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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2

Chat GPT가 그린 히이로 사에코 경정 ("붉은 박물관" 시리즈)

전에 "십각관의 살인"의 주인공인 시마다 기요시를 Chat GPT로 그려 보았는데, 이번에는 "붉은 박물관" 시리즈의 히이로 사에코 경정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히이로 사에코 경정은 국가 공무원 1종 시험에 합격해 경찰청에 들어온 커리어이면서도, 한직인 범죄 박물관 관장을 9년째 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의사소통 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탓입니다. 하지만 '날씬한 몸매와 그 위에 걸친 백의만큼이나 하얀 피부. 어깨까지 길게 기른 매끄러운 검은 머리카락.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인형같이 차갑고 단정한 외모. 긴 속눈썹으로 에워싸인 쌍꺼풀진 커다란 눈.'으로 부하인 데라다 사토시가 '설녀'라고 부를만한 외모의 소유자입니다.

굉장히 만화적인 설정이지만, 이런 묘사가 아무래도 그림으로 그려내기가 쉬울 것 같아서, 시마다 기요시 일러스트와 동일한 프롬프트로 그리라고 시켰는데, 결과물이 실로 놀랍습니다.

Chat GPT의 성능이 업그레이드 된 덕분인지, 묘사가 상세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위와 같이 그냥 일러스트로 사용해도 무방할 결과물을 뽑아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정말 일러스트레이터가 설 자리가 없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2026/03/14

추리 소설 속 자동차 : 알파 로메오 스파이더

그동안 추리소설 속에 등장하는 요리에 대해 몇 차례 글을 써 왔습니다. 음식은 인물의 취향과 성격, 그리고 시대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모아서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지요.

이번에는 조금 방향을 바꿔,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자동차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자동차는 추리적으로 알리바이를 만들기도 하고, 완벽해 보이던 알리바이를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단서가 되기도 하니까요. 때로는 밀실을 대신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하고요. 차종과 색상, 구입 시기 같은 정보만으로도 인물의 성향과 처지를 드러노기도 합니다. 굴러가기만 한다는 이유로 오래된 고물 블루버드를 타고 다니는 탐정 사와자키처럼요. 낡고 오래되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BMW’라는 별명답게 튼튼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물과 차가 절묘하게 겹쳐 보입니다. 최근의 예로는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의 미키 할러를 떠올릴 수 있겠네요.

이처럼 현대 추리소설에서 자동차는 사건과 등장인물과 밀접하게 연결된 존재입니다. 수많은 작품 속에 다양한 차가 등장하지만, 그중에서도 이야기의 핵심 장치로 기능하는 자동차들을 중심으로 하나씩 소개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소개할 자동차는 알파로메오 스파이더 3세대입니다.

알파로메오는 1910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출발한 브랜드로, 레이싱을 통해 다져진 기술력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명성을 쌓아 왔습니다. ‘운전의 즐거움’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주 언급되며, 스포츠성을 중시하는 제조사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스파이더는 1966년 처음 등장한 2인승 오픈 스포츠카입니다. 디자인은 피닌파리나가 맡았고, 유려한 곡선의 차체로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영화 "졸업"에 등장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고, 1993년까지 약 27년간 생산되며 12만 대 이상 판매된 장수 모델이기도 합니다. 그중 3세대는 1983년부터 1989년까지 생산된 후기형으로, 기존의 클래식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범퍼와 외관을 현대적으로 다듬어 1980년대 감각에 맞춘 변화를 보여 주었습니다. 전통을 이어 가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세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모델이지요.

이 차가 등장하는 작품은 일본의 콤비 추리소설가 오카지마 후타리의 1987년 작품 "그리고 문이 닫혔다"입니다.
오카지마 후타리는 두 명(이노우에 유메히토, 도쿠야마 준이치)의 합동 필명으로, 이름의 유래는 ‘재미있는 두 사람’(오카시나 후타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소재를 도입한 본격 추리물로 유명하며, 대표작으로는 "클라인의 항아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문이 닫혔다"는 피해자의 모친이 사건 용의자 네 명을 핵 셸터에 가둔 뒤 진상을 밝혀내려 한다는 독특한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 속 피해자 사키코의 애차가 바로 알파로메오스파이더고요. 세대가 명확히 언급되지는 않지만, 발표 시점이 1987년이고 사키코가 부유한 집안의 딸로 최신 유행과 명품을 선호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판매 중이던 3세대 모델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화려한 빨간색 오픈 스포츠카는 제멋대로이면서도 타인의 시선을 즐기는 사키코의 성격과 잘 어울립니다. 유이치와 드라이브를 하다가 일부러 차를 세우고, 루프를 연 채 키스를 나눈다는 묘사를 통해 관심받기를 좋아하고, 주변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는 그녀의 모습을 한층 선명하게 드러내지요. 이는 2인승 오픈카라서 가능했을 행위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자동차는 단순히 이러한 사키코의 성격을 상징하는 소품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녀가 절벽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을 당시 타고 있던 차가 바로 이 알파로메오였고, 사건의 실마리 역시 차량에서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신문에 실린 흑백 사진 속 인양된 알파로메오와, 사키코가 생전에 찍힌 컬러 사진 속 차량을 번갈아 보던 유이치 일행은 운전석 시트 위치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두 사진 모두 차량의 왼쪽에서 촬영되었고, 좌핸들 차량이므로 운전석은 카메라 쪽에 자리합니다. 그런데 바다에서 끌어올린 차량의 시트는 컬러 사진보다 훨씬 뒤로 밀려 있습니다. 사키코가 직접 운전했다면 시트 위치가 같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입니다. 즉, 사건 당시 마지막으로 운전대를 잡은 인물이 사키코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자동차는 단순한 배경, 소품이 아니라 소설의 추리적 핵심 장치로 사용됩니다. 시트 위치라는 사소한 차이가 사고사라는 견해를 뒤집고, 등장인물들의 알리바이를 다시 검토하게 만드니까요.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 시각 현장에 있던 네 명 중 타다시는 사키코를 살해한 뒤 차량에 태워 절벽까지 이동할 수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타다시와 치즈루, 아유미는 이후 함께 절벽에서 차량을 발견했지만, 차 안에는 시체가 없었습니다. 그 뒤로 세 사람은 계속 함께 있었기 때문에 타다시가 차량을 절벽 아래로 밀어 떨어뜨리는 일은 불가능했습니다.
반면 그 시간대에 유일하게 자리를 비운 인물은 유이치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유이치가 범인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는 사건 초반에 별장을 떠났기 때문에 살해를 실행하기에는 시간이 맞지 않으니까요.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요. 누가 언제 운전대를 잡았고, 사키코의 죽음은 어떻게 연출된 것일까요. 그 진상과 트릭은 "그리고 문이 닫혔다"를 통해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추리소설을 읽으실 때 인물들의 대사뿐 아니라 그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도 한 번쯤 눈길을 주시면,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2026/02/07

Chat GPT가 그린 시마다 기요시 (십각관의 살인)

"탐정 사전"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오래 전에 읽고 혹평을 남겼었지만, 탐정들에 대한 일러스트만큼은 좋았습니다. 붓 하나로 그려낸, 음영을 극대화한 스타일인데 마음에 쏙 들었어요. 아래와 같이 말이지요.

하지만 소개된 모든 탐정들의 일러스트가 제공되지 않아서 다소 아쉬웠었는데, 이번에 "십각관의 살인"을 다시 읽어본걸 계기로, 탐정 사전에는 실려있지만 일러스트는 포함되지 않았던 탐정 시마다 기요시의 일러스트를 탐정 사전 스타일로 그려 보았습니다. Chat GPT에게 스타일을 학습시켜서요.

어떤가요? 다소 허당에 가벼운 듯한 느낌을 전해 주었던 작품 속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지만, 이 정도면 대체로의 인상과 원했던 스타일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어 보입니다. 작 중 첫 인상 묘사가 "음울하고 성격이 까다로워 보인다"이기도 하니까요. 아래는 만화 버젼의 시마디 기요시인데, 만화 버젼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은 결과물로 보이네요.

다른 탐정들도 시간나면 한 번 시도해 봐야 겠습니다.

2025/03/24

법정유희 판례 검토

"법정유희"를 읽고, 가오루가 고발했을 때 판결이 어땠을지 궁금하여 ChatGPT에 해당 사건의 판결을 요청해 보았습니다. 답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피고 1 (여학생 - 무고 및 명예훼손)

  • 징역 3~6년
  • 무고죄 및 명예훼손죄 적용.
  •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으나, 법적 인과관계 인정 여부에 따라 형량이 달라질 수 있음.

2. 피고 2 (담당 검사 - 부실 수사 및 직권남용 의혹)

  • 형사처벌 가능성 낮음, 대신 감찰 및 징계 조치 예상
  • 기존 판례에 따르면 직권남용죄 적용이 어려우나, 감찰을 통해 정직·해임 등의 징계 가능성 높음.

3. 기존 유죄 판결 번복 가능성 (재심 청구)

  • 재심 청구 후 무죄 판결 가능성 큼
  • 여학생의 무고가 밝혀지면, 피해자의 유족이 재심을 청구해 판결을 번복할 수 있음.
  • 기존 판례(익산 택시기사 사건 등)와 유사한 사례로, 무죄 선고 가능성 높음.

4. 국가배상청구 가능성

  • 유족이 국가배상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 받을 가능성 높음
  • 검찰의 부실 수사 및 무고한 사람에 대한 기소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으므로 국가배상법에 따라 보상 가능하며, 기존 사례를 보면 수억 원대 배상 판결이 나온 전례가 있음.

결론적으로, 한국 기준으로 미레이는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으므로 징역형을 선고받을 테고, 검사측은 특별한 처벌을 받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재심 청구를 통해 무죄 선고를 받고, 국가 배상을 받는 게 현실적인 결론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 형량이라면 직접 복수를 꿈꾼 게 아예 납득이 안 되는 건 아닌데, 죽을 필요가 있었는지는 좀 애매하군요. 결론에 그렇게 큰 차이는 없으니까요...

2025/02/19

드디어 밝혀진 잭 더 리퍼의 정체!

‘잭 더 리퍼’의 정체가 밝혀졌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외신 보도(기사는 여기)에 따르면, 살인 현장에서 발견된 숄의 DNA 분석을 통해, 폴란드 출신 이발사 애론 코스민스키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습니다. 코스민스키는 1888년 런던에서 발생한 ‘잭 더 리퍼’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으나, 증거 부족으로 체포되지 않았고 이후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영국의 역사가 러셀 에드워즈가 주도했습니다. 그는 2007년 경매에서 피해자 캐서린 에도우스의 피 묻은 숄을 구매한 뒤, 희생자 및 용의자의 후손들로부터 DNA 샘플을 받아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숄에서 검출된 혈흔과 정액의 DNA가 각각 피해자와 코스민스키의 후손과 일치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용된 미토콘드리아 DNA의 신뢰도가 낮고, 조사 역시 학계의 검증을 거치지 않아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는군요. 하지만 오래전부터 유력한 용의자였던 만큼, 잭 더 리퍼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고인들의 한이 조금이라도 풀리면 좋겠네요.

그런데 도무지 이런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다는게 상상이 되지 않는 외모라 놀랐습니다. 하긴, 강호순도 미남이었지요....

2025/01/19

(번역) 컬럼 : 책 모형을 소재로 한 추리소설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

전에 읽었던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 속에 등장하는 츠즈키 미치오의 책에 대한 재미있는 컬럼을 발견해서 소개드립니다. 원문은 이 곳입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관심있게 읽을 수 있는 주제라 생각합니다. 저는 전자책 버전으로 읽었는데, 책이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는걸 전혀 몰랐습니다. 이런건 - 빌 벨린저의 "이와 손톱"도 마찬가지겠지요? - 정말 전자책으로는 느낄 수 없는 감성인데, 기술 발전과 전자책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책 모형이란 무엇인가?

책 모형(束見本)은 대량으로 인쇄 및 제본을 시작하기 전에 실제 사용될 종이를 이용해 시험적으로 제작된 책입니다. 몇 부 정도만 인쇄소에 의뢰하여 만들어지며, 이를 통해 완성된 책의 외형과 특징을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의 두께(등 너비), 무게, 열림 정도, 촉감 등을 사전에 검토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죠.

이 책 모형은 인쇄 작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표지와 본문 모두 하얗게 비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서점에서도 이러한 백지 책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일기장, 메모장, 혹은 그림책으로 활용하는 등 용도가 다양합니다.

책의 구성은 편집자가 페이지를 배치하고, 디자이너나 책 제작자가 종이를 지정하여 완성됩니다. 특히 고급 제본(上製本)의 경우에는 세부적인 제본 양식을 지정해야 하며, 이 단계에서 속지, 책갈피(스핀), 꽃무늬 천(花布) 등도 결정됩니다. 그러나 책 모형은 대량 생산 과정과는 달라서 최종 완성본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부 상자를 제작할 때는 실제 제작된 책의 크기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 있죠.

추리소설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

이러한 책 모형을 소재로 한 독특한 추리소설이 있습니다. 일본 작가 츠즈키 미치오(都筑道夫, 1929~2003)의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는 1961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이후 여러 출판사를 통해 재출간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책 모형의 구조를 활용한 독창적인 트릭과 기발한 이야기로 많은 독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소설의 줄거리

주인공인 아와지 에이이치(淡路瑛一)는 잡지에 잡문을 쓰며 생계를 유지하는 작가입니다. 그의 집에는 책 모형이 있었고, 주변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계기로 그는 책 모형을 일기처럼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독자들은 주인공이 기록한 일기 형식의 글을 읽으며 사건을 따라가게 됩니다.

경찰은 주인공을 용의자로 의심하지만, 그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진범을 찾기 위해 직접 탐정 역할을 맡습니다. 하지만 자신도 누군가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용의자, 탐정, 피해자의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트릭과 결말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는 몇 장의 공백 페이지가 등장합니다. 책 모형에서 공백 페이지는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당시 독자들은 이를 인쇄 사고로 오해하여 반품하는 일이 잦았다고 합니다. 특히 초판본은 페이지 번호도 없어서 더 혼란을 주었습니다.

갑자기 공백 페이지가 나타난다. 공백 페이지가 가장 많은 책은 헤이안쇼텐(平安書店) 판본으로 9페이지이며, 고단샤 문고(講談社文庫)는 6페이지, 고분샤 문고(光文社文庫)는 5페이지이다. 이는 접지 방식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다.
책 속 깊숙한 부분에 몇 줄로 조판된 글자가 있다. 그곳에 사건의 진상이 적혀 있다.

소설의 진상은 공백 페이지의 깊숙한 부분에 적혀 있습니다. 단순히 책을 넘기기만 해서는 발견할 수 없도록 만든 주인공의 의도였죠. 이러한 트릭은 소설의 물리적 형식을 활용한 뛰어난 장치로 평가받습니다.

작품이 남긴 의미

저는 대학생 시절 이 작품을 통해 책 모형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편집자로 일하게 되면서 이 책이 제게 미친 영향을 실감하게 되었죠. 이야기의 플롯과 책 제작의 물리적 구조가 서로 맞물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사례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큰 반응을 얻지 못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그래도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작품의 배경이 된 신주쿠, 이케부쿠로, 고이시카와 등 익숙한 장소들을 떠올리며 가끔 이 책을 다시 읽곤 합니다. 책 속에 담긴 일본 에도 시대 문화와 언어유희 역시 이 소설을 특별하게 만드는 매력입니다.

추가 이야기 (2016년 2월 27일)

오랫동안 꿈꾸던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의 초판본을 드디어 손에 넣었습니다. 페이지 번호가 없는 공백 페이지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죠. 당시 이 페이지는 독자들로부터 반품 요청이 빗발쳤던 악명 높은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이 초판본은 제 서재의 소중한 보물이 되었고, 다른 희귀 서적과 함께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이 작품의 전자책 버전도 출간되었습니다. 공백 페이지가 어떻게 디지털화되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2024/08/28

인공지능이 그린 "경성탐정록"

MS의 코파일럿을 이용하면, 인공지능 'DALL·E'가 생성하는 이미지를 무료로 하루에 몇 장씩 받아볼 수 있습니다. 이것저것 만들어보다가, 오래전 원안으로 참여했던 추리소설 "경성탐정록"의 표지 일러스트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제목은 아직 제대로 생성하지 못하지만, 분위기는 아주 그럴싸하네요. 앞으로 후속권이 나오면 인공지능에게 아예 표지를 맡겨봐야겠습니다.

2024/07/26

여름맞이, 최고의 호러 컨텐츠 소개 : BRUTUS 2023년 9월 호러 특집

주제 한 가지를 정해 집중 탐구하는 일본 잡지 BRUTUS의 2023년 9월 주제가 '호러' 였었습니다. 여러 기사가 실려 있는데, 메인을 장식한 기사가 호러 순위였고요. 14명의 호러 매니아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괴담, 소설, 만화, 게임, 유튜브에 심지어 폐가까지 호러 컨텐츠 전 분야에 걸쳐 모두 444펀을 선정한 뒤, 1.0점부터 5.0점까지 41단계로 판정하여 순위를 매겼습니다. 이 중 최고점인 별점 5점을 받은 작품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그런데 영화 몇 편 빼고는 거의 모르겠네요. 만화의 경우는 굉장히 마이너한 단편 작품만 언급하고 있기도 하고요. '호러 매니아라면 이 정도는 알아야지!'라는 과시욕이 느껴져서 솔직히 별로였습니다. 그냥 참고만 하는게 좋겠습니다.

영화 :
  • 노로이(ノロイノロイ) - 시라이시 코지 / 2005년
  • 다크 앤드 더 위키드 (The Dark and the Wicked) - 브라이언 베르티노 / 2020년
  • 먼고 호수 (lake mungo) - 죠엘 앤더슨 / 2008년
  • 링 - 나카다 히데오 / 1998년
  • 새 - 알프레드 히치콕 / 1963년
  • 텍사스 전기톱 학살 - 토브 후퍼 / 1974년

소설 :
  • 잔예 - 오노 후유미 / 2012년 : 작가인 주인공이 도쿄 교외 맨션에서 일어난 이상 현상을 쫓는 페이크 다큐 형식의 소설.

만화 :
  • "저주의 초상화 (呪いの肖像画)" - 아오키 토모코 青木智子/ 1996년 : 『학교에 전해지는 무서운 소문 3』 수록작. 미술부 선배를 짝사랑하는 소녀가 사고로 죽고, 그 영혼이 자신이 그린 초상화로 변해버린다. 그리고 그림에 다가간 후배의 몸에 초상화가 감겨 소녀가 빙의한다.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일념으로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소녀가 진정한 괴물로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 무섭다.
  • 'get lost' - 이노우에 유미いのうえゆみ / 1988년 : 『마이코믹스 호러 오컬트 공모대전 HELP 5』 수록작. 아는 사람만 아는 작가의 충격적인 작품. 아이와 떨어질 수 없는 아버지와 딸의 코믹한 교감이 그려지는 도입부에서부터 상상할 수 없는 혼돈에 빠지게 된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구하기 어렵지만, 아버지의 망상이 불러일으키는 최악의 기적을 목격해 보길 바란다.
  • "TVO" 오챠즈케노리 (御茶漬海苔) / 1989년 : 심야에 갑자기 시작되는 「공포의 TVO」. 거기에 비춰지는 것은 인간의 어둠. 인간의 날카로워진 어둠이 깊고 담담하게 그려진 사이코 호러의 걸작. 작가의 초기 작품은 그 표현이 특히 뛰어나서 화면이 고요한데도 소름이 돋는다. 읽으면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이다'라는 촌철살인의 문구가 빛을 발한다. (*1권은 무료로 읽을 수 있네요. 그렇게 무서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괴담 :
  • '가엾은 웃음' - 梨 / 2022년. 책 : 괴담 중심으로 활약하는 신세대 괴담 작가 梨의 첫 번째 단독 저서. 자신이 그동안 인터넷에서 수집한 괴담을 바탕으로 쓴 '독자 참여형' 호러큐멘터리로, 작품 속에는 출처로 연결되는 QR 코드가 있는 등 독자를 현실적인 공포 체험에 참여시킨다. "괴담에서 가장 귀를 막고 싶은 주제인 '사람의 악의'를 현대 독자들이 가장 체감하기 쉬운 형태로 소설화했다. 발명이라고 해도 좋다. 책 자체에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 「1㎜의 여인」 / DVD 『사쿠라금조의 TV에서 말할 수 없는 무서운 이야기』 수록 : 무단결근한 친구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기 위해 사쿠라 씨는 그의 집으로 향한다. 그가 가리키는 다다미의 뒷면을 들여다보니 벽과 벽 사이의 불과 1, 2mm 틈새에 여자가 있었다. 사쿠라 씨는 탄탄한 괴담의 명수. 이야기꾼이기에 가능한 이상한 세계 이야기. 이것은 영상화 불가능.
  • 이나가와 준지 「살아있는 인형」 / YouTube에서 시청 가능 (youtub e.com/watch?v=7Bmlfx8iEQo). 18:09경 : 어느 날 밤, 이나가와 씨는 택시 안에서 소녀 같은 인물을 본다. 나중에 좌장으로 임명된 인형극에서 사용할 인형이 소녀와 똑같았다. 관련자들은 연이어 불행을 겪게 된다 ....... 지금도 계속되는 전설의 열여덟 번째.

게임 :
  • 'MADiSON' Steam, Xbox, PS4 PS5 외 / 2022년 / BLOODIOUS GAMES : 16세 소년을 조종해 저택에서 계속되는 사악한 의식을 끝내기 위해 탐험하는 서바이벌 호러.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만큼 공포도 일품이다. 어두운 복도를 카메라 스트로브를 비추며 걷는 것은 한 걸음 한 걸음에 용기가 필요하다. 그야말로 5무의 최강의 공포 작품.

다큐멘터리 :
  • '어둠의 동영상' 감독: 코다마 와다마 감독/토/일/2012년~/프롬노트 : 심령과 오컬트에서 그로테스크한 묘사까지, 온갖 금기에 과감히 도전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축축하고 습한 습도 높은 공포의 영상.

귀신의 집 :
  • '다이바 괴기학교 나고야교' 메이커스피아/아이치현 나고야/평일 휴무/도쿄 다이바 : '다이바 괴기학교'의 계열점. 학교의 참극에서 비롯된 전개는 본교와 같지만, 이쪽이 더 넓고, 더 오래 공포를 즐길 수 있다. 또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계속 무섭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개의 연속으로 공간, 이야기, 연출에 있어 가장 무서운 귀신의 집.

유튜브 :
  • "페이크 다큐멘터리 'Q' 제작: 미나구치 다이치, 테라 우치 야스타로 외 / 일 / 2022년 : 봉인된 프로그램 녹화 데이터 등 단편 공포 다큐멘터리 영상을 올리는 채널. "영상에 허구성이 전혀 없다는 점이 무서운 점입니다. 사색에 잠기게 하는 장치도 곳곳에 숨겨져 있어 보면 볼수록 매력과 공포가 더해집니다."

2024/06/08

진짜 황제의 코담뱃갑, 나폴레옹의 코담뱃갑.

"황제의 코담뱃갑"에서의 코담뱃갑이 어떻게 생겼을지를 추측케 하는 황제 나폴레옹의 코담뱃갑입니다. 
1815년 6월 18일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한 나폴레옹이 7월 15일, 영국 해군 군함 페레로폰호에 항복하고 승선했을 때 함께 실렸던 것으로 중앙에 나폴레옹의 초상화가 새겨져 있고 주변에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습니다. 육각형의 금 상자는 왕실 보석상 베르나르 아르망 마거리트가, 중앙의 초상화와 장식은 장 밥티스트 이사베이가 만들었습니다.

최근 각종 공연 매체에서 나폴레옹은 꼭 한 번은 코담뱃갑을 들고 등장한 뒤, 코담배를 무대에 뿌리며 대사와 연기를 펼치곤 합니다. 이는 나폴레옹 황제가 코담배를 애용했다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였습니다. "황제의 코담뱃갑"에서의 설명처럼 말이죠. 나폴레옹은 파이프 담배를 피우면 숨이 막혔던 탓에, 냄새를 맡는 코담배를 애용했습니다.
황제 뿐만이 아니라 18세기 프랑스, 영국, 프로이센에서는 코담배가 널리 유행해서 상류층은 물론 서민들도 즐겨 피웠습니다. 부자들은 호화롭게 장식된 코담뱃갑을을 만들어 사용했는데, 마리 앙트와네트는 무려 52개의 코담뱃갑을 소유하고 있었다고 하네요.

코담배는 가루로 된 담배를 코 안쪽 점막에 묻혀 니코틴을 섭취하는 방법으로 한 번에 한 시간 정도 즐길 수 있습니다. 불을 사용하지 않고 연기가 배출되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고, 목과 폐에 부담을 주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흡연자들이 여러모로 밀려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코담배가 다시 유행하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2024/05/25

내가 읽었던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분석

제 멋대로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라고 이름 붙힌 장르가 있습니다. 알 수 없는 장소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알 수 없는 힘(또는 조직)에 의해 모인 뒤 보상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는 설정의 작품을 뜻합니다. 특별한 게임에서 이기거나, 특별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정해진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이 게임, 혹은 찾아내야 하는 특별한 조건이 재미의 핵심입니다. 아래의 조건들을 충족시키면, 누가 뭐래도 잘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겠지요.
  1. 게임, 혹은 특별한 조건은 참가자들 모두에게 합리적이고 공평한가?
  2. 게임, 혹은 특별한 조건은 독자도 쉽게 이해해서 이야기에 동참할 수 있는가?
  3. 게임, 혹은 특별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가?
이 세 가지 기준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걸작은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첫 에피소드인 '한정 가위바위보'입니다. "오징어 게임"은 2번과 3번은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지만 1번 측면에서는 다소 아쉽지요. 운과 체력이 중요한 게임이 많으니까요.
이 기준으로 제가 읽었던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소설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영화와 만화도 많지만 그런 작품들은 워낙에 유명하니.... 작품별 상세 리뷰는 링크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 미야베 미유키
  • 누가 모이는가? 죄를 지은 여섯 명의 사람들
  • 보상과 조건은? 보상은 생존,유일한 생존자만 가능.

"거울 속 외딴 성" - 츠지무라 미즈키
  • 누가 모이는가? 왕따를 당하는 일곱 명의 아이들
  • 보상과 조건은? 보상은 어떤 소원이라도 이루어 줌, 조건은 정해진 시간 내에 소원의 방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찾아낼 것.

"앨리스 살인게임" - 가코야 게이이치
  • 누가 모이는가? 가상 공간 '앨리스'에 갇힌 사람들.
  • 보상과 조건은? 보상은 생존, 조건은 다른 생존자들을 죽일 것.

"인사이트 밀" - 요네자와 호노부
  • 누가 모이는가? 일주일간 진행되는 실험 아르바이트에 지원한 12명.
  • 보상과 조건은? 보상은 돈. 살아남으면 복잡한 조건에 따라 돈을 수령하게 됨.

"살해하는 운명카드" - 윤현승
  • 누가 모이는가? 게임의 승자가 되면 거액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참가한 5명.
  • 보상과 조건은? 보상은 돈. 각자 받은 운명 카드의 운명을 거스르면 승리.

"24시간 7일" - 짐 브라운 : 별점 2점
  • 누가 모이는가? 미국 방송사 리얼리티 쇼 참가자 12명.
  • 보상과 조건은? 보상은 생존, 조건은 시청자들 투표를 통해 살아남을 것.

"크림슨의 미궁" - 기시 유스케
  • 누가 모이는가? 아르바이트에 응모한 10명의 플레이어
  • 보상과 조건은? 보상은 상금 500만엔. 조건은 유일한 생존자가 되는 것.

2024/03/11

십각관의 살인, 영상화


인터넷 서핑 중에 우연찮게 예고편(?)을 보게 되었네요. 이 작품의 핵심 트릭은 예고편에서도 잠깐 언급되지만 영상화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도대체 어떻게 영상화했을지 궁금하네요. 
3월 22일에 Hulu에서 독점 방영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소개해 주려나요? 트릭 때문에라도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2024/03/08

봄 소재 미스터리 작품들

2024년 3월도 이미 1/3이 지나고 있네요. 아직은 조금 쌀쌀하지만, 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봄은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며,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젊음이 약동하는 계절입니다. 이런 점에서 '죽음'이 가득한 미스터리 작품과 잘 어울리지는 않습니다. "벚꽃피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라던가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 "삼월은 붉은 구렁을" 같이 제목에서부터 봄이 떠오르는 작품들도 많지만 보통 봄은 단순히 무대 배경으로만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요. 
그래도 '봄'이라는 계절 자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품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런 작품을 몇 편 찾아서 소개해드립니다.

첫 번째는 기타모리 고의 "꽃 아래 봄에 죽기를"입니다. 하이쿠 동호회 회원 가타오카 소교가 세상을 떠난 뒤, 그가 무연고자라는게 밝혀집니다. 회원 중 한 명이었던 나나오는 생전의 인연으로 왜 소교가 고향을 버리고 살게 되었는지?를 뒤쫓게 됩니다. 소교가 "원하건대 꽃 아래 봄에 죽기를, 그 추운 음력 이월의 보름에"라는 싯구처럼 죽어갔기도 했지만, 소교의 사체가 발견된 방에 놓여있었던, 계절보다 빨리 벚꽃이 피어있었던 벚나무 가지가 다른 살인 사건의 증요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 봄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벚꽃은 일본에서도 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소재이기에 봄을 무대로 한 다른 작품에서도 주요한 소재로 사용됩니다. 사보에 매월 연재되는 단편이라는 주제로 묶인 단편집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의 첫 번째 이야기 "벛꽃이 싫어"에서 처럼요. 오래된 아파트에서 일어난 방화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는 내용으로 봄 벚꽃놀이와 벛꽃잎이 중요한 단서로 등장합니다. 아파트 이름마저도 '사쿠라기장(桜木荘)'이니, 이 역시 봄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보아도 무방하겠지요.

이 두 편은 살인 사건, 방화 등의 강력 사건이 등장하지만 무겁다기보다는 잔잔하면서도 가벼운 일상계 느낌의 단편들입니다. 봄이 소재이자 배경이라면 앞서 말씀드렸듯 미스터리를 잘 결합시키는건 쉽지 않았을테니까요.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물인 '미시마야' 시리즈 6번째 작품 "눈물점" 수록작인 시어머니의 무덤"은 "벛꽃이 싫어"와 똑같이 봄의 벚꽃놀이를 소재로 삼았지만, 섬찟한 괴담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같은 소재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게 흥미롭습니다.
이러한 괴담, 공포물로는 스티븐 킹의 "딸기봄"도 빼놓기 힘듭니다. 8~10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시기로는 봄이지만 아직도 추운 비정상적인 시기에 연쇄 살인이 일어난다는 내용이거든요. 봄이 봄답지 않게 춥다면, 확실히 미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봄을 주요 소재로 삼은 미스터리 작품 중 제가 떠올린건 이 네 편입니다. 다른 분들의 추천과 생각도 궁금해집니다.
 
마지막으로,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2023/12/15

"우먼 인 윈도"에서 소개된 애나 폭스의 영화들

"우먼 인 윈도" 속에서 소개된 애나 폭스의 영화들 목록입니다. 책 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10월 24일 일요일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The Man Who Knew Too Much)
1956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제임스 스튜어트, 도리스 데이 주연, 히치콕 감독이 자신이 1934년 만든 동명의 영화(영국) 를 리메이크한 작품, 휴가를 보내던 가족이 암살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으로, 극중에서 도리스 데이가 부른 'Que Sera, Sera'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길다(Gilda)
1946년. 미국. 찰스 비도르 감독, 리타 헤이워스, 글렌 포드 주연, 도박꾼 조니는 카지노 사장의 심복이 된다. 사장의 집에 초대받아간 조니는 사장의 부인이 된 전 애인 길다를 만난다. 두 사람은 강하게 이끌리고 선을 넘는다. 리타 헤이워스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영화이다.

10월 27일 수요일
과거로부터 (out of the Past)

1947년, 미국, 자크 투르뇌 감독. 로버트 미첨, 제인 그리어 주연, 왕년의 사설탐정으로, 지금은 은퇴하고 주유소에서 일하는 제프에게 한 남자가 찾아온다. 조용히 살아가려던 그의 앞날에 과거의 위험한 사랑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에어플레인(Airplane)
1980년. 미국. 데이비드 주커, 제리 주커 공동 감독 및 주연, 택시 기사인 테드 스트라이커는 공군 조종사로 참전한 기억 때문에 비행공포증을 앓는다. 어느 날, 비행 승무원인 여자친구 일레인이 결별을 선언하자 테드는 엉겁결에 그녀를 따라 비행기에 오른다. 그런데 식중독으로 기장이 정신을 잃고, 테드가 조종간을 잡게 된다.

10월 29일 금요일
디아볼릭(Les Diaboliques)

1955년, 프랑스, 앙리 -조르주 클루조 감독, 시몬 시뇨레, 베라 클루조 주연, 폭력적인 남편인 미셸 때문에 괴로워하는 크리스티나에게 미셸의 정부인 니콜이 찾아와 함께 그를 죽이자고 제안한다.두 사람은 성공적으로 미셸을 죽이고 시체를 수영장에 던지지만, 그의 시체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몰락한 우상(The Fallen Idol)
1948년, 영국, 캐럴 리드 감독. 랠프 리처드슨, 미셸 모건 주연, 런던의 프랑스 대사관, 대사관 집사의 아내가 죽고, 유일한 목격자는 어린 소년 필립이다. 유럽 심리 스릴러의 고전.

공포의 내각(Ministry of Fear)
1944년, 미국, 프리츠 랑 감독, 레이 밀랜드, 마조리 레이놀즈 주연, 제2차 세계대전 중 출소한 닐이 뜻하지 않게 첩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10월 30일 토요일
39 계단(The 39 Steps)

1935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로버트 도넷, 매들린 캐럴 주연, 리처드는 자신이 첩보원이라고 주장하는 애너벨라를 돕는다. 다음 날 새벽, 애너벨라가 공격을 받아 죽고, 살인 혐의를 뒤집어쓴 리처드는 도망자가 된다.

이중배상(Double Indemnity)
1944년, 미국 빌리 와일더 감독, 프레드 맥머레이, 바버라 스탠윅 주연, 보험회사 직원인 월터는 고개인 디트리히슨의 집에 방문 했다가 그의 아내 필리스의 유혹에 넘어간다. 두 사람은 디트리히 슨을 죽이는 데 성공하지만, 보험사는 이를 수상하게 여기고 수사에 들어간다.

가스등(Gaslight)
1944년, 미국. 조지 큐커 감독. 샤를르 보와이에, 잉그리드 버그먼, 조셉 코튼 주연. 폴라는 잘생긴 그레고리와 결혼해 상속받은 집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한다. 그레고리는 폴라의 외출을 막고, 그녀를 정신이상자로 몰고 간다. 가스라이팅 (gaslighting)'이라는 심리학 용어와 관련이 있다.

파괴공작원(Saboteur)
1942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프리실라 레인, 로버트 커밍스 주연, 공장에서 일하던 배리는 화재로 친한 친구를 잃고 방화범으로 몰린다. 배리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방화의 배후에 있는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려 한다.

빅 클락(The Big Clock)
1948년, 미국, 존 패로 감독, 레이 밀랜드, 찰스 로튼 주연, 어떤 이를 살해한 언론 재벌 얼은 무고한 남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다. 남자는 자신의 결백을 밝히려 한다.

그림자 없는 남자(The Thin Man) 시리즈
1934~1947년, 미국. 윌리엄 파월, 머나 로이 주연, 은퇴한 경찰인 닉 찰스와 그의 아내 노라 찰스가 사건을 풀어가는 코미디 탐정물, 은퇴한 형사인 닉 찰스는 부유한 집안의 딸 노라와 결혼한다. 닉은 느긋하게 은퇴 생활을 누리고 싶어하지만 스릴을 원하는 노라 때문에 이런저런 사건에 뛰어든다. 대실 해밋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시리즈로, 모두 6편이 있다.

도살자(The Butcher, Le Boucher)
1969년, 프랑스, 이탈리아. 클로드 샤브롤 감독, 스테파니 오드런, 장 얀느, 안토니오 파살리아 주연, 시골 학교에 부임한 교사 엘렌은 푸줏간 주인 포폴을 만난다. 포폴은 엘렌에게 반해 사랑을 고백하지만 엘렌은 거부한다. 한편 마을은 연쇄 강간, 살해 사건으로 흉흉해지고 엘렌은 포폴을 의심한다. 히치콕을 모방했으면서도 히치콕보다 더 히치콕답다는 평을 받았다.

다크패시지(Dark Passage)
1947년, 미국, 델머 데이브즈 감독, 험프리 보가트, 로런 바콜 주연, 빈센트는 아내를 살해한 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가까스로 감옥에서 탈옥한 빈센트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려 하고 그런 그를 아이린이라는 여자가 돕는다.

나이아가라(Niagara)
1953년, 미국, 헨리 해서웨이 감독. 마릴린 먼로, 조셉 코튼, 진피터스 주연. 나이아가라 폭포로 여행 온 신혼 부부가 다른 투숙객 부부의 갈등에 휘말린다.

샤레이드(Charade)
1963년, 미국. 스탠리 도넌 감독. 오드리 헵번, 캐리 그랜트 주연, 남편의 재산을 노리는 남자들에게 쫓기는 여자 레지나와 이를 돕겠다고 나선 조슈아가 파리에서 겪는 일을 다룬다.

서든 피어(Sudden Fear)
1952년, 미국. 데이비드 밀러 감독, 조안 크로포드, 잭 팰런스 주연, 상속녀이자 극작가인 마이라는 배우인 레스터를 만나 결혼한다. 그러나 레스터에게는 아이린이라는 정부가 있었다. 레스터는 아이린과 함께 마이라를 죽이고 그녀의 재산을 가로채려 한다.

어두워질 때까지(Wait Until Dark)
1967년, 미국, 테렌스 영 감독, 오드리 헵번, 알란 아킨 주연, 수지는 최근에 시력을 잃었다. 그녀의 남편은 비행기에서 인형을 잠시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인형 속에는 밀수된 마약이 있었고, 악당들은 수지에게 접근해 인형이 숨겨진 곳을 알아내려 한다.

배니싱(The Vanishing)
1988년, 프랑스, 네덜란드, 조지 슬루이저 감독. 버나드 피에르 도나디우, 기니 베르보에츠 주연, 연인인 렉스와 사스키아는 여행을 떠난다. 중간에 들른 휴게소에서 사스키아가 실종되고 렉스는 그녀를 찾아 주변을 뒤진다. 그리고 삼 년 후, 렉스에게 한 남자가 접근한다. 그는 평범한 교사로 보이지만 실은 정신병자였다.

실종자(Frantic)
1988년, 미국. 로만 폴란스키 감독. 해리슨 포드, 베티 버클리 주연, 파리로 여행을 온 부부, 리처드가 샤워를 하는 사이 호텔방에서 부인이 사라진다. 리처드는 아내의 실종이 바뀐 가방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사이드 이펙트(Side Effects).
2013년, 미국,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루니 마라, 채닝 테이텀, 주드 로 주연, 우울증 환자 에밀리는 의사인 뱅크스가 처방해준 신약을 복용하고 증세가 호전된다. 하지만 몽유병 증세가 나타나면서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모든 것이 약의 부작용 때문이라 믿는다.

카사블랑카(Cassablanca)
1942년, 미국, 마이클 커티스 감독,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먼 주연, 모로코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릭은 우연히 옛 사랑인 일자를 만난다.

밤 그리고 도시(Night and the City)
1950년, 미국, 영국. 줄스 다신 감독, 리처드 워드마크, 진 티어니 주연, 런던의 밤거리를 헤매는 해리는 은퇴한 세계적인 레슬링 선수를 만나고, 생각지도 못한 음모에 휘말린다.

소용돌이(Whirlpool)
1949년, 미국, 오토 프레밍거 감독, 진 티어니, 리처드 콘트 주연. 마비 증상으로 고통받는 여자가 최면요법을 시도한다. 하지만, 최면에서 깨어난 그녀는 기억에 없는 살인 현장에서 발견되고, 용의자가 된다.

안녕, 내사랑 (Murder, My Sweet)
1944년, 미국, 에드워드 드미트릭 감독. 디 포웰, 클레어 트레버, 앤 셜리 주연, 전직 사기꾼의 여자친구를 찾는 일에 고용된 필립은 거미줄처럼 얽힌 복잡한 미스터리에 빠진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나이트 머스트 폴(Night Must Fall)
1937년. 미국, 리처드 소프 감독. 로버트 몽고메리, 로사린드 러셀 주연, 브람슨 부인은 고립된 저택에 사는 자산가이다. 그녀는 저택을 돌봐달라며 대니를 고용한다. 그녀의 조카 올리비아는 그에게 끌리면서도 그를 의심한다.

로라(Laura)
1944년, 미국. 오토 프레밍거 감독. 진 티어니, 데이나 앤드루스 주연, 광고회사 디자이너인 로라가 자신의 집에서 살해되고, 한 남자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10월 31일 일요일
현기증(Vertigo)
1958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제임스 스튜어트, 킴 노박 주연, 고소공포증 때문에 은퇴한 경찰 스코티는 사립탐정이 된다.그는 사건을 맡았다가 마들레인이라는 여인에게 연정을 느끼고, 마들레인이 자살한 이후 그녀를 너무나 닮은 주디라는 여인에게 강박적으로 매달린다.

제3의 사나이(The Third Man)
1949년, 영국, 캐럴 리드 감독, 조셉 코튼, 알리다 발리 주연, 제 2차 세계대전 직후, 삼류 소설가 마틴스가 친구에게 일자리를 얻으려고 비엔나를 방문하지만, 친구가 의문의 사고로 사망한 것을 알게 된다.

리피피 (Du Rififi Chez Lex Hommes)
1955년, 프랑스, 이탈리아. 줄스 다신 감독, 진 세바이스, 칼 모너 주연, 형기를 마치고 출옥한 토니는 여전히 충성스러운 부하 조를 다시 만난다. 조는 토니에게 보석상을 털자고 제안한다. 이 마지막 한탕을 끝으로 은퇴하자고 말이다.

11월 2일 화요일
스펠바운드(Spellbound)
1945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잉그리드 버그먼, 그레고리 펙 주연, 정신병원의 의사로 근무하는 콘스탄스는 새로 부임한 의사 에드워드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사실 에드워드가 아니었고, 죽은 친구의 이름임이 밝혀진다. 남자는 기억하지 못하는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경찰의 추적을 받는다.

죽음의 항해 (Dead Calm)
1989년, 오스트레일리아. 필립 노이스 감독, 니콜 키드먼, 샘 닐주연,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부가 요트 여행을 떠난다. 조용할 줄만 알았던 여행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만난 한 남자로 인해 흔들린다.

레베카(Rebecca)
1940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로런스 올리비에, 주디스 앤더슨, 조앤 폰테인 주연, 수줍은 여자가 부인과 사별한 남자를 만나 결혼해 대저택에 들어가지만, 남자는 아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1월 3일 수요일
열차 안의 낯선 자들(Strangers on a Train)
1951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팔리 그레인저, 루스 로먼 주연, 프로 테니스 선수 가이는 아내를 두고 외도를 즐기며 이혼을 바라고 있다. 어느 날 가이는 기차 안에서 브루노를 만나고, 브루노는 그에게 교환살인을 제안한다. 영화 마지막에 빠르게 돌아가는 회전목마 장면이 등장한다.

위커 맨(The Wicker Man)
2006년, 미국, 닐 라부티 감독,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 고속도로 사고로 죽어가던 모자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경찰관 에드워드는 실종된 딸을 찾아달라는 옛 연인의 편지를 받는다.

로프(Rope)
1948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제임스 스튜어트 주연, 두대학생이 재미삼아 동급생을 밧줄로 목 졸라 죽인 후 그의 시체를 아파트에 숨긴다. 이들은 완전범죄를 위해 친구와 가족을 초대해 파티를 연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
1959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캐리 그랜트, 에바 마리 세인트 주연, 뉴욕의 광고업자가 외국첩보기관에 의해 정부요원으로 오해받아 살해될 위기에 처한다.

숙녀 사라지다(The Lady Vanishes)
1938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마가렛 락우드, 마이클 레드그레이브 주연, 여행 중인 젊은 여성이 기차에서 한 부인의 도움을 받는다. 두통으로 잠이 들었던 여성은 깨어난 뒤 그 부인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찾아 나선다. "반드리카 초특급"이라는 제목 으로도 알려졌다.

11월 4일 목요일
아담스 패밀리(The Adams Family)
1991년, 미국, 베리 소넨필드 감독, 안젤리카 휴스턴, 라울 줄리 아, 크리스토퍼 로이드 주연, 아담스 가에 이십오 년간 행방불명이던 친척이 찾아온다. 1964년 TV 시리즈로 방영된 동명의 작품을 영화화한 것으로, 개봉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스터 에드(Mister Ed)
1961~1966년, 미국, 저스터스 아디스 외(外) 감독. 앨런 영, 코니 하인즈 출연, 미국 C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TV 시리즈. 말하는 말인 에드와 그 주인의 좌충우돌을 다루었다. 이 소설에서 애나가 올리비아에게 언급한 물론(Of course)이라는 말이 주제가에서 말장난으로 반복된다.

11월 5일 금요일
무법자(The Outlaw)
1943년, 미국, 하워드 휴즈, 하워드 혹스 감독. 잭 부텔, 제인 러셀 주연, 서부의 무법자들이 리오 맥도날드라는 여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좌충우돌한다. 제인 러셀이 전형적인 핀업걸 이미지로 등장하는 포스터로 유명하다.

열정(Hot Blood)
1956년, 미국, 니콜라스 레이 감독, 제인 러셀, 코넬 와일드 주연, 열정적인 여성 애니와 정략결혼으로 얽힌 형제 이야기, 집시 스커트를 입고 역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제인 러셀을 담은 포스터로 유명하다.

11월 7일 일요일
의혹의 그림자(Shadow Of A Doubt)
1943년, 스릴러,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테레사 라이트, 조셉 코튼 주연, 미국 소도시에 사는 찰리의 단조로운 삶은 이름이 같은 찰리 삼촌이 찾아오면서 활기를 띤다. 그러나 찰리는 삼촌이 연쇄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가진다.

이창(Rear Window)
1954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제임스 스튜어트, 그레이스 켈리 주연, 다리를 다친 사진작가가 이웃들을 엿보는 것으로 소일하던 중 한 이웃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확신한다.

11월 8일 월요일
싸인(Sign)
2002년, 미국, 나이트 샤말란 감독. 멜 깁슨, 호아킨 피닉스 주연. 미국의 시골 마을에서 옥수수 농장을 운영하는 그레이엄은 어느날 원과 선으로 만들어진 복잡하면서도 거대한 미스터리 서클을 발견한다.

로즈메리의 아기 (Rosemary's Baby)
1968년, 미국, 로만 폴란스키 감독. 미아 패로 주연, 새로운 아파 트로 이사 온 젊은 부부가 이상한 일들을 겪게 되고, 부인이 임신한 후에 더욱 심각해진다.

침실의 표적(Body Double)
1984년, 미국.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크레그 워슨, 멜라니 그리피스 주연, 단역배우 제이크는 폐소공포증 때문에 배역을 잃는다. 애인에게서도 버림받은 제이크는 다른 사람의 집을 관리해주기로 하고, 그 집에서 이웃 여자를 훔쳐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끔찍한 일에 휘말린다.

욕망(Blow-up)
1966년, 영국, 이탈리아.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세러 마일스 주연, 런던의 사진작가가 황량한 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정리하던 중 의심스러운 것을 발견한다.

2023/10/13

COCKTAILS WITH PHILIP MARLOWE, SAM SPADE, AND BOGART

예전에 제가 썼던 <<콘 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이라는 에세이에서 추리 소설 속 칵테일에 대해 소개했던 적이 있습니다. 추리소설 애호가라면 셜록 홈즈가 연재된 잡지로 영원히 기억할 "The Strand Magazine"에서 비슷하게 하드보일드 탐정들과 칵테일에 대한 칼럼이 있길래 번역해보았습니다. 수준은 엉망이고 의역도 많으니 내용 참고 정도로만 보아 주세요.
"I like liquor and women and chess and a few other things."- 필립 말로우 <<기나긴 이별>>

누아르 속 탐정의 이미지는 샘 스페이드 역의 보가트, 하루 일당을 받고 갱스터와 팜므파탈과 싸우는 하드보일드 탐정 필립 말로우 역의 로버트 미첨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상징적인 영화와 배우들을 통해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런 가상의 탐정들 캐릭터는 그들이 선택한 술에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고요. 분홍색 빨대와 함께 제공되는 프로즌 다이키리는 없습니다. 하드보일드 탐정들은 진하면서 요란하지 않은 클래식 음료를 마셨지요. 지저분하고 어두운 술집이나 구식 호텔 바, 스테이크 하우스 옆 칵테일 라운지, 현지 펍에서요.
"어둡고 연기가 자욱한 바에서 조용히 대화를 나누며 음모를 꾸미고, 비밀을 밝히고, 속삭이는 고백에는 낭만적인 느와르가 있습니다."라고 베스트셀러 미스터리 작가 리사 웅거(Lisa Unger)는 말합니다.
레이몬드 챈들러의 탐정 필립 말로우는 열렬한 애주가였습니다. 그는 항상 사무실에 올드 포레스터 버번 한 병을 보관했습니다. "나는 손을 뻗어 올드 포레스터 병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병은 3분의 1 정도 차 있었다."라고 소설 <<리틀 시스터>>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작가 토비 위디컴이 쓴 <<레이몬드 챈들러를 위한 독자 가이드>>에는 챈들러 작품 속 등장 음료에 대한 목록이 실려 있습니다. <<핑거맨>>에는 바카디가, <<빅 시티 클루스>>에는 바카디와 그레나딘이 등장합니다. <<더 하이 윈도우>>에는 포 로즈 위스키가 등장하고요. <<라온트 피전>>에는 더블 깁슨이 있습니다. 이 목록에는 올드 그랜드대드 위스키와 브루클린 스카치도 포함됩니다.
칵테일 문화에 대해 말로는 영구히 기여한 바가 있습니다. 바로 김릿에 대해서였습니다. 소설 <<기나긴 이별>>에서 영국 출신이자 열렬한 애주가인 테리 레녹스는 필립 말로우에게 "진짜 김렛은 진 반, 로즈 사(社)의 라임 주스 반을 섞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섞지 않는 거죠. 마티니는 비교도 안 됩니다."라고 말합니다. 그 뒤 말로우가 혼자 바에 갔을 때, "바텐더가 내 앞에 음료를 갖다 놓았다. 라임 주스 때문에 엷은 녹색 기미가 있는 신비한 노란 빛깔이었다. 입을 대 보니 부드러운 단맛과 날카롭게 혀를 찌르는 강한 자극이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여성이 나를 보았다. 그리고 자기 잔을 들어 내 앞에 올려 보였다. 우리는 함께 마셨다. 그제서야 그녀의 음료도 똑같은 것임을 알아차렸다." 라고 했지요.

김릿
진 2온스 
로즈 라임 주스 ¾온스 
얼음과 함께 쉐이커에 넣은 뒤 30초간 세게 흔든다. 칵테일 잔에 따른다.

대쉴 해밋의 사립 탐정 샘 스페이드는 위스키를 즐겨 마셨고, 해밋의 코믹한 부부 범죄 해결사 닉과 노라 찰스는 칵테일 잔을 손에 들고 있지 않은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닉 찰스가 1934년 소설 <<씬 맨>>에서 묘사한 것처럼, 이들은 완벽한 칵테일을 만드는 전문가였습니다. 닉은 "중요한 것은 리듬입니다. 항상 쉐이킹에 리듬이 있어야 합니다. 맨해튼에서는 폭스트롯 음악에 맞춰, 브롱크스에서는 투스텝 음악에 맞춰 흔들지만 드라이 마티니는 항상 왈츠 음악에 맞춰 흔들어야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작가 제임스 크럼리의 미스터리 소설은 술집과 맥주, 초라한 인물들로 가득합니다. 1975년에 발표한 소설 <<잘못된 사건>>에서 사립 탐정 밀로 드라고비치는 음주에 대해 긴 독백을 합니다. "아들아,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독선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으니 절대 믿지 마라. 그는 항상 옳고 그름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테니까. 그들 중 일부는 선한 사람이지만 선의 이름으로 세상의 대부분의 고통을 야기한다. 그들은 심판자이자 간섭자야. 그리고 아들아, 술을 마시고도 취하지 않는 남자는 절대 믿지 마라. 그들은 보통 겁쟁이나 바보, 그렇지 않으면 비열하고 폭력적인 무언가를 내면 깊숙이 두려워하고 있는 놈이기 때문이야. 자신을 두려워하는 남자는 믿을 수 없단다. 하지만 가끔 변기 앞에 무릎을 꿇는 남자는 믿을 수 있다. 그는 겸손과 인간 본연의 어리석음, 스스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무언가를 배우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야. 남자가 더러운 변기에 내장을 내밀 때 자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지."

사람들이 미스터리를 쓰는 한, 술을 좋아하는 탐정은 계속 존재할겁니다. 사립 탐정은 힘든 직업입니까요. 긴 근무 시간과 낮은 급여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은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가끔은 미키 스필레인의 소설 속 주인공 마이크 해머처럼 술집에 가서 주문을 해 봅시다. "더블 버번 한 잔, 병은 놔두게."

2023/07/30

모리무라 세이이치 별세

관련 뉴스. 2023년 7월 24일, 향년 90세로 사망하셨습니다.

80년대에 비교적 많이 소개되었을 뿐이라 최근 독자들은 잘 모를 작가입니다만 한 때는 그야말로 낙양의 지가를 올렸던, 엄청난 베스트셀러 작가였습니다. 에도가와 란포상을 비롯한 많은 상의 수상 작가이자, 마츠모토 세이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회파 추리 소설의 거장으로 일세를 풍미했었지요. 영화화도 많이 되었고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당대의 라이벌 마츠모토 세이초처럼 대표작 (<<고층의 사각>>, <<인간의 증명>>) 정도는 국내에 꾸준히, 계속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23/06/04

아유카와 테츠야 상과 국내 출간된 작품들 소개 (2023년 6월 기준)


아유카와 테츠야 상 국내 출간작 완독 기념 포스팅입니다.

아유카와 테츠야 상(鮎川哲也賞)은 도쿄 소겐샤(東京創元社)가 주최하는, 신인 대상으로 공모하여 뽑는 문학상입니다. '독창성과 열정이 넘치는 강렬한 추리 장편'을 모집한다고 하지요. 1988년 도쿄 소겐샤가 총 13권으로 구성된 추리소설 시리즈 '아유카와 테츠야와 열세 개의 수수께끼'를 출간할 당시 마지막 권을 '열세 번째 의자'라는 제목으로 일반 공모했었는데, 그 다음 해 기획을 발전시킨 형태로 창설된게 아유카와 테츠야상입니다. 상은 코난 도일의 동상을 수여하며, 상금으로 인세 전액을 주고 있습니다. 수상작은 매년 10월 전후에 도쿄 소겐샤에서 출판되고요.
다른 미스터리 문학상과의 차이점이라면 본격적인 추리물을 지향하는 작품이 많다는 점입니다. 2022년까지의 수상작 27편 중 국내 출간된 작품은 모두 6편으로, 일상계 추리물 (<<일곱 가지 이야기>>, <<일곱 바다를 비추는 별>>) 두 편을 제외하고 나머지 4편은 모두 밀실 중심의 불가능 범죄트릭이 등장하며, 이를 풀어내는 정통 본격 추리물이거든요. 일상계 두 편도 일정 수준 이상의 추리를 보여주고요.

이렇게 요새 보기드문 본격 추리물을 지향한다는 점은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신인의 데뷰작인 탓인지 소설적인 완성도가 떨어지고, 비현실적인 설정이 난무하는 등의 단점이 눈에 띄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목록을 보면 수상 이후 철저하게 잊혀진 작가가 많다는걸 알 수 있는데, 일생일대의 트릭을 사용한 첫 작품 발표 뒤 바로 벽에 부딪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역시 본격물은 어려운 법이지요. 덕분에 국내 출간도 요원해 보입니다. 작가가 계속 작품을 발표하면서 지명도를 얻어나가야 그 유명세가 조금이나마 전해져야 판매에 도움이 될 텐데, 데뷰작 수상 후 잊혀진다면 소개되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그나마 <<체육관의 살인>> 처럼 나름의 반향을 불러 일으킨다면 모르겠지만.... 작가도 잊혀지고 작품도 그리 유명하지 않은 <<젤리피시는 얼어붙지 않는다>>가 국내 출간된건 기적에 가깝습니다. 잘 팔리지는 않았을테지만요.

그동안의 수상작은 아래와 같습니다. 국내 출간된 작품은 옆에 표기하였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로는 국내 출간작만 놓고 보면 <<얼어붙은 섬>>이 최고였고, <<젤리피시는 얼어붙지 않는다>>는 평균 이하 수준의 최악으로 꼽습니다.

  • 1회 (1990년) : 이시베 타쿠, <<살인 희극의 13인>>
  • 2회 (1991년) : 石川真介, <<不連続線>>
  • 3회 (1992년) : 가노 도모코, <<일곱 가지 이야기>> (국내출간)
  • 4회 (1993년) : 곤도 후미에, <<얼어붙은 섬>> (국내출간)
  • 5회 (1994년) : 愛川晶, <<化身>>
  • 6회 (1995년) : 기타모리 고, <<광란사계절>>
  • 7회 (1996년) : 満坂太郎, <<海賊丸漂着異聞>>
  • 8회 (1997년) : 谺健二, <<未明の悪夢>>
  • 9회 (1998년) : 飛鳥部勝則, <<殉教カテリナ車輪>>
  • 10회 (1999년) : 수상작 없음
  • 11회 (2001년) : 門前典之, <<人を喰らう建物>>
  • 12회 (2002년) : 後藤均, <<スクリプトリウムの迷宮>>
  • 13회 (2003년) : 森谷明子, <<異本・源氏藤式部の書き侍りける物語>>
  • 14회 (2004년) : 神津慶次朗, <<月夜が丘>>
  • 15회 (2005년) : 수상작 없음
  • 16회 (2006년) : 麻見和史, <<ヴェサリウスの柩>>
  • 17회 (2007년) : 山口芳宏, <<雲上都市の怪事件>>
  • 18회 (2008년) : 나나카와 카난, <<일곱 바다를 비추는 별>> (국내출간)
  • 19회 (2009년) : 아이자와 사코, <<오전 0시의 상드리용>> (국내출간)
  • 20회 (2010년) : 安萬純一, <<ボディ・メタ>>
  • 21회 (2011년) : 山田彩人, <<眼鏡屋は消えた>>
  • 22회 (2012년) : 아오사키 유고, <<체육관의 살인>> (국내출간)
  • 23회 (2013년) : 市川哲也, <<名探偵 The Detective>>
  • 24회 (2014년) : 内山純, Bハナブサへようこそ>>
  • 25회 (2015년) : 수상작 없음
  • 26회 (2016년) : 이치카와 유토, <<젤리피시는 얼어붙지 않는다>> (국내출간)
  • 27회 (2017년) : 이마무라 마사히로, <<시인장의 살인>> (국내출간)
  • 28회 (2018년) : 川澄浩平, <<学校に行かない探偵>>
  • 29회 (2019년) : 方丈貴恵, <<時空旅行者の砂時計>>
  • 30회 (2020년) : 千田理緒, <<誤認五色>>
  • 31회 (2021년) : 수상작 없음
  • 32회 (2022년) : 수상작 없음

2023/03/12

와타세 세이조 + 아카가와 지로의 유령열차


일러스트레이터 와타세 세이죠와 추리소설가 아카가와 지로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80년대 각자의 분야에서 정점을 찍었다는 점, 그리고 대중적 인기를 끄는데에서 탁월했다는 데에서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웹 서핑을 하다 보니, 아카가와 지로의 <<유령열차>>를 와타세 세이죠가 일러스트를 그린게 있더라고요! 책을 위한게 아니라 동명의 게임을 위한 합작인데, 이거야말로 80년대 문화의 한 정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임도 한 번 해 보고 싶어지네요.

<<게임 화면들>>

2022/02/22

2021년 하우미스터리 선정, 올해의 추리소설!

매년 이맘때쯤 발표되는 하우미스터리 선정 올해의 추리 소설입니다. 2021년 한 해 동안 출간된 추리 소설을 대상으로, 하우미스터리 회원들이 선정한 결과입니다. 이번에는 32명이 참여했네요.

2021년 1~3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1위 17표 <영매탐정 조즈카>

2위 16표 <샘 호손 박사의 불가능 사건집>

3위 10표 <마안갑의 살인>

<<영매탐정 조즈카>>는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만, 뭐 이런게 시대의 흐름이겠지요.

마지막으로, 이번의 제 선정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2021년에 출간된 책은 9권 밖에 읽지 못해서 추천은 애매했습니다만, 참가에 의의를 두었습니다.

1. 샘 호손 박사의 불가능 사건집
2. 홍학의 자리
3.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2019년 하우미스터리 선정, 올해의 추리소설!

2020/02/24

2019년 하우미스터리 선정, 올해의 추리소설!

매년 이맘때쯤 발표되는 하우미스터리 선정 올해의 추리 소설입니다. 2019년 한 해 동안 출간된 추리 소설을 대상으로, 하우미스터리 회원들이 선정한 결과입니다. 33명만이 참여했을 뿐이지만 투표하신 분들이 대부분 추리 애호가라는 점에서 상당히 공신력있는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대망의 2019년 1~3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공동 1위 11표
"미스터리 아레나", 후카미 레이이치로, 김은모, 엘릭시르
"피부밑 두개골", P. D. 제임스, 이주혜, 아작

공동 3위 8표
"조용한 무더위", 와카타케 나나미, 문승준, 내 친구의 서재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황세연, 마카롱

공동 1위인 두 작품 모두 저도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다른 추천작들이 궁금하시면 상기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제 선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블러디 프로젝트"
  2. "일러바치는 심장"
  3. "조용한 무더위"

2017년 하우미스터리 선정, 올해의 추리소설!

2019/12/21

몇 년 전의 크리스마스 이벤트 기록 발굴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리뷰를 쓰다가 이 책에 관련되었던 이벤트에 대한 기억이 떠올라 당시 글을 찾아보았습니다. 공식 페이지의 글은 이미 내려갔지만, 티스토리에는 아직 관련 글이 남아있더군요.

오토 펜즐러의 아이디어를 본 따 시작된 이벤트이기에, 참가 기준도 비슷합니다. 대상이 유명 작가가 아니라는 점만 빼면 말이죠. 상세 내용은 아래와 같아요.

  1. 대상_미스터리를 즐겨 읽는 형제자매님이라면 누구나
  2. 분량_원고지 7매 이내('파일->문서정보->문서통계'로 확인)
  3. 조건
    1. 미스터리적 요소를 표함할 것
    2. 배경은 크리스마스 혹은 크리스마스 이브일 것
    3. 이야기에 미스터리 도서의 이름, 혹은 서점 이름이 들어갈 것(이때 ‘특색 있는 소규모 서점’일 경우 가산점 있음)
  4. 응모요령_작성한 글을 이 아래 댓글로 달면 됨.
  5. 마감_2016년 12월 25일 신데렐라 무도회가 끝나는 시간까지.
당시 저도 졸문을 응모했었는데, 그랑프리는 아니지만 다행히 입선은 해서 "작가의 수지"라는 멋진 책을 선물로 받았었습니다. 참고로, 북스피어의 총수인 마포 김사장님의 단평은 아래와 같습니다.

정오에 공지를 올리려 했는데 다들 너무 잘 써주시는 바람에 마지막까지 고심하느라 늦었습니다. 송구해요. ‘그 짧은 시간에 이런 정도의 이야기를 생각해 내다니’ 하고 솔직하게 감탄했습니다. 읽는 내내 즐거웠어요.

나무랄 데 없는 문장이나 구성을 따진다면 hansang 님의 손을 들어주는 게 마땅하겠지만 막판 유머와 책 제목을 이용한 센스 면에서 김충현 님의 이야기가 제 마음에 쏙 들었어요. 읽고 나면 어쩔 수 없이 웃게 되더군요.

그리하여 당 이벤트의 그랑프리는 김충현 님! 감축드려요. 2017년 내내 북스피어의 신간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블로그 댓글로 응모하고, 분량도 원고지 7매 이내라는 초단편이라 대단한 이야기는 아닌데, 좋은 평을 해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더군요.

그렇다면 제 졸문은 과연 어떤 내용이었는지? 제가 응모한 글은 아래의 글이었습니다. 아주 조금 수정했지만 큰 틀은 같아요. 모쪼록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광호가 회사를 그만두고 추리 소설 전문 서점 '외천루'을 연지 1년여가 흘렀다. 그러나 서점 운영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힘들었다. 매월 매월 적자가 아닌 달이 없었다. 광호는 휴일도 없이, 거의 매일 새벽같이 서점에 나와 밤늦게 퇴근했다. 아내에게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고객을 기다리고, 매출을 늘리기 위한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핑계였다. 광호의 꿈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직장 생활에 시달리는 아내, 유치원만 겨우 다닐 뿐 다른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학원 하나 보내지 못하는 어린 딸아이를 볼 면목이 없기 때문이었다. 국문학도 시절부터 연인으로, 함께 작가가 되자고 결심했던 아내만 보면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크리스마스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티를"은 오래된 말일 뿐, 당연히 매출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이브도 광호는 어김없이 새벽에 출근하여 서점 문을 열었다. 서점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큰 덩치에 온몸을 둘러싼 듯한 긴 코트, 목 위까지 추켜올린 목도리, 마스크에 털모자라는 독특한 외모의 손님이 서점으로 들어왔다. 걸어 들어오는 발자국 소리도 컸다. 긴 코트 탓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코트 속 옷은 빨간색 계열이었고 구두도 징 박힌 장화였다. 손님은 서점을 잠깐 둘러보더니 곧바로 광호에게 다가왔다. 큰 덩치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는 상당히 중후해서 듣기가 좋았다. 가까이서 보니 상당히 연배가 있는 어르신이었다. 손님은 바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책이 좋은지, 어떤 책을 읽고 싶은지 등등. 대화는 서서히 길어졌다. 광호는 손님이 어떤 책을 좋아할지 고민해서 답을 하였지만, 손님이 물어보는 것은 광호가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 광호가 지금 읽고 싶은 것이 어떤 책인지였다. 광호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 그리고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답했다. 이러한 대화가 진행되던 와중에, 드디어 광호는 깨달았다. 정말로 지금 원하는 것은 책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것을.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손님이 마지막에 광호가 추천한 작품을 계산하며 한 말 때문이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니 책보다는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더 좋을 것이네"

손님이 떠난 후 광호는 서둘러 문단속을 하고 집으로 향했다. 이제는 불필요하게 시간을 보내지 않으리라. 여유를 가지며 삶을 뒤돌아 보리라. 이건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마침 크리스마스이기도 하니깐.


오늘 소방서로 새벽 교대 근무를 하러 가던 중 옆집 아이 아빠가 한다는 서점에 들렀다. 한파 주의보가 발령된 추운 날씨였지만 아내가 아기 엄마 걱정이 많기 때문이었다. 싹싹하고 착해서 딸 아이 같아 가깝게 지내고 있던 차라 무시할 수 없었다. 혹 가게를 열지 않았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새벽같이 가게 문을 연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무리 책이 좋아도 가족만 하지는 않을 테니 가족과 함께 하는 게 더 좋을 나이라고 한마디 던지고 왔다.

어쩌다 보니 산 책은 아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줘야겠다. 제목은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이야기는 못 해 주겠지만 어르신 부부 사랑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나? 뭐, 아내가 좋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