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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9

(번역) 컬럼 : 책 모형을 소재로 한 추리소설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

전에 읽었던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 속에 등장하는 츠즈키 미치오의 책에 대한 재미있는 컬럼을 발견해서 소개드립니다. 원문은 이 곳입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관심있게 읽을 수 있는 주제라 생각합니다. 저는 전자책 버전으로 읽었는데, 책이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는걸 전혀 몰랐습니다. 이런건 - 빌 벨린저의 "이와 손톱"도 마찬가지겠지요? - 정말 전자책으로는 느낄 수 없는 감성인데, 기술 발전과 전자책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책 모형이란 무엇인가?

책 모형(束見本)은 대량으로 인쇄 및 제본을 시작하기 전에 실제 사용될 종이를 이용해 시험적으로 제작된 책입니다. 몇 부 정도만 인쇄소에 의뢰하여 만들어지며, 이를 통해 완성된 책의 외형과 특징을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의 두께(등 너비), 무게, 열림 정도, 촉감 등을 사전에 검토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죠.

이 책 모형은 인쇄 작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표지와 본문 모두 하얗게 비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서점에서도 이러한 백지 책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일기장, 메모장, 혹은 그림책으로 활용하는 등 용도가 다양합니다.

책의 구성은 편집자가 페이지를 배치하고, 디자이너나 책 제작자가 종이를 지정하여 완성됩니다. 특히 고급 제본(上製本)의 경우에는 세부적인 제본 양식을 지정해야 하며, 이 단계에서 속지, 책갈피(스핀), 꽃무늬 천(花布) 등도 결정됩니다. 그러나 책 모형은 대량 생산 과정과는 달라서 최종 완성본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부 상자를 제작할 때는 실제 제작된 책의 크기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 있죠.

추리소설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

이러한 책 모형을 소재로 한 독특한 추리소설이 있습니다. 일본 작가 츠즈키 미치오(都筑道夫, 1929~2003)의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는 1961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이후 여러 출판사를 통해 재출간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책 모형의 구조를 활용한 독창적인 트릭과 기발한 이야기로 많은 독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소설의 줄거리

주인공인 아와지 에이이치(淡路瑛一)는 잡지에 잡문을 쓰며 생계를 유지하는 작가입니다. 그의 집에는 책 모형이 있었고, 주변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계기로 그는 책 모형을 일기처럼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독자들은 주인공이 기록한 일기 형식의 글을 읽으며 사건을 따라가게 됩니다.

경찰은 주인공을 용의자로 의심하지만, 그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진범을 찾기 위해 직접 탐정 역할을 맡습니다. 하지만 자신도 누군가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용의자, 탐정, 피해자의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트릭과 결말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는 몇 장의 공백 페이지가 등장합니다. 책 모형에서 공백 페이지는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당시 독자들은 이를 인쇄 사고로 오해하여 반품하는 일이 잦았다고 합니다. 특히 초판본은 페이지 번호도 없어서 더 혼란을 주었습니다.

갑자기 공백 페이지가 나타난다. 공백 페이지가 가장 많은 책은 헤이안쇼텐(平安書店) 판본으로 9페이지이며, 고단샤 문고(講談社文庫)는 6페이지, 고분샤 문고(光文社文庫)는 5페이지이다. 이는 접지 방식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다.
책 속 깊숙한 부분에 몇 줄로 조판된 글자가 있다. 그곳에 사건의 진상이 적혀 있다.

소설의 진상은 공백 페이지의 깊숙한 부분에 적혀 있습니다. 단순히 책을 넘기기만 해서는 발견할 수 없도록 만든 주인공의 의도였죠. 이러한 트릭은 소설의 물리적 형식을 활용한 뛰어난 장치로 평가받습니다.

작품이 남긴 의미

저는 대학생 시절 이 작품을 통해 책 모형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편집자로 일하게 되면서 이 책이 제게 미친 영향을 실감하게 되었죠. 이야기의 플롯과 책 제작의 물리적 구조가 서로 맞물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사례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큰 반응을 얻지 못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그래도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작품의 배경이 된 신주쿠, 이케부쿠로, 고이시카와 등 익숙한 장소들을 떠올리며 가끔 이 책을 다시 읽곤 합니다. 책 속에 담긴 일본 에도 시대 문화와 언어유희 역시 이 소설을 특별하게 만드는 매력입니다.

추가 이야기 (2016년 2월 27일)

오랫동안 꿈꾸던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의 초판본을 드디어 손에 넣었습니다. 페이지 번호가 없는 공백 페이지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죠. 당시 이 페이지는 독자들로부터 반품 요청이 빗발쳤던 악명 높은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이 초판본은 제 서재의 소중한 보물이 되었고, 다른 희귀 서적과 함께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이 작품의 전자책 버전도 출간되었습니다. 공백 페이지가 어떻게 디지털화되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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