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일본인의 밥상을 어떻게 바꿨나 - 사이토 미나코 지음, 손지연 옮김/소명출판 |
이 책은 2차대전 당시 '주부의 벗' 등 일본 여성지에 실린 요리 정보를 바탕으로 전쟁이 일본 가정의 식탁에 미친 영향을 알려주는 미시사, 식문화사 서적입니다. 잡지에 실린 요리 정보로 그 시대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며, 전쟁 시기 일본인의 먹거리 변화도 굉장히 생생하게 알 수 있어서 전쟁의 실상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시대 순으로 보자면 1940년부터 '절미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식민지 조선의 가뭄과 흉작 탓으로, 일본이 쌀을 절약하기 위해 대체 음식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흥아빵'이라는 레시피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빵은 밀가루에 콩가루, 해초 가루, 말린 생선 가루를 넣어 만들었는데, 맛이 있을리가 없지요=.
1941년에는 국민의 영양을 고려한 '국민식 운동'이 도입되었으나, 배급제가 본격화되면서 이상에 그치고 맙니다. 배급제에서는 단백질이 특히 부족했는데 오징어와 조개가 단백질 공급원으로 활용되었고, 콩비지도 다양하게 요리되었습니다.
과달카날 패전 이후인 1943년에는 생쌀을 볶아 양을 늘리거나, 겨를 사용하는 레시피까지 등장하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집니다. 그런데 레시피에 설탕, 버터, 달걀과 같은 재료가 포함된건 한심하게 느껴졌어요. 너무 비현실적이었거든요.
1944년, 공습이 심화되면서 죽과 집에서 키운 고구마, 호박이 주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길가의 잡초, 들풀, 곤충을 식용으로 권장하고, 심지어 차 찌꺼기를 채소로 먹으라는 권고까지 실리게 됩니다. 저자가 표현대로 '최후의 발악'이지요. 이런 쓰레기 레시피 중 하나가 '민들레 칼슘 무침'입니다.
들풀 먹는 법 1 민들레 칼슘 무침
민들레 어린잎을 살짝 열탕한 후 물에 헹궈둡니다. 구운 생선 머리와 뼈, 달걀 껍데기 등을 갈아 으깨고, 다시마가 있으면 구운 후 갈아서 기호에 따라 맛을 내어 무쳐줍니다.
민들레의 쓴맛을 제거하려면 데친 후 얼마 동안 물에 담가 둡니다. 민들레의 쓴맛은 국화과 식물 특유의 영양소이므로 제거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전후에는 미국에서 제공된 밀가루 중심의 레시피가 많아졌고, 식량 사정이 안정되기 시작한 1949년 이후로는 점차 다양한 요리가 복원됩니다. 1950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식탁은 정상화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전쟁의 실상을 독특하면서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독서였는데,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도판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당시 요리를 현재 구현한 컬러 사진이 몇 장 실려 있지만, 더 많은 요리를 재현하거나 당시 잡지 자체의 도판을 함께 수록했다면 책의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을 것입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제 별점은 3.5점입니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실생활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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