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과 싸우는 법 - 이기형 지음/링거스그룹 |
제조업으로 신화를 일군 거의 유일무이한 벤처기업, 아이리버의 일대기를 창업자인 양덕준 사장을 중심으로 다룬 책입니다.
창업자이자 최고 경영자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50년 전자시장을 지배한 Sony 4인의 CEO"와 유사하며, 전성기에 비해 현재는 많이 침체된 상태라는 점에서는 "소니 침몰"과도 닮아 있습니다.
그러나 책에서 집중하는 '양덕준'이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는 지나치게 찬양 위주라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이런 인물 중심의 책이라면 "icon" 처럼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다루는 것이 좋았을 텐데 말이죠.
특히, 아이리버가 실패하게 된 원인과 회사의 급격한 부침을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했어야 했습니다. 이 책만 읽고서는 공정한 평가를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책에서도 이야기하듯이, 아이리버의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H10의 실패와 이어진 애플의 가격 공세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H10의 실패는 명백한 제품 불량이 더 큰 원인이었습니다. 때문에 당시 경영진이 이에 대해 책임을 지거나 해결책을 마련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책의 주요 인터뷰 대상자가 대부분 경영진 및 관계자들이어서, 이러한 부분을 공정하게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보다 객관적인 시각을 위해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가 더 많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평가는 제가 아이리버 몰락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된 '미래전략연구소'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고, 아이리버의 2인자였던 이래환 사장이 창업한 '에이트리'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다양한 내부 이야기를 접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아이리버가 저물어 가던 시기에 근무했었고, 지금도 어느 정도 인연이 있기 때문에 책에 등장하는 많은 분들과 이런저런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또한, 실제로 몇 번 뵙지는 못했지만, 양 사장님은 존경할 만한 분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책이 지나치게 양덕준 사장에 대한 찬사로 가득 차 있으며, 공정한 시각을 견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두께와 분량에 비해 적절하지 않은 가격 등을 고려하면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책에서 등장하는 '개발자들이 회사에 침낭을 가져다 놓고 몰두하여 회사가 성공했다' 라는 이야기도 개인적으로는 미담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이건 박통시절 공돌이 공순이 쥐어짜서 재벌들이 성장했다는 논리하고 똑같잖아요. 저 역시 일이 많고 바쁘면 야근도 하고 밤도 세우지만 이건 별도의 보답이 없다면 어디까지나 회사에서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이런걸 '당연시' 하는 행태는 반드시 고쳐졌으면 좋겠네요. 아니, 고쳐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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