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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30

춤추는 대 수사선 2 - 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 : 별점 2점


완칸서의 관할구역인 도쿄옆의 인공섬 ‘오다이바’는 수많은 빌딩들이 들어서고, 관광명소가 되어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길 안내, 미아 찾기, 교통정리 등 단순 업무로 정신없이 바쁜 와중 회사 중역이 로프에 묶여 살해된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해 특별수사본부가 들어선다. 살인사건 특별 수사본부장으로는, 남녀평등을 홍보하려는 본청의 정치적 수단으로 여성인 오키다가 임명되고 무로이가 그녀를 서포트하게 된다. 그러나 경찰들의 필사적인 조사를 비웃는 듯 제 2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두번째 사건의 목격자가 나타나고, 본청으로 돌아갔던 마시타가 네고시에이터의 특별교육을 받고 완칸서로 돌아와 범인과 접촉하기 시작하면서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한다.
연쇄살인사건과 완칸서 내부의 사소한 범죄들 사이에서 흔들리며 갈등하던 아오시마와 스미레였지만 유키노가 살인사건 범인에게 납치당하게 되면서 완칸서 전 직원은 하나로 뭉치고 오다이바를 봉쇄하려는 특별 작전이 시작되는데....

사실 저는 춤추는 대수사선의 팬이었습니다. 때문에 TV시리즈는 물론 특별편, 영화까지 굉장히 열심히 챙겨봤던 적이 있었죠. 하지만 이 영화 속편은 너무 세월이 흘렀기 때문일까요? 저도 좀 시들해졌었기 때문에 개봉 당시에는 놓치고 이제서야 보게 되었네요.

영화는 그야말로 TV 시리즈의 팬들을 위한 팬 서비스용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5년만에 돌아오긴 했지만 TV시리즈의 모든 주인공들이 다시 총 출동하고 있으며, 영화답게 약간 스케일이 커지긴 했지만 본청과 현장 요원들과의 갈등이라는 가장 중요했던 포맷 자체도 거의 그대로더군요.

때문에 네고시에이터 마시타를 축으로 범인과 대화하며 풀어나가는 과정 자체는 상당히 재미있었지만 그 외의 부분들은 범죄-경찰 드라마로서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요우나시(서양배 - 쓸모없는)"같은 억지스러운 메시지에 로프결박이나 꽃에 파묻는다는 의미없는 살해방식은 설득력이 너무 부족했고 수사의 과정 역시 우연에 기대고 있는 부분도 많으며 비약이 굉장히 심한 편이에요.
또 뭔가 있어보이던 주민 감시 장치를 동원한 모니터링이라는 수사방식이 결과적으로 별로 활약하지 못하는 이야기 전개도 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대단한 수사방식처럼 그려지더니 결국 아무것도 아니더라...라는 전개. 그리고 막판에 스미레쨩이 총에 맞는 장면은 사실 오바라 생각됩니다.

무로이 관리관 대신에 살인사건의 감독관으로 부임한 여자 관리관 오키타는 괜찮은 캐릭터가 될 수도 있었는데 불구하고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자가 큰일을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라는 고정관념을 심어 주기 위한 홍보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말 짜증나는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는 것도 아쉬웠어요. 극중에서 여러차례 묘사된 대로 "미인"도 아니고 말이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1편보다도 영화적으로는 떨어지는. 국내에서 흥행에 실패한 것도 당연하다 생각되는 작품입니다. 뭐 아오시마와 완칸서의 팬들이라면, 춤추는 대수사선 시리즈의 팬이라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만, 추리적으로나 경찰-수사물로는 크게 기대치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2005/01/29

높은 성의 사나이 - 필립.K.딕 / 오근영 : 별점 2점

높은 성의 사나이 필립 K. 딕 지음, 오근영 옮김/시공사

1962년, 미국 정부는 붕괴하고 일본이 캘리포니아 지역을, 독일이 뉴욕을 점령하여 통치하며 유태인과 흑인은 살아남기 힘든 세계... 이유는 2차대전에서 영국과 미국이 패함에서 비롯된다. 태평양 연안 지방의 제1통상 대표단 고관인 타고미는 독일의 수상 볼만의 급작스러운 사망 이후 공안부의 베게너라는 인물과 일본의 전 참모총장 테데키 장군의 회견에 우연찮게 말려들게 되어 독일의 이른바 "민들레 작전"이라는 3차대전 시나리오의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황에 대해 알게된다.
여기에 타고미가 거래하던 골동품상인 칠단과 칠단에게 위조 물건을 납품하다가 스스로 독자적인 예술품 창조에 뛰어든 프링크의 이야기, 그리고 프링크의 전처 줄리아나와 세계적인 금서로 일본과 독일이 졌다는 가정하에 가공의 이야기를 발표하여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메뚜기 가로 눕다"의 저자인 "높은성의 사나이" 아벤젠의 이야기가 얽히며 복잡하게 전개된다...

제가 읽은 첫 필립.K.딕 장편. 일종의 가상 대체 역사소설입니다. 줄거리 요약 그대로 미국이 2차대전에서 진, 일본과 독일이 승리하여 세계를 지배하는 1960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죠. 비슷한 이야기로 이미 "그들의 조국 (Father Land)"을 읽기는 했지만 일단 이 소설은 "미국"을 무대로 철저한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에 근거하여 쓰여졌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이야기는 복잡하긴 하지만 주인공별로 크게 타고미씨편, 프링크편, 줄리아나편, 칠단편의 4편으로 구분할 수 있고, 4편의 이야기가 서로 연결고리를 가지며 진행되는 구조로 서술됩니다. 예를 들자면 프링크가 만든 장신구를 칠단에게 넘겨준 후, 타고미가 그 장신구를 가지고 마음의 평정을 찾고자 노력하는 부분으로 이어지는 식으로요.
프링크가 만든 장신구가 사람들을 거치면서 색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는 묘사, 이 장신구에서 비롯되는 타고미씨의 의식의 흐름의 묘사 등은 저자의 독특한 사고방식을 잘 드러내면서도 이색적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여러 실존 인물들을 가지고 상상력만을 가지고 풀어쓴 부분은 대체 역사라는 장르에 충실하면서도 리얼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롬멜에 대한 묘사가 개중 가장 재미있더군요)

그런데 일단,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치밀하거나 뭔가 정당한 이유를 가지고 전개되는 것이 아니고 사건도 동시 다발적으로 여러 사건이 벌어지는 방식이라 혼란스럽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그간 읽어왔던 저자의 단편들과는 다르게 이야기의 주제 자체가 잘 파악이 안 될 정도로 꼬여있어서 그다지 재미있게 즐기면서 읽지는 못하겠더라고요. 중요해 보였던 "높은 성의 사나이"의 비중이 그다지 크지 못한 것, 허무하면서도 명쾌하지 못한 결말도 조금 아쉬웠고 말이죠. 솔직히 다 읽고나서 "도대체, 그래서 어쨌다고?"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무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높은 성의 사나이"라는 인물과 최후의 주역 점괘를 이해하기 힘드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도 못했고 실망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제가 이쪽 장르에 좀 약한 것일지는 몰라도 필립.K.딕이라면 뭔가 다른 것을 기대했는데 결말도 좀 이해할 수 없었고, 캐릭터들 역시 대체로 이해하기 어려운 성격들에다가 일본인에 대한 너무나 평면적인 묘사, 그리고 "주역"이라는 것에 너무 이야기 전개가 기대고 있는 등 문제도 많고 지루함도 지나치기 때문입니다. SF쪽에서는 명망이 무척 두터울 뿐더러 여러 상도 많이 타고 고전으로 대접받는 작품인데 제가 뭘 잘 몰라서 그런걸까요? 어쨌거나 저는 단편 체질인 것 같습니다.

2005/01/27

마지막 모험 - 엘모어 레오나드 : 별점 2점

마지막 모험 - 4점
엘모어 레오나드 지음/고려원(고려원미디어)

40대지만 아직도 미모를 간직하고 있는 스튜어디스 재키 머크는 어느날 공항 근처에서 ATF요원들에게 체포된다. 이유는 무기 암거래상 오델의 지시를 받고 운반하던 현금 5만달러 때문. 현금과 더불어 코카인까지 발견되어 궁지에 몰린 재키에게 수사관 니콜렛은 오델 체포를 위한 협조를 부탁한다.
그녀는 이 사건을 기회삼아 일생 일대의 한탕을 노리고, 재키의 음모와 더불어 오델과 파트너 루이스의 무기 강탈 살인 사건, 보석보증인 맥스 체리와의 관계 등이 복잡하고 숨가쁘게 돌아가는데...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재키 브라운"의 원작. 원래 주인공 이름은 재키 머크였군요. 원제는 "Rum Punch"인데 콜롬비아 사람과의 거래, 혹은 자마이카 범죄자에 관련된 암호라고 극중에서 해석됩니다만, 별 의미는 없습니다.
엘모어 레오나드는 개인적으로 싫어하지만 타란티노의 영화를 무척 재미있게 본 편이라 집어들게 되었네요. 기대도 꽤 컸고요.

작품은 2시간 3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의 원작답게 분량이 상당하네요. 내용도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범죄스릴러라는 장르물에 충실하게, 깔끔하고 안정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약간 하드보일드 냄새도 나는 꽤 잘 짜여진 이야기라 생각되네요.
그리고 작가 특유의 장점인 치밀하고도 디테일한 묘사도 역시나 괜찮았어요.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묘사가 아니라 잔인하지만 유머스럽게 분위기를 잘 살려 표현하는 것, (그 상황과 분위기라는 것이 지극히 미국적이긴 하지만) 그리고 뒷골목 인생들의 삶과 죽음, 범죄에 대한 유머스럽고도 호들갑스러운 묘사가 대표적으로 확실히 남다른데가 있다 생각됩니다.
무엇보다도 영화와 비교해보며 읽는 재미가 상당한데, 사악하고 사려깊으면서도 (?) 잔인하고 유쾌한 인물로 그려지는 사뮤엘 잭슨(오델)의 카리스마가 전편을 압도하며 로버트 드 니로 (루이스)나 브리짓 폰다 (멜라니) 등도 영화속의 모습 그대로 흥미진진하게 묘사됩니다.

그러나 단점도 분명합니다. 우선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꼬여있는 전개에 더하여 이야기의 시점과 주인공의 변화가 심한 편이라 읽기 쉬운 작품은 아니었어요. 거기에 카리스마 대왕 오델에 비하면 그닥 비중이 느껴지지 않는 주인공 재키때문에 이야기의 중심이 상당히 많이 흔들리는 편이고요.
무엇보다도 소설의 뼈대인 재키의 사기(?) 행각이 굉장히 시시하고 헛점이 너무 많으며 전체적으로 운에 기대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단점입니다. 치밀한 맛이 부족하고 즉흥적이며 오델의 최후는 너무나 운에 의존하고 있거든요. 영화를 본 지 꽤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렇게까지 허접한 작전은 아니었었던 것 같은데 솔직히 실망스러웠어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제가 싫어하는 작가의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정말로 인상적인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읽기도 지루했고요. 타란티노가 각색한 영화쪽이 훨씬 낫다고 생각됩니다. 생각난김에 영화나 다시 한번 봐야 겠네요.

2005/01/26

이상한 집 - 모리스 르블랑 / 도화진 옮김 : 별점 3.5점

이상한 집 모리스 르블랑 지음, 도화진 옮김/태동출판사

여배우 레진느가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화려한 드레스를 선보이는 오페라 극장에서의 패션쇼에서 갑자기 화제가 발생하고 레진느가 납치된다. 그녀는 다이아몬드를 빼앗기고 겨우 풀려나지만, 모델 아를레트가 동일 인물에게 같은 장소로 납치되었다가 탈출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모험가 장 당느리는 그 장소가 유명한 자선사업가 멜라미르 백작의 저택임을 밝혀낸다. 

장 당느리, 다이아몬드 상인 반 후벤 등과 동행했던 베슈 반장은 현장에서 백작을 검거하고 백작의 가문에 이상한 도벽의 피가 유전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사건은 거의 해결되는 듯이 보이지만 정체불명의 호남아 앙투완느 파즈로가 등장하여 관련 인물들을 소집한 뒤 백작의 무고를 주장하여 백작은 풀려나게 된다.
앙투완느 파즈로는 장 당느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를레트의 환심조차 얻어 그녀와 결혼까지 발표하게 되며 장 당느리는 질투와 사명감에 불타 파즈로의 정체와 사건의 진정한 흑막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

아르센 뤼뺑 시리즈 중 한권. 원래 이 시리즈는 성귀수씨가 번역한 까치글방 책으로 모으고 있었는데 마침 자주가던 헌 책방에 이 태동출판사 책이 싼값에 나와 있어서 그냥 구입해 보았습니다. 생각보다 번역 등은 괜찮은 편이었고 무엇보다 책이 작고 가벼워서 마음에 들더군요.

일단 뤼뺑은 자신의 본명 대신에 요트로 세계일주를 하고 돌아온 모험가 장 당느리 자작이라는 인물로 등장하여 활약하는데 무려 3명의 여성을 유혹하는 바람둥이로서의 뤼뺑, 불가사의한 범죄를 풀어내는 탐정으로서의 뤼뺑, 정체가 밝혀지기까지 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가볍게 탈출하는 뤼뺑, 베슈 반장을 데리고 노는 뤼뺑 등 뤼뺑의 모든 매력이 전부 등장해서 뤼뺑 팬에게는 큰 재미를 안겨다 주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또 이전에 읽었던 "바르네트 탐정 사무소""바리바"에서 인상적인 (즐거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베슈경감이 등장해서 역시나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으며, 막강한 라이벌이자 연적으로 묘사되는 앙투완느 파즈로가 뤼뺑과 좋은 승부를 계속 펼쳐보여 읽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뤼뺑을 묘사하는 앙투완느 파즈로의 한마디가 뤼뺑을 굉장히 잘 나타내고 있어서 인상적이네요. "어디서 왔는지조차 알 수 없는 바람둥이... 당신들 모두를 휘어잡으려는 교활한 돈주앙" ^^
내용도 뤼뺑 시리즈 특유의 모험담과 활극이 추리와 잘 어우러진 형태로 유머도 넘치고 평균이상의 재미를 보장하는, 안정적인 퀄리티의 이야기입니다. 다른 작품처럼 모험담 중심으로 추리가 곁들여져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추리적인 부분의 수준도 높아서 멜라미르 백작 가문의 굴절된 역사가 인용되는 약 4대, 반세기에 걸친 장대한 수준의 역사적, 공간적 트릭은 - 이 트릭은 엘러리 퀸의 "신의 등불"의 모티브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상당한 수준이에요. 놀라운 수준의 퍼즐 미스테리는 아니지만 트릭에 관련된 앞부분의 복선이나 단서가 상당히 공정하고 설득력있는 편이라 공들여 잘 짜여졌다는 것을 알 수 있거든요.

아쉬웠던 부분이라면 관계자를 전부 모아놓고 일종의 "깜짝쇼"를 펼쳐 사건을 마무리 할 때 입니다. 종반까지 강력한 적수로 묘사된 파즈로가 이 깜짝쇼에서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며 계속 끌려다녀 결말이 너무 시시해졌기 때문이에요. 좀 더 파즈로와의 대결 구도를 유지했으면 재미있었을텐데 말이죠. 뭐 이 정도로도 뤼뺑 상대로는 제법 오래 버틴 것이긴 하지만요. (나름대로 승기를 잡기까지 했던 뤼뺑의 몇 안되는 적수 중 한명이지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3.5점. 발표된 순으로 보니 "바르네트 탐정 사무소"와 "바리바" 사이에 위치한 작품이던데 세 작품 모두 뤼뺑-베슈반장 이야기로 매력적이면서 재미있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유쾌한 악당 뤼뺑의 매력을 느끼시기에 충분한 만큼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도 이제 후반 작품들만 읽어보면 완독할 수 있을것 같아 기쁩니다!

2005/01/25

쿵푸허슬 - 주성치


암흑가가 지배하던 1940년대 중국 상하이. 이 암흑세계를 평정한 것은 잔인 무도한 도끼파였다. 하지만 이들도 건드리지 않았던 것은 단 하나 - 너무 가난해서 뺏길 것도 없는 하층민만이 평화롭게 모여사는 빈민가였던 돼지촌뿐이었다. 어느날 이 돼지촌에 야비하고 소심한 건달 싱(주성치)이 흘러든다. 돼지촌을 폼나게 접수해서 도끼파 보스의 눈에 띄고 싶었던 싱의 협박은 도끼파와 돼지촌 주민 간의 전면대결로 이어지고, 놀랍게도 강호를 떠나 돼지촌에 숨어있던 강호의 고수들이 그 실체를 드러내는데.

예상치 못한 쿵푸 고수들의 등장으로 위기에 몰린 도끼파는 떠돌이 형제킬러 심금을 울리는 가락을 고용하여 고수 3명을 정리하는데에는 성공하지만 오히려 더욱 더 고수인 돼지촌 주인부부의 복귀를 부르게 되고 도끼파의 보스 썸은 자물쇠따기 하나에는 일가견이 있는 싱을 이용, 자신의 적수를 찾지못해 살짝 돌아버린 전설 속의 쿵푸달인 야수를 다시 불러내어 주인부부와의 대결을 유도한다...

주성치의 신작으로 여러가지로 화제가 되고 있는 "쿵푸허슬"을 감상했습니다. 주성치가 "소림축구"에서 보여준 코미디와 CG의 결합을 이 영화에서는 더욱 과장되고 화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상상속의 장면을 잘 재현해 낸다고나 할까요? 어떤 장면은 너무 과장되어 만화같아 유치하기도 하지만 영화의 쟝르나 성격을 본다면 대체로 잘 살려내고 있는 편입니다. 거기에 점점 고수들이 등장한다던가, 전설적인 체형을 타고난 주인공에 여러 친숙한 무공들(사자후, 합마공, 여래신장 등등등)같이 정통적인 중국 무협영화와 무협지의 공식과 요소를 잘 도입하여 팬들을 즐겁게 해 주고 있습니다.

감독으로서의 주성치도 굉장히 많이 발전하여 멋진 Scene을 상당수 선보여주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16로담퇴가 형제킬러에게 죽음을 당하는 장면을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가는 그의 뒤로 여러 사물들이 동강나는 장면이 이어지는 롱테이크)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주성치의 유머는 거의 희석되고 롤러코스트같이 쿵푸장면의 강도만 점점 올라가는 식의 구성으로 영화가 무지하게 단조로와 진 것입니다. 그동안 주성치 영화에서 전해주던 공통된 어떤 느낌..(페이소스?)은 이제 거의 사라지고 과장된 액션-코미디를 본 기억밖에 남지 않습니다. 주성치 나름대로 세계시장 진출에 대한 해답일련지는 모르겠네요. 때문에 영화적으로는 꽤 즐길수는 있었습니다만 주성치라는 영화인 그 자체로서는 퇴보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희극지왕"에서는 이제 이 친구가 채플린에 도달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소림족구부터 "전형적 헐리우드"로 밖에는 보이지가 않네요. 벙어리 소녀와의 로맨스를 추가함으로 과거의 주성치를 약간 맛보여주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척 부족한 수준이었습니다. 모쪼록 그의 애수어린 코미디를 다시 한번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2005/01/23

동굴의 여왕 (She) - L.라이더 헤거드 : 별점 2점

동굴의 여왕 H.라이더 해거드 지음, 김지혜 옮김/영언문화사

루드윅 홀리는 친구 빈시의 유언으로 그의 아들 레오를 25년간 양육하게 되며, 레오가 25살이 된 해, 유언대로 빈시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철궤를 열어 홀리와 레오는 빈시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과도 같은 숙명 -가문의 시조인 칼리크라테스를 죽인 아프리카의 늪지대의 왕국에 사는 불멸의 여왕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것-에 대해 알게되고 그 비밀을 풀기 위한 모험을 떠나게 된다.
홀리와 레오, 하인 조브로 이루어진 일행은 목숨을 건 여행 끝에 고대 코르 왕국에 은둔하고 있는 여왕 아샤를 만나게 되며 가문의 복수와 사랑하는 여인까지 죽였음에도 아샤의 매력에 빠져버린 레오와 일행은 그녀를 거부하지 못한채 오히려 같이 불멸의 존재가 되기 위해 생명의 원천까지 찾아가게 되는데....

작년에 읽었던 "솔로몬 왕의 보물"과 더불어 완역되어 나온 해거드의 장편소설입니다.
흑인들의 왕국에 살고 있는 불멸의 존재인 백인 여왕이라는 아이디어는 다른 곳에서도 숱하게 베껴먹어서 새로운 맛은 별로 없지만 확실히 기발한 설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도 디테일한 묘사로 계속해서 뒷받침 하여 보여주는 주인공 여왕에 대한 독특한 매력과 존재감은 이 작품의 원조로서의 가치와 품격을 느끼게 해 줍니다. (저는 "엘하자드"의 바그롬 제국의 여왕이 연상되더군요)
그리고 한 가문에 2000년 동안 전해진 숙명과 불멸의 여왕과의 관계도 꽤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그 세월 자체가 워낙 방대하여 스케일이 크기도 하지만 윤회와 영생에 대한 독특한 시각과 철학이 보여지거든요.
작가 특유의 흑인과 아프리카에 대한 전형적인 제국주의적 시각은 불편하긴 했지만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라 소설의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고요.

하지만 소설 자체로는 "솔로몬 왕의 보물"에 비하면 한참 재미없습니다. 일단 고대 유적이나 여왕에 대한 묘사가 너무 장황하고 뻔해서 지루합니다. 특히 여왕을 만나고 나서부터 여왕과 홀리의 대화 중심으로 철학적이고 시적인 묘사가 늘어나면서 더욱 지루해지더군요. 실질적으로 일행의 모험도 초반의 늪지대 돌파와 아마하가 부족 마을에서의 사투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인상적인 것도, 재미있는 것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여왕의 "아름다움"이라는 설정때문이긴 하지만 레오가 가문의 복수와 사랑하는 여인의 복수조차 너무 손쉽게 잊어버리는 등 이야기의 비약이 너무 심한 것이 문제라 할 수 있겠네요. 해거드 자신도 6주만에 다 써내려 갔다고 하니 좀 대충 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잃어버린 지평선"이 생각나는 엔딩으로 끝나는 끝맺음도 어느정도 예상한 부분이지만 조금 맥이 빠집니다. 엔딩이 너무 확실한 편이라 어떻게 속편이 나왔는지는 조금 궁금해지더군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나름의 원조로서의 품격과 가치는 분명하지만 또 읽게될 것 같지는 않네요.

2005/01/21

분신사바 - 이종호 : 별점 2.5점

분신사바 - 6점 이종호 지음/황금가지

서울에서 아버지의 고향인 Y시로 전학온 유진은 왕따때문에 고통받다가 자신과 더불어 "왕따패밀리"인 희선, 정섭과 같이 한밤중에 교실에서 "분신사바" 주문으로 귀신을 불러 자기들을 괴롭히는 4명을 죽여달라는 소원을 빈다. 한편 아이들의 담임인 한재훈은 새로 근무하게된 미모의 여성교사 은주에게 호감을 가지고 접근하지만 은주는 자신과 가까이 한 사람에게는 모두 불행이 닥친다고 경고한다.
이후 4명의 학생이 차례로 자살같지만 자살이 아닌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되고, 계속되는 괴이한 현상을 통해 유진과 은주는 각자 자기 자신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무언가 사건들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조사끝에 아이들의 죽음에 30년전 마을에서 발생했던 한 사건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재훈은 마을 사람들의 두려움과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지만 점차 마을은 두려움과 공포로 광기에 휩싸이게 되며 드디어 폭주하게 되는데...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의 원작으로 국내에서는 꽤 알려진 호러소설가 이종호씨의 작품입니다. 원작에 대한 평이 좋았던 기억, 그리고 괜찮은 기획이라 생각되는 "밀리언셀러 클럽" 시리즈의 한권으로 나오기도 했고 책의 장정과 디자인도 깔끔한 편이라 주저없이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다 읽고 떠올린 첫 단어는 아쉽게도... "진부함"이라는 말이었습니다. 호러라는 쟝르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이제 나오기 힘든걸까요? 전체적으로 어디선가 본듯한 내용과 장면으로 구성된 책으로 신선한 느낌 보다는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 강하더군요.
이야기 배경에서 "여고"와 "왕따"를 중심으로 흘러가며 일종의 "한"을 다루고 있는 것은 기존 호러물(여고괴담 등)에서 많이 보여졌던 요소를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고 왕따 학생이 귀신을 불러 저주를 걸다가 스스로 자멸해 나가는 설정 역시 너무나 흔하디 흔한 설정이죠. 다만 "분신사바"라는 주문으로 귀신을 부르는 방법이 약간 독특할 뿐이에요.
또 "Y시"라는 폐쇄적인 한 마을, 그리고 마을에서 30년전에 벌어진 한 사건에 대한 과거의 업보를 짊어지고 두려워하는 마을 사람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는 외딴 마을에서의 마을내 좀비들과 마을 사람들의 관계와 폭주 이야기인 오노 후유미의 "시귀" 등에 를 연상케 하고요.

물론 "Y시"를 떠나서는 불행한 죽음을 맞게되어 "Y시" 주민들은 마을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저주같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여 점차 공포를 더해가고 과거의 비밀이 겹쳐지며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이야기 구조는 괜찮아요. 현재와 과거를 잘 접목하면서도 혼란스럽지도 않고 깔끔하게 진행되니까요.
하지만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은주가 춘희로 돌변하여 살인귀로 변신하는 장면은 아니다 싶었습니다... 섹스에 칼부림 난도질까지 등장하는 식으로 강도가 점점 더 세지면서 사람이 죽어나가야 진정한 공포물이 되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죠. 저는 잔잔하지만 마을 사람들을 평생 쫓아다니는 저주가 더 공포스럽지 않았나 생각되거든요. 또 30년동안 환생과 빙의를 하며 유지해 온 복수의 한이 풀리는 것도 전형적인 헐리우드 호러물식 엔딩같이 너무 쉽고 작위적이었다고 보입니다. 허무하기도 하고요. 거기에 마지막의 에필로그는 나올 필요도 없었던 안일한 끝맺음이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작품이라고 보기 힘든 세련된 문체와 깔끔한 장면묘사로 이루어져 있어 더 흥미진진했던 것 같네요. 이러한 점은 작가가 PD출신인 덕이라 생각됩니다. 장면묘사에 대해 상당히 강점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영화적인 서술방식으로 구체적이면서도 확실하게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읽기가 무척 편하고 즐거웠던 것도 좋았어요.
또 첫 머리의 상당히 영화적이지만 충격적이었던 "분신사바하는 펜을 잡은 또 다른 손!"에 대한 묘사, 여타 호러물에서 보기 힘들었던 비닐봉지를 머리에 뒤집어 씌운 후 불에 태워 질식사 시킨다는 굉장히 참신한 살인방법, 그리고 무당 춘희와 딸 인숙의 일종의 텔레파시 같은 의사소통 방법 등이 차례로 등장하며 공포와 함께 읽는 재미를 전해줍니다.

한마디로! 한번 손에 잡으니 한번에 읽게 되는 정도의 재미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나저나 소설 그대로 콘티를 짜서 찍었어도 보통 이상은 해 줬을 것 같은데 영화가 너무나 평이 안좋고 어설픈 장면이 많아 우스개로까지 전락해버린것이 불가사의합니다. 감독도 호러계에선 나름 유명한 안병기 감독이라 한번 보고싶긴 하지만 너무나 무참한 평들을 보고 참는 중이죠.^^ 저자가 PD출신인데 직접 감독을 했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PS :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클럽이라는 기획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지만 종이를 좀 가벼운걸 썼으면 책 두께가 2/3으로 줄었을것 같은 아쉬움이 살짝쿵 생깁니다.^^

2005/01/18

현태준 이우일의 도쿄 여행기

조만간 일본 여행계획을 잡고 있던 차에 관심가던 책이라 덜컥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담배를 끊은 후에는 여러가지 책에 손이 많이 가게 되네요^^

이 책은 만화 등으로 알려진 디자이너 출신 저자 두명이 반씩 여행기를 써서 모아놓은 책입니다. 약 1주일간의 도쿄 여행이라 그다지 정보가 많은 전문 여행기가 아닌 일종의 꽁트형식의 재치있는 단문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저자 두명이 전문분야를 활용하여 실어놓은 사진과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습니다. 비슷한 듯 하면서도 전혀 다른 2명의 기행문이라 비교해서 보는 맛도 있고 길이도 짤막짤막한 편이라 보기도 편하더군요.

앞부분의 이우일씨의 글들은 일종의 대중문화 매니아, 만화가,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바라본 내용이 많아서 참 좋았습니다. 시부야와 나카노 브로드웨이에 대한 설명은 꼭 이번에 써먹고 싶어졌으며 추천한 잡지 Best도 몇권 구입해야 겠다는 마음을 먹게 만들더군요. 그 밖의 미술관과 넌센스 머신, 롯폰기 힐스 등에 관련된 독특한 시각과 묘사로 이루어진 글들은 공감도 가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현태준씨의 글은 반대로 너무나! 특이했습니다. 문체부터 이색적이긴 하지만 크게 3부분 "물건 싸게사기", "먹거리", "빠찡코"에 집중되어 있는 내용이라 이우일씨와 확실히 구분되더군요. 벼룩시장을 중심으로 한 "싸게사는" 나름의 노하우는 퍽 유용할 것 같긴 했습니다.

실용성 여부에 있어서는 여타 여행 안내서에 비해 떨어지겠지만 어차피 이 책을 사는 제일의 목적은 "재미"일 테고 저같이 나름의 쓸만한 정보를 발견하는 독자도 있을테니 한번쯤 구입을 고려해 볼 만 하겠네요. 하지만 약간 취향이 매니아적인 부분에 편중되어 있긴 합니다.

단 한가지! 올컬러라 값이 비싼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어차피 절반씩 나눠서 작업한 만큼 이우일-현태준 버젼을 구분하여 독자가 골라 살 수 있도록 하게 하는 아이디어가 아쉽더군요. (사실 전 현태준씨 버젼은 필요가 없었습니다....)

2005/01/14

노래하는 백골 - 오스틴 프리맨 / 김종휘 : 별점 2.5점

노래하는 백골 - 6점 오스틴 프리맨 지음, 김종휘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과학수사"의 원조, CSI 수사대의 할아버지뻘 되는 존 손다이크 박사의 단편집으로 총 8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장점이라면 무엇보다도 추리소설 초창기인 1900년대 발표된 작품으로서는 굉장히 획기적이고 색다른 시도를 보인 작품들 (첫 두편만이지만)이라는 점입니다. 이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추리소설 역사에 이름을 남길 작품집이라 생각되네요. 프리맨 평소의 지론이었던 "독자는 범인이 누구냐보다는 수사 과정에 더 흥미를 느낀다"를 너무나 잘 구현했달까요?

그러나 손다이크 박사의 과학적인 증거 수집에 의한 범인 색출에 중점을 두고 있고 (ex : 1. 사건의 진행 과정 서술 (범인의 범행 및 간단한 증거인멸 작업 등) >> 2. 발견된 증거를 토대로 한 손다이크 박사의 조사 >> 3. 현장검증을 통한 범인 확정 / 검거)범인의 트릭이나 소설적 재미는 적어서 처음 2편의 단편은 추리적인 맛이 많이 부족하더군요. 아무런 트릭도 없고 복선이나 반전도 없이 단지 수사과정 자체만 보여주는 이야기 구성 역시 지루했고요.

처음 2편의 반응이 별로였었는지 이후 작품들은 위의 프리맨의 명제대로 서술된것이 아니라 전형적인 단편 추리물의 원칙에 충실한 작품들입니다. 때문에 약간 논지가 흐려지기는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는 있었어요. 물론 추리적인 측면에서도 우연과 특정 상황에 기댄 것 같은 작품들이 많은 것은 분명 약점이지만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과학적 추리라는 뼈대는 계속 잘 살려 나가고 있으며, 동시대 라이벌들은 주로 "안락의자"형이지만 손다이크 박사는 어디까지나 증거 위주로 공정하게 게임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다른 유명 단편집들과 차별화 되는 요소가 분명 있긴 합니다. 확실히 추리계에 한 획을 그을만한 작품들이에요. 개인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도 있으나 시간이 너무 오랜 탓이지 작품의 흠결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아쉬운 점은 동시대 라이벌 탐정들과 비교해 보면 손다이크 박사의 개인적 매력이 너무 드러나지 않는, 개성적이지 못한 평면적인 캐릭터로 그려진 점입니다. 손다이크 박사보다 오히려 범인들에게 촛점을 맞춘 전개 방식이나 전체적으로 건조한 묘사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간적이고 뭔가 평범한, 진솔한 묘사보다는 수사 방식과 해결에 너무 작가가 집중한 것 같습니다. 추리적으로는 마땅한 방법이겠지만 독자를 위해서, 그리고 극 중 탐정을 위해서라면 좀 더 따뜻한 묘사를 해 주어도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재미를 떠나서 추리소설 역사에 남을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하기에 추리 애호가분들께서는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작품별 간략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오스카 브러트스키 사건 :
가장 잘 알려진 작품 중 하나로 다이아몬드 상인 오스카 브러트스키의 살인사건을 밝혀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우발적이고도 우연한 상황에서 자살이나 사고로 보이게끔 위장한 사건을 파헤치는 것이 핵심으로 범인과 범행과정을 먼저 보여주는 도서 추리적인 성격에 손다이크 박사의 과학 수사를 결합한 독특한 작풍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손다이크 시리즈의 핵심 특징을 모두 갖춘 기념비적인 작품이죠.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던 모든 단점들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기도 합니다. 즉, 재미는 없다는 뜻이죠.

2. 노래하는 백골 :
역시 대표작중 하나.
사고로도 보일 수 있는 한 등대지기의 죽음을 시체 (백골)의 상처에 집중하고 현장 검증을 통해 진상을 알아내는 손다이크의 활약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재미면에서는 많이 떨어지는, 너무 설정과 과정에 집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입니다.

3. 계획된 살인사건 :
탈옥수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가 자신의 과거를 알고 협박하는 전 간수를 죽이기 위한 치밀한 노력이 빛나는 괜찮은 단편.
손다이크의 활약보다는 범인 펜베리의 살인을 위한 계획과 그 과정이 더 길고 재미나게 그려진 이색적인 작품으로 추리적으로나, 과학 수사 측면에서나 상당히 읽을만한 작품입니다.

4. 전과자 :
절도 현장에서 자신의 지문이 발견된 것 때문에 범인으로 몰린 한 전과자가 손다이크에게 결백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단편. 특징이라면 당시 지문에 대한 인식을 잘 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5. 파란 스팽글 :
굉장히 독특한 작품. 우연에 기댄 것 같은 사건 자체는 조금 불만이지만 이른바 "사고"를 밝혀내는 손다이크의 활약이 드라마틱하게 보여지는 수작입니다. 재미있었어요.

6. 어느 퇴락한 신사의 로맨스 :
손다이크 박사보다 범인의 행동과 생각에 촛점을 맞춘 소품.
유일한 추리적 장치인 "범인의 유실물인 코트에 묻은 먼지"를 가지고 범인의 거주지를 알아낸다는 내용은 좀 억지스럽더군요. 당시 도시가 좁아서 거주지를 특정할 수 있었을 지는 모르겠지만요...

7. 모아브어 암호 :
뭔가 있을것 같다가 좀 허무하게 풀리는 단편.
제목 그대로 암호트릭은 아닙니다. "복잡하게 보이는 암호보다 그 종이 자체"에 집중한 트릭이죠.
트릭 자체는 꽤 매력적이지만 지나치게 산만한 느낌을 주어서 약간 아쉬웠어요.

8. 버너비 사건 :
상당한 수작으로 독살을 위한 색다른 방법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예정된 피해자의 특이한 체질이 전제조건이라는 약점이 있기는 하나 잘 짜여진 드라마와 반전으로 충분히 상쇄하고 있는 멋진 작품입니다.

개인적인 베스트 3편을 뽑는다면 "계획된 살인사건", "파란 스팽글" 그리고 "버너비 사건" 입니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버너비 사건".

2005/01/11

호수의 여인 - 레이몬드 챈들러 / 박현주 : 별점 4점

호수의 여인 - 8점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북하우스

사립탐정 필립 말로는 자신만만하고 거친 사업가 드레이스 킹슬리로부터 바람난 자신의 아내 크리스탈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말로는 크리스탈의 애인 크리스를 찾아가나 별 소득을 얻지 못하고, 크리스의 바로 앞집에 살고 있는 의사 알모어의 신고로 경찰 드가르모 경위를 만나게 된다.
이후 크리스탈이 마지막에 있었던 리틀 폰 레이크의 산장에서 산장 관리인 빌 체스의 아내가 크리스탈과 비슷한 시기에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나 그녀의 시체를 발견하고, 다시 찾아간 크리스가 살해당한 것도 확인한 후 경찰에게 크리스탈 킹슬리가 유력한 용의자라는 것, 기타 사건에 관계된 모든 사실을 알린다. 
결국 도망자 신세가 된 크리스탈로부터 도피자금 요청이 오자 말로는 어쩔 수 없이 메신저 역할을 떠맡았다가 그녀의 죽음까지 목격하게 되는데...

국내에 출간되고 있는 레이몬드 챈들러 시리즈 전집의 한권으로 4번째 장편입니다.

이 소설은 그간의 챈들러 소설과는 약간 다른 분위기로 전개되고 있어서 독특했습니다. 조금 더 유머와 서정성이 짙어진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작품으로 각종 배경과 그림, 디테일에 대한 묘사가 대단합니다. 책 뒤의 해설처럼 로스 맥도널드의 "루 아처" 시리즈가 연상되는, 조금 이색적인 느낌이었어요. 이전 작품들 보다 구구절절 복잡한 묘사가 왠지 많아진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묘사들이 단순한 수준에 머물지 않고 작품을 보다 재밌게 해 주는 감초역할과 복선 역할을 충분히 해 줌으로써 전체적인 수준을 높인다는 점에서 과연 거장은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도 만들고요.
이야기 전개는 일관되지만 우직하게, 그리고 결정적 트릭을 항상 품고있다가 여러 복선을 통해 한방에 터트리는 전형적인 챈들러풍으로 역시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나 그간 보아왔던 작품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악녀",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팜므-파탈이 등장하여 저를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캐릭터가 지닌 매력에 비해 등장횟수나 분량이 적어서 안타깝긴 했습니다만....
추리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트릭이 초반에 등장하지만 여러 복잡한 세부묘사와 관계 설정으로 눈에 띄지 않게 잘 가리고 있어서 좋더군요. 간단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를 효과적으로 속임으로써 막판 반전에 효과적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번역도 읽기도 편했고 내용도 잘 이어지는 편입니다. 국내에 나온 챈들러 작품들 중에서는 번역쪽으로는 가장 우수한 편이라 생각될 정도로 말이죠. 특히 책 끝의 해설이 굉장히 친절하고 자세하여 마음에 들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4점. 역시나 거장은 거장다웠어요. 대표작에 비하면 잘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PS : 예전 한창 영화에 관심이 많을때 읽던 서적들에서 인용되었던 영화사상 전무후무한 "1인칭 시점" 영화 "호수의 여인"이 바로 이 작품이라는 사실을 책 후반 해설에서 알게되어 더욱 반갑더군요^^

2005/01/08

배트맨 : 어썰트 온 아캄 (Batman: Assault on Arkham. 2014) - 제이 올리바 : 별점 2점


아만다 월러는 킹 샤크, 킬러 프로스트, KGBeast, 데드샷, 캡틴 부메랑, 할리퀸, 블랙 스파이더 등의 빌런을 모든 뒤 목에다가 폭탄을 부착하고 리들러의 USB를 아캄 수용소에서 가져올 것을 명령한다.
각자의 방법으로 아캄 수용소에 잠입한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앞에 배트맨이 나타나고, 한바탕 격투가 벌어진다. 그러던 중 아만다 월러에게 개인적인 지령을 받은 킬러 프로스트는 리들러를 죽이려 하고, 리들러는 그 이유를 폭로한다. 리들러는 목의 폭탄을 해체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
그리고 폭탄을 해체한 특공대를 배트맨이 제압하려하나 이 소동으로 아캄 수용소가 개방되어 죄수들이 폭주하기 시작하고, 마침 탈출한 조커는 고담시를 날려버릴 핵폭탄을 동작시키는데....


아캄 유니버스 세계관이라는데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딱히 제가 알던 배트맨 세계관과 다르지는 않은 것 같았어요. 그런데 기존의 DC 애니메이션과는 굉장히 다르더군요! 배트맨이 아니라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주역으로 등장한다는 것부터가 특이했는데 초반부터 KGBeast라는 빌런 목이 달아나고 할리 퀸이 누드로 데드샷 앞에 등장하여 원나잇을 하는 등 일본의 성인향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한마디로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전개는 그동안의 DC 애니메이션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부실하다는 뜻이죠...
아만다 월러가 범죄자들로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구성하여 아캄 정신병원에 잠입시키는 목적이 처음에는 리들러의 지팡이 속 USB 를 가져오는 것이었죠. 그런데 중간에 급작스럽게 리들러를 죽이는 것으로 작전이 변경되는데 이유에 대한 설명이 전무합니다. USB가 뭔지는 결국 나오지도 않고요. (맥거핀?) 그렇다면 처음부터 수어사이드 스쿼드에게 리들러를 죽이라고 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일을 꾸몄을까요?
게다가 그 뒤에는 아만다 - 리들러 관련 내용은 사라지고 조커의 핵폭탄, 그리고 조커와 배트맨, 데드샷의 사투가 펼쳐질 뿐입니다. 최초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투입된 작전과의 개연성을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들어요. 전혀 다른 이야기 두편이 이어진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목에는 배트맨이 들어가는데 정작 주인공은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리더로 등장하는 데드샷이라는 것도 뜬금없었습니다. 데드샷을 키워주기 위해 만든 애니메이션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힘을 많이 실어 주고 있는데 영문을 잘 모르겠네요. DC의 퍼니셔로 키우려는 생각인가? 그러기에는 캐릭터의 매력이 많이 부족해 보였는데 말이죠.

물론 수어사이드 스쿼드 멤버들의 화려한 개인기와 액션은 잘 구현되어 있으며 (영화화 소식으로 기대했던 캡틴 부메랑은 완전 찌질이에 불과해서 조금 아쉽긴 했습니다만), 마지막 아캄 수용소가 개방되며 수많은 유명 빌런 - 베인, 포이즌 아이비 등등 - 들이 뛰쳐나와 경찰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등 볼거리는 많은 편입니다. 배트맨의 활약도 그런대로 적절하며, 성인 취향의 장면들도 잘 녹아들어 있고요. 디자인, 작화도 취향은 아니지만 괜찮았습니다. 이런 쪽으로의 변신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달까요.

그래도 이런 스토리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죠. 별점은 2점입니다. 저는 브루스 팀이 손 댄 시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복고적인 인물이라서 말이죠. 그래도 수어사이드 스쿼드 영화가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먼저 접해보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긴 합니다.

2005/01/05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 - 콜린 덱스터 / 이정인 : 별점 5점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 - 8점 콜린 덱스터 지음, 이정인 옮김/해문출판사

과음과 과로로 닥친 위궤양 증상으로 인해 입원하게 된 모스 경감은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소책자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을 읽은 뒤 취미삼아 병상에 누운채로 그 과거 사건의 진상을 추리해 나가기 시작한다...

유명한 콜린 덱스터의 "모스경감"시리즈의 기념할 만한 국내 첫 번역본. 예전에, 그리고 지금도 동서나 다른 출판사에서 "우드스톡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나 "사라진 소녀" 등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이렇게 정식 번역 시리즈가 나오는 것은 처음이죠. 반가운 마음에 당장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구입해서 읽은 추리소설이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요. 일단 모스 경감 시리즈 중에서도 여덟번째 작품인데 내용적으로 첫번째 작품이라 해도 별 무리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우며, 모스경감의 매력을 잘 전해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소탈하면서도 너무나 인간적인 모스경감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 소설에서처럼 제대로 묘사된 작품은, 아니 제대로 번역된 작품은 이전에 읽지 못했기 때문에 더 재미있었던 것 같네요. 소설 전반에 걸쳐 보여지는 모스 경감의 유머나 재치는 여전하며, 책을 읽다가 스스로 멋진 문구에 감탄한다던가 포르노 소설을 즐기다가도 스스로에게 실망하며 창피해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고도 굉장히 현실적으로 가깝게 느껴져서 좋았거든요.

또 이런 인간적인 매력 외에도 액자 소설식으로 전개되는, 모스 경감이 책을 통해 접하게 된 과거의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과정 역시 탄탄하며, 독자에게 전달해 주는 단서도 각 단락별로 상당히 공정하면서도 매끄러운 편이라 추리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진리는 시간의 딸" 같은 구성이긴 한데 결정적이다 싶은 단서는 수사를 통해 밝혀 내는 등, 전개 과정은 보다 깔끔하고 설득력 역시 높네요.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모든 사건을 정리하는 솜씨 역시 대단했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5점! 중편 정도의 길이 치고는 가격이 상당한 편이지만 추리적 수준은 물론 소설의 재미도 일정 수준 이상입니다. 무엇보다도 모스 경감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싶군요. 모든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2005/01/04

산해관에서 중국역사와 사상을 보다 - 금장태 : 별점 2.5점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종교학과 교수로 계신 금장태씨의 1991년 말부터 1992년 초까지 약 두달간 여행한 내용으로 쓰여진 중국 기행문입니다.

여행 다닌 지역으로 구분하여 모두 5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는 산동에서 요동, 2부는 열하와 북경, 3부는 무이산맥의 남과 북 (복건성과 강서성), 4부는 강남, 5부는 광주를 중심으로 쓰여졌죠.
수필같고 쉬웠던 하루키의 "먼 북소리" 같이 흥미진진하거나 매력적이고 유쾌한 내용을 가볍게 써 내려갔다기보다는, 그 지방과 지방에 얽힌 여러가지 사실들을 자신의 시각으로 꽤 선명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기행문이라는 쟝르 자체에 충실한 책입니다.

독특한 점이라면 종교학과 교수답게 각 지역별 불교 및 천주교, 라마교, 도교까지 아우르는 전 사원을 순방한 점, 그리고 그에 관련된 문화적, 역사적 사실을 자신의 시각으로 써 내려갔다는 점을 들 수 있겠네요. 특히 각 지방에 얽힌 고사와 인물들을 간략하지만 짜임새 있게 서술한 것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보다 쉽고 재미있게 쓸 수도 있었을 것 같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지루한 것이 안타깝군요. 가격에 비하면 상당히 부실한 도판 (칼라가 하나도 없는!) 도 불만스럽고요.

뭐 그래도 중국에 관심이 있거나 여행 계획이 있다면 한번 쯤 읽어볼만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인문학적인 면으로도 꽤 흥미롭고 기행문으도 상당한 수준이기도 하니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05/01/03

귀여니 시집과 관련하여...

네티즌, 때아닌 시 창작 열기

쿠키뉴스 기자도 센스와 / 재치가 / 넘칩니다. (제목 "기자의 센스") 하여간 귀여니 / 관심은 1mg도 없었지만 / 정말로 / 독특한 / 캐릭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목 "나이를 어디로 먹는건지...") 저의 창작열에도 / 불을 / 당기는군요. (제목 "타올라라 펜이여!")

시를 정말 / 장난으로 / 아는거죠? (제목 "정말이지") 영원히 / 사볼일은 / 없겠지만... (제목 "결심 1")
 
그나마 추리소설 쓴다고 나서지 않는것이 너무나 / 고마울 / 뿐입니다. (제목 "땡큐베리감사") 그런데 이것도 / 화제를 모아 / 책 판매를 늘리려는 / 고도의 수작일지도...? (제목 "수작") 하지만 / 저는 절대 / 안 사죠 (제목 "결심 2")

아울러 제 시를 / 출판하고픈 / 관계자는 / 덧글로 / 연락주세요 (제목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이딴 글 / 시랍시고 써서 / 해외여행 가고파요 (제목 "나의 소원")

황새 - 장 크로스토프 그랑제 / 이재형 : 별점 2.5점

황새 1 - 4점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재형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루이 앙티오슈는 공부에 지친 육신을 환기시키고자 양부모가 소개시켜준 막스 뵘이라는 조류학자의 "황새 추적" 아르바이트에 응한다. 막스 뵘이 고리를 끼운 황새들이 둥지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황새떼를 추적하여 밝혀내는 것이 목적, 이후 막스 뵘의 급작스럽게 사망 이후 죽음에 대한 의혹이 깊어지나 루이는 아르바이트를 계속한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중간에 만난 집시 조류학자와 이스라엘 청년의 의문의 죽음 (심장이 사라지고 난도질 당한 시체)을 접하고 막스 뵘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재산, "천국의 아이들"이라는 거대 의료 봉사 조직에 대한 의문이 생긴 뒤 루이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게 된다.

천신만고 끝에 황새들의 기착지인 중앙아프리카에 도착한 루이는 막스 뵘이 황새 다리에 끼운 고리를 통해 중앙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다이아몬드를 밀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새로운 심장이 없어진 변사체를 발견한 뒤 진정한 조직의 실체와 흑막을 알게 된다...

프랑스작가의 스릴러물. 방대한 조사와 기발한 아이디어가 잘 결합된 깔끔한 전개의 작품입니다. 특히 황새떼의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을 분석하여 "1. 황새가 운반할 수 있다 2.돈이 된다 3. 그 나라의 특산품이다"라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유일한 물건으로 "다이아몬드"를 설정한 아이디어가 신선합니다. 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작품의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죠.
묘사도 괜찮아서 불가리아의 집시들과 이스라엘, 중앙 아프리카는 아주 실감나서 작가의 엄청난 사전 조사를 가늠케했습니다. 아프리카의 묘사는 정말 대단했고요. 뭐라 표현하기도 어렵네요.

하지만 심장이 사라진 시체들과 진정한 조직의 흑막을 연결시키는 부분이 너무 작위적인 것은 단점입니다. 대상자들이 우연찮게 황새떼를 쫓는 루이와 접촉하게 되는 설정은 우연치고는 너무 심하거든요. 또 진정한 흑막으로 묘사되는 인물은 그야말로 "악의 화신"같은 인물로 그려지는데 묘사가 허황되고 만화적이라 앞부분의 치밀하고 교묘한 설정을 다 말아먹습니다. 요새 일본 만화도 이 정도로 유치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죠. 악의 정체가 얼마전에 읽은 "철의 장미"와 똑같다는 것도 저에게는 조금 아쉬웠고요.
거기에 더해 보스와의 최종 결전에서의 황당함은 그야말로 어이 상실이었어요. 앞부분에 잠깐 등장했던 인물의 혜성과도 같은 등장으로 해결되는데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질구레한 묘사와 설명 없이 그냥 루이가 끝내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텐데, 이건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아니고 당쵀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이외에도 흥행을 의식한 듯한 불필요한 요소들 -이스라엘 여성 사라와의 로맨스나 아프리카에서 동행한 티나라는 여성과의 정사 장면,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잔인한 묘사들 등- 이 많은 것도 불만스러웠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작가의 "미숙함"이 티가 나서 완성도가 떨어지지만 전체적인 설정과 짜임새가 제법 잘 살아있어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기는 합니다. 우직하게 한길로 밀어 붙이는 원숙함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데뷰작이라니 뭐 이 정도면 합격점을 줄 만 하겠죠. 워낙 설정이 좋았고 묘사력도 수준급인만큼 후속작을 기대해 봅니다.

2005/01/01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아울러 올해 계획!

일단 이 인기도가 지속적으로 꾸준히 하락중인 블로그에 찾아주셔서 인사 남겨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비록 직접 얼굴 뵙고 인사드리지는 못하지만 여러분 모두 새해에는 소원 성취하시고 좋은일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올해 계획!

1. 금연
2. Study (전공 분야, 꾸준히)
3. 운전 (매월 2,000Km 전후로 한다)
4. 재테크 (공부할것, 꾸준히)
5. 와우 만렙 (호드시라면 레인섭에서 "한사마"를 찾아주세요^^)
6. 운동 (매일 아침 40분씩, 1주 3회 이상)

입니다.

이렇게 뭔가 공개적인 장소에 쓰면 좀 지킬 수 있으려나.....

그럼 여러분들 다시한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