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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31

페르마의 밀실 (Permat’s Room, 2007) - 루이스 피에드라이타, 로드리고 소페나 : 별점 2점

수학자들에게 한 수열에 대한 수수께끼를 맞추라는 도전적인 편지가 전달된다. 수수께끼를 푼 주인공은 페르마라 자칭하는 인물에게서 초대장을 받는다. 초대받은 사람은 모두 4명으로 주인공은 파스칼, 그 외의 인물들은 올리바 - 힐버트 - 갈루아 라는 수학자들의 닉네임을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주최자인 페르마는 급한 일로 자리를 비우고, 4명의 손님들은 곧이어 자신들이 머무는 방안에 "감금" 되었다는 것과, 방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방의 움직임을 멈추는 유일한 방법은 PDA로 전해져오는 문제를 시간내에 푸는 방법 뿐...

스페인산 추리-스릴러 영화입니다. 일련의 인물들이 방에 갇힌채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이야기는 "큐브"에서 이미 써먹은 이야기죠. 하지만 이 영화에 비한다면 "큐브"는 액션 SF 블록버스터로 보일 정도로 등장인물도 줄거리에 나오는 것 처럼 주인공급 4명과 페르마라는 인물 5명에다가 세트도 갇혀있는 방 하나뿐인 그야말로 소품 중의 소품이더군요... 어쨌건, 1시간 30여분이 안되는 짤막한 분량의 영화로, 수수께끼 문제들을 푸는 과정과 과연 페르마라는 인물이 왜 우리들 (수학자들)을 여기에 가두었는가? 를 추리하는 두가지 이야기 축으로 영화는 전개됩니다.

일단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수수께끼 문제 풀이 과정은 7개의 문제가 등장하는데, 문제들이 수학자들을 불러모아 목숨을 건 내기를 하는 것 치고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간단한 논리 퍼즐이라 썩 흥미를 느끼기는 어렵더군요. 문제들은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인터넷을 뒤지면 문제와 해답이 다 나오니 두가지만 적을께요)

불투명 상자 3개에는 안에 사탕이 들어있다. 한개는 박하 사탕, 또 한개는 아니스 사탕, 마지막 상자는 두개를 섞은 혼합상자.
상자에는 각각 라벨이 붙어있는데 내용물과 동일한 라벨이 붙어있는 상자는 하나도 없다.
상자안의 내용물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최소 몇번 확인해 봐야 하나?

 

영화 초반에 나오는 수학자들을 가려 뽑는 수열 관련 문제.
아래 수열은 어떤 원리로 이루어진 수열인가?
4 - 5 - 2 - 3 - 9 - 8 - 6 - 7 - 1

(이건 제 나름대로 '로컬라이징'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 수준을 떠나 영화의 더 큰 문제는 이 문제들이 당쵀 영화와 맞물리는 점이 없어서 "전개가 긴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졸립기까지 할 정도로 말이죠. 이유는 문제를 풀어나가도 별다른 단계의 진화가 없다는 점 - 단지 방을 작게 만드는 벽의 이동이 멈출 뿐입니다 - 때문입니다. 큐브처럼 공간의 이동 (방의 이동) 이라도 있어야 할텐데 기껏 문제를 풀어봤자 바뀌는게 하나도 없으니 문제는 그냥 문제로서만 존재할 뿐이죠. 최소한 탈출 방법에 대한 실마리라도 던져줘야 이야기가 진행이 될거 아닙니까. 이럴러면 차라리 퀴즈모음집을 보는게 더 낫지 않을까요?
수학자들의 탈출을 위한 발버둥 역시 중반부에 이미 수포로 돌아가는 등 스릴과 서스펜스와는 담쌓은, 무미건조한 전개에다가 죽을게 예상됨에도 허튼소리나 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이게 유럽식인가.... 하는 의문마저 생길정도로 지루하고 또 지루했습니다.

그나마 막판에 급박하게 전개되는 "페르마"의 정체는? 목적은? 이라는 이야기가 그런대로 재미있어서 다행이었달까요... 물론 이 이야기 역시 올리바나 갈루아 같은 등장인물들의 고백을 통해 급작스럽게 추리가 시작된다던가 하는 전개상의 문제와 더불어, 애시당초 등장인물이 너무 극소수라 썩 잘 만든 미스터리라고 하기는 어렵겠죠. 그래도 이나마도 없었더라면 도저히 지루함을 참을 수 없었을 것 같기에, 그리고 막판 탈출 과정도 상당히 허무한 편이기에 이 영화만 놓고 볼때 "재미"라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그래도 결론 내리자면 추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개인적 결론입니다. 지루할뿐더러 큰 재미를 느끼기도 어려우니까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09/05/29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1~7 - 하야미네 카오루 / 에누에 케이

제목 그대로 "명탐정" 인 교수 유메미즈 키요시로가 옆집 이와사키 가(家)의 세쌍둥이 자매 아이, 마이, 미이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짤막하고 일상에 가까운 이야기로 시작해서, 본편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전개로 한권이 이루어진 옴니버스 시리즈 만화입니다. 예전에 봤었지만 취향이 아니라서 보다가 접었었는데 형이 7권까지 구입했길래 빌려서 읽게 되었네요.


일단 장점부터 소개하자면 :
1. 추리만화이지만 대상 연령대가 낮은 덕분에 눈높이를 맞춘 티가 역력할 정도로 굉장히 사건들과 이야기들이 유쾌하고 밝은 편입니다. 살인과 같은 강력사건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발랄한 이야기들이라 추리소설 초보자들에게 적합한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특히 아동들....

하지만 단점도 확실해서 :
  1. 장점이기도 하지만 대상 연령대가 지나치게 낮습니다! 한마디로 유치하달까요? 전개와 대사 모두 어이상실입니다.....
  2. 만화 자체가 한마디로 후집니다. 순정만화 스타일의 그림인데 전혀 제 취향도 아니었을 뿐더러 이야기 전개도 낙제점에 가깝습니다. 또한 주인공 캐릭터도 너무나 과장되어 있고 웃기지도 않는 개그컷의 남발은 짜증만 불러 일으키더군요. 좀 깔끔하게 정리라도 해서 그렸더라면 좋았을 것을.
  3. 추리적으로도 재미에 치중한 탓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작품이 많더군요.
팬들분에게는 죄송하지만 제게는 단점이 너무 명확한 수준 이하의 작품이라는 것이 제 감상평입니다. 아동용으로는 정평이 나 있는 시리즈이니 만큼 제 나이가 너무 많은 탓도 있겠지만, 일단은 만화 자체의 수준이 함량미달이라 생각되네요. 어쨌건 별점은2점. 이번처럼 형이나 주위 누군가가 구입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다시 찾아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덧붙이자면, 같은 원작으로 잡지 "파우스트"에 연재된 작품 쪽이 "만화" 측면에서 그림과 전개 모두 7만배는 낫더군요. 파우스트 연재작이 단행본으로 나와준다면 구입 의향 있습니다!

* 현재의 만화판(위)과 파우스트 만화판(아래) 비교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1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Vol 0 : 명탐정 유메미즈 키요시로 등장 - 이와사키 가(家) 옆집에 새로 이사온 사람은 뭔가 수상쩍은 키큰 아저씨! 그 아저씨는 스스로 교수이자 명탐정이라고 칭하지만 뭔가 어벙하고 덜 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곧바로 명탐정의 솜씨를 발휘해서 세자매의 수수께끼를 곧바로 풀어낸다.
- 주인공의 등장과 주요 등장인물을 소개하면서 일상계 수수께끼를 잘 풀어낸 소품. 하지만... 지나치게 소품이기에 평가할게 별로 없네요.
Vol 1 : 그리고 5명이 사라지다 - 오무라 판타지 파크에 세자매를 데리고 놀러온 교수. 그러나 마술쇼 도중에 한 소녀가 사라지고 곧바로 "백작"이라 자칭하는 범인이 곧바로 다른 소년, 소녀를 유괴할 것이라고 예고한다. 키요시로는 경시총감과의 연줄을 이용해서 사건 해결에 뛰어드는데!
- 범행 트릭이 너무나 유치하고 동기와 전개 모두 설득력 빵점인 아동용 추리물. 유치찬란 그 자체.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2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프롤로그 : 설혼전설 - 판타지 파크 사건으로 유명세를 탄 키요시로에게 잡지 "세.시마"의 편집부원 이토 마리가 찾아온다. 명탐정이 여행하면서 그 지방 전설에 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이른바 "명탐정 유메미즈 키요시로의 수수께끼 풀이 기행!!" 기획을 위해서. 첫번째 여행 코스는 N현 A고원으로, 이 지방에서는 눈보라 치는 밤이 지난 아침에는 "설혼의 숲"이라 불리우는 대나무 숲에 눈의 영혼인 "설혼"이 어린 아이를 데리러 나온다는 전설이 있다. 실제로 3살짜리 아이가 행방불명된 20년 전의 사건은, 아이의 발자국이 집에서 설혼의 숲까지 일직선으로 나 있다가 숲 직전 20미터 정도에서 뚝 끊겨 있던 것.
- 이 "설혼전설"에 관한 트릭이 상당히 그럴듯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작품 자체는 쓰잘데 없는 곁가지 이야기가 대부분에다가 스키 자국에 관련된 말도 안돼는 트릭이 들어가는 등 괜찮은 트릭을 다 망쳐버리는 전개를 보여줘서 높은 점수를 주기가 힘듭니다.

Vol 2 : 마녀가 숨어있는 마을 - "세.시마"의 기획 두번째 코스는 "쇼우노사토"라는 벚꽃의 명소. "쇼우노사토"의 숲에는 마녀가 있다라는 전설이 있는데, 이토 마리와 교수, 그리고 세 자매 일행이 도착한 뒤부터 숙소인 여관 "로우란 장"을 무대로 한 정체불명 게임의 막이 오른다.
- 이 시리즈 치고는 이질적인 무겁고 심각한 이야기. 15년전 한 일가족이 사라진 사건에 비롯된 현재의 비극이라는 점은 "김전일"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대형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무겁고 진중한 전개라서 이 시리즈와는 따로 노는 느낌에다가 트릭도 거의 실현불가능해 보이는 (어떻게 리프트를 혼자서 조작하는지라던가 하는 세세한 부분의 설명은 전무!) 낙제점에 가까운 작품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3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Vol 3 : 망령은 밤을 떠돈다 - 세 자매가 다니는 학원의 학원제 기간에 학교에 전해져 내려오는 4가지 전설을 소재로 한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다. 과거 4가지 전설을 창작한 것으로 알려진 여학생은 죽은 것으로 밝혀지는데....
- "김전일"의 "방과후의 마술사" 같은 설정이죠? 그러나 무거운 설정과는 반대로 학원제를 배경으로 한 밝은 분위기의 작품이라 설정과 미묘한 부조화를 이루는 것이 이색적인 작품입니다. 트릭은 여러개가 등장하는 풍성함을 보여주는데 모든 트릭이 만화에 가까운 것들이라 추리적인 가치는 거의 없습니다..... 아무리봐도 실현이 가능할 것 같지가 않아요.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4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그랜드오프닝 : 탐정영화 - 교수와 세자매는 추리 영화를 보러간다. 완벽한 밀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계단식 논 사이에 있는 오두막에서 태풍이 분 다음날 시체가 발견된다. 오두막은 전기도, 수도도 없고 구멍하나 없는 완벽한 밀실. 흐트러진 방 안에서 발견된 칼에 찔려 죽은 시체! 그러나 영화가 끝나기 전 사고로 인해 일행은 결말을 보지 못하고, 교수는 자신의 추리를 자매들에게 들려준다.
- 가상의 영화를 소재로 추리하는 독특한 작품. 솔직히 트릭은 현실성이 너무 없어보이긴 하지만 아이디어는 괜찮은 편.

Vol 4 : 사라지는 소세이섬 - 세 자매는 영화 캐스팅 제의를 받고 거대재벌 반노재단이 제작하는 영화 로케 현장으로 교수와 함께 떠난다. 그러나 촬영현장인 소세이섬에 도착하자마자 유일한 교통수단인 크루즈가 폭발하고, 기이한 사건이 발생하다가 마지막에는 섬의 하나뿐인 가장 높은 "산"이 아예 없어져 버리는 기상천외한 사건에 맞부닥치게 되는데!
- 거대한 스케일의 농담같은 트릭이 등장하는데 너무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 이러한 특정 "장소"의 소실에 대한 고전인 엘러리 퀸의 "신의 등불" 정도는 아니더라도 흉내는 내 줬어야지!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5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Vol 5 : 춤추는 야광괴인 - 일본 최초의 연금술사인 사이토 소우후가 남긴 금불상의 위치를 알려주는 암호가 마을 절에서 발견되고, 한편으로 마을 공원에서 춤추고 머리가 분리되는 "야광괴인"이 나타나는 사건이 일어난다. 보물의 위치를 알려주는 키워드인 "코우다요이사루"는 무엇? 야광괴인의 정체는 무엇? 절에서 발견된 암호문의 해독 방법은 무엇?
- 암호문은 국내 독자는 풀기가 불가능한 일본어 암호 트릭이라 패스. 하지만 암호문의 "종이" 의 사이즈를 토대로 한 "키"의 도출이라는 방식은 참신했습니다. 문제는.... 정말 명탐정이라면 몇글자 치환해 보면 이러한 "키" 없이도 암호를 충분히 풀 수 있는 간단한 암호라는 점이겠죠.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6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Vol 6 : 유리항아리의 비밀 - 에도말기를 무대로 한 번외편! 나가사키의 데시마의 창고에서 유리 항아리 "피카이치"가 도난당한다. 자물쇠로 잠긴 창고는 완벽한 밀실상태에다가 남아 있는 발자국은 도저히 생물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수수께끼의 사건. 마을에 흘러들어온 정체불명의 인물인 유메미즈 키요시로자에몬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 번외편 형식으로 막말의 일본을 무대로 한 이야기들. 첫번째 "피카이치" 도난 사건은 전개와 복선, 동기와 결말 모두 납득할 만 하며 재치있게 꾸며진 이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작품. 두번째 보살 이야기는 돌 보살상을 일종의 "추"로 썼다는 일상계 소품인데, 작중 묘사된 보살상의 크기를 볼 때 완전 억지였습니다. 나무를 몇톤씩 하는 것도 아닐테고 말이죠. 마지막 에도에 등장하는 요괴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는 완전 어이상실의 이야기였고.... 초반 분위기를 끌어주었더라면 별 세개는 줬을텐데 아쉽네요.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7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프롤로그 : 한여름밤의 괴담 - 교수와 세자매 및 기타 등장인물들이 모여 "괴담회"를 벌인다.
- 아하하하. 아주아주 유쾌한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소품인데 "괴담"을 추리해서 그 진상을 밝힌다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네요. "피에 젖은 책상" 같은 조금은 유치한 괴담인데 추리를 끼워맞추는 것이 놀랍습니다!

Vol 7 : 트랩하우스의 숫자노래 - 유명 만화가의 저택인 "트랩하우스"에 초대받은 교수와 세자매는 파티 도중 만화가가 밀실 안에서 비명과 함께 실종되는 사건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쇄살인!
- 굉장히 심각하고 진지한 전개라 낯설었던 작품입니다. 만화안의 만화안의 만화라는 액자 구성은 독특했고 중요 범인을 드러내는 트릭 - 왜 범인은 옥상으로 도주할때 엘리베이터 3층 버튼을 누르고 3층에서 내려 옥상까지 뛰어올라갔을까? - 도 괜찮은 편이지만 이야기가 따로 노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또한 무대 설정같은 것도 지극히 만화적이라 현실성이 떨어지는데 너무 복잡하고 작위적인 구성을 취함으로서 더더욱 전개가 산으로 간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냥저냥한 수준이었습니다....

2009/05/26

야구란 무엇인가 - 레너드 코페트 / 이종남 : 별점 5점

 

야구란 무엇인가 - 10점
레너드 코페트 지음, 이종남 옮김/황금가지

60여년간 야구 전문 기자로 활약한 레너드 코페트의 야구 "입문서" 입니다. 개인적으로 야구관련 서적은 이번에 세번째로, 이전에 야구인 조해연씨가 지은 "이야기 일본 프로야구"와 허구연씨의 "홈런과 삼진사이" 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전의 두권도 좋은 책이었지만 지나치게 특정 인물 (선수)와 특정 시합에 치우친 시각이라 아쉬웠는데 이 책은 그야말로 입문서이자 야구관련 서적의 바이블이라고 칭해도 좋을 그런 책이네요.

크게 3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제1부 야구의 현장" 은 야구 경기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들인 타격, 피칭, 수비, 베이스러닝, 감독, 사인, 벤치, 지명타자, 심판원, 구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으며, "제2부 막후에서 벌어지는 일"은 각종 미디어와 원정경기를 갈 때의 이야기들, 프런트와 스카우트에 관련된 이야기, 통계와 기록, 구단주와 선수노조, 커미셔너와 에이전트 등 경기 이외의 것들을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인 "제3부 위대한 야구"는 다양한 야구의 흐름에 있어서 눈여겨볼만한, 또한 눈여겨 볼만했던 이야기들을 하고 있고요. 대표적으로는 "타격 실종"에 관한 이야기라던가 "가장 위대한 투수는 누구인가?" 같은 예를 들 수 있겠죠.

이 방대한 모든 이야기들을 종적으로 시대적 변천사와 함께 기록해 나가면서 특정 시기에 있었던 중요한 사건을 짚어나가고 있다는 것이 대단한 점입니다. 정말이지 전설적인 기자가 쓴 책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였으니까요. 또한 야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하면서 볼 수 있게끔 정성들여 설명하고 있는 것은 물론, 야구팬이나 야구광들에게도 야구를 보면서 놓치기 쉬운 다양한 것들을 색다른 시각으로 보게끔 유도하는 내용도 인상적이며, 해당 내용을 대한 역사적인 사실과 다양한 사례, 재미있는 일화와 함께 펼쳐놓아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600여 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쉽게쉽게 읽을 정도였으니까요.

쓰여진지 20여년이 가까워져 오는 바람에 우리에게 친숙한 스타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한마디로 책 띠지에 있는 소개문구인 "야구인의 필독서" 라는 말이 정말 허언이 아닐 정도로 재미나면서도 좋은 책이네요. 평점을 매기자면, 야구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별 5개를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야구가 링컨의 말처럼 반드시 필요한 그 어떤 것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레너드 코페트의 말대로 자, 이제 우리도 야구 이야기를 시작해 봅시다.^^

2009/05/25

텍스트 큐브 테스트 중

 텍스트 큐브에서 우수블로거 선정 어쩌구 하는 행사를 진행하길래 계정을 만들어 테스트 하고 있는 중입니다.


주소는 http://hansang.textcube.com/ 입니다. hansang이 아직 남아있길래 잽싸게 선점했죠..^^;;

약간 만져보았는데 확실히 이글루스보다는 자유도가 높다는 것이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일단 두가지 모두 사용해 보다가 이전할지 안할지를 최종 결정하려 합니다.

이글루스도 SK에 넘어가지 않았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2009/05/22

명탐정이 탐내던 요리 소시스 미뉴이 - 여러분의 도움으로 찾았습니다

요리장이 너무 많다 - 렉스 스타우트 / 김우탁

소시스 미뉴이가 뭔지, 어떤 요리인지 찾았습니다! 제가 올려놓았던 사이트에 포함되어 있는 정보였네요....^^;; 이거 참 창피합니다.

어쨌건 위 사이트에 "Greenbrier Weekend (Kanawha Spa from Too Many Cooks) April 20-22, 2007"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있는 글로 글쓴이가 소설에 등장하는 "카노와 수퍼" (이것도 참 일어 중역본의 한계네요. 무슨 슈퍼마켓인줄 알았네... 원래는 예상대로 "카나와 스파" 입니다.) 에서 실제로 토요일날 아침에 먹은 요리군요. 네로 울푸 덕후의 여행기일까요? 어쨌건 원작의 장소를 찾아가 원작의 요리를 먹어볼 수 있다는 환경 자체는 굉장히 부럽습니다.

별루 맛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말이죠...^^
소시지가 아니라 스펀지를 잘라놓은 덩어리로 보입니다. 쩝.

요리장이 너무 많다 - 렉스 스타우트 / 김우탁 : 별점 3점

요리장이 너무 많다 - 6점
렉스 스타우트 지음, 김우탁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국내에 소개된 렉스 스타우트의 네로 울프 시리즈는 딱 3편이 있습니다. "독사", "챔피언 시저의 죽음", 그리고 이 "요리장이 너무 많다"죠. 예전에 읽었었지만 옛 기억을 되살릴 겸 다시 손에 들고 읽게 된 작품입니다.

스토리는 무척 간단합니다. "전설의 요리사 15명"이 주최하는 모임에 네로 울프가 옛 친구인 요리사 마르코 뷰크식에 의해 초대되어 "카노와 수퍼"라는 휴양지 (여긴 대체 어디?)로 짧은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5년마다 열리는 이 정기모임에서 요리사 13명 (2명은 사망하여 공석인 상태) 은 2명의 새로운 멤버도 선발하고 서로간의 친목을 다지는 그런 행사가 될 예정이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사건이 일어납니다! 요리사 중 한명인 필립 래스지오가 살해된 것이죠!
이 래스지오라는 인물은 경쟁자의 제자를 빼앗고, 아내를 빼앗고, 직장을 빼앗은 요리계의 무법자? 공적? 뭐 하여간 그런 존재였기 때문에 죽어 마땅한 그런 작자로, 앞서 말한 강력한 동기를 지닌 3명의 요리사 중 한명인 헬로메 벨린이 유력한 용의자로 곧바로 체포됩니다. 그 다음에 이기주의자 네로 울프가 지극히 개인적인 동기,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건 수사에 뛰어든다는 이야기 되겠습니다. ㅎㅎ

그러나.... 네로 울프 시리즈의 대표작이긴 한데 추리적으로 높이 평가하기는 좀 어려운 작품이긴 합니다. 일단 사건이 딱 하나뿐이라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끌어나가는데에는 좀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기도 하고요. 또한 중간에 몇개의 증언을 통해 유력한 용의자들의 혐의가 거의 대부분 벗겨질 뿐 아니라, 실제 범인을 확정하는 마지막의 추리쇼도 결국 "추리"가 아니라 "수사에 의한 단서"를 통해 범인을 잡아내기 때문에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범인의 정체가 아주 비합리적인건 아니지만 조금 반칙으로 보였던 것도 아쉬웠고요.
즉, 단서의 제공은 공정하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증거" 자체는 드러나지 않기에 정당한 트릭물로 보기에는 어려운 작품이라는 것이 저의 결론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야말로 네로 울프의 독무대이기에 무시할 수 없는 재미가 넘칩니다. 이기적인 모습은 물론 독선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지구가 자기를 위해 돈다고 믿는 네로 울프의 캐릭터가 곳곳에서 작렬하니까요. 헬로메 벨린의 걸작 요리인 "소시스 미뉴이"의 레시피를 탐내는 네로 울프의 모습에서 시작되는 이야기가 결과까지 이어지는 과정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네로 울프의 모습은 정말이지 굉장히 웃깁니다. 또한 조수인 아치 굿윈의 톡톡튀는 재담과 둘 사이의 만담과 같은 네로 울프 시리즈를 관통하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전개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수 있습니다. 왓슨 역의 신기원을 이룬 뻰질뺀질하고 느물느물한 조수 아치 굿윈의 캐릭터는 정말이지 읽을때마다 재미있단 말이죠^^

그리고 수사과정과 증언이 중요하게 쓰이는 전개, 팜므파탈과 같은 여인이 등장한다는 것 등이 하드보일드를 많이 연상시키는데, 주인공이 안락의자 탐정의 대명사인 네로 울프라는 점에서 신선하고 기발한 맛이 느껴졌습니다.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묘하게 어울리는 것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블랙 코미디같은 매력도 더 잘 살아나는 것 같고요.

앞서 이야기한 단점이 약간 있지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하기에 개인적인 별점은 3점입니다. "독사" 보다는 낫고, "챔피언 시저의 죽음" 보다는 못한데, "독사"의 경우는 번역 문제가 더 큰 만큼 평균적인 재미는 보장한다고 할 수 있겠죠.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 특히 네로 울프의 매력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에게는 추천합니다.

덧붙여, 요리사와 요리가 굉장히 중요한 소재로 쓰이기에 미식가인 네로 울프의 모습이 굉장히 잘 드러날 뿐 아니라 요리에 관한 디테일한 묘사도 수준급이라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혹 요리를 직접 하는 것을 좋아하신다면, 레시피 소스의 "네로 울프 식 요리들" 을 한번 참고해 보셔도 좋겠네요. 저는 포기했습니다.... 미식가인 네로 울프가 절찬하여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궁금한 "소시스 미뉴이" 레시피가 없는 것이 안타깝네요....^^;; 원서와 렉스 스타우트의 요리책에는 조리법이 나와있다는데 아직 못찾았습니다. "소시스 미뉴이"의 스펠링이 뭘까요?

PS : 네로 울프에 대해 궁금하시면 여기를 참조하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2009/05/20

인체 모형의 밤 - 나카지마 라모 / 한희선 : 별점 3점

 

인체 모형의 밤 - 6점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북스피어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일본 작가 나카지마 라모의 단편을 모은 작품집으로, 단편들은 제목처럼 인체모형에 관련된 기괴한 묘사에서 시작되어, 눈-피-코-귀-다리-무릎-배꼽-팔-뼈-위-유방-날개와 성기 라는 인체의 부분을 주제로 하여 쓴 작품들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에 읽었던 판타스틱의 원사운드 만화를 보고 구입하게 되었네요.

각 단편별로 분위기가 굉징하 다른 것이 특징인데, 유령이 등장하는 정통(?) 심령 호러물에서 부터 시작해서, 일종의 괴물이 등장하는 스플래터 호러, 심리 스릴러에 더불어 진지한 드라마와 1인칭 시점의 블랙 코미디까지 실려 있어서 굉장히 풍성합니다. 그야말로 색다른 인생을 살아온 작가에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루고 있는 내용이 방대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작품별 수준의 편차가 크다는 것, 그리고 대부분의 작품이 예상 가능한 내용으로 흘러간다는 것이 좀 아쉽네요. 뭔가 한번 정도 더 비틀 수 있는 이야기들인 것 같은데 너무 평범하게 마무리한게 아닌가 싶거든요. 또한 앞서 말했듯 쟝르가 다양해서 호러 소설이 취향이 아니더라도 즐길 작품이 많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외려 정통 호러로 보이는 작품이 별로 없다는 것 역시 사람에 따라서는 단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개인적인 베스트인 "사안"과 "코" 처럼 오싹하면서도 의외성이 있는 작품들이 더욱 많았더라면 좋았을텐데요...

그래도 충동구매에 가까운 구매였는데 다행히 평균 이상은 해 주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제가 워낙 단편집을 좋아라해서 점수가 더 높을지도 모르지만... 별점은 3점입니다.

작품별로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프롤로그 : 인체모형의 밤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작품을 한데 묶는 이야기로 별 특기할 점은 없습니다.

사안(邪眼) : 싱가포르를 무대로 한 심리 스릴러물로 스멀스멀 계열의 작품입니다. 일본인 싱가포르 주재원의 아내가 임신하였는데, 현지 고용인인 가정부가 임신한 아이가 "사안"을 지녔다.. 라고 믿는다는 내용으로, 사안이라는 전설과 푸른눈이라는 설정을 잘 결합한 좋은 단편입니다. 진실이 괴담보다 무섭다는 마지막 반전도 톡 쏘는 맛이 아주 좋았고요. 이런 류의 단편으로는 모범답안이 아닐까 싶네요.

세르피네의 피 : 세르피네라는 섬을 그야말로 "낙원" 이라고 믿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야기로, 사실 "낙원"의 실체는 달랐다.. 라는 반전이 있는 전형적인 작품입니다. 반전에 이르기까지 교묘하게 장치한 복선을 풀어나가는 맛은 괜찮지만 반전 자체가 그다지 와닿지는 않아서 약간은 심심했습니다. 또 "피"를 연관시키기에는 좀 억지스럽기도 했고요.

 : 조향사인 주인공은 옛 남자친구의 소개로 싼 맨션을 얻어 이사한다. 그러나 이유를 알수없는 물소리와 냄새 때문에 곤란해 하던 차에, 전 세입자가 자살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유령이 등장하는 괴담입니다. 뻔하게 흘러가서 뻔하게 끝맺긴 하지만 유령 이야기의 무서운 점, 즉 보이지는 않지만 들려오는 소리와 냄새를 조향사라는 직업의 주인공을 통해 잘 드러냈으며 특히나 "돼지뼈 라면 국물 끓이는 냄새"의 정체가 모골이 송연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전 정말이지 일본 욕탕이 물을 그렇게 데우는 시스템이라는걸 몰라서 마지막에 깜짝 놀랐네요.

굶주린 귀 : 판타스틱의 원사운드 만화를 통해 접한 것이 이 단편의 소개였죠.
옆방을 엿듣는것이 취미인 남자가 주인공입니다. 주인공은 새로 이사온 집 옆집을 엿듣던 중 분명 둘 사이에서 벌어지는 대화인데 여자만 이야기하는 것을 알게됩니다.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옆집에 인사를 가는 척 하며 여러가지를 물어보던 중에 옆집 여자 남편이 "언어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조금은 허무한 마음에 술을 사러가던 주인공은 여자 집을 우연히 올려다 보는데.... "남자 빨래가 하나도 없어!"
이 줄거리만 놓고 보면 굉장히 흥미진진한데, 아쉽게도 결말이 너무 예상 가능한 범위내에 있었습니다. 좀 더 반전다운 반전이 등장하는 편이 훨씬 좋았을것 같아요. 예를 들면 레즈비언 부부였다던가, 남편이 게이바 사장이나 트랜스젠더였다던가....

건각(健脚)-국도 43호선의 수수께끼 : 전직 드라이버 지망생이었던 주인공과 주인공이 우연히 알게된 소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유령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는 점에서 괴담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이 단편집 안에서 유일하게 희망적인 뭔가를 전해준다는 것 하나가 독특할 뿐 별로 남는건 없는 그냥 홈드라마같은 느낌의 소품이었습니다.

무릎 : "인면창" 이 실제로 그 주인을 먹어버린다! 는 내용의 이종괴물 스플래터 호러 단편입니다. 전개는 한마디로 일직선이라 별로 평할게 없는 평작인데, 주인공의 설정이 독특하고 전개가 어울리지 않게 유머스러워서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그나저나, 인면창이라니 "블랙잭"의 한 에피소드가 떠오르네요. 인면창이 있는 피해자(?) 가 "블랙잭"을 만났더라면 완치되고 생명을 건지지 않았을까요?^^

피라미드의 배꼽 : 대 부호의 데릴사위인 가난뱅이 학자가 도심 한복판에 피라미드를 건축한다! 는 SF 단편입니다. 피라밋과 피라밋 파워에 대해 그럴듯한 설명이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색작으로, 작가가 정말로 다양한 분야에 박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디테일한 묘사가 일품이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역시나 좀 뻔해서 별로 특기할건 없더군요.

EIGHT ARMS TO HOLD YOU : 비틀즈의 존 레논의 미발표 곡을 다룬 작품으로 작가의 방대한 지식세계를 다시한번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음악에 대해서 굉장히 설득력있게 묘사하고 있거든요. "비틀즈 4명이 안아준다는" 노래의 제목과, 마지막의 반전이 묘하게 어울리는 것도 좋았고요. 반전이 너무 끼워다 맞추는 것이 지나쳐서 작위적인 느낌이 강한 것은 아쉽지만 전체적인 수준은 평작 이상으로 생각됩니다.

뼈 먹는 가락 : 1인칭 시점의 공원묘지 판매원을 주인공으로 한 블랙코미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일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이었는데, 이유는 주인공이 왜 당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너무 다양한 내용을 펼쳐만 놓았지 이야기의 맥락이 전무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마무리도 어설퍼서 도저히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든 수준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유사한 분위기의 작품인 레이 브래드버리의 "장의사" 정도로는 이야기를 끌고가 줬어야 하는데 말이죠....

다카코의 위주머니 : 거식증에 걸린 채식주의자 소녀가 최후의 순간에는 부모에게 살의를 품는다는 이야기로 "채식주의" 에 대한 이야기가 내용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작품입니다. 문제는 별다른 공포도, 반전도 없는 내용이라는 것이겠죠. 그냥저냥 홈드라마 소품입니다. 이게 호러가 되려면 다카코가 마지막 장면에서 배를 가르는 정도는 되어야겠죠. 어쨌건 저는 읽고나니 로스트비프가 먹고싶어질 뿐이었습니다.^^;

유방 : 영매사가 불러온 유령을 거짓이라 치부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품입니다. 짤막한 블랙코미디 꽁트로 약간의 반전이 등장하긴 합니다만 별로 특이하지는 않더군요.

날개와 성기 : 무슨 이야기인지? 성기를 없애고 스스로 "무성", 천사와 가까운 존재가 되었다는 주인공이 명상을 통해 접한 실존적 존재에 대한 이야기인데 묘사는 현실적이고 와 닿지만 도대체 뭘 이야기하고 싶은지는 알 수가 없는 내용이라 평가 자체가 어렵네요....

에필로그 목저택 : 프롤로그에 이어지는 이야기로, 역시나 별로 특기할 것은 없습니다.

2009/05/19

2009.5.8 두산베어스 대 한화이글스 잠실 홈경기 1차전 요약

2009.5.3 두산베어스 대 롯데 사직원정 3차전 요약


연패팀들이 신인 선발투수로 맞붙은 눈물없이 볼 수 없는 막장 한판승부였죠. 짤막하게 요약합니다.

좋았던 점 :
1. 홍상삼 선수: 선발 2연승. 볼넷은 아쉽지만 막강 한화 타선을 상대로 한 씩씩한 투구는 좋았다. 삼진도 6개.
2. 그외의 투수진 : 간만에 가동된 두산 막강 불펜진의 무실점 역투. 삼진이 많은 것도 고무적이다.
3. 채상병 선수 : 2군에서 복귀 뒤 투수 리드가 더 좋아진 느낌이다. 어깨는 비록 약하지만 한화와 같이 기동력 낮은 팀에는 충분히 선발 출장이 가능할 것 같다.
4. 6안타 4타점을 합작한 클린업 현-동-석

나빴던 점 :
1. 1사 1-3루 / 1사 만루에서 클린업의 병살타와 내야뜬공 등 아직도 찬스에서 응집력을 별로 보여주지 못했다.

기타 감상 :
홍상삼 선수가 제구력이 초반에, 특히 2회에 너무 안 좋아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이겼네요. 전 주전포수 채상병 선수가 절치부심 2군생활 끝에 복귀해서 무려 14삼진을 엮어내는 빼어난 투수리드를 보여준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패기간 보여주었던 정줄놓은 플레이도 별로 없이 타선도 그런대로 제 몫을 해 주었고, 수비도 깔끔하니 좋았습니다.

오늘 류현진 선수에게 특히나 강했던 채상병 선수가 공격에서도 어느정도만 해 주고 임재철 - 민병헌 선수가 출루만 해 줄 수 있다면 4~5 점은 낼 수 있다 생각되는만큼 좋은 결과 있었으면 합니다. 파이팅 허슬 두!

최근 읽은 추리만화 짤막한 감상

 

누가 울새를 죽였나? - 6점
마사 지음, 나노 그림/학산문화사(만화)

세명의 남자가 외딴 산장에 모입니다. 모인 이유는 "울새"라고 하는 대화명의 남자가 자신이 유괴한 소녀의 몸값 받는 작전을 도와준다고 하면 2천만원의 돈을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들은 산장에서 누군가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라는 이야기로 전개되는 작품으로 정통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클로즈드 써클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입니다. 폐쇄된 공간에서 몇명 안되는 소그룹을 대상으로 누가 살인자인지 모르는, 그리고 큰 돈을 놓고 복잡한 계산이 오가는 심리전을 다루고 있거든요.

이글루스에서도 유명하신 마사토끼님의 원작을 "수요전"의 NANO가 극화한 단편으로 이곳저곳에서 유명하기에 구입해서 읽게 되었네요. 읽고나니 과연 유명할만 하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 설정이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탄탄하며, "총알" 과 같은 중요 물건과 돈의 이동을 잘 그려내고 있는 등 이야기의 핵심부분에서 설득력도 갖춘데다가 전개도 깔끔한, 한마디로 좋은 작품이네요.
무엇보다도 한국 쟝르물에서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구성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폐쇄된 공간에서의 서로가 서로를 노린다는 심리전의 긴장감 역시 대단해서 후쿠모토 노부유키 + 가와구치 카이지의 "고백"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더군요. 그만큼 유괴된 소녀와 세명의 남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적인 긴장감의 밀도가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물론 문제도 있습니다. 일단은 세명의 남자가 소녀에게 휘둘리는 전개에서 설명이 너무 부족했어요. 총알 하나에 몇십억을 주고 사겠다고 하는데, 그 돈을 어떻게 줄 것인지를 떠나 애시당초 돈을 어떻게 받아낼 것인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잖아요? 차라리 소녀가 세명을 각각 조종하려고 했다면 자기 자신이 "범인이 누구인지 안다"와 더불어 "돈을 어떻게 받아내는지 알고 있다" 쪽으로 잡아가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요? 또 개인적으로는 결말도 불만인데, 순환구조를 갖춰나가는 구성도 좋지만 썩 개운하지는 않았어요. 이 나름대로 작품을 마무리하는데에는 전혀 문제는 없지만, 이야기의 배경 설명은 전혀 없이 작품 자체의 완결에만 너무 신경쓴 것으로 보였거든요. 만화에는 그래도 적합하겠지만 소설이었다면 정말 실망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이만한 수준의 작품을 찾아보기는 힘들기에 별 3.5점은 충분한 작품입니다. 덧붙이자면, 작화의 수준도 평균이상이긴 한데 표지가 너무 후져서 점수를 깎아먹은 감이 없잖아 있네요. 솔직히 표지만 봤을때는 전혀 사고싶지 않았습니다.


Q.E.D 큐이디 32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읽기는 한달도 훨씬 전에 읽었는데 추리만화 감상은 한번에 몰아서 올리려고 미루어 두었다가 이번에 올립니다. 이번권도 Q.E.D의 전통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권에 두가지 이야기가 담긴 구성입니다. 한편은 소박한 일상계, 한편은 살인사건이라는 강약 조절도 여전하죠.

첫번째 에피소드 "매직 & 매직"은 마술사와 토마의 두뇌싸움 이야기입니다. 마술사가 자신의 쇼에서 가나에게 마술의 트릭을 설명하는 토마에게 토마가 산 책을 걸고 승부를 할 것을 제안합니다. 승부는 마술사가 토마를 "깜짝 놀라게 할" 마술을 선보이겠다는 것이죠. 일상계라 할 수 있는, 범죄가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지만 마술과 추리, 특히 "트릭"이라는 것의 연관성을 잘 그려낸 수작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뻔한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게, 속도감 넘치게 그려낸 전개방식도 마음에 들고요. 마지막의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까지 좋았기에 별점은 4점입니다.

그에 반해 두번째 에피소드 "레드 파일"은 앞서 말했듯, 한 은행원의 살인사건에서 토마의 과거 대학시절 지인이 말려들고, 토마가 여러 인물들의 증언을 조합하여 진상을 밝혀낸다는 다소 무거운 이야기입니다. 일단 추리물임에도 "트릭" 이라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굉장히 거창한 음모 - 거대은행과 파생상품 - 가 배후에 깔려 있어서 토마와 가나가 사건에 휩쓸리는 부분이 별로 자연스럽지가 않기 때문에 내용만 놓고 본다면 높은 점수를 주기가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조금 이야기가 막힐만 하면 등장하는 토마의 미국 대학시절 지인 캐릭터도 이제는 지겨웠고요.

하지만 이 에피소드의 가치는 전혀 다른데에 있습니다. 뭐냐 하면 바로 "선물 옵션 거래" 라는 금융 파생상품을 너무나 잘 설명하고 있는 학습만화로의 가치가 엄청나거든요. 금융 파생상품에 대해서 이렇게 쉽고 머리에 쏙속 들어오게 설명하는 만화는 정말이지 처음이었습니다.

추리물로는 영 아니지만 이 학습만화(?) 로의 가치가 워낙 높기에 별점은 3점 주겠습니다. 결론적으로, 평점은 3.5점. 무난한 수준이네요. 역시 Q.E.D는 대체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단 말이죠^^

2009/05/18

용의자 X의 헌신 (2008) - 니시타니 히로시 : 별점 3점

 

원작소설은 거의 2년전에 읽었던 작품이죠. 그때도 영상물에 더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영화가 나왔습니다. 일본에서는 대히트 했다죠? 어쨌건 관심이 가던 영화라 감상하게 되었습니다만, 리뷰가 좀 늦었네요...^^;;

사실 이러한 추리물 원작 영화를 원작을 읽은 상태에서 본다면 지루해 질 수 있다는 것은 큰 약점입니다. 범인과 탐정의 불꽃튀는 두뇌대결을 위한 트릭이 중요한 이 작품같은 경우 더욱 그러하겠죠. 그러나 다행히도 영화로 구현했기 때문에 발휘되는 장점도 무척 컸기 때문에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장점은 이시가미가 야스코에게 헌신하는 과정의 설득력이 굉장히 잘 살아났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야스코가 미인이다.. 라는 단순한 이유를 배우들이 눈빛, 그리고 행동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섬세한 감정 묘사를 통해 비쥬얼로 표현해 주기 때문에 절절한 마음이 쉽게 와 닿더군요. 배우들이 캐릭터와 잘 어울렸던 것 역시 감상에 큰 도움을 주었고요. 그 외에도 원작에는 없었던, 추가된 서두의 조금은 독특한 여객선 폭파 사고에 대한 간단한 트릭의 설명도 좋았고 에필로그 형태의 마무리도 깔끔해서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높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영상화 과정에서 원작이 지녔던 추리적으로 가장 큰 단점, 즉 "왜 이시가미가 억지로 시체 교환 트릭을 사용했나?" 라는 것이 너무 두드러진 것은 아쉽습니다. 그래도 원작에서는 다른 이야기와 디테일에 묻혀 그런대로 설득력있게 이야기가 전개되었던 것에 반해 영화에서는 이 과정을 잘 포장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원래의 시체를 잘 숨겨놓았다는 설정이 곁들여졌기 때문에 그야말로 트릭을 위한 트릭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렇게 트릭에 매몰되어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물론 추리물의 한계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범인이 "천재"로 나오기때문에 더욱 더 신경썼어야 한다고 생각되네요. 이 작품에서 마지막의 유가와의 말 한마디 - "최후의 순간까지 대비하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 - 로 퉁치기에는 설득력이 너무 떨어졌어요.
아울러 원래 소설에서의 왓슨 역이자 사건을 물어오는 역할인 주인공 유가와의 친구 구사나기의 역할이 축소되고 여성 형사인 우츠미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여성 캐릭터가 별로 필요없는 작품인데 괜히 우츠미를 등장시켜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등의 전개는 사족이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잘 만든 추리영화임에는 확실합니다. 제가 감상했던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 영화 중에서는 베스트였으니까요. (게@임은 수준 이하였고 "호숫가 살인사건"은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호러-스릴러에 가까운 작품이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영화 이전에 방영되었다는 TV 시리즈 "탐정 갈릴레오"도 구해보고 싶어지네요.

2009/05/17

꼬리 아홉 고양이 - 엘러리 퀸 / 문영호 : 별점 3점

 

꼬리 아홉 고양이 - 6점
엘러리 퀸 지음, 문영호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엘러리 퀸의 1949년 작 장편으로 국명 시리즈나 라이츠빌 시리즈같은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는 조금은 독특한 작품입니다.뭐가 독특하냐면 이 작품은 정통 고전파 퍼즐 트릭물의 거장으로서의 엘러리 퀸의 모습보다는 헐리우드 스릴러에 가까운 모습이 더 많이 보이는 작품이거든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제임스 페터슨이나 마이클 코넬리 같은 후대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선구자적인 모습이 엿보인달까요? 대도시 뉴욕을 무대로 벌어지는 무차별 연쇄살인극을 그리고 있는 점이라던가, 이 연쇄살인에 어떤 트릭이 있다기 보다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특정하게끔 하는 일종의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 사건의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는 점 등이 그런 느낌을 강하게 전해 줍니다.

이 작품에서는 특히 전혀 관련없어 보이는 피해자들에게서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이 범인을 밝혀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죠. 이 부분을 상당히 공들여 잘 표현하고 있기에 중간부분까지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색다른 공통점이라 생각되며 맹점을 찌르는 맛이 잘 살아있는 좋은 설정이었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좀 오래된 탓인지 완성도 측면에서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제일 큰 아쉬움은 피해자들에게서 찾아낸 공통점이 너무 한가운데 직구라 그때부터 범인이 특정화되면서 마무리까지는 지루해진다는 점이었죠. 가장 마지막 부분에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사건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닐 뿐더러 추리적으로는 무가치한 수준의 반전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쉬웠던 것은 범인의 동기 부분이었습니다. "정신병" 쪽으로 몰아가는 것은 21세기에 읽기에는 너무 뻔했거든요. 쉬운 설정이고 작품에도 어울리긴 했지만 진부한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리고 앞서 말했듯 헐리우드 스릴러물에 가깝기 때문에 "정통 추리물"을 기대한 저같은 독자에게는 기대에 갚하지 못한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겠죠. 엘러리 퀸이라는 이름에는 솔직히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추리의 과정에 독자가 동참할 수 없기에 개인적으로 실망도 좀 컸고요. 물론 어설픈 트릭과 트릭때문에 이야기 전개가 무너지는 억지스러운 작품보다야 훨씬 낫긴 하지만 제가 "엘러리 퀸"이라는 작가에게 기대한 것과는 너무 달랐어요. "독자에게 도전" 하던 정통 퍼즐러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연쇄살인범 "고양이"와 엘러리 퀸의 대결을 통해 엘러리 퀸의 색다른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는 점과 싸이코 연쇄살인극의 선구자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아쉬움도 있지만 별점은 3점 정도의 무난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2009/05/15

2009.5.15 두산베어스 대 삼성라이온즈 잠실경기 요약

2009.5.12 두산베어스 대 히어로즈 목동 1차전 요약


좋았던 점 :
1. 김상현 선수 : 6과 2/3이닝 2실점. 초반 1실점은 현수가 실수한게 더 크니 실질적으로는 1실점. 현재 두산의 에이스라 불러도 아깝지 않은 호투! 덕분에 중간계투도 아끼는 등 얻은것이 많았다.
2. 하위타선 : 클린업이 잠잠한 대신 임재철 선수부터 시작되는 하위타선이 큰 일을 해 주었다.
3. 이용찬 선수 : 마무리로 쑥쑥 성장하는 느낌. 솔직히 오늘 제구는 별로였지만 이런 날도 마무리에 성공해 주면서 경험이 쌓여가겠지.

나빴던 점 :
1. 김현수 선수 : 연타석 홈런이 독이됐나? 스윙이 커진 느낌이다. 에러성 수비도 있었고... 홈런보다는 정교한 타격에 신경써주었으면 한다.
2. 이재우 선수 :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의 포쓰가 느껴지지 않는다...
3. 잦은 병살 : 최근 많이 보인다. 이유가 뭘까. 대주자를 기용해도 병살이라니 이것 참...

기타 감상 :
삼-두 싸데기 동맹인데 저번 3연전에서 두경기를 크게 내 주었으니 이번에는 두산이 싸데기를 날릴 이길 차례였죠. 초반 실점은 아쉬웠지만 이후의 선발진의 호투와 상대팀의 에러 덕분으로 비교적 쉽게 이긴것 같습니다. 병살타 3개면 게임을 이길 수 없다고들 하는데 상대팀도 만만치 않게 친 덕도 크고요. 결국 7연승을 달성했습니다. 그런데 SK와의 승차는 도무지 좁혀지지가 않으니 이것 참....;;

어쨌건 오늘 중간계투를 아낀 만큼 내일도 좋은 결과 있었으면 합니다. 파이팅 허슬!두!

덧붙여, 목동 쿠어스에서 근래 보기드문 엄청난 난타전이 작렬하는군요. 8점차를 뒤집는 LG의 저력도 놀랍지만 히어로즈의 습자지 불펜진은 정말 눈물나는 수준이에요. 당대의 명투수이자 명코치였던 김시진 감독이 있는 팀이 어떻게 투수가 이렇게 무너질 수가 있는건지.... 어디가 이길지는 잘 모르겠지만 두팀 모두 내일 경기에 타격이 없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09/05/14

Night Adultchidren (ないと☆あだるとちるどれん) 02 - 다카미 요시히사


"Nervous Breakdown"이라는 옴니버스식 추리만화로 추리만화계 일각에서 작지만 큰 반향을 일으켰던 다카미 요시히사의 후속작으로 전작과 동일한 "코믹 노라" 에 연재된 작품입니다. 전 2권 완결인데 저는 2권만 우연찮게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1998년 연재작이라니 10년 전의 작품이네요.

전작 "Nervous Breakdown"과 동일한 스타일 (3등신 캐릭터와 8등신 캐릭터의 혼용)과 세계관을 유지하고 있는 시리즈물로 카페 "Night"에 모여 행동하는 전문 털이범들, 특히 소매치기 전문 다나카 후타로 (통칭 "뿌~") 와 금고털이 전문 쿠로누마 (통칭 "블랙 스파이더") 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Nervous Breakdown"의 스핀오프라고 할 수도 있어서, 탐정역인 안도가 이 작품에서도 탐정으로 등장해서 사건 진행을 돕는 역할을 수행하며, 그외에 용병 구츠키, 미와의 숙부라는 고에몽 형사 등 시리즈에 연결되는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기 때문에 전작의 팬에게는 일종의 향수마저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나.. 작품은 2권 완결작품 답게 솔직히 수준 이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추리로 보기에는 많이 부족하고 잘 짜여진 범죄물로 보기에는 범죄 자체가 별로 등장하지 않거든요. 2권에 실려있는 "스토커", "슬픈 무희", "발렌타인데이", "16년째의 결말", "강도살인용의도주자 약 2명", "최후의 표적" 이렇게 6편 중에서 그나마 괜찮은 작품은 "무희"라 불리우는 조각상을 훔치려고 잠입한 집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져 진범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슬픈 무희" 단 한편 입니다. 사실 이 작품도 도둑이 시체를 발견하여 제 1 용의자로 몰린다는 설정 이외에는 사건이 너무 우연하게 벌어지고 동기도 뻔하며, 별다른 트릭이 등장하지도 않는 등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다른 작품들이 워낙 별볼일 없어서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것 뿐이고요...

더군다나 Night에 모이는 범죄자들 패거리는 6명이나 되는데 앞서 이야기한 두명을 제외하고는 비중이 낮아서 도대체 왜 등장해서 페이지를 잡아먹는지도 알 수가 없더군요. 1권을 안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2권만 놓고 본다면 정말이지 불필요한 캐릭터들이었어요. 장기 연재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시선만 분산된 것 같습니다.

뭐 추리적인 요소나 개인적 흥미거리를 배재한 단순한 드라마로 본다면 그런대로 괜찮은 이야기라 할 수도 있겠지만 전작의 재미에 기댄 요소가 많기에 독자적인 작품으로 성립하기는 조금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이 정답인 듯 합니다. 일본 웹에서 찾아보았는데 인기없는 작품인 탓에 자료도 별로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작품 관련 이미지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역시나 대체로 평이 좋지 않군요. "최악의 엔딩이다" 라는 글까지 있으니 말 다했죠.

개인적인 별점은 2점. 이 작품에서 건질 수 있던 단 하나의 좋은 점은 "Nervous Breakdown"의 안도가 아내 교코와 아이와 함께 그런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2009/05/12

2009.5.12 두산베어스 대 히어로즈 목동 1차전 요약

2009.5.10 두산베어스 대 한화이글스 잠실 홈경기 3차전 요약


겨우 이겼네요. 현대시절부터 뭔가 약한 이미지인데... 짤막하게 요약합니다.

좋았던 점 :
1. 김선우 선수 : 어쨌건 이기는 투수가 잘하는 선수지. 다승 공동 1위 축하. 다음번에는 제발 이닝도 좀 먹어주길...
2. 고창성 선수 : 이틀 푹 쉬고 나더니 2이닝 퍼펙트. 현재 스코어 신인왕 1순위.
3. 김동주 선수 : 박빙의 투수전에서 빛나는 타격. 4타수 2안타 1타점.
4. 최승환 선수 : 선제 결승 솔로홈런 작렬! 도루 저지도 좋았다.

나빴던 점 :
1. 임태훈 선수 : 연투는 좋지 않아요... 좀 쉬었으면 합니다. 괜히 방어율만 올라갔네
2. 김현수 선수 : 이상하게 히어로즈만 만나면 말리는 느낌. 제발 4할 타율은 유지해 주길....

기타 감상 :
그간 2연패 중이던 히어로즈를 만나, 그 중에서도 방어율 1위에 빛나는 히어로즈 에이스 이현승 선수를 만나 다행히도 1승을 올렸습니다. 아울러 4연승! 하지만 사실 그다지 재미있는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히어로즈의 잔루가 많아서 겨우겨우 이긴 경기였죠. 그래도 이종욱 - 고영민 선수가 빠진 상황에서 올린 승이라 값지긴 합니다. 민병헌 - 김재호 선수가 상당히 공백을 잘 메워준 것 같아 다행이네요. 아울러 에이스 김선우 선수가 단 5이닝만 던지고 물러난 것은 정말로 아쉽습니다. 주 첫경기부터 필승 중간계투가 풀 가동되는 상황이 발생해서 마음이 무겁네요.... 내일은 크게 이거든가 지든가 해서라도 중간계투가 좀 쉬어줬으면 합니다. 파이팅 허슬!두!

그나저나 SK 대 LG 경기가 올시즌 처음보는 희대의 막장경기라 이 경기 보느라 다른 감상을 쓰기 힘드네요. 제발 비겨줬으면 하는데 말이죠...^^;;

2009/05/11

죽은 자와의 결혼 - 윌리엄 아이리시 / 김석환 : 별점 3점

 

죽은 자와의 결혼 - 6점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김석환 옮김/해문출판사

윌리엄 아이리시의 작품으로, 한 불우한 미혼모가 우연찮게 당한 열차사고를 통하여 옆자리에 앉았던 부잣집 며느리와 신분이 뒤바뀐 뒤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장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10여년 전에 봤던 영화 "사랑이라면 이들처럼 (Mrs. Winterbourne)" 의 원작이라 더욱 친숙하더군요. 최근 안 읽어본 고전을 마침 할인행사 하는 인터넷 서점 덕에 구해서 읽고 있는데 그 와중에 읽게 된 작품입니다.

일단은 윌리엄 아이리시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라는 것이 1차적인 감상평입니다. 특유의 여성 심리묘사와 우연찮은 사건을 통해 촉발된 범죄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서서히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전개가 판박이 스타일이죠. 특히 여성 심리묘사는 주인공이 여성이기에 더욱 더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스멀스멀 올라오는 긴장감은 역시나 대단하더군요. 조지슨이라는 악역 캐릭터도 간만에 보는, 정말이지 진저리나는 사악한 인물로 묘사되기에 복수를 꿈꾸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쉽게 되기도 하고요.

그러나 인물이 뒤바뀐다는 설정이 그렇게 설득력이 있는 편은 아니며 결말이 개운치 않다는 등의 약점이 존재합니다.
먼저 설정에 있어서는, 신분 바꿔치기 트릭의 선구자적인 작품답게 공들여 설명은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작위적인 설정인 탓에 100% 공감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그야말로 설정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위적이었으니까요. 또한 일직선의 이야기 구조, 결국 "살인멸구 (殺人滅口)" 라는 무협지스러운 동기를 통한 직구 승부의 이야기 역시 지나칠 정도로 정직한 편이라 신선함이 떨어졌습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은 너무 시대가 흐른 탓도 있겠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결말만큼은 개인적으로 실망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정말로 애매모호하면서도 개운치 못한 결말이었거든요. 이 작품과 같은 "그래서 범인은 누구?" 라는 결말은 정말이지 추리 - 스릴러 물의 금기가 아닐까요? 차라리 사족을 빼고 영화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맺었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평작이었습니다. 윌리엄 아이리시의 장점이 잘 살아있는 1급 스릴러임에는 분명하나 몇몇 약점 역시 두드러지기에 대표작으로 꼽기에는 좀 무리가 따르네요. 아쉽게도 개인적인 별점은 3점입니다. 비록 코미디로 각색해서 좀 싸구려티가 나기는 하지만 차라리 영화쪽이 더 낫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드는군요.

덧붙이자면, 이외에도 할말이 좀 많은 작품인데 이상하게 리뷰가 써지지 않네요. 컨디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 마칩니다.

2009.5.10 두산베어스 대 한화이글스 잠실 홈경기 3차전 요약

2009.5.8 두산베어스 대 한화이글스 잠실 홈경기 2차전 요약


타고투저도 이제 한풀 꺾인걸까요? 대부분의 구장이 투수전이었고 두산-한화 역시 예상과는 다르게 팽팽한 투수전이었습니다. 짧게 요약합니다.

좋았던 점 :
1. 정재훈 선수 : 정말이지 오랫만에 보는 선발투수 QS+. 뛰어난 변화구 제구를 바탕으로 7이닝 무실점 역투를 보여주었다. 1회의 작가질도 긴장감 고조에는 쵝오! (하지만 다음엔 제발 자제좀...)
2. 김현수 선수 :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한방으로 끝나다. 4타수 2안타 3타점.
3. 민병헌 선수 : 출루와 첫 타점으로 득점의 물꼬를 트다.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그러나 1회 주루사는 좀 안타까왔다.
4. 임재철 선수 : 2루타도 좋았지만 결정적 호수비를 여러차례 선보여 팀을 위기에서 구하다.

나빴던 점 :
1. 금민철 선수 : 좌투수가 좌타자 상대로 볼넷을 허용하면 어쩌자는겨... 덕분에 태훈이까지 올라왔잖여....
2. 두산 쌕쌕이들 : 이도형 선수가 포수면 좀 더 뛰어줘야 하지 않겠음?

기타 감상 :
간만에 본 제대로 된 투수전이었습니다. 안영명 선수 선발 등판 경기는 오랫만에 봤는데 공이 정말 좋더군요. 포수 리드가 빼어난 편도 아니었는데 공의 위력으로 초반을 거의 완벽하게 틀어막았습니다. 두산은 1회 큰 위기가 있었지만 용케 잘 벗어난 뒤에는 정재훈 선수 역시 잘 던져 주었고요.

승부는 결국 중심타선 승부에서 갈린 것 같습니다. 두산은 한번의 찬스를 중심타선까지 끌고가서 4점이라는 점수로 연결시킨 반면에 한화는 3-4-5 번이 9타수 1안타 5삼진의 기록을 남기면서 활약을 해주지 못했거든요. 김별명 - 이범호 선수의 부상 이후의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라 덕분에 두산이 연승의 분위기를 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4연패로 암담한 상황에서 3연승의 결과를 낳아 기분은 좋네요. 이번주도 연승의 파도를 LG처럼 타고 쭈~욱 한번 나가봤으면 합니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약한 히어로즈 전이라 걱정이 살짝쿵 되기도 하네요....

2009/05/10

2009.5.9 두산베어스 대 한화이글스 잠실 홈경기 2차전 요약

 2009.5.8 두산베어스 대 한화이글스 잠실 홈경기 1차전 요약


2차전은 전날과 달리 양팀이 에이스로 맞불을 놓았네요. 짤막하게 요약합니다.

좋았던 점 :
1. 두산 수비진: 무사 만루에서의 고영민 선수의 수비, 임재철 선수의 수비 등 수비가 최소 3점은 건져낸 경기였다.
2. 김동주 선수 : 부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타격을 보여주는 두목곰. 그리고 결정적 한방.
3. 민병헌 선수 : 초반 부진이 심각했지만 어제와 같은 출루율과 주루센스를 보여준다면 이종욱 선수 복귀 이후에도 주전 우익수 - 9번타자 자리를 꿰찰 수 있을것이다.
4. 임태훈 - 이재우 선수 : 간만에 막강 불펜의 삼진쇼를 보여주다.
5. 이용찬 선수 : 간만에 세이브 기록.

나빴던 점 :
1. 김상현 선수 : 올시즌 두산의 실질적인 에이스이지만 5이닝을 버텨주지 못했다.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이긴 하지만 벌써부터 체력적 문제가 보이면 곤란한데 걱정이다.
2. 고창성 선수 : 연투로 인한 피로가 상당한 듯. 위기상황에 등판해 모든 승계주자를 실점과 연결시키다. 좀 쉬는게 좋을 듯.

기타 감상 :
두산이 사실 잘해서 이긴 경기는 아닙니다....^^;; 김상현 선수 상태가 메롱이었고 그에 반해 상대팀 에이스 류현진 선수 공은 정말 죽였는데 초반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 덕을 좀 봤네요. 아울러 잠실구장과 더불어 두산의 탄탄한 수비의 공이 큰 경기였죠. 반면 한화는 수비실수 한개, 그리고 실투 한개로 인해 역전패 당했으니 타격이 좀 클 것 같아요. 약간의 변수가 없었더라면 한화가 6-2 정도로 넉넉하게 이겼을텐데 말예요.

그나저나 오늘은 정재훈 선수 선발 경기인데 저번 LG전에서 너무 심하게 털려서 걱정이 되네요. 어차피 5이닝 이상 던져줄 수 있는 투수도 아니니까 중간 계투 부담이 클 것 같은데 2게임 연속 등판한 고창성 - 임태훈 - 이재우 선수는 등판 못한다고 본다면 아무래도 좀 힘들겠죠. 때문에 타격전이 예상되며 두산이 이긴다면 한 8 - 5 정도로 이길 것이라 찍어봅니다. 금민철 - 박정배 선수가 중간에서 볼질좀 안하고 씩씩하게 던져주길 바랍니다.

2009/05/08

Fantastique 판타스틱 2009.봄 - Vol.20 : 별점 4점

 

Fantastique 판타스틱 2009.봄 - 8점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페이퍼하우스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가이신 김내성 선생님의 탄생 100주년 기념 특집호입니다.

월간일때 몇번 뒤적이긴 했지만 이전에는 쟝르문학 전문이라도 SF 성향이 좀 강해서 별로 눈길이 가지는 않았는데 이번호는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잘 기획된 특집호더군요. 추리소설 애호가로 그냥 지나치기 힘들어서 반드시 구입할 예정이였지만 형이 먼저 구입했길래 낼름 빌려다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김내성 선생님 특집은 총 4편의 단편 및 라디오 방송 대본, 그리고 김내성 선생님의 아들인 카이스트 교수 김세헌의 짤막한 추모담, 김내성 선생님의 일생을 총 망라한 연표, 재일한국인 리켄지의 김내성 선생님의 데뷰 당시 및 해방 후 한국 문단의 분위기를 통해 선생님의 장르문학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는 역사성 짙은 에세이인 "데뷰시절의 김내성", 마지막으로 전봉관의 경성 스케치 시리즈라 할 수 있는 특집 에세이 "마인 속 경성과 경성문화" 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만큼만 해도 팬으로서 굉장히 충실한 기분이 들 정도의 많은 분량 (220여 페이지) 이니 정말 대단하죠. 페이지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계간지의 위력일까요?

그러나 선생님 작품의 수준에 대해서는 항상 느껴왔던 아쉬움이 남네요. 아울러 추리물도 좋지만 한편 정도는 "비밀의 문" 에 실려있는 류의 변격물 취향 작품을 실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실려있는 작품을 보다 자세히 이야기해 보자면, 제일 앞에 실려있는 "탐정소설가의 살인"은 일단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된다는 점에서 가치는 충분합니다. 실제 연극인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탐정소설가 "유불란"이 직접 극본을 쓴 뒤, 사건 주요 인물들을 주연으로 연극으로 상영하여 진상을 폭로한다는 설정도 충분히 재미있고요. 그러나 공들인 설정에 비해서 트릭이 조잡하고 결말이 너무나 유치할 뿐 아니라 유불란 탐정이 한마디로 ㅂㅅ으로 등장하기에 도저히 좋은 평을 해 줄 수가 없더군요.
두번째 작품인 "타원형의 거울"은 너무 많이 소개된 작품이라 좀 식상하죠. 물론 선생님의 기념비적인 데뷰작이자 대표작이라 빼긴 좀 어려웠겠지만 지도를 새로 그린 것 이외에는 새로운 점이 전혀 없어 지루했습니다.
네번째로 실려있는 "히틀러의 비밀"은 셜록 홈즈 시리즈 "여섯개의 나폴레옹 흉상"을 라디오극으로 번안한 작품인데 창작의 여지는 거의 없이 번안에 머물고 있어 평가하기가 난감하더군요. 약간의 창작이 들어간 범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의 요소는 추리물로 보기 힘들정도로 설득력도 떨어지고요. 한마디로 완성도가 낮습니다.
그나마 세번째 작품인 "연문기담"이 올드미스의 결혼을 위한 독특한 연애-사기담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연애편지의 진위에 대한 추리적 요소가 살짝 삽입된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트릭이라 하기에는 어렵지만 경쾌한 작품에 양념역할은 톡톡히 해 주거든요. 오헨리 필도 살짝 나는 것이 그간 알고 있던 김내성 선생님 작품과 분위기가 달라 무척이나 즐겁게 읽었답니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작품의 수준이야 익히 알고 있었던 작품이고, 사실 이번 특집은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습니다. 방대한 내용 만큼이나 실속있는 내용이 가득하고, 추리소설과 추리소설가를 핵심으로 하는 당대 경성에 대한 자료들이라 경성을 무대로 한 추리소설을 창작하는 입장에서는 반드시 읽어야 할 특집임에 분명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전봉관의 "마인 속 경성과 경성문화" 가 제일 좋았던 것 같지만, 그 외의 글들 모두가 유익했다 생각되네요.

이번호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 김내성 선생님 특집을 제외한 나머지 글들 중에서 눈여겨 본 것을 꼽아보자면, 먼저 코넬 울리치의 단편 "세시 정각"이 있습니다. 바람난 아내를 징벌하기 위해 아내가 잠깐 집을 비운 틈에 시한폭탄을 장치하는 남자의 이야기인데 서스펜스의 대가 다운 긴박한 상황의 연출이 일품이었습니다. 그러나 결말부분이 너무 진부한 편이라 평작 수준에 머물고 말았네요. 이런 류의 단편은 워낙에 많이 있기도 하죠.
문영의 단편 무협소설인 "혈도"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무적도인 "혈도"에 대한 강호의 소문과 그 소문의 원인을 다룬 짤막한 단편인데 의외의 요소가 잘 살아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소문을 이용하여 돈을 번다는 시장논리가 처음으로 도입된 무협지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고요. 주인공 캐릭터가 너무 스테레오 타입 -술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절망과 고독밖에 없는 무림 최고의 살수 - 이 아닌가 싶긴 한데, 셜록 홈즈 스타일 추리소설 창작가로서 할 말은 아니겠죠..^^;;
그 외에는 원사운드의 만화가 괜찮더군요. 신간소개 위주의 짤막한 만화로 그야말로 쉽게쉽게 막 그린거 같은데도 요점을 잘 짚고 있어서 빠져드는 맛이 있는 것 같아요. "인체모형의 밤"은 덕분에 구입 예정입니다.

결론적으로, 별 4점은 충분히 줄만한 가치가 있는 특집호였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절반 정도는 눈이 잘 가지 않는 연재물이나 기획물로 이루어져 있어서 과연 다음호를 사게될지는 모르겠네요.

그나저나 그나마 잘 나가는 듯 했던 판타스틱이 계간지 전환되었다니 (그리고 지금 보니 절판상태...;;)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추리 문학 전문 잡지의 꿈 역시 저~ 멀리 사라져 가는것 같네요. 1935년 김내성 선생님의 "타원형 거울"에 등장하는 추리잡지 "괴인"이 1만부가 팔리는데, 70여년 뒤의 대한민국은 1만부는 커녕 3천부도 소화하기 힘든 수준의 시장이 되어버렸으니 선생님께 죄송할 뿐입니다.

2009/05/07

야구잡담 - 두산 라인업 대폭 변경

두산이 3연패 중이네요. LG와의 두경기는 완패한 졸전이라 별로 쓸말도 없지만 오늘 라인업을 보니 달감독님이 나름 칼을 빼 들었더군요!


눈에 띄는 변화로는 이종욱 - 정수빈 선수 대신 고영민 선수를 1번에 배치시켰으며, 며칠간 타격감 좋았던 이원석 선수가 6번으로 올라왔습니다. 이원석 선수는 아마도 1루 수비에 들어오겠죠? 임재철 선수가 2번이며 민병헌 선수가 9번에 배치된 것을 볼 때 민병헌 선수가 중견수를 보지 않을까 싶네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좌완 봉중근 선수가 상대팀 선발이기 때문에 오른손 타자를 잔뜩 올린 것이겠지만 어차피 3-4-5를 제외하고는 자동아웃 선풍기 허수아비에 가까왔던 라인업이었던지라 꽤 마음에 드는 변홥니다. 일단 상위타선에서는 고영민 선수를, 하위타선에서는 이원석 - 민병헌 선수를 가용하여 빠른 발과 뜬금포라는 두가지의 무기를 동시에 지닐 수 있다는 것이 괜찮아 보이네요.

상대 투수가 에이스이긴 하지만 오늘은 우리도 메이저리그 출신 에이스(?) 죠. 한 3~4점만 낸다면 승산이 있어 보이기에 라인업 변경이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겨서 3승 3패 동률 맞춥시다! 파이팅! 허슬 두!

아울러 당분간 대주자 - 대수비 외에는 자리가 없어보이는 오재원 선수는 몸 좀 추스리고 심기일전 했으면 합니다...

PS : 오늘 홍상삼 선수가 안나오네요? 내일 선발인가?

난파선 메리디어 호 - 하몬드 이네스 / 이태주 : 별점 3점

 

난파선 메리디어 호 - 6점
하몬드 이네스 지음, 이태주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태풍이 몰아치던 밤 조난사업을 막 시작한 존 샌스는 난파선 메리디어호의 구난을 위해 어렵게 탑승했다가 난파에 휩쓸린다. 메리디어 호에 남아있던 유일한 승무원인 선장 기디언 패치와 함께 폭풍우를 뚫고 어렵게 생환한 그는, 메리디어호와 관련된 법정공방이 와중에 중인으로 출석하게 되면서 고의로 배를 침몰시켰다 의심받는 기디언 패치 선장을 도와 다시한번 좌초된 메리디어호로의 목숨을 건 항해에 나서게 되는데...

영국작가 하몬드 이네스의 유명 고전 해양 모험 활극의 고전이죠. 이번 황금연휴기간동안 읽은 책입니다.

이 작품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주인공 존 샌스가 난파선 메리디어 호 구조를 위해 탑승했다가 되려 퇴선하지 못하고 조난당한 뒤 배에 남아있던 선정 기디언 패치와 함께 메리디어호를 움직여 폭풍우를 빠져나와 생명을 건지게 되는 이야기, 2부는 메리디어 호의 난파에 대한 법정 공방, 마지막 3부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는 기디언 패치를 도와 존 샌스가 다시 메리디어호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죠.

일단 주제에 걸맞게 바다와 항해, 폭풍우와 해난 사고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디테일하고 박진감있어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자가 정말 뱃사람 출신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세부 묘사가 대단한 편이라 더욱 그러한데요. 배만 해도 거대한 화물선 메리디어호를 비롯하여 요트, 보트 등 엔진, 돛, 인력 (노?) 을 이용한 다양한 종류가 등장하고 조난의 종류 역시 난파선, 무인도 등 폭풍우 속 가혹한 바다를 무대로 생각나는 모든 곳을 건드리니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라 할 수 있겠네요. 지독하다고 해도 무방한 폭풍우 묘사는 정말이지 읽다가 멀미가 날 정도였어요.

그리고 이른바 메리디어호에 관련된 음모 역시 설득력있게 잘 짜여져 있습니다. 워낙 바다에 대한 묘사가 많은 탓에 좀 묻히기는 하지만 한정된 지면 안에서 독자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를 잘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에 이해가 쉬우며, 이 음모에 따른 주인공들의 절박한 행동 역시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두 주인공, 특히 우직하고 말없으면서도 신념에 목숨을 거는 기디언 패치 선장의 캐릭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류의 작품에 등장하는 선장의 전형을 제시했다 해도 무방할 정도로 과묵하면서도 멋진 캐릭터로, 한마디로 바다사나이 간지가이~ 였습니다. 중간중간에 샌스에게 떼를 쓰는 장면이 없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러나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이야기의 드라마는 좀 약한편입니다. 법정 장면이 주로 펼쳐지는 2부를 제외한 1부와 3부는 패치 선장과 샌스, 2명 중심의 이야기로 흘러갈 정도로 인물 관계에서 발생하는 드라마는 거의 없거든요. 나머지는 전부 바다에서 벌어지는 사투 뿐이니까요. 드라마적으로, 추리적으로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법정 장면에서도 이른바 "음모"라는 것이 단순하게 주인공들에 의해 독자들에게 여과없이 전달되기 때문에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보다 긴박감 넘치게 음모를 숨겨가며 법정 드라마 식으로 처리해 나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기도 하네요. 아울러 2부에서 3부로 넘어가면서 끝내 메리디어 호의 조난 위치를 숨기고 샌스에게 난파된 메리디어 호로 데려가 줄 것을 요구했던 패치 선장의 행동이 드라마의 큰 키를 쥐고 있는데, 여러명이 목숨을 걸만한 비밀이어었냐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살인은 무거운 범죄이긴 하지만 어차피 12명이 넘는 사람이 죽은 대형 해난사고인데 비약이 지나친 것이 아닌가 보여졌거든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해양 모험 활극이라는 주제와 권선징악적인 전개 등에서 알리스테어 맥클린 (특히 꼽자면 "황금의 랑데뷰")의 작품이 연상될 정도로 경쾌하고 잘 쓰여진 작품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기대했던 만큼의 추리적 요소는 없어서 별점은 3점입니다. 음모도 설득력있고 주인공들의 행동도 타당하긴 한데 세련됨이 좀 떨어졌달까요? 그래도 모험활극을 좋아하신다면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동서추리문고 치고는 번역도 괜찮은 편이고 가격도 착하니까요.

덧붙여, 영화에 참 잘 어울릴 것 같은 소재라 생각되어 잠깐 조사해보았더니 역시나 발표되었더군요. "The Wreck of the Mary Deare (1959) " 로 게리 쿠퍼와 찰톤 헤스톤을 투톱으로 내세운 작품인데 이름값에 비해 평점은 별로네요. 대충 보니 원작보다 권선징악적 이야기를 더욱 강조하는 쪽으로 각색한 모양인데 실수로 보이네요. 선장 캐릭터를 더 강화하는 것이 좋았을텐데...

2009/05/03

2009.5.3 두산베어스 대 롯데 사직원정 3차전 요약

2009.5.2 두산베어스 대 롯데 사직원정 2차전 요약


양팀 모두 에러와 주루사가 작렬한 졸전이었습니다. 누가누가 못하나 싸움에서 두산이 더 못해서 졌네요. 짤막하게 요약합니다.

좋았던 점 :
1. 클린업 트리오 : 거의 모든 안타와 타점을 합작하다. 어떻게 보면 에러를 대신한 속죄타랄까?
2. 투수진 : 선발 김상현 선수를 비롯, 에러의 와중에서도 삼진을 8개나 뽑아내며 대분투. 꼬꼬마들도 잘 했어요.
3. 이재우 - 임태훈 선수가 쉬었다는 것

나빴던 점 :
1. 최준석 선수 : 오늘 김지토의 2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악몽같은 1루수 최준석의 수비였다. 2회 수비가 에러로 기록되었더라면, 그리고 6회 교체되지 않았더라면 크보 1루수 한경기 에러 기록을 깨지 않았을까?
2. 유재웅 선수 : 스스로 왼손대타로밖에는 쓰임새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다.
3. 클린업을 제외한 전 타선 : 한마디로 허수아비. 특히 6회초, 7회초 찬스에서의 모습은 갓뎀.

기타 감상 :
오늘 송승준 선수가 무지 좋더군요. 변화구 제구가 좋아서 초반에는 정말 멋진 투수전을 보여줬습니다. 김상현 선수도 최준석 선수의 실책들에 비한다면 잘 던진 편이고요. 하지만 에러가 이렇게나 많아서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죠. 에러는 전염된다는게 정말 사실인가봐요. 기록은 4개지만 제가 보기에는 기록되지 않은 실책까지 더하면 5개. 김상현 - 고창성 선수는 잘 던진 편인데 고생만하고 헛심만 쓰고 패만 뒤집어 쓰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연장전을 하기 싫다는 선수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덧붙여 타격감 좋은 이원석 선수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한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6회 유재웅 선수대신 이원석 선수가 타석에 있었더라면 아마 두산이 이기지 않았을까 생각되거든요. 현장의 눈이 더 정확하겠지만 8회 모습도 좋았던 만큼 미련이 많이 남네요.

심기일전해서 오늘내일 푹 쉬고 어린이날 3연전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제발~

2009/05/02

처형 6일전 - 조너슨 라티머 / 문영호 : 별점 3점

 

처형 6일전 - 6점
조너슨 라티머 지음, 문영호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사형 집행을 기다리던 로버트 웨스틀랜드는 이웃 사형수의 자살소동을 보고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깨우친 뒤 자신의 돈을 이용하여 단 일주일 남은 사형 집행때까지 진범을 잡고자 한다. 유일한 단서는 그에게 날아온 그의 무죄를 증언해 줄 수 있다는 정체불명의 편지뿐. 웨스틀랜드는 유능한 변호사 핑클슈타인을 선임하고 사립탐정 윌리엄 크레인과 그의 조수 윌리엄즈를 고용한 뒤, 자신의 지인과 친구들을 총 동원하여 자신의 누명을 벗고자 하는데 남은 시간은 단 6일!

조너선 (조나단?) 라티머의 대표작이자 하드보일드 스릴러의 명편으로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멋진 고전입니다. 어렸을 때 아동판으로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이번에 알라딘에서 동서 추리문고 할인 행사를 하길래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요새 야구만 보는 것 같아서 연휴도 되고 했기에 맘잡고 한번에 읽고 포스팅합니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위의 줄거리처럼 윌리엄 아이리쉬의 "환상의 여인"을 많이 연상케 하는 전개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두 작품을 착각한 적도 있습니다. ^^ 하지만 각각의 작품별로 확실한 특징이 있어서, 먼저 "환상의 여인"은 정말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단 한명의 목격자를 찾기 위한 고난의 과정을 강렬한 서스펜스와 함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리적으로 굉장히 특기할만한 점은 없지만 끝까지 손에서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이 일품인 명작이죠.

그에 반해 이 작품은 서스펜스보다는 외려 하드보일드적인 탐정의 수사과정과 주인공이 뒤집어 쓴 누명을 파헤치는 추리 부분이 더 돋보이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추리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겠죠. 굉장히 간단하긴 하지만 맹점을 찌르는 밀실 트릭, 그리고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시간차 알리바이 트릭이 등장하는 등 추리적으로는 정말이지 나무랄데 없는 수준이며 진범을 밝히는 과정 역시 설득력이 넘치고 중요한 단서도 공정하게 제공하고 있는 등 추리 애호가로서 즐길거리가 충분했습니다. 트릭이나 구성이 지금 읽으면 굉장히 쉬운 발상이라 식상할 수 있는데 작품과 잘 어울리도록 구성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반전과 진범의 정체도 납득할 수 있으며 합리적인, 타당한 결말이라 무척 만족스러웠고 말이죠.

하지만 덕분에 중반이후부터 서스펜스가 확 죽긴 합니다. 추리물로 돌변하면서 주인공이 탐정 윌리엄 크레인으로 바뀌기 때문에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심리묘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거든요. 단점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전체적인 균형 면에서 약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죠. 뭔가 더 끄집어낼게 있어 보였던 옆방 사형수들도 흐지부지 사라져버리는 것도 좀 애매했습니다.

덧붙이자면, 윌리엄 크레인이라는 캐릭터가 작중에서 하드보일드 탐정다운 간지도 없고 일체의 호감도 느껴지지 않아 몰입하기 어려운 것도 감점 요소입니다. 하드보일드 치고는 두뇌가 결합된 행동파 탐정이라는 독특한 면은 있지만 지나치게 본능 - 술과 여자 - 에 탐닉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불성실해 보였거든요. 이런 친구한테 목숨을 내 맡긴 웨스틀랜드가 불쌍해질 지경이었어요.

그래도 고전적 하드보일드 스릴러물이면서도 "정통 추리"의 요소를 잘 도입한 이색적인 작품이라 지금 읽어도 그 매력이 충분한 고전명작이라 생각합니다. 걸작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추리와 하드보일드 모두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할만한 작품으로 제 개인적인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웨스틀랜드는 살아나긴 했어도 잃은게 너무 많아 보이네요...

PS : 솔직히 별점은 3점 이상을 줄 수도 있지만 번역이 너무 별로라서 도저히 3점이상은 못 주겠습니다.... 동서 추리문고의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한데 몰입해서 읽기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어요. 대사의 구분도 이상해서 한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뿐더러 불필요한 장황한 묘사를 내용과 어울리지 않게 직역으로 표현하는 등 읽다보면 머리가 아플 정도였거든요.

예를 들자면 '해걸음은 점점 빨리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환등기 앞에서 누군가가 모슬린을 두 겹 네 겹을 차곡차곡 접어서 포개 놓아가는 듯 했다' 라는 문장을 들 수 있겠네요. 뒷부분이 좀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불필요한 묘사이기도 하고요. 그냥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정도면 얼마나 좋아? 하여간 이런 문장이 전편에 난무합니다...

2009.5.2 두산베어스 대 롯데 사직원정 2차전 요약

2009.5.1 두산베어스 대 롯데 사직원정 1차전 요약

션~한 경기였습니다. 기쁜 마음에 맥주도 좀 많이 마셨네요.^^

좋았던 점 :
1. 홍상삼 선수 : 1군 첫 등판이 선발 등판에 5이닝 무사사구 2안타 1실점 선발승! 거기에 7탈삼진까지! 이넘아 형이 격하게 사랑한다~!
2. 이원석 선수 : 2경기 연속 홈런은 프로 데뷰 이후 처음 아닌가? 친정팀 상대로 이틀 연속 비수를 꽂다.
3. 두산다운 야구 총집합 : 
    a. 강력한 불펜 야구
    b. 종박을 중심으로 한 기동력 야구
    c. 중심타선의 한방야구 (오늘 한방은 중심타선은 아니었지만요)
    d. 내외야 호수비 작렬!

나빴던 점 :
1. 이재우 선수 : 연이은 등판에 의한 피로 탓인지 위기를 자초하며 1실점. 아쉽다...

기타 감상 :
땜빵 선발끼리의 대결에서 완승했습니다. 홍상삼 선수의 쾌투가 돋보인 경기였죠. 사실 롯데 타자들이 서두른 감이 있긴 하지만 어쨌건 5이닝 1실점이라는 김지토를 제외한 다른 선배들을 뛰어넘는 놀라운 피칭으로 승리의 수훈갑이 되어주어 무척이나 고맙습니다. 다음 등판때도 호투해서 습자지 두산 선발진의 소금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네요. 그나저나 불펜진이 연이어 등판하고 있는데 내일은 크게 이기건 지건 필승조말고 다른 투수들, 오늘 2군에서 올라온 좌완 유희관 선수나 성영훈 선수 등을 좀 더 시험해 보았으면 합니다. 이용찬 선수도 많이 쉰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김동주 선수의 결장과 오재원 선수의 결장에 의한 최준석 선수의 1루 수비로 타선이 대폭 변경되었는데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원석 선수가 돋보였습니다. 비록 백업 출장이지만 두목곰의 결장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충분한 활약을 해 주더군요. 김기계와 최준석 선수는 여전했고 말이죠. 이게 얼마만에 가져보는 강력한 클린업인지...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ㅠ.ㅠ

어쨌건 내일도 좋은 분위기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 허슬 두!

2009.5.1 두산베어스 대 롯데 사직원정 1차전 요약

2009.4.30 두산베어스 대 SK 잠실홈경기 3차전 요약

점수는 제법 났지만 마음 편하게 보기는 힘든 경기였습니다. 짧게 몇자 적어봅니다.

좋았던 점 :
1. 3-4-5 클린업 타자들이 모두 살아나다. 14타수 6안타 5타점 (유재웅 선수 대타까지 치면 14타수 7안타로 딱 5할!)
2. 완벽한 중간계투의 연결고리를 찾다. 고창성 - 이재우 - 임태훈 선수 조합은 4이닝 1안타. 볼넷이 없었다는 것이 더 마음에 든다.
3. 두산 잔루스의 오명을 벗어버리는, 간만에 집중된 찬스 때의 안타들.
4. 마지막으로, 두산 이적 후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원석 선수. 시즌 첫 홈런을 축하합니다.

나빴던 점 :
1. 김선우 선수 : 어제의 투구는 에이스가, 그것도 5점이나 리드하는 상황에서의 투구가 아니었다. 직구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변화구 제구에도 신경써 주시길.
2. 오재원 선수 : 오늘 1루 선발은 이원석 선수일 듯. 세경기 통틀어 8타수 5삼진의 삼진왕 페이스에 실책성 플레이도 두개 작렬!
3. 고영민 선수의 부상. 큰 부상이 아니길 기원합니다.

기타 감상 :
1선발 에이스가 나왔는데 5점 리드 상황에서 5이닝을 맘편히 버텨주지 못하니 이거 참 마음놓고 보기가 힘드네요. 그나마 롯데가 자멸해 줘서 겨우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보는 제가 이야기하긴 좀 그렇지만 롯데도 정말 게임 안풀리더군요.

오늘 선발 투수는 양팀 모두 땜빵으로 보이는 홍상삼 - 김일엽 선수의 대결인데 홍상삼 선수의 선발 첫 등판이 어떻게 흘러갈지 무척 궁금하네요. 두산은 어제 필승 계투진을 모두 소모했기에 버리는 카드를 꺼내든 듯 싶은데 근소한 점수차로 게임이 흘러가면 감독님 고민이 무척이나 많겠습니다.

무엇보다도 고영민 선수가 별 탈 없이 복귀해 주었으면 합니다. 타격감이 상승세였는데 꺾이지 않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재원아. 넌 좀 쉬자...

2009/05/01

벨벳의 악마 - 존 딕슨 카 / 유소영 : 별점 3점

 

벨벳의 악마 - 6점
존 딕슨 카 지음, 유소영 옮김, 장경현 감수/고려원북스
1925년, 58세의 역사학 교수 니콜라스 펜튼은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 240년 전으로 타임슬립한다. 그는 240년 전, 헨리 2세 통치하의 영국에서 자신의 이름과 같은 니콜라스 펜튼 경으로 잠에서 깨어난 뒤 한달 뒤로 예정되어 있는 아내 리디아의 독살을 막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자신과 관련된 정치적 암투를 해결하고 헨리 2세의 통치를 공고히 하기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화요추리클럽'의 운영자로 유명한 장경현님이 감수하셔서 이른바 "장경현의 MOM(Magnum Opus Mystery)"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고려원북스의 걸작 미스터리 시리즈 두번째 작품으로 -첫번째 작품은 역시 딕슨 카의 "구부러진 경첩" 이었죠-  이 레이블은 유명 추리애호가의 감수답게 국내 미출간된 거장의 작품을 선정하여 출간하는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드는 시리즈입니다. 이 작품 역시 딕슨 카의 대표작이긴 하지만 국내에 출간된 적이 없어 저같이 영어가 딸리는 추리 애호가들의 맘을 아프게 했는데 이번 출간으로 오랜 갈증을 해소한 것 같아 무척이나 감사합니다.

그런데 작품은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른 판타지 물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그동안 역사 추리소설로 알고 있었는데, 정작 작품은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 과거로 타임슬립한다는 이야기였으니 정말이지 상상 밖의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이러한 판타지 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사실 썩 좋아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좀 유치하다는 느낌까지 받았으니까요.

일단은 그동안 유사한 시공 이동 판타지를 너무 많이 접한 탓에 이 작품이 발표당시에 발휘했을 만한 새롭고 신선한 맛을 느끼기 힘들었다는 이유가 크겠죠. 아울러 시공 이동 판타지에서 가장 중요한 "타임 패러독스의 딜레마" - 역사를 이미 알고 있지만 그것을 바꿀 경우 현재가 영향을 받아 결국 과거로 이동한 자신마저 영향을 받게 된다는 - 역시 편법 형식으로 두루뭉실하게 넘어가고 있어서 실망스러웠고 말이죠. 더군다나 내용이 부실하고 황당한 부분도 많아서, 원래는 58세인 주인공의 행동이 나이에 걸맞지 않는 초딩스러운 행태를 많이 보이는 점이라던가 팜므파탈로 설정한, 그야말로 악마의 하수인이라 할 수 있는 여인의 존재와 정체 역시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도 감점 요소였습니다.

또한 역사 추리물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추리와 역사의 부분이 분리되어 있어서 난감하더군요. 역사 추리물이라면 실제 벌어졌던 사건에 대한 진지한 후대의 추리적 고찰이 반영되는 작품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 작품은 단지 2세기 전을 무대로 한 독살 사건일 뿐이며, 사실 시대적 배경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트릭이기도 해서 역사 추리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싶을 정도였어요.

그러나 ...위에 장황하게 쓴 것 처럼 단점만 가득한 작품은 아닙니다. 조금 유치하긴 했지만 명성에 값하는 재미도 충분한 작품이기도 하죠. 일단 헨리 2세 치하의, 이른바 토리당 - 휘그당의 대립을 소재로 쓴 역사 이야기 부분은 제대로 된 활극의 재미가 넘칩니다. 주인공 니콜라스 펜튼이 "벨벳의 악마"라 불릴 정도의 영국 제일의 검사이자 과격한 인물이라는 것 덕분에 "검의 대가" 나 "스카라무슈" 만큼이나 검술 액션이 가득하거든요. 검술의 기술, 칼의 고증 등 역사학자이기도 했던 딕슨 카의 디테일도 제대로고요. 이러한 디테일은 실제 2세기전의 영어로 대사를 표현하는 등 이 작품에서 신경쓴 부분이 굉장히 많은 것 같은데 한글로 번역되면서 맛이 떨어지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깝긴 하네요.

그리고 추리적인 부분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비소 독살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제가 그동안 보아왔던 그 어떤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의표를 찌르는, 예상밖의 트릭을 구사하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비워놓겠는데 "그야말로 악마가 영혼을 거래할 때 맺는 계약은 절대 손해보지 않는다" 가 잘 드러나고 있으며, 이 계약 내용을 복선으로 공정하게 단서를 제공하고 있기도 해서 나름 본격물의 풍모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대단한 점이라 할 수 있겠죠. 딕슨 카는 역시나 딕슨 카 였달까요. 역사 추리물은 아니지만, 시공 이동 판타지 물에서도 공정함을 잃지 않는 대가의 노련함이 엿보여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구부러진 경첩" 보다는 확실히 의표를 찌르는 맛이 넘치는 의외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정통 추리 애호가라면 호불호가 엇갈릴 수는 있는데 재미와 아이디어, 독창성 측면에서 충분히 점수를 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