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20여년 전 출간된 책으로 편저자가 여러 단편집을 읽은 뒤 멋진 반전이 있는 작품만 엄선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출간되었는데 저작권 개념없이 출간되었으리라 생각되네요.
여튼, 모두 13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수록 작품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 노래하는 종
- 황금알을 낳는 거위
- 반중력 당구공
프레데릭 포사이스
- 제왕
- 면책특권
- 완전한 죽음
제프리 아처
- 뉴욕에서의 하룻밤
- 구식 사랑
- 깨어진 습관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크리스티나 브랜드)
- 이집에 축복 있으라
- 메리 고 라운드
- 너무나 선량한 남자
- 살인 게임
소개 작가의 면면만 보아도 화려하죠? 작품들도 반전을 테마로 한 앤솔러지답게 "기묘한 맛" 류의 작품들이 많은데 모두 기본 이상은 해 줍니다.
또 아시모프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국작가의 작품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지극히 영국적인 사고방식 (지나칠 정도의 계급의식과 체면치레)이 작품에 강하게 드러난다는 점도 독특했어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미 다른 앤솔러지로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 8편입니다... 결국 딱 5편만을 위해 구입한 셈이죠.
그런데 그 5편 중 가장 기대가 컸던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크리스티나 브랜드)의 작품 4편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수록작들의 가치만 놓고 보면 별점 3점 이상은 충분하겠지만 읽지 않은 5편만의 평균 별점은 2.3점.. 조금 올려도 2.5점밖에는 못 주겠어요.
어렵게 구한 "고서당"류 책인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덧붙이자면,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있는데 선정된 단편이 모두 가장 우수하고 뛰어난 반전을 가진 작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프레데릭 포사이스, 제프리 아처의 작품은 여기 수록된 단편이 모두 수록된 단편집을 읽어보았지만 작품의 수준을 떠나 반전만 놓고보면 여기 수록작보다 뛰어난 작품이 많거든요.
때문에 혹 관심있으신 분들께는 여기 수록된 작품들이 전부 수록된 작가별 단편집 쪽을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물론 이 책이나 원래 단편집이나 절판된 것은 마찬가지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니까요.
아이작 아시모프
이미 다른 앤솔러지에서 접했던 유명 단편.
"달과 지구의 중력 차이는 몸이 기억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는 과학적 추리가 돋보이는 SF 추리물입니다. 1954년에 발표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에요.
또 외계환경공학자이지만 우주선도 타지 못하는 천재인 웬델 어스 박사 캐릭터가 인상적이라 찾아보니 역시나 시리즈가 있더군요! 다른 웬델 어스 시리즈도 읽고 싶은데 과연 언제나 가능할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역시나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어딘가에서 읽었었던 작품.
그런데 반전이라고 할만한것은 없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대한 과학적인 고찰이 전부로 단편집 성격과는 거리가 멀고 딱히 재미있게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어려운 과학 이론을 소설처럼 쉽게 쓰는 작가의 능력은 잘 알 수 있기는 하지만 보편적으로 인기를 끌기는 어렵다 생각되네요.
<반중력 당구공>
프리스와 브룸이라는 앙숙이 등장하여 "반중력"을 구현하는 쇼장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 작품. 반중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과학적 고찰이 뛰어나고 그곳에 들어간 당구공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 역시 설득력이 넘칩니다.
무엇보다도 반전이 앤솔러지 취지에 부합할만큼 괜찮아서 마음에 드네요. 결국 브룸의 거의 모든것을 차지하게 된 프리스 박사의 순간적 기지가 그것인데 과학적일 뿐더러 복선에도 충실하고 나름 여운도 남기니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프레데릭 포사이스 작품들>
단편집 <마지막 에이스>를 통해 접했던 작품들. <황홀한 죽음>이 <완전한 죽음>으로 제목이 바뀐 것 말고는 동일한 작품들이에요.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에이스> 최고의 단편들은 아니라 생각되었습니다만... 그래도 <제왕>만큼은 다시 읽어보니 11년전에 읽었을 때와 다르게 상당히 흥미롭더군요. 당시는 제가 결혼 전이고 지금은 결혼 후이기 때문이겠죠. 왠지 저도 모리셔스로 떠나고 싶어집니다.
<제프리 아처 작품들>
역시나 단편집 <포기하기 힘든 유혹>을 통해 접했던 작품들입니다.
앞서 말한대로 가장 좋은 작품이 실려있다고 보기는 좀 어려워요. <구식 사랑>은 반전이라고는 등장하지도 않고 말이죠. 여기 수록된 작품들보다는 <포기하기 힘든 유혹>을 권해드립니다.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크리스티나 브랜드)
<이 집에 축복 있으라>
자기 집에 어느날 찾아온 부부, 그리고 그날 밤 낳은 부부의 아들이 "예수"라고 확신하는 노부인에 대한 이야기. 평범한 일상 속 광기와 광기가 충돌한다는 설정의 "기묘한 맛" 류 단편으로 서늘한 느낌은 확실히 전해줍니다.
그러나 죠셉, 마를린 부부의 사고방식은 좀 이해가 안되네요. 메이스 부인과 본 부인을 처치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요? 단지 시점의 문제지... 아기가 있다고 집을 얻기 힘들다는 것도 너무 오버가 심한 것 같고 말이죠.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메리 고 라운드>
포르노 사진을 둘러싼 스캔들과 살인을 다룬 작품. 협박자가 협박하던 재료 (포르노 사진)가 협박자를 살해한 범인을 통해 다시 협박에 사용된다는, 약간 윤회와 같은 구성이 독특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부모들의 범죄를 알고 있었다라는 결말은 좀 약했어요. "그때문에 언젠가 이득을 볼지도 모른다"라는 구절을 조금 더 강조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냥저냥한 평작이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너무나 선량한 남자>
기묘한 정신병을 가진 남자를 그린 짤막한 소품.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병적, 범죄적으로 비튼 작품이랄까요? 솔직히 이해도 잘 안되고 공감도 안되는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
<살인 게임>
범죄자와 범죄 피해자의 아이들을 돌봐온 인격자 재미니 변호사가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건다. 수수께끼와 같은 절규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사라졌어! 긴 팔!"와 함께. 그러나 출동한 경찰은 방문이 잠긴 재미니의 5층 사무실에서 그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창문은 막 깨진 듯 흔들리고 칼에 찔린 상처에서는 피가 나지만 범인은 찾아볼수 없는 상태. 유사한 전화를 남기고 경찰 한명이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어 사건은 더욱 미궁에 빠지게 되는데...
기묘한 밀실트릭이 등장하는 본격물. 초, 중반부에 유력한 용의자를 한명씩 등장시켜 그 용의자가 가능했을 범죄의 방식을 논하는 문답식 전개방식이 독특했습니다. 한니발 렉터를 연상케하는 탐정역의 노인 캐릭터도 인상적이었으며 마무리에서 쟈일스의 할아버지일 것이라는 여운을 짙게 남기는 것도 작위적이기는 하나 나쁘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기대에 미쳤다 보기 어렵습니다. 트릭이 너무 별로이기 때문이죠. 일단 전화 목소리가 피해자를 가장한 범인의 목소리였다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반칙이라 생각되며 아무리 경황이 없어도 경찰들이 같이 출동한 동료가 누구인지도 몰랐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경찰을 너무 물로 보는 느낌이었거든요. 작위적이고 우연에 의지한 전개 (갑작스러운 비에 레인코트를 입지 않은 것을 목격하고 알리바이에 이용한다던가)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작가의 이름값이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많이 처지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라는 명성은 장편에서만 유효한가 싶은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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