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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5

쿵푸허슬 - 주성치


암흑가가 지배하던 1940년대 중국 상하이. 이 암흑세계를 평정한 것은 잔인 무도한 도끼파였다. 하지만 이들도 건드리지 않았던 것은 단 하나 - 너무 가난해서 뺏길 것도 없는 하층민만이 평화롭게 모여사는 빈민가였던 돼지촌뿐이었다. 어느날 이 돼지촌에 야비하고 소심한 건달 싱(주성치)이 흘러든다. 돼지촌을 폼나게 접수해서 도끼파 보스의 눈에 띄고 싶었던 싱의 협박은 도끼파와 돼지촌 주민 간의 전면대결로 이어지고, 놀랍게도 강호를 떠나 돼지촌에 숨어있던 강호의 고수들이 그 실체를 드러내는데.

예상치 못한 쿵푸 고수들의 등장으로 위기에 몰린 도끼파는 떠돌이 형제킬러 심금을 울리는 가락을 고용하여 고수 3명을 정리하는데에는 성공하지만 오히려 더욱 더 고수인 돼지촌 주인부부의 복귀를 부르게 되고 도끼파의 보스 썸은 자물쇠따기 하나에는 일가견이 있는 싱을 이용, 자신의 적수를 찾지못해 살짝 돌아버린 전설 속의 쿵푸달인 야수를 다시 불러내어 주인부부와의 대결을 유도한다...

주성치의 신작으로 여러가지로 화제가 되고 있는 "쿵푸허슬"을 감상했습니다. 주성치가 "소림축구"에서 보여준 코미디와 CG의 결합을 이 영화에서는 더욱 과장되고 화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상상속의 장면을 잘 재현해 낸다고나 할까요? 어떤 장면은 너무 과장되어 만화같아 유치하기도 하지만 영화의 쟝르나 성격을 본다면 대체로 잘 살려내고 있는 편입니다. 거기에 점점 고수들이 등장한다던가, 전설적인 체형을 타고난 주인공에 여러 친숙한 무공들(사자후, 합마공, 여래신장 등등등)같이 정통적인 중국 무협영화와 무협지의 공식과 요소를 잘 도입하여 팬들을 즐겁게 해 주고 있습니다.

감독으로서의 주성치도 굉장히 많이 발전하여 멋진 Scene을 상당수 선보여주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16로담퇴가 형제킬러에게 죽음을 당하는 장면을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가는 그의 뒤로 여러 사물들이 동강나는 장면이 이어지는 롱테이크)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주성치의 유머는 거의 희석되고 롤러코스트같이 쿵푸장면의 강도만 점점 올라가는 식의 구성으로 영화가 무지하게 단조로와 진 것입니다. 그동안 주성치 영화에서 전해주던 공통된 어떤 느낌..(페이소스?)은 이제 거의 사라지고 과장된 액션-코미디를 본 기억밖에 남지 않습니다. 주성치 나름대로 세계시장 진출에 대한 해답일련지는 모르겠네요. 때문에 영화적으로는 꽤 즐길수는 있었습니다만 주성치라는 영화인 그 자체로서는 퇴보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희극지왕"에서는 이제 이 친구가 채플린에 도달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소림족구부터 "전형적 헐리우드"로 밖에는 보이지가 않네요. 벙어리 소녀와의 로맨스를 추가함으로 과거의 주성치를 약간 맛보여주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척 부족한 수준이었습니다. 모쪼록 그의 애수어린 코미디를 다시 한번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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