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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1

죽은 자와의 결혼 - 윌리엄 아이리시 / 김석환 : 별점 3점

 

죽은 자와의 결혼 - 6점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김석환 옮김/해문출판사

윌리엄 아이리시의 작품으로, 한 불우한 미혼모가 우연찮게 당한 열차사고를 통하여 옆자리에 앉았던 부잣집 며느리와 신분이 뒤바뀐 뒤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장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10여년 전에 봤던 영화 "사랑이라면 이들처럼 (Mrs. Winterbourne)" 의 원작이라 더욱 친숙하더군요. 최근 안 읽어본 고전을 마침 할인행사 하는 인터넷 서점 덕에 구해서 읽고 있는데 그 와중에 읽게 된 작품입니다.

일단은 윌리엄 아이리시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라는 것이 1차적인 감상평입니다. 특유의 여성 심리묘사와 우연찮은 사건을 통해 촉발된 범죄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서서히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전개가 판박이 스타일이죠. 특히 여성 심리묘사는 주인공이 여성이기에 더욱 더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스멀스멀 올라오는 긴장감은 역시나 대단하더군요. 조지슨이라는 악역 캐릭터도 간만에 보는, 정말이지 진저리나는 사악한 인물로 묘사되기에 복수를 꿈꾸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쉽게 되기도 하고요.

그러나 인물이 뒤바뀐다는 설정이 그렇게 설득력이 있는 편은 아니며 결말이 개운치 않다는 등의 약점이 존재합니다.
먼저 설정에 있어서는, 신분 바꿔치기 트릭의 선구자적인 작품답게 공들여 설명은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작위적인 설정인 탓에 100% 공감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그야말로 설정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위적이었으니까요. 또한 일직선의 이야기 구조, 결국 "살인멸구 (殺人滅口)" 라는 무협지스러운 동기를 통한 직구 승부의 이야기 역시 지나칠 정도로 정직한 편이라 신선함이 떨어졌습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은 너무 시대가 흐른 탓도 있겠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결말만큼은 개인적으로 실망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정말로 애매모호하면서도 개운치 못한 결말이었거든요. 이 작품과 같은 "그래서 범인은 누구?" 라는 결말은 정말이지 추리 - 스릴러 물의 금기가 아닐까요? 차라리 사족을 빼고 영화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맺었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평작이었습니다. 윌리엄 아이리시의 장점이 잘 살아있는 1급 스릴러임에는 분명하나 몇몇 약점 역시 두드러지기에 대표작으로 꼽기에는 좀 무리가 따르네요. 아쉽게도 개인적인 별점은 3점입니다. 비록 코미디로 각색해서 좀 싸구려티가 나기는 하지만 차라리 영화쪽이 더 낫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드는군요.

덧붙이자면, 이외에도 할말이 좀 많은 작품인데 이상하게 리뷰가 써지지 않네요. 컨디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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