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의 여왕 H.라이더 해거드 지음, 김지혜 옮김/영언문화사 |
루드윅 홀리는 친구 빈시의 유언으로 그의 아들 레오를 25년간 양육하게 되며, 레오가 25살이 된 해, 유언대로 빈시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철궤를 열어 홀리와 레오는 빈시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과도 같은 숙명 -가문의 시조인 칼리크라테스를 죽인 아프리카의 늪지대의 왕국에 사는 불멸의 여왕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것-에 대해 알게되고 그 비밀을 풀기 위한 모험을 떠나게 된다.
홀리와 레오, 하인 조브로 이루어진 일행은 목숨을 건 여행 끝에 고대 코르 왕국에 은둔하고 있는 여왕 아샤를 만나게 되며 가문의 복수와 사랑하는 여인까지 죽였음에도 아샤의 매력에 빠져버린 레오와 일행은 그녀를 거부하지 못한채 오히려 같이 불멸의 존재가 되기 위해 생명의 원천까지 찾아가게 되는데....
작년에 읽었던 "솔로몬 왕의 보물"과 더불어 완역되어 나온 해거드의 장편소설입니다.
흑인들의 왕국에 살고 있는 불멸의 존재인 백인 여왕이라는 아이디어는 다른 곳에서도 숱하게 베껴먹어서 새로운 맛은 별로 없지만 확실히 기발한 설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도 디테일한 묘사로 계속해서 뒷받침 하여 보여주는 주인공 여왕에 대한 독특한 매력과 존재감은 이 작품의 원조로서의 가치와 품격을 느끼게 해 줍니다. (저는 "엘하자드"의 바그롬 제국의 여왕이 연상되더군요)
그리고 한 가문에 2000년 동안 전해진 숙명과 불멸의 여왕과의 관계도 꽤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그 세월 자체가 워낙 방대하여 스케일이 크기도 하지만 윤회와 영생에 대한 독특한 시각과 철학이 보여지거든요.
작가 특유의 흑인과 아프리카에 대한 전형적인 제국주의적 시각은 불편하긴 했지만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라 소설의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고요.
하지만 소설 자체로는 "솔로몬 왕의 보물"에 비하면 한참 재미없습니다. 일단 고대 유적이나 여왕에 대한 묘사가 너무 장황하고 뻔해서 지루합니다. 특히 여왕을 만나고 나서부터 여왕과 홀리의 대화 중심으로 철학적이고 시적인 묘사가 늘어나면서 더욱 지루해지더군요. 실질적으로 일행의 모험도 초반의 늪지대 돌파와 아마하가 부족 마을에서의 사투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인상적인 것도, 재미있는 것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여왕의 "아름다움"이라는 설정때문이긴 하지만 레오가 가문의 복수와 사랑하는 여인의 복수조차 너무 손쉽게 잊어버리는 등 이야기의 비약이 너무 심한 것이 문제라 할 수 있겠네요. 해거드 자신도 6주만에 다 써내려 갔다고 하니 좀 대충 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잃어버린 지평선"이 생각나는 엔딩으로 끝나는 끝맺음도 어느정도 예상한 부분이지만 조금 맥이 빠집니다. 엔딩이 너무 확실한 편이라 어떻게 속편이 나왔는지는 조금 궁금해지더군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나름의 원조로서의 품격과 가치는 분명하지만 또 읽게될 것 같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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