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여인 -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북하우스 |
사립탐정 필립 말로는 자신만만하고 거친 사업가 드레이스 킹슬리로부터 바람난 자신의 아내 크리스탈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말로는 크리스탈의 애인 크리스를 찾아가나 별 소득을 얻지 못하고, 크리스의 바로 앞집에 살고 있는 의사 알모어의 신고로 경찰 드가르모 경위를 만나게 된다.
이후 크리스탈이 마지막에 있었던 리틀 폰 레이크의 산장에서 산장 관리인 빌 체스의 아내가 크리스탈과 비슷한 시기에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나 그녀의 시체를 발견하고, 다시 찾아간 크리스가 살해당한 것도 확인한 후 경찰에게 크리스탈 킹슬리가 유력한 용의자라는 것, 기타 사건에 관계된 모든 사실을 알린다.
결국 도망자 신세가 된 크리스탈로부터 도피자금 요청이 오자 말로는 어쩔 수 없이 메신저 역할을 떠맡았다가 그녀의 죽음까지 목격하게 되는데...
국내에 출간되고 있는 레이몬드 챈들러 시리즈 전집의 한권으로 4번째 장편입니다.
이 소설은 그간의 챈들러 소설과는 약간 다른 분위기로 전개되고 있어서 독특했습니다. 조금 더 유머와 서정성이 짙어진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작품으로 각종 배경과 그림, 디테일에 대한 묘사가 대단합니다. 책 뒤의 해설처럼 로스 맥도널드의 "루 아처" 시리즈가 연상되는, 조금 이색적인 느낌이었어요. 이전 작품들 보다 구구절절 복잡한 묘사가 왠지 많아진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묘사들이 단순한 수준에 머물지 않고 작품을 보다 재밌게 해 주는 감초역할과 복선 역할을 충분히 해 줌으로써 전체적인 수준을 높인다는 점에서 과연 거장은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도 만들고요.
이야기 전개는 일관되지만 우직하게, 그리고 결정적 트릭을 항상 품고있다가 여러 복선을 통해 한방에 터트리는 전형적인 챈들러풍으로 역시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나 그간 보아왔던 작품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악녀",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팜므-파탈이 등장하여 저를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캐릭터가 지닌 매력에 비해 등장횟수나 분량이 적어서 안타깝긴 했습니다만....
추리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트릭이 초반에 등장하지만 여러 복잡한 세부묘사와 관계 설정으로 눈에 띄지 않게 잘 가리고 있어서 좋더군요. 간단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를 효과적으로 속임으로써 막판 반전에 효과적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번역도 읽기도 편했고 내용도 잘 이어지는 편입니다. 국내에 나온 챈들러 작품들 중에서는 번역쪽으로는 가장 우수한 편이라 생각될 정도로 말이죠. 특히 책 끝의 해설이 굉장히 친절하고 자세하여 마음에 들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4점. 역시나 거장은 거장다웠어요. 대표작에 비하면 잘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PS : 예전 한창 영화에 관심이 많을때 읽던 서적들에서 인용되었던 영화사상 전무후무한 "1인칭 시점" 영화 "호수의 여인"이 바로 이 작품이라는 사실을 책 후반 해설에서 알게되어 더욱 반갑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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