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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29

루키즈 완결! -모리타 마사노리 : 별점 3점

루키즈 1~14 박스판 - 전14권 - 6점
모리타 마사노리 지음/대원씨아이(만화)

매일같이 싸움만 일삼는, 도쿄에서도 소문난 불량아 집단인 타마가와 고교의 야구부는 교장도 어쩌지 못하는 골칫거리. 최후의 수단으로 교장은 야구부를 효과적으로 폐부시키기 위해 전 학교에서 학생에게 중상을 입히고 쫓겨났다는 카와토 선생을 영입한다.
하지만 카와토 선생의 사건은 단지 우발적인 사고였을 뿐 그는 학생밖에 모르는 진정한 열혈교사. 카와토는 열정과 힘을 다해 야구부를 재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이에 불량아집단이었던 야구부는 서서히 야구에 눈을 뜨게 된다.

저는 야구를 무척 좋아합니다. 국내 프로야구단 두산 베어스의 원년부터의 팬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스포츠 만화중에서도 야구만화를 특히 좋아하죠. 이 작품은 “별볼일 없는 블루스”라는 학원 폭력물로 유명한 모리타 마사노리의 야구 만화입니다.

그런데 여타 다른 고교 야구 만화하고는 확실한 차이를 보입니다. “폭력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문제아 집단 야구부를 카와토 코이치라는 열혈 신참 교사가 담임 및 감독으로 부임하여 팀을 갑자원으로 이끈다는 내용이거든요. 크게는 불량아들을 선도해서 야구부를 재건하는 초반부, 재건 후 메구로가와 고등학교와의 연습시합이 펼쳐지는 중반부, 그리고 갑자원 지구 예선을 무대로 예선 시합들, 그 중에서도 사사자키 고등학교와의 시합을 그리고 있는 후반부로 나눌 수 있으며 중간중간에 각 멤버들과 카와토 선생의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들이 펼쳐집니다. 초반부는 전교생(!)의 이름을 외우며 학생에게 전력을 다하는 열혈교사 카와토가 불량아들을 감화시키는 모습이 설득력있게 그려지는 학원 성장물 느낌이 보다 강하다면, 중반 이후부터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서툴었지만 서서히 야구를 배워가는 과정이 주로 펼쳐지는 제대로 된 정통파 야구만화라 할 수 있겠죠.

선수보다는 감독이 주인공 격으로 팀을 이끄는 전개는 하라 히데노리의 “그래 하자”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데 훨씬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 하자”는 중반 이후 감독 키타죠보다 에이스 에자키에게 이야기의 포커스가 맞춰지며, 성폭행 사건이 등장하는 등 전개가 무거워지는데 반해 모리타 마사노리는 타마가와 고교 야구부가 서서히 강해지며 시합에서 승리해 나가는 과정과 그리고 그 중심에 카와토 선생이 있다는 것을 끝까지 일관되게, 그것도 밝은 톤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리타 마사노리의 작화도 빼어나고요.

이렇게 재미있고 즐길거리 많은 작품이기는 한데, 작가가 몸이 안 좋았다고 마지막 권에서 밝혔듯 좀 급작스럽게 끝내는 마무리는 조금 아쉽습니다. 갑작스럽게 끝난 “슬램덩크”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1999년에 1권이 나왔으니 거의 5년에 걸친 대작인데 작품이 완결되니 시원섭섭하기도 하지만 마무리를 보았다는 만족감이 더 크네요. 전권을 다 구입한 감개도 무량하고요. 별점은 3점. 개인적으로는 갑자원에서의 타마가와의 활약을 그릴 2부가 나왔으면 합니다.


2004/02/25

해적의 역사 - 앵거스 컨스텀 / 이종인 : 별점 3점

해적의 역사 - 6점
앵거스 컨스텀 지음, 이종인 옮김/가람기획

역사서적을 많이 내놓는 “가람기획”에서 발간된 역사명저 시리즈의 열한번째 책.

제목 그대로 인류사의 해적들의 역사를 주로 서양 중심으로 - 저자가 영국인이기에 당연한 것이겠지만 - 서술한 역사서적입니다. 로마시대에서 부터 중세의 바이킹과 바르바리 해적, 오스만 제국의 울루지 알리라는 해적출신 황제와 몰타 기사단의 해적질, 이후의 스페인과 영국의 재해권을 놓은 싸움의 주역인 영국의 프랜시스 드레이크 경과 존 호킨스 경, 스페인의 페드로 데 메넨데스 데 아빌레스 같은 인물들과 이른바 “해적의 황금시대” 시대의 해적들, 그리고 이후의 인도양과 미국의 마지막 해적들, 중국의 해적들까지 고금의 해적들의 역사를 망라하고 있죠.

관심이 갔던 것은 유명한 키드 선장과 블랙 비어드 같은 해적의 황금시대 인물들에 대한 정보인데 재미있고 놀라운 사실들이 많더군요. 키드 선장은 사실은 단 한번의 해적질 항해 후 체포되어 처형된 것이라던가, 신사이고 부유한 농장주였지만 모험을 동경해서 해적이 된 스티드 보넷이라는 사나이의 이야기라던가, 노획물로 남은 여생을 편하게 보냈던 헨리 에버리 같은 성공한 해적들의 이야기까지 흥미진진하고 다채로운 내용이 가득합니다. 인도의 해적왕조 앙그리아 가문이나 중국 해적 정성공과 정을, 삽응차이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어요.
이러한 이야기 외에도 해적들의 기지였던 여러 섬이나 당시 기준으로는 평등함의 최고봉이었던 해적 규약, 그리고 헐리우드 영화 등으로 미화된 해적 행위의 낭만적 추억들과 더불어 해적선들의 모습이라던가 당시의 관련 삽화 등 도판까지 충실하기에 그야말로 해적이라는 집단에 대해서는 교과서와 같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 역사 서적임에도 불구하고 쭉쭉 읽어나갈 수 있는 재미를 갖추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가람 기획의 다른 역사명저 시리즈도 기대하게 만드네요. 다만 “이종인”씨라는 상당한 수준의 번역가가 번역했는데도 불구하고 번역이 조금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 그리고 책의 완성도에 비하면 터무니없어 보이는 15,000원이라는 가격 때문에 감점합니다.

2004/02/22

태극기 휘날리며 - 강제규

 


드디어 봤습니다. 정말 대단한 흥행을 하고 있어서 3주동안 계속 예매까지 매진이라 보지도 못했는데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종인이형 덕분에 보게 되었습니다. (종인이형 고마워!)

다들 알고계실 스토리는 생략하고요, 일단 이 영화는 고생해서, 돈들여서 찍은 티가 팍팍나는 영상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때깔에 어울리게 6.25 라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좌-우 어느쪽에도 걸치지 않고, 단순히 이념 때문에 죽어나가며 광기어린 살인마로 돌변하는 주인공들과 그 희생양들을 그린 각본도 굉장히 좋습니다, 한마디로 “Well-Made”영화입니다. 국내 블록버스터 영화중에서 이만한 각본의 완성도를 갖춘 작품은 처음인 것 같네요. 역시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강제규 감독 답습니다.

캐스팅도 완벽합니다. 요새 “연기파” 배우로 변해가는 장동건의 연기야 기본은 먹어준다고 해도 원빈의 연기가 의외로 뛰어나더군요. 더군다나 둘다 “꽃미남” 계보라서 그런지 형제라는 설정도 별로 어설프지 않고요. 조연들 (기억나는 건 공형진 뿐이지만…)의 연기도 평균이상은 다들 해 주고 있습니다. 우정출연이라는 최민식, 김수로도 기억에 남고요.

특히 감동과 눈물의 폭풍! 마지막의 감동의 도가니탕(^^)에서는 저도 눈물을 찔끔 흘렸을 만큼 감동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늙은 진석의 모습과 진석이 형의 유골 앞에서 오열하는 장면은 좀 사족이라 생각되었고 몇몇 CG가 튀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별로 흠 잡을데 없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이런 블록버스터가 나와주는군요. 한마디로 흥행할 만한 영화가 흥행한다는 생각입니다.

딴지일보의 모 기자는 이 영화에 중간점수를 주며 기존의 전쟁영화의 룰을 답습하며 기존 헐리우드 영화와 비스무레 하다고 했는데 저는 6.25의 특수성, 즉 같은 동포들끼리 별다른 이유없이 살육하는 비참함과 이념의 허무함을 잘 그렸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도 꽤 많은 스크린으로 개봉한다는 뉴스를 어디선가 보았는데 히트쳤으면 좋겠네요.

요사이 “빨갱이”운운 하는 보수 우익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더군요. 저도 중학교때까지 “때려잡자 공산당” 포스터를 그리고 표어를 만들었던 세대인데 (평화의 댐 성금까지 냈답니다. 젠장…) 결국 우리는 다 형제 아니겠습니까….

2004/02/19

おざなりダンジョン - Motoo Koyama : 별점 3점

일찍이 대원에서 “전사 모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왔던 판타지 만화. 작가 코야마 모투의 데뷰작이자 최대 히트작(인 모양)으로 전 17권으로 완결된 작품입니다. 일본에서도 상당히 매니악한 만화만 연재되던, 하지만 제가 좋아했던 코믹 NORA의 최대 히트작 중 한편으로 애니메이션화까지 되었었죠. (NORA의 다른 만화로 국내 소개된 것은 “MAPS”와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비너스 전기”, 타카미 요시히사의 “Nervous Breakdown”, 그리고 “수인성역” 등이 있습니다)

곤드와나 대륙이라는 가상의 대륙을 무대로 다양한 국가, 조직들과 여러 형태의 주민들(인간형, 동물형, 지오사우르스의 파충류형…)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내용으로 세계관이 아주 매력적인 작품이에요. “마력”을 에너지로 하는 동력기관이 있는 세계라는 설정을 기본으로 하여, 군사적 우위에 있는 과학+마법집단 길드, 일종의 평화 수호 단체(?) 매직 아카데미와 그 일원들인 아스트랄 등의 독특한 설정이 가득하거든요. 이를 무식하지만 힘 하나는 일품인 주인공인 전사 “모카”, 유능한 도둑 “블루맨”, 말없는 개그 메이커이지만 사실은 상당한 실력의 마법사인 “키린맨”의 파티에 백룡의 기사 활코와 길드 최강 검사인 변태 사나이 바스터 키톤 등의 재미있고 다채로운, 디자인도 화려한 캐릭터로 뒷받침하고 있고요.

처음에는 단편 연재로 시작했다가 꾸준한 인기로 장편화 된 때문인지 초반부는 짤막 짤막하고 유쾌한 옴니버스 스타일의 모험담이 주를 이루지만 중반 이후는 아카데미에 소속된 아스트랄이라는 초월적인 존재였으나 자신의 과거, 즉 과거에 번영했지만 지금은 멸망한 용족의 후예라는 사실을 각성한 뒤 세계를 파멸시키고자 하는 흑룡 “로고스”와 인간이 되고자 하는 백룡 “나가”의 싸움을 축으로 하는 장대한 이야기와 같이 병행하여 독립적인 사이드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이 긴 호흡의 이야기를 다루는 전체적인 흐름은 거칠고 이야기가 툭툭 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약간 미숙함이 엿보입니다만 그런대로 결말까지 꽤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독특한 세계관 만큼은 한번 볼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슬레이어즈”의 한 토막과도 좀 유사한 부분이 있기도 한데,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그나저나, 트라이였던가..넥스트였던가…

덧 1 : 개인적으로 “코믹NORA”에 연재할 때부터 관심있게 봤었고 좋아했었으며, 단행본 뒤에 끼어있는 저자의 초기 단편들도 재미있었던 등 여러모로 마음에 들어서 대원에서 정식 발매한 번역본을 출간할 때 마다 한권씩 꾸준히 사 모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오 마이 갓! 딱 한권만 남겨두고 16권까지만 나온채로 책이 절판되어 버렸습니다. 아니 이런 X같은 경우가….! 차라리 중반부터 안나왔으면 모를까 딱 한권 남겨두고 안 나오다니....
우연한 기회에 마지막 권을 구할 수 있었다는게 그나마 다행일 뿐입니다. 원서였지만 이해가 아주 안 될 정도는 아니었고 오히려 오랜 숙제를 끝낸 느낌마저 드는 괜찮은 완결이었어요. 그래도 대원의 만행은 절대 용서할 수 없습니다!

덧 2 : 스스로 2부라는 “なりゆきダンジョン” 이라는 작품을 연재했었나 본데 이 후속작은 별 주목을 받지 못한 듯 하네요.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뭐 이런 류의 후속작이 걷는 뻔한 자가복제 루트를 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덧 3 : 국내에는 코야마 모투의 다른 작품 “기억의 환무” (이 책은 다행히! 4권 완결이 전부 발간 되었습니다…)도 번역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설정이나 캐릭터 등도 독특하고, 짤막하고 유머러스한 모험담으로는 재미있지만, 긴 호흡의 심각한 장편 스토리 부분은 재미가 없다는...

2004/02/15

귀향 Comeback - 딕 프란시스 : 별점 2.5점

귀향 - 6점
딕 프란시스 지음/미래향문화

일본에서 근무했던 영국 대사관 피터 다윈은 본국으로 발령을 받아 귀국하던 와중에 재회한 옛 친구를 통해 노부부 비키와 그렉을 소개받고, 이런저런 인연으로 영국의 시골마을에 살고 있는 비키의 딸 결혼식을 위한 귀향에 동행하게 된다. 사실 글로스터셔라는 이 시골마을은 사실 피터의 고향이라 휴가겸 해서 따라 나선 것.
글로스터셔에서 비키의 딸인 벨린다와 약혼자 켄을 만나는데, 유능한 수의사인 켄이 돌보던 말이 연달아 죽고 급기야는 병원까지 불에 타는 등의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다.
피터는 사건들이 과거 자신이 알고 있는 인물들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뒤,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 사건에 뛰어들게 되는데...

경마소재 추리소설로 일가를 이룬 딕 프란시스의 장편. 이 작품 역시 주인공은 외교관이지만 수의사가 돌보던 경주마와 경마를 둘러싼 사건이 벌어지는 전형적인 "경마" 추리소설입니다. 초반부에 우연찮게 만난 노부부와 엮이게 되는 부분부터, 연관성 없어 보이는 여러 사건들이 결국 하나의 큰 줄기로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는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써의 솜씨를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특유의 경마 관련 전문 지식에 더하여 수의학적인 지식까지 디테일하게 등장하는데, 정말로 방대한 자료조사와 그 내용의 깊이에는 놀랄 뿐이고요. 아울러 그간 작가의 작품에서 보기 힘들었던 조금은 엽기적인 살인이 등장하는 것도 새로워서 읽는 재미를 더해주네요.

하지만 억지스러운 범인과 결말은 실망스러웠습니다. 번역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건도 명확하게 해결된 것으로 보이지 않고요. 페이지를 늘리더라도 조금 더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사건의 전개를 보여주었더라면 더욱 좋았을텐데 아쉽더군요. 여러모로 전에 읽었던 "오른손"이나 "표적"과 비교해 볼 때 조금 처지는 느낌이에요.
또 출판사에게도 조금 아쉬운 것이, 워낙 인간관계가 복잡한 작품인 탓에 예전의 추리소설 문고본처럼 추리소설 맨 앞에 등장인물을 정리하는게 좋았겠다 싶습니다. 뒤에가서 헛갈리면 바로 확인할 수 있게끔 말이죠. 이런 건 기본적인 배려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여튼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약간의 단점은 있지만 읽는 재미 하나만큼은 역시 대단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명불허전이랄까요?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너무나 복잡한 인간관계가 엮이는 만큼 개인적으로 등장인물들의 간략한 표를 만들어 놓았으니 혹 읽으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저도 표를 보면서 다시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피터 다윈 : 주인공, 외교관. "찰스 다윈"의 후손이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전혀 관계없는 인물 | 폴 페리 : 피터의 친부 | 아나벨 : 피터의 연인이 되는 주교의 딸

그렉과 비키 : 피터가 도와준 노부부. 레스토랑 가수 | 벨린다 :비키의 딸, 수의사.

켄 맥클루어 : 벨린다의 약혼자. 수의사 | 조세핀 맥클루어 : 켄의 어머니 | 케니 맥클루어 : 켄의 아버지. 아주 예전에 자살함

케리 휴엣 : 켄이 일하는 가축 병원의 No1 (조합형태로 운영되는 병원임) | 올리버 퀸시 : 같은 병원 수의사, No2로 이기적인 인물 | 스코트 : 병원 마취사 | 루시 암허스트 / 제이 자딘 / 이본 플로이드 : 역시 병원 수의사

업존과 트라버스 : 과거 보험회사의 동업자들 | 로니 업존 : 경마장 간부로 보험회사 업존의 아들, 켄에게 헐값에 넘긴 말이 우승하자 켄을 미워한다 | 테오 트라버스 : 보험회사 트라버스의 아들.

윈 리스 : 마주, 과거에는 소문난 악당이자 불한당, 켄의 치료 중 죽은 말의 마주 | 이글우드 : 켄의 치료 중 죽은 말의 마주 | 매킨토시 : 켄의 치료 중 죽은 말의 마주, 조교사 | 나그렙 : 켄의 치료중 죽은 말의 마주

램지 경부 : 사건 담당 경찰

2004/02/11

백귀야행 - 교코쿠 나츠히코 / 홍영의 : 별점 2점


백귀야행 - 4점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홍영의 옮김/초록배매직스


이마 이치코의 동명 만화가 아닌 일본에서 날리는 호러+추리 작가 교코쿠 나츠히코의 단편집. 제목대로 귀신을 테마로 한 소설집입니다. 2차대전 직후 일본을 배경으로 일상 속 광기와 어우러진 공포를 모두 10편의 단편을 통해 그려내고 있죠.
대체로 사회적, 개인적으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일상 생활속에서 과거의 트라우마와 관계된 낯선 존재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되고, 결국 서서히 붕괴해 가는 과정들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병약한 자기와 동생을 비교하다가 가정과 함께 무너져 가는 여인을 그린 “문고요비”, 전쟁 후 성적으로 불능이 된 주인공이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하는 아내를 훔쳐보다 들켜 아내가 자살한 뒤 사방에서 “눈”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는 “눈,눈,눈”, 가족을 위해 몸을 팔다가 들켜 죽은 누나의 시체와 다락방에서 놀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경찰관이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창녀의 머리카락” 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머지 단편들도 오니라던가 갓파, 깔깔 웃는 여자 같은 여러 일본 귀신들을 일상생활과 결부시켜 표현하는 방식과 문체가 독특해서 여운이 깊게 남네요.

그러나 아무래도 국내 정서에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설정이 그닥 와 닿지 않을 뿐더러 묘사가 너무 어렵고 낯설어서 읽기가 좀 힘들더군요. 묘사는 번역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이토 준지”같은 황당한 상상력의 일본 호러를 기대했었는데 그러한 기대치에도 미치지는 못했으며, "호러", "공포" 소설임에도 별로 무섭지 않다는 것도 큰 단점일테고요.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그래도 이래저래 굉장히 독특하기도 하고, 뭔가 생각하게 하는 단편집임에는 분명합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이 기대되네요.

2004/02/09

딜버트의 법칙 - 스코트 아담스 / 이은선 : 별점 2.5점

딜버트의 법칙 - 6점
스코트 아담스 지음, 이은선 옮김/홍익출판사

우리나라 투니버스에서도 방영했던 "딜버트"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시니컬한 면이 마음에 들어서 (예전의 찰리 브라운도 그랬고 가필드도 그랬고요) 굉장히 좋아하는 캐릭터인데, 출간된지 10년도 넘은 책을 우연찮게 구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내용은 마케팅 거의 전 분야에 관련해서 온갖 불합리한 점과 멍청한 상사들을 비판하는 책입니다. 뭐 예를 들자면 무능하고 멍청할 수록 간부가 빨리 될 수 있다던가, 예산은 무조건 100배 넘게 요구하라던가 뭐 그런 기타 등등한 이야기들이죠.

출간 당시 미국에서는 베스트셀러 1위도 꽤 오래 했을만큼 화제작이었던 모양이더군요. 물론 우리나라에서야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요. 이유라면야 저자와 캐릭터가 잘 알려지지 못한 탓도 크지만 개그서적에 가깝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니었나 싶어요. 알라딘 책 분류를 보니 비즈니스의 "성공학" 쪽인데 이 쪽 분야 책으로는 빵점짜리니까요.

저 개인 의견으로는, 재미가 없지는 않으며 저자가 원래 대기업 엔지니어 출신이라서 그런지 현실감 같은 것은 제법 느껴지긴 합니다. 허나 과장이 너무 심하긴 하고 이쪽 분야 경력이 부족하여 수록된 풍자나 개그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단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래도 읽고 피식거릴만한 요소는 제법 될 뿐더러, 무엇보다도 작가 스코트 아담스가 마케팅을 제대로 이해한 것은 분명한 만큼 성공을 위해서 이 책을 한번 쯤 읽어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작가가 돈방석에 앉은 것은 확실한 사실이니까요! 어 그러고보니 알라딘의 책 분류도 잘못된게 아니었네요?

2004/02/06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 로저 젤라즈니 / 김상훈 : 별점 4점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 8점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열린책들

작가의 초기 중단편들로 구성된 작품집. 원래 집에 사두기는 꽤 오래 되었지만 무언가 어려워 보이는 제목과 거창한 작가 이름만 보고 지레 기죽어 모셔만 두고 있었던 책입니다. 하지만 형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한 “신들의 사회”가 워낙 괜찮아서 읽게 되었습니다. 읽기 시작해서야 알아챘는데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중, 단편집”이더군요. 그것도 무려 17편!이나 되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으며 각 작품들 하나하나마다 일정수준 이상의 즐거움을 주는, 실로 주옥과도 같은 책이었습니다!

워낙 수록작품이 많아 전부 소개하는 것은 어려우니 인상적이었던 작품들만 짤막하게 소개해드리자면,

첫 단편 “12월의 열쇠”
“신”이 되어가는 한 피조물과 행성의 장대한 이야기를 짧게 풀어놓은 작품.
“신들의 사회”와 비스무레하게 장대한 시공간을 아우르는 작품이었습니다. 젤라즈니라는 작가에 대해 놀라운 것은, 이 단편의 주인공 캐릭터와 “행성의 환경을 변화시켜야만 하는(!)” 상황에 대한 묘사는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충분히 과학적이면서도 현실적이며, 또한 풍자적이라는 것입니다.

2번째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
금성에 살고있는 100미터나 되는 “이키”라는 이름의 물고기(?)를 낚는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모험소설 SF로 분위기가 이색적이며 젤라즈니답지 않은 현실적이고 조금 허무주의적인 주인공도 좋았던 작품.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야기의 밀도는 조금 떨어진다 생각되더군요.

3번째 “악마차”
지성을 가진 자동차들이 인간을 습격한다는, 스티븐 킹의 “맥시멈 오브 드라이브”등과 비슷한 설정의 작품.
신선함은 좀 떨어졌지만 여러가지 성격의 인공지능 차량에 대한 묘사와 여운을 남기는 후반부 묘사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4번째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표제작이기도 한 걸작 중편.
서두 부분의 고대 화성 문명과의 조우에서부터 결국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고 모든 것에는 인과관계가 있다는 결말까지, 장중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해 나가는 젤라즈니의 탁월한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여러 부분에서 후대에 미친 영향이 상당할 것 같은데, 후대의 모방작들과는 전혀 다른 원전으로서의 품격과 가치를 잘 알려주는군요.

6번째 “이 죽음의 산에서”
외계의 100마일이나 되는 높이의 산을 등반하는 탐험가와 그들을 방해하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
2번째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과 같은 모험소설 SF인데 모험소설 쪽으로 더 치중한 느낌의 작품. 약간의 SF적인 설정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냥 산악 모험담으로 보아도 좋을 작품입니다. 그만큼 모험소설로의 가치가 높아요.

9번째 “폭풍의 이 순간”
머나먼 외계의 한 행성을 무대로 한 “재난”드라마. SF적인 설정, 묘사보다는 긴박하고 스릴 넘치는 전개가 돋보이는 단편입니다.
그러나 뒷부분의 후일담은 조금 사족인 듯 싶긴 합니다.

14번째 “화이올리를 사랑한 남자”
거대한 인간 냉동 창고의 묘지기(?)역할을 하고 있는 사이보그(?)와 화이올리라는 신화적 존재의 사랑을 그리고 있는 독특한 작품.

16번째 “프로스트와 베타”
인류가 멸망한 이후의 새로운 신, 새로운 인류가 되어가는 컴퓨터의 이야기.
설정이나 스토리, 결말까지 모든 부분에 있어서 완벽한,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이런 작품을 걸작이라고 하는 것이겠죠.

결론내리자면, 수록작마다 편차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좋은 작품이 많아 전체 평균 별점은 4점입니다.
SF와 환타지를 잘 조화시키며 거기에 나름의 독특한 설정과 이야기를 부여하는 젤라즈니라는 거장의 재능을 한껏 느낄 수 있게해준 좋은 작품집으로, 그간 이런저런 이유로 쉽게 접할 수 없었지만 한번 손을 댄 이후에는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이유로 모셔만 놓았던 다른 책들도 한번 손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2004/02/04

접시위에 놓인 이야기 : 카사노바의 맛있는 유혹 - 루트 봄보쉬 / 안영란 : 별점 3점

카사노바의 맛있는 유혹 - 6점 루트 봄보쉬 지음, 안영란 옮김/디자인하우스

18세기의 법학 박사이자, 종교 철학자이자, 사제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프리메이슨 결사 단원이자, 연극배우였고 사기꾼이면서도 도박꾼이었고, 사업가였으며 비밀 외교관이었던 희대의 바람둥이 지아코모 지롤라모 "카사노바" 슈발리에 드 생갈의 일대기입니다.

그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18개의 토막으로 쪼개어서 그의 족적과 활동을 설명하고 있는데 특이한 점이라면, 각 단락의 말미에 그 단락에서의 주요한 소재로 쓰였던 요리 설명과 레시피를 수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무한한 정력(6번?)을 과시해야 만 했던 한 시기를 서술한 단락 말미에는 최음제의 용도로 쓰인 계란샐러드의 조리법을, 카사노바가 베니스의 감옥에서 탈옥하는 편에서는 탈출을 위해 도구를 숨겼었다는 마카로니의 조리법을 수록하고 있는 식이죠. 이렇게 요리들이 이야기속에서 억지스럽게 등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감초 같은 역할을 수행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카사노바라는, 바람둥이로만 알고 있었던 인물의 숨겨진, 알려지지 않은 모습을 보는 재미와 더불어 200여년 전 당시의 유럽의 사회환경에 대한 부연 설명, 물론 아름다운 여인들의 묘사와 사랑이야기도 재미 면에서는 빠지지 않고요.

아울러 상세한 자료조사에 따른 당시 요리들의 설명과 레시피들도 상당한 볼거리이며, 디자인 하우스에서 출간된 책 답게 실려있는 도판들의 수준도 우수하며 (비록 흑백이지만요) 디자인도 깔끔합니다. 200여 페이지의 부담없는 분량으로 쉬엄쉬엄 읽기에 적합한 것도 큰 장점이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딱 한가지 아쉬운 것은 요리들이 조리 가능한 레시피를 실어 놓았다고는 하지만 집에서 하기에는 약간 부담스러운 것 정도? 최음제라는 계란 샐러드는 무리일지라도 “사랑”을 위한 연회에 적합하다는 샴페인 펀치 정도는 한번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조리법 : 재료는 럼 1/2 병, 뜨거운 물 1리터, 레몬 2개, 설탕 1컵, 샴페인 1병을 준비하여 레몬은 즙을 내고 커다란 통에 다른 모든 재료를 섞어 함께 넣는다. 단 샴페인은 맨 나중에 붓는다.

2004/02/03

스파이의 역사 1 : 작전편 - 20세기를 배후 조종한 세기의 첩보전들 : 별점 4점

스파이의 역사 1 : 작전편 - 8점 어니스트 볼크먼 지음, 이창신 옮김/이마고
이 책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스파이들과 그 정보전을 다루고 있는 미시사 서적입니다. 워낙 소재가 독특하고 제 취향에 맞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간략하게 목차와 내용을 잠깐 소개해드리자면,
“제1부 기만작전: 사상 최대의 속임수”는 가공의 저항 자유 조직을 만들어 서방세계를 속인 소련과, 쿠바인을 스파이로 고용했던 CIA를 역이용하고 농락하는 쿠바와 같이 다른 한쪽을 완전히 속여 먹는 이야기입니다. 무적으로 느껴지는 CIA의 멍청하고 한심한 일면을 다루고 있어 상당히 통쾌하게(?) 읽었습니다.
“제2부 암호와 감청 전쟁: 보이지 않는 스파이들”은 주로 2차대전을 다루고 있는 편으로 에니그마와 일본 암호 해독 등 서로의 암호를 해독하여 전쟁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유명한 에니그마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상당히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다루고 있네요. (물론 “암호의 세계”라는 이 분야의 바이블 같은 책이 있습니다만…)
“제3부 반역작전: 내부의 적을 색출하라”는 제목 그대로 조직 내부의 스파이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원자폭탄 관련 정보를 입수하게 되는 소련과 소련의 최 고위층 비밀 요원 “톱해트”의 이야기가 흥미롭네요. 흡사 영화 같습니다.
“제4부 두더지작전: 미로 속의 첩보 게임”은 역사속에 묻혀진, 그리고 역사의 희생양이 된 몇몇 스파이들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스웨덴의 “발렌베리” 사건이 인상적입니다. 스웨덴의 명문 출신이자 인도주의자였던 외교관 발렌베리가 어떻게 누명을 쓰고 죽어갔는지에 대한 이야기인데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가슴 아프기도 하고요.
“제5부 실패한 작전: 첩보역사상의 대실수들”은 실패로 끝난 작전들이 나옵니다. 일본과 미국의 진주만을 둘러싼 암투라던가, 동유럽의 공산화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가 실패하는 CIA이야기도 있고 태평양의 한 섬을 둘러싼 미-일 간의 첩보 공방전 이야기 등이 실려 있습니다.
“제6부 성공한 작전: 대규모 작전의 눈부신 성과들”은 성공한 유명한 스파이들의 이야기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던 미국의 “배신자” 워커일가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잡혔을 때 리더스 다이제스트같은 곳에서 특집으로 낼 만큼 유명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네요. 그 외에도 영국의 엘리트 5인방 스파이 등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7부 무의미한 작전: 첩보역사상 최대의 코미디”는 제목 그대로 무의미 했던 정보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 뿌리기 위해 만든 반체제 우편물과 우표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지금은 그 우표 (반은 해골, 반은 히틀러)가 수집가들 사이에서 굉장히 고가에 거래된다는 이야기까지, 역사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재밌네요.
이렇게 역사적 정보전과 유명 스파이들을 다루고 있는데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어떤 부분은 역사책, 그 중에서도 2차대전 물인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부분은 미스터리물 같다는 점도 흥미로왔고요. 읽고나니 스파이와 정보전의 중요성이 굉장히 크게 느껴지네요. 역사를 움직이는 “흑막”이라는 것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고 말이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4점. 역사서적으로의 가치와 재미를 모두 갖춘 보기드문 책입니다. 우리나라 정보기관이나 유명한 (영화로도 나왔죠) “뻐꾸기 알” 이야기가 없는게 조금 의아하지만, 2편을 계속 읽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2004/02/02

블랙 아이스 - 마이콜 코넬리 / 이종인 : 별점 2.5점


블랙 아이스 - 4점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종인 옮김/시공사

최근 의심스러운 투서로 인해 비밀리에 내사를 받고 있었던 마약전담반의 칼 무어 반장이 LA의 한 모텔방에서 머리가 날아간 자살한 시체로 발견됩니다. 우연찮게 사건에 뛰어들게 된 해리 보슈는 “블랙 아이스”라고 불리우는 신종마약의 커넥션에서 칼 무어 반장의 죽음의 원인을 찾게되고 “블랙 아이스”의 제조 본부와 그 밀수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멕시코까지 찾아가서 사건의 한복판에 뛰어 들게 됩니다…
 

<블랙 에코>에 이어 읽은 헐리우드 경찰서 강력반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2작. 얼마전에 “반디 앤 루니스”에 갔다가 구입한 책입니다. <블랙 에코>에 비하면 조금 스케일이 작다 싶은데, 나중에는 아니나 다를까 거대한 음모와 스케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네요. 

해리 보슈라는 지독한 골초에다가 재즈를 좋아한다는 다소 특이한 분위기의, 하드보일드의 계보를 잇는 듯한 “고독한 늑대” 캐릭터는 꽤 멋있지만 그간 미국식 스릴러 (특히 헐리우드 영화들)에서 많이 보아왔던 주인공인 것 같습니다. 소설속에서도 그의 활약을 다룬 영화가 제작되어 한 몫 단단히 잡은것으로 묘사될 정도니까요. 이런 주인공을 비롯해서 이야기 거의 전부가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타일로 묘사되고 있는 듯 합니다. 뭐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고 완성된 구조로 읽히기는 하지만 치밀하거나 예상을 뒤집는 그런 반전의 묘미는 좀 모자라다고 해야겠죠. 특히 결말 부분을 위한 복선이나 설정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소설 자체도 추리물 보다는 형사 스릴러 수사물에 가깝습니다. 덕분에 수사의 방식이나 경찰 및 경찰 조직에 대한 묘사 같은 것은 확실히 빼어난 디테일을 자랑합니다. 한편의 영화 같은 완급 조절도 좋고, 드라마를 만드는 방식에 있어서도 탁월한 면이 있고요. 하지만 기대했던 것에 비해 추리적인 요소나 치밀한 복선에 따른 꽉 짜여진 서사 구조 등은 별로 건질게 없더군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제임스 페터슨보다는 확실히 낫지만 그렇다고 계속 관심을 가질만한 작가는 아닌 듯 합니다. 차라리 “영화 시나리오”쪽으로 방향을 돌리는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2004/02/01

소환장 - 존 그리샴 : 별점 1.5점

소환장 - 4점
존 그리샴 지음, 신현철 옮김/문학수첩

법대 교수인 주인공 레이는 오래전부터 만나지 않았던 아버지 애틀리 판사로부터 유산관리에 대한소환장을 받습니다. 오랫만에 찾은 고향집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아버지의 주검과 300여만 달러라는 거액의 현금, 레이는 돈을 숨기고 청렴한 판사였던 아버지가 그 현금을 만든 과정을 추적하게 됩니다… 

간만에 읽은 존 그리샴 작품입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제가 그동안 읽었던 존 그리샴 작품들 중에서 가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작품의 주 구성요소였던 “사회적 약자 계층이 거대한 조직에 맞서 승리한다”라는 공식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또 주인공 레이 애틀리 교수의 매력도 상당히 부족한 편이고 300만 달러의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 역시 별로 매끄럽지 못하더군요. 결국.. 흑막을 알아내어 찾아가니 그 사람이 다 말해주더라.. 라는 전개는 그간의 치밀했던 존 그리샴의 다른 소설들에 비하면 상당히 박진감이나 흥미가 떨어졌어요.
그리고 기대했던 “법정장면” 도 나오지 않을 뿐더러 마지막에는 예측가능한, 그리고 힘빠지는 결말까지.... 

한마디로 존 그리샴 답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450여 페이지나 되는 책 두께에 비하면 실망이 더 컸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나름대로 쭉쭉 읽어 나갈 수는 있었지만 대부분 작품이 영화화된 존 그리샴의 작품 중에서도 이 책만은 아직 영화화 소식조차 없네요. 뭐... 당연한 결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