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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9

높은 성의 사나이 - 필립.K.딕 / 오근영 : 별점 2점

높은 성의 사나이 필립 K. 딕 지음, 오근영 옮김/시공사

1962년, 미국 정부는 붕괴하고 일본이 캘리포니아 지역을, 독일이 뉴욕을 점령하여 통치하며 유태인과 흑인은 살아남기 힘든 세계... 이유는 2차대전에서 영국과 미국이 패함에서 비롯된다. 태평양 연안 지방의 제1통상 대표단 고관인 타고미는 독일의 수상 볼만의 급작스러운 사망 이후 공안부의 베게너라는 인물과 일본의 전 참모총장 테데키 장군의 회견에 우연찮게 말려들게 되어 독일의 이른바 "민들레 작전"이라는 3차대전 시나리오의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황에 대해 알게된다.
여기에 타고미가 거래하던 골동품상인 칠단과 칠단에게 위조 물건을 납품하다가 스스로 독자적인 예술품 창조에 뛰어든 프링크의 이야기, 그리고 프링크의 전처 줄리아나와 세계적인 금서로 일본과 독일이 졌다는 가정하에 가공의 이야기를 발표하여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메뚜기 가로 눕다"의 저자인 "높은성의 사나이" 아벤젠의 이야기가 얽히며 복잡하게 전개된다...

제가 읽은 첫 필립.K.딕 장편. 일종의 가상 대체 역사소설입니다. 줄거리 요약 그대로 미국이 2차대전에서 진, 일본과 독일이 승리하여 세계를 지배하는 1960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죠. 비슷한 이야기로 이미 "그들의 조국 (Father Land)"을 읽기는 했지만 일단 이 소설은 "미국"을 무대로 철저한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에 근거하여 쓰여졌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이야기는 복잡하긴 하지만 주인공별로 크게 타고미씨편, 프링크편, 줄리아나편, 칠단편의 4편으로 구분할 수 있고, 4편의 이야기가 서로 연결고리를 가지며 진행되는 구조로 서술됩니다. 예를 들자면 프링크가 만든 장신구를 칠단에게 넘겨준 후, 타고미가 그 장신구를 가지고 마음의 평정을 찾고자 노력하는 부분으로 이어지는 식으로요.
프링크가 만든 장신구가 사람들을 거치면서 색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는 묘사, 이 장신구에서 비롯되는 타고미씨의 의식의 흐름의 묘사 등은 저자의 독특한 사고방식을 잘 드러내면서도 이색적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여러 실존 인물들을 가지고 상상력만을 가지고 풀어쓴 부분은 대체 역사라는 장르에 충실하면서도 리얼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롬멜에 대한 묘사가 개중 가장 재미있더군요)

그런데 일단,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치밀하거나 뭔가 정당한 이유를 가지고 전개되는 것이 아니고 사건도 동시 다발적으로 여러 사건이 벌어지는 방식이라 혼란스럽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그간 읽어왔던 저자의 단편들과는 다르게 이야기의 주제 자체가 잘 파악이 안 될 정도로 꼬여있어서 그다지 재미있게 즐기면서 읽지는 못하겠더라고요. 중요해 보였던 "높은 성의 사나이"의 비중이 그다지 크지 못한 것, 허무하면서도 명쾌하지 못한 결말도 조금 아쉬웠고 말이죠. 솔직히 다 읽고나서 "도대체, 그래서 어쨌다고?"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무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높은 성의 사나이"라는 인물과 최후의 주역 점괘를 이해하기 힘드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도 못했고 실망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제가 이쪽 장르에 좀 약한 것일지는 몰라도 필립.K.딕이라면 뭔가 다른 것을 기대했는데 결말도 좀 이해할 수 없었고, 캐릭터들 역시 대체로 이해하기 어려운 성격들에다가 일본인에 대한 너무나 평면적인 묘사, 그리고 "주역"이라는 것에 너무 이야기 전개가 기대고 있는 등 문제도 많고 지루함도 지나치기 때문입니다. SF쪽에서는 명망이 무척 두터울 뿐더러 여러 상도 많이 타고 고전으로 대접받는 작품인데 제가 뭘 잘 몰라서 그런걸까요? 어쨌거나 저는 단편 체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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