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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31

에드워드 권의 Yes Chef (예스셰프)를 보고

 


주말에 우연찮게 메가TV 를 통해 전편을 몰아본 요리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은 흔한 서바이벌 오디션과 성격이 동일하기에 특기할 건 없지만 뭐 그런대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런데 보다보니 '요리' 라는 세계가 제가 잠깐 몸담았던 '디자인' 세계와 굉장히 유사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두 업종 모두 오너 셰프와 오너 디자이너의 명성과 경력이 중요하고 그러한 오너를 흠모하여 직원이 입사한 뒤 굉장히 하드한 업무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런 도제식 문화에는 도저히 익숙해질래야 익숙해지기 힘들었기에 옛날 생각이 떠오를 때 마다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도제식 문화가 몸으로 테크닉을 익히고 체득하는 것이 쉽다는 것은 어떻게보면 당연합니다. 한사람 역할을 하지 못하면 바로 욕을 먹고 유사 업무를 몸으로 반복하면 아무리 둔하더라도 결국 깨우치는게 있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도제식 문화는 장인들이 기술과 같은 테크닉과 노하우의 전수는 가능할지 몰라도 에드워드 권이 프로그램에서 강조하던 '아이디어', '창조성'을 배우기에는 역부족이죠. 개인이 책 한권이라도 더 읽고 다른 작업들을 찾아다니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사실 하드한 업무에 쫓기다 보면 그렇게 배우기도 쉽지 않고요.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 주는 방송이었어요.

2010/10/28

도깨비불의 집 - 기시 유스케 / 이선희 : 별점 2점

도깨비불의 집 - 4점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시작

기시 유스케의 단편집입니다. 전부 4편의 단편이 실려있죠. 장편으로만 알려진 기시 유스케의 단편집이라는 형식도 특이했지만 무엇보다도 주인공들이 <유리망치>의 에노모토와 준코 컴비라는 것도 마음에 들어 주저없이 집어들고 읽게 되었네요.

그러나 읽고난 결론부터 말하자면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일단은 기대했던 본격 추리적인 맛이 덜한 탓이 큽니다. 4편의 중단편 모두 트릭이 별로거든요. 작품 전체의 테마인 '밀실'에 너무 집착한나머지 무리수를 둔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이렇게 트릭이 별로라면 이야기나 캐릭터라도 매력적이어야 할텐데 <유리망치>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던 '괴도탐정' 에노모토와 똑똑한 츤데레 변호사 준코 컴비도 짤막하고 표면적인 묘사로 일관하여 독특함 없는 흔해빠진 커플로 전락해버렸을 뿐입니다.

본격 추리보다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과 서스펜스가 보다 장기인 작가라 그런지 (사실 <유리망치>도 본격 추리적인 맛은 평범한 수준이었죠) 아무래도 길이와 묘사가 제한되는 단편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드네요. 미치오 슈스케처럼 말이죠. (스케브라더스군요) 별점은 2점입니다.

도깨비불의 집
나가노의 한 시골마을에서 지역 유지인 니시노 마사유키의 딸이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출동한 경찰은 살해된 집이 완벽한 밀실상태였다는 것을 알고 첫 발견자인 니시노에게 혐의를 두고, 니시노의 변호사는 어쩔 수 없이 '밀실' 사건의 권위자로 알려진 준코 변호사를 초빙한다. 도착한 준코는 사건 해결을 위해 이전 사건의 진짜 해결사였던 에노모토를 호출하는데...

범인이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도망갈 수 없었다는 완벽한 밀실사건이 등장하는 표제작. <유리망치> 처럼 다양한 가설이 등장하고 이후 진상을 밝혀내는 전개가 판박입니다.
그러나 추리적으로 썩 개운치는 않네요. 경찰이 화장실을 조사하지 않은 이유가 전혀 설명되지 않는 것, 그리고 밀실 자체가 작위적이었고 용의자가 특정되어 있기에 증거가 없더라도 '심문'에 의해서 진상을 밝혀낼 수 있었으리라는 점에서 본격 추리물로 보기에는 무리가 많거든요. 게다가 동기도 억지스럽고요.
진상보다는 에노모토의 가설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는 것도 감점 요소겠죠.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래도 가설이라던가 캐릭터의 매력은 그나마 살아있는 편이라 평작 수준은 된다 판단했습니다.

검은 이빨
준코는 의뢰인 후루미조와 함께 사고로 죽은 구와시마의 애완동물 사육용 빌라를 방문한다. 구와시마가 키우던 거미를 관리하고 후루미조의 거미를 받아내기 위한 것. 그러나 구와시마의 미망인의 태도와 구와시마 사망사건 자체에 의심을 품게 된 준코는 진상을 밝혀내고자 하는데...
'거미'라는 설정 자체는 특이하나 트릭이 너무나 별로였습니다. 일반인이 과연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을지가 궁금해질 정도에요. 저는 절대로 못할것 같은데... 애시당초 이렇게까지 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없고요. 이 작품에서는 '가설' 도 별로이긴 마찬가지라 도저히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거의 준코 혼자서 활약한다는 점 말고는 건질게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장기판의 미궁
밀실에서 살해당한 프로 장기기사 신페이 5단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경찰은 에노모토 케이를 부른다. 장기 팬인 에노모토는 사건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진상을 눈치채게 된다.
밀실이 너무 어이없는 수준이라 황당했던 작품입니다. 이런 트릭은 <노란방의 비밀>에서부터 끊임없이 등장해 온 것인데 그나마도 설득력있게 묘사되지 않았어요. 체인에 피해자의 혈흔과 손자국이 남았을테니 이렇게까지 사건이 꼬일리도 없을텐데 말이죠. 범인도 경찰 수사로 손쉽게 잡을 수 있지 않나 싶고요.
다행히도 '장기'에 대한 다양한 이론, 그에 따른 범인의 동기에 대한 설명은 그런대로 재미있는 편이긴 합니다만 단지 현학적인 재미 충족에 지나기 않기때문에 본격 추리소설로 성립하기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생각되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개는 알고 있다
살해된 연극극단의 극단주 헥터 사건의 용의자라는 사야카에 의해 진상규명을 의뢰받은 준코는 헥터의 자택 앞에 모인 극단원들에게 진범을 밝혀낼 것을 선포하고 에노모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왁자지껄한 블랙코미디, 연극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물론 살인사건이 등장하고 돈류고라는 개에 의해 만들어진 밀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 밀실은 에노모토의 말 그대로 '너무나 손쉬운' 간단한 트릭에 불과합니다. 동기가 너무나 확실한 사람이 있기에 솔직히 사건 해결은 일도 아닐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도 유쾌하고 깨는 맛이 기존 기시 유스케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던 점이라 외려 반갑더군요. 적절하게 짤막한 분량도 마음에 들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2010/10/26

거인과 싸우는 법 - 이기형 : 별점 2.5점

 

거인과 싸우는 법 - 6점
이기형 지음/링거스그룹

제조업으로 신화를 일군 거의 유일무이한 벤처기업 아이리버의 일대기를 창업자 양덕준 사장님을 중심으로 다룬 책입니다.

창업자이자 최고 경영자를 주제로 썼다는 점에서는 <50년 전자시장을 지배한 Sony 4인의 CEO>와, 결국 전성기에 비하면 현재는 많이 침체된 상태라는 점에서 <소니침몰>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책에서 포커스를 맞춘 '양덕준' 이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가 찬양 위주이기에 좀 아쉬운 점이 많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인물 중심의 책이라면 <icon> 정도로는 냉정하게 바라봐 주는게 좋았을텐데 말이죠.
왜냐하면 결국 아이리버가 실패하게 된 원인이라던가 급격한 회사의 부침을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썼어야 하는데 이 책만 읽는다면 그러한 평가를 온전히 하기는 사실 불가능하거든요. 책에서도 이야기하듯이 아이리버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H10의 실패, 그리고 이어진 애플의 가격공세 탓이 가장 클텐데 H10의 실패는 명백한 제품 불량이 원인으로 당시 경영진들이 어떻게든 책임을 지던가 했어야 하는 부분이니 만큼 관계자들은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그런데 책의 주요 인터뷰어들은 모두 경영진 및 관계자들이니 이런 사실에 있어서 별로 공정하지 않더군요. 아울러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라면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도 보다 많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러한 평가는 제가 아이리버 몰락의 주범 중 하나라고 책에서 소개한 '미래전략연구소'에 소속되어 근무하기도 했고 아이리버의 2인자셨던 이래환 사장님이 창업한 '에이트리' 로 옮겨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이래저래 보고 들은게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꽤 재미있게 읽을 수는 있었어요. 무엇보다도 제가 아이리버가 막 저물어 갈 시기에 근무했었고 지금도 어느정도 인연이 있는 편이라 책에 등장하는 많은 분들과 이런저런 관계가 있는 탓이 크겠죠. 읽으면서 참 감개무량하더라고요. 아울러 실제 몇번 뵙지는 못했지만 양사장님은 존경할 만한 분이라는 것도 확실하니까요.
하지만 양사장님에 대한 개인적인 찬사가 많으며 공정한 시각을 견지했다고 할 수 없다는 것, 두께와 분량에 비해 적절치 못한 가격 때문에라도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덧 : 책에서 등장하는 '개발자들이 회사에 침낭을 가져다 놓고 몰두하여 회사가 성공했다' 라는 이야기도 개인적으로는 미담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이건 박통시절 공돌이 공순이 쥐어짜서 재벌들이 성장했다는 논리하고 똑같잖아요. 저 역시 일이 많고 바쁘면 야근도 하고 밤도 세우지만 이건 별도의 보답이 없다면 어디까지나 회사에서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이런걸 '당연시' 하는 행태는 반드시 고쳐졌으면 좋겠네요. 아니, 고쳐져야 합니다.

2010/10/25

책 사냥꾼 - 존 백스터 / 서민아 : 별점 4점

책 사냥꾼 - 8점
존 백스터 지음, 서민아 옮김/동녘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작가이자 언론인이자 영화인이며 자칭 '책 사냥꾼'인 존 백스터의 '책 수집'과 그의 인생에 대한 수다입니다. 그의 취미이자 직업이기도 한 '책 수집'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고 정작 존 백스터라는 인물의 저작이나 주요 활동은 언급되지 않으니 자서전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겠죠. 어쨌건 방대한 책을 읽고 수집하며 다양한 활동을 한 사람답게 수다 자체가 너무나 재미있어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 깡촌 (?) 출신으로 철도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책의 세계에 빠지고 SF팬이 된 뒤 언론인, 작가가 되며 세계를 돌아다니게 된 그의 일생도 만만치 않지만 '책 수집'이라는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설명이 정말 대단하거든요. 관련자들과 직접 겪은 경험을 토대로 어디서 어떻게 어떤 것을 구입했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는 것은 물론이고요.
또한 이러한 이야기들을 다양한 문학작품에 빗대어 이야기하거나 실제 작가들과의 일화를 통해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현학적인 재미까지 안겨다 줍니다. 특히 저자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몇 작품은 저도 구해서 읽어보고 싶어지더군요. 레이먼드 챈들러 작품은 이미 읽었지만 할 클레멘트의 <중력의 임무> 라던가 제임스 블리시의 <지구인, 고향에 오다>와 같은 SF나 트루먼 커포티의 단편집 같은 것들은 찾아봐야겠어요. 노먼 린지의 그림들, 앨런 존스의 그림들도 마찬가지고요. * 방금 작품들을 찾아봤는데 역시나 싶네요...
아울러 같이 설명되는 저자의 일생 역시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재미납니다. '난교파티' 경험까지 설명하니 이건 뭐...

그리고 저자도 단순히 '부'를 축적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던 (초-중반부까지는 그레이엄 그린의 책들) 책을 구했을 때의 카타르시스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저 역시 오랜 추리소설 애호가로서 절판되었던 구 동서 출판사 책을 과거 근무하던 사장님께 선사받았을 때의 기쁨,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을 신촌 '숨어있는 책'에서 구입했을 때의 희열, 하세 세이슈의 <불야성>을 고속터미널 재고떨이 서점 바닥칸에서 발견했을 때의 전율을 잘 알고 있기에 남 이야기 같지 않아 더욱 좋았던 것 같네요.

아울러 형이 일전에 로저 코먼이 방한했을때 모 영화제에서 사인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앞으로는 그런 자리에는 저자의 책을 가지고 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단순히 책의 가치를 높이는 행위를 떠나서 좋은 기념이 될 것 같으니까요. (그러고보니 일전에 모 사이트를 통해 이벤트로 증정한 저자 사인본 <경성탐정록>의 가치는 얼마나 되려나?)

그런데 딱 한가지, 번역도 좋은 편이고 작품별로 국내 출간된 정보를 알려주는 등의 세심한 주석은 굉장히 좋았지만 원문 그대로를 살리는 번역이 약간 아쉽긴 했습니다. '어메이징 스토리즈'를 '놀라운 이야기들'로 변역하는 식인데 말이 안되는건 아니지만 원문 잡지명은 그 나름대로 고유명사인 만큼 그대로 살리는게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도 결론은 별점 4점. 한 개인의 장황한 수다가 이만큼이나 재미있고 유익할 수 있을까요? 책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추천합니다.

그나저나 어차피 가까운 시기에는 전자책이 활성화되어 자연스러운 '화씨 451' 사회가 구현될테니 데이터로서가 아닌 '책'을 소장한다는 것 자체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어떻게보면 우표수집 같은 취미활동이 될 것 같긴 한데 그럴경우 이런 책사냥꾼들은 어떻게 될지 좀 궁금해지긴 하네요.

2010/10/24

죄수의 딜레마 - 윌리엄 파운드스톤 / 박우석 : 별점 3점

 

죄수의 딜레마 - 6점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박우석 옮김/양문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로 대표되는 '게임이론'과 게임이론의 창시자인 존 폰 노이만을 다룬 책입니다. 그야말로 '천재 중의 천재'로 정의할 수 있는 존 폰 노이만의 일생과 더불어 게임이론의 기본 개념과 발전과정 등을 병행하여 설명하고 있죠.

원래는 사회, 경제적인 환경을 설명하기 위해 (특히 당시 핵확산에 따른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발전된 이론이라고 하는데 게임이론은 상대방이 가장 최선의 전략을 선택하리라는 전제가 항상 깔려있어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기는 하겠죠. 관련된 설명을 바로 어제 읽었던 <크림슨의 미궁>에서 주인공 후지키가 언급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도 다양한 딜레마들, 기본적인 죄수의 딜레마를 비롯하여 '누군가 하겠지' 라는 지원자의 딜레마, 4가지 게임이 존재하는 사회적 딜레마 등 협조와 변절을 기본으로 하는 딜레마와 그것을 바탕으로 한 게임들 등 평소에 게임이론에 대해 궁금했던 점이 많았는데 게임이론에 대한 소개서로는 더할나위 없을 정도로 잘 설명하고 있어서 만족스러웠어요.
특히 '오는말 가는말 전략', 즉 1회전을 협조한 뒤 상대가 한 대로 따라 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설명은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물론 앞서 이야기했듯 상대방이 이기려는 생각이 항상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는 한계는 있지만요.

게임이론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10/10/23

크림슨의 미궁 - 기시 유스케 / 김미영 : 별점 3점

크림슨의 미궁 - 6점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창해

대기업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회사가 도산해 실업자가 된 뒤 전락한 후지키는 우연히 응모한 아르바이트를 통해 정신을 잃게된다. 그리고 그가 정신이 든 곳은 '화성' 이라는 설정의 오스트레일리아의 '벙글벙글' 국립공원으로 그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시작하게 되는데....
<주의 : 스포일러 있습니다>

<검은집><유리망치> 딱 두편만 읽었지만 두편 모두 좋았었던, 타자로 친다면 타율과 장타력을 겸비했다 할 수 있는 기시 유스케의 장편.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절반 성공한 부분은 뭐니뭐니해도 재미! 재미하나만큼은 최고였어요. 일단 후지키가 알 수 없는 게임에 휘말린 뒤 4가지의 '선택지' 에서 '정보'를 선택한 뒤 게임의 단계별로 벌어지는 전개가 굉장히 흥미진진하거든요. 후지키가 자신의 정보와 아이템을 이용하여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은 두뇌게임의 묘미도 느껴지고요. '식시귀'라고 불리우는 식인종과의 마지막 추격전 역시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들기에 한숨에 읽어버릴 정도였어요. 재미만 따진다면 정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아울러 오래된 '게임북'이 큰 역할을 한다던가, '정보'를 통해 얻는 여러가지 단서들이 복선처럼 기능하는 등의 부분은 보다 작품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더군요.

그러나 아쉽게도 단점도 커요. 가장 큰 단점이 바로 작품의 핵심이기도 한 '게임' 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처럼 '모종의 알 수 없는 단체나 집단에 의해 원치않은 게임에 참가하게 된 참가자들이 벌이는 게임과 학살극' 이라는 설정은 수많은 작품에서 사용된 뻔한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라 칭하고 있는데 어쨌건 작품이 차별화되기 위해서는 '게임'이 얼마나 설득력 있고 흥미진진하냐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의 '게임'은 초반의 4가지 선택지 부분과 '정보'라는 선택지의 중요성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잘 짜여져있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예를 들어 초반의 선택지를 선택하는 것에 있어 '호신용' 이라는 선택지의 중요성이 너무나 간과된 느낌이 큽니다. 이변이 없다면 키가 2m에 달한다는 세노오가 게임을 제압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테니까요. 하긴 플레이어 선택에 있어 세노오 같은 특출난 인물이 끼어 있다는 것 자체가 에러이기도 하죠.
그 외에도 '게임'의 목적이나 단계별 과정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우며 모두가 아이템을 공정하게 공유하는 식으로 흘러갔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도 의문입니다. 그럴리는 없다는 아야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식량' 이 공유되었더라면 별다른 이야기도 없이 끝나버렸을텐데 이래서야 스토리고 뭐고 있을리가 없잖아요?
마지막으로 '게임 마스터'와 '촬영자'라는 인물의 설정은 괜찮았지만 작중에서 하는게 거의 없다는 것도 감점요소에요. 게임 수행과정에서 게임 마스터가 너무나 하는게 없으니 당쵀 왜 나왔다 싶더라고요.

이렇한 요소 중 하나만 불거졌더라도 실패했을게 뻔한 게임. 만약 주인공 후지키의 추측대로 모종의 단체가 스토리가 있는 살육극을 스너프 비디오로 판매하기 위한 취지로 진행한 게임이었다면 더 정교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몇십억의 돈은 들었을텐데.... 이런 부분에서의 설득력이 너무 약했습니다.
게임 설정의 부실함에 비하면 이러한 게임을 기획하고 실행한 주체가 밝혀지지 않고 나머지 설명들도 두루뭉실하게 넘기는 것은 단점으로 보이지도 않더군요. 하긴 어차피 이런류의 작품들 모두가 마찬가지기도 하니까.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게임' 부분만 좀 더 정교하고 설득력있게 짜 놓았더라면 '폐쇄형게임미스터리' 작품군 중에서도 단연 빛나는 존재가 되었을텐데 여러모로 아쉽네요.

2010/10/22

초록 캡슐의 수수께끼 - 존 딕슨 카 / 임경아 : 별점 3점

초록 캡슐의 수수께끼 - 6점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로크미디어

영국의 시골마을 소드버리 크로스에서 독이 든 초콜릿에 의한 독살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 해결을 돕기 위해 런던 경찰청의 엘리엇 형사가 수사에 합류한다. 그러나 엘리엇이 도착하자마자 마을의 지역 유지인 마커스 체스니가 가족, 친지가 보는 앞에서 독살된다. 마커스는 스스로 독살사건의 증명을 위한 퍼포먼스를 벌였던 것. 퍼포먼스로 빚어진 주요 용의자들의 확고한 알리바이 등으로 사건이 미궁에 빠지고 엘리엇은 기디온 펠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주의 : 스포일러 있습니다>

존 딕슨 카의 기디온 펠 박사 시리즈 장편입니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죠.

이 작품은 다른 존 딕슨 카 작품과는 다르게 굉장히 소품같은 느낌을 주고 별다른 역사나 전설, 괴담과 연관되지 않는 등 많은 부분에서 독특했습니다. 그 중 가장 독특했던 것은 피해자 마커스 체스니가 스스로 '퍼포먼스'를 벌인다는 것이겠죠. 이 퍼포먼스는 추리물의 맹점인 '가치없는 증언'이라는 요소를 이용하여 이중 삼중으로 꾸며진 일종의 추리쇼이기에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연극적인 느낌과 더불어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의 디테일을 가지고 목격자들이 서로 다른 증언을 하는 등 세세한 부분에서 잘 짜여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퍼포먼스 추리쇼가 작품의 핵심 트릭이기도 하고요. 아울러 이 퍼포먼스와 이어지는 질문-답변을 통해 심리학자 잉그람 교수가 보여주는 진지한 두뇌게임 역시 볼거였습니다.
또 기디온 펠 박사를 통해 작가가 설명하는 "독살"에 대한 진지한 고찰도 재미있었어요. 여러가지 사례들을 열거하며 독살범이 감수해야 할 세가지 위험요소, 즉 독살은 독을 넣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독살범은 독을 넣을 기회와 동기가 없다는 것을 납득시켜야 한다, 그리고 걸리지 않고 독을 입수하여야 한다 에서 도출되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방법 중에서 가장 도망가기 어려운 것이 독살이다' 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내용은 충분한 현학적 재미를 가져다 주거든요.

그러나 그 이외의 부분에서는 딕슨 카라는 작가에게서 기대했던 완벽한 추리소설과는 좀 거리가 있었습니다. 범인의 별다른 관여 없이 피해자가 주관한 퍼포먼스가 범인의 혐의를 가리는 역할을 한다는 우연과 운이 겹친 작위성이야 이 퍼포먼스가 중심인 작품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일단 범인이 소드버리 크로스에서 왜 무차별 독살 사건을 벌였는지에 대한 이유가 전무하다는 것이 가장 크죠. 범인의 진짜 목적은 마커스를 살해하는 것인데 왜 불필요한 사건을 벌여서 시골마을에 수사력을 집중시키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윌버를 가격하여 뇌진탕을 일으킨 것 역시 설득력이 약해요. 윌버가 죽지 않는다면 모든 진상을 고백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 그다지 치밀해 보이지 않더군요.
마지막으로 카메라로 촬영한 필름 트릭은 좀 억지가 강했어요. 과연 낮과 밤의 구분이 그렇게까지 모호했을까라는 의문은 둘째치고서라도 직접 목격한 주요 목격자가 2명이나 있는데 과연 리허설이 원래의 퍼포먼스와 완벽하게 동일했으리라고 확신하는 것은 무리잖아요. 뭔가 하나의 변수라도 생겼다면 이 트릭은 사용할 수 없는 트릭이라 역시 운으로밖에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해요. 용의자가 굉장히 한정된 상황에서 빚어지는 긴장을 다루는 솜씨도 대단하고 뻔한 상황을 노련하게 극복해나가는 전개 역시 거장답고요. 단점을 쭉 적기는 했지만 공정한 두뇌게임이라는 본격 추리소설로서의 기본 원칙에도 충실한 정통 퍼즐 미스터리로 추리적인 수준 역시 높은 편입니다. 단지 작가의 이름값에 비교한다면 전체적으로 작위성이 너무 지나치기에 아쉽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존 딕슨 카 작품 완독에 도전하기 위해 읽은 작품으로 다 읽고나서 완독이라고 좋아했더니 신작 <기묘한 사건, 사고 전담반>이 또 출간되었네요. 이 작품은 언제 읽는다냐....

<완독한 존 딕슨 카 작품 목록>

2010/10/20

디지털 노마드니 뭐니 말은 그럴싸 하지만...

 결국 낚시일 뿐 소비자는 디지털 베거, 디지털 봉에 불과한게 아닐까요?


몇년전만 해도 인터넷과 전화요금 묶어서 한 5만원이면 충분했던 요금이 지금은 IPTV다 스마트폰이다 뭐다 해서 이래저래 10만원 이상 필요해졌고 앞으로도 그 갭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늘어난 몫은 이통사 - 단말제조사의 몫이죠. 기술이 발전하고 다양한 환경을 즐길 수 있게 된 건 좋지만 그것에 적응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소비자는 디지털 속에서 가난해져 갈 뿐이네요.

2010/10/17

술래의 발소리 - 미치오 슈스케 / 김은모 : 별점 2.5점

술래의 발소리 - 6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북홀릭(bookholic)

요새 가장 뜨거운 작가 중 한명인 미치오 슈스케의 단편집입니다. 총 5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모든 단편에 'S' 라는 인물이 직,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여러가지 설정이 묘하게 공유되는 느낌을 주는 것이 특이합니다. 어떻게 보면 연작집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말이죠.

또한 전체적인 분위기는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환상특급>류의 '기묘한 맛' 분위기가 많이 느껴지더군요. 리처드 매드슨 느낌이 좀 난달까요? 모든 작품이 기본적으로는 '범죄'를 모티브로 하고 있긴 한데 설정이나 상황, 등장인물들의 묘사가 좀 비현실적이고 비일상적으로 표현되기에 더더욱 그런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작품마다 편차가 좀 있고 기묘한 설정과 잔인한 현실의 조합이라는 작가 특유의 맛이 잘 살아있지 않은 것은 살짝 아쉽네요. 아무래도 작품들이 너무 짧고 실험적인 방식의 전개가 많은 탓도 크겠죠. 미치오 슈스케라는 작가를 한껏 느끼기에는 아무래도 장편이 더 낫다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약간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1. 방울벌레
대학시절 내가 묻었던 S의 시체가 발견된다. S는 내가 좋아했던 쿄코와 사귀지만 다른 여자와 양다리를 걸쳐 나를 분노케 했었는데...
제목의 '방울벌레'가 '나'에게 과거의 범죄와 얽힌 불쾌한 기억을 불러오는 촉매제가 된다는 작품으로 반전이 약간 있기는 하지만 그냥저냥한 평작이라 생각되네요. 기본적인 설정과 분위기가 너무 뻔했거든요. 별점은 2점입니다.

2. 짐승
뒤떨어지는 지능으로 집안에서 왕따를 당하는 '나'는 우연찮게 부서진 의자 다리에서 과거 'S'라는 인물이 저지른 흉악한 사건을 알게되어 그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기 위한 조사에 착수한다.
일종의 '유서'를 통해 과거 가족을 학살한 끔찍한 범죄의 진상을 알아낸다는 작품으로 미치오 슈스케라는 작가의 이름값에 어울리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현실과 과거 사건과의 연결도 좋았지만 '진상' 자체가 상당히 놀라왔거든요. 어떻게보면 AV에서 봄직한 내용이기는 한데 설득력있는 전개로 작품에 잘 녹여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결말은 좀 뻔하지 않았나 싶긴 하네요. 작가가 주인공을 최후의 순간까지 궁지로 몰아넣는 전개를 즐기는 것은 알고 있지만 뒷끝이 씁쓸했어요. 맛있는 껍질 뒤에 씁쓸한 알맹이가 들어있는 당의정같은 작품이랄까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고싶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3. 요이기츠네
'나'는 20년전 불량한 친구 'S'의 강압적인 요구로 성폭행 - 살인사건에 가담했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뒤, 사건이 있었던 축제에 취재차 다시 방문하는데...
20년전 사건이 순환되는 구조가 독특한 단편입니다. 몽환적이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전개가 좋기는한데 그 외의 특기할 부분은 없는 평작입니다. 별점은 2점.

4. 통에 담긴 글자
'나'는 빈집털이범을 통해 우연히 내가 데뷰하게 된 작품을 처음 쓴 친구 'S'에 대해 알게된다.
도작에서 시작해서 연이은 범죄가 한꺼풀씩 벗겨지는 전개는 <도착의 론도>를 연상케합니다. 별다른 트릭이 쓰이지는 않았으며 결말부까지 일직선으로 달려가기에 특별한 점은 없지만 '도작'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더불어 범죄 자체의 표현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 하지만 진짜 진상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는 것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단순히 '재미가 없어서?'는 설득력이 약하죠. 별점은 2.5점입니다.

5. 겨울의 술래
'나'는 부유한 사장의 딸이었지만 화재로 인해 모든 것을 잃게 된 뒤 사랑하는 'S'와 함께 조용히 살아간다.
1인칭 일기로 전개되는 작품으로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구조가 독특했습니다. <메멘토>스러운 느낌이랄까요. 결말의 진상 - 반전도 상당히 좋았고요. 그러나 '술래의 발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속시원히 알려주지 않는 것은 좀 찜찜했습니다. 깔끔한 맛이 부족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6. 악의의 얼굴
'나'는 학교에서 나를 괴롭히는 'S'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우연히 만난 한 아주머니에게서 '감정과 사물을 담아가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기묘한 맛' 느낌이 가장 강한 이색 단편입니다. 모든 사물과 감정까지 담을 수 있는 그림이라는 아이디어도 독특하지만 이 아이디어를 현실과 결부시켜가는 전개가 일품이더군요. 결말 부분의 반전까지도 충분히 설득력있게 이어지고요. 작가의 특기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전개가 너무 뻔하고 작위적이며 'S'의 행동변화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기에 약간 감점하여 별점은 3점입니다.

2010/10/16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 미쓰다 신조 / 권영주 : 별점 3점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 6점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비채
- 이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전후 일본, 오쿠다마 깊은 곳에 위치한 히메카미 촌을 지배하는 히가미가는 '아오히메' 전승에서 비롯된 저주로 아들들이 일찍 죽어왔다. 아들 조주로와 딸 히메코 쌍둥이가 태어난 십삼년째 밤, 무사를 바라는 ‘십삼야 참배’ 의식이 진행되던 도중 히메코가 시체로 발견되고, 그로부터 10여년이 흘러 장성한 조주로가 아내를 맞기위한 혼담 모임을 여는 날 신부후보 마리코와 조주로가 목없는 사체로 발견된다.

야구가 끝나니 (최소한 제게는 끝났습니다) 이제서야 겨우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 미쓰다 신조의 대표작으로 그야말로 정통 일본 본격 미스터리의 맥을 잇고 있는 작품입니다. 작가 이름과 탐정역의 캐릭터만 제외한다면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이 물씬 나거든요. 2차대전 직전부터 시작하여 한 시골지방을 지배하는 가문 안의 암투와 이해할 수 없는 증오, 그리고 그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저주와 그 저주와 관련하여 기이한 연쇄 살인사건이 10년을 주기로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기이한 콩가루집안 + 정체를 알 수 없는 저주 + 저주와 연관된 연쇄 살인사건이라는 3종 세트가 모두 모인 격이죠.

그리고 전개 방식도 특이해서 동네 주민이자 추리소설가이기도 한 히메노모리 묘겐이 잡지에 연재하는 소설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형식은 다르지만 얼마전 읽었던 <시체를 사는 남자>와도 좀 비슷하네요. 현대에 정통 본격물의 스타일을 부활시켰다는 점도 그러하고요.

그러나 정통 본격물로서는 기대에 못 미친 부분도 있습니다.
일단 첫번째 사건, 즉 십삼야 밤의 히메코 살인사건은 가장 중요했던 요키타카의 증언을 애매하게 처리한 것이 사건 해결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공정하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고 두번째 사건인 혼사 모임에서의 마리코 - 조주로 살인사건 역시 '마리코'의 얼굴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목격하고 보았는데 어떻게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는지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게 아쉬웠습니다. 한마디로 본격 추리물에서는 지양해야 할 '변장'을 극대화한 트릭이기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어요.

아울러 너무 아오히메 전승과 연관시키려 '목없는 사체'에 집착한 듯한 느낌을 준 것도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차라리 불을 지르던가 하는게 더 현실적이지 않았을까 싶은데 말이죠. 또 범인의 즉흥적인 발상이 앞뒤가 딱딱 맞아들어갈 정도로 치밀하게 진행되었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졌어요. 운이 좋은 것도 정도가 있어야죠! 이러한 창작방식이 작가의 특기라고는 하지만 이래서야 너무 억지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방대한 작품 곳곳에 단서를 녹여놓았다는 것, 심지어 잡지 연재물의 특성을 빌린 '막간' 이라는 부분에서 핵심적인 단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괜찮았으며 마지막 진상이 밝혀지는 부분에서 계속해서 펼쳐지는 반전과 여운을 남기는 결말은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일본 정통 본격물을 좋아라 하기도 하고 형식도 독특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핵심 트릭만 조금 더 설득력이 있었으면 굉장한 작품이 되었을텐데 아깝네요.

2010/10/15

신의 퀴즈 Episode 1 : Case 1 : 드라큘라의 비극

 


OCN에서 자체 제작한 작품입니다. 국내 최초의 메디컬 범죄 수사극을 표방하고 있죠. 1화가 방영되었습니다.

하지만 구태여 찾아본 느낌은 좀 많이 아니었습니다. '메디컬 범죄 수사극' 을 표방하기에는 의학적인 부분과 추리적인 부분 모두 함량 미달이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1화는 '드라큘라' 처럼 보이는, 긴 송곳니와 햇볕에 약한 피부를 지닌 사람의 추락사를 다루고 있는데 이러한 증상이 실제로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흡혈귀, 드라큐라, 병 이라는 검색어만 입력해도 곧바로 '포르피리아(porphyria)' 라는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자 천재라는 한진우 (류덕환)는 피해자의 증상이 뭔지 알아내는데 상당한 시간을 소비합니다. 얘가 천재 맞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게다가 이 병 자체가 사건에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은 없습니다. 단지 병을 앓고 있던 환자가 죽은 것 뿐으로 곁가지 설정에 지나지 않거든요. 차라리 범인들이 피해자의 증상을 알아낸 뒤 '비닐하우스' 같은데 가둬놓고 쪄죽인다던가 하는 식으로 풀어나갔어야 하지 않을까요? 또 사건에 있어서 결정적 증거 없이 증언과 뒤이은 자백에만 의지한다는 것은 추리물로 보기에는 힘들었습니다. '메디컬 범죄 수사극?' 어림도 없죠.

한진우의 "이놈의 나라는 삽질때문에 망한다니까" 라던가 "네가 바로 범인이야! 명탐정 코난에서 보고 꼭 해보고 싶었어요" 같은 대사 등 재미난 부분도 있고 국내에서 보기 힘든 장르물임에는 분명하지만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2010/10/13

플레이오프 5차전. 선수분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플레이오프 4차전 단평 및 5차전 바램

6-5 두산 패 ㅠㅠ


패인 :
그딴거 없음. 신이 삼성에게 이기라고 하셨음.

단평 :
오늘 경기를 비롯한 이번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는 제가 원년부터 야구를 관전하면서 보아온 승부를 통틀어 가장 멋진 경기였습니다.

감독님을 비롯한 선수단 모두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가 베어스 팬인게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히메네스 선수 : 오늘 손에 이상만 없었어도 MVP확정이었을텐데... 내년에도 두산에서 봐요!
왈론드 선수 : 시즌 중 욕해서 미안해요. 내년에도 두산에서 봐요! (2)
이현승 선수 : 시즌 중 욕해서 미안해요 (2) 내년에 군대 안가면 선발진에서 잘해주세요!
김선우 선수 : 건강한 몸으로 에이스 한 축을 맡아 주시길
고창성 선수 : 푹 쉬세요.
정재훈 선수 : 괜찮아요. 다 그럴 때가 있죠. 내년 시즌 보다 멋진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임태훈 선수 : 태훈아. 형이 격하게 아낀다. 군대가서 쉬면서 건강이나 빨리 회복해줘!

정수빈 선수 : 형이 너의 멋진 모습 잘 봤다. 내년에는 너가 1번이야!
오재원 선수 : 아시안게임은 아깝지만 언제 어디서나 좋은 모습 기대할께요.
이종욱 선수 : 이번 가을은 종욱 선수 때문에 더욱 행복했습니다.
김동주 선수 : 미친 존재감! 내년에는 부상만 당하지 마시길.
최준석 선수 : 아시안게임은 아깝지만 언제 어디서나 좋은 모습 기대할께요. (2)
김현수 선수 : 큰 경기 징크스만 깨줘~ 제발~
임재철 선수 : 재철 선수의 제철은 가을이라는 것을 다시 알았네요. 내년에도 화이팅입니다.
손시헌 선수 : 괜찮아요. 당신은 국가대표 No.1 유격수입니다.
이원석 선수 : 아시안게임은 아깝지만 언제 어디서나 좋은 모습 기대할께요. (3)
양의지 선수 : 2010 신인왕! 내년에는 보다 업그레이드 된 모습 기대할께~!
용덕한 선수 : 당신은 백업이 아닙니다. 주인공이었어요.

그외 모든 선수들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제게 2010 프로야구 시즌은 끝났네요. 그래도 너무 멋진 경기를 봐서 여한이 없습니다. 두산 선수단 모두 푹 쉬시고 내년에 보다 멋진 모습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화이팅!

2010/10/12

플레이오프 4차전 단평 및 5차전 바램

 


플레이오프 3차전 단평 및 4차전 바램

8-7 두산 패 ㅠㅠ


패인 :
1. 홍상삼 선수 (선수라는 말을 붙이기도 힘들 정도의) 의 어처구니 없는 송구
2. 기본을 망각한 김선우 - 양의지 선수 배터리
3. 애시당초 김선우 선수를 왜 등판시켰는지 알 수 없었음

단평 :
타선은 역시나 명불허전. 잘 했습니다. 7-2 5점차의 점수를 삼성 불펜진 상대로 뒤집는 모습은 내년 시즌을 보다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고 말이죠. 삼성 불펜진의 권오준 - 정현욱 선수에 이어 안지만 선수까지 무너트려 차우찬 - 배영수 선수까지 나오게 만든 것도 좋았어요. 7회 찬스에서 안타 하나로 9-7까지 벌렸더라면 좋았을 것 같지만 그것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니 어쩔 수 없겠죠. 어쨌건 김현수 선수까지 안타를 쳐 주는 등 타자들은 정말 할거 다 했습니다.

그러나 4점을 내준 빌미가 된 홍상삼 선수의 어처구니 없는 번트 송구 에러는 눈뜨고 봐 주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김선우 선수의 늦은 1루 커버 (그래도 최준석 선수가 아웃 시켰다고 봤습니다만)에 이은 양의지 선수의 패스트볼과 와일드 피치 2개도 컸어요. 양의지 선수가 한개만 막아 주었더라도 두산이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라 더욱 아쉽네요. 포수가 용덕한 선수였다면 좋았을 것을...
이럴바에야 차라리 김성배 선수가 선발이었더라면, 성영훈 선수가 선발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어설픈 투수진의 방심이 부른 패배이기에 아깝지만 두산의 타선과 수비가 건재하다는 것은 확인했기에 5차전에서 힘을 내 주었으면 합니다.

어제의 베스트 플레이어는 고비마다 안타를 작렬하여 추격의 발판을 만든 두목곰 김동주 선수를, 워스트 플레이어는 홍상삼 선수를 꼽겠습니다.

5차전 바램 :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뒤가 없는 게임이 됐으니 무조건 이겨야죠. 히메네스 - 차우찬이라는 에이스 맞대결인데 히메네스 선수가 6이닝 정도를 2실점으로 막아준다면 해볼만 할 것 같아요. 어제 계투진 페이스로 판단한다면 김성배 - 성영훈 - 이현승 - 고창성 - 왈론드 - 임태훈 선수라면 3이닝 2실점 이내로 막아줄 수 있겠죠. 반면 삼성은 권오준 - 정현욱 - 안지만 선수가 좋지 않아서 롱 릴리프로 배영수 선수를 또 쓸 확률이 높은데 배영수 선수의 문제는 체력인 탓에 2이닝 이상은 힘들어 보이거든요.

때문에 두산이 6회까지 2-2나 3-2 정도로 비등하거나 앞서간다면 두산 타선이 분위기를 탄 것은 확실한 만큼 결국 6-4 정도로 이기지 않을까 예상, 아니 바래봅니다.

덧붙이자면 져도 상관없어요. 이기면 더욱 좋겠지만 정말 할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지더라도 최소한의 바램이었던 삼성에 데미지 입히기는 성공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완벽하게 수행해 주기도 했으니까요. 지더라도 올 시즌 가을잔치는 제 기억 속에 명승부로 영원히 남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기자! 올인 V4 허슬~두!!!!

2010/10/10

플레이오프 3차전 단평 및 4차전 바램

 


플레이오프 2차전 단평 및 3차전 예상

9-8 두산 승!!!!


승인 :
1. 무너진 삼성 중간계투
2. 선동렬 감독의 이해하기 어려웠던 마지막 투수 교체

단평 :
아 이런 경기를 이기나요? 정말 대단합니다. 선발 김선우 선수가 2회를 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지만 타선이 삼성의 장원삼 선수를 비롯한 이어진 중간계투 모두를 두들기며 6-4로 역전 시킨 것이 일단 좋았습니다. 플레이오프에서 이기려면 삼성 중간계투를 어떻게든 이겨내었어야 하는데 타선이 오늘 권오준 - 정현욱 - 권혁 선수 모두에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만큼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투수진에서도 김선우 선수 이후 등판한 두 좌완투수 이현승 - 왈론드 선수가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틀어막았고요.

그러나 정재훈 선수가 또 홈런을 허용하고 고창성 선수마저 박한이 선수에게 동점을 허용하는 등 역시 8회 이후 또 동점을 허용하여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이후 임태훈 선수가 불을 잘 끄는 동안 맞이한 9회말 찬스에서 끝내지 못하여 분위기는 완전히 삼성으로 넘어갔고 말이죠. 사실 전 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8-6으로 역전당한 연장 11회에 대거 3점을 뽑아내며 기어코 승리를 거두고야 말았습니다. 여기서 두산 팬이지만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 정인욱 선수가 이종욱 선수에게 안타 허용 이후 김동주 선수에게마저 볼넷을 주어 위기를 자초한 상황에서 왜 투수교체를 하지 않았느냐는 것입니다. 덕분에 이긴 것 같아 두산 팬으로서는 고맙지만요. (강봉규 선수 대신 양준혁 선수가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도 들지 않았을까요?)

오늘의 MVP는 타선도 고루고루 잘 했지만 중간에서 3.2이닝을 거의 완벽하게 막아준 왈느님을 꼽고 싶네요.

덧붙여 오늘의 역적은 김현수 선수입니다. 두번의 찬스에서 한번만 쳐 줬어도 두산이 쉽게 이길 수 있었을텐데... 도대체 언제 살아나려나...

4차전 예상 :
두산의 중간계투는 방전을 넘어서 탈진 상태에 이르렀지만 오늘 삼성 역시 계투진이 좀 무리한 편이죠. 삼성도 타선이 상승세라 불안하기는 하지만 홍상삼 선수가 4이닝 정도만 잘 막아준다면, 또 오늘 등판했던 김성배 선수의 공이 좋아보였는데 중간에서 한 3이닝 정도만 막아주면 해볼만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타선은 좋았던만큼 기대가 되네요. 물론 김현수 선수의 기용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가 관건이겠지만요.

예상이 계속 틀려 바램을 적자면 두산이 11-6 정도로 이기면 좋겠습니다. 이왕 여기까지 온거 내일 끝내고 하루라도 더 쉬었으면 합니다.

뭐 오늘 경기를 이긴 것 만으로도 여한은 없습니다. 올인V4 파이팅 허슬~두!

2010/10/09

플레이오프 2차전 단평 및 3차전 예상

 


플레이오프 1차전 단평 및 2차전 예상

4-3 두산 승!!!!


승인 :
1. 7이닝 무실점 에이스 히메네스! 오늘의 MOM!
2. 두산의 4번타자 김동주!
3. 이종욱 선수의 미친 주루
4. 임태훈! 임태훈! 임태훈!

단평 :
7회까지는 정말 완벽한 경기였습니다. 히메네스 선수의 완벽 쾌투와 오재원 선수, 정수빈 선수 등의 호수비가 어우러져 삼성 타선을 틀어막았으며 타선 역시 찬스 때의 적시타로 4득점을 지원해 주었으니까요.8회 왈론드 선수의 1실점, 그리고 연이은 고창성 선수의 투입은 아쉬웠지만 뭐 괜찮았어요.

문제는 9회! 이현승 선수의 제구력도 좋았는데 불구하고 고영민 선수의 어처구니 없는 수비 실책으로 위기를 자초했고 결국 임태훈 선수가 어렵게 불을 꺼서 겨우 이길 수 있었습니다. 고영민 선수는 정말 답답하네요. 타격을 기대하기 어려워 대수비 요원으로 활용하는데 그나마의 수비도 실수를 하면 어쩌란 건지 모르겠어요.

그나마 임태훈 선수의 구위가 좋았을 때를 연상케 한 것은 큰 소득으로 앞으로 두산의 헐거운 뒷문을 잘 막아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기네요. 아울러 감독님의 양의지 선수를 마지막 상황까지 교체하지 않고 둔 것 역시 선수의 성장과 용덕한 선수의 체력 안배 등 차후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3차전 예상 :
2차전을 졌으면 완전히 게임이 넘어갔을텐데 어쨌거나 이겨서 분위기는 좀 탄 듯 싶네요. 두산의 강점인 응집력, 끈기, 주루와 수비가 발휘되는 느낌도 들고요.

선발 김선우 선수가 준플레이오프와 같은 활약을 해 줘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긴 하나 플레이오프 1차전과 같이 김현수 - 이성렬 선수 대신 우타자를 선발 출전 시키는 라인업으로 승부를 건다면 좌투수 장원삼 선수 상대로 괜찮은 결과를 낼 수 있으리라 보이기에 두산이 6-4로 이기는 쪽에 걸겠습니다. 이정도 되니까 욕심이 생기기도 하고요.

내일까지 어떻게 기다리죠? 아... 게임이 기대됩니다!

2010/10/08

시체를 사는 남자 - 우타노 쇼고 / 김성기 : 별점 3점

 

시체를 사는 남자 - 6점
우타노 쇼고 지음, 김성기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몽환>시리즈로 굴지의 명성을 얻었으나 더 이상 작품을 쓰지 못해 절필을 선언한 추리작가 호소미 다쓰토키는 잡지 <월간 신소설>에 연재된 작품 <백골귀>를 읽고 묘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백골귀>는 에도가와 란포를 주인공으로 하여 란포가 말려든 시라하마 삼단벽에서의 괴이한 자살사건을 친구 하기와라 사쿠타로와 함께 해결해 나가는 3부작 연재 소설.

<백골귀>의 작가 니시자키 가즈야는 호소미 다쓰토키와 만난 뒤 작품에 원전이 되는 사건에 대해 경찰출신인 외할아버지의 유품을 통해 알게되어 작품을 창작했다는 것을 털어놓고, 호소미 다쓰토키는 작품의 저작권을 자신에게 줄 것을 그에게 요청하는데...


이 작품은 작품 내부에 <백골귀>라는 소설이 포함되어 전개되는, 이른바 액자소설의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에도가와 란포 풍의 30년대 분위기 물씬 나는 <백골귀>가 잡지에 한번 연재되는 분량 (총 3회) 사이사이에 현 시점 (1990년)에서 그 소설을 접한 추리소설 작가 호소미 다쓰토키의 이야기가 겹쳐져서 하나의 완성된 결말을 이루는 구조죠. <백골귀>의 비중이 굉장히 큰 편이라 액자소설이라고 하기는 좀 어려울 수도 있는데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오히려 여러가지 면에서 전형적인 액자소설을 깬 작품이기도 합니다.

<백골귀>는 앞선 줄거리에서 이야기했듯이 30년대를 무대로 에도가와 란포와 란포의 친구로 알려진 시인 하기와라 사쿠타로가 등장해서 시라하마의 '삼단벽' 에서 발생한 자살사건에 관련된 진상을 추적하는 이야기입니다. 탐정역을 하기와라 사쿠타로가 소화하고 있으며 란포는 일본 추리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심약한 조력자'역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일단 30년대 란포의 작품과 유사한 분위기로 끌고나가려 노력한 티가 물씬 납니다. 시대적인 배경을 잘 살리기도 했지만 대단치 않아 보이는 요소들을 '괴이'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묘사들이 특히 그러하죠. 소제목들을 란포 작품에서 빌려오는 등 작품 내부에서 란포의 작품을 여러모로 인용하는 것도 인상적이고 말이죠.
그러나 단순한 분위기와 캐릭터 차용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추리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도 준수한 편입니다.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열쇠가 되는 증거가 앞부분에 공정하게 단서로 제공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복선이 깔려있으며 이러한 장치에 의한 반전도 괜찮으니까요.

그러나 왜 살해했는지에 대한 동기가 단순한 분노라는 조금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점, 반전에 이르는 과정 중 중요한 요소가 '쌍둥이'형제'라는 설정에서 기인하는 뻔한 것이었다는 등의 몇가지 단점 때문에 <백골귀>만 놓고 보면 평균 이상의 점수를 주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때문에 액자소설의 형식을 빌려 삽입된 현재의 호소미 다쓰토키의 이야기가 필요한 것이죠. <백골귀>라는 작품과 현재의 호소미 다쓰토키에 얽힌 이야기의 결말, 진짜 반전까지 들어간 최종 결말이 삽입됨으로써 작품의 재미와 수준이 함께 올라가거든요. 앞서 이야기한 '동기'와 '뻔한 설정'의 한계를 결국 극복하지는 못하나 우타노 쇼고라는 작가의 특기이기도 한 충분히 설득력있으면서도 독자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뒤통수를 치는 듯한 느낌이 아주 좋았습니다.

한마디로 액자소설의 새로운 형식을 보여준 것이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30년대 분위기의 작품들도 아주 좋아하기에 이 작품으로만 끝내지말고 에도가와 란포가 등장하는 작품을 계속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기도 하네요.

덧붙이자면, 역자도 해설에 첨부하였지만 다 읽고나서도 제목이 왜 <시체를 사는 남자> 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시체는 <백골귀>라는 작품을 은유하는 것인지, 아니면 역자의 애너그램 풀이처럼 제목에 과거를 그리워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지 아리송합니다.

아이패드용 전자책 <우주전쟁>

아이패드용 전자책 <우주전쟁>입니다. 독특한 인터페이스로 사용자가 즐기면서 읽을 수 있게 만들었더군요.

과거 국내에서 플래시 기반 영화 사이트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아이디어들이기는 한데 재미요소로 끝나지 않고 책의 내용과 잘 녹여서 가치있는 하나의 콘텐츠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도록 잘 만들었습니다. 이젠 '전자책'의 개념도 멀티미디어와 인터랙티브가 조화된 쪽으로 바뀔 것 같네요. 정말 세상이 변하는게 실감납니다.

아무래도 장르소설이 잘 어울릴 것 같은 방식인데 김용 선생님의 작품이 이런 방식으로 제작된다면 좋겠네요.

플레이오프 1차전 단평 및 2차전 예상

 


준플레이오프 5차전 단평 및 플레이오프 1차전 예상

6-5 두산 패 ㅠ.ㅠ


패인 :
1. 박한이
2. 이용찬 ㄱㅅㄲ

단평 :
생각보다 좋은 경기를 했습니다. 8회까지는 3점차로 앞서 나갔고 삼성 최강 불펜진도 모두 끌어냈죠. 투수진도 계속 출루를 허용했지만 어쨌건 잘 막아준 편이고요. 딱 한명, 박한이 선수를 막지 못한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아무개가 있었다면 이길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홍상삼 선수를 일찍 내린 것과 모든 필승 불펜진이 총 동원된 것, 거기에 정재훈 선수에게 너무 큰 부담이 간게 아쉽긴하고 이로써 이번 플레이오프의 승기가 넘어간 느낌이지만 지치고 힘든 와중에서도 두산다운 끈끈함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팬으로서는 기쁩니다. 최소한의 목표, 즉 '삼성에게 데미지는 입힌다' 는 성공할 것 같거든요. SK는 좋겠어요.

딱 한가지, 만약 포수가 용덕한 선수였다면 홈런을 허용했을까요? 정재훈 선수의 승부구가 양의지 선수가 포수 마스크를 썼을 때 더 잘 노출되는 느낌입니다만.

2차전 예상 :
나흘 쉰 히메네스 선수가 선발 등판합니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의 김선우 선수처럼 히메네스 선수도 최소 6이닝 이상을 2실점 정도로 막아주어야 하는 상황. 어렵긴 하지만 히메네스 선수에게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는데 잘 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김현수 선수가 정상 가동되고 되살아난 최준석 - 김동주 선수와 클린업을 형성한다면 해볼만 한 경기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단, 선발도 선발이지만 삼성의 자랑인 불펜진이 한번정도 무너져 줘야 하는데 그 시점이 중요하겠죠. 그게 오늘 경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두산이 이긴다면 8-4 스코어 예상합니다. 어차피 누군가 무너져야 이길 수 있는 경기, 무너진다면 대량 득점을 예상하기 때문이죠. 오늘도 양팀 모두 멋진 경기 기원합니다. 파이팅!

2010/10/05

준플레이오프 5차전 단평 및 플레이오프 1차전 예상

 


준플레이오프 4차전 단평, 5차전 바램

11-4 두산 승!!!!! 두산 전무후무한 2연패 뒤 리버스스윕으로 플레이오프 진출!!!!

승인 :
1. 상-하위 타선 폭발
2. 김선우 선수의 5이닝 역투
3. 롯데의 수비 불안 및 타선 침체

단평 :
두산이 해냈습니다! 오늘 경기는 사실 두산이 잘한 것도 있지만 롯데의 약점이 적시에 터져나오며 두산이 쉽게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롯데의 약점으로 항상 지적되었던 수비불안 - 중간계투진의 열세가 극단적으로 드러났거든요.

또 두산의 김경문 감독은 믿음의 야구라는 신조를 깨고 이성렬 선수와 양의지 선수를 배재하고 새로운 선수를 기용하는 라인업을 선보였고 4차전, 5차전에서 용덕한 선수가 미친 활약을 해 주는 등 라인업의 변화가 제대로 맞아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누구 하나 미치면 쉽게 가는게 단기전인데 그 역할을 기대하지도 않았던 용덕한 선수가 해 줬죠. 결국 준플레이오프 MVP까지 거머쥐었습니다! (이종욱 선수가 좀 아깝겠어요)
반면 로이스터 감독은 극도로 부진했던 홍성흔 - 가르시아 선수를 끝까지 기용한 것이 실패해서 결국 시리즈를 내 주고 만 것 같습니다. 4차전의 3번의 만루찬스, 오늘 3회초의 만루 찬스 등에서 단 한번의 자력 득점을 얻지 못한 것이 너무 컸어요. 전준우 선수의 주루사도 아까왔고요.

아울러 왈론갑의 놀라운 활약도 대단했습니다. 특히 6회 위기에서 가르시아 - 전준우 선수를 막아낸 것이 승리의 분수령이었죠. 만약 한명이라도 살아나가서 강민호 선수까지 이어졌더라면, 그래서 강민호 선수의 홈런이 만루 홈런이나 쓰리런 홈런으로 바뀌었다면 분위기는 다시 롯데가 잡아갈 수 있었는데 말이죠.

어쨌건 팬으로서도 믿지 못할 놀라운 결과라 기쁘기만 합니다. 3차전부터 제가 원했던 '두산'의 모습이 돌아온 것도 기쁘고요. 투수진을 끝까지 짜내는 등 5차전까지 치루며 소모가 심했지만 앞으로의 플레이오프는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그냥 즐길 생각입니다. 아 정말 아름다운 밤이네요.

플레이오프 1차전 예상 :
푹 쉰 삼성 대 짜내기를 거듭한 두산. 누가봐도 삼성의 우위죠. 삼성 좌완 선발진에게 두산 타선이 시즌내내 막히기도 했었고요. 그러나 타선은 두산도 살아나는 분위기이에 해볼만 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선발인데 이왕 이렇게 된거 1차전은 버리더라도 주력 투수를 아껴서 2차전 이후를 대비하는 것이 좋겠죠. 손빈이 이야기했잖아요? 상대의 가장 강한 말에게는 나의 가장 약한 말을 붙이라고. 때문에 1차전 선발은 홍상삼 선수나 김성배 선수를 투입해서 되도록 오래 끌고갔으면 합니다. 상대 기를 너무 살려줄 필요는 없으니 롱맨의 역할이 중요할 테고요.

일단은 큰 기대를 하기는 힘들겠죠. 두산이 6-4 정도로 패배할 것 같습니다. 지더라도 다음 경기를 대비할 수 있는 나름의 수확을 얻기를 희망합니다.

덧 :
이용찬 선수가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더군요. 왠만하면 안 썼으면 했는데 아쉽네요.

UI의 미래에 대한 소고

 이직을 결심하고 직장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하던게 하던거라 단말 UI 쪽을 알아보고 있는데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답답해지네요.

과거 단말기들은 임베디드 형태로 개발되었기에 자체적인 UI와 GUI를 갖출 수 있었지만 지금부터, 그리고 앞으로는 그러한 시장 자체가 사라질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 될 수록 소형 단말기는 점점 사라져 갈 테니 말이죠.

또한 스마트폰 역시 구글과 애플이 OS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기기마다 자체 UI와 GUI를 가져간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죠. 앱들은 게임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OS에서 제공하는 기본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르면 될 테니 딱히 UI와 GUI를 새롭게 구현할 필요도 사실상 없잖아요. 위젯 형태나 자체 GUI로 껍데기를 씌운 스마트폰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단지 진입 경로 최 상단에 놓인 일종의 포장지일 뿐 결국 핵심 요소는 건드리지도 못하고 변경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마트 TV 등 가전 쪽으로도 해당 OS가 진출할 경우 역시 자체 UI와 GUI를 가져갈 이유는 사실상 없죠. 다 구축된 플랫폼에 손을 댈 필요도 없고, 대기도 쉽지 않을테니까요.

단말 UI의 영역은 단기적으로야 임베디드 형태로 제공되는 일부 단말에서 살아남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제조사조차 OS 포팅 이외의 작업을 거의 하지 못하는, 쉽게 이야기하자면 현재의 PC나 노트북 형태의 비즈니스로 흘러갈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일부 자체 어플리케이션을 제외하고는 작업할게 별로 없을테고, 자체 어플리케이션은 OS 가이드와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업계의 기본 Rule을 따라갈 테니 작업량은 현재에 비하면 극단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좀 획기적인 솔루션이나 프로그램이라면 여지가 있겠지만 전체적인 시장의 파이는 확실히 줄겠죠.

써놓고 보니 암울하네요. 'UI가 미래다' 어쩌구 하는 이야기들이 화두가 된지 몇년 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단말 시장은 UI를 쉽게 건드릴 수 조차 없는 곳으로 흘러갔으니까요. UI와 GUI가 화두가 된 지 10년도 안됐는데 시장이 이렇게까지 급변하니 적응하기 어렵군요. 다른 먹거리를 찾아봐야되나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겠습니다...

2010/10/04

준플레이오프 4차전 단평, 5차전 바램

 

준플레이오프 3차전 단평 및 4차전 예상

11-4 두산 승!!!!!

승인 :
1. 오재원 - 손시헌 - 용덕한 등의 미친듯한 호수비
2. 투수교체 및 대타 작전 적중!
3. 롯데 중심타선 부진

단평 :
2:2 승부의 균형을 맞췄기에 팬으로서는 기쁘네요. 아.... 이제 져도 여한이 없습니다. 또 드디어 두산의 야구를 봤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어떻게든 한베이스를 더 가려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 KBO 최고 수준의 수비, 찬스때와 투아웃 이후 더욱 집중하는 타선 등 두산의 모습을 본 것 같아 너무 기쁩니다. 9회초의 대량 득점은 예상도 못했는데 말이죠.

또한 임태훈 선수도 어려운 상황에서 생각보다 길게 버텨주었고 정재훈 선수도 어떻게든 막아주는 등 투수진의 노력도 빛났죠. 무엇보다도 4차전 MVP이기도 한 용덕한 선수의 활약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여전히 뛰어난 블로킹은 물론 3안타나 쳐주며 공격의 물꼬를 트고 타점까지 올려주는 등 어제만큼은 강민호 선수가 부럽지 않더군요.

사실 두산의 수비가 대단하기도 했지만 롯데 중심타선, 특히 이대호 - 홍성흔 선수의 부진으로 얻은 승리라 아주 개운하지는 않네요. 롯데의 잔루가 많았다는 것은 두산이 그만큼 찬스를 많이 내 주었다는 이야기이고 그만큼 투수진 상태가 메롱이었으니 말이죠. 고창성 선수는 정말 좀 쉬었으면 하는데 앞으로 경기운영이 어떻게 될지 걱정되네요.

5차전 바램 :
예상이 큰 차이로 깨지고 있기에 예상보다는 바램을 적어봅니다.일단 두산의 모습이 돌아온 이상 투수진은 암담하지만 5차전도 좋은 경기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김선우 선수의 호투, 약 6이닝 2실점 정도의 투구와 이후 3이닝을 왈론드 - 이현승 선수로 끝내주기를 바랍니다. 타자들도 이종욱 선수가 불타고 있고 이원석, 임재철 선수도 좋은 만큼 5점 정도를 초반에 뽑아주어 좀 편하게 가기를 바라고요.

7-3 정도로 두산이 이기기를 바랍니다. 앞서 말했듯 올만큼 왔으니 이제는 져도 여한은 없을 것 같네요. 어차피 이겨봤자 플레이오프가서 시궁창 될게 뻔한지라....... 그래도 두 팀 모두 멋진 경기 기원합니다. 파이팅!

2010/10/03

하드보일드 에그 - 오기와라 히로시 / 서혜영 : 별점 3점

하드보일드 에그 - 6점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작가정신

모가미 슌페이는 챈들러의 필립 말로우에 심취하여 탐정이 된 33살의 독신남이다. 위험한 범죄수사를 마다하지 않는 터프한 사립탐정을 꿈꾸지만 업무의 80%가 동물관련 업무. 지루한 삶을 타개하기 위해 비서를 뽑았지만 80세는 되어 보이는 할머니 아야가 자신이 채용되었다 우기며 모가미의 탐정 업무에 끼어든다...

<벽장속의 치요>로 접했던 오기와라 히로시의 장편입니다. 이전에 한 일본 잡지에서 오기와라 히로시의 장편에 대한 평이 좋았던 것이 기억나 구해 읽게 되었네요.

이 작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모가미 슌페이의 하드보일드를 추구하는 얼치기 삶과 아야 할머니와의 티격태격, 동물 찾기가 펼쳐지는 전반부와 모가미의 친구이기도 한 가츠유키의 장인을 살해한 개를 찾고 그 진상을 밝혀내는 후반부로 말이죠. 전반부가 '하드보일드를 추구하지만 어설픈 주인공', '80세는 되어보임직한 정체불명의 파트너 아야 할머니와의 티격태격' 이라는 요소로 유머스러운 부분이 강하다면 후반부에서는 '탐정 업무에서의 디테일과 추리적인 요소' 를 강하게 느끼게 해 줍니다.

일단 모가미 슌페이와 아야 할머니를 중심으로 한 유머 요소는 정말 확실합니다. 시종일관 읽으면서 웃음이 떠나지 않을 정도로요. 개인적으로는 필립 말로우를 동경하여 사립탐정이 되었지만 실상은 집나간 동물 찾기 전문이라는 모가미 슌페이라는 주인공이 마음에 들더군요. 뭔가 어설프지만 노력하는 모습도 좋았고 근본적으로 착하고 성실한 인물이거든요. 슈퍼 히어로를 추구하지만 실상은 찌질이에 불과한 킥 애스를 연상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단지 유머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서 후반부의 살인사건에서 이어지는 하드한 추리 영역도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동기도 확실하고 트릭과 밝혀지는 진상도 이치에 합당한 편이라 마음에 들었으며 유머러스한 분위기에서 하드보일드 분위기를 끌어내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엿보이는것도 좋았거든요. 달려줄때 화끈하게 달려주는 편이라 일본식 하드보일드에서 많이 봄직한 액션도 충분하고 (주로 모가미 슌페이의 도주가 중심이지만...) 친구들간의 우정과 함께 사건의 진상이 마지막에 밝혀지는 반전이 존재한다는 것 등이 그러했습니다. 특히 깜짝쇼 수준의 반전은 하드보일드 작품에서 많이 보아왔던 것인데 이 작품에서의 반전은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놀랍다는 것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물론 추리적으로 억지스러운 점이 있고 진범과 진상을 알게 되는 것이 순전한 우연에 불과했다는 약점이 있기는 합니다. 모가미 슌페이에 비해서 아야 할머니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못했으며 마지막에 위기를 탈출하는 순간에서의 매듭풀기 등 작위적인 요소가 많았다는 것도 할머니의 비중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이었고요. 아울러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건 많은데 정리나 수습이 깔끔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듯 싶다는 느낌도 조금 들었어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사건이 해결되고 할머니의 정체가 밝혀지는 결말은 살짝 감동적이기도 했고 말이죠. 작가의 초기작으로 보이는데 (데뷰는 1998년, 이 작품은 1999년작) 정돈되지는 않았지만 힘이 넘치는 모습이 좋았달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모가미 슌페이가 마음에 들어 조사해 보았더니 역시나 2007년에 <서니사이드 에그>라는 후속작이 출간되었더군요. 후속작도 국내에 빨리 소개되었으면 합니다.

2010/10/02

준플레이오프 3차전 단평 및 4차전 예상

 


준플레이오프 2차전 단평 및 3차전 예상

6-5 두산 승!!!!!


승인 :
1. 종박 이종욱 선수 최고의 활약!
2. 이대호 선수 적시 에러!
3. 왈론님의 눈부신 투구
4. 오재원 - 임재철 선수의 결정적인 호수비

단평 :
오늘도 못하기는 더럽게 못했습니다. 에러에 병살타 4개라니... 그래도 꾸준한 활약의 이종욱 선수가 눈부시게 빛났고 중간을 꽁꼴 틀어막아 준 왈론드 선수의 호투, 결정적이었던 오재원 - 임재철 선수의 호수비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이대호 선수의 적시 에러 역시 큰 힘이 되었죠. 그외 바가지 안타 등 한마디로 승운이 따랐던 경기였습니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맞긴 맞나봐요.

4차전 예상 :
이기기는 했지만 병살타와 에러 때문에 전망은 여전히 어둡습니다. 선발투수가 임태훈 선수라는 것 역시 그러하고요. 무리해서 이겨봤자 다음이 없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그렇잖아도 피홈런이 많았고 몸까지 좋지 않다는 임태훈 선수가 얼마나 버텨줄지 걱정이 앞서네요. 왈론드 - 고창성 선수도 못 쓸텐데...
그나마 장원준 선수 공략이 좀 됐었다는 것과 이종욱 선수를 필두로 그간 선발출장 하지 않았던 오재원 - 이원석 선수의 타격이 괜찮아 보이기에 타선은 좀 힘을 내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병살타도 잘 맞아야 나오는 거라는 말도 있으니 기대해 봐야죠.

때문에 내일은 사직이 불바다가 될 것 같은데 누가 이기던 10점 정도는 낼 것 같습니다. 결론은 한 10-6 정도? 두산이 이겼으면 좋겠지만 방전된 계투진 때문에 기대는 안 되네요. 그래도 퐈이팅!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 와카타케 나나미 / 서혜영 : 별점 3.5점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 8점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작가정신

- 이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편집자로 일하던 아이자와 마코토는 실직 후 하츠키시에 바다를 찾아왔다가 익사체를 발견한다. 어쩔 수 없이 하츠키시에 머물게 된 마코토는 호기심에 방문한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주인 베니코의 간단한 테스트를 통과한 뒤 그녀의 취업제의를 받아들인다.
한편 그녀가 발견한 익사체는 하츠키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마에다 가문의 히데하루로 밝혀져 장례 준비가 진행되고, 그 와중에 마에다 가문의 현 주인 마치코마저도 어제일리어에서 살해되는데...


소도시 하자키를 무대로 한 와카타케 나나미의 코지 미스터리 두번째 작품.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라 주저없이 선택했는데 읽고나서야 시리즈 두번째 작품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 정말 재미있네요! 작가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가 가득한 것에 더해서 추리적인 부분도 상당한 수준이라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추리적인 부분이 작품의 분위기에서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잘 짜여져 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다지 대단한 트릭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자가 수사와 추리의 과정에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며 범인과 동기가 이치에 합당한 등 본격 추리적인 요소에 충실하거든요.
거기에 더하여 아이자와 마코토가 초반에 겪는 호텔 화재 사건이라던가 마코토와 치아키의 전화통화라던가 베니코 여사의 옛날 이야기 같은 사소한 단서들이 모두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식으로 대화나 사건이 결국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내도록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거나 복잡한 느낌 없이 추리소설로의 재미를 가득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품 전체에 넘쳐나는 작가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 역시 독특한 맛을 넘어선 즐거움을 가져다 줍니다. 시끌벅적하면서도 황당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지만 적절히 수위와 템포를 조절하며 작품과 어울리도록 녹이는 부분에서는 작가의 내공이 더욱 깊어지고 원숙해졌구나 싶더라고요. 마코토가 처음 어제일리어를 방문한 뒤 베니코 여사와 펼치는 '고딕 로맨스 퀴즈' 등 고딕 로맨스 소설에 얽힌 다양한 떡밥들은 매니아를 자극하는 맛이 있어 좋았고요.

하지만 주요 사건의 깔끔한 해결에 비해 다른 사건들은 정리가 좀 부족해 보였던 것은 아쉽네요. 일단 마치코 - 구도가 얽힌 하쓰호 살해 / 유기 사건이 그렇습니다. 구도가 하쓰호를 죽인 이유도 그다지 명쾌하지 않고 시체 유기에 대한 진상은 솔직히 억지스러웠거든요. 또 이 때문에 마치코 역시 유언장 폐기를 위해서라면 차라리 불을 지르는게 나았을 것이라는 가정이 성립하죠. 유언장도 없앨 수 있고 생사가 불분명한 하쓰호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 수 있어 재산 상속에 문제가 없으니 1석2조니까요. 어차피 자신이 죽이지 않았으니 그다지 꺼릴 것이 없잖아요? 구도가 종범임을 주장한다고 해도 마치코의 영향력이라면 별 탈 없었을텐데 말이죠.
게다가 마지막으로 구도가 마코토를 습격하면서까지 사체를 처리하려 했던 것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어차피 사건은 종결되었는데 무리수로밖에는 생각되지 않거든요. 이 부분은 그냥 고마지 반장의 추리로 밝히는게 더 나았을 것 같았습니다.

덧붙이자면 히데하루의 출생에 관련된 이야기와 히데하루가 복수를 결심한 이후의 행동들 역시 좀 뜬금없었어요. 복수의 방법도 어설펐지만 마이와 시노부가 얽히는 과정이 순전한 우연에 불과하다는 것은 앞선 정교했던 장치들에 비교한다면 너무 쉽게, 대충 간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거든요.

이상하게 적다보니 단점 부분이 더 상세한데 오해는 마시길. 장점이 더 월등한 재미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마지막 구도의 행동 등 약간 납득하기 어려운 과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감점은 했지만 그래도 별점은 3.5점! 편한 마음으로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니만큼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저도 빨리 1권을 구해 읽어야겠습니다.

PS : '코지 미스터리'를 표방한 작품 치고는 너무 강력사건이 등장하며 전형적인 일본의 콩가루집안 재산싸움이 펼쳐지는 것은 의외인데 이런 작품도 코지 미스터리로 칠 수 있을지요?

2010/10/01

준플레이오프 2차전 단평 및 3차전 예상

 


준플레이오프 1차전 단평 및 2차전 예상

4-1 두산 패 ㅠ.ㅠ


패인 :
그딴거 없음. 못해서 졌음.

단평 :
한마디로 못해서, 실력차로 졌습니다. 투수진이야 9회까지 1실점으로 막았으니 (그나마도 무자책)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거고... 수비와 타선이 문제였습니다.

손시헌 선수의 결정적 에러도 안타깝지만 무엇보다도 공격이 심각한 수준이네요. 이종욱 - 임재철 선수 정도만 해주고 중심타선이 전부 침묵하니 될리가 있나요. 그렇다고 고영민 선수를 3번에 기용한 것 등에 대해 감독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제 3번은 김현수 선수가 들어왔어도 똑같았을거 같으니까요. 김현수 - 최준석 선수가 이렇게 부진한데 감독이 대체 뭘 할 수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양의지 선수 홈 쇄도에 대한 6회 오심 논란은 감독님 탓을 하고 싶군요. 논란 이전에 대주자를 썼어야 하는 타이밍으로 보였으니까요. 승부처에서 과감한 기용이 아쉬울 뿐입니다.

아울러 정재훈 선수는 잘했어요. 홈런을 허용한 공도 그다지 실투로 보이지는 않았을 뿐 아니라 전날 30개 넘게 던지며 2이닝 2실점의 부진을 보여준 투수를 또 올린 감독이 잘못한거죠. 차라리 이현승 선수를 먼저 올렸더라면 모를까.

그런데 적고보니 다 감독님 잘못이군요.....

3차전 예상 :
감독님도 마음을 비우고 3차전은 이두환 - 정수빈 선발 출장이라는 깜짝카드를 꺼내들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그들이 맹활약을 해 줄지도 모르지만 투수가 없네요. 롯데는 김일엽 선수도 아꼈고 김사율 선수도 이틀 쉬고 나오는데 반해 두산은 정재훈 선수는 사실상 나오기 힘들테고 고창성 - 이현승 선수도 별로 좋은 모습이 아니라서 말이죠.

예상이고 뭐고 그냥 깔끔하게 지고 내년을 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프로야구 흥행을 위해서라도 한 10-2 정도로 화끈하게 져서 롯데 기나 살려줬으면 좋겠어요.

도대체 제가 좋아했던 허슬, 근성의 두산 베어스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요? 정말 아리송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