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4/07/30

공포영화 서바이벌 핸드북 -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 강상준 : 별점 2.5점

공포영화 서바이벌 핸드북 - 6점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지음, 강상준 외 옮김/프로파간다


독자가 공포 영화 속 캐릭터라고 가정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와 유사한데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는 "좀비"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반면 이 책은 순수하게 다양한 공포 영화 속 상황만을 다룬다는 차이점이 있죠. 때문에 살아남기 위한 방법도 영화의 맹점을 이용하는 것들이 많은데 예를 들면 공동묘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움직이는 거면 뭐든지 다 쏴버리라고 조언하는 식이에요. 남편의 묘에 꽃을 놓으려는 무고한 미망인을 죽였더라도 자책하지 말고 그녀를 묻고 꽃을 불태우라고요. 죽는거보다는 나으니까.
또 "옥수수밭의 아이들"편에서 공포영화 육아법을 짤막하게 소개하는데 하나의 증상으로 "아이가 나에게 욕설을 퍼붓고 면전에서 문을 쾅 닫아버리며 내가 영원히 지옥에서 썩어버릴 것이라고 말한다" 의 치료법으로 "당신의 아이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라고 써 놓는 등의 개그도 많습니다.

그래도 단순한, 시덥잖은 개그물은 아니고 공포 영화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파고드는 만큼 장르의 카테고리 구분은 비교적 명확한 편이며 공포 영화의 다양한 클리셰들을 소재로 활용하는 개그들도 피식 웃을 수 있는 수준은 됩니다. 도출해낸 클리셰와 아이템들도 전부 공포영화에 대해 알고 있다면 무릎을 칠만큼 대표적인 것들이고요.
몇몇 내용은 저도 그간 생각해왔었던 의문을 짚어주고 있어서 더욱 반가왔습니다. 그 중 한가지는 "인형이 어떻게 움직이든 사람이 훨씬 크고 강하다"라는 것이고 또 다른 한가지는 "인간은 모든 면에서 좀비보다 우월하다"는 것이죠. 당연한 상식이지만 그동안 너무 많이 간과된게 아닌가 싶네요.
그 외에도 맨 마지막에 걸작 공포영화와 쓰레기 5편의 목록을 실어준 것도 좋더군요. 양이 적고 평도 거의 한줄이지만 숨겨진 작품들이 많고 평 자체도 인상적인 것이 많아서 잘 정리된 리스트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김시광의 공포영화관>과 비교해도 될 정도였어요.

허나 워낙에 내용 자체가 개그로 일관하는 책으로 무언가 의미나 가치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냥 더운 여름 킬링타임용으로 읽기에 그런대로 어울리는 수준이었달까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덧 1 : 저도 <추리소설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책을 한번 써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이런 식이겠네요. 만약 당신이 부유한 큰아버지의 유산상속자로 도박빚에 빠진 큰 조카, 가벼운 정신병에 시달리는 둘째 조카, 백수 남자친구와 사귀고 있는 세째 조카딸이 있는 상황에서 주말에 파티에 참석해야 한다면? 그날 저녁을 넘기기 어려울 겁니다. 살아남으려면 파티에 안가야 하고, 가더라도 그 어떤 것도 먹으면 안되고, 밤에 혼자서 자면 절대 안됩니다! 조카들과 카드게임이라도 밤새 하시길~

덧 2 : 이전 <탐정사전>을 비롯하여 <연필 깍기의 정석> 등 출판사 프로파간다의 책을 몇권 접해보았는데 대부분의 책들의 편집이 영 마음에 들지 않네요. 폰트의 사용이나 편집의 구성이 지나칠정도로 독특한데 제 취향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이 책 역시 편집의 아트웍 측면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건 마찬가지에요.

2014/07/29

풍장의 교실 - 야마다 에이미 / 박유하 : 별점 2.5점

풍장의 교실 - 6점
야마다 에이미 지음, 박유하 옮김/민음사


표제작을 포함하여 3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작품집. 왜 읽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오래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던 차에 읽게 되었습니다. 일본 여류 작가의 작품이구나!라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 특히 고이케 마리코나 가쿠타 미쓰요가 연상되었습니다. 일상 생활 속 악의와 살의를 디테일한 심리묘사로 그린 소품들이라는 점에서 말이죠. 차이점이라면 모든 작품들이 일종의 "성장기"라는 것인데 그 외에는 많이 비슷했습니다. 때문에 비교될 수 밖에 없는데 범죄물적인 재미는 고이케 마리코보다 못하고 일상 속 서늘한 심리묘사는 가쿠타 미쓰요보다 못한 느낌이 들기는 했습니다. 딱 세편만 실렸다는 점에서 풍성함도 부족하고요.

그래도 <풍장의 교실>만큼은 확실한 수작일 뿐더러 <제시의 등뼈>를 제외한 두편의 이야기는 그래도 나름 극적 반전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을 수는 있었기에 전체 평균 별점은 2.5점. 일본 여류작가의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풍장의 교실>
잦은 이사를 통해 어린 나이에 어떻게 주변에 녹아드는지를 깨우친 주인공 소녀가 왕따를 당하는 상황에 직면하나 그것을 극복하는 것을 디테일하게 그린 작품.

주인공 소녀 모토미야 안의 1인칭 심리묘사가 엄청나게 디테일하고 집요해서 읽으면서 내내 동화하게 만드는 솜씨가 발군으로 특히 왕따를 당하는 과정의 몰입감은 장난이 아닙니다. "악의"라는 것을 이렇게나 구체화시켜 묘사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할 뿐이에요. 안이 왕따를 설명하며 그냥 가려운 느낌, 누군가가 긁고 그러면 정말로 가려워져서 또 긁고 더는 참을 수 없어져 일제히 손톱을 세운 뒤 긁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겨 이유도 모른채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이라 이야기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겠죠.
또 단순한 왕따 이야기가 아니라 극적 반전을 갖추었다는 매력도 겸비하고 있습니다.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가족들의 대화를 듣고 모든 것을 이겨낸 뒤 오히려 "경멸"을 무기로 반격한다는 결말이거든요. 더욱이 왕따의 원인이 된 특정 선생님의 애정을 오히려 이용하여 자신의 매력을 더욱 어필한다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안의 편인 듯 싶지만 딱히 행동을 보여주지는 않는 "악코"라는 학생의 존재는 불필요하지 않았나 싶고 이런저런 곁가지 이야기로 길어진 감은 없잖아 있으나 충분한 수작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나비의 전족>
어렸을 때부터 항상 함께 했지만 그녀의 배경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있던 소녀가 친구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남자를 만나고 육체 관계를 가진 뒤 벌어지는 파국과 그 이후 이야기를 다룬 작품.
<풍장의 교실>과 마찬가지로 1인칭 시점으로 그려지는 작품. 심리묘사는 역시나 대단하나 너무나 완벽한 친구 에리코를 차버리기 위해 (?) 남자와의 관계를 선택한다는 것이 별로 와닿지는 않아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히토미도 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자기가 얼마나 소중한 것을 가치없게 내버렸는지 말이에요....
마지막에 "친구"가 아니라 정말로 "이성"으로 좋아했을지도 모른다는 여운을 남기는 결말은 괜찮았는데 설명이 조금 부족했습니다. 이래저래 조금 애매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제시의 등뼈>
좋아하는 남자의 아이 제시를 돌봐주게 된 코코의 이야기.
애정없는 부모 아래에서 어리광을 표현하는 법을 모르는 제시, 그리고 아이없이 남자와의 애정만으로 살아가는 코코의 대립과 성장, 관계회복이 그려지는데 뭐 딱히 특별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제시라는 아이의 등뼈가 증오가 아니라 사랑으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마지막 부분이 살짝 감동을 주지만 워낙에 예상했던 그대로의 결말이라... 별점은 2점입니다.

2014/07/28

포토로그 신화와 전설 - 필립 윌킨스 / 김병화 : 별점 3점

신화와 전설 - 6점
필립 윌킨스 지음, 김병화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세계 각국의 신화와 전설을 설명해주는 신화-전설 백과사전.
전 세계 각지의 신화와 전설을 집대성하여 다양한 풀컬러 도판과 함께 소개해준다는 점에서는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책입니다. 사전식 구성이라 모든 주제가 도판 포함해서 한장으로 정리되어 있는데 쉽게쉽게 읽을 수 있어서 좋더군요.
수록된 내용도 정말로 많아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베다 - 라마야나 - 마하바라타를 중심으로 신들과 신화, 전설을 소개해주는 힌두교 부분이 여러모로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읽으면서 <3*3 아이즈>라던가 <신들의 사회>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이렇게 여러가지 장르물들을 접할 때 도움을 준다는 것이 이 책의 최대의 장점이라 할 수 있겠죠.

그러나 그리스 신화라던가 오딘, 아서왕 전설과 같이 익히 알고 있었던 이야기들이 대량 포함된 유럽쪽의 신화, 전설이 거진 1/3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의 신화 비중이 불교에 대한 것 보다 많다는 점에서는 전체적인 비중 조절에 실패한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한장으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요약이 지나쳐 깊이있는 내용을 얻기는 조금 힘들다는 점도 분명 단점이고요. 번역과 교정에서 약간 미흡해 보이는 것도 옥의 티네요.

그래도 이 책 한권만 제대로 읽어도 전세계 신화와 전설에 대해 기본적인 수준의 지식은 갖출 수 있을 정도로 워낙에 내용이 풍성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아울러 알라딘 15주년 기념행사로 10,000원이라는 가격에 구입했는데 왠만한 만화책도 만원 가까이 하는 현실에서 300페이지가 넘는 풀컬러 양장본이 만원이라니 이건 뭐... 가성비만 놓고 보았을때는 별점은 5점!

2014/07/27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 마스다 미리 / 박정임 : 별점 2.5점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 4점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이봄


요새 가장 핫한 작가 중 한명인 마스다 미리의 여자만화 시리즈 중 한권. 저와는 거리감이 있으리라 생각하여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동네 알라딘 헌책방을 방문했다가 충동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읽어보니 역시나, 저하고는 전혀 맞지 않는 작품인건 맞더군요. 34세의 미혼녀 수짱과 그녀의 친구 마이코를 중심으로 담담한 일상사가 펼쳐지는데 간단하고 푸근한 그림으로 정말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감정을 선보이는 것은 마음에 들었지만 애초에 제가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이었어요. 마흔을 훌쩍 넘겨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딸내미가 있는 저하고는 한 7만광년쯤 떨어져 있는 이야기랄까...

물론 작가 특유의 감수성은 확실히 느낄 수 있기는 했습니다. 예컨데 수짱이 "직장에서 마음을 열 필요는 없다. 진짜 나는 직장에서 필요없다"라고 이야기하면서 "그런데 진짜 나는 뭘까?"라고 생각하는 것 장면이라던가 마이코가 일요일에 영업을 하러가서 "나는 개나 고양이에게까지 아첨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하는 장면은 확실히 와 닿더군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 정도는 생각해볼만 했던 내용들이 아닌가 싶었어요.
그리고 어차피 행복을 목표로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면 행목이라는 것이 목표고 결승점이 있다는 것인데 행복에 결승점이 있나?를 궁금해 하는 수짱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행복이라는 것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는데 너무 일상적으로, 습관적으로 사용하는게 아닌가 싶었어요.

이렇게 평범하고 소소한 내용으로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전해준다는 측면에서는 괜찮았고 인기가 있는 이유도 어렴풋이 짐작이 가기는 합니다. 뭐 그래도 앞서 말씀 드렸듯이 저하고는 너무 거리가 멀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저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아도 지금 충분히 행복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래도 이러한 감수성을 공감할 수 있다면 별점 5점도 충분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관심있으신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2014/07/22

10만 분의 1의 우연 - 마쓰모토 세이초 / 이규원 : 별점 2점

10만 분의 1의 우연 - 4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규원 옮김/북스피어

A신문의 <독자 뉴스사진 연간상> 최고상을 수상한 것은 도메이 고속도로 연쇄 추돌 사고를 촬영한 사진이었다. 약혼녀를 사고로 잃은 누마이 쇼헤이는 사진이 촬영된 그야말로 10만분의 1 상황에 의구심을 가지고 개인적인 조사에 착수한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81년 출간작. 작가의 후기작들이 대체로 별로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특별히 정교한 트릭이 등장하거나 복잡한 서사를 지닌 것은 아니고 그냥 한번 손에 들면 쭉쭉 읽히는, 약간 펄프 픽션스러운 재미가 있는 그런 작품이죠.
특히나 제목 그대로 10만분의 1의 상황을 담은 사진이라는 아이디어가 특히 돋보였습니다. 이러한 사진은 결코 우연히 찍힐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한 피해자의 약혼자가 진상을 파헤치는 전개를 보여주는데 정반대의 설정, 즉 이러한 우연한 상황을 포착한 주인공이 악의 무리에게 쫓긴다는 픽션은 흔했지만 (<이창>) 이런 접근법은 상당히 참신하다 느껴졌거든요. 아울러 작중 잠깐 언급되기도 하고 미야베 미유키의 권말 해설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사고 현장에서 쓰러져 있을 희생자들을 내버려두고 사진을 찍는 것이 과연 옳은 행동인가? 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좋았어요. 1994년 수단의 굶어 죽어가는 소녀를 독수리가 노려보는 사진으로 뉴욕 타임즈의 사진상을 수상하였지만 비난 등으로 인해 자살한 사진작가 케빈 카터가 연상되기도 했고요.
또 사진이 핵심 소재인 작품답게 사진과 카메라 관련한 디테일한 정보가 가득한 것도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여러가지 렌즈에 대한 설명이나 셔터스피드 이야기, 카메라 기종에 대한 것들은 상당히 자세하게 설명되고 있거든요.

그러나 사진 관련 아이디어와 정보는 괜찮고 수준 이상의 읽히는 재미를 갖추기는 했으나 역시나 항상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후기작답게 완성도 면에서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누마이 쇼헤이가 개인적인 수사에 나서 사진을 찍은 야마가 교스케를 압박해나간다는 부분까지는 나쁘지는 않고 극초반의 뉴스 스타일 전개에서 쇼헤이 - 교스케로 화자 및 주인공이 바뀌어가며 독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솜씨도 거장답기는 하나 중반 이후의 내용은 솔직히 너무 쉽게 간 느낌이에요.
먼저 쇼헤이가 사진작가인 교스케에게 접근하여 환심을 산 뒤에 피해자의 언니인 야마우치 미요코의 이름을 던져 수상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부터가 말이 안되죠. 복수를 하기 위해 진상을 캐는 인물이 기껏 가공의 인물로 나타난 뒤에 곧바로 자신을 의심하게 만든다는게 말이나 되나요? 여기까지는 그렇다쳐도 어디까지나 심리적으로 쫓기는 입장인 교스케가 폭주족 촬영을 핑계로 크레인 기계실로 쇼헤이를 유도한다는 것은 더 어이가 없는 설정이죠.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별다른 준비도 없이 복수를 원하는 피해자 가족을 아무도 없는 곳으로 부른다라는 것과 거의 같은 이야기인데 전혀 와 닿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러한 장소로 유도하지 않았더라면 대관절 쇼헤이의 복수가 어떻게 이루어졌을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편의적인 전개라 생각되었습니다.
게다가 후루야 구라노스케까지 죽인다? 본의가 아닌 것으로 보인 말실수 가지고 죽이다니 너무 심한게 아닌가 싶더군요. 사건 자체도 후루야가 대마초 좀 피웠다고 알맞게 높은 곳에 알아서 올라가준 다음에 알아서 떨어져 죽는 것이라 교스케 사건 못지않은 작위적이고 편의적인 발상이라 마음에 들지 않고요. 만약 후루야가 죽지 않았더라면 다음날 촬영회 등은 어떻게 얼버무릴 생각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이 후루야 사건은 쇼헤이의 복수에 정당성을 실어주기 위해 작가가 쇼헤이의 입을 빌어 불법, 호마 등에 대해 설명하기 위한 장치일 수는 있는데... 지루하다는 말이 딱 어울릴만큼 장황해서 작중에서처럼 후루야가 얌전히 듣고 있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후루야가 너무 쇼헤이가 하는데로 움직이는 것도 이해불가인 것은 마찬가지로 저같으면 목욕 후 술까지 먹은 상태라면 뭐가 어찌 되었건간에 한밤중에 산으로 사진 촬영한다고 올라가지는 않을거에요.

추리적으로 볼 때에도 교스케의 사진 촬영에 대한 발언 자체가 현장을 딱 한번 와본 사람이 알아챌 정도로 어설펐다는 것, 트릭도 그럴듯하게 설명하고는 있지만 스트로보로 발광 시키고 사진 촬영한 위치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감안한다면 그닥 설득력있게 잘 만들어졌다고 하기는 어렵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사건 현장에 한두번 와봤을 뿐인 쇼헤이가 우연히 발견한 테이프가 단서가 되었다는 점에서 경찰의 현장 조사로 발견될 수 있었으리라 싶은 것도 감점 요소고요. 사진 및 카메라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시간의 습속>과 비교되지만 <시간의 습속> 만큼 잘 고안되지 못한, 장편으로 끌고가에는 여러모로 역부족이었던 트릭이었다 생각되네요. 마지막에 비행기에서 스트로보 불빛을 보았다고 신고하는 장면은 최악의 사족이었어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재미 하나만큼은 거장의 명성에 값하는 작품이기는 하나 세세한 완성도면에서는 도저히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군요. 마쓰모토 세이초도 에드 멕베인처럼 초중기작을 골라서 읽어야하는 작가라는 기존 생각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는 점 정도만 가치가 있었습니다. 작가의 팬이 아니시라면 구태여 찾아서 읽어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2014/07/21

로보캅 - 호세 파디야 : 별점 1.5점

[블루레이] 로보캅 : 일반판 - 4점
호세 파디야 감독, 게리 올드만 외 출연/20세기폭스

부패 경찰과 유착관계에 있던 갱단을 수사하던 알렉스 머피는 갱단의 음모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다. 마침 로봇 허용 법안을 미국내에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던 옴니코프사는 머피를 로봇으로 되살릴 것을 제안하여 그를 "로보캅"으로 부활시키는데...
이것도 역시나 출장 중 비행기에서 본 작품.

저는 오래전 오리지널 <로보캅> (1편)을 대한극장에서 관람한 세대입니다. 당시에는 정말 전율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느낌을 받았던 영화죠. 후속편들이 착실히 말아먹기는 했지만 1편만큼은 당대의 마스터피스 SF 액션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의 리부트 작품은 솔직히 소식을 들었을 때 전혀 기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만들어도 화려한 액션에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뇌하는 주인공의 모습 및 나름의 현실 비판 의식까지 더해졌던, 암울한 분위기의 원작을 뛰어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되었거든요. 공개되었던 얄쌍한 로보캅의 디자인 역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말이죠.

그런데 제 생각보다는 괜찮은 부분이 있기는 했습니다. "리메이크"가 아니라 "리부트"라는 말에 충실하게 아예 설정부터 새롭게 접근하고 있는데 로봇을 팔아먹기 위해 로보캅을 마케팅에 이용한다는 발상만큼은 그럴듯 했으며 액션도 꽤 볼만했기 때문이에요. 사무엘 잭슨이 맡은 "팻 노박"이라는 기업 친화적인 앵커의 TV쇼 장면은 원작의 현실 비판을 어느정도는 비스무레하게 구현하고 있고요.

허나 문제는 제 기대치가 너무 낮다는 것이겠죠... 그 외의 것들은 문제가 너무 많아서 당쵀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일단 스토리라인이 많이 부실합니다. 로보캅이 인간성때문에 로봇보다 못한 성능을 보이자 약물로 인간성을 최대한 억제한 좀비같은 존재로 만들지만 갑자기 인간성을 되찾아 복수에 나는 과정이라던가 노튼 박사가 옴니코프와 협상하다가 갑자기 로보캅을 도와주게 되는 과정 등은 여러모로 설득력이 부족하거든요. 옴니코프사가 로보캅을 폐기처분하려는 이유도 설명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고요.
또 원작에서 좋았던 설정과 장면을 모두 날려버린 것도 아쉽습니다. 이미 죽은 인물이 되어 가족과 헤어진 원작에 비해 리부트 버젼은 가족이 여전하고 존재 자체가 남아있다는 차이점으로 인해 고독하고 외롭다는 감정이입이 쉽지 않았을 뿐더러 마지막에 "제조사 직원에게는 총을 쏠 수 없다"는 코드가 내장된 상태에서 한방 날리는 장면 만큼은 원작 ("You're fired!")이 훨씬 압도적으로 잘 만들어 낸것 같아요. 리부트 버젼에서는 그냥 정신력으로 쏴버릴 뿐이지 뭔가 특별한 설정이 있는건 하나도 없으니까 말이죠.
마지막으로 앞서도 이야기했듯 원작의 묵직했던 아날로그 느낌 대신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들어낸 얄쌍한 로보캅 디자인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네요. 뭔가 특촬물에 나오는 우주형사 느낌이랄까요? 오토바이 타고다니는 씬은 이러한 저의 생각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었고요.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이 자체만 놓고 보면 그런대로 볼만한 근미래 SF 액션물일 수도 있지만 원작과 비교하면 작품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아서 점수를 주기 어렵군요. 좋은 점은 다 날려버리고 현대적인 감성과 특수효과로만 접근한 리부트의 안좋은 예라 생각됩니다. 감독이 나름 노력한 느낌은 들지만 뭔가 이도저도 아닌, 중간에 걸친 어중간한 영화였어요. 이럴거면 차라리 리메이크를 하던가.
폴 버호벤이 지금은 잊혀진 이름이 되었지만 확실히 거장다운 맛이 있었는데 <에일리언>의 리들리 스콧처럼 (<프로메테우스>는 리부트는 아니고 프리퀄개념이긴 하지만...) 폴 버호벤 감독 본인에게 리부트를 시키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2014/07/19

무기 - 영국왕립무기박물관, DK <무기> 편집위원회 / 정병선, 이민아 : 별점 3점

무기 - 6점
영국왕립무기박물관, DK <무기> 편집위원회 지음, 정병선, 이민아 옮김, 리처드 홈 감수/사이언스북스

제목 그대로 돌도끼에서 최신의 총기까지 망라하는 무기 사전. 아주 예전에 Wish List에 담아놓았던 적이 있는데 이제서야 구입하게 되었네요.

이 책의 가치는 각 무기를 상세한 도판과 함께 소개해 주고 있다는 점과 그동안 많이 알지 못했던 변방의 무기에도 적잖은 분량을 할애해 준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자면 인도와 스리랑카, 오스만 투르크의 무기와 같은 것들 말이죠. 다른 책이나 자료에서 접하기는 힘들었던 것들인데 이 책에서는 실제 사진과 함께 소개해주니 무척이나 좋았어요. 특히나 인도쪽 무기는 신기한게 많더군요. 악어가죽으로 만들어진 투구와 갑옷이라던가, 주먹으로 쥐는 손단검 같은 것은 실물을 한번 보고싶어집니다. 일본에서 자체 발달한 "텟포" 들의 사진도 처음 보는 것이라 인상적이었어요.

그러나 서양 (유럽)의 도검류나 총들은 일정 시점 이후에는 생긴 것과 특징에 별 차이 없이 나라와 제작사만 다른 것들이 반복되어 나열되는데 차라리 총검류 말고 다른 무기들, 예를 들면 대형 화기쪽에도 분량을 할애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는 합니다. 개인용 무기에 특화된 것만 소개해준다는 책의 주제에 잘 맞지 않는다면 예컨데 수류탄 같은 화기를 등장시키는 것도 방법이었을 것 같고요.
그리고 단점은 아니지만 일본의 칼들은 한페이지 이상씩 할애되어 소개되는데 반해 조선, 중국의 무기는 그것에 비하면 있으나 없으나 한 수준으로 특히나 조선 무구는 달랑 투구 하나 실려있는 것에 불과해 조금 안타까왔습니다.

그래도 무기 사전으로서 이만한 볼륨과 도판을 자랑하는 책은 드물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비교적 고가이기는 해도 지금은 할인된 금액에 판매되고 있으며 도판만으로도 현재 가격에 걸맞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같이 "대백과"류의 책에 향수를 가지고 있으며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적극 추천드립니다.

2014/07/18

수리부엉이 - 얀 / 로맹 위고 : 별점 3점

수리부엉이 - 6점
얀 지음, 로맹 위고 그림/이미지프레임(길찾기)


2차대전 당시 독소 항공전을 그린 프랑스 만화.
에이스이지만 반나치주의자인 아돌프 볼프, 복엽기를 운용하는 "밤의 마녀" 부대 조종사에서 각종 활약을 통해 소련의 영웅 칭호를 받는 에이스로 올라서는 릴리아, 이 두명의 주인공을 축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제목의 "수리부엉이"는 독일군의 야간전투기 He-219의 별칭이죠.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유럽 장인이 연상될 정도의 디테일한 작화입니다. 엔위하키 등의 사이트에서 철저한 고증에 대해 칭찬이 자자한데 제가 고증까지는 잘 몰라 뭐라 언급하기 어렵지만 컷 하나하나가 그냥 일반 회화나 일러스트 작품 수준인건 맞아요. 인물 - 장비 - 배경 모두 경지에 올라선 디테일과 작화를 보여주는데 그야말로 심혈을 기울였다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을 정돕니다.

그러나 아돌프와 릴리아의 관계 외의 여러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관계와 심리를 묘사하기에는 분량이 부족해 보인다는 단점이 조금은 아쉽네요. 이만한 작화로 이야기를 길게 늘이기에는 부담이 되었던 탓일까요? 예를 들어 아돌프와 릴리아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의사소통 등 산재한 여러가지 문제를 설명해주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제시, 전개됩니다. 릴리아에게는 발렌틴이라는 애인(?)이 있기도 한데... 여튼 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또 이러한 로미오와 줄리엣 류의 서사가 과연 잘 어울렸는지는 솔직히 의문이기도 합니다. 고바야시 모토후미의 <늑대의 포성>에서의 하겐 - 고로도크와 같은 양측 진영 에이스의 1:1 서사가 펼쳐지는게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아울러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려우나 쥐새끼 막스의 결말이 그려지지 않은 것도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래도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 내용에 대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나 워낙에 작화가 압도적이라 폄하하기 어려운 "작품" 임에는 분명합니다. 가격과 내용면에서 모든 분들께 권해드리기 어렵기는 하지만 2차대전에 관련된 역사물을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마침 15%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기도 하니까요.

2014/07/17

외천루 - 이시구로 마사카즈 : 별점 3점

외천루 - 6점
이시구로 마사카즈 지음/미우(대원씨아이)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로 유명한 이시구로 마사카즈의 SF 추리 연작 단편집.
"외천루"라는, 증축과 개축을 반복해 미로와 같이 변해버린 독특한 공간을 무대로 와니누마 남매를 중심으로 아홉편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수록작품의 장르도 다양하고 수준도 제법이라는 것이 큰 장점이기도 하죠.

간략한 내용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제 1화 - 리사이클
와니누마 아리오와 친구들이 에로책을 구하려고 노력하다가 외천루 쓰레기장에서 에로 만화잡지 묶음을 구한다. 그러나 구한 책은 상태가 제각각. 에로 만화잡지 쓰레기 더미의 진상은 무엇인지? 라는 내용의 일상계 작품. 도입부로 적절한 소품이었어요. 별점은 3점.

제 2화 - 우주형사 vs. 디텍트
우주형사와 비밀결사 데몬나이츠의 전투 현장에서 르포라이터의 시체가 발견된다. 출동한 경찰은 그녀가 전투에 휘말려 사망한 것으로 생각하나 지나가던 우주탐정 디텍트가 계획된 살인이라는 것을 밝혀낸다는 나름대로 정통 추리물. 독특한 설정에 그야말로 정통 본격 추리가 잘 결합된 작품입니다. 별점은 3.5점.

제 3화 - 죄책감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도록 로봇을 만들었는데 죄책감 회로가 동작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SF. 워낙에 짧아 평가할 부분이 많지 않을 뿐더러 그닥 신선한 내용은 아니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제 4화 - 나태관의 살인
외천루 밀실에서 시체로 발견된 귀차니스트 샐러리맨 죽음의 진상을 파헤치는 슬랩스틱 개그 밀실 추리물. 열혈 여형사 사쿠라바 사에코의 다양한 추리와 그것을 몸으로 도와주는 선배 야마가미의 활약이 재미의 포인트로 피해자(?)가 귀차니스트라는 것을 포인트로 삼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수작입니다. 별점은 3점.

제 5화 - 페어리 살인사건
인공생명학의 권위자 키쿠치 도게 박사가 주차장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그가 쓴 다이잉 메시지로 용의자 중 누가 범인인지 추리가 시작되는 내용의 개그 추리물. 아무래도 개그에 더 많이 치중한 느낌인데 다이잉 메시지를 제멋대로 해석하여 용의자에게 대입시키는 전개는 정통 추리물을 비꼬는 것 같기도 하더군요. 그러나 단지 개그로만 끝나지 않고 곧이 곧대로 메시지를 해독한다는 돌직구 스타일의 깔끔한 결말도 나쁘지 않았어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제 6화 - 용의자 M의 변신
공장 습격으로 6대의 로봇을 파손한 모로하 켄의 이야기. 페어리가 무엇인지, 인간형 로봇이 무엇인지와 그것이 사람을 어떻게 타락시키는지를 짤막하게 풀어낸 작품. 추리적으로 눈여겨 볼 부분은 없고 전체 연작에서 설정을 설명해 주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에 충실한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2점.

제 7화 - 와니누마 일족
제 8화 - 키리에
최종화 - 아리오

외천루 와니누마의 집에서 로봇공학의 권위자 세리자와 박사가 시체로 발견되는 것에서 시작해서 와니누마 남애에 얽힌 비밀과 키쿠치 박사, 세리자와 박사 살인사건의 동기를 그린 대단원격의 작품.
핵심은 와니누마 키리에가 "페어리"에서 파생된 인공생명체라는 것, 그리고 아리오의 누나가 아니라 어머니라는 설정인데 인공생명체가 수태를 한다는 설정은 워낙에 많아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만 이야기를 설득력있게 전개하는 솜씨가 일품이라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살인사건도 벌어지지만 전체적으로 개그스러운 분위기였던 6화까지의 내용에서 갑자기 굉장히 심각한 정통 SF 스릴러가 펼쳐지는데 그 완성도가 기대 이상이라는 점이 가장 놀라왔어요. 이시구로 마사카즈라는 작가의 재능을 엿볼 수 있었달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그래서 전체 평균 별점은 3점. 추리적으로도 눈여겨 볼 부분이 있고 기대했던 개그와 패러디 센스 (각 단편 제목을 한번 보시길) 도 괜찮을 뿐더러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무거운 내용의 SF까지 즐길 수 있는 흔치않은 단편집입니다. 가격이 조금 센 편이긴 하나 그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추리나 장르문학 애호가 분들께 강력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2014/07/16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 - 앤소니 & 조 루소 : 별점 3.5점

[블루레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 8점
앤소니 & 조 루소 감독, 스칼렛 요한슨 외 출연/월트디즈니


쉴드의 비밀 계획이 진행되는 와중에 닉 퓨리가 암살자에 의해 저격당해 사망하고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는 쫓기는 신세가 된다. 우여곡절 끝에 이 모든 것이 하이드라의 음모라는 것을 알게 된 캡틴과 일행은 음모를 저지하기 위한 마지막 싸움에 나서는데 캡틴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그의 옛 전우이자 윈터솔져라는 암살자로 돌아온 버키였다...

출장가는 비행기에서 감상한 영화. 마블 히어로 무비는 거의 전편을 빼놓지 않고 찾아볼만큼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통 영화볼 시간이 없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게 되네요. <아이언맨3>는 아쉽게 보지 못했지만...

여튼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어벤져스 예고편에 가까웠던 전편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만큼 잘 만든 오락 영화입니다. 세계적으로 흥행한 것이 이해가 될 정도로 볼거리와 내용이 풍성했어요.
특히나 내용면에서 단순히 선-악의 대결구도에서 조금은 심도깊은 음모가 펼쳐진다는 점이 핵심 포인트였던 것 같습니다. 약간 스파이물 느낌도 나고 말이죠. 또 로버트 레드포드라는 배우가 선보인 알렉산더 피어스라는 인물 역시 1편의 레드 스컬보다 복잡하면서도 설득력있는 악역이라 마음에 들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가사 도우미를 쏴버리는 씬이 압권이었습니다.
아울러 "슈퍼 히어로"라고 부르기는 조금 미흡한 능력의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윈터솔져 버키와 팰콘의 활약이 적절하게 선보인다는 점도 돋보였어요. 캡틴의 방패를 활용한 액션도 전편보다 훨씬 멋지게 구현되어 있을 뿐더러 블랙 위도우도 마지막 승부의 순간에서 보여주는 멋진 활약이 아주 인상적이었고 윈터솔져가 펼쳐보이는 무쌍난무도 명불허전이었거든요. 무엇보다도 최고는 팰콘! 슈트가 원작과는 다른 군용장비라는 설정인데 굉장히 설득력있으면서도 화려한 액션이 아주 놀라왔어요.

물론 스토리의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없잖아 있기는 합니다. 대표적인 것은 팰콘이 갑자기 목숨을 건 모험에 뛰어든다는 것이 잘 설명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의 목숨을 캡틴이 구해줬었다.. 정도의 설정 정도는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또 피어스라는 캐릭터도 로버트 레드포드라는 대배우가 맡은 역 치고는 결말이 너무 많이 시시한 편이며 윈터 솔져를 하이드라가 정확하게 어떻게, 왜 활용했는지 전혀 설명되지 않는 것도 약간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윈터솔져의 정체를 이미 알고있던 저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약간 재미가 반감되는 측면도 없잖아 있었고 말이죠.

허나 터미네이터에게서 감정연기를 기대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이런 영화에서 스토리의 디테일한 부분을 문제삼을 필요는 없겠죠. 마블 히어로의 팬이 아니더라도 즐길거리가 풍성한, 충분히 잘 만든 액션 블록버스터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2014/07/14

일곱 번 죽은 남자 - 니시자와 야스히코 / 이하윤 : 별점 3점

일곱 번 죽은 남자 - 6점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북로드

<하기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생 히사타로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것은 하루를 아홉번 반복해서 겪게 되는 것. 의도도 아니고 원리도 모르지만 히사타로는 그것을 "반복 함정"이라고 부른다.
한편 히사타로의 어머니는 할아버지의 재산을 노리고 막내 이모와 대립하고 있는데 후계자가 누구인지 알려질 할아버지 댁에서 열리는 신년회에 모든 가족이 참석하게 된다. 모처럼 술을 많이 마신 히사타로는 집에 가는 차를 탔다고 생각했지만 다음날 아침 그는 다시 할아버지 집에서 눈을 뜨고 "반복 함정"에 빠진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날은 어제와 다르게 할아버지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는데....
히사타로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막기 위해 아홉번의 반복을 이용하여 여러가지 작전을 짜지만 그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 할아버지를 살해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는 과연 할아버지의 살해를 막을 수 있을까?

그간 격조했습니다. 장기간 출장을 갔다오는 바람에... 정말 오랫만에 리뷰 올립니다.
이 작품은 만화 <탁 & 타카치 시리즈>로 접해보았던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작품으로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알려져 있죠.

사실 타임 루프를 다룬 콘텐츠는 오래전부터 많이 존재했습니다. <도라에몽>에서는 숱하게 반복된 소재이기도 하고 작가 본인도 영화 <사랑의 블랙홀>에서 영감을 얻어 썼다고 하니까요. 그러나 이 작품은 명확하게 정해진 규칙 안에서 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전개를 갖췄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습니다. 해당 규칙은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1. 반복 함정은 아홉번 반복되고 다음날로 이어진다.
  2. 상황을 바꾸려는 노력도 "오리지널주"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결국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규칙을 통해 하시타로가 할아버지의 살해를 막기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작품 내에서 설정되어 있는 후계자 선정과 맞물려 재미있게 펼쳐집니다. 특히 하루 일상의 조그만 변화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과율에 대한 정교한 묘사가 발군이죠. 예를 들면 루나 누나의 귀걸이의 존재 같은 것이요.

추리적으로도 즐길거리가 많습니다. 할아버지가 집을 방문한 가족들에게 이상한 의상을 강요하는 이유라던가 아침에 빨간색 색종이를 찾는 이유, 범인들이 호접란 화분을 흉기로 쓴 이유, 할아버지의 일기 등의 디테일이 작품에 영향을 미치면서도 합리적으로 설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반복 함정"의 맹점이자 오류를 해결하는 마지막 부분이 압권이에요. 하시타로가 죽었을 가능성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거든요.
그 외에도 작품이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한 묘사가 많은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그러나 정통 추리물로 보기는 확실히 어렵긴 합니다. 결국 "범인이 누군가"는 중요하지 않은 탓이 커요. 하시타로가 범인이 누군지를 이미 알고 있어서 범행을 막기 위해 노력해도 원래의 결과로 회귀하기 위하여 또다른 인물이 범행을 저지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작중 하시타로가 결국 누군가 다른 인물이 범행을 저지를 것이다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너무 늦다는 것이 이해가 잘 되지 않더군요. 무의미한 노력을 너무 반복했달까요.
그리고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 "반복 함정" 때문에 하시타로가 30세 정도의 정신연령을 갖췄다고 해도 고등학교 1학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참 연상인 도모리씨가 사랑에 빠진다라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도모리씨의 감정과 고백이 반복의 와중에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기도 한 만큼 무난하게 하시타로를 대학생 정도로 설정하는게 더 좋았을 것 같네요.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이색적인 타임 루프 SF로 <타임리프>와 비스무레한 분위기인데 읽히는 "재미 하나만큼은 충분한 가작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기대됩니다.

2014/07/02

나의 알라딘 15주년 결산

알라딘 15주년 결산

초록불님의 글을 읽고 확인해 보았습니다. 제 결산 페이지는 여기로!

이래저래 꽤 책을 많이 샀다고 생각했는데 500권도 안되네요. 다른 서점이나 헌책을 많이 이용한 탓이긴 한데 독서가 취미라고 내세우기는 부끄러운 수준이군요. 열흘에 한권정도 수준이라니....

그래도 개인 기록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알라딘 회원 분이시라면 재미삼아 한번쯤 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PS : 애매하기는 하지만 인터넷 서점 이야기이므로 일단은 독서밸리로.

2014/07/01

알라딘 중고서적 헌팅 중....

알라딘 중고서적을 잘 찾아보면... 온라인 비블리아 고서당

알라딘 헌팅 (?) 중 기이한 헌책방을 발견했습니다. 어마어마한 고가에 형성된 다양한 절판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쿼런틴>이 거의 20만원! 소장 중인 형이 아주 좋아하겠군요. 그 외에도 얼마전 읽었던 <반전>은 14만원, <마술사가 너무 많다>는 거의 20만원이고.. 만화는 다이나믹프로 전성기 화백의 <돌아온 권법소년 1,2>는 무려 80만원! <로보트 킹과 별나라 왕녀>, <우주의 전사대와 로보트 킹>은 각각 170만원! 이건 제가 초등학생때 구입한 책이 아직 본가에 있어서 더 두근두근합니다. 무척 낡고 헐긴 했지만 제 책은 얼마나 받을지 궁금해지네요.

본가를 뒤지면 절판된 책은 제법 많이 발굴할 수 있는데 이 헌책방과 자웅을 겨룰 수 있을까요? 물론 그 전에 과연 팔리는 책인지 알아봐야겠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