이놀즈)에게 죄수 팀의 코치를 맡아줄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친구인 케이테이커 (크리스 락)과 네이트 스카보로와 더불어 팀원들을 모아 시합을 준비하는데...

아무생각 없이 주말 저녁에 보기 위해 선택한 영화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아담 샌들러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는 레슬링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기에 관심이 있었고 그래서 구해보게 되었네요.

영화는 그야말로 짜여진 공식대로 흘러갑니다. 비주류 선수들이 엘리트 선수들과 대항해서 싸우는 스포츠 영화는 정말이지 발에 채일만큼 많고, 최소 반세기 이상은 지난 듯한 켸켸묵은 공식이기도 하니까요. (얼마전 본 인도영화 "라간"도 따지면 같은 공식의 영화입니다) 하지만 진부하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썼다는 이야기이고, 그만큼 많이 썼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 이 영화는 킬링타임에 딱 맞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이 공식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여러 잔재미들이 영화와 잘 조합되어 있기 때문이죠.

특히 비주류 선수들을 "죄수"로 설정하고 상대팀을 "교도관"으로 설정한 것이 재미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죄수들 대부분이 교도관을 "때릴 수" 있다는 이유로 미식축구를 시작하게 된다는 설정은 확실히 설득력이 있으며, 파워 넘치고 흉악한 죄수들로 이루어진 덕에 아마츄어들일지라도 힘 위주의 플레이에서는 절대로 밀리지 않고 오히려 압도할 수 있으니까요. 또 단 한명의 스타 플레이어로 부족한 부분을 커버할 수 있는 "미식 축구"라는 스포츠의 선택 역시 구성상 탁월했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여러 분야의 유명 스타들을 볼 수 있는 흔치않은 재미까지 더해져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빌 골드버그, 밥 샵, 케빈 내쉬, 스티븐 오스틴 등 유명 레슬링, 격투기 스타를 비롯해서 랩퍼 넬리 까지 등장해서 깜짝 놀랐네요. 밥 샵 같은 경우에는 나름 괜찮은 연기(?)도 보여줘서 앞으로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교도관들이 죄수들을 학대하는 장면은 너무나, 너무나 전형적이어서 지루합니다. 폴 크루의 승부조작 에피소드나 케이테이커가 죽는 장면 같은 것은 지나친 사족이었고요. 무엇보다도 교도소장의 음모가 이 영화의 오리지널 버젼이 나왔을때에는 먹혔을지 모르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 보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비 현실적으로 보여 와 닿지 않는 점은 특히나 아쉬웠어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할 뿐, 전체적인 재미를 해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공식대로 누구나 알고 있는 방향으로 흘러갈지라도 결국은 해피엔딩이고 유쾌한 나름의 재미는 있으니 킬링타임용으로 딱 맞는 영화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뭐 극장에서 봤다면 돈 생각이 났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2005/11/11

추리 매니아가 본 소년탐정 김전일

akachan님의 블로그에서 글을 읽고 생각이 나서 저도 적어봅니다.

이 글에서 김전일에 대한 가치는 akachan님이 잘 설명해 주셨는데 과연 추리적으로는 어떨까요? 그것을 잠깐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단 김전일 시리즈는 전부 퍼즐 미스터리에 가까운 정통파 추리물 입니다. 범인과 탐정의 두뇌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며 이 와중에 여러 트릭이 등장하고 이것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데에서 지적 쾌감을 가져다 주는 쟝르라 할 수 있죠. 특히나 김전일 시리즈는 주간 연재물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어서 트릭과 범인과의 대결을 연재분마다 효과적으로 나열하여 독자에게 다음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솜씨가 대단해서 독자에게 작품에 몰입하게 해 줍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만화"라는 쟝르적 특성 탓에 시각적으로 제공되는 정보가 소설보다 직접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정보의 공정한 제공이라는 추리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독자가 만화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추리물이 만화와 만났을때의 모범 답안이랄까요? 이후 유사 작품들에 많은 영향을 끼친 부분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이야기 수준에 적합한 사토 후미야의 그림 솜씨가 결합하여 상승작용을 불러 일으킨 것이겠죠. 물론 연재 후반부가 되면 트릭 자체가 "숨은 그림 찾기"가 되어 버려 오히려 감점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최소한 중반부 에피소드까지는 무척이나 잘 이용했다고 생각되네요.

또한 에피소드의 거의 전 편에서 범인이 스스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사건을 벌이는 것 역시 아주 큰 장점입니다. 이미 죽은 사람이건 비현실적 존재이건 간에 작품의 등장인물들과 독자에게 감정이입을 시키면서 죄를 뒤집어 씌우는 대상이 대부분 존재하거든요. 심지어는 김전일 자신이 죄를 뒤집어쓰는 편까지 있으니까요. 이러한 전개 덕분에 김전일이 사건을 해결하려 하는 동기 부여가 가능할 뿐더러 진범을 밝히고 누명을 벗기는 과정의 흥미가 배가됩니다. 우연에 의한 사건 해결을 방지하는 측면에서도 높이 평가할만 하고요. 사실 정통 추리물로 불리우는 작품들에서도 트릭에만 치중한 나머지 많이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놀라울 뿐입니다.

비록 시리즈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부터는 이야기의 설득력과 밀도가 떨어지고 트릭의 수준도 떨어지는 등 장기 연재의 폐해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추리 만화계에서 아직까지도 독보적인, 추리 만화의 붐을 일으킨 것은 물론이고 설정과 캐릭터에 있어서 수많은 아류작을 만들어낸 ("누구누구의 몇대 후손" 등이 등장하는 등), 추리 매니아에게 언제나 흥분을 일으킬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PS 1 : 야마기 세이마루와 사토 후미야 컴비도 코난의 영향 때문인지 아동 취향의 모험물을 버무린 "탐정학원 Q'를 내 놓긴 했고 나름대로 히트도 쳤지만 이야기 전개가 빈약하고 설정이 유치해서 저에게는 크게 와 닿지는 않더군요. 비교해 본다면 역시 "김전일"이 대단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네요.
PS 2 : 그나저나 "부동고교"는 왜 이리 살인점과 피해자가 많은지.. 정말 굿이라도 당장 해야 합니다.

모든 살인은 증거를 남긴다 (Bodies of Evidence) - 브라리언 이니스 / 이경식 : 별점 3점

모든 살인은 증거를 남긴다 - 6점
브라이언 이니스 지음, 이경식 옮김/휴먼앤북스(Human&Books)
증거 수집의 방법에서부터 독극물, 뼈, 벌레, 지문, 피, DNA, 머리카락 및 섬유조직, 총알, 화재와 폭발, 파편과 증거, 목소리, 범인 식별 및 법의학 장비와 모든 조사방법에 대해 자세한 도판, 사례와 함께 잘 요약해 놓은 법의학 및 과학 수사 개론서.

32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에 책의 판형도 크고 빳빳한 종이의 올 칼라로 구성되어 가격도 만만치 않고 책도 묵직합니다. 
그러나 분량, 가격에 걸맞게 다양한 법의학과 과학 수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자세한 도판과 함께 담고 있고, 수사 방법의 소개로 그치지 않고 각종 범죄에 대해 실제 법의학 및 과학 수사가 적용된 사례를 선별하여 수록하고 있어서 쉬운 내용 전달은 물론 읽는 재미도 더해줍니다.
사례들로는 보스턴 교살자나 강간범 "폭스", 새디스트 네빌 히스, 비소 마녀 마리 라파즈, 영 포이즈너 그레이엄 영, 팻 맨 존 웨인 게이시, 핸섬가이 테드 번디, 유너바머, O.J 심슨 등 유명한 사건을 비롯한 다양한 사건들이 19세기 부터 소급하여 수십 건 요약되어 실려있는데 이 사례들만 따로 모아서 읽어도 될 정도로 읽는 재미가 뛰어납니다.

단점이라면 요약 및 개괄에 가까운 입문 형식의 책이라는 점이겠죠. 자세한 내용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상세한 분야의 연구서들이 필요할 것 같긴 합니다. 제가 읽은 몇권의 책들 ("파리가 잡은 범인"이나 "FBI 심리 분석관") 등 도 같이 읽어 주면 더욱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뭐니뭐니 해도 C.S.I랑 같이 보는게 최고겠죠. 이 책 자체가 국내에는 C.S.I의 영향으로 출간된 것이 분명해 보이기도 하고요.
그 외에 단점이라고 하기는 좀 뭐하지만, 사진 도판이 적나라한 것이 몇개 있어서 지하철에서 읽기에 약간 걸리는 부분도 조금 있더군요.

그래도 책 자체는 괜찮은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이렇게까지 상세하게 밝혀 놓으면 앞으로 점점 범죄자를 잡기가 어려워 지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약간 무섭네요. 책의 취지는 "어떻게 범죄를 저질러도 증거가 남는다"로 귀결되는 것 같은데 범죄자들이 알면 알 수록 빠져나갈 구멍은 더욱 커 보이거든요....

2005/11/09

어둠속의 목소리 (The Voice From the Dark) - 이든 필포츠 : 별점 2점

어둠의 소리 - 6점 이든 필포츠 지음, 박기반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유명한 탐정 존 링그로오즈는 은퇴 후 회상록 저술 작업을 위해 제이콥 브렌트의 호텔에 머물다가 한밤중에 들려오는 어린 아이의 비명소리를 듣게 된다. 아이 유령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호텔에 거주하던 노부인 베라아스와 그녀의 하녀 수잔을 만난 링그로오즈는 목소리의 정체는 브루우크 남작의 후계자였던 르도비크 소년 이었으며 소년의 죽음에 현재 남작인 숙부 바아고인과 바아고인의 심복인 집사 아서 비튼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범인들을 검거하기 위해 링그로오즈는 스스로 변장하여 먼저 비튼에게 접근하여 그가 소년을 죽일때 사용한 악마의 머리 모형을 이용하여 겁을 주지만 비튼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다시 바아고인과 만남을 시도하며 조사한 끝에 그의 형인 전 부르우크 남작의 의문사까지 서서히 드러나며 결국 바아고인과 최후의 대결을 준비하게 되는데....

"빨간 머리 레드메인즈"의 작가 이든 필포츠의 또다른 대표작입니다. 집에 있던지는 꽤 되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던 차에 이번에 결국 완독에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빨간 머리 레드메인즈"와 같이 사악한 인물과의 한판 대결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이야기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이 작품이 더 나아 보이네요. "빨간 머리..." 에서는 탐정역이 2명이 등장해서 혼란스러움을 가져다 주는 편인데 여기서는 시종일관 우직하게 은퇴한 노 탐정 혼자 악당과 대결하는 구도로 전개되고 있어서 더 마음에 듭니다. 그래도 같은 작가 작품임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사악한 범인역의 캐릭터라던가 각종 심리 묘사, 러브 스토리를 이야기에 잘 끼워 넣은 점 등은 "빨간 머리..."와 거의 판박이로 보이네요. 뭐 이러한 부분이 당대에 높이 평가되었다니 그럴 법 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내용은 "빨간 머리..."보다 더욱 지루합니다! 일단 이 작품에서는 최소한의 트릭 조차 찾아보기 어려우며 탐정의 역할이나 캐릭터도 그다지 강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악역이라도 뭔가 해 줘야 할텐데 악역인 바아고인의 캐릭터 역시 뭔가 심심한 편입니다. 솔직히 이 악역이 잘 살아나야 작품이 훨씬 좋았을 텐데 지금 읽기에는 악역이기는 커녕 오히려 순진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계획도 사실 많이 어설퍼 보이고요. 그래서인지 왠지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좀 어렵더군요.
또한 아무래도 오래된 작품이어서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가 늘어지는 느낌도 강해요. 지금 보다는 더 짧게 압축해서 깔끔하게 끝낼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되는데 말이죠. 등장인물도 많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깁니다...

고전 명작임에는 분명하고 이후의 추리소설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 역시 분명하지만 지금 읽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흐른 것이 아닐까 싶네요. 저는 예전의 "하서판"으로 읽었기에 번역의 문제로 더욱 지루함을 느꼈으리라 생각은 되지만 이 작가 작품은 아무래도 취향에 맞지 않나 봅니다. 거의 숙제를 끝내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05/11/05

하늘은 붉은 강가 - 시노하라 치에 : 별점 2.5점


몇달전에 읽었던 "바다의 어둠, 달의 그림자"의 작가 시노하라 치에의 작품입니다. 이 "하늘은 붉은 강가"가 더 유명하고 히트친 대표작인 것 같더군요. 전혀 몰랐던 작품인데 조사해 보니 인기가 대단하긴 한 것 같습니다.

일단 이 작품에서는 히타이트 제국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고대 제국의 역사와 인물을 나름대로 잘 조명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히타이트 제국이야 사실 잘 모르고 있던 고대 국가라 주인공인 무르실리 2세 같은 인물은 생전 처음 보는 인물이었지만 이집트의 람세스와 네페르티티 같은 경우에는 캐릭터도 잘 살리면서도 스토리에 잘 융합되고 있습니다. 거기에 실존했던 미탄니 왕국이나 앗시리아, 바빌로니아 제국, 이집트 제국 등 주변 국가들과의 세력 관계 및 국제 정세도 비교적 사실에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고 또한 지명이나 실존했던 전투를 치밀하게 연구하여 효과적으로 만화적 상상력과 접목시켰다는 점에서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저도 보면서 공부가 좀 될 정도였으니까요. 특히나 네페르티티 왕태후의 조각에 대한 이야기는 나름 만화적인 상상력과 실제 유물을 가장 잘 써먹은 좋은 예로 보입니다.

그리고 실존인물에 기초한 여러 조연들의 디테일한 설정역시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또한 상당히 많은 조연이 등장함에도 큰 기둥 줄거리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오히려 돋보이게 하는 구성은 성공적인 장편 연재물이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해답으로 보입니다. 최근의 에스컬레이터식 전투를 반복하는 단순한 장편 작가들은 꼭 참고해 볼 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한 것 같네요.

물론 아무래도 발표된 시기가 시기이기 때문인지 기본 내용은 좀 뻔하긴 합니다. 소녀가 일종의 타임 슬립을 통해 과거의 제국으로 흘러가 왕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지금 읽기에는 낡고 진부한 소재이긴 하니까요. 게다가 주인공인 유리-이슈타르의 캐릭터가 너무 허무맹랑한 것도 약간 거슬립니다. 평범한 일본의 소녀에서 전쟁의 여신이자 제국의 기틀로 자리매김 하는 과정이 너무 비약과 과장이 심한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순진 무구한 소녀로 끌고 나가는 것이 좋았을 것 같더군요. 그리고 솔직히 고증 측면에서는 눈여겨 볼 것은 거의 없다는 것도 역시나 약점일까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그래도 이제는 거의 유행이 사그라들은 순정 대하 서사극 작품들 중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괜찮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뻔하디 뻔한 환타지적인 설정을 배경으로 하는 흔해 빠진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정말로 "대하 서사극" 이라는 느낌을 전해 주는 보기 드문 작품이지요. 지금 읽기에 낡은 감은 분명 있지만 그 이상의 재미를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PS : 좀 조사해 봤더니 히타이트 쪽 인물들은 꽤 역사와 부합되는 인물들로 잘 묘사한 것 같습니다. 악역인 나키아 황태후와 라이벌 람세스만 각색이 심한 편인데 이거야 유일한 악역과 라이벌격 존재로서 어쩔 수 없는 각색이었겠죠. 실제 람세스 1세는 호렘헤브 왕의 재상을 지낸 친구로 왕으로부터도 신뢰가 두터웠던 인물로 왕이 아들이 없어 왕위를 물려받았다고 하네요.^^

기동전사 Z 건담 Movie Part 1 - 별을 잇는 자

화제작이었던 Z의 극장판을 이제서야 보게 되었습니다. 요사이 여러 문제때문에 머리를 비우려고 이거저거 보고 있거든요. (만화책을 이틀사이에 백권은 읽은 것 같습니다...^^)

먼저 이야기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건담 세계를 잇는 3개의 TV용 건담 시리즈 중에서는 Z를 제일 좋아합니다. 구 건담은 제가 즐기면서 보기에는 작화나 스타일이 구식이었고 ZZ는 너무 아동 취향으로 흐른 감이 크기 때문이죠. 하지만 Z의 TV 시리즈는 결국 다 구하지 못해 완결을 보지 못했었기 때문에 이 영화 소식을 접하고 큰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본 감상만으로 따진다면 전체적으로 내용은 만족스럽습니다. 일단 자브로 강하 작전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구 시리즈의 내용을 적절하게 요약하고 있는 점도 좋지만 전투씬의 효과적인 안배로 보는 재미도 빠지지 않는 편입니다. 무엇보다도 소문이 무성했던 신작화는 사실 구 시리즈의 작화와 어울리지는 않지만 충분히 인상적으로 쓰였다 생각됩니다. 몇몇 전투 장면은 확실히 극장 스크린에서 보면 굉장할 것 같아 보이거든요.

하지만 확실히 압축을 하긴 했기 때문인지 카미유의 성격이 좀 유순해 진 점은 조금 불만스럽기도 합니다. 초반의 폭주 이후에는 너무 착해(?) 져서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는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이 작아졌다고 생각되거든요. 그리고 신작화 쪽에서는 인물들은 위화감을 가져다 주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특히 카미유 같은 경우에는 전혀 다른 인물로 보이기까지 하더군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샤아와 아므로가 재회하는 장면만은 오히려 신작화로 포장했음에도 저에게는 구 시리즈의 연출이 더 좋았습니다! 신작화로 포장해서 더 빠르고 경쾌하게 묘사한 것은 좋지만 과거의 두 영웅이 교차하며 서로의 포스(?)를 느끼는 맛이 너무 아니다 싶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 이었는데....쩝

그래도 기대 만큼의 재미와 흥분을 가져다 주는 작품임에는 분명한 것 같네요. 물론 저같이 어느정도 추억이 있어야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는 있겠지만.... 때늦긴 했지만 이렇게나마 다시 보니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2편도 기대되네요.

2005/11/03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요새 이글루 분들중에 직장에서 여러가지 문제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꽤 보이던데 저에게도 문제가 닥쳐왔습니다.

뭐 불미스러운 일이나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긴 하지만 추워지기 시작하는데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할지 걱정이네요. 쌓아논 양식(?)이 많은 것도 아닌데...

뭐 이 기회에 앞으로 내가 최소 20년은 뭐 하면서 먹고 살지 진진하게 한달정도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추리소설만 읽고 평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면 베스트겠지만 꿈일 뿐일테고, 경력 7년차의 UI 기획자로 전문 분야는 Mobile Flash 인데..... 좋은 자리 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이력서나 좀 지긋하게 써 봐야 겠네요.

이 기회에 프리타의 세계로나 빠져볼까....

2005/11/02

강력 1반 - 요코야마 히데오 글 / 토코로 주조 그림 : 별점 3.5점

강력1반 4 - 8점
토코로 주죠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석원님의 추천으로 보게 된 추리 만화 시리즈입니다.

몰랐는데 원작이 따로 있더군요. 원작자 요코야마 히데오는 일전에 "사라진 이틀"이라는 작품으로 접해 본 적이 있습니다. "사라진 이틀"의 경우 추리소설은 아니라 생각되었던 만큼 원작자가 이 사람인줄 모르고 구입했기에 표지만 보고 이거 또 뒤통수 맞는거 아닌가 싶었지만 의외로 정통적인 경찰 수사물이고 또한 재미까지 있어서 놀랐습니다.

현재 4권까지 발간중인데 1권은 수사 1과 1반, 2권은 2반, 3권은 3반이 각각 권마다 주역이 되어 하나의 이야기가 완결되며, 4권은 수사 1과 과장이 1,2,3반을 통솔하며 3건의 다른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하나의 싸이클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다른 만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상당히 독특한 방식인데 매 권마다 저마다 특색있는 반원들과 캐릭터성이 강한 반장을 주인공으로 이야기 중심이 이동함으로써 독자에게 흥미와 재미를 배가시키는 것 같아요.

경찰들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무게감있는 수사물은 만화에서도 엄청나게 많았지만 보아온 바에 따르면 대체로 주인공의 활약에 기댄 액션 영웅물에 다름아닌 작품들이 태반이었죠. 하지만 이 작품은 수사과정 전개의 대부분을 용의자 취조에 할애하는 등 나름대로 현실감을 잘 살린 설득력있는 전개, 그리고 바스트샷을 위주로 하는 담담하면서도 리얼하지만 조용한 그림 등으로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웃지않는" 야스마사 반장이나 공안 출신의 냉정한 2반 반장 마사미 같은 만화적인 캐릭터도 스토리에 잘 조합시켜 독특하면서도 성공적인 정통 추리-수사 만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어설픈 면도 많이 눈에 띕니다. 특히 1권같은 경우에는 트릭이 좀 난데없고 진상을 파악하는 경위도 납득하기 어렵더군요. 그래도 2권 이후부터는 트릭이나 전개, 설정 모두 상당한 수준을 보여줘서 추리 매니아로서도 만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권의 이야기가 추리적으로나 이야기의 완성도로나 제일 좋았다 생각되네요. (물론 저는 1반 반장인 "파란귀신" 야스마사가 제일 마음에 들어서 1권도 좋아하긴 합니다만...)

어쨌건 구입하고 후딱 읽어버린 재미난 작품이었습니다. 간만에 기대되는 추리-수사 만화를 하나 발견한 것 같아 기분이 무척 좋네요. 4권 이후가 빨리 나왔으면 합니다. 추천해 주신 석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미소지은 남자 - 헤닝 만켈 / 권혁준 : 별점 2점

미소지은 남자 - 4점
헤닝 만켈 지음, 권혁준 옮김/좋은책만들기

스웨덴의 도시 이스타드의 범죄 수사관인 형사 쿠르트 발란더는 한 남자를 사살한 과거 때문에 1년여를 방황하며 경찰을 그만둘 결심을 하게 된다. 때문에 그가 휴양하는 도시 스카겐에 찾아온 옛 친구 변호사 스텐의 의뢰 -자신의 아버지의 의문의 죽음을 조사해 줄 것-를 거절하지만 이스타드에 돌아온 직후 스텐마저 살해된 것을 알게 되자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다시 경찰에 복귀한다.

그는 조사를 거듭할 수록 스웨덴의 존경받는 기업가 알프레드 하더베리가 사건에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수사 방향을 그에게 집중시키지만 확실한 물증이나 근거가 없어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검사와 약속한 수사 기한도 얼마 남지 않은 와중에 옛 경찰이자 지금은 알프레드 밑에서 경비책임자로 일하는 스트룀의 은밀한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헤닝 만켈의 쿠르트 발란더 시리즈입니다. 제가 읽었던 두번째 작품 "하얀 암사자"에서 발생한 사건때문에 괴로워하는 발란더의 모습이 등장해 이채롭네요.
또 전작과 비교해 볼때 보다 감성적인 부분으로 접근했더군요. 특히 심리묘사가 뛰어난데 예를 들면 오만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쿠르트 발란더에 대한 적절한 묘사라던가, 그 외의 여러 수사관들의 묘사를 들 수 있겠습니다. 악역인 "미소지은 남자" 알프레드 하더베리 역시 쿠르트 발란더의 유년시절의 기억과 잘 교차시켜 그 성격을 보다 확실히 구체화하는데 일조하고 있고요. 이런 점에서 본다면 심리 묘사에 따른 문학적 성취도는 분명하다고 할 수 있죠. 이번 작품에서부터 등장한 여성 형사 얀-브리트의 캐릭터가 개성적이고 독특하면서도 나름의 설정이 확실하다는 것도 마음에 든 부분이에요.
거기에 더해 경찰의 문제점을 차분히 짚어나가면서도 수사에 대한 자세한 묘사로 사회파적인 느낌도 팍팍 내 주고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추리적인 부분은 건질게 거의 없더군요. 변호사 살인사건만 해도 너무 작위적이고 만들어 놓은 듯한 상황 설정이라 설득력이 제로이며, 연계되는 단서 역시 실질적인 증거로서의 역할이 너무나 취약하거든요. 그나마 변호사 살인사건만 진행했더라면 보다 밀도가 있었을지도 몰랐는데 장기밀매와 같은 부가적인 소재를 이거저거 때려 넣어 악당을 대단한 악마같은 존재로 부각시킨 것은 오버일 뿐이었어요.
게다가 사건의 해결은 전적으로 범인의 대사에서만 이끌어 내고 있는 결말에 이르러서는 과연 이 작품을 추리소설이라고 불러야 할지조차 애매해질 정도였습니다. 덧붙이자면 범인도 캐릭터와 설정에 비해 막판 치밀함이 너무나 모자라 안타까왔고요.

한마디로 결론 내리자면 예상대로 "추리소설"은 아니고 프레드리히 뒤렌마트의 작품이 연상되는 범죄 심리 소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완성도는 높지만 추리적으로는 실망스러웠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나름 재미와 품격, 수준은 갖춘 작품이지만 제 취향은 아닌 탓에 아무래도 개인적으로는 이 시리즈를 더 구해서 읽을 일이 없을 것 같네요.

PS : 그나저나, "하얀 암사자"에서는 국제적인 킬러들의 활동무대로 쓰이고 이 작품에서는 범 세계적인 기업가가 벌이는 범죄를 다루고 있는데 완전무결한 복지의 천국인줄 알았던 스웨덴에 왜 이리 대형 사건이 많은지 좀 이해가 안 되네요.

2005/11/01

신화 진시황릉의 비밀 - 당계례 : 별점 1.5점


고고학자 잭은 친구인 물리학자 윌리엄의 요청으로 고대의 "무중력"세계를 구현했던 유적지를 찾아 그 수수께끼를 풀려 한다. 하지만 이 수수께끼에 다가갈 수록 자신이 계속 꾸는 진시황 시절 몽 장군과 옥수 공주의 사랑에 대한 꿈과 겹쳐지는 것을 느끼게 되고, 결국 꿈에서 본 장소인 한 폭포 속에서 완벽한 무중력으로 구현된 진시황의 지하 궁전을 발견하게 되는데...

공사가 다망한 관계로 (?) 포스팅이 뜸했네요. 짬내서 주말에 본 성룡의 최신작입니다.

사실 성룡 영화를 저도 예전에는 매년 놓치지 않고 봤었지만 어느 순간에서부터인가 슬슬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중안조" 이후의 영화는 안 본 영화가 더욱 많은 것 같네요. 이유야 여러가지이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성룡의 유머가 슬슬 사라지면서 영화의 재미가 많이 떨어졌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왠지 유머와 재치를 돈으로 커버하려 한 듯한 느낌이 많이 나서 싫어지더군요.

그런데 이 영화 역시 제가 싫어한 부분을 극대화해서 답습하고 있습니다. 성룡의 유머와 재치는 거의 드러나지 않고 액션도 성룡 특유의 아크로바틱 코믹 액션은 묘지에서의 액션과 끈끈이 공장에서의 액션, 딱 2장면에서만 드러나고 나머지는 흔해빠진 중국 무협 영화의 도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서 불만스럽고요. 제일 용서가 안되는건 클라이막스의 액션을 와이어로 땜빵한거에요. 이건 성룡이 아니야!
이야기도 당위성과 설득력 모두 굉장히 부족할뿐더러 "불사의 약"에 관련된 시공을 초월한 사랑과 윤회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진용"에서 써먹은 것이라는 점, 그리고 식상해진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10여년 전에 발표된 "진용" 쪽이 이야기의 밀도나 설득력은 훨씬 높다는 것 역시 당황스러운 점이었어요. 이야기가 해피엔딩이었으면 좀 더 마음에 들었을지 모르는데 언해피 엔딩이라는 것도 별로였고 말이죠. 게다가 악당역의 "구선생"이 왜 무공 고수인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것도 이해 불가능의 영역입니다. 떡하니 등장해서 최고수의 무예를 급작스럽게 선보이니 기가 막힐 뿐이죠. 중국은 쿵후 고수만 교수를 할 수 있나?
이러한, 10여년 전에서 전혀 발전하지 못한 전개와 설정은 빼 놓더라도 장예모 쪽이 성룡보다는 더욱 진나라 무사에 어울리는 비쥬얼이라는 문제도 큽니다. 성룡은 아무리 생각해도 외모상으로만 본다면 미스 캐스팅이에요.

그래도 무중력에 관한 접근이 진시황릉의 비밀로 이어지는 과정과 그것을 구현한 상상력 하나는 꽤 괜찮았다고 보여지고, 김희선의 연기는 잘 모르겠지만 비쥬얼 하나만큼은 정말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성룡도 몇몇 장면에서 나이를 잊은 듯한 모습과 액션을 가끔 보여주는만큼, 성룡과 김희선의 팬이라면 볼 만한 수준의 영화라 생각되긴 합니다. 그래도 대단한 팬이 아니시라면 TV에서 방송할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이 훨씬 낫을거에요.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2005/10/26

슬픈 궁예 (소설과 역사의 경계에서) - 이재범 : 별점 2점

슬픈 궁예 - 4점
이재범 지음/푸른역사

그다지 사료나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궁예에 대한 책. 예전 "태조 왕건"이라는 드라마가 절찬 방영중일때 인기가 갑자기 폭발했던 시기 출간된 책인 것 같습니다.

제목 그대로 궁예와 그의 고려, 혹은 마진, 혹은 태봉이라는 국가에 대한 저자의 독특한 시각에서의 고찰과 연구가 돋보입니다. 그의 출생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어 궁예가 장보고 세력과 어느정도 혈연 관계가 있지 않았나 의심해 보는 것에서 시작해서, 궁예가 장군으로 발돋움해 나가는 과정과 그 과정에 얽힌 당시 국내 정세에 대한 연구, 그리고 그의 국가 형성에 이은 당시 국제정세 및 중국과 거란과의 외교 관계 분석, 마지막으로 궁예의 몰락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논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궁예는 전설이나 드라마등에서 흔히 보여지는 악인이 아닌, 스스로 나름의 능력과 힘을 지녔던,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대동방국을 꿈꿔왔던 인물이라고 하는군요.
거기에 왕건과 견훤등의 인물에 얽힌 이야기를 잘 짜 맞추고 있어서 흡사 일본의 전국시대의 이야기나 무용담을 보는 듯한 재미도 느껴집니다. 저자가 견훤-궁예-왕건을 노부나가-히데요사-도쿠가와에 비유한 것은 좀 지나치다 생각은 들지만요.^^

하지만 저자가 워낙 궁예를 좋게만 보려고 노력한 점이 너무 많이 눈에 띄이고, 주장하는 내용들도 워낙 사료가 없고 유적지마저 비무장지대에 있는 탓에 뒷받침되는 증거가 거의 없어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이 약점입니다. 전설과 구전되어 오는 여러 자료에 의지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이 책을 역사서로 보기는 어렵게 만드네요.
물론 저자도 학자 출신답게 왕건이 "반란"을 일으킨 세력이므로 정당하게 선왕을 평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부분을 상당히 자세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어 어느정도의 근거는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고증된 역사서에 비한다면 "역사" 보다는 저자의 창작과 판단이 상당히 많이 개입되어 있는, 소설에 가까운 책으로 보이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 허나 궁예라는 인물에 대해 색다른 시각을 제공하는 노력은 마음에 듭니다. 후삼국 시대에 대한 보다 철저한 시대 구분 및 연구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생각에도 동의하고요. 훗날 비무장 지대에 있는 유적이 연구될 수 있는 시기가 온다면, 또 보다 많은 근거와 자료, 증거를 확보하게 된다면 보강하여 보다 탄탄한 역사서로 거듭나기를 희망합니다.

2005/10/25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 정창 : 별점 2.5점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 4점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정창 옮김/열린책들

미술품 복원 전문가 훌리아는 곧 경매에 걸릴 플랑드르 시절 거장 반 호이스의 작품 "체스 게임" 복원 중, 엑스레이 사진에서 그림 밑에 숨겨진 수수께끼의 메시지 "누가 기사를 죽였는가?"를 발견한다. 메시지가 그림의 모델인 오스텐부르크 대공과 로제 드 아라, 그리고 부르고뉴의 베아트리체의 관계와 관련된 내용임을 짐작한 훌리아는 조사에 착수하고 후원자이자 아버지와 같은 골동품상 세사르의 도움으로 그림안의 체스 게임과 메시지의 연관성을 해결하기 위해 체스 플레이어 무뇨스에게 기사 (나이트)를 잡은 말이 무엇인지 부탁하게 된다.
그에게서 기사를 잡은 말은 흑녀, 흑의 여왕임을 알게 된 후 의문의 인물에게서 그림 속에서 중단된 체스게임을 계속하라는 메시지가 도착한다. 그리고 시작되는 연쇄살인과 그림의 도난 뒤 훌리아와 무뇨스는 범인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는데....

레베르테의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입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추리소설을 한권 읽은 것 같네요.

이 작가 작품은 이전에 "뒤마클럽"을 읽어 보았지만 사실 "뒤마클럽"은 기대에 많이 미치지 못해 실망이 더 컸습니다. 그래도 이 작품은 제법 재미있더군요.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현학적인 지식을 과시하는 특유의 문체는 여전하지만 이야기의 맥락은 그런대로 명확한 편이거든요. 체스를 통한 연쇄살인이란 아이디어도 재미있었고요. 무엇보다도 이야기에 나오는 체스의 행마를 따라가는 재미가 굉장합니다! 참고로 체스를 소재로 삼은 작품은 캐더린 네빌의 "에이트 (8)"라는 작품도 있었지만 이 작품은 체스의 말을 움직이는 "행마"를 주요 소재로 삼아서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사 추리"라는 요소는 사실 거의 없습니다. 중반 정도에 흑녀가 기사를 잡은 것을 알게 된 이후에는 역사속의 인물들과 사건은 별로 중요하게 되지 않거든요. 이후 발생하게 되는 현실의 사건들과 과거의 사건이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것도 역사 추리물로 평가하기 어렵게 만들고요. 전체적으로 본다면 전반부는 역사 추리, 후반부는 평범한 추리 스릴러물로 양분되는데 두 사건을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합습니다.
아울러 추리적으로도 단점이 제법 됩니다. 살인의 동기가 비약이 심하다는 점, 그리고 전개가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점이 그러해요. 동기가 불분명해서 범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건 작가 입장에서는 범인의 의외성을 강조할 수 있는 방법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독자에 대한 반칙이라 생각되거든요.

요약하자면 추리소설이라고만 본다면 부족한 부분이 굉장히 많긴 하지만 작가 특유의 방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한 내용 전개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정말 이 사람은 "프로"작가다! 라는 것이 팍팍 와 닿는달까요?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덕분에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흥미를 놓치지 않는 맛도 잘 살아 있고 마지막의 범인의 자백에서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이끌어내는 부분도 괜찮고요. "강추"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번 읽어볼만 한 책인것 같습니다. "체스"라는 소재를 잘 알고 있다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PS : 좀 조사해 봤는데 피터 반 호이스라는 작가는 역시 가공의 인물인 것 같군요.

2005/10/21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 디 브라운 / 최준석 : 별점 3.5점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 8점
디 브라운 지음, 최준석 옮김/나무심는사람(이레)

"유일한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 뿐이다"

부제는 "미국 인디언 멸망사". 인디언들이 어떻게 백인들에 의해 지금의 보호구역으로 밀려나가 비참한 삶을 겨우겨우 영위하게 되었는지 부족과 인물별로 소상하게 기록한 책입니다. 원래는 유신독재 시절에 번역되어서 나온적이 있다고 하는데 아버지가 그 당시 좋은 인상을 받으셔서 새로 재간된 책을 사 주셨지만 별 관심없어 몇년 처박아 두다가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네요. 아버지 감사합니다.^^

영화나 TV등에서 접했던 여러 부족들 - 나바호, 아파치, 코만치, 샤이엔, 수우 족 등은 물론 이름도 부르기 어려운 여러 부족들 - 아라파호, 카이오와, 치리카우아, 퐁카 등등 많은 부족들이 독자적인 문화를 가지고 자유롭게 삶을 영위하고 있었지만 후안무치한 미국의 이른바 "개척자들"에 의해 서서히 몰락해 가는 과정이 굉장히 디테일해서 인상적이고, 그 와중에 백인들에 대항해 싸웠던 여러 영웅들의 이야기도 같이 실려 있어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영화로도 잘 알려진 "제로니모"를 비롯해서 커스터 기병대를 전멸시킨 "앉은소", 처음으로 싸워 이겨서 성과를 얻은 "붉은 구름" 등등등...
이러한 흥미진진한 영웅담 외에도 서부 개척사로 미화된 정 반대쪽 측면에 '개척'이라는 미명하에 침략자에게 농락당한 원주민인 인디언의 역사가 있다는 것을 잘 알려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드넓은 대지에서 자유롭게 살다가 주는 것 하나 없이 빼앗기만 하는 백인들에게 밀려 결국 지금은 초라하게 살아가는 인디언의 모습은 정말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 주네요. 이 미국인들이 지금도 마찬가지로 남의 나라에서 학살과 약탈을 자행하는 모습이 그대로 겹쳐지는 것도 신기하고요. 과연 역사는 되풀이 되는 것인가?

이런 모진 수난을 겪은 뒤에도 2차대전때 명목상의 "미국인"이 되어 암호병으로 끌려간 나바호 인디언들의 모습이 겹쳐지며 안쓰럽기만 합니다. 인디언들의 현재의 수난사를 알고 싶다면 저도 다른 책은 잘 모르겠고 "고스트웨이"등 토니 힐러먼의 나바호 인디언 탐정 시리즈를 같이 읽어 준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인디언들이 조금만 더 단결했더라면, 정말로 위대한 대 추장이 있었더라면 지금은 조금 더 좋은 대우를 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지난 역사의 흐름은 되돌릴 수 없겠죠.... 여튼, 꼭 한번 읽어볼만한 좋은 미시사 책입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PS : "타탕카 요탕카"가 인디언 이름으로 "앉은 소"군요. 제 이름도 한문의 뜻 번역을 한다면 "영원한 보물" 정도 돼지만 아무도 이렇게 이해하고 부르지는 않지요. 발음상으로 읽어 주는 표기도 병행해 주는것이 좋았을 것 같은데 이래서야 "댄스위드울브스"와 같은 센스죠. "운디드니" 도 인디언 말이 아니라 "Woonded Knee"라는 표기로 된 지명인데 원어표기가 아쉬운 부분입니다.

PS 2 : 영화로 유명한 "모히칸" 족은 등장하지 않네요. 별 비중이 없었나?

2005/10/20

to Cats 고양이에게 - 권윤주

To Cats - 4점
스노우캣 글.그림/모요사

스노우캣으로 더욱 유명한 권윤주씨의 사진+카툰집입니다.

스노우캣 사이트는 자주 찾아가는 편이지만 저와는 상당히 기호가 다르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습니다. 이 기획 자체도 책보다는 하나의 Contents로서 온라인에서 보여지는 것이 더 맞지 않았을까 싶었고, 풀 칼라에 종이도 좋은것을 쓴 탓인지 180페이지 정도의 책이 무려 12,800원(!)이라는 가격이라 구입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애묘인도 아니고요. 그런데 우연찮게 같은 회사 팀장이 구입하고 칭찬해서 한번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권윤주씨의 고양이 "나옹"군의 사진과 카툰으로 이루어진 내용으로만 본다면 사실 그다지 알맹이가 있는 책은 아닙니다. 책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팬시라고 생각되네요. 애묘인들은 다양한 고양이 "나옹"의 사진을 보며 즐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애묘인이 아니라면 별로 땡기는 책은 아닐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사진이 그다지 재미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 하지만 같이 실려있는 만화와 글에서 권윤주씨의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진하게 뭍어나오는 것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뭔가를 이렇게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도 참 행복한 일이 아닐까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