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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1

커피 일가 - 가바야마 사토루 / 임윤정 : 별점 2점

커피 일가 - 6점
가바야마 사토루 지음, 임윤정 옮김/앨리스

3대에 걸쳐 오쿠노 가문이 운영하고 있는 일본 교토의 작은 찻집 로쿠요샤(六曜社)의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로쿠요샤는 단순한 찻집을 넘어 교토의 대표적인 명소로 자리 잡았는데, 교토신문 기자 가바야마 사토루가 창업주 미노루부터 2대 오사무, 3대 군페이에 이르기까지 가족이 가게를 어떻게 운영하고 발전시켰는지 알려줍니다.

3대에 걸친 교토 명물 카페의 일대기는 흥미로왔습니다. 세대를 거듭하며 변화한 경영 철학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창업주인 1대 미노루는 최고의 접객 서비스 - 손님 자리를 향해 서서 끊임없이 살펴 본다. 밀크 저그는 손님이 쓰러뜨리는 일이 없도록 컵에서 5센티미터 정도 떨어뜨린 곳에 둔다. 빈 그릇, 빨대 포장지나 밀크 저그는 바로 치운다. 손님 테이블에 놓인 물컵이 비면 바로바로 채운다. 담배꽁초가 쌓이기 전에 새로운 재떨이로 바꾼다. 등 - 에 집중했으며, 2대 오사무는 자가배전 커피를 도입해 찻집의 정체성을 확립했습니다. 현재 3대 군페이는 보다 자유로운 발상으로 운영 방식을 새롭게 하고 있고요. 이 과정에서의 세세한 디테일들도 눈여겨볼만 했습니다. 전전의 유명 카페들 목록, 1950년대 징병되었다가 라바울에서 커피맛을 알게되었다는 커피 도매상, 1971년 베스트셀러 "스무 살의 원점"에 등장하는 로쿠요사 이야기, 당시 커피 가격 등 여러가지 정보가 가득합니다. 

로쿠요사 성공의 비결로 작용한 '운'도 인상적입니다. 예를 들어, 창업 초기 로쿠요샤가 위치한 거리가 번화가로 발전하거나, 오사무의 포크 가수로서의 유명세가 가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점 등이 그 예입니다. 특히 오사무가 70년대 일본 록의 태동기에서 버블에 이르기까지 구가했던 자유로운 인생은 그 자체로서 상당히 볼만 했어요. 음악적 성취도 상당한 수준으로 묘사되는데, 몇 곡 찾아서 들어보았는데, 따뜻하고 부드러운 멜로디가 좋았습니다. "자기 실력 이상의 일을 하려고 애쓰지 않고, 가족이 먹고살 수 있는 정도만큼의 벌이면 된다. 찻집의 마스터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오사무 씨의 이상과 비슷한 곡이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오사무의 뮤지션으로서의 유명세와 더불어, 80년대 중반에 이미 자가배전한 자신만의 맛을 찾아내어 커피를 제공했다는, 시대를 앞서간 감각이 현재 로쿠요샤 인기의 핵심으로 생각되네요. 오사무가 책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는 단점이기도 합니다. 3대를 이어갔다고는 하지만, 오사무가 없었다면 과연 로쿠요샤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을지 솔직히 의문이거든요. 미노루는 커피 장인으로 보기는 어려운 접객 특화 사장이고, 군페이는 스스로 이룬게 없고 철학도 없으니까요. 
오사무의 커피조차도 80년대에는 특이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자가배전 스페셜티 커피'는 꽤 흔하게 마실 수 있습니다. 심지어 카페의 핵심은 커피 맛일 텐데, 로쿠요샤의 커피맛이 좋다는 묘사는 전무합니다. 명물로 언급되는 수제 도넛도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고요. 이래서야 카페 소개로는 영 별로지요. 교토에 가 본 적은 없지만, 설령 간다한들 딱히 방문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앞으로 10년 뒤, 과연 이 카페가 남아있을지 조금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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