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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6

슬픈 궁예 (소설과 역사의 경계에서) - 이재범 : 별점 2점

슬픈 궁예 - 4점
이재범 지음/푸른역사

그다지 사료나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궁예에 대한 책. 예전 "태조 왕건"이라는 드라마가 절찬 방영해서 인기 폭발했던 시기에 출간된 책인듯 합니다.

궁예와 그의 고려, 혹은 마진, 혹은 태봉이라는 국가에 대한 저자의 독특한 시각의 고찰과 연구가 돋보입니다. 출생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어 궁예가 장보고 세력과 어느정도 혈연 관계가 있지 않았나 의심해 보는 것에서 시작해서, 궁예가 장군으로 발돋움해 나가는 과정과 그 과정에 얽힌 당시 국내 정세에 대한 연구, 그리고 당시 국제 정세 및 중국과 거란과의 외교 관계 분석, 마지막으로 몰락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논하는데,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궁예는 전설이나 드라마등에서 흔히 보여지는 악인이 아닌, 스스로 나름의 능력과 힘을 지녔던,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대동방국을 꿈꿔왔던 인물이라고 하는군요.
거기에 왕건과 견훤등의 인물에 얽힌 이야기를 잘 짜 맞추고 있어서 흡사 일본의 전국시대의 이야기나 무용담을 보는 듯한 재미도 느껴집니다. 저자가 견훤-궁예-왕건을 노부나가-히데요사-도쿠가와에 비유한 것은 좀 지나치다 생각은 들지만요.

하지만 저자가 궁예를 좋게만 보려고 노력한게 너무 많이 눈에 띄이고, 주장하는 내용들도 사료가 없고, 유적지마저 비무장지대에 있는 탓에 뒷받침되는 증거가 거의 없어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이 약점입니다. 전설과 구전되어 오는 여러 자료에 의지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이 책을 역사서로 보기는 어렵게 만드네요.
물론 저자도 학자 출신답게 왕건이 "반란"을 일으킨 세력이므로 정당하게 선왕을 평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부분을 상당히 자세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어 어느 정도 근거는 제시하지만 다른 고증된 역사서에 비한다면 "역사" 보다는 저자의 창작과 판단이 상당히 많이 개입되어 있는, 소설에 가까운 책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그래도 궁예라는 인물에 대해 색다른 시각을 제공하는 노력은 마음에 듭니다. 후삼국 시대에 대한 보다 철저한 시대 구분 및 연구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생각에도 동의하고요. 훗날 비무장 지대에 있는 유적이 연구될 수 있는 시기가 온다면, 또 보다 많은 근거와 자료, 증거를 확보하게 된다면 보강하여 보다 탄탄한 역사서로 거듭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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