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정창 옮김/열린책들 |
미술품 복원 전문가 훌리아는 곧 경매에 걸릴 플랑드르 시절 거장 반 호이스의 작품 "체스 게임" 복원 중, 엑스레이 사진에서 그림 밑에 숨겨진 수수께끼의 메시지 "누가 기사를 죽였는가?"를 발견한다. 메시지가 그림의 모델인 오스텐부르크 대공과 로제 드 아라, 그리고 부르고뉴의 베아트리체의 관계와 관련된 내용임을 짐작한 훌리아는 조사에 착수하고 후원자이자 아버지와 같은 골동품상 세사르의 도움으로 그림안의 체스 게임과 메시지의 연관성을 해결하기 위해 체스 플레이어 무뇨스에게 기사 (나이트)를 잡은 말이 무엇인지 부탁하게 된다.
그에게서 기사를 잡은 말은 흑녀, 흑의 여왕임을 알게 된 후 의문의 인물에게서 그림 속에서 중단된 체스게임을 계속하라는 메시지가 도착한다. 그리고 시작되는 연쇄살인과 그림의 도난 뒤 훌리아와 무뇨스는 범인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는데....
레베르테의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입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추리소설을 한권 읽은 것 같네요.
이 작가 작품은 이전에 "뒤마클럽"을 읽어 보았지만 사실 "뒤마클럽"은 기대에 많이 미치지 못해 실망이 더 컸습니다. 그래도 이 작품은 제법 재미있더군요.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현학적인 지식을 과시하는 특유의 문체는 여전하지만 이야기의 맥락은 그런대로 명확한 편이거든요. 체스를 통한 연쇄살인이란 아이디어도 재미있었고요. 무엇보다도 이야기에 나오는 체스의 행마를 따라가는 재미가 굉장합니다! 참고로 체스를 소재로 삼은 작품은 캐더린 네빌의 "에이트 (8)"라는 작품도 있었지만 이 작품은 체스의 말을 움직이는 "행마"를 주요 소재로 삼아서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사 추리"라는 요소는 사실 거의 없습니다. 중반 정도에 흑녀가 기사를 잡은 것을 알게 된 이후에는 역사속의 인물들과 사건은 별로 중요하게 되지 않거든요. 이후 발생하게 되는 현실의 사건들과 과거의 사건이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것도 역사 추리물로 평가하기 어렵게 만들고요. 전체적으로 본다면 전반부는 역사 추리, 후반부는 평범한 추리 스릴러물로 양분되는데 두 사건을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합습니다.
아울러 추리적으로도 단점이 제법 됩니다. 살인의 동기가 비약이 심하다는 점, 그리고 전개가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점이 그러해요. 동기가 불분명해서 범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건 작가 입장에서는 범인의 의외성을 강조할 수 있는 방법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독자에 대한 반칙이라 생각되거든요.
요약하자면 추리소설이라고만 본다면 부족한 부분이 굉장히 많긴 하지만 작가 특유의 방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한 내용 전개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정말 이 사람은 "프로"작가다! 라는 것이 팍팍 와 닿는달까요?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덕분에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흥미를 놓치지 않는 맛도 잘 살아 있고 마지막의 범인의 자백에서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이끌어내는 부분도 괜찮고요. "강추"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번 읽어볼만 한 책인것 같습니다. "체스"라는 소재를 잘 알고 있다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PS : 좀 조사해 봤는데 피터 반 호이스라는 작가는 역시 가공의 인물인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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