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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7

술래의 발소리 - 미치오 슈스케 / 김은모 : 별점 2.5점

술래의 발소리 - 6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북홀릭(bookholic)

요새 가장 뜨거운 작가 중 한명인 미치오 슈스케의 단편집입니다. 총 5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모든 단편에 'S' 라는 인물이 직,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여러가지 설정이 묘하게 공유되는 느낌을 주는 것이 특이합니다. 어떻게 보면 연작집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말이죠.

또한 전체적인 분위기는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환상특급>류의 '기묘한 맛' 분위기가 많이 느껴지더군요. 리처드 매드슨 느낌이 좀 난달까요? 모든 작품이 기본적으로는 '범죄'를 모티브로 하고 있긴 한데 설정이나 상황, 등장인물들의 묘사가 좀 비현실적이고 비일상적으로 표현되기에 더더욱 그런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작품마다 편차가 좀 있고 기묘한 설정과 잔인한 현실의 조합이라는 작가 특유의 맛이 잘 살아있지 않은 것은 살짝 아쉽네요. 아무래도 작품들이 너무 짧고 실험적인 방식의 전개가 많은 탓도 크겠죠. 미치오 슈스케라는 작가를 한껏 느끼기에는 아무래도 장편이 더 낫다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약간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1. 방울벌레
대학시절 내가 묻었던 S의 시체가 발견된다. S는 내가 좋아했던 쿄코와 사귀지만 다른 여자와 양다리를 걸쳐 나를 분노케 했었는데...
제목의 '방울벌레'가 '나'에게 과거의 범죄와 얽힌 불쾌한 기억을 불러오는 촉매제가 된다는 작품으로 반전이 약간 있기는 하지만 그냥저냥한 평작이라 생각되네요. 기본적인 설정과 분위기가 너무 뻔했거든요. 별점은 2점입니다.

2. 짐승
뒤떨어지는 지능으로 집안에서 왕따를 당하는 '나'는 우연찮게 부서진 의자 다리에서 과거 'S'라는 인물이 저지른 흉악한 사건을 알게되어 그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기 위한 조사에 착수한다.
일종의 '유서'를 통해 과거 가족을 학살한 끔찍한 범죄의 진상을 알아낸다는 작품으로 미치오 슈스케라는 작가의 이름값에 어울리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현실과 과거 사건과의 연결도 좋았지만 '진상' 자체가 상당히 놀라왔거든요. 어떻게보면 AV에서 봄직한 내용이기는 한데 설득력있는 전개로 작품에 잘 녹여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결말은 좀 뻔하지 않았나 싶긴 하네요. 작가가 주인공을 최후의 순간까지 궁지로 몰아넣는 전개를 즐기는 것은 알고 있지만 뒷끝이 씁쓸했어요. 맛있는 껍질 뒤에 씁쓸한 알맹이가 들어있는 당의정같은 작품이랄까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고싶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3. 요이기츠네
'나'는 20년전 불량한 친구 'S'의 강압적인 요구로 성폭행 - 살인사건에 가담했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뒤, 사건이 있었던 축제에 취재차 다시 방문하는데...
20년전 사건이 순환되는 구조가 독특한 단편입니다. 몽환적이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전개가 좋기는한데 그 외의 특기할 부분은 없는 평작입니다. 별점은 2점.

4. 통에 담긴 글자
'나'는 빈집털이범을 통해 우연히 내가 데뷰하게 된 작품을 처음 쓴 친구 'S'에 대해 알게된다.
도작에서 시작해서 연이은 범죄가 한꺼풀씩 벗겨지는 전개는 <도착의 론도>를 연상케합니다. 별다른 트릭이 쓰이지는 않았으며 결말부까지 일직선으로 달려가기에 특별한 점은 없지만 '도작'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더불어 범죄 자체의 표현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 하지만 진짜 진상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는 것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단순히 '재미가 없어서?'는 설득력이 약하죠. 별점은 2.5점입니다.

5. 겨울의 술래
'나'는 부유한 사장의 딸이었지만 화재로 인해 모든 것을 잃게 된 뒤 사랑하는 'S'와 함께 조용히 살아간다.
1인칭 일기로 전개되는 작품으로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구조가 독특했습니다. <메멘토>스러운 느낌이랄까요. 결말의 진상 - 반전도 상당히 좋았고요. 그러나 '술래의 발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속시원히 알려주지 않는 것은 좀 찜찜했습니다. 깔끔한 맛이 부족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6. 악의의 얼굴
'나'는 학교에서 나를 괴롭히는 'S'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우연히 만난 한 아주머니에게서 '감정과 사물을 담아가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기묘한 맛' 느낌이 가장 강한 이색 단편입니다. 모든 사물과 감정까지 담을 수 있는 그림이라는 아이디어도 독특하지만 이 아이디어를 현실과 결부시켜가는 전개가 일품이더군요. 결말 부분의 반전까지도 충분히 설득력있게 이어지고요. 작가의 특기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전개가 너무 뻔하고 작위적이며 'S'의 행동변화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기에 약간 감점하여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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